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크 - 내 안에 숨겨진 생각의 불꽃을 터트려라!
송인혁 지음 / 생각정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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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라, 열정은 내가 아닌 우리 사이에서 나온다!

 

 

"2008년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흑인 대통령’보다 ‘네트워크 대통령’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 있었다. 오바마 진영의 선거전략 핵심이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유권자들의 물결 효과였기 때문이다. 보다 자세히 말하면 오바마는 채널에 정서를 담고자 부단히 애를 썼다. 정서의 물결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잔잔한 물에 돌을 던지며 파문이 커져 나간다. 파문은 처음에는 작은 동심원으로 시작하지만 곧 주위와 공명을 일으키면서 순식간에 크게 퍼져 나간다. 오바마는 이 원리, 즉 물결 효과를 이용했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자신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을 플리커에 올렸고, 이 사진들은 지지자들을 통해 트위터 등으로 전파됐다."

 

정서의 채널을 담은 오바마는 결국 메케인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또한 오바마는 100년 동안 누구도 해내지 못한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법을 통과시켰다. 오바마 정부는 채널의 힘을 알았다. 사람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고 그것을 다시 확산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았다. 바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정서의 에너지'가 주는 파급력을 간파한 것이다.

 

책 <스파크>(생각정원)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채널과 그 속에서 흐르는 정서의 에너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TED 전도사로 잘 알려진 저자 송인혁은 정서적 동질성으로 끌린 사람들 사이의 내적 동기의 연결이 만들어내는 들끓음의 에너지를 E=mC2이라는 공식으로 정의한다.

 

상대성이론을 나타내는 공식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공식은 창조, 혁신, 열정 등의 개념을 대표하는 에너지는 ‘내가 중심인 우리MeWe’에서 형성된 마인드셋이 연결Connected, 채널Channel, 협력Collaboration, 호기심Curiosity 등의 각종 C와 만날 때 폭발적으로 생겨난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람들의 관심사를 끌기 위해서는 공감되는 정서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서가 맞는다면 저절로 끌리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것은 연결된 구성원들끼리의 마인드셋, 즉 정서적 동질성이 형성됨을 뜻한다. 여기서 마인드셋이란 한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공유하는 공통의 의식이나 방법으로 이러한 마인드셋이 형성되면 구성원들은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창조적인 인센티브를 이끌어낸다.

 

한편 이 책은 한마디로 ‘오늘날 세상을 움직이는 지식이 어떻게 탄생되는가?’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오늘날 가장 혁신적이고 뜨거운 생각과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TED와 SXSW 등의 일종의 지식콘서트 현장을 경험한 저자는 창의적 열정이 현실이 되는 두 컨퍼런스가 새로운 지식과 창의, 열정과 혁신의 용광로가 바로 우리 시대의 축소판이라고 단언한다.

 

하나의 이슈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펼치고, 그 결과 혁신적인 생각이 만들어지며 정서적 동질감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열정적 에너지의 패턴과 파워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개된다고 덧붙였다.

 

강남 신사동에 있는 흥미로운 식당 '완소'는 1년 365일 항상 ‘영업종료CLOSED’상태다. 저녁에 식당 앞을 지나치다보면 내부에 조명도 켜져 있고 간판에도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는데도 영업 종료 표시가 문 입구에 붙어 있다. 사실상 장사를 접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완소는 저녁 9시부터 새벽까지 영업을 한다. 하지만 이 가게는 늘 손님들로 늘 만원이다. 왜일까?

 

식당 안으로 들어서면 비밀을 바로 알게 된다. 완소에서는 따로 메뉴가 없다. 손님이 시키는 대로 메뉴가 만들어진다.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곳', 손님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는 곳, 손님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곳이 완소다. 그래서 완소는 완전 소중한 곳이 된다. 당연히 초대받은 손님은 감동하며 자신을 데려온 일행에게 정말 고맙다고 감사를 표시하고 다음에 자기도 사람들을 데려오겠노라 다짐한다. 완소는 항상 전화로 예약하고 방문해야 한다. 그래야 주인은 그 날 완소를 이용할 고객만을 위한 식단을 준비할 수 있다.

