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
톰 피터스 지음, 정성묵 옮김 / 21세기북스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블로그형식으로 꾸며진 톰 피터스의 21세기형 미래경영서 !
 
책의 이로움을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그 중에서 들자면 내가 사는 이곳의 정반대편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시간이면 언제든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원한다면 얼마만큼이든 되돌려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명사나 석학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무엇인가를 얻어낼 때는 그 이로움은 몇 배를 더하는 것 같다. 급변하는 시장에도 꿋꿋할 새로운 기업을 구상하는 내게 그런 반갑고 고마운 책 중 하나가 지금 소개하는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이다.
 

<책 속에 있는 그의 소개>

 세계 20대 경영 구루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는 그는 전작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 '20세기의 3대 경영서'로 꼽힐 만큼 경제계를 발칵 뒤집으면서 최고의 컨설턴트로 자리를 잡았다. 그후 7년 동안 써서 내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인데, 유명한 그인 만큼 연설과 컨설팅 일정만 해도 빡빡한데 이 책을 쓰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책상앞에 쪼그리고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바로 '왕짜증이 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왜 왕짜증이 났을까?
 
그 이유는 "기업이든 정부든 대개 좋은 의도를  품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불합리한 조직 구조와 좀스로운 폭군(기업의 중간 관리자나 군대의 대령, 학교의 교감)이 번번이 방해를 놓기 때문"이라며 그가 20-25년동안 잘못된 경영 관행에서 벗어나라고 쓴소리를 해도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Re-imagine하라고 기업과 개인에게 말한다. 현재 그가 책에서 말했던 Re-imagine의 세계는 지금 경영계의 큰 이슈로 자리잡고 있거나, 아직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많은데, 지난 해 연말쯤 내놓았던 책인 것처럼 그 내용들이 따끈따끈해서 2004년에 이 책을 내놨던 것이고, 그의 생각은 이미 그 이전 7년, 그러니까 1998년부터 쓰기 시작한 작품이라고 하기엔 전혀 믿어 지지 않는다. 도발적인 통찰력과 진취적 사고를 가진 그가 현재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새로 생각하라Re-imagine고 생각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배경, 기술, 가치, 브랜드, 시장, 일, 사람들, 그리고 방향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들을 비즈니스의 새미래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위에 말한 것들을 파괴하고 새로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배경에 대해서는 이미 바뀌어 버린 경제환경에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과거의 경영방식을 고집하다가는 도퇴된다고 하면서, 바꾸기 힘들거든 과감히 파괴하라고까지 말한다. 그는 장미 정원사가 봄에 가지치기하는 것을 비유하며 순응의 환경에서는 가지를 많이 남기면 큰 장미를 수확하지는 못하지만, 매년 수확할 확률이 있지만, 예기치 못한 환경에서는 변화에 쉽게 대응하기 위해 과감하게 가지를 쳐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적극적인 가지치기야 말로 지금 우리의 경제환경에 쉽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혁명의 힘으로 239달러 컴퓨터 칩이 수십 명의 화이트칼라의 일자리를 대체하며 조직을 해체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업무 자체도 위성망의 덕택으로 값싸고 고급 인력이 풍부한 제 3의 지대로 수출(외주)되고 있세상이라고 말하며 현재는 시작단계일 뿐 앞으로 그 시장은 더 커진다고 말한다. 그는 또 전자상거래로 대변되는 웹세상을 이야기하면서 이것은 기술 플레이가 아니라 사람 플레이면서 파워 플레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웹세상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조적이며 현재같이 모두가 변화되어 가는 세상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세상임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가치에 대해서는 기존의 화이트 칼라가 했던 작업들은 모두 전문 서비스 회사즉 PSF(Professional Service Firm)으로 맡겨질 것이며 적은 이윤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PSF해야 할 것이고, 기업의 생존구조역시 PSF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전문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여 자신없는 분야는 포기하고, 잘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이제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솔루션을 제공하여 한 고객을 붙잡기 위해 모든 장점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한다.
 
 미래에 필요한 새로운 브랜드에서는 크든 작든 기업의 '부가가치'는 그 기업이 경험하는 경험의 질에서 나온다고 말하며 그 경험은 전체적이고 포괄적이며 감성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경험Experience'을 강조했는데, 그가 강조하는 이유는 서비스는 '거래'인 반면, 경험은 '이벤트'이기 때문에 지울 수 없는 기억을 고객에게 남기고, 자신의 역사책에 깊이 새겨지는 하나의 소중한 기억으로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험'을 넘어 '드림 비즈니스'로 발전하여 소비자에게 꿈을 심어주어 소비자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디자인과 시스템을 강조하는데, 디자인은 '외관'뿐 아니라 '영혼'이 머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굿디자인은 '잘 다듬어진 마무리 공정'이 아니라, 제품에 또다른 수요층을 창출할 수 있는 조건이며, 그것은 차별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또한 디자인은 외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순조롭게 이루어진 시스템이라는 무형의 과정에도 디자인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톰 피터스Tom Peters>

스스로 '브랜드광'이라고 말하는 톰 피터스는 브랜딩에 대한 정의는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이 여기에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의 독특한 점은 무엇인가? 어떻게 극적인 차별화를 이룰 것인가?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열정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브랜딩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브랜딩의 정의대로 실제로 지켜나갈 때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이고 진정한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다고 그는 전한다.
 
