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실패하라 - 그것이 성공에 이르는 길이다
제임스 다이슨 지음, 박수찬 옮김 / 미래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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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포스트잡스post-jobs는 제임스 다이슨이다!

 

 

 

나는 지난 해 6월 <다이슨 스토리>를 읽고 제임스 다이슨이란 인물을 알았다. 그리고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트위터에 소개해 ‘정용진 선풍기’로 알려진 날개 없는 선풍기가 다이슨의 제품이라는 것도 그 때 알았다.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 잠들지 못했고, 책을 덮은 후에는 놓칠세라 리뷰를 썼다(Daum에서 책제목을 검색하면 바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매주 출연해 주목되는 경제경영서를 소개하는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에 <다이슨 스토리>를 소개했고, 주위에 그 책을 구입해 선물했다. 지난 해 여름, 난 제임스 다이슨에 취했었다. 그리고 오늘, <다이슨 자서전Against the odd>(미래사)에 또 취했다.

 

 

 

 

 

 

 

 

 

나는 다이슨이 좋다. 다이슨 제품에는 발명가이자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의 독특한 세계관이 담겨 있다. 제임스 다이슨은 수천 번 실패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품화에 성공한 발명가이자 엔지니어다. 수많은 실패로 자칫 시지프스가 될 뻔 했지만 포기를 몰랐던 그의 우직함을 나는 좋아한다. 모든 물건은 더 개선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는 다이슨의 세계관을 공유하고자 나는 다이슨 제품을 애용하고 있다. 개선을 위해 실패를 감수하며 조금씩 발전하자는 그의 세계관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갈망하는 진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다이슨이 정말 좋다.

 

 

 

‘다이슨’하면 혁신이다.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 그가 진공청소기를 만들기 전까지 영국인들은 자전거 바퀴처럼 먼지봉투는 진공청소기에는 없어서는 안 될 부품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내 대신 청소를 하던 그는 기존 청소기의 작동이 시원치 않자 자리에 앉아 손수 뜯어보았다. 그리고 몇 번 의 실험을 통해 진공청소기의 성능이 떨어지는 이유가 먼지가 먼지봉투의 미세한 구멍을 막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작은 먼지는 구멍에 깊숙이 박혀 있어서 먼지봉투 속 먼지를 비워낸다 해도 청소기의 성능은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먼지봉투가 가득 차서 진공청소기의 흡인력이 떨어진다는 제조업자의 주장은 거짓말이었다. 다이슨은 소비자로서 제조업체들의 못된 마음과 무관심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에게 먼지봉투가 붙은 진공청소기는 더 이상 청소기가 아니었다.

 

 

다이슨은 생계는 아내에게 맡긴 채 집 뒤편에 있는 낡은 마차 창고(성공하고 싶거든 창고에다 회사를 차리자. HP, 아마존, 애플 등 오늘날 성공한 위대한 기업가들의 첫 회사는 항상 그곳이었다)에서 싸이클론 방식을 결합한 신개념의 진공청소기를 개발하기 위해 매달렸다. 3년이라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다이슨 청소기가 완성됐다. 하지만 완제품을 만들 수가 없었다. 수년간 개발에 매달린 탓에 남은 돈이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진공청소기의 아이디어와 생산권을 다른 회사에 팔려 했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먼지봉투가 있는 청소기가 뭐 어때서? 우리 회사는 먼지봉투를 따로 팔아서 좋기만 한 걸? 우린 지금 아쉬울 게 없어.” 라며 거절했다. ‘늙은 여우는 더 이상 사냥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고 했던가. 청소기 회사들은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3년이 흘렀고, 결국 일본의 에이펙스 사에 지-포스G-Force라는 이름으로 다이슨 청소기는 처음으로 소비자를 만났다.

 

 

제임스 다이슨은 선풍기에 날개가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깼다. 그는 화장실에서 바람으로 손을 건조하던 기계를 만들다가, ‘에어멀티플라이어’라는 날개 없는 선풍기도 만들었다. 날개 없는 선풍기는 2009년 타임Time이 ‘올해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다이슨 본사 건물 문손잡이에 붙은 스티커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전기를 이용한 최초의 선풍기는 1882년 발명됐다. 날개를 이용한 그 방식은 127년간 변하지 않았다.”

 

 

