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미래를 말하다 - 소프트뱅크 신 30년 비전
소프트뱅크 신 30년 비전제작위원회 엮음, 정문주 옮김 / 소프트뱅크커머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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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미래를 말하다 - 소프트뱅크, 마켓3.0을 준비하다  

  

   1981년 늦은 여름, 일본의 한 젊은 사업가 회사를 설립하고 달랑 아르바이트생 2명인 직원들 앞에 두고 귤 상자 위에 올라서서 30년 후 회사의 미래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이제부터는 정보혁명이다! 컴퓨터를 사용해서 컴퓨터의 능력으로 마이크로 컴퓨터에 디지털사회, 디지털의 정보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정보혁명을 제공하기 위해 사업을 일으켰다. 우리 회사는 정보혁명의 핵심인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것이다!"

   그 연설이 있고 난 후 직원들은 회사를 그만둬 버렸다. ‘사장이 미친놈이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장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귤 상자 위에 올라서서 한 1시간 동안 연설한 내용도 잊지 않고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지켜왔다.

   무모한 청년 기업가의 이름은 손정의(마사요시 손), 회사의 이름은 소프트뱅크로 현재 전 세계 800여개 인터넷 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늘날 일본에서 NTT와 NTT도코모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는 127개 사의 인터넷 기업과 제휴를 맺어가며 2억 3천만 달러 수준의 투자를 하고 있다.

   손정의는 대표적인 전략가이자 실천가이다. 그는 20대 초 회사를 설립하면서 ‘인생 50년 계획‘ 이라는 이름으로 20 대, 30 대, 40 대, 50 대, 60 대, 5 가지 단계의 라이프 플랜을 만들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그것을 지켜오고 있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 대, 이름을 알린다. -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다.

30 대, 자금을 모은다. - 자금은 1000 억 2000 억으로 셀 수 있는 규모라야 한다.

40 대, 큰 승부를 건다. - 1조 엔, 2조 엔으로 셀 수 있는 규모의 승부를 한다.

50 대, 어느 정도 사업을 키워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시킨다. - 여생을 위한 인생모델 포함

60 대, 다음 경영진에게 바톤터치를 한다. 

 

 

   <손정의 미래를 말하다>는 손정의 인생 50년 계획 중 네 번째인 50대에 해야 할 일, 즉 자신의 사업체인 소프트뱅크의 비즈니스 모델의 완성을 담은 책이다. 지난 2010년 6월 25일 손정의 회장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30년 비전’을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담은 것으로 손정의는 이 연설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연설”로 평가했다. 

   ‘신 30년 비전’은 창업자만의 생각을 오롯이 담은 것이 아니라 소프트뱅크그룹의 2만 명 직원이 1년 동안 각각의 의견을 제시하고, 진지하게 논의한 결과물이어서 그 자체로 인상적이다. 또한 소비자이자 팬인 수많은 트위터러들의 지혜와, 사내외에서 나온 의견들을 모아 정리했다. 

신 30년 비전의 핵심은 첫째는 이념, 즉 무엇을 위해 사업을 하는가,

둘째는 비전, 즉 30년 후 사람들의 생활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며 어디에 주력할 것인가,

셋째는 전략, 소프트뱅크는 어떤 식으로 비전을 실현시킬 것인가로 나뉜다.

   소프트뱅크의 이념은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손정의는 “인터넷 혁명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 추구하는 철학은 사람들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프트뱅크는 상장회사이기에 신제품도 만들고, 비용 경쟁도 해야 하고, 수익도 올려야겠지만, 그렇게 숫자를 늘리는 일에 열정을 바친다면 인생은 무의미해진다고 보았다.

   그리고 회사를 통해 단 한 번 뿐인 자신의 인생이 목숨을 바쳐서 할 일이란 정보혁명을 통해 사람들의 최대 슬픔인 고독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반면 인생의 기쁨은 더욱 크게 하는 것, 그것이 자신과 소프트뱅크가 나아갈 바라고 강조했다. 

   현편 30년 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엄청나게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의 무한대의 저장공간이 생기고 무한대의 클라우드와 초고속 네트워크가 생기고, 오늘날에 비교하면 그야말로 극적인 변화로서 사람들의 생활양식 자체를 바꿀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스스로 학습하는 두뇌형 컴퓨터의 출현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컴퓨터가 지식과 지혜마저도 얻게 되는, 그리고 멈출 수 없을 정도까지 진화한다는 상상은 틀림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성을 가진 컴퓨터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기에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소프트뱅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비전은 감정을 지닌 컴퓨터 즉 초지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는 이런 변화에 맞춰 기업이 존속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략에 있어 기업의 체질부터 달라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소프트뱅크를 중앙집권화가 아닌 자율적으로 서로 협조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내부의 많은 회사가 각각 연계하면서도 별도의 회사이름을 쓰고 별도의 리더를 가지는 체계로 구성했다. 그렇게 되면 의사결정과정이 신속해지면서도 서로간에 시너지 효과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현재 소프트뱅크의 800개 산하 기업들을 30년 후에는 5,000 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정의가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를 세워 직접 미래의 후계자들을 위해 리더가 되기 위한 교육을 하고 있는 것 역시 앞으로 300년 동안 소프트뱅크 그룹을 존속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드는 준비라고 강조했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책<마켓 3.0>에서 미래의 시장은 ‘빈곤과 빈익빈 부익부, 환경 파괴와 같은 현실적 문제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치(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살아남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3.0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마케팅을 넘어서 소비자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마케팅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보혁명으로 인간을 더욱 행복하게 하겠다는 소프트뱅크의 ’신 30년 비전‘이야말로 마켓 3.0을 대비한 비전이 아닐까 싶다.

