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당신이 성공을 못하는 20가지 비밀 - 실력만으로 성공하기 힘든 조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는 법
마셜 골드스미스 지음, 이내화.류혜원 옮김 / 리더스북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조직에서 성공하려거든 거울보듯 나를 자주 들여다 보아라 !
 
사람들은 저마다 좀 더 멋지고, 예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먼 옛날 개울가에서 물을 먹으려다가 우연히 보게된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된 이후부터, 그리고 나 이외의 사람을 대하면서부터 시작된 피드백feedback의 전형이다. 남보다 좀 더 나은 모습을 꾸미려하는 것이 목적(이성이든, 성공이든)을 가진 동물의 습성이라면, 상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동물의 오류일테다. 자신은 꾸밈으로써 일종의 거품을 안고 있으면서, 상대의 거품은 보지 못하고 그 이상으로 상상하게 되는 것, 그것이 오류인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모습, 그러니까 외모나 꾸밈새에 한정된다. 
 
사람을 알게 되면 만남이 잦을수록 상대의 진실에 다가서게 되면서 상대의 모습에 대해 가졌던 자신의 상상이 현실과는 괴리가 있음을 알게 되고, 한편으로는 실망하면서도 다행스럽게 생각되는데 그것은 그도 나와 다름없다는 일종의 안도이리라. 하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알면 알수록 나의 상상을 무너뜨리지 않고, 변함없이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리마커블remarkable한 사람, 즉 성공할만한 사람인 것이다.
 
경제생활을 함께 하는 조직에서의 성공은 임원진 또는 최고경영자로의 승진이라고 한다면, 일 잘하는 것 하나로는 절대로 이루지 못하는 조직내에서의 성공의 비결을 알려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조직을 이끌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리더십이고 이 리더십은 실력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심지어 평판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의미를 말한다. 다시 말해 실력과 리더다운 인간성을 갖춰야 조직으로부터 인정받는 리더로서의 지위를 갖는 것이다. 이 책은 리더십의 '인간성'부분에서 '스스로부터 비롯되는 결점들'을 제거하기를 강조한 책이다. 그래서 '해야 할 것'을 말하기 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강조하였다.
 
'과도한 승부욕' , '쓸데없는 비평' , '잘난 척하기' , '정보의 독점' , '남의 공로 가로채기' , '변명' , '엉뚱한 화풀이' , '책임 전가' 등 이 책이 제시하는 스무 가지의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읽고 있노라니, 마치 거울을 보는 듯 모두가 내가 저질르고 있는 것들이 거론되고 있었다. 더 문제인 것은 내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자행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남자라면 그래야 하는 것 아니야?' 또는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야?'와 같은 다른 이름의 포장과 변명으로 덮어져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만났던 정말 훌륭한 인품의 성공한 사람들을 추억해 보면 그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내용인 것도 같았다(그들과 함께 조직생활을 하지 않아서 채 알지 못한 것도 있지만).
 
문제로만 가득찬 나를 확인하면서 '이대로라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인가' 고민스러웠다. 다행히  '성공을 내 편으로 만드는 7가지 원칙'이 그 해결책이 한숨을 트게 해 주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봄으써 비춰지는 내 모습을 파악하고, 나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상대방의 평가에 귀기울이며 협조를 구한다면, 그래서 그 답을 찾아 꾸준히 노력한다면 결점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을 주었다. 남들에게 자신의 결점을 듣고, 그것을 인정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해결책없이 성공에 대한 허상만 쫓다 도태되는 '헛똑똑이'가 되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이나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비롯되는 일상의 사소한 실수를 고쳐나가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 시도해야 할 당면과제임을 알게 되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뭔가 다르다'라고 흔히 말하는 그 무엇인가는 바로 '그것을 말하는 동료들의 평판이고, 그것은 꾸밈없는 진심의 인간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느꼈다. 내 동료들이 나와 함께 일을 하면서 그들이 꿈꿀 수 있게 하고, 직장생활에서 의미를 찾게 하며, 그래서 그들이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면 이미 성공의 문턱에 들어선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면의 나와 많은 대화를 나누게 만들었던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 중국, 중국인 이야기 - 비행기에서 끝내는
정광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중국을 여행하려거든 망설이지 말고 이 책을 먼저 읽어라 !
 