그 밖에도 그는 새로운 시장에 대해서는 지금껏 소외된 여성과 여성시장의 증가, 그리고 이젠 노인이 되어버린 황금알의 베이비 붐 세대들을 일컬어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으로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시장이라고 그는 단정하며 이는 단지 '마케팅 전술'적인 측면이 아니라,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고,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새로운 일에 대해서는 그가 내놓았던 WOW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세상을 놀라게 할 성공을 위해서는 실패에도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을 지니며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미래의 비즈니스는 인재 즉, 자체만으로도 브랜드가 될 수 있는 훌륭한 인재들Brand -YOU이 쏟아져 나와야 하고, 기업은 그들을 잡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가 말했던 [초우량 기업의 조건]들을 비롯해 모든 원칙은 무용지물이 되는 세상이 왔는데, 그것은 거대조직의 행동부족으로 야기된 것으로 이제는 기업이 유연한 원칙과 변화를 통해 괴팍하고 변화무쌍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변화에 맞설 리더의 리더십은 파괴적인 시대에 여행을 이끄는 안내인이라고 정의하면서 리더에게 필요한 50개의 항목을 던져주며 영속이 위험천만한 망상에 불과한 이 시대에는 과거의 유산에는 도전하고, 수시로 완전히 새로운 가치 제안을 창출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세상이라고 말하며 정리한다.
 
그는 이 책에서 수많은 기업가와 경영구루들의 말을 옮겼고, 수많은 훌륭한 책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일선의 경영현장을 생생하게 그대로 옮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지금껏 읽은 경제,경영관련 책들의 내용은 이 책이 던지는 화두에 대한 답이고, 톰 피터스가 던졌던 미래의 모습들이 현재도 큰 화제속에서 트렌드(특히, 감성과 여성시장, 베이비붐 시장,브랜딩 부분)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듯이 경영구루들의 시장예언들에 맞추어 기업과 소비자가 변했는지, 아니면 정말로 그들이 눈에 보듯 예견한건지 알 수 없지만, 2005년에 출판된 이 책이 지금껏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지금 읽어도 전혀 과거의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직 변화의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음을 의미하겠다.
 
열정적이고, 괴팍하기로 유명한 그가 7년 여의 저술기간을 기다리며 할 말이 얼마나 많았을텐가? 그는 한 권의 책으로 그의 머리속에 있는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이 준비해야 할 바를 강연을 하듯 여과없이 쏟아부었다. 그는 글로도 모자라 새로운 디자인 출판사인 DK와 손잡고 그가 원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그림을 넣고, 색을 넣었으며, 갖은 부호와 느낌표로 자신의 말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가 그렇게까지 강조한 이유는 바로 '지금껏 저술과 강연으로도 말을 듣지 않아 왕짜증이 나서'였다. 덕분에 좀처럼 볼 수 없는 초호와컬러판의 미래경영서를 만나게 되었다.
 
침을 튀기고 소리지르듯 강연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내용들은 여느 책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고급스런 재질의 올컬러판의 양장본이 경영서라는 것으로도 책값을 말하지만 세계적인 컨설턴트에게서 강연을 듣는다고 하면 만만찮은 책값도 아깝지 않다.
기업인들은 미래에 사라지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이 책을 대해야 할테고, 개인은 스스로도 발광發光할 수 있는 빛나는 '브랜드유'를 창조하기 위해 읽어야 할 정말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일의 스캔들 1
필리파 그레고리 지음, 허윤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인이 있다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소설!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내용의 책을 만나면 꼭 읽는 편이다. 그 이유는 영화의 요소가 되는 스토리, 영상미, 그리고 흥행을 만족시킬 만큼 훌륭한 내용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시드니 셀던' , '스티븐 킹' , '마이클 클라이튼' , '존 그리샴'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의 소설들이 베스트셀러이면서 거의 '영화화'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보겠다. 물론 반대로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감동을 이어가기 위해 원작인 '소설'을 찾아 읽는 경우도 많다.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즈 One Source-Multi Use 라고 하는데, 그만큼 이야기로 대변되는 '컨텐츠'의 힘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하겠다. 이 책 <천일의 스캔들>을 읽게 된 이유도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가 개봉을 하고 있고, [천일의 앤]으로 유명한 영국의 왕비이야기가 소설로 화제를 안고 있어 읽게 되었다.
 
