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허둥지둥
켄 블랜차드.스티브 고트리 지음, 조천제.황해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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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그 답을 알려준 책.
 
켄 블랜차드가 또 다시 나타났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겅호> , <하이파이브>, <멀리건 이야기>등 직장인들의 가슴에 열정을 불러줬던 경영 우화계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가 이번에는 '허둥지둥'라는 반갑지 않은 한 단어를 들고 나타났다. 예전에 그의 책을 읽고, 고래 뿐만 아니라 나까지도 춤을 추게 했던 그였던 만큼 그의 책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전날 밤 잠들기 전의 호화찬란한 내일의 계획은 아침이면 어김없이 무너지곤 한다. 알람를 맞춰놨건만 소리와 동시에 소리를 죽이고 '5분만~'을 외치며 이불을 뒤집어 쓰는 내 모습은 이미 익숙해진 '피곤을 가장한 달콤함의 만끽'이었다. 5분이면 얼마나 좋을까? 30분 늦게 '헉~'하는 뜻모를 공포감에 깨어나서 시계를 보면... 그 뒤에 출근까지의 황망한 행동은 단 한단어로 귀결된다. '허.둥.지.둥.'
 
생각해보면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피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 버릇은 계속되었던 것 같다. 고치려고도 많이 시도해 봤지만 아직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한 건 정작 중요한 '빅데이'의 날에는 알람 10분전에 깨어나는 '극도의 긴장감'이 아직은 살아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상은 늘 '허둥지둥'이다.
직장에서 별명은 '다 와가', '5분이면 돼', '그놈에 교통때문에'등 지각생의 수식어는 모두 가지고 있고, 심지어는 '너는 지하철도 막히지?'라는 굴욕적인 조소도 들었다. 하지만 그때 뿐. '허둥지둥'은 고쳐지지 않았다. 
 
이 책은 '꾸물대며 일을 미루는 조직원들의 습관이 기업의 침체를 야기시키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하면서 '일을 미루는 습관'을 고치기 위한 실천전략을 우화형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제시해 준 책이다.
일을 미루는 버릇은 '세가지 문제' 즉, 만성적인 지각, 낮은 업무 완성도, 미루는 버릇의 결과에 따른 스트레스로 요약되는데, 그에 대한 해결책은 바로 '우선순위를 정하기'라고 이야기한다.
 
'우선순위정하기'는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그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업무상의 우선순위가 있을테고, 가족관계에서의 우선순위, 또 나를 둘러싼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의 우선순위가 하루 어느 시점에 동시에 발생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할 지 그리고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이 나중인지를 사실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답을 이 책이 해결해 주었다. 이 책의 구성은 특이하다. '허둥지둥' 과장, 밥이 주인공인데 그의 미루는 버릇에 대해 사장은 마지막 경고를 하며 '최고효울성책임자'라는 직책의 그녀를 만나기를 권한다.
 
밥의 문제점은 그녀가 내주는 봉투속의 설문서 형식의 질문서에 대해 생각하고 대답하는 인터뷰로 내용이 채워지는데, 그 질문들의 체크리스트을 보면서 마치 내가 '허둥지둥' 밥이 된 듯 그 설문에 몰두해서 대답을 채워가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난감해 했던 '우선순위정하는 법'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법은 이야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개인마다 다른 자신의 우선순위가 있고, 그것은 가장 핵심적인 개인의 프라이버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나는 그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켄 블렌차드의 책은 얇다. 때문에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몇 개 없다. 그럼에도 그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몇 개 없는 메시지지만 현재 나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이고, 이해하기 쉽고 실천하기 쉽다는 것이다. 또 거듭해서 읽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익히고 나면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위의 질문에 시원하게 답할 수 없다면, 그래서 그 답을 원한다면 이 책을 읽으면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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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4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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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게 하는 위대한 존재의 일대기.
 
