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산업혁명 - 수평적 권력은 에너지, 경제, 그리고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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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시대 화석연료 사람들에 대한 녹색 대안

 

 

지난 3월 본지에 유럽재정위기의 실상을 담은 <부메랑>(비즈니스북스)을 살핀 적이 있다.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본문에서 그리스 현지에서 취재하고 살펴본 결과, ‘그리스는 단순히 부패한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부패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들이 과연 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에 대해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예측이 들어맞고 있다. 그리스가 지금 긴축안 수용여부와 유로존 탈퇴 여부의 갈림길에서 파국의 기로에 서 있다. 6월 17일 치러질 재총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리스의 긴축 이행 여부와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의 논설위원이었던 대니얼 앨트먼이 <10년 후 미래Outrageous fortunes>(청림출판)에서 말했던 EU 붕괴 예측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시점에서 가까운 미래를 전망하는<3차 산업혁명>(민음사)이 지금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 것은 한편 아이러니다. 한치 앞도 몰라 매일같이 주가가 요동치고 있는데, 지금은 40년 후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러미 리프킨의 말이라니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내다보는 3차 산업혁명은 오늘을 사는 탄소시대, 화석연료 사람들에 대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늘 듣는 모든 불안한 뉴스의 원인은 따져보면 자원부족으로 귀결된다.

 

“나는 (2008 금융위기를) 세계화의 정점으로 정의한다. “우리는 이미 화석 연료와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 시스템 내에서 글로벌 경제성장을 확대할 수 있는 최댓값, 즉 그 외곽 한계에 도달해 있다.”

 

 

 

 

전작 <공감의 시대>에서 적자생존과 부의 집중을 초래한 경제 패러다임의 종언을 선고했던 그가,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는 재생에너지와 인터넷 네트워크를 토대로 한 수평적ㆍ분산적 모델을 제안하며, ‘3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협업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제러미 리프킨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경제,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미래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해 온 세계적으로 저명한 사회사상가이다.

 

그는 <3차 산업혁명>에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1차, 2차 산업혁명의 수명은 이제 종언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2008년 부동산 거품이 터져 최악의 경제 위기에 빠졌고, 엄청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환경 파괴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게 그 증거라는 것이다. 제러미는 새로운 3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에너지 체계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접목하여 “과연 인류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는 있는가?” 하는 질문에 희망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초적이지만 이미 많은 나라들이 3차 산업혁명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역사상 위대한 경제적 변혁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새로운 에너지 체계가 만났을 때 발생한다고 말했다. 19세기에 인류는 증기기관과 석탄을 동력 삼아 대량 인쇄와 공장 생산 경제 시대를 열어 1차 산업혁명을 있으켰다면, 20세기 들어서는 전기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석유 자원이 만나면서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 등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자동차, 석유, 전자 등 대기업이 세계 경제를 부양하게 되면서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3차 산업혁명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⑴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한다.

⑵ 모든 대륙의 건물을 현장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미니 발전소로 변형한다.

⑶ 모든 건물과 인프라 전체에 수소 저장 기술 및 여타의 저장 기술을 보급하여 불규칙적으로 생성되는 에너지를 보존한다.

⑷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모든 대륙의 동력 그리드를 인터넷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는 에너지 공유 인터그리드로 전환한다(수백만 개의 빌딩이 소량의 에너지를 생성하면 잉여 에너지는 그리드로 되팔아 대륙내 이웃들이 사용할 수도 있다).

⑸ 교통수단을 전원 연결 및 연료전지 차량으로 교체하고 대륙별 양방향 스마트 동력 그리드상에서 전기를 사고팔 수 있게 한다.

 

그럼, 3차 산업혁명이 그리는 미래의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우선 정부주도의 에너지기업형태가 아닌 모든 중소형 건물이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미니 발전소'를 갖추고, 에너지 소비자는 동시에 생산자가 된다. 그리고 사용하고 남는 에너지는 서로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에너지 체계가 바뀌니 산업도 바뀐다. 대량생산에 기반한 '규모의 경제'를 꾸릴 필요가 없어진다. 인터넷이 거대한 '시장'으로 기능하는 만큼 작은 회사도 자신의 상품을 쉽게 내다 팔 수 있다. 많은 소규모 기업들이 협업 관계를 맺으면서 수직적 자본주의는 수평적 자본주의로 대체된다.

 

같은 맥락에서 '소유'에서 '공유'로 개념이 바뀔 것이라 내다 봤다. 실제로 세계 최대 자동차 공유 서비스 회사인 집카(Zipcar)는 2000년에 설립된 이후 10년 만에 회원 수가 수십만 명이 되었고 2009년 매출은 1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2010년에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또 국제적인 비영리 네트워크인 ‘카우치 서핑’은 여행자가 무료로 숙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역 주민을 연결해 주고 있다. 이미 100만 명이 넘는 카우치 서퍼(couch surfer)가 전 세계 6만 9000개 도시에서 서로의 집을 방문했으며, 이러한 활동은 탄소발자국을 현저히 줄이는 데 일조했다. 아울러 3차 산업혁명의 모델은 사회적 기업가 운동의 정신을 구현하는데, 그 모델은 탐스TOMS 슈즈 같은 기업이다.

 

탐스 슈즈는 일반적인 신발이 아니라 지속 가능 재료, 유기물 재료, 재활용 재료, 심지어는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 신발을 만든다. 그리고 이 개념 있는 신발은 한 켤레가 팔릴 때 마다 세계 어딘가에서 신발을 필요한 한 아이에게 새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한다. 이른바 ‘일대일 운동’이다. 탐스 슈즈는 이 운동으로 지금까지 미국과 아이티, 과테말라,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의 빈민 지역에 사는 1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새 신발을 신었다고 한다.