뉴욕타임즈가 20세기를 마감하면서 지난 1,000 년 동안 최대의 스캔들로 선정하기도 했던 이 소설이 흔한 <러브스토리>와 차별을 두는 것은 주인공들의 파란만장한 이력 때문이다. 형 아서의 뜻하지 않은 죽음으로 왕권과 함께 형수인 연상의 캐서린을 왕비로 맞이하면서 헨리 8세는 경제력때문에 형수를 아내로 맞은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자책감으로 사로잡히는데, 왕비인 캐서린은 헨리8세와의 사이에서 유산을 하거나, 태어난 지 얼마 안되 죽게 되자, 그의 괴로움은 더욱 커진다. 한편 경제적인 빈곤으로 고민하고 있던 불린 가家는 왕의 처지를 알려준 외숙부의 지휘아래 '왕과의 결혼'을 위해 세 남매를 희생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메리가 결혼한 몸으로 왕의 정부가 되거나,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결혼이 어긋나는 앤, 그리고 마찬가지로 가문을 위한 희생물이 되어 정략결혼을 하게 되는 오빠 조지 세 사람은 그들이 갖게 되는 첫사랑에 대한 믿음에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가문을 위한 도구로 전락되어 서로가 시녀가 되거나, 연적이 되는데 튜더Tudor 왕조때의 실태가 여과없이 밝혀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버림받은 왕비 캐서린의 시녀로 있으면서 그녀를 존경하면서 사랑하게 되고, 성으로 돌아와서는 시골에 남겨둔 아이들을 보는 낙으로 일 년을 버티는 사랑이 충만한 메리는 왕의 정부가 되어 이혼하지 못한 남편을 지척에 두고 함께 살아가면서, 변하지 않으리라는 자신의 사랑이 왕에게로 옮겨지게 되지만, 출산까지 왕을 보필하지 못하는 사이 왕을 즐겁게 해 줄 대타로 언니 앤을 내세우는 집안과 본색을 드러내는 언니를 지켜보면서 왕궁에서의 생활에 염증을 느낀다. 한편 프랑스왕비의 시녀로 있으면서 부귀영화에 대한 욕망이 커질대로 커진 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왕과 결혼하게 되는데, 그녀의 허망한 성공의 결말 또한 연민을 느끼게 했다.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인 왕. 그 자리가 높고, 위대했던 만큼 그와 함께 영예를 누리려고 인간들이 암투를 벌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왕조를 지키기 위해 도덕은 물론이고 종교까지도 눈감아버리는 그들의 집착을 지켜보면서 '권력의 힘'이 얼마나 인간의 눈을 멀게 하는지 짐작하게 했다. 왕에게 내쳐지는 캐서린 왕비가 영국의 다이애나 비와 자꾸만 오버랩이 된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과거의 것만이 아니라 요즘 남녀가 만나서 그 사람의 진정성보다는 재력이나 학력등의 배경을 보거나, 사랑없는 결혼을 하는 우리들 현대인의 '물질선호주의식 사랑법'과도 그 모양만 다를 뿐 내용은 똑같다고 느껴져 한편으로는 놀라웠다. 
 
두 권을 합해 900여 페이지를 자랑할 만큼 사건도 많고, 그 속에 숨은 인간의 자화상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일단 손에 들면 시간가는 줄을 모르게 만드는 탄탄한 스토리와 영상이 눈에 보이는 듯 세밀한 묘사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어제 영화도 보게 되었다. 내가 느낀 감흥을 영화에서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 역시 기대만큼 훌륭한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려거든 먼저 이 책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그려면 왜 이들의 사랑이야기를 1,000 년중 최대의 스캔들이라고 이야기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봐! '느리게 읽기'가 최고의 독서법이라고 말하는건 지나친거 아냐? 
 
대학을 입학하기까지 운동과 놀이를 워낙 좋아하던 탓에 나는 '독서의 즐거움과 이로움'을 알지 못했다. 고교시절까지 내가 들여다 본 책이라고는 교과서와 참고서 그리고 사전이 전부였다. 교과서 속에 들어있는 문학과 인문, 역사 그리고 예술등 그 많은 활자들을 쫓아가기도 바빴던 나에게 교과목 이외의 책을 읽은 것은 열 손가락 안에 들었을 정도였음을 고백한다. 소위 말하는 '지성의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을 들어가면서는 '책을 읽지 않은 자신'이 대학에 들어갔다는 자기적 모순에 빠져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될 당면과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은 박식해 보이는 선배의 손에 항상 들려 있던 F. 엥겔스의 '자본론 보론'을 쫓아서 산 것이 첫 번째 도서구입경험인데, 우리말로 쓰여진 문장임에도 활자를 쫓아 읽어갈 뿐,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달랑 두 페이지를 읽고는 덮어버렸다.
 