   손정의는 지난 6월 20일 한국을 방문해 같은 내용으로 강연을 했고, 그 동영상은 몇 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서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이 화려한 라스베가스 쇼라고 한다면, 손정의의 그것은 어느 기업가의 솔직한 ‘고해성사’일 것이다. 손정의는 넋을 놓게 하는 화려한 수사적 표현보다는 스토리 안에 개인사는 물론 기업을 이끌면서 굉장히 힘들었던 역경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청중으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냈다. 특히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려준 할머니를 이야기한 대목인 ‘할머니, 할머니’는 압권이다.(실제 강연에서 손정의는 이 대목을 울면서 이야기했다. 유투브에서 볼 수 있다)

   CEO로서 자신의 고민과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드러내면서 꿈과 비전을 공유하려한 손정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창조 산업이 각광받는 지금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런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준다. 

   이 책이 출간될 즈음 손정의는 지난 6월 20일 한국을 찾았을 때 그는 기자간담회를 대신해 소프트뱅크의 '신 30년 비전‘에 대해 강연한 자리에서 3개월 전, 동북아 대지진이 있고 난 후 손정의는 인생관에 변화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기업의 비전이 아닌 기업인으로서 사람과 회사가 살아가는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창업 이후 최대 이익을 내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런, 대립되는 상황에서 내가 내 기업만 잘 꾸려 나가면 될 것인가? 아니라고 손정의는 판단했다.

   그래서 “정보혁명으로 사람을 행복하게”는 소프트뱅크의 이념에 부합하는 분야를 찾았으니 바로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다. 그는 자연에너지협의회(Renewable Energy Governor’s Alliance)를 설립하기로 결심, 일본에 있는 47개 광역자치단체 있는데, 그 중 34개 현 지사들을 설득해서 자연에너지 협의회에 참석 동의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손정의는 소프트뱅크가 대지진 이후의 일본인(소비자)를 당장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낸 것이다. 기업의 이윤보다 인류의 행복을 위한 그의 행보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이 리뷰는 출판전문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격주간으로 발행하는  

<기획회의>(302호)에 실린 원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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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Click - 신속하게 끌리고 오래 지속되는 관계의 비밀
오리 브래프먼.롬 브래프먼 지음, 박세연 옮김 / 리더스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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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클릭Click' 하라! 

 

   이 책은 클릭Click을 이야기한 책이다. 컴퓨터 마우스를 딸깍거리는 그런 ‘클릭’말고, 영어 사전의 세 번째 해석에 있는 ‘즉각 좋아하게 되다, 매력을 느끼다’에 대해 말한 책이다. 뭐, 한마디로 말하자면 시쳇말로 하자면 ‘첫 눈에 반하다’, ‘훅~갔다’, ‘뿅가다’ 정도 될텐데 매우 충동적인 감정으로 여겨지는 이 단어를 굳이 책으로까지 설명할 가치가 있을까 혹자는 되묻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챙겨둔 미국에서의 조사 결과가 있다. 

   ‘아주 친한 친구가 몇 명이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대답은 평균적으로 ‘세 명’이라고 대답했다(당신은 몇 명인가?). 이 숫자는 꽤 오랫동안 변화가 없었는데, 소셜네트워크의 붐이 일어나던 그 시기 이 숫자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요즘의 사람들은 과연 몇 명의 사람들을 아주 친한 친구로 꼽고 있을까? 1명? 10명? 7명? 정답은 0이다. 선팔, 맞팔(follow) 해서 팔로워는 수만 명이면서 절친한 친구 한 명 없는 사람이 대부분인 세상이 요즘이다. 

   말이 나온 김에 독자 여러분께 물어보자. 마지막으로 ‘첫 눈에 반한 사람을 만난 때’가 언제인가? 아니, 아니... 드라마에서 남녀주인공 보고 반하는 그런 ‘모니터릭 러브‘(?) 말고, 실제로 말이다. 1~2년 정도? 5년? 그런 적이 있기는 했나?

   경험해 봤다면 알겠지만, 첫 눈에 반해 ‘훅~ 가는’ 순간은 정말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다(유감스럽지만 나는 경험해 봤다). 이런 경험은 같은 반 친구들과 몇 개월 동안 서서히 친해지는 것과는 다르다. 번개처럼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남녀가 서로 한눈에 반하는 경우, ‘큐피트의 화살을 맞았다’고 말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한눈에 반하는 경우가 이성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동성일지라도 몇 번의 대화로 ‘코드가 맞는 사람’이란 걸 느낀다면 이때도 한눈에 반한 것, 즉 클릭Click한 것이다. 운이 좋게도 이렇게 코드가 맞는 사람과 한 팀이 되면 무서울 것이 없다. 컴퓨터 게임을 해도, 농구 경기를 해도 백전백승이다. 나와 ‘죽이 맞는’ 이런 사람 열 명과 함께 회사를 차린다면 상장회사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만 같은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못해 그런 늠 한 놈만 있어도 해피 하겠다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좋은 관계의 비밀은 사람이나 만남의 횟수가 아니라 클릭Click의 경험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에게 신속하게 끌리고 오래 지속되는 클릭Click의 관계는 노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에이 설마“라고? 