 

손님에게 발견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가게, 완소는 이러한 매력으로 주인이 아니라 고객이 홍보를 대신 해준다. 남이 모르는 뭔가를 알고 사람은 습성상 자랑하게 되어 있다. 무엇인가 좋은 것을 발견하면 남에게 이야기하게 되는 인간의 본능을 잘 간파한 얄궂은 가게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완소’의 흥행성공에는 캐치해야 할 것은 오늘날 정보에 대한 우리의 신뢰도가 어디로 향하는가이다. 우리는 내가 믿는 내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정보가 넘쳐날수록 우리는 신뢰를 보장할 수 있는 출처에 더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 출처들이 전하는 메시지, 즉 왜 그곳에 가야 하는지에 관심을 가진다. 사람들은 더 이상 광고를 신뢰하지 않는다. 2008년 실시한 포레스터 리서치에 의하면 광고를 신뢰하는 소비자는 14%였을 뿐, 78%는 지인의 이야기였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인적으로 연결돼 있고,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의 말을 믿는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팔리는 상품은 광고가 아닌 ‘사람’에 의해 홍보, 확산, 판매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의미한다. 정보나 기계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오늘날은 그 어느 때보다 사람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노하우KnowHow나 노웨어KnowWhere는 어제로부터 안녕이다. 이제 노훔KnowWhom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세기만 하더라도 유용한 투자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미디어에 주목했다. 남보다 더 많이 알면 장땡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남들도 다 아는 이야기는 더 이상 유익한 정보가 아니다.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속에서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과 어울리기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에 대해 세상 사람들은 '과연 누가 이길까?'에 주목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삼성과 애플의 '카피캣CopyCat 전쟁'은 최고의 광고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일종의 고도의 노이즈 마케팅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 주목하다 보면 삼성과 애플 외에는 다른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결론적으로 두 회사의 가치를 더 키워주고 있다는 것이다(참고로 삼성전자의 한 해 광고비는 3조 원이라고 한다).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 했다. 다름은 차이가 아니라 새로운 관점이다. 다름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판을 만들어낸다면, 그리고 그 속에 있다면 그 속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디어와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미지는 팍스 TV(9월 13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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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코오롱그룹 사보 KOLON 10월호 '북소믈리에'에 소개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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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변명하지 마라 - 돈도 빽도 스펙도 없는 당신에게 바치는 ‘이영석’ 성공 수업!
이영석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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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창업에 성공하려면 똥개 근성을 버려라

 

 

요즘 뜨는 창업 관련서 한 권이 있다. 바로 <골목사장 분투기>(인카운터)인데, 외국계 펀드 회사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하면서 억대 연봉을 받던 저자가 어느 날 갑자기 홍대 앞에 커피를 파는 카페를 차렸다가 쫄딱 망한 후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대한민국에서 지금 창업한다면 틀림없이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담은 일종의 실패기다. 지금껏 '창업서'라 하면 '성공스토리'가 대부분인데, 실패를 이야기한 역발상의 기획이 자영업자나 예비창업자들에게 제대로 먹혔다. 언론과 독자의 반응이 꽤 뜨겁다. 하지만 암울한 창업시장의 현실에 대한 특별한 대안 없이 '지금 창업하면 백전백패'라는 이 책의 결론은 허무하고 맥빠진다.

 

생계형 자영업자가 800만 명으로 이미 포화상태인 지금, 4말 5초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를 하면서 무더기로 거리에 쏟아지고, 딱히 할 일이 없는 그들은 마지못해 창업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악순환은 앞으로 30년 동안 끊임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창업은 원래 '비즈니스맨의 로망이자 꽃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창업시장은 마치 4년 마다 수백만 마리가 떼를 지어 미친 듯 노르웨이의 낭떠러지와 해안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생을 마감하는 레밍 쥐떼의 집단적 공황을 연상케 한다.

 

현재 대한민국 자영업자 비중은 경제활동인구의 28.8%로 800만 명에 육박한다. 보다 가까이 그 실태를 들여다보면 끔찍하기까지 한데, 소상공인 57% 이상이 평균 순이익 100만 원에 못미치고, 창업 후 2년 내 50%가 폐업한다. 또한 자영업자 중 80% 이상이 주말 없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근무를 하고 있다.

