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별종들의 별 희안한 질문들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  
 
문명의 발전이유라고도 말하는 인간의 화두 '왜?'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복잡하고 이상하게 얽혀 그 내막을 쉽게 알 수 없는 상황을 '수수께끼'로 놓고 얽혀진 실타래를 풀려고 고민하고 노력한다. 그들의 고민이 현재까지는 알려진 정답으로 도출될 수도 있고, 허무한 노력에 그칠 수도 있지만 수천 년 동안 이어온 이런 인간들의 고민에 대한 열정은 정답과 오답을 떠나 원하던 답과는 다른 결과를 도출해 내는가 하면, 전혀 다른 미지의 사고를 추론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 어느 마술사이자 심리학자인 한 학자가 일상에서 지나칠 수 있는 하찮은 현상속에 숨겨진 수수께끼를 독특하게 파헤친 책이 있는데, 바로 <괴짜 심리학>이다.
 
이 책의 원제는 Quirkology이고, 부제는 'The Curious Science of Everyday Lives' 즉, 일상생활의 색다른 측면을 과학적으로한 연구의 총체"라고 보면 되겠다. 여기서 실험된 모든 연구는 행동주의 과학의 정통에서는 벗어났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학술잡지에서 숨어 있었던 것들로 지난 20년간 인간 행동 속의 특이한 점들을 연구해 온 저자와 시대를 앞서 특이한 연구를 수행했던 몇몇 헌신적인 학자들의 연구결과라고 저자는 말한다.
 
괴짜 심리학의 연구대상은 인간의 직감과 사주팔자,점,미신,유령,초능력과 같은 믿음, 시간, 숫자등 형이상학적 관심과 현상이 한 축(1장과 3장)이라면 거짓말,암시,외모,학습,인간관계등 인간의 활동범위내의 현상이 또 다른 한 축(2,4,6장)을 이룬다. 내가 주목한 것은 연구대상의 세번 째 축으로 놓아도 좋을 법한 '세상에서 제일 웃긴 농담을 찾아라'(5장)이었다.
 
이제껏 '그럴 것이다'라고 막연히 규정했거나 '그렇다더라'라고 주워들은 인간의 행동양식들이 틀릴 수 있음을, 아니면 명제 자체를 의심해야 함을 알려주는 연구의 결과들을 통해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이라고 부제를 정한 이유를 알 듯 했다. '오호~'하는 감탄과 흥미에 이끌려 책속에 점점 빠져드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주의 할 점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이들의 연구를 결과에 치중하지 말고 그들이 연구에 치중하려고 했던 그 질문들과 그들의 연구과정을 유쾌하게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맹랑한 수수께끼'의 답을 찾아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여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학자들과 그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게는 즐거움과 재미를 안겨주었다. 모든 실험마다 실험참가자가 되어 나를 적용시켜보려 애쓰는 모습도 경험할 수 있었다. 제 5장, 세상에서 제일 웃긴 농담을 찾아라를 읽으면서 나는 '속없이 잘 웃는 놈'이란 걸 확인하게 되었다. 이 장은 따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광대하고 재미있는 실험이었다.
 
첨단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듯한 이 시대의 인간이지만 그들의 불합리성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그리고 무미건조한 것 같은 일상과 사람들의 행동이 조금만 들여다 보면 흥미로운 관찰대상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정처없이 걸어가는 불합리한 인간, 그리고 나.
세상살이가 재미있을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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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인의 기술 - 5초 안에 상대를 사로잡는
스기무라 다카요 지음, 전경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자기브랜드를 만드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
하지만 각인의 기술은 없었다.
 
각인刻印 Imprinting. 모든 마케터와 프로모터들이 갖기를 희망하는 능력. 이것을 배울 수 있다면 앞으로의 비즈니스생활은 어제와는 또 다를 것이다라는 희망에서 집어든 책이 바로 이것이다. 사람을 처음 만나는 5초, 그 결정적인 최초의 순간, 나를 강하게 ‘각인’시키면, 상대는 나의 열렬한 추종자가 된다는 이 책의 소개글은 말 그대로 나에게 각인시켰다. 지금 읽지 않으면 중요한 무엇을 놓치는 것 같고, 읽은 이들에게 뒤쳐질 듯한 두려움까지 생기게 했다. 잊혀지는 사람보다는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이 책을 읽었다.
 