   저자들이 다름 아닌 인간의 흔들리는 마음을 파헤쳐서 판단에 대한 스스로의 통찰력을 업그레이드해 현명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 베스트셀러 <스웨이Sway>를 쓴 오리 브래드먼, 톰 브래프먼 형제인데? ‘첫눈에 훅~‘가고 싶다면 마저 읽고 볼 일이다. 유익함은 둘째치고 재미가 만빵이니까.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의 저자는 <스웨이Sway>를 쓴 저자들, 그래서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회심리학과 경영학을 동원해 ‘클릭Click‘ 이라는 인간관계의 메커니즘을 들여다봤다. ‘마법과 같은 특별한 순간’ 클릭은 행복한, 힘이 나는, 짜릿한, 특별한 이라는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 저자들은 클릭의 순간은 마치 남녀 간의 사랑에서 느끼는 감정 때와 마찬가지로 도파민 분비가 활발해져서 우리가 사랑을 느낄 때와 같은 강렬한 행복감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클릭의 경험은 관계의 지속성을 보장한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바렐츠 부부의 연구에 의하면 천 쌍의 부부에 대한 전화조사 결과, 첫눈에 반해 결혼한 커플, 즉 클릭으로 끌린 커플일수록 결혼 후 25년이 지나도 짜릿함을 유지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세월이 흐른 후에도 클릭의 순간을 떠올리면 그때의 감정의 그대로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클릭의 경험은 동성 간에도 존재한다고 앞서 말했다. 그리고 동료들 사이에서 클릭이 존재한다면 업무적인 성과에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폴 앨런과 같이 공동으로 창업한 이들의 관계라면 일반 동료들보다 클릭이 존재했을 확률은 더욱 높았을 것이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서로에게서 최고의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서로를 다정하고 친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더욱 개방적이고 창조적으로 변하고, 또한 자아의 범위를 더욱 넓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클릭의 진정한 매력이다. 클릭의 순간, 우리는 상대방과 더욱 가까워지는 것은 물론, 우리 자신과 상대방이 최고의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54쪽

   하지만 가만히 우리 직장을 살펴보면 클릭의 순간을 억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사내커플은 허용되지 않고, 각별히 친한 사람들은 절대 같은 부서에 배치하지 않는다. 또한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 역시 마찬가지다. 전화 대신에 이메일을 쓰고, 출장 대신에 화상회의를 활용한다.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는 시간을 줄이고,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할 것을 강요받는다. 즉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들고, 동시에 ‘클릭’의 가능성 역시 낮아진다. 저자는 정서적으로 부딪히기를 장려하는 것이 오히려 더 생산적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감성적인 유대관계가 먼저 형성되지 않으면 긴밀한 조직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머니건과 콘론은 잘나간느 4중주단과 인기없는 4중주단을 만드는 차이는 클릭의 경험에 있다고 말했다. 클릭의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는 4중주단일수록 많은 음반을 발매하고 콘서트의 티켓 가격도 높았다. 팀원끼리 신뢰를 공유하고 있기에 연주 방식을 토론할 때 서로의 의견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의견충돌을 감수하고서라도 합의점을 끝까지 찾아내기에 항상 최고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팀원끼리 클릭하지 못한 현악4중주단은 연주 방식에 대한 의견을 공유할 때 예의바르게 토론하지만, 결론에는 이르지 못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마법과 같은 상태 그리고 신속한 친밀감을 주는 ‘클릭의 순간’은 그런 사람을 ‘운 좋게‘ 만나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노력으로 누구와도 클릭의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하기는 클릭!이 우리의 팔자에 달렸다면 누가 이 책을 읽겠는가?). 그렇다면, 클릭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요인들, 즉 클릭촉진제click accelerator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취약성(vulnerability)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약점을 그대로 노출할 때, 상대방에게 더 많은 신뢰감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상대방으로부터도 더 개방적인 태도를 이끌어낼 수 있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클릭촉진제 중 취약성의 법칙을 가장 잘 활용해 유권자의 마음에 클릭하여, 대통령에 연거푸 당선될 수 있었다. 

근접성(proximity)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앉을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질 수 이쓴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기하급수적 매력 증가의 법칙). 의식적인 대화는 물론 무의식적인 수동적 접촉 역시 클릭의 확률을 높인다. 업무적인 결정을 내릴 때에도 근접성은 큰 영향을 미친다. 전화대신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이메일 대신 출장을 간느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이끄러앤다. 또한 업무적인 모임에 참석했을 때, 멀찍이서 목례를 나누는 것보다는 먼저 다가가 악수를 하고 말을 건네는 것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공감대(resonance)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존재와 연결되는 것 같은 이러한 순간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몰입해야 하고, 상대에게 진정한 ‘존재감’의 느낌을 주어야 한다. 오디션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고, 관객들과 하나가 되고, 환자에게 편안함과 믿음을 주는 일, 이 모두가 ‘클릭’으로 인해 공감대가 형성된 순간이다. 

유사성(similarity)

  두 사람이 단지 이름 하나가 똑같다는 사실만으로 급속하게 가까워질 수 있다. 이름 이외에도 생일이나 아니면 들고 있는 책이 똑같은 것만으로도 매력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스턴미시건대학의 사회학과 시걸 교수는 경찰학교의 신입생들은 성이 같은 알파벳으로 시작할수록 더 친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공통점으로 인한 친밀함은 변하지 않는다. 