 

특별한 기술도 실력도 없는 은퇴자들이 엇비슷한 사업아이템 혹은 프랜차이즈로 창업을 했지만, 정작 제품과 서비스를 팔아줘야 할 손님은 없다. 급한 마음에 업종을 바꾸게 되고 그때마다 빚을 내고 심지어 사채까지 쓰게 되고 결국 개인회생, 파산 신청의 수순을 밟게 되면서 쪽박을 찬다.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밀리듯 시작했건만 대박은커녕 빚더미에 오르는 게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의 실상이다. 현실이 이럴진대 무작정 창업을 말리는 <골목사장 분투기>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마냥 푸념만 할 수는 없잖은가.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쌤앤파커스)는 그에 대한 반박이요 대안이라 하겠다. 20년 전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청년이 그 누구도 관심 갖지 않던 농산물로 창업을 해서 대한민국 농산물 대표 브랜드 '총각네 야채가게'를 만든 창업자 이영석의 이야기는 지극히 진솔하고 현실적인 성공 마인드를 담고 있는 일종의 자서전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기업가의 성공기를 꼭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한 기업이 성공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늘 그렇듯 한 편의 드라마이자 소설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독자가 주목하고 명심해야 할 핵심 포인트가 한두 개는 꼭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캐치해야 읽은 보람이 있다. 이 책에서도 저자의 경영원칙 두 가지가 창업성공의 핵심이다.

 

우선 '성공하고 싶다면 먼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이영석이 장사를 결심했을 때 그는 창업하는 대신 트럭으로 전국을 떠돌며 오징어 행상을 하는 장사꾼을 스승으로 모시고 2년 반을 따라다녔다. 이 때 그는 '무보수'로 일했는데, 배움을 위해 대가를 치른 것이다. 스승으로부터 장사의 모든 것을 전수받은 그는 독립해서 중고트럭을 사서 3년 동안 야채 행상을 했고, 그 때 번 돈으로 대치동에 10 평짜리 작은 점포를 얻어 '총각네 야채가게'를 차렸고 20년이 지난 지금, 50여 개 체인을 가진 기업가가 되었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창업'이다.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창업자의 0.2%다. 지금껏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일했던 사람들만 1,000명이 넘지만 계속 회사에 남아 많은 봉급을 받고 있거나, 따로 독립해 지점을 내서 억대의 수입을 얻는 사람은 채 50명이 안 된다. 성공하는 사람은 바로 '성공에 앞서 노력과 인내라는 충분히 대가를 먼저 치룬 사람’인 것이다.

 

두 번째 성공비결은 시장에서 제품 즉, 과일과 채소를 구입하는 구매 책임자들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행동강령에 숨어 있다.

첫째, 사람을 믿되 물건을 믿지 말라. 둘째, 값은 생산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하는 것이다. 셋째, 검품하고 또 검품하라. 넷째, 언제든지 과일을 먹어볼 수 있도록 칼을 항상 소지하라. 다섯 째, 술, 담배, 커피, 탄산음료는 절대 금지하라.

 

‘총각네 야채가게'의 살아 있는 20년 운영 노하우’라고 할 수 있는 이 행동강령은 크게 확인과 평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확인이다. 사람을 믿되 물건을 믿지 말라는 말은 물건 모두를 직접 확인하라는 뜻이고, 항상 칼을 지니라는 것도 직접 맛을 봐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구매책임자는 과일 맛을 제대로 알려면 혀의 감각을 온전히 살려둬야 할 테니, 술 담배, 커피, 음료수를 금한 것이다. 성공에 공짜는 없는 법, 와인을 감별하는 소믈리에 버금가는 절제와 수고가 요구되고 있었다.