무엇이든 읽기는 해야겠는데 무엇을 읽어야 할 지 몰라 강박으로까지 다가온 나의 '독서의 충동'이 답을 찾기 시작한 건 전공기초 과목이었던 '국어'교수께 상담하게 되면서부터다. 그 분은 책을 처음 접하는 내게 '칼 구스타프 융'의 '잠재의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수준과 종류를 따지지 말고 닥치는대로 읽기를 권했다. 책을 읽은 후 무엇을 읽었는가 되돌리려 하지 말고, 그저 다음 책에 몰두하며 수많은 카테고리가 담겨져 있는 두뇌라는 하드에 양적으로 저장하기를 권했다. 독서결과에 대해 의심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고 말하셨다. 두뇌는 그릇과 같아서 내가 배운 지식들이 하나 하나 채워져 가고, 그것들이 숙성이 되면서 느끼게 되고, 쌓이고 느끼는 과정이 반복되면 발효되어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으로 다가온다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그 작은 깨달음들이 그릇을 차고 넘치게 되는 순간, 나의 일상생활의 곳곳에서 그동안 읽고 배운 것들이 내가 의식하지도 않았음에도 현실에 적용되고 활용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 경험은 무척 놀라운데, 그 맛을 느끼는 순간 '독서의 즐거움'이 시작될 거라고, 그 전까지는 조금은 수고로운 과정일 거라고도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분은 독서생활도 인간의 경험이라 누가 알려주기 보다는 스스로 익혀야 그것이 내 것이 되는 것이어서 처음 책읽기를 시작했으면 추천을 바라지 말고 나의 판단으로 무조건 다독하기를 권했다.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읽고 무조건 수용하라고 말씀하셨다. 읽고 난 정보와 지식이 나의 일상생활과 결합되면서 책에서 이야기했던 것을 분석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나에게 좋은 책과 나쁜 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그 분이 처음 권해주신 책은 '시드니 셀던의 소설'이었다. 미국 드라마의 미니시리즈나 영화의 원작이 될정도로 재미가 넘쳤던 책들인데, 국내에 나온 그의 소설을 전부 읽으면서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습관'을 배웠던 것 같다.
의심과 두려움이 사라진 그 때부터 책에 흥미를 붙이면서 지금까지 책은 둘도 없는 '친구'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좋아하게 되었고, 시드니 셀던의 소설에서 다른 작가들로, 다른 장르로 범위는 넓어졌고, 책을 읽는 양과 속도도 향상되었다. 물론 지금의 내가 대학새내기 시절보다는 지적으로 더 성숙해 진것은 틀림없는 사실이 되었다.
 
 하지만 좀 더 효울적이고, 알차게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갈망은 무슨 책을 읽어야 할 지 알만한 지금이 예전에 '당장 무슨 책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 모르는 초짜'때보다 더욱 더 큰 강박으로 다가온다. 나는 아직도 서점을 가서 느끼는 설렘과 두려움은 지식의 보고인 서점을 보물섬이라고 비유한다면 평생을 보고도 다 못볼 만큼의 쌓여있는 책들과 매일 쏟아지는 싱싱한 신간들을 목격하노라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책 [보물섬]에서 파란곡절 끝에 누런 황금이 가득한 보물들이 가득한 곳을 찾아가 눈앞에 둔 보물들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소년 짐 호킨스의 마음과 다를 바가 아니다. 이 책 <책을 읽는 방법>을 읽고자 함도 바로 그 두려움과 설렘을 진정시키기 위한 순수한 이유에서였다.
 
 책을 읽는 방법: 슬로 리딩의 실천本の讀み方 : スロ-リディングの實踐 라는 원제목을 가진 이 책은 해박한 지식과 화려한 의고체 문체로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라고 파격적인 평을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 平野啓一郞 가 쓴 책으로, 속독速讀에 대한 철저한 반대입장을 밝히며 슬로 리딩Slow-reading를 권하는 책이다. 그는 독서를 즐기는 비결은 무엇보다도 '속독 콤플렉스'에서 해방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슬로 리딩이야말로 '차이를 낳는 독서기술'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슬로 리딩은 야마무라 오사무의 반反속독의 의미인 지독遲讀(더디게 읽다)의 발상을 따라했다고 말한다.
 
'한 권의 책을 가치있는 것으로 만드느냐 아니냐는 읽는 방법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그는 독서가 단순히 피상적인 지식으로 인간을 꾸며주는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그 사람을 바꾸어 사려깊고 현명하게 만들며 인간성에 깊이를 더해주는 것을 뜻한다면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독서를 하면 즐거워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슬로 리딩은 숙독熟讀과 정독精讀의 개념을 포함하며 이것은 득을 보는 독서이자, 손해보지 않기 위한 독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보의 항상적 과잉공급 사회에서 진정한 독서를 즐기기 위해서는, '양'의 독서에서 '질'의 독서로, 망라형 독서에서 선택적 독서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 1부에서는 슬로리딩 기초편이라하여 슬로 리딩의 개념과 그 소용을 설명하고, 제 2부에서는 슬로 리딩의 테크닉편이라하여 오독력誤讀力을 설명하면서 지독遲讀은 독자의 오독誤讀으로 인해 지독知讀으로 거듭나는데, 그것이 바로 독서의 즐거움이고 이로움이라고 이야기한다. 제3부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카프카의 [다리], 가네하라 히토미의 [뱀에게 피어싱], 미쉘 푸코의 [성의 역사1 - 앎의 의지]등 동서고금의 텍스트를 저자가 직접 분석하여 솔로 리딩을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데, 이 책이야말로 내게 너무 많은 의혹을 던져줘서 본의아니게 슬로 리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유를 이제부터 밝힐까 한다.
 