단절된 공간(safe place)에서의 소속감

  사회적 환경이 구성원들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사회적인 환경은 클릭 촉진제의 핵심이 된다. 훈련소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기에 대한 연대감, 회식을 통해 상사나 조직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결속감을 공유한 회사동료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클릭의 빈도는 자신의 한계와 장점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는 사람일수록 높아진다. 자신의 태도와 표현이 그 상황에서 적절한지에 대해 대단히 민감한 사람, 그래서 자신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한 사람을 셀프모니터링 지수가 높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상대방의 기분에 맞추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대방의 느낌과 태도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클릭 경험을 자주 한다. 감정과 태도를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상대에게 편안한 느낌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캠브리지대학의 킬더프 교수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의 데이 교수가 MBA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장기연구에서는 셀프모니터링 지수가 높을수록 조직의 중심에서 움직이고 스카우트 제의를 많이 받으며 연봉 수준도 높다고 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첫눈에 반하는(혹은 반하게 하는) 클릭의 순간은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야 경험하는 우연이 아니라 나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한편 대인관계가 뛰어나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한, 한마디로 사람 좋은 사람은 가식적이거나, 아부하는 것이 아니라 셀프모니터링 지수가 높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기계발서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평범함을 갖추지 못한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특히 인연을 팔자나 운명에 내맡기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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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 더 퓨처리스트
레베카 키건 지음, 오정아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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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화의 키워드는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  



   2009년 하반기 대한민국은 두 가지 커다란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았다. 하나는 휴대폰의 진화를 선도한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출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영화의 진화를 선도한 3D 영화 아바타의 출현이었다. 쉽게 말해 2009년 당신이 아이폰으로 통화하며 입체 안경을 쓰고 ‘아바타’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역사적인 순간을 경험하고 있던 셈이다. 

   아이폰과 아바타라는 창조적인 작품이 있기까지는 두 사람의 창조적인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스티브 잡스와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천재들이다. 이 두 사람은 공통된 부분이 많다. 우선 괴짜에다 완벽주의적인 성격으로 제멋대로처럼 보여서 주위 사람들과 잘 소통하지 못한다. 하지만 일반인이 보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기꺼이 도전해 엄청난 에너지와 집중력으로 놀라운 성공을 일궈냈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잠재된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만들어 세계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 그들의 성공은 이미 언론을 통해 귀가 따갑도록 들은 바, 특히 스티브 잡스의 경우는 두 말하면 입 아프다. 해서 ‘영화계의 스티브 잡스’라 할 수 있는 제임스 카메론에 주목하고자 한다. 특히 영화를 제작하며 그가 일으킨 성공의 결과보다는 인물에 집중해 그가 성공한 원인에 주목하려 한다. 오늘 <제임스 카메론 더 퓨처리스트The Futurist>(21세기북스)를 읽었다.

 



 주류 영화의 판도를 바꾼 영화, 아바타

   먼저 아바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흥행의 귀재 제임스 카메론이 만든 3D 영화 ‘아바타’는 전 세계 흥행수입이 약 27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 감독 중 한명이 되었다. ‘아바타’는 국내에서도 외국영화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석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총 1,330만 명을 동원하며 국내 최다 관객 기록을 경신했다.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를 비롯 타이타닉, 터미네이터, 에이리언 2 등 7편의 영화를 제작했는데, 이 영화들로 세계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무려 57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 

   영화 아바타는 3D로 제작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신선한 사용자 경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관객(소비자)이 갖고 있던 잠재적인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욕구의 발현은 거대한 변화를 일으켰다. 스마트폰이 휴대폰 시장에 변화를 일으킨 것처럼 단 한 편의 영화는 영화나 TV를 2D로 보느냐 3D로 보느냐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되게 한 것이다. 

    이렇듯 놀라운 영화 아바타는 어느 날 세상에 툭 던져진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제임스 카메론이 평생에 걸쳐 갈고 닦은 기술적, 예술적 성취가 합쳐진 결과다. 그가 가진 능력과 기술력에 대한 증명은 ‘아바타’로 충분하다. 그밖에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독자로서 나는 다른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내는 제임스 카메론에게서 배운 점들이 꽤 있었다. 

 

 

상상하라, 그러면 현실이 된다!

   카메론은 말 그대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다. 그 역시 자신의 성공 비결로 가장 먼저 손을 꼽은 것도 멈추지 않는 호기심으로 비롯된 상상력이었다. 세계적인 인물들의 온라인 강연장인 TED에서 그는 어릴 적부터 SF소설을 읽으며 우주와 심해에 대해 호기심을 키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호기심은 상상을 낳고 상상은 현실을 낳는다.” 영화 <타이타닉>을 찍기 위해 심해에서 원격 촬영 로봇을 조종하던 카메론은 몸은 떨어져 있지만, 영혼은 인간의 조종을 받는 로봇의 입장을 생각하고는 ‘아바타’를 생각해 냈다. 그렇게 시작된 상상력이 우주에 대한 상상력과 결합하여 영화 <아바타>를 만들게 했다.  

실패를 두려워말고 도전하라!

   제임스 카메론에게 영화는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었다. “불가능해 보이거나 도저히 해쳐 나갈 수 없이 보이는 어려운 일일수록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던 제임스 카메론, 그의 이러한 도전정신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완벽을 추구하는 열정과 정성으로 완성된다.

   그는 관객들이 인터넷과 가상현실, 롤플레잉 게임과 증강현실 등에 익숙한 디지털 시대의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도 디지털적인 판타지를 꿈꿀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아바타>에서 관객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가상의 세계, 디지털 세대의 ‘꿈’ 그 자체를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도전했다. 그 결과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아바타>는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렀던 영화를 디지털 시대로 나아가게 했고, 2D의 벽을 깨고 3D의 신천지로 관객을 안내할 수 있었다. 

군림하지 말고, 소통하라!