 

다음은 평가다. 물건을 팔 수 있는 사람은 물건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다. 저자는 최종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는 네가 가격을 정하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가치를 평가할 줄 아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 속에는 도매상만큼이나 상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내가 팔아야 할 물건에 대한 모든 것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상품에 대한 가치를 온전히 알게 되고 그래야 물건을 팔 때 자신감 있게 손님에게 권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의 이런 생각은 창업 아니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사람이 갖춰야 할 마인드일 것이다. 내가 팔고자 하는 제품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알 때 그 가치를 온전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고, 소비자는 비로소 그 자신감을 신뢰하고 가치를 인정하고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건져야 할 것은 이영석의 똥개론이다. 똥개 마인드로 사는 사람들은 “월급은 얼마예요? 쉬는 날은 언제예요? 주5일제인가요? 휴가는 어떻게 사용하나요?” 라고 질문한다. 진돗개 마인드로 사는 사람들은 “여기서 몇 년을 배워야 독립해서 일할 수 있나요? 과일 고르는 법은 언제부터 배울 수 있어요? 꼭 일을 배우고 싶습니다.”고 말한다. 저자는 똥개 마인드와 진돗개 마인드의 차이는 배움과 학력과 인성의 차이가 아니라 성공에 대한 절실함의 차이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서, 학벌이 달려서, 세상이 불공평해서, 운이 지지리도 없어서..." 다양한 변명을 앞세워 이제껏 게으름 피웠다면, 당신은 똥개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의 말을 듣다 보면 자영업자의 시체들이 그득한 창업시장 속에서도 독야청청 성공한 사람들은 꼭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건 쪽박의 변명이 아니라 대박의 이유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마냥 반갑기만 하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출판전문잡지<기획회의>(330호)에 실린 리뷰입니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9월 27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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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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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소한 부정행위가 경제와 사회를 망치고 있다

 

 

   케네디예술센터가 운영하는 선물 매장에 도둑이 들었다. 연 매출액 40만 달러의 절반에 이르는 15만 달러를 훔친 도둑은 알고 보니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이었고, 한 두 명이 아닌 자원봉사를 하던 수십 명의 선한 노인들이 매일 조금씩 돈과 물건을 훔쳤던 것이다. 1970년대에 일어났던 일이라 CCTV는 언감생심, 이 매장은 금전등록기 대신 물건을 팔고 받은 돈을 보관하는 현금 상자들만 있어 관리도 소홀했다고 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지만 예술을 사랑해 자원봉사를 청한 수십 명의 선한 노인들이 호프집 공짜 새우깡 먹듯 돈을 훔쳤다는 사실이 혀를 차게 한다. 그들은 자원봉사자를 자청한 '착한 사마리아인'들이 아니던가?

 

   책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청림출판)은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아주 사소한 부정행위에 주목했다. 저명한 행동경제학자이자 <상식 밖의 경제학>, <경제 심리학>을 통해 유쾌하고 신선한 통찰력을 보여줬던 댄 애리얼리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행위에 대한 편견을 낱낱이 파헤쳤다. 부정행위가 소수의 악당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문제이므로 부정행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내고, 인간 본성의 한 측면인 부정행위를 통제할 방법도 모색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부정행위를 저지른다. 어쩌면 오늘 출근길에도 무단횡단을 하고,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렸는지도 모른다. 엄밀히 따져보면 부정행위지만, 사실 이런 부정행위는 너무나 횡횡해서 내가 그런 일을 했는지조차 모를 만큼 무감각할 정도다(하지만 누군가 그런 것을 목격하면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격분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내 아들이 같은 반 친구의 연필 한 자루를 훔쳤다면 나쁜 짓이다. 그렇다면 회사 사무실에 있는 연필 세 자루를 집으로 가져왔다면? 들키면 나쁜 짓이고, 안 들키면 괜찮은 짓일까?

 

   마찬가지로 자신의 전반적인 삶을 돌아볼 때 스스로가 꽤 훌륭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저지르는 사소한 부정행위는 너그럽게 허용하고 만다. 반면 사람들은 자신이 정한 기준을 한 번 깨고 나면 더 이상 자기 행동을 통제하려 들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 후부터 부정행위의 유혹에 이전보다 훨씬 쉽게 넘어간다고 조언한다. 