 
나는 세종대왕을 존경한다. 하지만 그분이 우리말 훈민정음을 만드셨고, 눈부신 과학발전을 이룩하셨으며, 영토확장에 기여하신 위대한 임금이셨다는 말 밖에는 더 이상 할 수 없다. 독서讀書의 이로움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예전에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 가장 으뜸되는 이로움이라면 이 책 <세종대왕실록>은 내게 독서의 으뜸가는 이로움을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통해 좀 더 나은 나를 모색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 책은 정말 놀라운 인물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세종대왕을 위대한 임금으로 기억하고, 존경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분이고, 어떤 업적을 이루셨는지에 대해 언급할 수 없는 나같은 어정잡이들을 위해 이 책을 쓰게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집필을 하면서 세종대왕 관련 책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 세종에 대한 사료가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에게는 엄청난 시간적 부담과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어서 결과적으로 세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은 서적이 많지 않았던 것 아닌가 하는 말에 그분의 수없는 업적을 어림짐작할 수 있게 한 부분이었다. 그렇게 많은 분량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압축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게으른 내게는 행운이었다.
 
세종의 즉위과정과 세종의 업적과 정치적 편력을 다룬 1부와 즉위 때부터 재위 32년간의 실록의 순서에 따라 기록된 2부 세종실록 요략편, 그리고 세종대왕와 함께한 그의 인재들에 대해 설명된 이 책은 기존에 읽었던 것과는 다르게 '역사물'을 보듯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많이 소개되어 자칫 딱딱하고 건조해질 수 있는 500여 페이지의 실록을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집중시키는 흡인력을 지녔다. 역사에 문외한인 내가 용케도 모두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받은 느낌을 이루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지만 딱히 몇 가지를 꼽아본다면 우선 주목되었던 것은 세종대왕은 어린시절인 충녕대군때부터 엄청난 독서가였다는 점이다.
몇 달간 앓아누워 있던 때에도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아 아버지인 태종이 그런 아들의 건강이 염려되어 시자들에게 시켜 왕자의 책을 모두 빼앗아 감추라 지시했는데, 병풍 속에 끼어 있던 한 권의 책(구소수간-구양수와 소동파가 오고간 편지)을 찾아 그 책을 천 번이나 되풀이 해서 읽었다고 한다. 또한 훈민정음을 창제했을 때 언문의 불가함을 상소하는 신하들에게 "너희가 운서를 아느냐? 사성칠음에 자모가 몇인지 말해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신하들은 세종에게 답하지 못했다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상소하는 신하들에게 '실무적 지식'으로 그들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중국과 일본등을 뒤져 읽어낸 세종의 '언어학'에 대한 실력때문이었다. 그 밖에도 동생인 성녕대군이 죽어갈 때 자신의 의학지식으로 직접 처방전을 썼다는 것, 주역을 직접 풀이 해 태종에게 보고했다는 점은 그분이 얼마나 대단한 독서가이자 노력가였는지 알 수 있게 한 대목이다. 얇은 쪽의 몇 권으로 책읽는다 말하는 내 입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또한 그분은 말 그대로 백성을 사랑한 임금이라는 점이다.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손꼽히는 '훈민정음의 창제'의 동기에서처럼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 싶은 바가 있어도 제 뜻을 펼칠 수 없는 사람이 많아" 그런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기 위함"이 목적이 바로 백성의 편안함을 위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조판서 허조가 백성들에게 율문을 알리지 않는 이유가 사실은 한자를 양반들의 헤게모니로 가지고 있으려 했으면서도 '죄질의 대소에 따라 골라내서 두려워하고, 꺼리는 바 없이 제 마음대로 농간하는 무리가 생길 것'이라고 세종에게 말하자  '율뮨(법률)'을 만들어도 백성이 알지 못하는데 그 율문을 따르라고 한다거나, 범법한 자를 벌주게 되면, 법이 한낱 조삼모사의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쏘아보며 나무라며 백성들에게도 법률을 익히도록 지시했던 점을 보면 그것을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성한 몸도 아닌 소갈(당뇨)을 앓아 앞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지팡이를 짚으면서도 훈민정음 창제를 위해 홀로 노력했다는 이야기에는 진한 감동을 주는 대목이었다.
 