   제임스 카메론이 30년 가까이 최고의 흥행감독인 이유에는 스스로 SF 액션이나 어드벤처 장르영화 감독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그는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집착하는 이유 역시 “8달러가 넘는 돈을 내고 어두운 공간에 들어와 앉아 있는 관객에 대한 의무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그는 매 번 영화를 제작할 때마다 첨단 기술과 기법을 동원해 영화를 만들지만 스토리는 거창한 이야기를 무리하게 만드는 것보다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을 택한다. <아바타> 역시 첨단의 테크놀로지와 고전적인 서사의 융합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처럼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한 제임스 카메론이지만, 스태프들과는 그렇지 못했다. 자신의 열정과 노력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스태프들을 닦달하고 쥐어짜내는 폭군에 지나지 않았다(그런 점에서는 스티브 잡스와 매우 흡사하다). 카메론은 배우의 연기나 카메라의 훔직임 혹은 조명이나 사운드 가운데 한 가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무 번도 넘게 같은 장면을 찍으며 스태프들을 지지게 하는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는 <타이타닉>을 제작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심해 탐사작업을 오랫동안 하면서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스태프들에게 폭군으로 군림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 후 바라본 스태프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행성과 생명체를 만들겠다고 모인 사람들, 아무도 써보지 않은 기술로 전례가 없는 실험을 같이하는 실험자의 모임이었던 것이다.

 

 




“호기심은 여러분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상상력은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입니다.

그리고 팀원들의 존경은 이 세상의 그 어떤 칭송보다도 중요한 것입니다.“

- 제임스 카메론, 2010년 TED 강연 중에서 

   1998년 영화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상 시상식 때 1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감독상, 편집상, 작품상을 비롯해 11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던 제임스 카메론은 결국 그날 밤 수상 소감을 말하기 위해 세 번이나 연단에 올라야 했다. “나는 세상의 왕이다!I am king of the world”라고 말해 우리의 뇌리에 각인시켰던 수상소감은 두 번째. 환희에 넘쳐 했던 행동 치고는 자못 거만했다. 하지만 그가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작품상을 받았던 세 번째 소감이었다. 그는 ‘오늘 이 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 



   “<타이타닉>의 메시지는 물론, 그토록 거대한 배가 가라앉았듯이, 그처럼 생각할 수 없던 일이 일어났듯이,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소유한 것은 오로지 오늘뿐입니다. 삶은 소중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심장 박동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니까요.”

   2000년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버라에서 열린 지구의 날 행사에 제임스 카메론이 등장했다. ‘종말의 시나리오’를 즐겨 쓰는 그의 등장은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우선 저는 우리 모두가 죽을 운명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면,임박한 파멸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우리의 머리와 기술로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분명 이것을 되돌려놓을 수 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지금껏 다룬 영화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내다보기보다 현재 우리가 지니고 있는 열망과 두려움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결국은 우리로 하여금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상상하게 한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의 손에 달려있다’는 카메론의 메시지는 그가 만든 모든 영화의 키워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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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파괴의 저주
고든 레어드 지음, 박병수 옮김 / 민음사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싼 값에 산 당신, 퇴직금이 대신 내줬다!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은 5000원, 홈플러스 착한 생닭은 1000원, 지름 45㎝짜리 이마트 피자는 1만1500원, 두께 8㎝짜리 GS수퍼 위대한 버거는 7990원.... 이렇게 피자와 통닭을 시작으로 불붙기 시작한 대형 마트들의 가격 경쟁에서부터 파격 반값으로 급성장한 소셜커머스에 이르기까지 요즘은 말 그대로 ’가격 파괴’가 넘쳐나는 시대이다. 그런 마당에 <가격 파괴의 저주>(민음사)라니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것 같은 제목이다.  

   현실에서 보면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책제목이지만 직접 들여다보면 가격파괴에 대한 숨은 진실을 그 무엇보다 잘 이야기한 책이다. 캐나다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고든 레어드가 쓴 책, 원제목은 The price of a bargain, 풀어보면 가격할인(바겐세일)의 (진짜)가격 정도 되겠다.    

   요즘은 IMF 시절 못지않게 가격 할인이 범람해서 제 값을 주고 물건을 사는 소비자는 오히려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싸게 살수록 좋은 것 아니냐?”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과연 값싼 제품이 정말 소비자에게도 좋기만 할까?

   저자 고든 레어드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값싼 물건에 대한 소비자의 탐닉은 21세기에 발생하는 모든 위기의 근원이다”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싼 것 좋아하다가는 결국 큰 코 다친다.”고 소비자들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국내 대형마트들의 가격할인경쟁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와 같다. 요즘은 할인했다 하면 거의 대부분이 ‘반값’, 그래서 ‘과연 이 가격으로 팔고도 남을까?’ 사면서도 걱정될 정도다. 소비자들은 이들 덕분에 정말 싼 가격에 살 수 있어 횡재한 기분이다.

   이같은 국내 대형마트들의 가격할인경쟁은 올초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지나칠 만큼 과열 양상을 보이지만 그 시작은 '가격 거품빼기' 였다. 대형마트가 보기에 피자나 치킨 등을 판매해온 기존의 업체들이 판매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보고 그 거품을 제거해서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경제위기 이후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뉴스였다. 이들의 마케팅에 대해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고, 뒤늦게 뛰어든 다른 업체에서도 치킨이나 햄버거 심지어는 자전거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할인제품의 수량이 한정적이어서 그것을 사기 위해 오래 전부터 줄을 선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샀고, 심지어 자전거 같은 경우는 급하게 제품을 찾다보니 조립불량과 상표권 침해 논란이 있는 제품을 수입해 전량 리콜 하는 일도 생겼다. 무엇보다도 주변 상권에서 치킨과 피자를 팔았던 영세업체들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혀 원성을 샀다. 



  이와 같은 사정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만 하더라도 집값이 올라 서류상으로 재산이 크게 불어나자 카드를 마구 그으며 소비해 개인저축을 야금야금 갉아먹던 미국 소비자들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값싼 제품을 사려다가 난리가 났다. 