 

제러미 리프킨은 얼마 전 방한했을 때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아시아의 독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인 한국엔 풍부한 햇빛, 바람, 바다가 있어서 재생 에너지를 만들 여력이 충분하고, 조선, 건설 등으로 다져진 기술적 노하우와 인터넷 인프라 역시 튼튼해서가 그 이유다. 더불어 그는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생산물, 네트워크를 취합하고 노하우를 전달하는 역할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에게 “30년 안에 탄소 시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100년 이내에 인간이라는 종의 멸망을 목격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우리 스스로에게 ’업계와 정부는 20년 후에 어디에 있고 싶은가?‘ 물어봐야 할 때가 지금이라며 다시 이렇게 묻는다. “쇠락하는 2차 산업혁명의 에너지, 기술, 인프라 체계에 갇히길 원하는가? 아니면 떠오르는 3차 산업혁명이 에너지, 기술, 인프라 체계로 이행 중이길 원하는가?”

 

책을 덮으며 고개는 끄덕이면서도 나는 오늘도 3시 종가를 살피고 그리스 사태와 EU의 원유 수입 결정 관련 기사를 뒤졌다. 새로운 산업혁명의 비전에 탄복하며 박수치기에는 안경 너머로 보이는 오늘의 현실이 너무 위태롭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5월 29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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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 부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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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수록 가난해지는 우울한 워킹 푸어

 

 

지난 달 나는 부산으로 가는 6시 46분발 KTX를 타려고 광명역에 있었다. 출발까지는 아직 30여 분이 남아 역내에 있는 뚜레쥬르 빵집

을 들어가 샌드위치와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했다. 선남선녀라 부를만한 젊은 청춘들이 카키색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보기 좋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저들은 대체 몇 시에 출근한 걸까’ 궁금해졌다. 나아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들은 무엇을 타고 출근했는지,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근무를 한다면 도대체 시급은 얼마일지도 궁금했다. 묻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밝게 웃는 미소로 일하는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만큼 난 뻔뻔하지 않아서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봤다. 2012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4,580원이다. 주 40시간을 일하면 겨우 월 95만 7,220원을 벌 수 있다는 소리다. 우리나라의 사람값은 헐값이다. 한 시간 일하면 3,700원짜리 맥도널드 빅맥버거 1.2개 밖에 못 사먹는다(다른 나라 애들은 좋겠다. 일본은 2.4개, 호주는 3.5개나 먹을 수 있단다).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처럼 취업난과 고용불안을 반영하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대신 삼포세대(직장이 없어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청년층), 거마대학생(등록금을 벌기 위해 서울의 거여동과 마천동 일대 다단계업체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학생들), 청년실신(청년 대다수가 졸업 후 실업자나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뜻), 스펙리셋족(취직을 위해 편입학 등을 거듭하며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을 맞추려는 사람),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 행인(행정 인턴), 장미족(장기간 미취업 상태인 대학졸업생들), 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가 될 생각을 해야 한다) 등 청년 실업난을 빗댄 신조어들이 끝없이 생겨나고 있다(선대인씨, '문제는 경제다'에서 이 신조어들을 잘 정리해줘서 고맙소).

 

어렵사리 일을 구한다 해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사람값이 헐값인지라 죽어라고 일을 해도 민생고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저축을 하기 빠듯할 정도로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근로빈곤층을 우리는 워킹 푸어working poor라 부른다. 2012년 4월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人 은 직장인 1406명을 대상으로 ‘빚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현재 빚(평균 3,831만원)이 있고, 자신이 워킹 푸어라고 대답했다. 문제는 의미대로 따져보면 우리나라 근로자가 너나할 것 없이 워킹 푸어라는 것이다.

 

지난 해 책<긍정의 배신>(부키)을 써서 근거 없는 긍정주의를 실랄하게 비판했던 미국의 저널리스트 바버라 애런라이크가 이번에는 <노동의 배신>(부키)을 통해 빈곤에서 허덕이는 미국 워킹 푸어의 현실을 고발했다. IT붐이 한창이던 2000년 어느 날 바버라는 ‘시간당 6, 7 달러 하는 최저임금으로 온전한 생활이 가능할까? 통념처럼 가난은 게으름과 무능의 소치일까?’하는 의문을 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현실로 뛰어들어 체험 취재를 했다. 그리고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청소부, 월마트 직원 등 워킹 푸어로 일한 3년간의 체험을 녹여 책에 담았다.

 

 

 

 

이 책은 전형적인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영국의 TV 프로그램 ‘언더커버 보스’를 닮았다. 전체적인 내용은 매주 일주일간 자기회사의 말단 직원으로 입사한 CEO가 현장직에 있는 고충과 애환을 느끼고, 회사에 필요한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는 스토리인데,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CEO가 실제로 이러한 경험으로 통해 얻은 깨달음을 나중에 복귀한 후 회사경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직원들의 니즈가 충족되면서 작은 감동을 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노동의 배신>의 결말은 그 반대다. 저자는 체험을 통해 끝없이 높아져가는 물가와 집값(임대료) 때문에 시간당 5달러 남짓의 최저임금만으로는 먹고 잠자는 최소한의 생활조차 힘들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아울러 ‘가난은 게으름과 무능의 소치‘라는 생각은 편견일 뿐, 한 번 빈곤의 늪에 빠지면 좀처럼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부가 되물림 되듯 빈곤 역시 되물림 된다는 맥 빠지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그녀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떠한 에피소드들이 있었고, 얼마를 받았는지 하는 다소 뻔한 정보들은 궁금하지 않았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최저임금노동자로서 그녀가 일하는 고충 정도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 일들이기 때문이다(전혀 짐작이 안 간다면, 당신은 복받은 사람이다). 나도 대학시절 방학 때면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학교에 근로 장학생을 신청해서 학생회관 식당에서 그릇을 닦거나, 학교 앞 지하철 공사 복공판 위에서 막노동을 했었다. 주말 새벽에 청과물시장에 가서 트럭에 과일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20년 전만 해도 두 달 정도 열심히 일하면 등록금 정도는 마련되는 시절이었다).