세상이 온통 중국이야기다. 세계 곡물가와 원자재가 상승의 이유는 중국의 폭발적인 수요가 원인이라고 하고, 작년에 중국펀드로 톡톡히 재미를 본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작년 11월을 기점으로 현재까지40%가 넘어서는 손해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초 언론과 투자전문가들은 일본펀드는 가차없이 환매를 서두를 것을 종용한 반면, 거의 반토막에 다다르는 중국펀드에 대해 환매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악화된 수익률(이 상황에서는 손해율이라고 해야 옳을 지경이지만)도 이유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증권시장이 바닥을 치고 다시 오를 확률은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올 해 8월에 올림픽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에 전세계의 시선은 모두 쏠려 있고, 그것을 기회로 티벳독립은 이슈화 되었지만, 언론이 모두 통제된 채 중국은 그들의 입을 막고 있다. 해외여행에 대한 우리의 수요는 상상을 초월해서 다섯 가구당 한 가구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을 만큼의 정도가 되었는데, 그중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는 곳은 바로 중국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은 바로 우리의 옆인데 과연 나는 중국을 얼마나 알고 있나? 그리고 현재의 진정한 중국의 진면모는 어떤 모습일까? 이 책 [新 중국, 중국인 이야기]를 펼친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비행기에서 끝내는'이라는 소제목과 같이 여행가이드책 정도의 포켓사이즈로 꾸며진 이 책은 중국여행을 하고자 하는 여행객이나 비즈니스맨이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크기가 작다고 무시할 것이 아니었다. 화제의 책 [대국굴기]가 나오게 된 동기와 그것이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 마오쩌뚱이 최근 중국의 아이콘으로 뜬 이유, 빈곤층인 농민공 문제, 중국 주식투자 열기와 푸얼차 투기등 국가, 정치, 사회적인 분야에서부터 중국의 유태인 위저우 상인, 최고의 부촌인 화시춘, 네티즌 2억명을 바라보는 중국의 인터넷 산업등 경제 분야, 그리고 이제는 80后후 세대로 성장한 샤오황디小皇帝, 중국고전을 TV로 읽는 드라마천국 중국의 문화분야까지 마지막으로 그들의 핵심인 역사와 전통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현주소가 총망라된다.
 
이 책은 21세기 당대 중국의 전분야의 키워드와 트렌드가 정리된  지금까지 읽은 그 어떤 중국관련서보다 폭넓고, 가장 최신의 정보가 가득 들어간 '미니중국백과사전'이었다. 게다가 출장인, 여행객을 위한 중국상식에서 약간의 회화까지 수록되어있다. 일반 여행가이드북과 같이 수박 겉핥기식의 내용이 수록된 것이 아니라 마치 오랜 시간 중국에 살아온 듯한 생생하고 깊이 있는 정보들이 가득하다.
 
중국의 전 분야에 걸쳐 확산된 철저한 실용주의노선의 장단점과 현재 중국의 고민, 그리고 그들의 미래까지 밝혀놓은 이 책은 중국의 현재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나 중국여행을 처음하거나 자주 가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중국상식사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머니를 위한 응원가 - 어머니 머릿속에 지우개가 생겼습니다
나관호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영원히 갚지 못할 빚진 자가 부르는 아름다운 응원가 !
 
영국문화협회는 창설 70주년을 기념해 흥미로운 조사를 했다. 102개의 비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4만여 명에게 70개의 단어를 제시하고는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단어를 골라 보라고 한 것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어떤 영어 단어를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했을지가 궁금했던 모양인데, 조사결과 4위인 사랑Love, 3위인 미소Smile, 2위 열정Passion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뽑힌 영어단어는 바로 어머니Mother였다고 한다.
 
