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 700년 역사에서 찾은 7가지 혁신 키워드
스티븐 존슨 지음, 서영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생각의 탄생, 독서와 산책에서 비롯된다

 

 

“탁월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은 산책을 나가는 것이다. 혁신의 역사는 산책을 하는 동안 떠오른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오랫동안 샤워를 하거나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동안에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라고 외친 것도 욕조 안에서였다. 샤워나 산책은 수많은 해야 할 일로 가득한 현대인의 삶, 예컨대 청구서 지불, 이메일에 답장 쓰기, 아이들 숙제 도와주기 등등에서 벗어나 더 결합하기 쉬운 형태가 되게 한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마음은 오랫동안 간과했던 연결을 만나게 되고 뜻밖의 발견을 했다는 기쁨을 느낀다. ‘왜 지금까지 이러한 생각을 못했지?’하면서.“

 

 

오늘날 사회는 개인은 ‘창의적인 인간’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고, 기업 ‘혁신적인 기업’이 되어야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저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처럼 창의적인 인물이 되고 싶어 하고, 애플처럼 혁신적인 기업을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언감생심. 그게 어디 생각만으로 되는 일인가. 단 한 가지 ‘탁월한 아이디어를 꺼내는 방법’만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꿈꿔 볼만도 하겠다. 이 책<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를 우리가 읽어야 할 이유기도 하다.

 

 

 

 

<이 책에 대한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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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가 선정한 ‘인터넷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인’에 선정된 과학저술 작가이자 세계적인 IT 전문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자인 저자 스티븐 존슨은 탁월한 아이디어의 탄생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700년간의 역사를 뒤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탁월한 아이디어 200개를 연구한 결과 공통적인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저자는 우선 탁월한 아이디어는 특별한 사람에게서 특별한 상황에 번뜩이듯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탁월한 아이디어란 어느 순간에 반짝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진화하고 발전해나간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아이디어는 생성과 소멸, 그리고 연결, 결합을 반복하면서 진화 발전한다는 것이다.

 

 

한편 탁월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환경, 즉 역사 속에 나타난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7가지 속성과 패턴은 다음과 같다.

인접가능성 -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라

유동적 네트워크 - 자유로운 공간에서 넘치는 정보를 공유하라

느린 예감 - 천천히 진화하여 새로운 연결을 만든다

뜻밖의 발견 - 예감 속에 있는 연관성을 찾아내라

실수 - 잡음과 오염을 탐구하라

굴절적응 - 문 뒤에 숨은 가능성을 상상하라

플랫폼 - 생산적으로 충돌하고 다시 결합하라

 

 

저자는 던바의 연구라는 실험을 통해 분자생물학 같은 과학자의 실험에서 위대한 발견은 혼자서 발견하는 일은 아주 드물다는 점을 찾아냈다. 오히려 대부분의 중요한 아이디어는 10명 남짓의 학자들이 모여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최신 연구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정기적인 실험실 모임에서 나왔다며 혁신의 시작 지점은 ‘현미경이 아니라 회의 탁자’라고 말했다. 즉 훌륭한 아이디어는 사방을 벽으로 둘러싼 독립적이고 보호하는 환경이 아니라 제약이 없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디어의 탄생에는 환경, 즉 혁신의 공간(space of innovation)도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사례가 있다.

 

 

 

 

1650년 영국 옥스퍼드에 영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커피 전문점 ‘그랜드 카페’는 계몽주의라 부르는 지난 500년 동안의 위대한 지적 개화기를 성장시키고 퍼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다. 영국에 차 문화가 전파되기 전 영국 사람들은 물이 깨끗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물 대신 술을 마셨다. 그런데 그랜드 카페가 생긴 후 생각의 억제제 역할을 하던 술 대신 흥분제 역할을 하는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좋은 생각을 끄집어내게 된 것이다.

 

다양한 채널의 의견과 생각들이 연결, 융합, 재결합이 과정 속에서 서로 얽히면서 재발명된 것이 아이디어라는 저자의 주장은 아이디어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난 주장이라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본문 속에 등장하는 3차 방정식, 인쇄기, 연필, 수세식 변기, 전지, 구글 등 역사적 사실에서 찾아낸 탁월한 아이디어의 탄생 사례들은 아이디어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알게 한다.