우선 저자는 평생 읽어도 다 읽지 못하는 책의 수량과 매일 쏟아지는 신간들의 수를 들으면서 어짜피 속독으로도 그것을 모두 읽을 수 없다고 말하며, '양의 독서에서 질의 독서로' 전환하여 모든 독서법을 슬로리딩으로 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책이 귀했던 옛날의 지식인 즉 칸트와 헤겔이 평생 독파한 책의 권수와 지금의 우리가 책을 읽는 숫자를 비교하며 그들보다 지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저자는 옛날 사람들은 모두 슬로리더였다고 말하며 슬로리딩을 합리화시켰다. 하지만 워낙 책이 귀해서 어쩔 수 없이 많은 책을 읽지 못한 중세 지식인들의 독서량과 지금을 비교해서 '지적인 생활'을 운운한다는 것은 억지가 있는 부연이 아닌가 싶다. 
 
또 그는 슬로 리딩이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일/시험/면접등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슬로 리딩 기술은 업무에도 응용할 수 있는데, 슬로 리딩 기술은 속독이 필요한 경우라도 어떤 점을 주의해서 읽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오독을 줄이고 뜻하지 않은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느껴진다. 저자는 문학장르에 대해 언급을 하고 실용서류의 장르에는 그 범위를 넓히지 말아야 했다. 저자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독자들이 자신의 업무와 시험, 면접등의 중요사안에 대해 속독으로 해결하려고는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 펼쳐진 문자군의 전체를 보며 사진을 찍듯 영상화시켜 무의식에 전달하는 속독법을 당치도 않은 이야기라고 말하며 컨트롤 할 수 없는 무의식을 나중에 마음대로 다시 의식해서 내용을 논리적으로 짜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저자의 경우에만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책을 읽는 독자 모두가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속독으로 접수한 내용이나 지식을 그대로 내뱉어서 저작활동에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읽은 정보가 누적된 상태에서 생활에 일어나는 상황들에 걸맞게 나의 생각과 표현으로 재창조하고조 준비하는 것이 일반인의 독서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초반에 '작자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읽기 위한 방법이 슬로 리딩이라고 밝혔는데, 중반부에 들어서는 애초부터 아무도 정확하게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작자의 의도'야말로 '옳은 해석'이라고 하며 다른 해석을 모두 '틀렸다'고 말할 근거가 없으며, 그것은 부당하게 작품의 가능성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독자의 창조적 독서행위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비평도 유행했었다며 창조적인 오독력誤讀力은 슬로 리딩을 통한 심사숙고한 끝에 '작자의 의도' 이상으로 흥미 깊은 내용을 찾아내는 것은 '풍요로운 오독誤讀'이라고 말을 바꾼다.
 
그가 말하는 슬로 리딩의 범위는 어디인가?
과연 슬로  리딩의 궁극적인 맛을 내는 오독력을 '일/입시/면접'등의 실용서를 위한 내용을 분석함에도 찾아야 하는 것인가?
또한 일반 독자가 만나는 책마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 이상의 자유로운 오독을 즐겨야 하는 것인가? 그것이 진정한 독서의 참맛인가?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히 읽어야 하는 최신의 인터넷관련도서와 첨단과학도서 그리고 새로운 마케팅도서도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오독誤讀해가면서 슬로 리딩으로 읽어야 한다는 말인가? 
 