 

오히려 나는 그녀가 위장취업을 한 후 매일 만나는 자괴감에 주목했다. 워킹 푸어의 핵심이자 가장 우려되는 점이 아무리 일을 해도 벗어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낳는다는 점이라고 생각한 때문이다. 그 해결책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자리를 갖는 것 뿐 아니라 좋은 일자리, 즉 고용 안정성 및 근로 조건 등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일텐데, 언감생심. 최저임금일망정 공정하게 받기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다.

 

오늘날 워킹 푸어가 급속하게 늘어난 것은 비정규직이 등장한 때문이다. 실업자와 근로자 사에 비정규직이라는 어중간한 일자리 개념이 생겨나면서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이동했거나, 구직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시작하고, 한번 비정규직에 속하면 정규직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근로조건은 끊임없이 열악해지고 있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열악한 근무환경을 알면서도 어쩔수없이 비정규직을 택하다보니, 인생조차 비정규직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워킹 푸어가 비정규직으로 들린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워킹 푸어는 엄연히 이 땅에서 같은 공기를 나눠 마시는 사람들, 우리의 형제이자 이웃이다. 저자는 독자들을 향해 워킹 푸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스스로 수치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느껴 마땅한 감정은 수치심이다. 다른 사람들이 정당한 임금을 못 받으며 수고한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살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여자가 배를 곯는 덕분에 당신이 더 싸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여자가 먹고살기에도 형편없이 모자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면 그 여자는 당신을 위해 지대한 희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동의에 의해 ‘워킹 푸어‘라고 불리는 그들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박애주의자들이다.”

 

갓 뽑아진 커피를 받던 배부른 아저씨 손님이 잘못해 커피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알바생인 듯한 청년은 순간 당황해 하는 손님에게 예의 함지박한 미소를 띠고 “죄송합니다, 손님. 얼른 다시 뽑아드리겠습니다.” 하며 고개를 숙였다. 배부른 아저씨는 사과 한마디 없이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온전한 커피를 가져갔고, 알바 청년은 커피를 빨리 닦아내지 않으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듯 대걸레를 들고 부지런히 젖은 바닥을 닦아내고 있었다.

 

나는 정장 양복을 입어도, 의사 가운을 입어도, 법관 옷을 입어도 어울릴 것 같은 저 믿음직한 청년이 대걸레질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또 다시 궁금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묻지 못했다. 웃는 미소 뒤에 숨은 그의 속마음을 충분히 미루어짐작할 것 같아서였다. 왜 모르겠는가, 나도 지금 워킹 푸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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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슈퍼리치 - 맨손에서 100억대 부자로, 신흥부자들의 1% 성공전략
신동일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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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되는 방법은, 여전히 많다

 

“라면을 잘 끓이는 방법은 라면봉지에 적힌 그대로 끓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가장 맛있는 라면이 되지요. 돈 버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본을 무시하고 무조건 많이 벌려고만 하는데 그래서는 절대로 돈을 벌 수 없습니다.”

 

최근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 때문인지 대한민국 부자를 말한 책은 지난 해 초 나왔던 <강남부자들>과 <빌딩부자들>이후 별로 나오지 않았다. 그 점에서 우선 <한국의 슈퍼리치>(리더스북)는 오랜만에 만나는 재테크 관련서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초고액 자산가, 이른바 슈퍼리치 18명의 생생한 성공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부동산을 포함해 최소 30억 원 이상을 가진 자산가를 슈퍼리치라고 정의했다. KB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에서 VVIP 자산관리팀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슈퍼리치들의 면면을 살펴보다가 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부자인 유산상속형이 아닌 맨바닥에서 스스로 부를 일구어낸 자수성가형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직업 역시 다양했는데, 100억대 부자가 된 카센터 정비공, 부동산 경매 박사가 된 미장원 아줌마, 보따리 장사로 부자가 된 35세 사업가, 등 이었다.

 

이 책은 현재 3주째 경제경영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본문을 살펴보기 전에 우선 그 몇가지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이 책은 읽기가 무척 쉽다. 재테크 서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용어도 별로 없고 쉽게 풀어 써서 재테크에 관심은 있지만 책을 잘 읽지 않는 독자들이 반길만하다.

두 번째는 친절한 문체다. 저자가 고객을 대하듯 독자를 제대로 읽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 책은 부자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부자가 되고 싶은 일반인, 특히 젊은이들을 겨냥한 책이다. 그 점에서 독자를 정확하게 겨냥했다고 평가된다.

세 번째는 저자인 이력도 큰 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KB 국민은행 압구정 PB 센터의 부센터장이자 VVIP 자산관리팀장이라 하면 일반인은 좀처럼 만나서 말하기 힘든 사람일 것이다. 이것만 봐도 저자가 어떤 말을 할지 독자들은 귀가 기울여질 것 같다. 게다가 읽어보니까 참 쉽다니 금상첨화였다. 책의 스토리도 한몫했을 것이다. 18명의 부자들 면면이 소위 은수저 물고 태어난 부잣집 자식들이 아니라 대부분 자수성가형이라는 점이 독자들에게는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재미있게 읽다 보니 책의 마지막 장인 것을 알게 된다. 300여 페이지가 되는 책을 금방 읽을 수 있도록 잘 편집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독자층이 다양하고 인구에 많이 회자되고 있는 것 같다.

 

저자 역시 재테크 법에 대해 그렇게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정말 은행에 한 번 가서 그 상품을 알아보고 싶을 정도까지 손을 댔다. 그러니까 눈높이가 다른 책들에 비해 많이 낮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저자는 우선 일반인과 슈퍼리치의 차이는 의외로 사소한 것에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그들은 꿈을 향한 도전의식과 끈기가 강했고 나름의 성공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그들은 별다른 사람이 아니다. 여러분이 슈퍼리치가 되지 못했다면 단지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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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쪼개는 순간, 푼돈이 된다. 종잣돈을 만들어라 !

 

“‘종잣돈을 만들어라’ 귀에 따갑도록 들은 이야기일 것이다. 돈의 속성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복리의 힘과 종잣돈의 위력은 실로 엄청나다. 슈퍼리치를 관찰하면서 웬만해서는 목돈을 잘게 부수려 하지 않는 특성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들은 왜 10억을 1억으로 쪼개려 하지 않을까?