 

진품 프라다 가방을 들고 있으면 설령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할지라도 '나는 부유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우리가 명품으로 치장하려고 하는 이유도 이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사람의 이런 심리를 반대로 뒤집어 짝퉁 명품제품을 사용하면 사람들의 도덕적인 자제력이 해이해지고, 따라서 사람들은 부정행위의 어두운 길로 더 많이 접어든다는 것을 다양한 실험으로 밝혀낸다(짝퉁 명품 제품들이 근절되어야 하는 이유는 원제품과 그 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짝퉁 제품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범죄로부터 멀어지게 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할 것 같다).  

 

   짝퉁 천국 중국의 예를 들어보자. 자본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중국 사회에서 짝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자 아예 비즈니스의 한 장르로 놓고 전세계를 상대로 짝퉁을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는 중국 사회 내에서 사용하는 생필품마저 짝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육가공 고기를 비롯해 달걀을 짝퉁을 만들더니 이제는 아예 아기들이 먹는 분유까지도 짝퉁을 만들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이처럼 저자는 짝퉁 사용이라는 부정행위가 대가를 치르는 것은 명품 회사들 뿐 아니라, 온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한차례의 부정행위는 자기신호화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효과로 인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그 시점부터 그 사람의 행동을 영속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해 보이는 부정행위는 우리의 행동을 바꾸고, 우리의 자아 이미지를 바꾸며, 나아가 우리가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을 바꾼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동안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짜 학위와 이력서 조작 등이 바로 그런 역효과일 것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저자는 정직하지 못한 행동들의 초기 징후에 초점을 맞추고 그를 주시해야 하며, 부정행위가 습관적인 것으로 자리 잡기 전, 아직 시작 단계에 있을 때 이런 행위들을 예방하거나 혹은 적어도 그 수를 줄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법정에서는 재판에서 증인을 설 때 성경 위에 손을 얹고 한 치의 거짓이 없도록 진술할 것이며,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처벌을 받겠다고 선서를 하는 것처럼 우리가 평소 십계명과 같은 도덕률을 기억하고 인식할 때 나쁜 행위의 싹을 자르는 한 방법이 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윤리적인 규범을 상기시키는 것만으로도 부정행위를 하려는 의지와 경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처음에 언급했던 케네디예술센터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선물 매장을 총괄하던 책임자 바이스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재고관리 시스템을 개선했다. 물품에 가격표를 붙이고, 매장의 자원봉사자들에게 물건을 팔 때 마다 판매대장에 기록하게 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현금과 물품의 좀도둑질이 사라졌다. 이를 처음부터 지켜본 바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기회가 닿으면 언제든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려 합니다. 사람에게는 나쁜 일을 하지 못하도록 제어해주는 통제장치가 필요합니다."  

 

   절도에 있어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세상 사람들 중 1%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고, 또 다른 1%는 어떻게든 자물쇠를 열어 남의 것을 훔치려 한다. 나머지 98%는 조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동안에만 정직한 사람으로 남는다. 이 사람들은 강한 유혹을 느끼면 얼마든지 정직하지 않은 사람 쪽으로 옮겨 간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자물쇠를 꼭꼭 잠가도 도둑이 털려고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남의 집에 침입할 수 있다. 자물쇠는 문이 잠겨 있지 않았을 때, 유혹을 느낄 수 있는, 대체로 정직한 사람들의 침입을 막아주는 상징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부정행위하면 정치를 빼놓을 수 없다. 총선이 끝나면 어김없이 쏟아지는 뉴스는 선거를 치루면서 저지른 여야 후보들의 공천 비리와 선거법 위반 사례들이다. 그들 가운데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도 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라는 말이 있듯 대부분 범죄사실이 드러난 선거 사범들은 처벌을 받거나 일부는 당선무효를 받기도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달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금권선거와 흑색선전 등 주요 선거 범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선거 범죄 양형기준 대폭 강화했다고 하지만 현재 입건된 4·11 총선 선거사범은 1,096명에 달한다고 한다. '국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한 사람들이 매번 같은 부정행위, 즉 범죄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 이후 적발해서 엄벌하는 당선무효형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고 '보궐선거'로 또 다른 국민의 수많은 시간과 혈세낭비를 부른다. 이들을 통제할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우선은 정치인 스스로 염치廉恥, 즉 체면을 생각하거나 부끄러운 마음을 갖는 것일 게다. 만약 모른다면, 국민들이 가르치는 방법 밖에 없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8월 16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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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코오롱 그룹 사보 KOLON 9월호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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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세상을 바꿀 것인가 - 이제 세상에 없는 미래가 온다
정지훈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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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유경제와 인사이트 노동자를 주목하라!