여기에서 주목할 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독서에 있어 '독자로서 홀로서기'를 고백한 부분이다. 그가 독서에 빠지게 된 계기는 열네 살 때 읽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그때 그는 그 책을 읽고 '대체 이게 뭐람'하고 싶을 만큼 충격적인 내용이었는데, 그것이 더욱 흥미를 갖게 했다고 말한다. '쇼크'라고 까지 말한 [금각사]를 섭렵하게 되고 팬이 되어버린 그는 [금각사]의 소설에서 언급한 작가들과 그 작품에 대해 추적해서 읽기 시작했고, 미시마가 영향을 받은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읽은 후 다시 한번 [금각사]를 읽은 후 그 내용을 훨씬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는 동안 [금각사]를 통해 알게된 작가들에 빠져 자신의 독서취향이 한쪽으로 쏠린 사실을 알고, 그것을 교정할 수 있는 책을 고르도록 주의하게 되었다고 말하는데, 그의 작품에 대해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再來라는 평을 받았다는 점과, 제3부에서 슬로 리딩의 실천에 대해 설명하고자 했던 지문들이 학생때는 알 수 없었던 교과목의 지문들을 제외하곤 '거의 미시마류'의 것들이었음을 보면 그의 편협된 '오타쿠적 독서 접근법'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극우주의적인 동시에 심미주의적 작가였던 미시마 유키오가 일곱 번을 태어나 천황을 위해 일곱 번을 죽어도 천황의 은혜는 갚을 수 없다는 의미의 글을 머리띠에 두르고 자위대의 주둔지에 찾아가 자위대의 각성과 궐기를 외쳤지만, 수용되지 않자 할복자살을 했던 것처럼 책의 지문에 수록된 피와 죽음의 나열들이 제 2의 미시마 유키오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하게 했다. 물론 이 방법은 일종의 '덩굴 더듬기 독서' 즉 '네트워크 독서'라고 볼 수 있는데, 그가 말하는 깊이있는 독서가 극단적으로 이것뿐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저자는 소설가는 책을 느리게 읽는데, 그 이유는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읽기 때문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생각'이라는 행위야말로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로 인한 지독遲讀은 자신의 오독誤讀으로 인해 지독知讀이 되는데, 이것은 머리를 사용하지 않는 독서인 속독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소설가인 그가 슬로 리딩으로 책을 읽는 것은 모방을 통한 새로운 창작에 참여해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또한 독자들이 작가의 입장이 되어 작가의 의도를 찾고, 음미하고 깨달아가며 읽는다는 것은 또 다른 독서의 즐거움이 된다는 것도 옳다. 하지만 슬로 리딩이야말로 최고의 독서법이고, 모든 장르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 일본의 지성이자 다독가로 유명한 다치바나 다카시가 [읽기의 힘, 듣기의 힘]에서 그는 즐기려고 책을 읽을 생각이 없으며 따라서 엔터테인먼트류의 책은 기본적으로 읽지 않는데, 그 이유는 얼만 남지 않은 인생을 그런데 쓰기가 아깝기 때문이라고 단언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는 자신의 속독생활은 '소설을 포함한 엔터네인먼트류'를 제외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다독가이자 속독가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인간의 가장 중요한 본능이며, 인류가 지금까지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인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마음' 때문에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면, 그는 소설가이자, 네트워크 독서가의 입장에서 일부의 장르에 대해 작가와 대화하고, 즐기려는 이유로 슬로리딩이 좋은 독서법이라고 말했어야 그의 주장에 힘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고, 쉽게 동의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논란의 여지를 생각한 것일까? 저자는 마지막에 "감히 솔직히 말하자면, 책이라는 것은 원래 무엇을 어떻게 읽든 상관없는 법이다. 그러나 이왕 읽는 것이라면 즐겁고 빈틈없는 독서가 좋지 않은가. 나는 한 사람의 작가이기 이전에,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한 사람의 독자였다. 그리고 그 동안 나 나름대로 고민을 하며 생각해내어, 경험상 이것은 유효했다고 생각되는 독서법만을 이 책에서 소개하기로 한 것이다."라고 다시 돌려서 말을 한다. 앞에서 단언하고 주장했던 것과는 또 다른 표현들이다. 
 
자신의 독서법이 모든 장르의 책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며, 어짜피 다 읽지도 못하고 죽을텐데 정말 좋은 책들을 깊이 있게 읽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주장하는 그의 말에는 젊은 작가의 치기어린 주장으로 여겨질 뿐  동의할 수 없다. 물론 경제 경영서등의 '실용도서'를 즐겨있는 나의 독서취향에 비추어서도 그렇지만,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사람들과 함께 숨쉬고 공유하기 위한 컨템퍼러리 의식Sense of Contemporary을 갖추고자 독서생활을 하는 평범한 일반인 일 뿐 '작가의 의도를 깨우치고, 오히려 그의 의도를 넘어 오독誤讀을 즐기는 수준의 비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나 2008-04-22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어교수님을 통해 책을 접하고 사랑하게 된 동기, 서점을 <보물섬>에 비유한 님의 에세이 같은 글을 읽으며 쿵쾅쿵쾅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수가 없었습니다.
아직 부족한것 많은 저의 모습이지만, 꾸준히 책과 님의 리뷰를 함께 읽다보면
님처럼 좋은글을 쓸수 있을 날이 올거라는 믿음을 가져봅니다. 감사합니다


 
이코노믹 마인드 - 99% 경제를 움직이는 1% 심리의 힘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5
마태오 모테르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인간의 본능으로 인한 경제적 판단의 오류'를 설명한 깊이있는 책
 
'성공하기 위해서 배운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배움은 '희열'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보아야 한다. 어린 아이가 사탕을 처음 먹어봤을 때, 또는 휴대기기에서 움직이는 영상을 보게 되었을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눈이 커지면서 입을 벌리고 '오~' 또는 '하하~'거리면서 관찰자와 그 문제의 사탕 또는 휴대기기를 번갈아 쳐다본다. '개인적으로 난생 처음 알게 되거나 발견하게 된 무엇인가에 대한 감탄 또는 희열', 이것이 우리가 배우는 이유가 아닐까? 최근에 쏟아지는 '이코노믹~'류의 제목을 가진 책들처럼 우리가 놓쳤던 생활속 경제적 상식과 오류들을 재미있게 풀어낸 책일 것이라고 편하게 책을 폈다가 아주 '깊이 빠졌던' 책이 소개하는 책, <이코노믹 마인드>다.  
 