 

저자는 좀 더 혁신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그랜드 카페’의 그들처럼, 혁신 기업 구글google 과 창의적인 디자인 회사 아이디오ideo가 그렇듯 서로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생각이 합쳐지고,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새롭고 흥미로우면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의견충돌을 일으키는 혼란스러운 광경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개인이 탁월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산책과 독서를 꼽았다.

 

혁신의 역사는 산책을 하는 동안 떠오른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산책은 수많은 해야 할 일로 가득한 현대인의 삶, 예컨대 청구서 지불, 이메일에 답장 쓰기, 아이들 숙제 도와주기 등등에서 벗어나 더 결합하기 쉬운 형태가 되게 한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마음은 오랫동안 간과했던 연결을 만나게 되고 뜻밖의 발견을 했다는 기쁨을 느낀다. 오랫동안 샤워를 하거나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동안에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라고 외친 것도 욕조 안에서였다.

 

한편 독서는 외부 세계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흥미로운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전달받는 수단이 된다. 독서는 독자가 가진 질문과 고민에 즉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만나는 수많은 단어와 문장들을 통해 스스로 대화하고 생각하면서 알고자 했던 답의 힌트를 얻거나 아이디어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직장인이 책을 읽기는 결코 쉽지 않다. 출퇴근 하면서, 자투리 시간이 날 때 마다 틈틈이 책을 읽는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큰 도움이 되질 못한다.

 

저자 역시 이러한 짬짬이 독서는 기억력의 한계로 인해 잠재적 결합이 제한을 받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가 어렵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빌 게이츠가 ‘생각주간’이라는 2주간의 휴가 동안 책을 읽는 것처럼 우리 역시 다양한 책과 에세이를 집중적으로 읽는 시간을 따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빌 게이츠처럼 많은 시간은 아니더라도, 직원들에게 시간을 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도록 장려하는 것처럼 시간을 내서 독서를 하게 해서 새로운 아이디어의 네트워크에 빠질 시간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독서경영을 기업문화로 하는 기업들이 주목받는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이디어를 생각하느라 고민하지 말고, 이제부터 산책을 하고, 예감을 키우자. 그리고 여러 가지 취미활동을 하고, 커피하우스 같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공유하자. 마음껏 수다를 떨며 남의 생각을 빌리고, 재활용하고 다시 만들다 보면, 여러분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을지도 모른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12월 106일) 부자가 되는 책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리뷰는 코오롱 그룹 사보 KOLON (2012년 12월호)에 실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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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컴퍼니, 착한 회사가 세상을 바꾼다 -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
로리 바시 외 지음, 퓨처디자이너스 옮김 / 틔움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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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기업, 이익에 사회적 가치를 더하라!

 

 

지난 2008년 바다 건너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가 가진 부의 삼분의 일 정도를 증발시켰다. 달러 가치의 하락으로 금을 제외한 모든 재산 가치는 마치 창호지가 불에 타듯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그러졌다. 대공황과 같았던 그 때의 충격은 우리에게 큰 교훈 하나를 줬는데, 바로 우리 삶에서 과연 ‘무엇이 소중한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게 되면서 물건을 소유하기보다 건강, 우정, 여행,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갖는 것 등 정신적인 것에 더 높은 비중을 두게 되었다. 그리고 소비자 형편이야 어떻든 팔 때만 좋아하고, 경제위기 따위는 ‘나 몰라’라 독야청청했던 대기업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에 반해 소비자가 주목한 것은 윤리적 기업, 사회적 기업이었다.

 

마케팅의 대부 필립 코틀러는 책 ‘마켓 3.0’에서 윤리적 기업, 사회적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했다. 즉 미래의 3.0 시장은 소비자 지향적이고 고객 만족을 목표로 하고 기업들이 고객 만족과 이익 실현에 그치지 않고, 빈곤과 빈익빈 부익부, 환경 파괴와 같은 현실적 문제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치(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살아남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코틀러는 3.0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마케팅을 넘어서 소비자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마케팅을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그렇다면 기존의 대기업들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궁금했다. ‘늙은 여우는 사냥법을 다시 배우지 않는다’고, 현재 시장을 움직이는 그들이 과연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직접 묻고 싶었다. 그리고 <굿 컴퍼니>(틔움)는 내게 통쾌한 답을 주었다.