하지만 페이지를 거듭할수록 뭔가가 이상했다. 책의 서두에 쓴 저자의 프롤로그 그리고 PART1에서 '경쟁에서 이기려면 나를 각인시켜라'라는 주제글을 빼고는 '각인'이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었고, 대신 '세일즈 포인트'또는 '개인 브랜드'라는 단어가 주를 이뤘다. 각인에 대한 설명이 언급된 글은 82페이지부터 네페이지동안 언급된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첫인상의 법칙' 뿐이었다. 책장을 넘겨가면서 각인이란 단어는 찾을 수가 없었다.
 
궁극적으로 알고 싶은 '각인'의 내용을 찾지 못한 내가 이 책에 집중하기는 어려운 문제였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기분은 마치 모험을 떠나는 '인디아나 존스'가 아니라,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인 듯한 우울하고 수고스러운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만 둘 수 는 없는 일이었다. 일본인이 저자인 이 책을 추적해 아마존 재팬을 찾았다. 그리고 '각인'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원제목은 キャラ立ちの技術 ―自分ブランドをつくろう! 이다 .
우리말로 설명하면 '캐릭터의 기술 - 자기브랜드를 만들어라'라고 할 수 있다.
 
 
의미를 확실히하기 위해 キャラ立ち를일본어통속어사전에서 찾아보았더니 キャラ立ちとは、個性を際立たせ、他との違いがはっきりしていること。다시 말해 타인과 확실한 차이를 만드는 것을 뜻하는 말이었다. 우리는 흔히 '개성'이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자기브랜드를 말하는 것이었다.
아마존 재팬에서 이 책의 저자의 코멘트도 적혀 있었는데,
 
 
著者からのコメント
저자로부터의 코맨트
"企業や商品のPR技術を、個人のパーソナル・ブランドづくりに 応用してみました。
기업이나 상품의PR기술을 개인의 퍼스널 브랜드형성에 적용시켜 보았습니다.
...
自分ブランドに興味をお持ちの方ならず、若手とのコミュニケーション・ギャッ
プにお悩みの方にも、ぜひともご愛読いただけましたら幸いです。
자기브랜드에 흥미를 갖고 있지만 그 방법을 모르거나, 젊은이와의 커뮤니케이션 갭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꼭 읽혀질 수 있다면 행복하겠습니다. "
 
 
라고 적혀 있었다. 저자는 '각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남과는 차별화된 자기브랜드를 만드는 법을 만드는 책인 것이다. 일본원서의 제목대로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던 책이었다. 경제생활에 있어서 평범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를 변화시켜 개인브랜드를 확립하여 자신을 남들에게 알리는 '세일즈 포인트'를 늘리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어필할 수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제목을 쫓아 '각인의 기술'을 알고자 하고, 익히고자 하는 독자가 있었다면 그들을 만족시키기는 부족한 면이 없잖다. 이 책은 내가 찾고자 했던 각인의 기술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개인브랜드를 구축해서, 독특한 캐릭터로 상대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으면 그것이 '각인의 기술'이 아니고 뭐겠냐고 묻는 이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크게 잘못한 생각이다. 일본의 독서문화가 발전된 이유는 실용서의 측면에서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불문하고 독자가 답을 구하거나, 찾고자하는 것을 제대로 찾을 수 있도록 세분화되어 있는 것이 그들의 출판경향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입맛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책을 쓰기 때문에 책의 종류가 많은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책을 찾는 독서인이 꾸준한 것이다. 실용서는 실용서다워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내가 찾고자 하는 답을 그 책에서 찾지 못한다면 그 책은 제 몫을 하지 못한 것이고,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책은 읽혀야 제 이름의 책인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목재의 또 다른 모습의 시신에 불과하다.
 
 한편으로 보면 독서행위는 하여금 까칠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자리를 잡고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정적靜的인 듯 동적動的인 활동이라 신체활동을 최소화시켜 묵묵히 독서를 하지만 두뇌활동은 그 어느때보다 왕성해서 오히려 평소때보다 더 민감해짐을 경험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종이의 질감이나 색깔에 따라, 그리고 활자의 모양과 크기, 자간에 따라 독서를 쉽게 혹은 어렵게 한다고 해서 책의 내용에 관계없이 그 형태만을 보고 책을 구입하기도 할 정도이다. 그럴 정도인데 내가 선택한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어떻겠는가.
한 권의 책을 선택한다는 것은 지식과 느낌을 추구하는 것임과 동시에 자신에게 허용된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투자하는 경제활동인 만큼 그 선택에 있어서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처럼 내가 찾고자 하는 답을 찾지 못한다면 단지 표지에 적힌 글과 출판사의 소개글에 '각인'되어 선택한 나의 결정이 얼마나 한심스럽게 느껴지겠는가.
 