불행한 가족사와 건강하지 못한 신체를 평생 가지고 있으면서도 백성과 나라를 위해 네 시간의 수면시간만을 빼고 전념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고뇌로 가득했을 한 인간으로서 그분에 대해 연민의 정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고,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말 그대로 '왕王'임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평생으로는 도저히 이룩할 수 없는 엄청난 일들을 해 냈던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글로나마 함께 목격하면서 내가 보내는 하루하루의 가벼운 가치를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뭔가 세상에 남겨질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열정이 나를 사로잡는다. 이 책으로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된 듯한 느낌이다. 놓치고 싶지 않다. 그분의 업적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다시 또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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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직장인은 대화법이 다르다 - 개인의 성공과 조직의 성과를 부르는 실전 대화코칭 45
이정숙 지음 / 더난출판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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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동료때문에 회사를 관두려거든 사표를 쓰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어라!
 
 
내 눈길을 끈 것은 흥미를 끄는 제목도 제목이겠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 관심을 갖게 한 것은 저자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대화전문가다. 나는 프라이드 강하고, 인텔리로 명성이 자자한 방송국의 아나운서로 20년을 근무하고, 학문적 연구를 더해 현재 비즈니스 협상, 주주 총회, 사내 커뮤니케이션 향상 교육을 위탁 진행하는 회사의 대표인 저자 이정숙의 커리어는 직장생활 속에서 성공하는 대화법을 이야기해 주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사장이든, 상사든, 말단사원이든 너나없이 직장생활 해먹기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던가? 잘은 몰라도 이집트의 피라미드의 벽화에 써있다는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과 기원을 같이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세상은 그 이전의 30년이 변한 속도만큼이나 변해 버렸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회사가 버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하루아침에 직원들을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길바닥에 내팽겨쳤고, 운좋게 살아남은 직원들은 자연히 가슴속에 담아둔 눈꼽만큼의 '애사심愛社心'를 하수구에 버렸다. 업무지식을 배우기 위해 선배사원에게 온갖 아양을 떨어야 했던 예전과는 달리 거꾸로 선배들이 영어와 인터넷기술, 소프트웨어지식으로 중무장된 후배들에게 눈치보며 테크닉을 물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어디 그 뿐인가? 아래 위로 치고 받으며 자라온 대가족 세대가 보는 한 자녀시대의 후배들의 행동거지는 여간 마뜩찮다.
 
짧은 10년 사이 세상이 바뀌었다. 하지만 회사건물과 사장 그리고 임원들은 은 옛날모습 그대로다.  베이비 붐세대인 사장과 임원진,  X-세대인 중간관리진 , 그리고 인터넷 i - 세대인 말단직원들이 혼재하는 오늘날의 직장. 어쩌면 미치지 않고 직장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기적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현역으로 뛰고 있는 '대화전문가' 이정숙씨가 직장내 인간관계에 때문에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직장에서 잘 통하는 대화법'을 내용으로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의 대상은 새내기 말단사원 뿐만 아니라 후배들을 잘 이끄는 대화법을 필요로 하는 상사들에게도 적용되는 책이라 하겠다.
 
책의 구성 또한 윗사람은 이런 말을 선호한다, 아랫사람은 이렇게 말해야 잘 따른다, 직장에서 해도 되는 말 안되는 말, 직장에서 주류가 되는 사람들의 대화습관, 직장 키맨은 공식대화 이렇게 한다 등 다섯 가지로 나누었는데 앞의 부분이 직원상하간의 처세적 대화법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뒷부분은 직급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필요한 직장내 실전 대화법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마지막 장인 직장 키맨은 공식대화 이렇게 한다 편은 짧은 시간에 주어진 상황과 상대방의 요구에 들어맞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상대를 설득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키맨key-man의 공식대화테크닉에 대해 매뉴얼과 함께 자세히 설명해 준다. 가장 흥미롭고 내게는 요긴하게 쓰일 것 같은 내용이었다. 그리고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배치된 '실전! 직장에서 잘 통하는 대화법'이라는 워크북은 책을 통해 배운 기술을 실전에 응용하기에 좋은 훈련서가 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아나운서의 전직답게 그녀가 제시하는 문제점과 해결책은 베테랑 기술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기존의 성공대화법이 주로 덧없는 '칭찬과 아부의 요령'에 치중되어 기술되었다면, 이 책은 '존경과 존중'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조리있게 말할 수 있는 '당당한 대화법'을 제시한다.
 