 

 

 

 

<굿 컴퍼니>는 한마디로 ‘대기업은 얼마나 착한 걸까?’ 파헤친 책이다. 짐 콜린스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팬인 네 명의 저자들은 21세기인 오늘날 기업이 착해지지 않고는 결코 위대해 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착한 기업은 직원, 소비자, 이웃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이고, 이런 착한 기업이야말로 세상을 살만하게 바꾼다고 보았다. 그리고 저자들은 ‘착한 회사 지수’라는 것을 만들어 포춘 100대 기업을 분석해 착한 회사를 찾아봤다. 착한 회사 선발의 기준이 되는 ‘착한 회사 지수’의 산출 기준은 기업에 대한 직원과 소비자의 객관적인 평가, 처벌과 벌금형을 받은 기업 분석 자료, 과도한 경영진 보수 지급 내역, 자선 활동 등 방대한 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도출되었다. 우선 포춘 100대 기업 중 디즈니와 페덱스 오직 두 개의 회사가 착한 회사 A등급을 받았다. 우리가 잘 아는 월마트와 코카콜라, HP는 C등급을 받았고, IBM은 B 플러스, 애플은 B마이너스를 받았다. 포춘 100대 기업 중 35개 회사가 B 혹은 그 이상의 등급을 받았고,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17개 회사는 D나 F를 받았다.

 

‘굿 컴퍼니‘ 등장은 이제는 기업이 이익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는 근로자들의 행복 추구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기업은 근로자들이 생존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도와야 한다. 저자들은 나쁜 회사들이 용인되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그 이유는 바로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휴먼 네트워크의 강화 때문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옛날과 달리 나쁜 회사를 직접 벌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다시 말해 지금은 특정 회사나 브랜드에 대한 경험을 신속하고 자연스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이기에 기업은 더 이상 불만에 가득 찬 직원과 소비자의 입을 틀어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된 것이다.

 

 

“앞으로 모든 기업은 착해져야만 하며, 그렇지 않은 기업은 큰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지역사외나 환경에 대한 책임 의식 없이는 엄청난 재앙을 피해갈 수 없다. 고용주로서 보다 바람직한 고용 및 사업 관행을 만들어나가지 못한다면, 수많은 직원들은 만족스럽지 못한 일자리에서 고통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판매자로서 사회적 가치를 높이지 못하면, 기업은 고객에게 물리적으로나 혹은 금전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제품과 서비스를 팔고 앉아 있는 것과 같다. 사회적 가치는 국가와 자본주의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상대적으로 큰 역할을 맡고 있는 정부가 사회적 가치의 시대를 이끄는 데 있어서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기업의 나쁜 행동을 억제하는 법률과 규정을 만들고, 기업의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드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직접 보여주고 있는 영향력은 많은 기업을 선함으로 이끌어 나가는 동력이 될 것이다.“ 275~276 페이지

 

 

굿 컴퍼니들이 가진 다섯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상호주의: 착취(exploitation)의 구조에서 벗어나 상호 작용을 통해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작(cultivation)의 구조로의 변화

- 연결 지향성: 연결되고, 인지되며, 영향을 주고받으려고 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

- 투명성: 기업의 이해관계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기업 의사 결정의 배경과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의지

- 균형: 대립하는 우선순위들 가운데서도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지혜

- 용기: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더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옳다고 믿는 것을 행동하는 것

 

종합해 보면 ‘기업이 직원과 소비자와 투명하게 연결되고, 그들에게 삶을 윤택하게 돕겠다는 마음으로 경영한다면 디즈니와 페덱스와 같은 착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 정도 되겠다. 나는 미국의 ‘굿 컴퍼니‘를 살피면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과연 무슨 등급을 받을까 궁금해졌다. 필경 성적은 미국에 비해 그리 좋지는 않으리라 짐작은 되었지만, 현실이 알고 싶었다. 그래서 지인인 주간 경제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굿 컴퍼니>라는 책과 ’착한 회사 지수‘, 굿 컴퍼니의 평가 방식을 설명하며 한국판 ’굿 컴퍼니‘에 대한 기사를 내보는 것은 어떤지 물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기자로부터 데스크와 회의 끝에 ’기획기사‘를 내기로 결정,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공개된 자료가 많지 않아 고전을 겪고 있지만, 매출액과 이익으로만 평가했던 국내 대기업에게 ’착한 회사 지수‘의 잣대를 적용한다는 점에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반가운 소식, 기사가 얼른 보고 싶었다. 그리고 작은 책 한 권, 기사 하나가 소비자에게 기업을 바라보는 변화된 시선을 제공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다. 굿 컴퍼니Good Company, 비즈니스맨이라면 일독해야 할 굿 북Good Book이다.