‘다이슨’하면 실패다. <다이슨 스토리>의 저자 레인 캐러더스는 ‘혁신은 결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말했다. 혁신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거기에 매달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 거의 대부분 실패라는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를 하지 못하고 포기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이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의 빛나는 성공 때문이 아니라 그가 겪은 실패 때문일 것이다.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첫 번째 실패에서 다음 실패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고 윈스턴 처칠은 말했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를 개발하면서 5,127번의 시도와 그만큼의 실패를 경험했다. 그리고 ‘한 번 더’ 시도해 결국 성공했다. 숱한 실패 끝에 성공을 이룬 다이슨의 지론은 “성공은 99%의 실패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이 실수하게 하면 일을 빨리 배운다.”며 실패를 장려한다. 엔지니어인 그의 삶에 실패는 당연한 결과다. 숱한 실패 속에 있었던 드물었던 몇 번의 성공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실패하면 유니클로의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가 떠오른다. 자서전의 제목이 <1승 9패>일 정도로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다. 무엇인가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르면 바로 실행에 옮겼고, 중간에 결과가 좋지 못하면 바로 접었다. ‘실패는 곧 수치’라는 정서가 짙게 깔린 일본, 그래서 실패할 것 같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일본 사회풍토에서 야나이 회장은 별종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실패하더라도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된다. 실패할거라면 빨리 실패를 경험하는 편이 낫다. 비즈니스는 이론대로,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빨리 실패하고, 빨리 깨닫고, 빨리 수습하는 것이 나의 성공비결이다.”라고 말했다. 실패 없이 성공은 없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다이슨’하면 디자인이다. 그가 개발한 전공청소기는 영국에 이어 미국시장에서도 대성공을 거둬 ‘비틀즈 이후 가장 큰 성공을 거든 영국 제품’이라는 찬사를 듣는다. 영국 가정의 세 집 가운데 한 집은 다이슨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 다이슨 제품은 힘 쎄고 우수한 성능의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로 통한다. 하지만 다이슨 제품이 인기가 높은 이유 중에는 독특한 디자인도 한몫을 톡톡히 한다. 다이슨 제품들은 현재 런던과학박물관,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로테르담 보이만 박물관, 샌프란시스코의 현대 미술관, 취리히의 디자인 박물관, 파리의 퐁피두센터, 리스본 디자인박물관, 메트로폴리탄 예술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2세가 사는 궁전에도 수십 대가 있다.

 

 

우리는 스티브 잡스를 두고 ‘엔지니어이자 아티스트’라고 말한다. 바로 스티브 잡스가 가진 심미안審美眼 때문이다. 그는 평소 “디자인은 형태가 아니라 기능이다.”라고 말을 하곤 했다. 잡스는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라 제품의 작동 방식이라고 봤다. 잡스가 생각하는 위대한 제품은 ‘아무런 말이 필요 없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잡스에게 디자인은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것이 아니라 쉬운 것이라면, 다이슨에게 디자인은 제품 그 자체로서의 공학이다. 다시 말해 제품은 그 속에서부터 빛이 나야지 겉만 멋져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단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I just think things should work proprely.”

 

 

 

이병규는 <촉觸>(리더스북)에서 물건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시장이 이미 포화되어 팔기가 어려워진 오늘날, 모든 것을 이미 가진 소비자에게 수요를 부추기는 방법은 ’새로운 욕망‘을 일으키는 방법 밖에 없다며 새로운 욕망을 일으키려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영역을 뛰어넘어 몸으로 느껴 직감(觸)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다이슨은 개발자이기 이전에 먼저 소비자의 시선으로 기존의 제품을 바라봤고 촉으로 읽었다. 그리고 거듭된 실패 속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혁신을 이뤄냈다. 혁신에 있어 포스트잡스post-jobs를 찾는다면 이 책을 읽어라. 제임스 다이슨, 그가 포스트잡스다!

 

 

 

이 리뷰는 이 책<계속해서 실패하라>의 말미에 기고한 서평입니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05월 08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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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이의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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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흔 이후, 중년의 재발견

 

오늘날은 ‘홀로살기’가 훨씬 쉬워졌다. 교통과 통신수단의 발달은 사람들이 꼭 어울려서 살아야 한다‘는 농경사회적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오히려 더욱 다양한 통신수단으로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혜택을 만끽하는 사람들은 여성들이다. 사회진출로의 욕구와 그녀들만의 원활하고 친화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오늘날과 딱 맞아 떨어져 ’그녀들의 세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점점 고독하고 외로워하며 외톨이가 되어가는 사람들은 남자, 특히 중년에 접어든 남자들이다.

 

요즘 서점가에 중년바람이 거세다. 지난 해에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청춘 콘서트'를 필두로 한 청춘이 키워드였다면, 올해는 중년이다. 중년의 남성 독자를 위한 책으로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남자의 물건>, <중년수업> 등이 대표적인데, 제목 한 번 아저씨답다. 김난도 교수가 쓰고 있다는 중년을 위한 책 제목은 점입가경, <결리니까 중년이다>란다.

 

이러한 중년 바람의 시작은 '마흔'에 있다. 책들 대부분이 어떠한 유혹에도 미혹함이 없는 불혹을 맞아, 90세 수명까지의 후반부 인생에 대한 고민하는 중년들의 고민을 대신하고 있다.

 