 

 

“오늘날 IT기술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 어떤 것보다 크다. 그러나 IT기술의 순작용과 부작용, 그리고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무지하다. 이제 IT기술이 전문적인 산업이라는 단편적 접근을 넘어 본질적인 사회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커다란 힘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 펼쳐질 세상은 IT 기술이 많은 것을 바꿀 것이다. 우리는 적절하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사회 시스템의 불안정이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균형의 지혜를 갖춰야 한다.” 7 페이지, 저자의 말 중에서

 

 

자칫 IT관련 트렌드서 같은 이 책 <무엇이 세상을 바꿀 것인가>를 경제경영 코너에서 굳이 루는 이유는 IT기술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할 뿐 아니라, 급변하는 경제상황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어서다. 이제 IT를 모르고는 경제를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관동의대 명지명원 융합의학과 교수이지 IT 융합 연구소장 정지훈은 우리 사회는 이제 인터넷 혁명을 넘어 스마트 혁명이 우리의 모든 행동과 콘텐츠의 중심에 서 있다고 보았다.

 

아울러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이미 소유경제에서 공유경제로,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매스 미디어에서 소셜 미디어로, 분업에서 협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유행이나 트렌드처럼 선택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이 거대하고 고고한 미래의 흐름을 제대로 간파하고 올라타느냐 마느냐에 따라 미래의 생존이 달려 있는 필연의 것이다. 우리에게 가까운 미래는 지구 반대편에서는 현재인 것이 오늘날이다. 본문에는 최신의 IT기술로 업계를 평정한 기업들, 작은 아이디어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낸 전 세계의 기업가들이 소개된다.

 

 

 

 

“무엇이 세상을 바꿀 것인가?”하는 제목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세상의 중심이 될 일곱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즉 작은 경제, 소비자 중심 시장, 분산 자본주의, 협업경제, 사회적 기업, 소셜 미디어, 창조적인 서비스 그 중 작은 경제는 인간을 중심에 둔 공유경제의 도래를 이야기한 부분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다.

 

한때 미국에서는 별장 구매 열품이 불었다. 하지만 1년에 평균 17일을 보내는데 비용은 매년 대출금과 보험, 그리고 관리비용을 합해 10만 달러 이상이 소요되어 하루에 6,000달러를 내고 별장을 이용하는 것과 같으며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지내는 것보다도 많은 비용이다. 하지만 IT 투자 전문가 스티브 케이스는 고객에게 활용도가 낮은 고급 콘도와 별장을 제공하는 익스쿨루시브 리조트를 설립해 비어 있는 날이 많은 세계 곳곳의 별장을 모아 대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기업의 자산가치는 10억 달러에 이르면서 3년 만에 100배나 증가했다.

 