이 책은 자기브랜드를 만들어 타인과 차별화된 '객체'의 나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자기관찰 체크리스트가 잘 정리된 책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고 한다. 자신의 장단점을 확실히 알고, 그들을 수정보완할 수 있게 된다면 이미 '자기브랜드'가 만들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기존의 책과는 확연한 차이를 지닌 책이다. 하지만 각인의 기술을 말하기 위한 책은 아니었다. 5초 안에 상대를 사로잡는 각인의 기술에 대한 언급은 네 페이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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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사나이
김성종 지음 / 뿔(웅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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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안개가 자욱한 날이면 생각이 날 것만 같은 책.
 
축축한 공기, 탁한 시야. 금방이라도 하늘에서 물벼락이 쏟아질 듯한 두려움. 어깨를 움추른다. 코트깃을 세운다. 난 안개가 싫다. 불란서 영화속 축축한 거리에 뿌옇게 번지는 가스등은 운치를 느끼지만, 영화속 모습일 뿐 보기는 좋지만 그 속에 있기는 별로다. 아니 싫다고 말하겠다. 무엇인가는 닥칠 듯 한데 알 수 없는 그것을 기다리는 듯 해서 난 싫다. 내가 운치를 느끼는 가스등 퍼지는 밤거리를 표지로 김성종의 <안개의 사나이>가 내 손에 쥐어졌다.
 
안개 자욱한 신새벽에 일어난 살인사건, 그리고 중국발 민항기의 폭발사고 속에서 범인인 '나'는 알 수 없는 미래 속에서 자신을 추스리는 불완전한 우리를 보여주는 듯 했고,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수사일지'는 그런 현대인을 조망하듯 지켜보는 안개의 증언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순한 육체적 관계로만 생각했던 여인의 존재는 그녀의 죽음을 통해 '나'에게 있어서 그녀는 '유일한 영혼의 안식처'였고, 동무였음을 알려주고, 잠깐은 사실이었던 '나'의 죽음은 10년간 부부였던 아내에게 있어서 '나'는 단지 '돈버는 기계, 물주'였음을 알려준다. '나'는 알면서도 모른 체 살았고, 이제껏 몰랐던 것을 새삼 알게 된다. 인간의 간사하기도 하고, 사악하기도 한 내면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거울을 보는 듯 뜨끔한 면도 있었고, 그것들을 공감하게 될만큼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 놀라 그림자가 없어진건 아닐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를 따르던 떠돌이 개를 보면서 어쩌면 갈 곳 없는 자신을 떠올린 것은 아닐까?
그래서 데려다 키울 수도 없으면서 씻고 닦인 것은 아닐까? 자신의 허물을 씻고 싶었던 것처럼.
따뜻한 파카로 새로 씻은 개를 감쌌지만, 피살자의 피로 범벅되듯이 그의 재탄생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그가 서울을 배회하고, 추억에 젖고, 떠돌이 개에게 이제는 없는 내연녀 미주라는 이름을 붙이고 애정을 주게 된 것은 아마도 안개속에 휩싸여 갈 곳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피살자의 혼령이었든, 자신의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포기든 지금도 알 수 없다. 작가는 인간은 언어라는 함정 속에서 스스로를 몰아놓고 언어라는 한정된 시야로만 사물을 관찰하려 한다면서 그것이 옳은 것인지 물었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음습하고, 축축한 나흘간을 '나'와 함께 동행하면서 음습하고 답답해 햇볕이 보고 싶을 만큼 충분히 느꼈다. 우리는 지금도 안개속을 헤매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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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다 죽어라 - 눈 푸른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던지는 인생의 화두
현각.무량 외 지음, 청아.류시화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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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무엇인가'하는 인간의 화두에 대해
                 답하는 푸른 눈의 지성인들의 깨달음, 그리고 공부.  
 
삶을 더해갈수록 느껴지는 '부족함'은 아마도 '남은 시간의 부족함을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살아온 날의 무상함을 후회하기 보다는 앞으로 맞이할 살아갈 날을 충실히 살고픈 '갈증'때문일지도 모른다. '알 수 없는 부족함''시간의 유한함'과 더해져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강박'으로 다가왔고, 그 중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우선의 방법을 찾은 것은 단 하나. '독서'였다.
 