'나는 동창회가 싫다. 월급, 몰고 다니는 자동차로 사는 수준을 판단하고 행복을 가늠하는 눈치들이 싫어서다. 회사에서는 어느 줄이 튼튼한 동아줄인지 잘 판단해서 줄서야 하고, 사는 순간 '상투 잡아 인생을 저당 잡힌 하우스푸어다. 나는 매주 금요일에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월요일에 회사에 나오지 않으면 로또가 된 줄 알아. 지중해에서 유람선 타고 있을 거야. 나 찾지 마." 로또를 가득 채워 두 장을 샀다. 그렇게 만원을 날렸다. '정말 로또 밖에 답이 없는가' 고민도 하지만, 다음 주면 나는 또 일주일의 꿈을 만원에 사고 있을 것이다. 밀린 주택담보 대출금 갚으려면, 대학을 앞둔 큰 딸 과외비대려면 나는 오늘도 일해야 한다. 나는 아프면 안되는 몸이다.'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한국경제신문)의 주인공 '나'의 이야기다. 저자인 이의수 목사는 불혹의 마흔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아울러 오늘의 마흔들이 많은 애환과 아픔을 겪고 있지만 아직 절반 이상이나 남아있는 인생의 당당한 주인공이기에 축복이라 여기고, 미래를 준비하라고 말한다. 남성사회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저자는 그동안 만난 마흔 남자들의 실제 내용을 바탕으로 15개의 스토리를 엮었다. 마치 내 얘기같은 스토리에 흠뻑 빠져 있다보면 어김없이 저자의 조언이 등장해 내 어깨를 어루만진다. 우선 '내, 네 맘 다 안다.' 위로하고, 곧이어 '아직 쇠털처럼 많이 남은 인생을 위해 힘내자'고 격려한다. 책장을 덮으니 후련한 마음이 든다. 저자에게 위안을 얻은 것이다. 그렇다. 마흔의 나는 지금, 위로받을 곳이 필요하다.

 

남자는 외로움에 익숙한 동물이다. '사냥을 도맡았던 성性’이라 제 몫을 챙기려 홀로 다녀야 하고, 사냥을 할 때도 침묵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과묵하다'는 말이 칭찬이 되었다. 생리학상 남자의 수염이 길게 자라는 이유가 과묵해기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을 정도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 심하다. 말 많은 남자를 터부시해온 유교적 문화적 요인 때문에 ‘수다스러운 남자’는 꼴불견으로 여기고, ‘게이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게 된다. 하지만 남자도 외로움을 탄다. 걱정이 생기면 고민을 나누고도 싶다. 문제는 어디 내놓고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우연히 친구와 만난 술자리에서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넋두리할라 치면 돌아오는 대답은 “너, 취했냐?” 혹은 “나, 돈 없다”, 늘 똑같다.

 

저자는 외로운 중년을 보내지 않으려면 우선 아내를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성공적인 노후를 준비하려면, 서로의 자아를 인정하고 받아들어야 한다. 배우자의 성격, 생활습관, 사고방식 등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며 저자는 이렇게 충고 한다. "남성은 외롭다. 인생의 외로움을 벗어버리고 행복한 삶을 꿈꾼다면 나를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아내를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 상책이다."

 

한편 심리학 교수 김정운은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쌤앤파커스)에서 외롭고 싶지 않다면 매일 감탄하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산꼭대기까지 죽어라 오르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건강하려고 산을 오른다면 중간까지 왔다 갔다 하면 되지, 왜 그렇게 죽어라 하고 정상에까지 올라가는가? 산에 오르는 이유는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 아니고, 건강을 위해서도 아니다. 감탄하기 위해서다. 산꼭대기에 올라 막혔던 숨을 토해내며 “우와~!”하며 감탄하고 싶기 때문이다. (중략) 감탄은 이 숭고함과 장엄함의 구체적 반응이다. 말로 형언할 수 없고 개념화할 수 없으나, 삶의 가장 궁극적 경험이 우리에게 와 닿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감탄이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를 감탄으로 양육한다. 감탄이 사라지는 순간, 더 이상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시간 나는 대로 음악회도 열심히 가고, 미술관도 아내와 팔짱 끼고 가고, 축구장과 야구장에 아이들 손잡고 가는 이유도 '감탄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김정운은 <남자의 물건>(21세기북스)에서는 남자란 아이덴티티를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그래서 어떤 것이든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직함이 필요하고, 그 옆엔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방식을 매개해주는 물건을 가진다고 말한다. 이어령의 물건은 3 미터짜리 책상이고 신영복은 아버지의 벼루, 안성기는 스케치북을 '내 물건'이라 꺼내들었다. 김정운은 60개가 넘는 만년필, 아빠의 만년필이 좋았던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당신의 물건'은 무엇인가?

 

 

 

 

영화 <버킷 리스트>는 자동차 정비사였던 카터(모건 프리먼)은 죽음을 앞둔 암병동에서 만난 잘나가는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콜슨) 함께 ‘나는 누구인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하고 싶던 일’을 다 해야겠다는 것!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두 사람은 병원을 뛰쳐나가 여행길에 오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살과 다름없다며 아내가 극구 반대하자 카터는 화가 나 큰 목소리로 말한다.

 

“난 지금 죽어가고 있어. 내가 두려울 것이 뭐야? 난 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 평생을 살아왔어. 후회하진 않아. 하지만 이젠 ‘나’를 찾고 싶단 말이야.”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레이싱과 스카이다이빙, 눈물이 날 때까지 웃어 보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등 카터가 ‘나’로서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은 어쩌면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은 ‘누구의 나’가 아니라 온전히 ‘나’로서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였다. 버킷 리스트는 살아가는 동안 지워나가야 할 '행복충전기‘이자 나만의 목표, 그리고 꿈이 된다. 봄이다. 따뜻한 봄볕 아래서 나의 행복한 중년을 위해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보자.

 

 

 

 

이 리뷰는 한국전력 사보 KEPKO TODAY (6호 - 4.10) '책의 향기' 에 실린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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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는 왜 생각주간을 만들었을까 - 매 순간 최고의 결과를 얻는 사람들의 비밀
대니얼 패트릭 포레스터 지음, 이민주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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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생존자는 생각하는자thinker가 될 것!