슈퍼리치는 가지고 있는 돈이 쪼개지는 순간 푼돈이 되고 만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로, 여러분 지갑에 1만원이 있는데 담배 한 갑을 사고 6,000원이 남았다면 그 돈은 삽시간에 사라지고 만다.

또 하나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목적 자금인 종잣돈에 명확한 꼬리표를 붙어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내 집 마련 자금으로 3년 안에 2,000만 원 모으기, 자녀 대학교 학자금 5년 안에 1,000만원 모으기, 창업자금으로 3년 안에 5,000만 원 모으기…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종잣돈의 규모와 달성 기간, 종잣돈을 어떤 방법으로 매월 얼마씩 모아나갈지를 구체적으로 계획하면 목표를 달성하기가 더 쉽다.“ 224~227 페이지

 

 

부자되는 첫걸음은 종잣돈 모으기, 당연한 소리다. 우리가 정기적금을 붓고 한두 푼 모아 곗돈을 넣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돈을 불리려면 일단 어느 정도 규모가 커져야 목돈이 된다. 정기적금과 정기예금의 이자차이는 똑같은 1년, 똑같은 5%라 하더라도 결과물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일반인이 부자가 되기 위한 첫번째 단계는 1000만원 짜리 종잣돈을 만드는 것이다. 부자들은 말합니다. 1,000만원을 모을 줄 알면 5,000만원을 모을 줄 알게 되고, 또 1억도 모을 줄 알게 된다. 이 말은 1,000만원을 모으는데 필요한 인내와 노력을 경험한다면 큰 돈도 모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바꾸어 말하면 단돈 1,000만원 모으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도 되겠다. 그렇다면 종잣돈은 어떻게 모아야 할까? 쓸 것 다 쓰고 돈을 모을라 치면 모을 돈은 없다. 놀 것 다 놀고 언제 숙제하고 공부할까? 무엇이 먼저냐, 즉 무엇을 우선순위로 놓느냐가 중요하다. 종잣돈을 마련하려거든 우선 저축할 돈을 떼어놓고 지출을 해야 한다. 안하던 저축을 하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지출을 줄어야 한다.

 

저자는 여기서 커피 마시기부터 소위 말하는 태클을 건다. 하루에 5,000원 하는 커피를 매일 마신다면 한 달에 15만원 1년이면 180만원이 날아가 버린다고 말한다. 책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담배 1갑을 피우는 사람은 1년에 100만원 정도를 지출하는데, 실제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그 5배 정도 된다. 노년에 치과 치료비, 병원비가 엄청날게 뻔하기 때문이다.

 

돈 모으는 것도 좋지만, 너무 팍팍한 것 아니냐고 볼멘 소리를 할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5-6년 전에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라는 재테크 책이 베스트셀러였던 적이 있다. 이 책에서는 부자가 되고 싶다면 ‘앞으로 5년 동안 연애도 하지 말라’는 극단적인 말도 했다. 종잣돈 즉 목돈을 만들려면 푼돈을 철저하게 아껴야 한다. 우선 은행수수료나, 전기, 전화료 통신료 등 나도 모르게 줄줄 새는 돈을 잡아야 하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상도 살펴보면 낭비적 요소가 의의로 많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알부자들을 만나면 구두쇠 경향이 많다. 이런 것도 바로 푼돈 모아 종잣돈을 만든 습관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투자의 시작은 종잣돈 마련이다. 다른 수 없다. 악착같이 모으는 수밖에 없다.

 

 

돈 되는 지식을 쌓고 돈이 따르는 정보를 파악하라!

 

이제 와서 무슨 공부?’라고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슈퍼리치처럼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들도 아마 드물 것이다. 그들의 회사를 방문해보면 거의 대부분 사장실 책장에 책이 가득히 꽂혀 있다. 장식품이 아니라 실제로 읽은 책들이다.

유력 경제지의 신문기자와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기자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이 경제지나 신문을 한 가지도 보지 않는 것을 보면 이해가 안 돼요. 이른바 명문대를 나온 똑똑한 사람들이 열심히 취재하고 연구해서 쓰는 것이 신문기사거든요. 한달에 2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어디서 이런 정보를 얻겠습니까?”

돈을 벌고 싶어하면서도 정작 돈을 버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지식을 얻는 데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대에는 어제의 지식도 낡은 것이 될 정도인데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뒤쳐질 수 밖에 없다.

공부를 한다는 것이 그렇게 거창한 일은 아니다. 먼저 자신에게 필요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한 지식을 매일 조금씩 쌓아라.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슈퍼리치로서 성공하려면 돈 되는 투자처와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데 경제신문을 1부 이상 구독하는 것이 매우 좋은 방법이다. 요즘은 아이폰 등 스마트 폰을 이용해 웬만한 신문은 무료 구독이 가능하다. 당장은 자신의 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자. 술 한 번 먹을 돈을 아껴 경제신문 구독 신청을 하고, 시간을 정해 책을 읽어보자. 일단 시작하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228~230 페이지

 

 

저자는 본문에서 부자가 되려거든 돈이 되는 지식을 쌓아라라고 말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인데, 부자들은 정말 공부를 하는 걸까?

지인 중에 내가 ‘경제경영서’를 즐겨 읽는 것을 보고 “독서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무슨 책을 그렇게 읽느냐?“고 묻곤 한다. 그러면 나는 일본 최고의 부자이자 소프트뱅크 회장인 손정의(손 마사요시)의 이야기를 해준다.

 

1983년 스물 여섯에 일본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손정의는 어느 날 회사 건강검진에서 중증 만성간염에 판정을 받는다. 최악의 경우에는 5년 이상을 버틸 수 없다는 선고를 받았다. 진단받은 다음 날 병원에 입원한 손정의는 그 후 3년간 투병생활을 해야 했다. 그의 투병생활은 남달랐다. 그는 병상에서 미친듯이 책을 읽었다. 손정의는 입원해 있는 3년 동안 무려 4,000여 권의 책을 읽었다. 보통 사람들이 평생토록 읽어도 다 못 읽을 책을 단 3년 만에 읽은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경영전략이자 소프트뱅크 특유의 경영 전략인 ‘제곱병법’도 이때 창안했다.