 

 

이 리뷰는 출판전문 저널 <기획회의>(334호)에 기고된 원고 입니다.

 

<아래 동영상은 매주 목요일 오후 12시 30분 팍스 TV에서 방송되는 "부자가 되는 책"의 방송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굿 컴퍼니"에 대한 자세한 책 소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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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전쟁 - 금융회사에 털리고 정부에 속는 직장인들을 위한 생존 경제학
원재훈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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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껏 몰라서 털려 왔던 내 월급의 진실

 

 

“월급생활자의 급여는 자영업자나 기타 전문직 종사자들처럼 세금을 신고하지 않아도 쉽게 집계가 되니 정부의 세금 징수가 상대적으로 쉽다. 또 전체 월급생활자 수가 약 1,600만 명이나 되다보니 세율을 조금만 올려도 거둬들이는 액수가 어마어마해진다. 게다가 월급생활자들은 자영업자보다 수입이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하다. 그리고 조세저항이 적기 때문에 세금을 거둬들이기에 가장 매력적인 계층이기도 하다. 큰소리치는 재벌이나 기업에게 세금을 올려 받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직장인들 입장에서도 4대 보험을 포함해서 8~9가지나 되는 공제내역을 일일이 신경쓰고 살기란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지난달과 비교해봤을 때 몇 만 원이 빠져 있으면 “또 뭐가 올랐네!”라고 투덜대다 금세 잊어버리는 것이 직장인들의 삶이다.“

 

 

한국 경제인구 중 약 40퍼센트, 대한민국 인구 중 약 1,621만 명은 유리지갑을 든 월급생활자다. 이들은 정부의 착한 납세자이자 기업의 중요한 인적자원이며 소비의 주역이자 금융기관의 가장 든든한 고객, 뒤집어서 한마디로 말하면 5천만의 봉이요, 호구라는 말이다.

 

공인회계사 원재훈은 직장인들을 만날 때마다 금융회사에 털리고 정부에 속는 그들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또한 월급쟁이들은 월급이 통장을 스쳐가는 것 같다고 불평만 하는데, 그들이 의외로 금융지식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쓴 책이 <월급전쟁>이다.

 

저자는 직장인의 월급에 맞물려 돌아가는 정부와 금융회사, 직장의 은밀한 이야기와 돈이 움직이는 실체 보여준다. 그리고 월급이 들어올 때 마다 빠져나가는 마이너스통장 이자, 펀드, 보험, 학자금대출까지 나아가 퇴직금과 연금까지 허수가 아닌 실제로 손에 만져지는 금액의 월급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냈다.

 

 

 

 

 

 

우선 월급이 빨리는 가장 큰 빨대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다. 연봉 3,000만 원 짜리 직장인의 국민연금은 11만 2,500원, 연간 부담액은 135만 원이다. 여기다 건강보험료를 합하면 연간 227만 원이 떨어져 나간다. 그럼 나중에 나는 얼마나 받을 수 있는 걸까? 국민 연금 최고 납입액 수준인 월 30만 원을 30년간 꾸준히 내면 1억 7,000만 원 정도가 생긴다. 이 금액을 20년 동안 받는다면 월 56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30년 후 56만 원은 과연 얼만큼의 가치가 될까? 쌀 한가마니나 될까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간접세 천국이다. 음식이나 쇼핑할 때 붙는 부가가치세, 술에 붙는 주세, 담배에 붙는 담배소비세, 자동차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 3D TV에는 개별소비세가 붙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품을 사는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00만원 월급을 받는 나와 대기업 회장님이나 생수 한 병을 마시면 같은 세금을 낸다. 그래서 소득이 적은 내가 조세부담률은 더 높은 셈이니, 정말 헐~ 소리 날 일이다.