 

혹시,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떠올릴 수 있는가? 아마도 첨단의 스마트폰으로 어제 못 본 드라마와 영화를 보느라, 게임을 하느라, 혹은 카톡을 하느라 지하철 풍경을 자세히 보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잘 안다, 오늘 아침 나도 그랬으니까. 열에 아홉 명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지켜보거나 두드리고 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단잠에 빠지거나, 무가지 신문을 읽거나, 몇몇은 책을 읽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오랫동안 스크린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림자와 빛이 겹쳐 흡사 좀비를 닮았다.

 

내 스마트폰 속에 들어 있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유무선 기술의 애플리케이션들은 혼자 있는 나를 외롭지 않게 해준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대신 내게서 ‘생각하는 시간’을 빼앗아가고 있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하루 종일 ‘바쁘게’ 살아갈 뿐, 정작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다. 그렇다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바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할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켠다. 혹 잠깐이라도 생각에 빠지면 ‘쓸데없이 멍~ 때린다’고 핀잔을 듣는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잠깐의 침묵에도 우리는 쉽게 외로워지고 불안해진다. 그리고 곧 스마트폰을 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차례 짐을 꾸려 인적 없는 호숫가 통나무집을 찾아가 2주일간 ‘생각 주간(think week)’을 만들어 생각에 몰입한다. 그는 ‘생각 주간‘ 동안 임직원이 제출한 프로젝트와 보고서에 열중하며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한다. 빌 게이츠 뿐 아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 워런 버핏은 1년에 50주 동안 생각하는데 쓰고, 남은 2주 만을 일한다고 말한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하루 10분 이상은 반드시 ’생각하는 시간‘으로 쓴다. 구글의 전 직원들은 ’20퍼센트 타임제‘라고 해서 업무 시간의 20퍼센트를 자유시간으로 쓸 수 있다. 그 시간에 구글러들은 마음껏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몰두할 수 있다. 구글 뉴스, 애드 센스, 구글 맵스, 구글 어스, 구글 토크 등은 20퍼센트 타임제를 통해 탄생했다.

 

‘은둔의 경영인’으로 잘 알려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 선언’과 같은 큰 생각을 만들 때면 예의 한남동의 승지원에 들어가 몇 시간이고 꼼짝 않고 생각에 잠긴다고 한다. 종종 초밥 서너 개만으로 하루를 버티며, 생각에 빠지면 48시간 동안 잠을 안자기도 했다 한다. 그에게 있어 ‘사색의 시간’은 중요한 일과이며 에너지의 원천이다.

 

 

 

 

<빌 게이츠는 왜 생각 주간을 만들었을까>(토네이도)는 ‘생각의 시간’을 강조하고 있다. 포춘 100대 기업과 미국 연방정부 조직들의 전략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 대니얼 패트릭 포레스터(Daniel Patrick Forrester)는 기업과 비즈니스맨들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열쇠는 ‘씽킹 타임(thinking time)’이라고 손꼽았다. 그는 글로벌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미래를 이끌어가는 중심에는 ‘빌 게이츠의 생각 주간’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개인에 있어서도 일과 삶 전체적 흐름을 통찰할 수 있는 ‘생각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빌 게이츠처럼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때 IT전도사였던 니콜라스 카(Nicholas G. Carr)는 어느 날 독서 시간을 채 30분도 넘기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책을 읽고 있어도 전혀 몰입을 할 수도 없었다. 예전의 독서 몰입도가 잠수부였다면, 지금은 서핑을 하는 서퍼처럼 느껴졌다. 그는 이유를 각종 ‘스크린’ 때문이며,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라는 제목의 책에 고백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중국의 교양을 대표하는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다독(多讀)하고, 다작(多作)하고, 다상량(多商量)하라“고 말했다. 즉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 보라는 뜻이다. 도연명의 이 말은 글을 잘 쓰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말하지만, 순서를 바꿔보면 지식의 탄생과정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읽는 것이 인풋(In-put)이고, 쓰는 것이 아웃풋(Out-put)이라면, 생각하기는 아웃풋을 위한 과정(Process)이 된다. 아무리 훌륭한 글을 읽는다고 해도 생각하지 않으면, 그대로 베끼기만 될 뿐 나만의 훌륭한 글은 결코 만들 수 없듯이 세상을 바꾸는 좋은 아이디어는 깊은 생각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렇게 생각하기를 강조하는 걸까? 학습(學習)이라는 말이 있듯 읽어 배웠으면 익히는 과정이 바로 생각하기다. 오늘 배운 것과 어제까지 배운 것 그리고 내가 경험한 것이 한데 뭉쳐 발효되고 숙성되는 시간, 이 시간이 바로 ‘생각하는 시간’이다. 시골의사로 잘 알려진 청춘들의 멘토 박경철 원장도 책<자기혁명>에서 ‘배우는 것이 벽돌이라면 생각하는 것은 쌓는 것이다. 벽돌을 아무리 많이 찍어내도 쌓지 않으면 집을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라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리석어지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는 뜻이다. 이처럼 생각하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생각이 깊어지면 사물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과 감수성(感受性)도 더불어 깊어진다. 그러면 매 순간 만나는 현상, 즉 스치는 바람과 흘러가는 뜬구름, 잎새 하나, 발에 차이는 돌맹이 하나 그 무엇 하나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오귀스트 뒤팽, 제인 마플, 아가사 크리스티 등 명탐정들은 모두 최고의 관찰력을 갖고 있다. 범인을 추적하는 탐정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에 흩어진 사실(fact)에 대한 관찰이다. 범인을 추론하는데 이어 정확한 정보수집과 분석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관찰력에 있어 단연 최고의 명탐정은 셜록 홈즈일 것이다. 그들은 사실 너머의 사실, 발생할 수도 있었으나 발생하지 않은 사실, 즉 ‘보이지 않는 사실(invisible fact)'을 본다. 그가 보이지 않는 사실을 볼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기 때문이다. 즉 보면서 두뇌를 사용해 생각하고, 뭔가를 찾아내고 발견하기 위해 시각적 감각과 사고력을 연결시켜 종합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생각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믿지 말라’고 말한다. 두 개, 세 개, 네 개, 멀티태스킹이 늘어날수록 생각은 그만큼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미국 유타 대학교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며(2퍼센트만 가능하다) 하나씩 일을 처리할 때보다 현저히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저자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남의 생각을 그만큼 더 많이 들을 수 있음을 의미할 뿐, 내게서 비롯되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예일대학교 교수인 윌리엄 데레시에비츠는 “생각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끊임없이 방해를 받아가면서 또는 아이팟을 듣거나 유튜브의 무언가를 보면서 한 번에 20초 동안 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생각은 그냥 솟아나는 것이 아니다. 온전히 생각에 빠져들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저자는 생각에 몰두하기 위해서는 링컨대통령이나 이건희 회장처럼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신만의 ‘생각의 공간’을 만들기를 권한다. 아울러 지금 나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모든 정보와 대화의 스위치를 오프off로 내리고 온전히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생각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잠은 또 하나의 ‘생각의 시간’이다. 저자는 생각에 집중을 잘하는 사람은 에너지를 남김없이 소진하기에 잠도 잘 잔다고 말한다. 잠을 뒤척이면 집중력과 실행력, 단기 기억력, 기술 개발능력 등 많은 것들을 잃고 만다. 숙면을 취하고 싶다면 역시 모든 켜져 있는 것을 끄는 것은 기본이다.