   2008년 블랙 프라이데이(본격적인 추수감사절 명절 쇼핑 시즌이 시작되는 첫 번째 금요일), 북미 지역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7200만명이 쇼핑에 나섰는데, 그 중 뉴욕 롱아일랜드의 월마트에서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던 엄청난 인구의 소비자들이 몰려들어 경비원 1명이 문자 그대로 고객들에게 밟혀 죽었다. 캘리포니아주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는 새벽부터 줄 서다 열 받은 소비자들이 총격전을 벌여 2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것이 ‘가격 파괴의 저주’가 아니고 무엇인가? 

    

 

   저자는 이러한 원인으로 세계화를 들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책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평평한 세계’를 주장하며 세계화는 대세이고, 세계화 과정을 통해 값싼 제품을 손쉽게 택할 수 있다는 논리를 주장했다. 소비자 역시 예전보다 싼 가격에 제품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세계화가 주는 혜택’으로 여기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왔다. 

   하지만 제품 가격을 싸게 하기 위해 비용을 줄이다 보니 제조업체들은 중국과 같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겨야 했고, 돈을 버는 노동자는 중국 노동자들과 같이 값싼 노동력 국민들이었다.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과 노동자의 숫자만큼 국내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되고 말았다. 

   이는 제조업을 살펴도 마찬가지다. Everyday low price (매일 낮은 가격)을 모토로 싼 제품만 찾아 전 세계를 뒤지는 월마트와 같은 대형 마트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 재래시장이나 영세상인들은 폐점을 해버려 결국 지역 상권이 붕괴되어 버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소비자인 동시에 노동자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소비자가 되어 값싼 제품을 탐닉할 때, 일자리는 잠식을 당하는 셈이고, 결국 실업자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가격이 싼 제품만 찾는 행위가 결국 나와 내 이웃의 일자리를 빼앗아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여전히 ‘당장 먹기는 곳감이 달다’고 우리는 오늘 저녁에도 마트에 가면 싼 제품을 찾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격 파괴는 언제까지 계속 될 수 있을까? 

   할인점과 대형 마트의 가격 파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중국이나 동남아의 값싼 노동력, 값싼 에너지, 값싼 운송 시스템 덕분이었다. 저자는 세계화의 상징인 월마트의 가격파괴 시스템은 결국 유가와 중국으로 인해 브레이크에 걸릴 거라고 말했다.

   이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을 수 없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에너지 고갈이다. 장기적으로 세계가 에너지 부족에 직면할 것은 불가피한데, 글로벌 경제는 운송에 의지하므로 유가 상승으로 운송비도 상승해서 월마트와 같은 대형마트의 저가 정책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또한 만년 생산자일 줄 알았던 중국인들이 소비자로 전환되었다. 1980년대 덩샤오핑의 선부론을 계기로 부분적으로 자본주의를 채택하며 세계 가장 싼 제품을 만들어낸 중국인들은 수십 년 동안 세계에서 유일하게 10% 대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달러를 긁어 모았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21세기에 접어들어 소비자가 되어 돈을 쓰는 세력도 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중국 근로자들의 생산임금이 올라가고, 원자재가와 유가가 급등하면서 중국산 제품의 평균 가격은 2007년 상승세로 돌아서고 말았다. 세계 초저가 생산품 제조국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놀라운 현실은 많은 서구 경제에서 보호할 만한 생산 역량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 안보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무역 관계가 흔들리고 국가의제가 달라지며, 또 팍스 아메리카나가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아마도 우리가 아는 ‘세계화의 종말’일 것이다.” 

   ‘저가만을 쫓는 소비자’가 대세인 시장에 대해 이 책의 저자가 내다보는 미래는 우울하다. 머지않아 대공황을 겪었던 1930년대 조상들처럼 절약이 미덕이고, 빚을 경계하는 태도가 주류(主流)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그 해결책으로 우리 속담인싼 게 비지떡”에서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비지떡은 두부가 될 물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에다 쌀가루나 밀가루를 넣고 빈대떡처럼 부친 떡으로 값이 쌀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치처럼 꼭 있어야 할 음식도 아니고, 별 맛도 없는 이 비지떡을 값이 싸다는 이유 만으로 한꺼번에 왕창 사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양도 많고, 맛도 없어 다 먹지 못해서 남겼다가 결국 하루 지나 금방 쉬어서 못 먹게 될 것이다. 이처럼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은 필요한 물건을 자기의 소득 안에서 여러 가지를 따져 합리적으로 소비하라는 뜻을 의미한다. 

   ‘언제나 최저가’를 지향하고, 싼 것만 찾는 소비생활을 하다보면 정체불명의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게 되거나, 혹은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제 3국의 노동자가 만든 옷을 입거나, 사랑하는 자녀에게 재료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짝퉁 장난감을 선물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디서 더 싸게 살까?’를 걱정하는 ‘저가의 노예’가 되지 말고, 과연 내게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 살 것인지 말 것인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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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미래 - 세계 경제의 운명을 바꿀 12가지 트렌드
다니엘 앨트먼 지음, 고영태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중국의 몰락과 미국의 부활, 이유는 딥 팩터deep factor에 있다!


 

   내가 미래학에 관심을 둔 때는 1999 년이었다.  그 때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 종말론에 의하면 지구가 종말을 맞게 된다는 끔찍한 일 년이고, Y2K 문제 즉, 컴퓨터가 연도표시의 마지막 2자리만을 인식하여 1900년 1월 1일과 2000년 1월 1일을 같은 날로 인식하게 되므로 예상되는 컴퓨터 장애로 인한 대혼란이 일어날 거라며 세계가 밀레니엄 버그 퇴치를 위해 어수선을 피우던 혼란스러운 때 였다.  