에어비앤비는 뉴욕의 심각한 숙박문제 해결과 나날이 늘어나는 여행객들에게 좋은 대안을 제공하고자 설립된 주택대여회사로, 회원들에게 자신이 사는 집이나 비어 있는 방을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빌려주는 것이 사업모델을 채택했다. 초기에는 집에 대한 파손이나, 도둑, 그리고 안전성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많이 개선되어 192개 국가에서 10만 개가 넘는 집과 방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매출액이 5억 달러인데, 수수료가 15%임을 감안하면 대당한 성공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국내의 상황을 살펴보자. 여수 엑스포를 비롯해 매년 여름 해수욕장을 가보면 휴가철 숙박할 곳이 없어 꽤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신의 오피스텔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일은 ‘불법’이다. 소유경제의 개념으로 이해되는 법 시스템 아래 숙박업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돈을 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물건을 ‘소유의 개념’으로 보았다면 이제는 ‘대여와 차용’의 개념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바로 공유경제의 핵심이다. 자동차를 빌려 타는 집카, DVD를 대여하는 넷플릭스와 같은 기업은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렇게 생각만 바꾼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적은 비용으로 수준 높고 효율적인 소비가 가능해진다. 소유를 위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공유 기반의 미래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한편 저자는 미래의 노동시장에도 큰 변화를 예고한다. 1959년 피터 드러커가 주창한 지식노동자가 20세기 정보화 시대의 주인공이었다면, 스마트 혁명의 시대에는 ‘인사이트 노동자Insight Worker'가 새로운 미래 노동자가 된다는 것이다(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리치 레서가 제사한 개념이다). 지식 노동자가 비즈니스를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하는지를 담당했다면, 인사이트 노동자는 냉철한 판단과 비판적인 사고, 공감 등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운 새로운 능력으로 비즈니스가 어떻게 그리고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 대답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식노동자가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이너써클의 파워를 지녔다면 인사이트 노동자는 자신의 동료, 그리고 고객까지 포함한 진정성 있는 관계에서 가장 커다란 힘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 데이터 속에서 궤를 관통하고 핵심을 짚어줄 수 있는 큐레이터가 인사이트 노동자이리라. 넓이와 아울러 깊이를 요구하는 T자형 인재의 시대가 왔음을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흐르는, 기존의 아날로그 세계와는 다른 철학을 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리콘밸리와 IT산업에서 시작한 히피문화와 창조정신, 오픈소스 운동과 해커정신으로 집약된 버닝맨의 철학 등이 이제 더 이상 IT 산업의 철학으로 남아있지 않고 우리 사회의 전반에 걸쳐 도입되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어서다.

 

2년 전 <제 4의 불>을 시작으로 저작과 칼럼 등으로 세계 IT 시장 변화를 짚어내어 국내 대표적인 미래학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정지훈 교수의 책이라 일독할 이유는 충분한 책이다. 하이컨셉이라는 닉네임의 파워블로거로 더 잘 알려진 저자답게 책 전체에 걸쳐 전 세계에 변화를 이끌고 있는 기막힌 아이디어와 혁신들을 본문의 중요한 대목마다 QR코드를 심어 소개하고 있다. 이 방법은 정교수가 <오프라인 비즈니스 혁명>에 이어 시도하고 있는 방법인데,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생생한 현장을 스마트폰 시대의 독자들에게 현장감 있는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세상을 움직이는 지식의 탄생과정을 이야기한 <스파크>와 함께 읽으면 세계 IT 현주소와 내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에 소개된 리뷰 입니다.

 

이 방송은 지난 8월 22일 증권전문채널 팍스TV에서

방송하는 <부자가 되는 책>에 소개된 영상입니다.

 

클릭하시면,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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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둘러보라. 직원의 절반은 사실, 내성적인 사람들이다!

 

 

우리가 아는 인도의 간디는 청년시절 평범한 변호사였다. 어느 날 그는 마리츠버그 역에서 1등석 차표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인도 사람이라는 이유로 화차(火車)로 쫓겨났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되돌아가려 했지만 역무원으로부터 심한 구타와 욕설만 돌아왔다. 간디는 극심한 모욕감으로 가득한 그 날의 경험을 통해 홀연 각성한다. 그리고 자신이 할 일은 개인을 법률로 돕는 변호사가 아니라 인종차별로부터 인도 사람들을 구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혁명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체 게바라 역시 평범한 의학도 시절이던 20대 초반 오토바이를 타고 떠난 7개월간의 라틴아메리카 여행 중에 추운밤 담요 한 장 없이 부둥켜안고 자는 칠레의 한 노동자 부부에게 하나뿐인 자신의 이불을 건네주면서 의사가 아닌 혁명가로서의 길을 선택했다.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도 마찬가지다. 대학시절 젊은 혈기에 데모에 참가했던 그는 긴급조치 9호에 의해 학교에서 제적되고 4개월 동안 교도소에 갇히게 되었다. 그 4개월이 박원순을 바꿔놓았다. 그는 출옥 후 고시에 합격하여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고 서울시장이 되었다. 세 혁명가의 공통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셋 모두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콰이어트>(리더스북)의 저자 수전 케인은 내성적인 사람들에 주목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내재되어 있는 ‘내향성’을 들여다봤다. 아울러 그녀는 엘리너 루즈벨트(영부인), 앨 고어, 워런 버핏, 마하트마 간디, 로자 파크스 같은 중대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이 내향적인 사람들이며 그들의 내향성이 사회와 만나 어떤 중대한 효과와 성과를 냈는지를 알아냈다.