 

매일처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전전긍긍 사는 우리에게 ‘생각의 시간을 가지라’는 말은 마치 <월든>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처럼 ‘자발적 구속’을 외치며 호숫가의 숲 속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밭을 일구면서 소박하고 자급자족하며 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전 세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곧 아날로그 세대의 자리는 사라지고 디지털 세대가 비즈니스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남는 건 ‘생각하는 자(thinker)'가 될 것이다.”는 저자의 마지막 조언은 그것이 곧 ‘아름다운 구속’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지금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때다.

 

 

이 리뷰는 코오롱 그룹 사보 <KOLON>(4월호) '북소믈리에 칼럼'에 실린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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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11-27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찰력있는 글에서 책보다 더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리치보이 2015-01-21 12: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이원재 지음 / 어크로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 착한 경제를 찾기 위한 여행

 

   시골에 자식을 셋 둔 가난한 부모가 있었다. 장남이 성공하면 두 동생들을 보살펴줄 것으로 믿고, 어려운 살림에 논밭 팔고 소 팔아 장남을 의대까지 보내 의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공한 장남은 자기 먹고살기도 힘들다며 부모 형제를 외면한다. 장남 때문에 부모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가난만 물려받은 두 동생들은 당장 입에 풀칠하며 아등바등 살아가느라 바쁘게 살아가고 부모는 맏아들을 믿은 자신들을 하늘보며 원망만 하고 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몇 달 전 출간된 <가난한집 맏아들>(한국경제신문)의 주된 내용이다. 가난한 부모의 도움으로 성공한 맏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성공한 기업들의 도덕적 의무, 경제적 의무에 대해 다루었는데, ‘가난한 부모'는 1960~70년대의 '대한민국 정부'로, '성공한 맏아들'은 '기업'으로, '소를 팔아 보탠 학비'는 '각종 특혜'로 바꾸어 논리를 펼쳐내고 있다. 그렇다.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 성장격동기에 재벌과 대기업 집중육성 정책을 펴왔다. 정부는 재벌 대기업을 위주로 성장시키면 국민들도 같이 잘 살게 되리라는 기대하고 그들에게 세금, 차관, 법률적 지원 및 국가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한 여러 특혜를 제공했다. 특혜 받은 재벌 대기업들은 이러한 적극적 지원 속에서 성장을 거듭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이뤄낸 성공의 열매는 그들만의 것이 되어버렸다. 그들에게 양보하느라 성공의 기회를 뺏긴 국민들은 이뤄낸 부를 같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 심화되는 부익부빈익빈을 겪는 등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유진수 교수는 부모가 뒷바라지 해준 가난한 집 맏아들처럼, 정부의 온갖 특혜를 받아 성공한 기업들이 분배는 내 일이 아니라며 외면하고 있는데, 그들(대기업) 때문에 기회조차 얻지 못한 사람들이 보상받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이독경(牛耳讀經), 소귀에 경 읽기와 같았다. 맏아들은 난 ‘법대로’ 열심히 일했을 뿐이라며 가족의 수고를 외면한다. 안타까운 것은 선택권도 없이 희생을 강요당한 99%의 자식들(국민)은 맏아들로부터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성공한 맏아들의 천국,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착한 경제, 좋은 경영’을 지향하는 경제학자 이원재가 만약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예 고민조차 하지 말라. 답은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우리가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우리는 99명이 1명의 경제를 자신의 경제로 착각하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경제에서 주인공은 1명뿐이다. 나머지 99명은, 자신의 삶과 관련이 없을지도 모르는 1명을 열심히 응원하는 관객이 되어버렸다. 주인공은 풍요를 누리지만 관객들은 고단하다.” 8 페이지