 

이 책을 통해 금융회사들이 내 월급통장에서 신용카드와 대출, 마이너스통장, 펀드, 보험 등의 빨대를 꽂아 매출을 뽑아올리는 진실은 더욱 가관이다. 내가 은행에 돈을 맡기는 이자는 3%인데 돈을 빌리는 이자는 왜 8%인지, 왜 카드업체를 고리대금업이라 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시켜주면서 사고가 나면 묻고 따지는 보험회사의 현실, 펀드회사들의 높은 수수료 수취 실태, 내 월급만 빼고 모든 물가가 오르는 이유 등을 알고 나면 마음 놓고 내 돈 맡길 곳 하나 없어진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10월 11일) 부자가 되는 책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직장인의 가장 큰 적은 마이너스 통장이다. 10명 중 9명은 마이너스 통장을 가지고 있고, 그 중 99%는 이 통장에 빚을 지고 있다. 본래 돈이란 없으면 안 쓰게 마련이다. 그것이 대출이든 자기 돈이든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본래 저축보다 소비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처음 마이너스 통장을 받았을 때가 기억나는가? 거기에 찍힌 2,000만원은 나의 신용도이자 쓰는 만큼 갚으면 되는 보너스 같았다. 흔히들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더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이자가 나가지 않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일단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기만 하면 돈을 실제로 한 푼도 건드리지 않았다 해도 신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남들보다 더 좋은 이자율을 받기는 어려워진다.

 

마이너스통장의 대출 약정기간도 또 다른 함정이다. 마이너스통장의 대출기간은 대개 1년, 계속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아무런 불편 없이 대출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회사를 쉬거나 퇴직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은행은 어떻게 알았는지 알아채고 고객의 신용도가 낮아졌다는 이유로 금리를 좀 더 올리려 든다. 이 때 마이너스 통장은 그야말로 독약이 된다.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면서 한도에 딱 맞춰서 사용하더라도 억울하게 연체를 내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마이너스 통장의 이자는 정확하게 이자지급일에 맞춰서 이자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자의 출금일은 한 달에 딱 한 번인데, 이 날짜를 놓치면 돈을 갚았더라도 가공할 연체이자를 물게 된다. 가급적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지 말자. 그리고 마이너스통장을 쓰고 있다면 이자 내는 날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직장인의 재테크에도 문제가 크다. 가장 큰 문제점은 직장인 자신에게 있는데 주식투자를 할 때 위험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현금화되지도 않은 미실현 이익을 자신의 통장에 돈이 찍힌 것으로 착각하고 소비를 늘리는 일이다. 이를 ‘부유효과’라 하는데, 예를 들어 주식의 가격이 오른 날에는 돈을 벌었다는 기분에 취해 흥청망청 돈을 쓴다. 실현된 이익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심지어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면 내일 다시 오를 것을 기대하고 돈을 흥청망청 쓴다. 내일 다시 오르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벌지도 못한 돈을 벌었다고 착각하고 소비를 늘리는 격이니 통장잔고가 매년 다람쥐 쳇바귀 돌듯 제자리를 맴도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저자의 말대로 재테크는 부자들한테나 어울리는 건지도 모른다. 좋은 부동산이나 좋은 금융상품을 찾아내는 게 원래 쉽지 않은데, 직장인보다는 돈 많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죽을 직장인도 없겠지만 기죽을 것도 없다. 저자는 우선 불황기 직장인의 재테크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재테크의 첫걸음인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 그리고 가급적 현금을 보유하면서 물가상승률 정도의 투자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특히 은퇴 후의 재테크 자금은 현금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저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재테크라고 말한다. 구관이 명관이라 했던가. 소비를 줄이고 저축 비중을 높이는 재테크의 기본이 결국 오늘을 이기는 최고의 방법인 셈이다. 결론에서 저자는 물질적 행복이 아닌 진정한 행복을 찾도록 노력하라고 권한다. 당신에게 묻는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 주말까지 일해 가며 조금이라도 많은 돈을 벌기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기 둘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할까? 이 선택 속에 당신의 월급을 잘 지키는 방법이 숨어 있다.