'독서'를 여행이라고 한다면, 독서의 참맛은 단순히 문자를 따라 읽어내려가는 읽기의 여정이 아니라  나의 삶을 대비하는 비교의 여정이요, 행간의 숨은 뜻을 알아내는 탐구의 여정일 것이다. 인간의 생각이 활자로 옮겨지고, 그것이 나무들의 시신에 새겨져 모아둔 지식의 총합. 바로 책을 읽고, 고민하고, 답을 찾아내는 시간이야말로 유한한 시간을 무한하게 만들고, 알 수 없는 불안한 미래의 길에 가로등을 하나씩 켜가는 것이다. 독서는 바로 온전히 생각하고, 온전히 살고픈 사람들의 공부이기도 하다.
 
다소 충격적이 제목으로 내게 다가온 이 책, <공부하다 죽어라>는 대전 자광사에서 준비한 법회에서 국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영어로 설법을 했는데, 그 설법들을 우리말로 모아놓은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접하면서 던졌던 의문은  합리주의를 추구하고, 과학적시각을 우선하는 푸른 눈의 외국인들이 동양의 종교 불교에 귀의하여 무엇을 얻으려고 했던 것인지, 그리고 설법을 한 수행자들은 이른 바 세계 유수의 대학교를 마친 지성인이었기에 그들에게 펼쳐지 밝은 미래를 내던지고, 출가한 까닭은 무엇인지였다. 그리고 '서당개 삼년의 풍월'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나의 불교관이 갖은 의문은 과연 '공부하다 죽을 만큼' 배울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모두 열 한 분의 수행자들이 영어로 설법한 것을 번역하여 그들이 설법은 물론 그들이 설법을 하면서 행동한 것들도 지문으로 적어놓았고, 어려운 불교용어 또한 자세히 해설해 놓아  마치 동시통역자를 옆에 두고 설법을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자연스럽게 써내려갔는데,  2003년 여름의 설법이 지금 출간된 것 이유를 알 듯 했다. <만행 - 하버드에서 화계사가지>의 책으로 유명한 현각 스님을 필두로 하여 미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영국, 스위스 그리고 스리랑카에서 오신 수행자들의 설법을 들으면서 불교가 인간에게 던지는 '화두' 즉, "나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 었다. 그리고 올바른 삶이란 어떻게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는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매 순간 완전하고 온전하게 사는가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양인의 시선답게 사물을 그리고 진리를 비교분석하며 합리적인 시각으로 설법해 나가는데, 이해하기가 쉽다고 느껴지는 것은 서구학문에 익숙한 탓일까? 아니면 외국인 수행자의 내공이 이정도라니 하는 충격에 따른 질투의 발로인지도 모른다. 놀라움과 감탄이 계속되는 경험을 하였다. 
 
설법에 앞서 수행자들의 이력을 적어두었는데 승승장구하던 그들의 이력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현실의 자신에 대해 불만족하던 차에 그들 또한 설법을 듣고 출가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들이 그랬던 것은 진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지녔음에도 찾을 수 없었기에 고독하고 두려웠던 그들의 인생에 한 분 스님의 설법은 그들에게 길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들이 '출가'라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길을 헤매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산스크리트 어로 인간人間은 '둘라밤'이라고 한다. 그 뜻은 '매우 얻기 힘든 드문 기회' 다시 말해, 우주의 생물체로서 '인간'은 그 자체로 좀처럼 되기 힘든 축복된 생물체라는 말이다.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은 '매우 얻기 힘든 드문 기회'인 자신들을 오로지 '진리 추구의 길'에 몰두하기로 정한 사람들인 것이다. 둘라밤으로서의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목숨부지의 생이 아니라, 내가 원하고 추구했던 어떤 것을 위해 정진하고 공부하다 죽어야 최소한의 제 이름값을 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작은 깨달음이 나를 깨웠다.  
 
'나는 무엇인가?'를 찾는 수행이란 사실 돌아옴의 문제, 즉 이미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기억하는 일이지, 얻고자 한다면 그것을 얻을 수 없다는 현각스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책을 덮고난 느낌은 템플스테이temple stay하듯 잠시 여름끝의 산사에서 수양을 하고 온 기분이었다. 독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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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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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히말라야 도서관에는 책이 없다?
 