 

루이스 캐럴이 쓴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다 보면 조끼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보며 “늦었네, 늦었어.”를 외치며 바쁘게 돌아다니는 흰 토끼가 등장한다. 재미있는 설정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다음을 짐작할 수 없는 기발한 스토리에 빠져 읽을 때는 몰랐지만, 책을 덮고 보면 토끼가 조끼를 입은 것도, 시계를 보며 말하는 것도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장면이다. 이원재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역시 살고 있어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나라’라고 말한다.

 

 

“만약 한국이 100명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라면, 이 마을 사람들은 어디서 어떤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까? 이 마을 사람들 가운데 취업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59명이다. 28명은 취업해 살고 있으며, 14명은 비정규직이다.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가 17명이다. 그런데 정규직 가운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안정적인 상장 제조기업에 다니는 정규직은 단 1명이다.” 6 페이지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어크로스)는 이상한 나라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을 조망하고 갈수록 곤궁하고 불안해지는 대다수 국민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있다. 그리고 이 나라가 ‘이상한 나라가 된 원인’을 찾고 새로운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21 세기 들어 급변했던 국내외의 경제 상황들을 한 가지 대표적인 사건과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어 유익하다. 인상적인 것은 제목은 경제학인데 숫자나 그래프는 몇 개 없고, 계산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이야기로 가득하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쑤욱~‘ 하고 빠져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뒤통수를 맞는다. 그리고 곧 ’아뿔사!‘ 독자는 지금껏 앨리스가 다녀왔던 나라만큼 정말 ’이상한 나라‘에서 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트리클 다운은 없다

 

맏아들(대기업-저자는 ‘국가대표‘라고 불렀다)은 결코 나머지 동생들을 구할 수 없다. 아니, 아예 그럴 생각이 없다. 21세기의 10년 동안 2000대 한국기업은 규모와 재무건전선이 두 배나 좋아졌지만, 일자리는 2.8% 밖에 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돈은 900조 원 가량을 더 벌었는데, 고용한 인원은 딱 5만 명, 그것도 비정규직을 포함한 수치니, 오히려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한국 대표 기업이 돈을 벌어도 고용은 결코 늘지 않는다. 이 말은 곧 낙수효과로 불리는 ‘트리클 다운은 없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지금 일자리를 늘리지도 않고, 투자하지도 않는다. 늘어나는 것은 외국공장이요, 사내하청과 비정규직뿐이다. 그래야 생산성이 높아지니까. 그러니 부의 분배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렇다면 높은 생산성으로 얻어지는 과실은 어디로 갈까? 애플의 경우를 살펴보면 금방 알게 된다.

 

 

 아이폰은 미국 기업 애플에서 기획되지만, 생산은 대부분 중국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아이폰을 생산한 중국 노동자에게는 1만 원이 채 가지 않고, 재료비도 11만 5천 원밖에 투입되지 않는다. 가장 많은 몫을 가져가는 곳은 애플 본사다. 50만 원 중 30만 원 가량이 애플 본사로 간다. 그럼 애플 직원들만 대박이 난 걸까? 그렇지 않다. 애플 직원들은 이 중에서 6만 7천원을 가져가고, 미국 정부에 내는 세금은 5만 8천 원이다. 가장 큰 몫은 애플의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그들의 몫은 50만 원의 제품 가격 중 18만 원이 넘는다. 이것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이익을 많이 낸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 애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어디 애플 뿐인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지난 해 각각 16조 원과 18조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평균적 한국인의 오늘은 갈수록 빠듯하고 내일은 더 불안하다. 이것이 바로 주주자본주의다. 주주에게 최대한 이익을 실현시켜주기만 하면 장땡인 이 시스템은 주주의 탐욕을 부추긴다. 그리고 작금의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는 이런 탐욕에서 비롯되었다.

 

 

탐욕덩어리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몰락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작금의 유럽 재정위기, 그리고 분배의 양극화는 개인의 금전적 이해관계를 의사결정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삶의 태도를 지니고 있는 인간들, 호모 이코노미쿠스들이 만들었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월가의 은행가들이었다. 그들의 시장 원리의 우월성을 절대시하는 태도와 제도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불렀고, 보수적 미디어와 언론, 학계는 이들에게 동조했다. 이러한 시장만능주의는 금융인이나 기업가 뿐 아니라 빈곤층과 자영업자 그리고 학생과 주부까지 전염시켰다. 그리고 그 거품으로 모두 파산하고 말았다.