 

 

 

이 리뷰는 코오롱 그룹 사보 KOLON (2012년 11월호)에 실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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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의 선택
짐 콜린스 & 모튼 한센 지음, 김명철 옮김 / 김영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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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 운이 아닌 신중한 선택과 규율 있는 실행에 달렸다

 

 

2002년 어느 날 세계적인 경영구루 짐 콜린스는 9.11 테러와 같이 나라와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든 예기치 않은 사건 속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기술변화와 글로벌 경쟁이 계속되는 세계경제를 들여다보다 질문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왜 어떤 기업들은 혼란과 혼돈 속에서도 번창하는 반면 다른 기업들은 그렇지 못할까? 격동으로 흔들리거나,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크고 빠른 힘에 타격을 받으면서도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12페이지

 

그리고 모튼 한센 교수와 함께 9년 동안 2만400개의 미국 상장(上場) 기업 가운데 1972년부터 2002년까지 30년 동안 동종 업계 경쟁사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안겨준 기업을 추출, 혼돈과 불확실성, 불안정한 시장 속에서도 성공을 일궈낸 기업들을 찾아, 그들 기업을 ‘10X 기업‘(그 기업의 리더들을 ‘10X 리더’라 불렀다)이라 명명했다. 10X기업은 암젠,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사우스웨스트항공, 프로그레시브, 바이오멧, 스트라이커 등 모두 7개사다. <위대한 기업의 선택Great by Choice>는 동일한 극단적 환경에서 큰 성과를 낸 10X 기업과 몰락한 비교 기업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10X 기업의 성공 요인을 파헤쳤다. 짐 콜린스가 위대한 기업을 뛰어넘는 10X 기업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선진국들이 누렸던 20세기 후반과 같은 평온한 시기는 앞으로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저자들의 연구결과 밝혀진 사실은 실로 놀라웠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격변하는 세상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더 과감하게 행동하는 예지력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 같은 리더’가 필요하고, 성공 핵심은 ‘혁신’이며, 빠른 결정이 필요하고, 변화를 추구해야 하며, 운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저자들은 10X기업을 이끈 10X리더들에게 공통적인 핵심 행동 양식 세 가지, 즉 광적인 규율, 실증적 창의성, 생산적 피해망상이 있었고, 이 세 가지 핵심 행동양식을 살아서 움직이게 해주는 중심 원동력이 바로 ‘단계 5의 야망’이 있었다고 밝혀냈다.

 

짐 콜린스는 암벽 등반을 즐기는 모험가 답게 대혼돈기에 기업 생존의 비법을 1911년 10월 남극점 최초 도착을 놓고 로알 아문센(Amundsen)과 로버트 스콧(Scott)이 세기의 대결과 비교했다. 이 대결의 결과는 아문센 팀의 완승이었다. 스콧 팀은 지친 나머지 눈 속에 갇혀 전원 사망했지만, 아문센 팀은 가장 먼저 남극점에 도달했고, 안전하게 되돌아왔다. 무엇이 이 둘의 운명을 갈랐을까?

 

아문센은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대원들이 체력을 소진하지 않도록 적정성을 유지해 항상 15~20마일 행진을 고수했다. 반대로 아무리 날씨가 나빠도 15마일 정도를 행진했다(광적인 규율). 반면 스콧은 날씨 좋은 날은 체력이 고갈될 때까지 대원들을 혹사했고, 날씨가 나쁘면 텐트 안에 며칠이고 있었다. 그리고 아문센은 남극 원정을 계획할 때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웨일스 만을 베이스캠프로 선택했다.

 

모든 사람들이 맥멀도 해협이 출발지로 최적의 장소라고 권했지만, 그는 남의 말만 듣고 따른 것이 아니라 다른 탐험대의 일지와 수많은 자료를 수집해 실증을 토대로 판단했다(실증적 창의성). 증거자료들을 조사하고 검토해서 논리적인 추론을 한 사람은 아문센 뿐이었다. 아문센의 탐험철학은 자체로 ‘생산적 피해망상’에 해당한다.