긴 투병생활 끝에 기적적으로 퇴원한 스물 아홉 손정의는 방대한 독서를 통해 얻은 혜안으로 미국에서 소프트뱅크를 상장시키고 2천억 엔의 거금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만의 혜안으로 야후 재팬을 만들었고, 오늘의 소프트뱅크를 있게한 토대를 만들어 냈다. 20대의 재일교포 3세 손정의에게 이러한 승부를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바로 독서의 힘이었다.

말이 나온 김에 책으로 돈을 번 사람을 한 명 더 언급하자. 일본에 손정의가 있다면, 홍콩에는 아시아 최고 갑부인 홍콩 청쿵(長江) 그룹의 리자청(李嘉誠, 홍콩명 리카싱) 회장이 있다. 1928년 생으로 올해 나이 85세인 리자청(홍콩이름은 리카싱)은 무일푼의 소년 가장에서 아시아 최고의 부자이자 세계 5위의 거부가 된 사나이다.

 

유서 깊은 선비 집안 출신으로 태어났지만 찢어지게 가난했던 집안사정으로 그는 학업을 포기하고 일찍부터 찻집 종업원, 임시직 공장 노동자, 시계줄 행상, 플라스틱 벨트 영업사원 등을 전전하며 생업에 뛰어들어 동료들이 하루 8시간 일할 때 16 시간씩 일하며 악착스럽게 사는 법, 그리고 돈을 버는 법을 배워야 했다. 기특한 점은 리자청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열심히 일하는 가운데에도 틈만 나면 책을 읽었고, 책을 손에 들면 언제나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고 한다.

리자청 사업의 전환점은 1950년대 후반 한 권의 책을 통해서였다. 어느 날 늘 그렇듯 새로운 사업 구상을 위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잡지를 들추다가 우연히 본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리자청은 커다란 망치로 뒤통수를 맞는 듯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사진은 꽃그림이었는데, 생화가 아닌 조화 즉 플라스틱 꽃이었다. 그는 곧바로 이탈리아로 날아가 어렵게 플라스틱 조화 기술을 배우고 홍콩으로 돌아왔다. 그 후 그가 만든 플라스틱 조화는 유럽에서 생산되는 그것보다 더욱 값이 싸면서도 진짜에 가까워 본고장 유럽에 까지 알려지고, 많은 양이 수출되면서 엄청난 매출을 올린다. 이때 리자청은 플라스틱 꽃으로 ‘화왕(花王)’이란 별명을 얻었고 그의 사업은 굳건한 발판을 마련해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한다.

 

그는 어마어마한 부는 이미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홍콩 사람이 1달러를 쓰면 그 중 5센트는 리자청의 호주머니에 들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홍콩 상장기업의 4분의 1은 리자청의 소유이며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10%를 처리하고 있다.

사람들은 리자청을 두고 ‘잎만 보고도 가을이 올 것을 간파할 줄 아는 기업인’이라고 부른다. 이렇듯 남보다 한 발 앞서 시장을 읽는 능력은 그의 독서력에 있다. 초등학교 교장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책에서 길을 찾아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흔히 킬링타임용으로 읽히는 잡지 속에서 홍콩의 대부호가 탄생되었다는 리자청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에게 위아래가 없듯 어느 책이든 경중(輕重)이 있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책을 읽을 때는 항상 목적을 두고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그 어떤 책이든 온전히 독서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부자가 되려는 목적이 무엇인가? 가족의 행복이 최우선이다.

 

성공한 슈퍼리치가 가장 크게 후회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일 것이다. 일가 시간에 쫓겨 가족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000억대 자산을 일궜지만 자녀에게 소송을 당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꿈을 이루고 엄청난 슈퍼리치가 됐어도 이런 일을 당한다면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성공하고자 하는 이유는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다.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 성공의 목적도 행복한 가족이고 힘들고 어려워도 거의 포기할 지경일 때 가장 힘이 되어주는 것도 가족이다.

진정으로 성공한 슈퍼리치란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성공한 슈퍼리치를 말한다. 원칙으로 돌아가 철저하게 일과 가족에 대한 시간 배분 전략을 따를 때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행복한 슈퍼리치가 될 것이다. 242-243 페이지

 

그렇다. 엄마 아빠들이 밤늦게까지 뼈빠지게 일을 하는 이유는 가족과 행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렇게 일만 하느라 가정이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내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을 했는데, 어느 순간 돈을 위해서 벌거나 나의 명예나 욕심을 위해 가족을 희생하며 일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예를 들어보자. 장이 상한가로 마감이 되면 기쁜 마음에 가족들 외식시켜주고 한다. 하지만 하한가로 떨어지거나, 며칠 동안 장이 않좋으면 어떤가? 괜히 가족들에게 짜증내며 말도 못붙이게 한다. 아닌가? 부끄럽지만 최소한 난 그랬다.

 

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 이상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다. 매일 매일의 장마다 일희일비하는 나를 발견하고 그 모습이 싫어져서 그만 두었다.

라면의 달인은 라면을 가장 잘 끓이는 법은 라면봉지에 적힌 그대로 끓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도 마찬가지다. 부자들에게서 그들이 부자가 된 이야기를 잘 듣고 내게 적용하고 활용할 점들을 찾아서 행동하면 그 보다 빠른 길은 없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센다 타쿠야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서점에 있다>에서 한 말로 마무리할까 한다.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봤자 책 쓴 사람 배반 불려줄 뿐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그릇된 생각이다. 요즘 같은 출판 불황 속에서 엉터리 책을 내면 독자들은 전혀 호응해주지 않는다.