한 주부가 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경기불황의 여파로 제조업체는 캐쉬플로우Cash-flow 즉 현금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더 적은 이익 또는 이익이 전혀 없는 제로마진 Zero-margin으로 상품을 내놓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이 주부가 집어든 '1+1상품'이다. 한 달 전만 해도 한 개만 살 수 있었던 가격으로 두 개를 살 수 있으니, 한 개 만큼의 이익을 보게 된다는 기쁨에 평소에 생각했던 수량보다 더 많이 사게 되었다. 20-30% 할인된 여러 가지 상품을 포함해서. 장바구니 한 개 정도를 계획했던 주부는 비닐봉투를 두 장을 더 담고 가야할 만큼의 쇼핑을 하게 되었다. 물론 계획한 쇼핑비용은 거의 두 배를 초과한다. 하지만 이번 쇼핑으로 만 원가량의 이익을 봤다는 뿌듯함에 1km떨어진 집까지 물건을 들고 힘겹게 길을 나섰다. 이 주부는 평소 계획이라면 운동삼아 갔을 집까지의 거리가 힘에 부칠 정도의 노동이 되었거나, 갈증이 나서 아이스커피를 마셨거나, 계획에 없던 택시를 타고 돌아갔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 얼마 만큼은 벌었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과연 경제적인 쇼핑을 한 것일까?
 
경제학자들은 수많은 이론과 법칙을 세워 우리의 경제생활을 한 눈으로 알 수 있도록 일반화시키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 이론을 토대로 미래의 경제상황도 예측하려 지금도 낮밤을 잊고 연구중이다. 이 책은 경제학자들이 이론의 전제로 삼았던 소비자, 즉 인간을 '평균적으로 동일시'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경제학자들의 예측대로, 또 일반적인 경제원리대로 실제로 적용되지 않는 사례들을 들면서, 인간이 내리는 '올바른 경제적 결정'은 이론적 근거의 이성적 방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판단하도록 '느끼는' 감성적 방법에 있다고 말한다.
 
'최소비용의 최대효과'를 지향하는 경제활동의 주체인 인간이 '감성적 인간이기 때문에 일으킬 수 밖에 없는 반이성적 실수들'이 우리의 경제생활 전반에 펼쳐져 있고, 이것들은 지극히 반복적이며 예측가능하다고 말하며, 실제 사례을 증거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연말 보너스'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미를 두고, 또 흥청망청 쓰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람들 머리속에서의 돈은 추상적인 것으로, 정확하고 절대적인 실체가 아니어서 그 돈에 상대적인 가치를 부여하려는 경향이 있어 돈과 연결된 경험과 감정으로 그 가치를 채색하려 한다고 한다. 즉, 연말 보너스로 탄 돈, 오래전부터 입지 않은 재킷 주머니에서 생각없이 찾아낸 돈과 우리가 땀흘려 일해서 번 돈을 다르게 생각하고 소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돈에 표시있냐?'고 물으며 같은 돈임을 외치면서도 우리는 약간의 돈 앞에서는 신중성을 기하면서 큰 돈앞에서는 더 안심이 되고 덜 문제가 되어 과감하게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불합리한 마음의 경제학 편에서는 '새 차 시세보다 중고차 시세에 더 민간한 이유', '잘 나가는 축구팀이 꼭 중요한 경기를 망치는 이유', '도박에서 따는 것보다 본전 유지가 더 어려운 이유',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좋은 까닭'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판단하는 것들의 오류를 설명하며 우리가 정확한 경제적 계산을 하지 않는 사람임을 증명해준다.
 
제 2장 자신을 속이는 심리의 함정 편에서는 '할인이 항상 퍼센트로 표시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우리가 속는 숫자와 비율의 속임수를 알려주고 ,'광우병이 음주 운전'보다 더 위험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공포심이 가미된 경제학의 함정을 자세히 알려주면서 이익을 본 것으로 생각하고 판단했던 경제활동이 실은 그 반대의 경우가 되어버린 다시 말해 '투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지고만 꼴'이 되는 우리의 경제적 판단의 오류를 낱낱이 지적해준다. '내가 헛똑똑'이었음을 속속들이 알게 되는 장이었다. 읽으면서 어처구니 없는 헛웃음만 계속 나왔다.
 
왜 우리는 경제학 이론이 알려준 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일관성있는 선택을 하지 못하며, 더 큰 이익을 주는 대안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해주는 부분이 마지막 장인 감정에 물든 이성편인데, 뇌과학을 빌어 감정적 뇌를을 설명하면서 감성에 의한 충동적 결정이 이성적 판단을 흐린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의 머리는 주관적이고 어리석을 수 있으며, 약간 게으를 수 있으므로 직관으로 이름되는 감성적 판단은 천천히 하고, 이성적 판단을 우선으로 하여 선택하기를 권한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먼저 정하고 그 답의 오류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마치 '명교수의 강의를 듯는 듯' 깊이를 더할수록 재미와 배움의 희열은 높아져만 갔다. 
 