 

“예상치 못한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난 후 자신의 나약함과 지구력의 부족함을 깨닫지 말고, 그 전에 미리 준비하라. 돌고래 고개를 날로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조난을 당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라. 최고의 스키 실력과 썰매 개를 다루는 능력은 남극 원정을 떠나기 전에 갖추어라.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에너지로 가득한 저장고에서 힘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모든 순간 열심히 대비하고 비축하라. 그리고 상황이 유리해지면 확실히 제대로 치고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라.” 29~30 페이지

 

짐 콜린스는 세 가지 핵심 행동양식 중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광적인 규율을 꼽았다. 규율은 일관된 행동방식이다. 10X기업 리더들은 규율을 지키는 정도가 아니라 광적으로 그것을 준수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1997년 애플로 복귀한 후 첫 번째 한 일은 혁신innovation이 아닌, 규율discipline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잡스는 자신이 애플에 없는 기간에 침체했던 이유는 규율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공급망 전문가인 팀 쿡을 영입하고 애플 내 작업 효율을 높이고 전체적인 비용구조를 낮췄다. 그리고 과거에 그랬듯 밤낮없이 일하는 기풍을 살리는 데 노력했다. 또 '친근하고 우아하게 디자인한다' '기업이 아닌 개인을 타깃으로 설계하고 홍보한다' 등의 원칙을 세웠다. 그 후 애플은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한 기업이 되었다.

 

 

 

 

 

 

한편 기업이 반복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성공공식을 만드는 지속적인 경영 실행 방식으로 SMaC 레시피가 있다. ‘SMaC’는 구체적Specific, 체계적Methodical, 지속적Consistent인 것을 의미한다. 견고한 SMaC레시피는 단순한 전술이라기보다 전략을 실제 현실로 바꾸기 위한 운영 코드이자 지속적인 실행 방식, 즉 절대로 바뀌지 않을 기업의 핵심가치를 의미한다.

 

10X 기업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예를 들어 보자. CEO인 하워드 퍼트넘은 회사 운영방식에 있어 혁신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고민 끝에 ‘저가 항공분야를 이끌겠다’는 목표 아래 사우스웨스트만의 ‘10가지 일률적 접근 방식’을 도출했다. 사우스웨스트는 기업의 핵심가치를 구호에 그치지 않고, 2시간 운항, 737기 운항, 10분내 재운항, 화물 항공우편은 취급하지 않고, 기내식 서비스와 연계운송은 하지 않는다 등 구체적인 행동강령을 확실하게 정했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기 쉽게 확실히 표현했기에 전직원이 쉽게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

 

그 중 ‘사우스웨스트는 왜 737기만 고집했을까’ 하나만 살펴보자. 737기 한 기종만 운항하면 모든 조종사들이 전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어서 운항 일정을 매우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고, 정비 부품, 운항 훈련 매뉴얼, 정비 절차, 승무원 훈련, 탑승 절차 등 모두 한 종류만 있게 되어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 이렇듯 모든 행동강령들이 ‘최저가 항공사’라는 사우스웨스트의 목표에 귀결되어 있었다.

 

 

 

 

책을 덮으며 지난 11월 6일 한 달 만에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위기’를 말하며 삼성 경영진에 연말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책 마련을 지시한 기사가 생각났다. 삼성이 올해 세계 경기침체 속에서 독보적인 선전을 펼쳤지만, 연말 이후 줄줄이 맞게 되는 대외 변수와 악재들에 효과적으로 대응치 못한다면 순식간에 몰락할 수 있다는 이 회장 특유의 '위기론'은 10X 리더의 ‘생산적 피해망상’을 그대로 닮았다.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도 예측하지 못하는 미래를 우려하고 이에 대비하기를 독촉하는 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리뷰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32호) 전문가 서평에 소개된 리뷰 입니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11월 08일) 부자가 되는 책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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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조건 -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
바스 카스트 지음, 정인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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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기억 용량 한계 있어…배우자 선택·인터넷 쇼핑 등 선택 폭 넓어지면 고민만 늘어
물질적 생활수준 높아졌지만 친밀한 관계서 멀어진 현대인 지위·명예 집착해 불안 높아져
더 적을수록, 버릴수록 행복…탐욕 절제와 포기를 알아야


‘짝’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대한민국 미혼 남녀의 짝을 찾는 기준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남녀 심리에 대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남녀 각각 5~6명이 애정촌으로 들어가 자신의 짝을 찾는데, 자신에게 맞는 최상의 짝을 찾기 위해 다양한 전략으로 상대를 알아간다.