부자가 되는 책에는 실제로 부자가 되는 힌트가 가득하다. 이런 책을 잘 읽어보면 매우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대학생 시절 내가 엄청난 양의 책을 읽으면서 확신하게 된 것이 있다. ‘부자가 될지 안 될지 알 수는 없지만 평생 돈에 쪼들릴 일은 없겠구나’라는 것이었다. 일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구절들을 충분히 흡수해두면, 사회인이 되어도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세상이 두렵다는 생각이 독서와 함께 점점 가시게 된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부자가 되는 책을 줄잡아 500권 이상 읽었다. 그 책들은 무엇으로 사람을 기쁘게 해줄 것인지를 500가지가 넘는 방법으로 알려주었다. 이를 진지하게 실행해 나가는 사람은 정말로 부자가 될 수 있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5월 22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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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h 러쉬! - 우리는 왜 도전과 경쟁을 즐기는가
토드 부크홀츠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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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행복에 이르는 진짜 방법

 

조그만 항구 도시에 사는 가난한 어부가 자신의 보트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그때 그곳을 지나던 사업가가 어부를 깨워 말을 걸었다.

 

사업가 : 하루에 몇 번이나 출어하시오?

어부 : 단 한 번. 나머지는 이렇게 쉬지요.

사업가 : 왜 두 번 이상 하지 않소? 그럼 세 배로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게 아니오?

어부 : 그러면요?

사업가 : 그러면? 그러면 2년 뒤에는 모터보트를 두 척 살 수 있고, 3~4년 뒤에는 두세 척의 보트로 훨씬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죠. 그럼 작은 냉동 창고에 훈제 생선공장, 커다란 생선 처리공장까지 지을 수 있고, 잘만 하면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다니며 물고기 떼의 위치를 미리 어선에 알려줄 수도 있소.

어부 : 그런 다음에는?

사업가 : 그런 다음에는 여기 이 항구에 편안하게 앉아 햇살 아래 달콤한 낮잠을 즐기는 거요. 저 멋진 바다를 감상하면서!

어부 : 내가 지금 그러고 있잖소!

 

<행복의 중심, 휴식>(걷는나무)에 소개된 이 글은 그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몇 번은 들어봤음직할 만큼 유명하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를 꼬집는 이야기, 즉 행복은 성공한 후에 오는 것 뿐 아니라 오늘을 즐기는 우리 발 앞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돈을 만들 궁리로 가득했던 사업가가 한심해 보이는 순간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작은 깨달음을 주는 이 글에 퉁을 놓고자 한다.

 

이 이야기의 끝을 조금 더 늘려 사업가와 어부가 맞이한 그 날 저녁시간은 어땠을까? 추측컨대 사업가는 오늘 낮에 있던 낚시의 결과에 상관없이 맛난 요리와 고급 와인으로 저녁을 만끽했을 테고, 낮잠을 자느라 고기를 잡지 못한 어부는 필경 저녁을 굶었거나 초라한 밥상을 만났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내일부터 태풍이 불어 앞으로 일주일간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래도 어부가 즐긴 오후의 낮잠은 과연 행복이었을까?

 

내가 만들어낸 두 사람의 저녁 이야기가 비약이 심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생각한 것은 내가 시니컬한 성격이어서가 아니라, 행복의 중심에는 ‘돈’이 아니라 ‘휴식’에 있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반박하고 싶어서다. 사람들이 행복하려면 휴식도 있어야 하지만, ‘돈도’ 필요하다는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 둘 모두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조금은 해괴망칙한, 하지만 아무리 뒤집어봐도 일리가 있는 이 생각이 뜬금없이 떠오른 것은 결코 아니다(나는 그렇게 똑똑하지 못하다). 재미있는 책 한 권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든 생각이다. 제목은 <러쉬!>(청림출판)으로 현대인이 부딪히고 있는 다양한 경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책이다. 원제목은 Rush, why you need and love the rat race ‘러쉬, 당신이 생쥐 경주를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 이유’ 정도 되겠다.

 

 

 

 

이 책을 펼친 가장 큰 이유는 저자에 있었다.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의 작가 토드 부크홀츠의 신작이다. 소설이었던 전작 <카스트로 유전자>에서 세계 금융시장과 정ㆍ재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더니, 이번에는 경쟁과 도전, 그리고 느림과 휴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경제학에 결합시켰다. <경제학 콘서트>의 팀 하포트와 <괴짜경제학>의 스티븐 레빗, <상식 밖의 경제학>의 댄 에리얼리, 그리고 토드 부크홀츠의 책이 갖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책을 끝까지 읽으려면 여느 책보다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들을 만난다면 후레쉬를 챙겨라. 다방면으로 박학다식함을 짐작하게 하는 이들의 이야기와 위트 넘치는 입담에 취하다 보면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과 스트레스로 첨철된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벗어난다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말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무인도 같은 곳으로 기약 없는 휴가를 떠나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모든 것과 단절 된 채 바닷가를 산책한다면...그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까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지만 피지나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남자’들에게 물어보라, 열에 아홉은, 사흘 저녁만 지나면 ‘심심해서 미쳐 버린다’고 할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이런 행복에 관한 통념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과 스트레스를 벗어나 휴식을 취한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록 성공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가 무언가를 항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경쟁하며 바쁘게 움직일 때 더 행복해진다고 주장한다.

 

 

 

 

제 아무리 저명한 경제학자라지만 이러한 그의 주장은 낯설기 그지없다. 하지만 신경경제학과 진화생물학, 르네상스 미술을 거쳐 제너럴모터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흥미로운 일화와 논박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저자는 일과 스트레스를 벗어나는 것이 행복을 찾는 길이며 경쟁이 우리의 영혼과 행복 추구의 기회를 삼켜버리는 암적 존재라고 믿는 행복 전도사들을 ‘에덴주의자(가보지 못한 낙원 에덴을 마치 가본 듯 말하는 몽상가)‘라 부르며 다양한 이론과 사례 그리고, 과학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경쟁이야말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인간을 더 공정하고 훌륭하게 만들어준다고 단언한다.