부하직원이 버릇없다 폄하할 것이 아니고, 선배나 상사가 무식하다 비웃는다고 될 것이 아니다. 그 무엇이 목적이 되었든 스스로가 선택한 직장이라는 이름의 '노아의 방주'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책이 제시하는 것처럼 '직장에서 잘 통하는' 유쾌한 대화법으로 서로가 잘 풀어나간다면  더 활기차고, 즐거운 직장생활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책 가격은 포장마차에서의 술 한 잔값보다 못하다.
퇴근후 동료들과 해답없는 불평과 푸념으로 경제적 시간적 낭비를 할 것이 아니라 이 책으로 보다 나은 직장생활을 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훨씬 더 경제적일 것이다. 꼭 읽기를 권하고 싶다.  또한 가장 신경을 쓰고 관심을 둬야 할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직장생활 중에서 '업무보다 더 힘든게 사내 인간관계'라는 직원 모두의 푸념에 '예전부터 그래왔던 어쩔 수 없는 관계'라고 애써 무시하는 '멍청한 CEO'들에게는 머리맡에 두고 자기전에 필독해야 하는 성경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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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그림자의 책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그루버 지음, 박미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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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가 이 책을 읽으면 뭐라 칭찬할까?
 
'400년간 숨겨진 세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갈등'이라는 독특한 소재는 흥미를 자아내기 충분했고, 600페이지를 조금 못미치는 밤색 책의 포스는 베개를 써도 충분할 만큼의 두께에 처음부터 기가 죽었다. 자주 바뀌는 시점 변경과 극적 요소가 겸비된 주변인물과 배경에 대한 세밀한 요소들은 무협지의 그것처럼 속이 빈 두께를 자랑한 것은 아니었다. 숨을 길게 늘어뜨리면서 보지 않으면 안될 정도의 인내가 요구된 전반부. 힘이 들었다.
 
중반에 들어서면서는 큰 착각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 세밀한 묘사들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 할 정도로 눈에 잡힐 듯 냄새가 날 듯 빠져들기 시작한다. 브레이스거들의 암호들, 인물들의 복잡한 가족과 주변인물들의 이야기, 위트넘치는 저자의 구술능력은 연신 혀를 차게 만들었다.
 
팩션의 특징은 현대의 시점에서 과거를 추론하고 역으로 밟아가는 과정인데, 당연한 기본틀을 마구 부숴버려 난처한 초반을 되려 추적의 즐거움을 더해준 부분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움베트로 에코의 장미를 연상케 하는 해박한 지식이 뭍어나는 부분들이 가득했다. 역사를 꽤 지루하게 여기는 내가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암호를 풀어가는 과정과 이야기의 배경으로 소개되는 영국역사, 그리고 세익스피어를 둘러싼 미스테리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워서 이 책은 마치 스토리가 두 개인 소설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진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세계적인 문호이자 편지와 일기같은 사실적 사료없이 작품만 남겨진 세이스피어의 존재여부를 의심하고, 미발표된 작품을 등장시켜 그를 사랑하는 수많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의 포커스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만약이라는 불확실성과 이제껏 아무도 본 적이 없다는 희소가치성에 눈이 멀어버린 인간의 욕망등이 작품속에 녹아들어 그 세계에 참여하고픈 욕망마저 들게 한 작가의 힘은 정말 놀라웠다.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독자마다 들여다 본 세계가 다르다는 것. 그 재미를 톡톡히 이끌어낸 멋진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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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해치는 맛있는 유혹 트랜스 지방
안병수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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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필독서!
'침묵의 살인자', 트랜스지방을 낱낱이 파헤친 책!
 