이 책은 어머니에 관한 책이다. 그냥 평범한 어머니가 아닌 이제 막 머리속에 지우개를 키우게 되신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못된 '머리속 지우개'를 위해 싸워서 이기기 위해 응원가를 부르는 착한 자식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머리속 지우개'. 어느 영화의 이름처럼 위로 자식 넷을 잃고 다섯째로 아들을 낳아 유독 '내 배로 낳은 아들'을 강조하셨던 팔순의 어머니에게 찾아온 '치매'를 아들은 그렇게 부른다. 그리고 글 곳곳에서 '나도 건망증이 있는데...'라고 말하며 어머니의 증세에 대해 '차라리 오진했기를 바라는 마음'이 발견된다. 그리고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억은 병 중에서도 늘 한결같이 기억하시는 것을 보고 사람의 가슴속에 심겨 있는 깊은 사랑과 감동은 무너진 뇌세포도, 병도 지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자인 아들은 '빚진 자가 드리는 손길'이라는 제목의 응원가를 부르기로 마음먹는다.
 
어머니의 일상을 지켜보면서 일어나는 '지우개' 상황에 대해 소설식으로 풀어나가는데, 이해와 사랑 그리고 감동으로 어머니를 지켜보는 저자의 눈길이 참으로 아름답다. 제일 사랑했던 나의 어머니의 변화를 지켜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것도 거의 하루를 함께 지낸다는 것은 더욱 더 어렵고 두려운 일일텐데, 아마도 지켜보는 나의 괴로움이 커서는 아닐까 싶다. 하지만 자신의 발을 씻겨주는 아들을 보며 '어릴 땐 내가 우리 아들 발을 씻어주었는데, 이제 돌려받네?'라고 말씀하신 어머니의 말씀처럼 핏덩이 때부터 철모르고 자라, 세상물정 모르는 자식을 평생 지켜본 것처럼 점점 어려져만 가는 것 같은 어머니를 지켜보며 함께 함은 그 어떤 이유도 댈 수 없는 당연한 것은 아닐까?
 
저자는 간병인으로써 자신의 개인적 괴로움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환자임에도 가족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무공해 상표를 달고 배달되는 감동 샘물'이라 말하고, 그에 맞는 섬김을 보여준다. 그래서 가족간의 갈등보다는 서로 위로하고 화합하여 '지우개'가 어머니 머릿속을 더 지우지 못하다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의 막간에 '지우개'증세에 효과가 있는 방법, 환자의 불안증을 없애는 방법, 유머를 만드는 방법등을 숨겨두어 독자중에 있을 지 모르는 40만 명의 환자와 140만명의 환자가족들을 배려하여 자신의 응원가가 그들에게도 힘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는 나에게 환자를 보는 시각을 바꿔주었다. 바쁘고 소중한 나 속에 있는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바쳐 내 속을 채워준 '환자'를 봐야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아픈 어머니를 지켜보는 것은 천형天刑같은 고통이 아니라 조금 더 수고로워진 또 다른 삶의 과정임을 알려주었다. 이제 막 예순을 넘기신 어머니의 앞날을 생각하게 해주었고, 항상 곁에 있고, 변함없어 공기처럼 당연시했던 어머니를 다시 보게 해주었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아니하고, 자식은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아니한다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라는 성현의 말씀이 지금도 내 머리속을 맴돌게 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꺼이 길을 잃어라 - 시각장애인 마이크 메이의 빛을 향한 모험과 도전
로버트 커슨 지음, 김희진 옮김 / 열음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길 잃을까 두려워 서 있지 말고, 잃었거든 새로운 세상을 즐겨라 !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 떠오른 곡이 하나 있더랬다. 그 곡은 'Isn't she lovely'로 1976년 발표 앨범 [Songs In The Key Of Life]에 수록된 스티비 원더의 노래인데, 그의 딸 아이샤(Aisha)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곡이다. 이 곡이 생각났던 이유는 사랑하는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나는 딸을 보기 위해 그동안 망설였던 개안수술을 시도하는데, 15분 정도 밖에 볼 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에도 감행하게 된다. 하지만 시신경이 너무 많이 손상되어 결국 볼 수 없게 되는데, 그는 손끝의 촉각으로, 그리고 심장의 뜨거움으로 누구보다 뛰어난 청력으로 그의 딸을 보듯 느끼면서 노래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 실화소설의 주인공, 마이크 메이 역시 기꺼이 길을 잃어서라도 만나고 싶었던 세상에 대한 호기심 하나로 눈을 뜨게 되는 감동적인 드라마다.
 