 

“이 세상이 이전투구의 장소가 된 것은 우리의 빠른 삶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인류 역사의 수천 년에 해당하는 부분을 망각한 결과다. 수명 문제 하나만 놓고 보자. 1900년, 미국인의 기대 수명은 고작해야 마흔 일곱 살이었다. 개척민들이 정착하기 전 미국 원주민 시대로 돌아가보면, 기대 수명은 서른 살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불평불만, 고층 빌딩에서 일하는 스트레스, 신용카드 빚, 북적대는 학교에도 불구하고 개발국의 기대 수명은 거의 여든 살 가량이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경쟁이 우리 수명을 늘려주는 것이라고 볼 순 없는가?” 8~9 페이지

 

저자는 우리가 당면한 진짜 문제는 경쟁이 아니라 활동성 없는 삶이라고 말했다. 즉 스트레스 상황은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붙박이 처지인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마치 아우슈비츠로 가는 열차 안에서 서서 볼일을 보고 잠을 자야했던 유대인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갇혔다는 기분이 들 때 우리의 영혼은 병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글로벌 기업 폭스콘에서 일하던 젊은이들이 2010년 한 해 동안 무려 16명이 공장과 숙소에서 자살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은 4초마다 반복된 작업을 무려 12시간 동안 했다고 한다. 옆 사람과 말하는 것은 물론 금지였다.

 

한편 저자는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 보다 풍족한 나라가 더 빈곤한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풍족한 나라 사람들에게는 부족함을 채우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며 한국과 베네수엘라를 비교했다. 즉 1960년대 초, 아이티 수준의 빈국이었던 한국은 인재와 근면 덕분에 50년이 지난 현재 서유럽 국가 생활수준과 견줄 만한 나라가 되었다. 반면 풍부한 자원에 만족해 경쟁의지가 꺾인 베네수엘라에게 원유는 ‘악마의 배설물’같은 저주가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 나라(기업 혹은 개인)을 키우는 것은 자리가 아니라 자세이며 돈이 아니라 근성이라고 강조한다. ‘포춘 선정 500대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의 차고에 만들어진 회사에 돈을 투자하는 이유 역시 그들의 자세와 근성을 믿기 때문이다. 즉 가진 것이 없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급한 것을 먼저 하게 되고 더 땀을 흘린다는 것이다. 결론에 이르러 우리 뇌와 몸이 살아있다는 느낌과 행복감을 맛보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스트레스와 경쟁심이 필요하며, 에덴주의자들의 주장대로 미국을 월든 호숫가로 바꾸려 한다면 우리의 생활수준은 떨어지고 기대 수명은 짧아질 거라며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는다. “장담하건데, 새상은 여러분을 어느 날 문득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삶은 결코 소소한 투쟁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때, 우리가 행복을 맞볼 가능성은 더 커진다. 언제나 그래왔다. 그런 투쟁을 통해 우리는 엄청난 것들을 얻을 수 있다.” 경쟁에 대한 새로운 해석, 일독하면 무한경쟁시대가 새롭게 보일 것이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5월 15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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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의 시대 - 매일 쏟아지는 정보 더미 속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방법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한석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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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콘텐츠가 아니라 큐레이션이 트렌드다!

 

 

기업이 생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소비자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불황 운운하는 경제를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2000년대에 비해 무척이나 까탈스러워진 소비자를 말하자는 것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하던 30년 전 아날로그 시대의 소비자들을 상대로 기업이 사업하기는 시쳇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한 때 집 전화를 놓으려면 한국전력에 100만원의 보증금을 걸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전화회선이 부족한 때문이었다. 그 시절엔 기업이 제품을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

 

제품을 알리는 방법도 간단했다. TV의 황금 시간대를 잡아 광고만 하면 됐다. 인터넷이 없던 세상은 획일적인 정보가 획일적으로 흘렀다. 제품이 부족하니 값은 당연히 비쌌다. 그래서 소위 ‘신제품’을 가진 사람은 자연히 ‘부자’처럼 보였다. ‘배가 나온 김사장‘이 복도 많아 보이던 그 시절, ’부자 같은 분위기‘는 권력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등의 고가 수입차는 단순히 ‘자동차’가 아니라 ‘고가의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유명 인사’라는 사회적 의미가 덧칠해졌다고 보는 것, 이것이 기호소비다. 사람들은 TV 광고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도 많이 사는 것 같으니 나도 사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지갑을 열었고, ‘회사 동료보다 조금이라도 좋은 물건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상점 앞에 줄을 섰다. 그 시절엔 희안하게도 비싸면 더 잘 팔렸다.

 

이러한 ‘과시적 기호 소비’는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21세기의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급격하게 생명력을 잃었다. 전과는 다르게 ‘수입차나 고급 차를 사는 것은 돈 낭비다. 자동차는 단지 이동 수단일 뿐, 경차면 충분하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단 자동차 뿐 아니다. 저렴한 가격에 실용성이 큰 유니클로(UNIQLO), 자라(ZARA) 등의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 유행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이 ‘기능 소비’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러한 소비의 변화는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만나면서부터였다. 네티즌이라 불리는 지구촌 사람들과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나누다 보니 똑똑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정보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 아니 그야말로 정보가 폭주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자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졌다. 현대인들은 폭주하는 정보 속에서 양질의 정보인지 알지 못한 채 휩쓸리게 되었고, 과도하게 전달되는 정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 가운데, 정보 그 자체의 가치만큼이나 정보를 필터링해주는 큐레이션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큐레이션의 시대>(민음사)는 텔레비전, 신문, 출판, 광고와 같은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이 소멸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포스퀘어 등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오늘날, 넘쳐나는 정보들을 얼마나 잘 고르고 편집하는지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마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세계 곳곳의 다양한 예술 작품의 정보를 찾아 모으고, 이를 빌려 오거나 수집한 후 전체를 일관하는 의미를 부여해 기획전 등을 여는 일을 하는 큐레이터가 필요하듯 이제는 디지털 세계에서도 가치 있는 정보를 얻는 데에도 길라잡이가 필요한 것이다.