마지막으로 서두에 언급한 어느 주부의 쇼핑이 과연 경제적인 쇼핑이었는지를 비교하기 위해 가계부 하나만 잘 써서 부자가 된 어느 주부의 쇼핑담을 대신할까 한다. 그녀는 필요한 항목을 쪽지에 적어서 쇼핑을 간다고 한다. 그리고 쇼핑을 할 품목만을 구입하는데, 운이 좋게 사려는 상품이 할인이 되거나, 하나 더 주는 경우에는 쇼핑을 마치고 돌아와 할인된 가격 또는 하나 덤으로 받은 가격만큼 저금통에 넣어 저축을 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쇼핑으로 인한 이익만큼으로 다른 품목을 사서 결국은 '계획했던 만큼 써버리는 소비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쇼핑의 이익만큼을 현금화해서 새로운 투자대안의 기반으로 삼는다고 한다. 그녀는 샐러리맨을 남편으로 둔 전업주부로 가계부 정리 하나만으로 수 억을 만들어낸 알뜰 주부였는데, 감성과 이성을 잘 조화시킨 '경제적 판단'의 본보기라 할 수 있겠다. 절대로 쉽지는 않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더 빨리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바쁜 하루의 일과 중에서도 꾸준히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이유는 '왜?'라는 궁금증과 '미처 놓치고 지난 세상이야기'에 대한 호기심때문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나에게 있어 좋은 책'이란 바로 내가 궁금해하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거나, 지금까지 활동하면서도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해 준 책이라면 '정말 좋은 책'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내게 '인간이기 때문에 저질를 수 밖에 없었던 경제적 판단의 오류'를 자세히 설명해 준 '정말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촐라체
박범신 지음 / 푸른숲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화해, 용서 그리고 새로운 출발' 자연이 현대인에게 던져주는 메시지.
 
왜 산을 오르냐는 세인의 말에 "산이 거기에 있어 간다"는 어느 산악인의 말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대답에 대한 '선문답禪問答'이다. 인간이 끊임없는 전인미답의 야생을 찾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아마도 '사는 것이 이게 아닌데...'라고 느끼면서도 관계의 얽힘에 이끌려 하루 하루를 보내는 현대인들이 한치 앞을 알 수 없어 두렵도록 거대한 야생을 헤치면서 자신속에 숨어 있는 '살아야하는 답'을 구하기 위해 찾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살아오면서 풀지 못한 '미망未忘'을 준엄한 자연에 고백하고 털어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많은 최고봉을 올랐던 어느 산악인은 인터뷰에서 '자연을 정복한 최고의 인간'이라는 소개에 당치 않는 소리라고 말하며 '준엄한 자연을 어떻게 정복할 수 있는가? 내가 오르도록 자리를 허許해준 자연에 감사히 생각하며 오를 뿐'이라며 '올랐던 산에 대해서는 두 번 다시 오르기 싫은 무서운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의 가족에게는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거짓말을 하면서 떠난다. 그리고 그들은 '이번이 생生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떠난다. 그런 것처럼 '상민'은 고단한 삶을 등지고 산에 올랐고, '영교'는 이미 '채권자를 찌름'으로써 사회와 안녕을 하고 형을 따랐다. 그들은 문명으로 대변되는 장비와 식량을 최소화하고 인간의 모습으로 자연을 마주 대했다. 끝이 없는 크레바스와 쏟아지는 눈사태, 그리고 살을 에는 눈보라 속에서 고통받으며 '왜'라고 외치며 자연에게 답을 구했다. 알 수 없기에 미쳤다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은 단지 애태우며 둘을 지켜본 '캠프지기'는 저자이고, 또 독자인 나였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가슴 뜨거운 무엇을 느끼게 되었다.
 
최고봉을 오르거나 극지를 탐험하는 이들에게 우리가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지구상에 인간의 발자국이 안닿은 곳없다는 정복자의 자부심 때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구도求道'의 판타지에 덤벼드는 그들의 용기가 부러울만큼 존경스러운 때문은 아닐까?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노력하고 최소의 섭생과 수면으로 버텨가며 고군분투하다가 도중에 목숨을 잃거나 자연속에 하나가 되기도 하지만, 목적을 이룬후 다시 원래에 있던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는 손발이 얼어 동상에 걸려 손가락과 다리를 잘라내야 하는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그 무모한 짓을 지켜보면서 과연 그들이 버리고 온 것은 무엇이고, 얻어온 것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이 그들에게 길을 내주었듯이 인간에게 '용서하고 화해하라'는 말을 하진 않았을까?
 
90년대까지 신문연재소설의 최고를 자랑하던 저자 박범신이 절필을 선언하고, 미래의 신문이라 할 수 있는 포털사이트에 연재를 하게 된 작품이 이 책 <촐라체>인 것은, 촐라체 북벽을 마주했던 저자가 떨쳐내고 구하고자 했던 '나아가야 할 바'를 대신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세상에 대한 용서와 화해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하라는 이야기를 이 책이, 그리고 촐라체가 내게 말하는 듯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