  누구나 그렇듯 그 때는 나 역시 ‘이러다 정말 지구가 멸망하는 거 아냐?’라는 의심이 들 만큼 불안했다. 그래서 그 의문을 풀고자 우연히 골라든 책은 페이스 팝콘Faith Popcorn의 <클릭, 미래 속으로>였다. 이 책은 종말론과는 관계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가득 찬 트렌드 관련서였다. 

   <클릭, 미래 속으로>는 <포춘 紙>가 마케팅의 노스트라다무스라고 언급한 바 있고,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앞으로 만들 제품을 구상하기 위해 찾는다는 ‘페이스 팝콘’이라는 컨설팅 회사가 만든 책이다. 

   당시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개념의 용어,  코쿠닝, 행복 찾기, 마음의 안식처, 유유상종, 환상모험, 개성 찾기, 여성적 사고, 남성해방, 99 가지 생활, 반항적 쾌락, 작은 사치, 건강 장수, 젊어지기, 소비자 감시, 우상파괴, S.O.S., 공포의 기류 등 21세기 소비자의 생활 트렌드를 17가지(당시만 해도 앞으로 10년을 지배할 트렌드라고 말했는데, 이 키워드들은 우리의 오늘을 정확히 반영한다)와 그에 관련된 사례, 비즈니스 아이디어 등을 정리한 책이다. 그들의 판단에는 과학적인 분석보다는 직관적인 통찰력을 중시하고 있어서 책의 내용 역시 공상과학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흥미와 놀람을 반복하며 읽었다.  

   책 내용도 좋았지만, 이 책에 대해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겨준 부분은 이 책의 맨 뒷면이었다. 책의 마지막에 페이스 팝콘이 트렌드를 감지하는 중요한 소스들을 수록했다. 다양한 책과 잡지, TV 프로그램, 웹사이트 등을 공개하고 있었는데, 자신들이 내놓는 트렌드는 주먹구구식으로 뽑아낸 것이 아니라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연구한 끝에 찾아낸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일종의 참고문헌인 셈이었다. 

   나는 그때 그들이 ‘천리안’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단지 엄청난 양의 정보를 잘 취합해 그 속에서 패러다임의 흐름을 간파하는 능력(그것도 대단한 능력이지만)을 지닌 것이란 걸 알았다. 나는 이 대목에서 비즈니스맨이라면 ‘미래학 관련서’를 꼭 찾아 읽어야 할 이유를 발견했다. 그리고 외쳤다, 유레카! 

   비즈니스맨이라면 ‘트렌드 관련서’, ‘미래 관련 도서’를 꼭 읽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차세대를 이끌 신제품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혜안’을 얻고자 찾는 사람들이 ‘페이스 팝콘’이나 ‘리처드 왓슨’과 같은 ‘미래학 연구자들’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수백만 달러를 내면서까지 ‘미래학 연구자들’의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필요로 한다면, 그들이 쓴 ‘미래학 관련서’는 비즈니스를 하는 내가 놓쳐서는 안 될 독서카테고리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책 한 권 값으로 ‘미래학 관련서’를 읽는 것은 글로벌 기업들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며 정기적으로 리포트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미래학 저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의견들의 공약수를 찾아낸다면 나만의 트렌드 예상도를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확실히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를 짚어내는 미래학 관련서는 매우 흥미롭다. 특히 점쟁이의 신통함을 살피듯 그들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할까를 가늠하기 보다는 저자와 함께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배경과 근거 등을 함께 추적하는 것이 ‘트렌드를 읽는 눈’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설명하는 데 있어 빠지지 않는 것이 ‘우리는 내일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항상 미래를 언급할 때는 ‘두려움과 설렘’을 항상 동반한다. 미래학 관련서는 이러한 두려움을 경감시키는 데 유익하다. 특히 마케터라면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한 도움을 받기에는 이것만 한 것이 없다.  

 

   책 <10년 후 미래Outrageous fortunes>(청림출판)를 펼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운명을 바꿀 12가지 트렌드’라는 부제도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이 일반적인 미래서와 다른 점은 경제학자가 내다본 경제예측서라는 것이다. 경제학자 역시 미래학자들 못지 않게 현상을 진단하는 것 외에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하지만 아울러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기상학자와 더불어 번번이 예측에 실패한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 책은 어떨까? 

   이 책의 저자이자 뉴욕타임스와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 등에서 경제 칼럼을 썼던 대니얼 앨트먼 뉴욕대 교수는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세계 경제학자들의 상당수가 짧은 시간 동안 상황이 급변하는 금융시장 연구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단기 변수인 금융시장보다는 경제 자체에 깊숙이 내재돼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를 실질적으로 움직여온 '딥 팩터deep factor'들에 주목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를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딥 팩터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내재돼 있어 단기간에 변하기 힘든, 한 국가의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총칭하는 개념을 말한다. 그러한 딥 팩터에 의해 그가 내다 본 10년후 세계는 발칙하리만큼 놀랍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중국은 세계 최고 부자나라가 됐다가 이내 미국 다음으로 처지게 될 것이다'

'유럽연합(EU)과 WTO(세계무역기구)는 붕괴될 것이다'

'금융허브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허브가 뜰 것이다'

'거대한 금융 암시장이 탄생할 것이다‘ 

중국의 몰락과 미국의 부활 

   가장 흥미로운 저자의 예측은 중국의 몰락과 미국의 부활이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라 불리며 여전히 두 번째 세계 경제 대국에 있으면서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을 넘보고 있는 상황, 세계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머지 않아 중국이 미국을 제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자의 예측은 의외다.