 

99%의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시위대에게 월가가 점령당한 이유, 세계적인 경제학 교과서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 그레고리 맨큐 교수의 강의가 자신이 가르치는 하버드 대학생들에게 거부당한 이유는 바로 ‘시장만능주의’ 때문이었다. 금융위기에 책임이 있는 기업과 금융인들이 정부가 준 구제금융으로 보너스 잔치를 벌인 도덕적 헤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만드는 탐욕이 부른 습관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탐욕을 정당화 시키는 교과서가 ‘맨큐의 경제학’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1%에 대한 99%의 움직임은 시장만능주의 체제에 대한 반감이며 다른 경제를 찾는 모색이라고 진단했다.

 

 

착하고 더 나은 자본주의

 

시장만능주의의 원인이 되는 탐욕에 대한 국민의 대답은 공분(公憤)이었다. ‘이기심은 공익을 낳는다’는 애덤 스미스의 경제논리는 오늘날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되었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제빵업자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이기심 때문이라는 것은 이해했다. 하지만 제빵업자와 푸줏간 주인은 점점 더 부자가 되는데, 우리 집 저녁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의 양과 질은 점점 더 초라해지는 사실에 국민들은 화가 났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로서 자기의 이익에 충실하다 보니 결국 전례 없이 거대한 금융위기와 환경위기만 부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에 대한 해답을 지극히 ‘상식적’인 것에서 찾았다.

 

“협력업체 및 노동자들과 공생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는 게 상식이다. 경제성장률은 높지만 소수에게만 부가 집중되는 경제는 좋지 않다는 게 상식이다. 동일 노동에는 동일 임금이 지금 되는 게 상식이고, 뇌물이나 학연이나 지연에 의존하지 않는 거래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171 페이지

 

저자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와 협동 소비를 대단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구체적인 대안으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었다. 우리가 ‘이익’ 대신 ‘제품’이라는 산출(output)을 경영의 지상과제로 놓고 실천한 스티브 잡스에 열광하고, 안철수 연구소를 영혼이 있는 기업으로 만들고 탐욕이 없이도 기업가로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롤모델이 되어준 안철수를 존경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자본주의, 더 나은 자본주의로 변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아울러 저자는 저성장 시대의 도래를 내다보고 낮은 성장률 아래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으로 ‘탈성장’을 제시하고 있다. 탐욕으로 비어있는 곳간을 ‘선의와 합동’으로 채우는 것이 금융 위기와 환경 위기 이후 새롭게 경제를 움직일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자의 주장이 현실성이 없는 대안이라 생각된다면 다음을 주목하자.

 

2011년 11월 5일 ‘월가를 점령하라’시위대는 금융권 탐욕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은행 계좌 옮기는 날(Bank Transfer Day)'로 정하고 대형 은행 계좌를 해지하고 지역 공동체가 운영하는 협동조합은행 같은 곳으로 돈을 옮기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리고 한 달 만에 신용협동조합에 65만 명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고, 무려 45억 달러가 새로 흘러들어 왔다고 한다. 원래 문제라는 것은 인식하는 순간부터 풀리는 법이다. 그리고 해답의 선택권은 우리(소비자)에게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 나은 자본주의로의 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이 리뷰는 전국은행연합회가 발행하는 <월간 금융>(2012년 4월호)에 기고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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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잡스, 잡스가 멈춘 곳에서 길을 찾다
김재범.김동준.조광수.장영중 지음 / 지식공간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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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지갑이 아닌 사람이다!

 

  스티브 잡스가 지난 10월 6일, 5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애플 CEO직의 사임하고 일상적 경영업무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두 달여가 지나서 운명을 달리했다. 그의 죽음은 전 세계를 슬프게 했다. 무엇보다 그의 손길이 닿은 제품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기능이 추가되지 않아 초반 소비자들이 시큰둥해 했던 아이폰 S4는 잡스의 사망 이후 ‘그가 남긴 마지막 유작’이라며 예약주문이 폭주했다.

 

애플의 승승장구는 현재도 진행중이다. 애플 제품의 하루 판매량은 평균  48만 대이고, 세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3년 만에 세 배가 뛰었다. 최근 6개월간 60%가 올랐다 하니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지금 애플은 에너지 기업인 엑손 모빌(Exxon Mobile)을 제치고 세계 기업으로 올라섰고, 시가총액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Intel), 시스코시스템스 3개사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63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내가 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고 말했던 그는 애플Ⅱ,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비롯해 디지털 장착의 기적을 연 토이 스토리와 여타 픽사의 블록버스터들과 소매점 역할을 브랜드 정의로까지 확대한 애플 스토어, 음악 산업을 재탄생시킨 아이튠스 스토어, 웹 기기 로 전환한 아이폰, 새로운 콘텐츠 제작 산업을 만들어 낸 앱 스토어와 콘텐츠를 관리하는 중심 역할을 컴퓨터에게서 빼앗고 우리가 쓰는 모든 기기가 막힘없이 동기화되도록 만든 아이클라우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잡스가 자신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라고 여기며 상상력이 너무도 창의적으로 배양되고 적용되고 실행되어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된 애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애플의 성장과 별개로 우리는 잡스라는 ‘작은 거인‘이 살아있는 동안 그의 어깨를 빌려 IT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포스트 잡스 잡스가 멈춘 곳에서 길을 찾다>(지식공간)는 잡스 이후의 시대를 맞아 그가 남긴 제품 외에 그의 정신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미래에 있어 필요한 통찰이 무엇인지 고민한 책이다. 디자인 문화 경영 전문가 김재범, 창의와 혁신 전문가 김동준, UX & UI 분야의 권위자 조광수, 디자인 경영과 혁신 전문가 장영중이 저마다 생각하는 잡스 스피릿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 내용을 담았다. 저자들은 굵직한 이슈에 대해서는 나름의 논리로 발표를 곁들였다.