신문,방송 등 언론을 비롯해 인터넷으로 익히 들었던 트랜스지방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 이유는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에야 자제하고 있지만, 그 전에는 아무런 개념없이 바삭한 식감을 즐기느라 먹었던 '튀김'의 찌꺼기는 여전히 내 몸을 유유히 돌아다니고 있을 터, 그 이름의 진상을 알고 주의하고, 제거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언론의 이야기는 그 깊이가 얕고, 인터넷의 정보들은 제각각이라 '먹는 음식에 장난치듯' 우유부단할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좀 더 사실적으로 말해서 썩 나쁘지 않다면 죽을 때까지 '바삭한 식감이 주는 고소한 행복'을 버리고 싶진 않아서였다.
 
하지만 저자는 '튀김식품은 아예 먹지 않는 편이 좋다'고 단언한다. 트랜스지방에 대한 해악은 지난 수 십년 전 고소하고 바삭하다는 이유로, 보관이 편하다는 이유로 지구촌의 모든 가정의 사랑을 독차지 해 왔지만, 그 해악은 최근에 발견되고 있는데, 그 심각성은 미국에서만 한 해에 약 3만 명이 숨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지구촌 전체로 치면 수십만 명에 달한다는 계산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트랜스지방의 초기부터 계산해서 한 세기를 따져보면 수천만 명이 이 인공물질에 의해 희생이 된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이전에는 트랜스지방에 대한 부정적 연구 자체가 없었으므로 그들의 죽음은 '병명을 알 수 없는 의문사'로 포장되었던 것이다. 튀김식품을 먹는다는 것은 '우물에 독약을 풀고 마시는 격'이라는 저자의 충격적인 발언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 무시무시한 심각성은 지금도 진행형으로 계속 된다는 것이다.
 
트랜스 지방은 '난분해성 속성'을 가져 마치 플라스틱에 비유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돼지와 같은 가축의 몸에서도 트랜스지방산이 발견된다'는 것은 또한 충격이었다. 그 이유는 사료에 있다고 한다. 이는 소의 골분을 사료로 먹인 소들에게서 발견하는 '광우병'처럼, 토양에 흘러내린 트랜스지방은 식물체 내로 흡수되어 그것이 식물체 지방의 일원이 되고 이는 다시 인체 또는 가축의 몸으로 들어가 축적된다는 것이다. 무엇을 먹어야 할 지 심히 난감해지는 대목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바로 먹는 기름은 가열하지 말라고 전한다. 가열된 지방은 영양분도 아니고, 지방도 아닌, 차라리 독극물이라고 해야 한다면서 꼭 명심하라고 한다. 그리고 튀김식품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면 차라리 포도씨유보다는 발연점이 낮은 올리브유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물론 제일 좋은 방법은 '튀김식품을 먹지 않는다'는 각오라고 전하면서 말이다.
 
가장 염두해야 할 것은 나쁜 기름은 체내에 들어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런 현상이 누적되어 병리문제로 발전해서 질병으로 표출되는 데 이것이 바로 생활습관병이라고 하면서 '식생활을 자연과 분리시키지 말라'고 경고한다. 인공물질이 아닌 자연식으로 섭생하고 적당이 먹으며, 꾸준한 운동습관이 동반될 때 건강해 진다고 권고한다.
 
이 책은 트랜스지방의 생성과정을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그것이 우리 인체에서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성인이 된 나의 몸 속에는 트랜스지방이 숨어 있을 것이다. 그 무서움을 알았으니, 이제는 튀김식품은 먹지 않겠다고 결심해야겠지만, 부제에 쓰인 것과 같이 우리의 분별력없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무조건 먹지 말란다고 통제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 어느 것보다 맛있고, 고소한 그것들을 금지시킬 방법은 많지 않다. 트랜스지방이 얼마나 무서운 인공물질인지,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식품은 무엇인지, 그렇다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함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꼭 읽어봐야 할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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