책을 읽어오면서 소름이 끼치는 감동은 종종 받았지만 눈물을 흘렸던 기억은 좀처럼 없는듯 하다. 아니 없다고 해야겠다. 책을 펼치면서부터 모두 읽고 덮을 때까지 꼼짝하지 못하고 읽고, 게다가 울컥하기를 수차례 결국 눈물까지 짓게 만든 책은 이 책뿐인 듯 하다. 
 
한 청년이 만들어내는 작은 기적, 바로 소개하는 이 책. <희말라야 도서관>이다.
 
승승장구하며 세계를 누리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서 활약하던 청년, 존우드는 휴가차 들린 네팔에서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숙소에서 만난 네팔의 교육가를 통해 아이들의 교육실태을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고 돌아온다. 치열한 경쟁과 암투가 계속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책을 가지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잊지 못하는 저자는 부모님과 함께 네팔에 보낼 책과 성금을 모금하게 되면서 그의 룸투리드 Room to Read사업은 시작된다.
 
"우리가 물질적인 부자인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정한 문제는 그것으로 무엇을 할 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젊은 나이에 성공했다. 어떤 경우는 운이 좋아서였다. 하지만 내가 물질적으로 부유해졌다는 것이 훌륭한 사람이 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문제는 그걸로 무엇을 하는가이다...."
 
최고의 직장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던 그가 자신을 아껴온 상사의 믿음을 버리고, 사랑하는 여인의 반대와 부모님의 염려를 뒤로 한 채 부모수의 사회사업을 시작하게된 것은 네팔의 적당한 도서관조차 없는 500명의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과거부터 맹세해 온 '더욱 많이 베풀면서 살 것'을 더이상 핑계대며 살지 않겠다는 결심때문이었다.
 
네팔과 베트남 그리고 Room toRead의 도서관과 책을 받게 된 아이들의 기쁜 모습과 그들이 보낸 편지들, 그리고 '세상은 교육받은 아이들에게서 시작한다'는 신념 하나로 활동하는 저자 존 우드를 성원하는 세상사람들의 응원과 후원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처럼 내 눈에 읽혀지고 끝내 눈물로 답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는 제아무리 각박하고 혼란스러운 사회라 할지라도 함께 하려는 나누는 마음으로 돌아서게 만드는 것 같았다. 결국 10년이 채 되지 않아 개발도상국가에 150만 권의 책을 기증했고, 3,000개의 도서관을 건립했으며, 200개의 학교를 지었다고 한다. 천만 명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는 그날까지 오늘도 그 숫자는 아직 진행형이라고 한다.
 
자선을 또 다른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확장한 가장 좋은 사례라고 평가받고  이 책을 사서 읽는 독자는 어느 개발도상국의 도서관 건립에 벽돌을 보내는 역할을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Room to Read를 통해서 사회사업은 결코 부자만의 점유물이 아니며, 세상의 작은 손길들이 모일 때 그 효과는 배가가 되고, 세상의 온도를 1℃ 더 높인다는 것을 알았다.
 
가슴 뜨겁게 만드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같은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읽어야 할 책이고, 직간접적으로 NGO등 사회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사례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 외에도 아프리카에서의 활동을 적은 책이 또 있다고 한다.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듯 하다. 또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일으켰는지 어서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좋은 일은 세상에 알려야 한다.
그가 보내는 이메일 서명 파일은 이렇게 쓰여 있다.
 
 

존J.우드/룸투리드 설립자 겸 CEO
세상은 교육받은 어린이들에게서 시작한다.
www.roomtoread.org
 

 
우리는 현재까지 200개의 학교를 지었고, 2,500곳이 넘는 도서관을 설립했으며,
1백만 2천 권의 도서를 기증했고, 1,800명이 넘는 소녀들에게 장학금을 주었습니다.
 
세계적인 교육을 위해 당신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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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히말라야 도서관 - 룸투리드에 기부금 보내는 법.
    from 히말라야도서관 2008-10-04 00:28 
    룸투리드에 후원하고 싶으시나 언어문제로 못하시는 분을 위해 번역자료를 올려드립니다. 출처 : https://www.roomtoread.org/involvement/donate/other.php#credit 우리 개개인이 할수 있는건 아주 작습니다. 하지만 함께 모이면 엄청난 일을 해낼수 있습니다. - 헬렌 켈러 룸투리드의 목표는 천만명의 어린이가 평생의 선물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서포트로 인해 이 프로젝트는 성공에 다가갑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