그런데 5~6명보다 많은 100명의 상대가 있다면 어떨까. 과연 몇 쌍의 짝이 탄생할까. 100명의 상대가 있다면 5명이었을 때보다 더 훌륭한 상대를 만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수십 쌍의 짝이 탄생할 것 같지만, 《선택의 조건》의 저자 바스 카스트에 따르면 엄청난 선택지 앞에서 머리를 싸매다가 좌절하거나 우울증에 빠져 짝이 단 한 쌍도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독일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는 마치 평생을 함께할 짝을 찾듯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현대인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선택의 고통을 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럼 몇 개의 선택지가 최적일까. 미국의 심리학자 조지 밀러는 우리의 단기기억 용량은 한정돼 있어서 평균 5~9개의 정보 단위를 기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짝’에서 출연한 남녀의 숫자 역시 이 숫자를 넘은 적이 없다
.


그렇다면 선택의 고통을 가장 피부로 느낄 때는 언제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쇼핑할 때일 것이다. 오랜만에 쇼핑몰에서 옷 한 벌을 사려고 이 창 저 창 켜놓북마크하고 많은 탭을 띄워놓고 비교하다가 나중엔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낸 뒤에 결국 컴퓨터를 꺼버리곤 한다. 처음엔 쇼핑한다는 마음에 신이 났다가 나중엔 짜증이 나서 아무 것이나 선택한 적도 적지 않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이 힘든 이유도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즉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제품, 많지만 제각각인 리뷰들 그리고 많은 지식인들. 확인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선택의 폭이 넓으면 더 큰 만족감을 얻을 것 같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저자는 오늘날과 같이 풍요로운 세상에 현대인이 행복해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물질적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안락한 삶을 살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1979년 이래 최근까지 10%가 넘는 실질 경제 성장률을 보였던 중국의 행복도는 과연 얼마일까. 중국인들의 행복도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나빠졌는데, 이유는 극단적인 빈부격차 때문이다. 벨기에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같은 선진국 국민들이 그들보다 부유하지 않은 개발도상국 국민들보다 더 자주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결과도 있다.

저자는 심리학 뇌과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등 여러 분야의 풍성하고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부유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보다 왜 더 외로울까, 자유로운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왜 수많은 기회 속에서도 힘겨운 삶을 사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간다. 이에 대한 저자의 아이러니한 대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즉 돈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사적이고 친밀한 관계로부터 점점 멀어지며, 사회가 부유해질수록 개인은 점점 개인적인 소망과 계획을 추구하면서 외로워진다. 결국 가족 간의 유대와 사회적인 관계에서 느끼지 못하는 외로움을 세상에서 얻는 인정, 즉 커리어로 보상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불안과 도시의 분주함, 다양한 매체에 의한 주의력 결핍 등으로 노이로제 수준에 이르게 된 도시인들의 고민에 명쾌한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

나아가 저자는 현대인들의 화두인 ‘행복’이 거리 곳곳에 놓여 있음을 알려준다. 즉 내가 찾고 있는 행복은 ‘높은 지위, 재산, 명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삶 속에서 절제할 줄 알고 포기할 줄 알 때 비로소 찾아온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적을수록, 버릴수록, 느릴수록 행복이 온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펀드 거물 존 보글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탐욕에 있다며 “충분함을 알라”고 말했다. 충분함을 모르면 누구든 인생 전반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 사과 상자에 가득 담긴 현금 뭉치에 현혹돼 평생을 일궈놓은 명성을 날리고 쇠고랑을 찬 정치인, ‘초심자의 행운’인 것을 모르고 마치 행운의 여신 운운하며 가산을 도박으로 탕진한 사람들, 이들에게 닥친 모든 화(禍)의 근원은 충분함을 몰랐기 때문이다. 2012년 우리나라의 대표 키워드 두 가지를 손꼽으라면 단연 선택과 힐링일 것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이런 선택의 고민과 힐링의 대안을 선사한다.


김은섭 북칼럼니스트
이 리뷰는 10월 19일자 한국경제 [책마을]에 기고한 원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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