3살난 아이 마이크 메이는 하얀가루가 들어있는 유리단지를 물에 넣었다가 불이 붙고, 폭발하여 어린아이의 몸에 500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하게 되는데, 그때 눈을 잃게 된다. 문제의 하얀가루는 탄화칼슘이고, 이것은 물에 닿는 순간 폭발성이 강한 아세틸렌가스를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이었던 사실을 어린 꼬마는 몰랐던 것이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메이는 모험심이 강한 어머니 오리 진의 보살핌으로 자라나 세상을 탐험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적극적인 삶을 살면서 활동이 제한적일수 밖에 없는 시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대학까지 다니게 된다.
 
훌륭한 아내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GPS를 만드는 회사의 대표로 활동하던 중 안과의사 굿맨을 만나게 되고 줄기세포 이식 방법으로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될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처음에 그는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일과 가정을 포함한 지금의 삶에 전혀 문제가 없이 행복하게 살던 그는 '세상을 다시 봐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게다가 수술후 복용해야 하는 약물로 인해 간 기능 저하, 신장 기능 저하, 혈압 상승, 콜레스테롤 증가, 떨림, 구토, 탈모, 식욕감퇴, 감염 퇴치 능력 저하 등의 부작용과 마지막으로 암 발생률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한층 더 수술에 대한 의미를 두지 않게 된다. 그리고 앞을 못 보던 사람이 이제껏 없었던 감각이 생겼을 때의 혼란함과 지금까지 누리고 있는 작은 행복감마저 잃게 될까 두려워하게 된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으로 알고 있는 세상이 진짜 모습은 어떨지에 대한 호기심, '나는 어떻게 생겼을까?''내 아내와 아이들은...' 등 그를 더욱 자극하는 것은 호기심이었다. 앞을 보게 된다는 것 한가지 이유가 하지 말아야 할 그 많은 이유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느껴진 그는 '모험하라','호기심에 답하라','기꺼이 넘어지고 길을 잃어라','길은 항상 있다'는 10대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열렸던 캠프의 지도교사였을 때 아이들에게 한 말을 기억하고 수술을 감행하게 된다. 수술 이후에 맞이하게된 또 다른 낯선 세상속의 메이, 그리고 그 속에서 엄청난 시련들과 부딪히면서도 절대로 포기하기 않고 절망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세상이 놀라는 '기적'을 이루게 된다.  
 
이 책이 주는 가르침은 실로 무궁무진했다. 우리가 평범하게 맞이하는 이 세상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얼마나 두렵고 위험한 세상이 될 수 있는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그들이 만지고 느끼는 사물의 세계는 실제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들이 꾸는 꿈조차도 형이상학적 개념의 이름뿐인 현상이라는 안타까움이 장애인중에 가장 안타까운 사람들은 '보이지 않아 꿈조차 꿀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말에 실감하게 되었다. 멀쩡한 나만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고 있는 세상이고, 그들도 기꺼이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부족한대로 행복한 가정과 삶을 꾸려나가던 메이에게 찾아온 '개안수술의 희망', 그리고 수술감행까지의 고민하는 그를 지켜보면서 이는 마치 사업, 사랑, 이직등 이른 바 '새로운 변화'를 앞에 두고 안주와 모험의 선택에 대하여  갈등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그는 앞을 보게 된다면 어떨지 알게 된다는 것이 그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이 아니겠냐고 아이들을 설득하며 수술을 결정했다. '미지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눈뜨게 하고 '기적'을 일으켰던 것이다. 변화의 결과보다는 변화하려는 용기와 또 다른 세상을 내것으로 만드는 인내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배웠다.
 
그는 처음에는 다칠 줄 알기에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서 '타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 하며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차라리 부딪히고 다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군가를 알고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을 보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공간감각능력조차 없어 사람도 구별하지 못하지만 그래서 그의 아내와 아이들을 보지는 못하지만 너무도 사랑하는 것처럼.
 
지금도 그는 자신이 보이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내가 보지 못했기에 또 다른 사람은 그것을 모르기에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숲 속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을것이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조금씩 알아가는 그 길'은 그의 평생을 두고 가장 소중하고 가치있는 길일 것이다. 그의 모험에 가득찬 용기와 꿈을 향한 인내를 닮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라토너의 흡연
조두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 사회의 단면을 고소하고 위트있게 꾸며낸 맛깔난 이야기 책!
 