 

 

 

저자는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지만 정작 세상을 바꾸는 건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간디, 아인슈타인, 고흐, 그리고 애플의 공동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같은 조용하고 이지적인 사람들이 위대한 통찰과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내향성에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내향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어린 시절 조용하고 소심한 책벌레 소녀였기 때문이다. 프린스턴과 하버드 법대를 우등생으로 졸업한 후 기업과 대학에서 협상기법을 가르치는 변호사가 되었다. 하지만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이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항상 궁금했다. ‘왜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고, 왜 내향적인 사람은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원래의 성격을 감추려 하는 걸까?’ 수년간의 연구와 수많은 사람과의 인터뷰 끝에 그녀는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내향성이 얼마나 위대한 기질인지 스스로 증명해보기로 했다. 7년의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이 바로 <콰이어트>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수다스러운 사람(외향적)은 더 똑똑하고, 잘생기고, 재미있고, 바람직한 친구로 평가된다. 잡담 능력과 좋은 아이디어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도, 입심이 좋은 사람은 과묵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과묵한 사람(내향적)을 떠올리면 밋밋하고, 재미없고, 부족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생각은 중대한 실수라고 지적한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사상, 예술, 발명품 중 진화론과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서 개인용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것들이 사실은 조용하고 이지적인 사람들에게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내향적인 사람이 없었다면 중력의 법칙, 상대성의 법칙, 쇼팽의 ‘녹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피터 팬, 오웰의 ‘1984와 동물농장’. 찰리 브라운, 구글, 해리포터와 같은 것들은 없었을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은 기업에서도 빛난다. 저자는 찰스 슈왑, 빌 게이츠와 같이 성과가 좋은 CEO의 상당수가 내향적이라고 말했다.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도 “내가 만난 효율적인 사람들(CEO)의 한 가지 유일한 공통점은 카리스마가 없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외향적인 사람들을 칭송하고, 그가 가진 카리스마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그들을 추구한다. 물론 외향성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향성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외향적 기질을 환영하게 된 것일까. 그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은데, 도시화가 진행되고 사회적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부터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보다는 수많은 타인들과 접촉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대중 속에서 한 개인은 옆에 있는 남들보다 더 적극적인 사람이 되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었다. 적극성은 성공의 지름길이었다. 그래서 점점 더 열정적이며 두려움을 모르는 에너지 넘치는 인간형들의 집합소가 되어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보다 보이는 것을 믿고 따르기가 더 편하니까.

 

한편 저자는 요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기업의 새로운 집단사고(집단지성)도 경계했다. 새로운 집단사고는 무엇보다 팀워크를 중시해서다. 즉 새로운 집단사고는 “혁신은 근본적으로 사회적이다”, “우리 중 누구도 전체보다 똑똑하지 않다”는 말들을 내세워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 주위의 세 사람 중 한명 꼴로 이를 거부하고 ‘혼자 생각하고 놀기를 좋아하는’ 내향적인 사람이 엄연히 존재한다.

 

요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열린 사무공간이 좋은 예다. 저자는 프라이버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열린 사무공간은 내향적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서 결국 생산성을 깎아먹고 업무효율을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심지어 직원들의 높은 이직률도 열린 사무공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 던지는 메시지는 단 하나,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하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성적인 사람’을 변하라고 종용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는 뜻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제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협동 작업을 맹신하지 말라. 직장이나 학교 모두 협동도 필요하지만 개인이 더욱 창조적이려면 더 많은 사생활과 자유, 자율성이 필요하다. 혼자 문제를 해결할 때 깊은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깊은 생각의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독립된 나의 내면을 더 자주 들여다보는 고독의 끝에 깨달음이 있고, 그것은 통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셋째는 내성적인 사람들에 대한 메시지로 썩 내키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생각을 종종 드러내라는 것이다. 세상은 당신이 가진 그것을 필요로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리뷰는 코오롱 그룹 사보 KOLON 8월호 '북소믈리에'에 소개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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