 

사사키 도시나오佐佐木俊常 <전자책의 충격> 등을 내면서 이미 일본에서 인터넷 사회론의 일인자로, 날카롭고 솔직한 비평으로 정평이 나 있는 저자 사시키 도시나오는 격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인터넷 사회에서 ‘정보’를 새롭게 들여다봤다. 정보가 곧 돈이 되는 지금, 그의 시선 속에서 디지털 시대의 블루오션을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다.

 

“큐레이터라는 것은 본래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학예사(學藝士)‘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있는 다양한 예술 작품의 정보를 찾아 모으고, 이를 빌려 오거나 수집한 후 전체를 일관하는 의미를 부여하여 기획전 등을 여는 일을 한다. 이는 무분별한 정보의 바다에서 특정한 콘텐츠를 기준으로 정보를 건져 올리고, 댓글과 같은 방식으로 소셜 미디어에서 유통시키는 행위와 굉장히 비슷한 맥락의 일이다. 그래서 큐레이터라는 말은 미술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지금은 ’정보를 다루는 존재‘라는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저자는 1차 정보를 발신하는 것보다도 그 정보가 가지고 있는 의미, 그 정보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 그 정보가 가지고 있는 '당신에게만 필요한 가치'와 같은 콘텍스트를 부여할 수 있는 큐레이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큐레이션을 하는 큐레이터는 따로 정해지지도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다.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 페이스북 앱에 접속하여 새로 업데이트된 소식을 확인하는 우리, RSS 리더를 통해 받아 보는 뉴스를 살펴보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구독하는 정보들을 탐독하고 그중에서 내게 유용한 정보를 ‘즐겨찾기’ 하거나 ‘북마크’ 하거나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하는 등 일련의 활동을 통해 무수한 정보와 씨름하고 정보를 걸러내고 정보를 재배열하고 재가공하는 우리, 하루 종일 정보를 접하고 그에 대해 나름의 코멘트를 하며 데이터 생산을 하는 우리 자신이 바로 큐레이터다.

 

아닌게아니라 꿈보다 해몽이라 했던가. 크리에이터(예술가, 작가)가 꿈을 꿨다면(창작했다면), 해몽은 큐레이터의 몫이다. 문제는 세상을 여는 사람들이 큐레이터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를 '콘텍스트(context)의 힘'이라며 "아웃사이더와 인사이더의 경계, 그리고 이런 경계를 설정한 큐레이션의 방향성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정보의 바다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광활한 정보의 바다에 특정한 콘텍스트를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큐레이션이다.“ 고 말했다.

 

그렇다면 큐레이션은 왜 필요할까? 큐레이션은 타인이 가진 관점(觀點, perspective)의 총체다. 즉, 타인이 어떤 방향에서, 혹은 어떤 가치관에서 세상을 보는 관점은 세상을 보는 위치나 방향 뿐 아니라 그가 가진 사고(思考)를 포함한다. 우리는 그들의 독특한 시선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저자는 트위터에서 누군가를 팔로우하는 행위 역시 팔로우한 상대의 관점을 체크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신선하고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면서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된다. 이 책에서 제시한 새로운 세상을 연 큐레이션의 사례는 다양하다.

 

비주류 음악인 월드 뮤직의 프로모터 일본인은 브라질 음악의 거장 에그베르토 지스몬티를 전세계에 알렸고, 이름 없는 노인 조지프 요아컴 낙서에서 새로운 예술을 발견한 작가 존 호프굿은 그의 낙서를 작품으로 승화시켜 그의 유작이 뉴욕의 유명한 미술관인 휘트니 미술관에서 개최될 만큼 유명하게 만들었다. 재미있게도 정작 요아컴은 ‘내가 그림 그림에 가치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술 취한 남자들의 배꼽잡는 영화<행 오버Hang over>와 영국의 코미디 걸작<뜨거운 녀석들Hot fuzz>도 자칫 수많은 영화 속에 뭍힐 뻔 했지만, 작품을 알아본 큐레이터의 손에 들려 세상에서 빛을 발했다. 독자의 참여를 통해 기성 언론을 뛰어넘은 인터넷 뉴스 매체로는 ’허핑턴 포스트(The Huffington Post)‘가 있다. 큐레이션의 새 지평을 보여주는 허핑턴 포스트의 순방문자수는 2011년 하반기에 ’뉴욕타임즈‘ 사이트를 앞지를 것으로 예측된다.

 

어느 미국인 블로거는 “콘텐츠가 왕이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큐레이션이 왕이다.”라고 말했다. 큐레이션의 파급력은 신문이나 잡지 같은 미디어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기업은 일방통행 식으로 소비자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지만 이제는 큐레이트된 콘텐츠를 수용해야 할 뿐 아니라 소비자의 불만과 분노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제 소비자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발언권을 얻은 커뮤니티의 한 구성원으로서 참여하고 협력해야 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델 컴퓨터의 고객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품은 제프 자비스의 블로그나, 컴캐스트에 대한 가필드의 블로그 활동이 그에 관한 좋은 사례 들이다.

 

이 책은 글로벌 플랫폼 위에서 콘텐츠나 큐레이터,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는 팔로워 등의 소규모 모듈들이 존재하고, 이런 관계가 고정되어 잇지 않고 항상 재조합되며 신선한 정보를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 그런 ‘큐레이션의 생태계’가 탄생했음을 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미디어의 대세가 블로그 였다면 오늘날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대세라고들 말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중요한 것은 앞으로 소셜 미디어를 축으로 하는 정보의 유통로가 어떻게 전체상을 만들어갈지를 그리는 비전에 있다고 말한다. 그런 비전을 제대로 인식하고 프레임워크 속에서 중장기적 전략을 가질 때 미래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을 제대로 보고, 미래를 내다보고 보고 싶은가? 큐레이터가 돼라!

 

 

이 리뷰는 코오롱 그룹의 사보 KOLON(5월호) 북칼럼 <북소믈리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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