 

첫 장을 열면 희곡의 대본처럼 대화가 나뉜다. 읽다 보면 몰입되어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어느덧 100분 토론, 끝장 토론의 방청석에 앉은 자신을 발견한다. 이곳에 정답은 없었다. 하지만 저자들과 토론하다 보면 잡스 스피릿은 무엇일지, 포스트잡스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가닥은 잡게 된다. 저자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잡스가 남긴 유산의 의미와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벌인다. 토론의 쟁점 중에서 건질 것 하나는 바로 ‘잡스처럼 하면 안 된다’일 것이다.

 

포스트잡스를 바라겠지만, 또 다른 잡스는 있을 수 없다. 또한 무조건적 ‘잡스 모방’도 위험하다. 저자들은 다만 그에게서 세 가지 정도는 배울 것이 있는데 이른바 잡스 스피릿이다. 우선 퍼스널라이제이션(personalization)이다. 마치 제페트 할아버지가 목각 인형 피노키오를 사람으로 대했듯이, 잡스는 컴퓨터라는 기계에 생명을 이식하려 했다. 잡스가 출시한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만 하더라도 마치 친구와 마주앉아 있는 듯 웃는 얼굴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사람이 기계에 맞추는 방식이 아닌 기계가 사람의 자연스런 소통 방식에 맞출 수 있도록 늘 고민했다. 기계를 기계로 인식하지 않고 인간의 생활에 녹여버리면 그때부터 기계는 더 이상 가전제품이 아니다. 바로 혁신(innovation)이 된다.

 

두 번째는 커넥팅(connecting)이다. 잡스는 평소 “창의는 바로 무언가를 ‘연결’하는 것이다. Creativity is just connecting things.”라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에게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내가 하는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의 노고와 우리가 올라설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준 사람들의 성과에 의존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재능을 사용해 깊은 감정을 표현하고, 이전 시대에 이뤄진 모든 기여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그 흐름에 무언가를 추가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나를 이끌어준 원동력이다.”라고 말했다. 잡스는 발명가도 생산자도 아니다. 그는 '연결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세상에 흩어진 아이디어들을 연결해 혁신을 만들었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또 다시 연결시켰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다. 잡스가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의 핵심 뼈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한 것으로 잘 알려진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는 말씀에 있다. 그 점에서 그는 기술의 대중 친화력을 중시한 기술의 미니멀리스트이다. 한편 잡스는 “디자인은 형태가 아니라 기능이다.”라고 말했다. 잡스에게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라 제품의 작동 방식이라는 뜻이다. 그는 천 마디 말보다 직접 보고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가 생각하는 위대한 제품은 ‘아무런 군더더기의 말이 필요 없는 제품’이다.

 

“스티브 잡스는 쉽게 접근해요. 예를 들어 IPTV가 너무 어려우니까 애플TV를 만들어보자는 식이에요. 사용하기 쉽게 만든다는 말이 뭡니까? 사용하기 쉬우려면 단순해야 되요. 복잡하면 안 되니까 하나씩 제거해요. 자연히 ‘미니멀’이 되거든요. 잡스에게 디자인은 아름답고, 현란하고, 감동적인 그런 게 아니라 쉬운 거에요. 가장 쉬운 디자인이 뭔지 찾아보니 미니멀리즘을 선택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 계열의 폰들은 읽는 폰인데, 아이폰은 보는 폰입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는 읽을 줄 모르면 사용하기 쉽지 않아요. 하지만 아이폰, 아이패드는 2살짜리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24 페이지

 

잡스 사망 한 달 전인 지난 해 9월, ‘인문학이 경영을 바꾼다’는 제목의 삼성경영연구소 보고서는 “오늘날 소비자가 아이폰과 페이스북에 열광하는 이유는 첨단기술과 새로운 기능 때문이 아니라, ‘단순하고 편하고 재밌는 것을 원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아울러 “기업 간 기술 및 가격 차별화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문학이 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로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나는 잡스 스피릿을 이 보고서에서 찾고 싶다. 저자들이 종합한 퍼스널라이제이션(personalization), 커넥팅(connecting),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의 잡스 스피릿은 실은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생각방식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잡스의 사고는 지극히 ‘기본적인 인성(人性)’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애플의 제품을 통해 우주에 흔적을 남기고 싶다.”던 잡스의 바람도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싶은 인간의 욕망’에 다름 아니다. 잡스는 제품 구매자를 ‘지갑 든 소비자’가 아닌 ’늘 욕망하는 인간‘으로 보았다. 당신은 ’소비자와 인간‘ 중에 어느 쪽으로 보고 있는가? 이 책으로 답을 찾아보길 바란다.

 

 

이 리뷰는 출판전문 저널 < 기획회의 (318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에 기고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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