대학시절 내가 무척 따랐던 선배가 있었다. 
사 년이나 위인 그 선배는 까마득한 저하늘의 태양같이 높아서 눈도 함부로 맞출 수 없던 존재이지만(80년대 말 대학은, 특히 남자들로 득시글한 우리과는 그렇게 살벌했다. 무시무시한 군부정권 만큼이나..) 함께 운동을 했던터라 터울없이 친해질 수 있었다. 학번은 세 학번 차이지만 실제나이는 일곱 살이나 많은 '노老학생'이었던 그는 이제 막 청년이 된 내게는 캠퍼스티를 입은 중늙은이로 비춰져 은근히 함께하기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지만, 알 순 없지만 대단한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그 선배는 항상 주머니가 넉넉해서 함께 하면 늘 밥과 술을 자신이 도맡아 내는 덕에 그를 쫓아다니는 후배들이 예닐곱 명은 족히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남들이 부러움의 시선으로 우리에게 던지는 질투일 뿐 그에게는 넉넉한 주머니 사정보다 훨씬 더 넉넉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그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것이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세상을 등진 채 학력고사 점수높이기에 급급했던 무지랭이 새내기에게는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화수분'같은 이야기에 낮밤을 잊고 듣고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미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대학도 세번 째로 옮긴 그의 이력만큼이나 세상을 보는 눈은 트여 있었고, 사회경험에 목말라하는 중생들에게는 모세와 같은 존재였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주로 사회와 정부를 꼬집는 소재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빠질 수 없는 음담패설도 한 몫을 했다. 학기중에 '자체방학'이라는 명목아래 덜컹대는 중고차를 타고 7박 8일로 여행을 떠나거나, 물때가 좋을 땐 언제나 밤낚시여행을 떠나곤 했다. 웃음 뒤에 남겨진 질문과 고민은 내게 숙제로 남겨졌고, 사회를 살아가면서 그 답을 찾곤 했다. 그 선배에게서 나는 사회를 알았고, 남자를 알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여자도 알게 되었다.
 
소설 <유이화>를 통해 알게된 작가 조두진의 책 <마라토너의 흡연>을 읽으면서 그 선배를 떠올리게 된 건 일곱 편의 단편소설 모두 술 한잔 놓고 밤새워 낄낄대며 장단맞춰 듣던 선배의 맛깔나는 이야기들을 닮았기 때문이다. 정년을 앞둔 형사의 난감한 상황을 그린 [7번 국도]도 그렇고, 자신에게 처한 상황을 강조하다가 결국 어처구니 없는 상황극이 연출되는 [족제비 재판]이 그렇고, 제아무리 선비라도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는 '힘쎈 남자' 신드롬에 낚여버린 사나이의 이야기 [정력가]가 그렇다. "술먹으면 모두가 '개'가 된다"고 했던가? 술집에 모인 정형외과와 성형외과, 그리고 피부과 친구의 손톱을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상황에서 병원 밖을 나온 '별 수 없는 인간'의 군상이야기까지 ... 사회에서 저마다 '제 자리'를 박고 있는 사람들의 애환을 재미있게 꾸며놓았다.
 
가장 재미있게 본 소설은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마라토너의 흡연]인데, 카오스 자체인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덕목을 가진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반해 버렸다. 자신의 삶에 대해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나름의 교훈을 얻었는데, 그 반전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세월은 훌쩍 지나 나는 그때 그선배의 나이보다 열살은 너 먹었다. 꾸준히 만나던 선배와도 연락이 끊긴 지 벌써 여섯 해를 지나는가보다. 얼마전에 읽은 <완득이>가 청소년을 위한 우리 작가의 성장소설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고단한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을 위해 해학과 독설를 갖춘 어른을 위한 소설이라고 보겠다. 소설가는 세상의 거울이다. 아니 빽미러다. 목표를 향해 무표정하게 앞만 보며 달리는 우리에게 소설가들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살필 수 있는 그림을 던져준다. 우리에게 웃음을 더져주고, 안심을 시켜준다. 그리고 큰 기침을 하고 다시 앞을 볼 수 있는 여유를 던져준다. 이 소설은 내게 잠시 휴식을 주었고, 웃음을 던져주었다. 그리고 배움을 던져주었다. 이십 년 전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