   저자의 이같은 예측에는 중국만이 가지고 있는 딥 팩터deep facto가 작용한다. 중국 고유의 정신 즉, 개인보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유교적 뿌리와 예절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봤다. 다시 말해 서열 위주의 사고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 권력을 중시하는 역사적 전통이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되는 것을 방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마인드가 중국인의 정신 깊숙이 자리잡고 있어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기업이 생겨나기도 어렵고, 설령 나타난다 하더라도 미국에서처럼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인구다. 국제노동기구의 2007년 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역사상 노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라고 판단했다. 저자는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과 노령화가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2050년이면 중국 취업연령 인구는 약 54%로 떨어지지만, 미국은 이민정책으로 약 56%의 취업연령 인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인구 증가율과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더 높은 미국이 중국을 다시 따라잡을 것이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타이틀은 2~3년 만에 다시 미국의 차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EU와 WTO의 붕괴

 

   지금 유럽은 EU라는 한 나라가 되어 있지만, 나라마다 이해관계가 너무나 복잡해서 결국은 분열될 거라는 것이 저자의 전망이다. 부유한 북서지역과 가난한 남동지역의 격차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북서유럽의 국가들은 앞으로 20~30년 안에 다른 회원국들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EU는 자연스럽게 붕괴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게다가 러시아가 과거 동유럽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확대할 것이란 점도 이런 예측에 한몫을 할 것이라 덧붙였다.

WTO 역시 사정이 모두 제각각인 회원국들을 '만장일치 합의제'로 묶어 놓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지속 가능하지 못한 시스템이었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금융 허브는 지고 라이프 스타일 허브가 뜬다. 

   머지 않아 사람들이 몰려드는 허브hub 구축의 핵심 변수로 상품도 금융도 아닌, 사람이 될 거라고 저자는 예측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직장의 변화로 이어진 것이다. 미래에는 사무실의 개념을 초월한 이동성이 높은 전문직업인들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기업의 명령과 필요보다 자신들의 생활 패턴에 따라 새로운 경제 허브에 모여 살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터넷과 온라인기술의 발달로 온라인에서 모든 거래가 가능해진 세상에서 굳이 홍콩, 뉴욕, 런던처럼 생활비도 비싼 곳에서 고소득층들이 몰려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허브에 몰려드는 직업군은 기업가, 투자자, 전문직업인, 은퇴자들이 될 것이고, 범죄가 적고 기후는 좋으며, 어느 정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곳인 베트남, 체코, 불가리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슬로베니아, 코스타리카 등이 라이프 스타일 허브의 유력한 후보지가 될 것이라 저자는 내다 봤다.   

   한편 저자는 과거 모든 종류의 국제 교역에서 반드시 필요했던 ‘미들맨’이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보 기술의 발달에 의한 경제적 세계화로 국가 간, 기업 간, 개인 간의 국제 교역을 촉진시켜주는 미들맨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대신 미래를 이끌어갈 미들맨은 상사직원이 아니라 변호사, 컨설팅회사, 통역사, 디자이너 등이 미들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10년 후 미래는?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첫 번째 문장에서부터 `지금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라고 말했다. 오늘날의 한국은 도시화는 거의 정체 상태에 이르렀고, 임금은 세계시장을 기준으로 한계점에 도달했다. 또한 사회간접자본, 교육, 기초과학 연구 등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기본적인 경제적인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점, 그리고 근무와 투자 환경의 역동성이 아르메니아나 오만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저자는 판단, 현재의 한국은 한마디로 198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저자는 한국의 선택에 따라 일본과 같이 정체의 늪에 빠질 수 있고, 아니면 계속 뻗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는 앞서 말한 것처럼 경제 발전 방향은 뿌리 깊은 경제적 요인 즉, 딥 팩터deep factors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과 유사한 딥 팩터를 가진 나라이므로 주변의 선진국을 따라가서 결국 비슷한 한계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역시 뒤쳐져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저자는 말했다. 즉 경제 발전 단계를 순탄하게 거치면 곧 한국과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한국의 미래가 중국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예고편이 된다며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엘트먼 한국의 미래에 하는 충고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중국처럼 새로운 기업들이 기존 기업의 기득권과 정부 규제로 좌절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서, 경제전망서는 왜 읽어야 할까? 

   위와 같은 질문에 저자는 “경제전망은 틀리더라도 전망하지 않는 편보다는 훨씬 낫다”고 이 책을 통해 말했다. 세계 경제에는 매순간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일단 우리가 실제로 무슨 일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시작하면 그만큼 가능성의 폭이 좁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 경제의 미래가 불안하다면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예측에 대한 대응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대응은 불확실한 수많은 변화의 경로보다 하나의 발전 경로를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인간’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는 바로 ‘우리는 내일을 모른다’는 점이다. 학자들의 이러한 경제전망과 예측서는 틀릴지언정 두려움을 경감시키는 데 유익하다. 또한 “단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미래는 현재에도 있다”는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말은 미래예측 도서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말해준다. 우리는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미래’는 막연했다. 하지만 21세기에서 내다보는 미래는 정확하게 콕 집어서 말할 수 없을 뿐 ‘곧 다가올 예정된 현재’와 같이 예측이 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 우리가 미래예측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래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면, 트렌드를 감지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둔다면 우리는 신사업을 위한 아이디어는 물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블루오션도 찾아낼 수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미래 예측서 혹은 트렌드 관련도서들은 예지자의 능력으로 써진 책이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깊은 관심과 정보 수집을 통해 얻어진 산물인 것이다. 이 책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요인을 걷어내고 당신에게 미래를 보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 오늘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도 알려줄 것이다. 21세기에는 트렌드를 읽는 자가 리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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