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 빌려주는 사업의 시대가 온다
리사 갠스키 지음, 윤영삼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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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The Mesh - 빌려주는 사업의 시대를 선점하라! 

   전통적인 기업들에게 기업의 3요소가 뭐냐고 물으면 ‘토지, 노동, 자본’이었다. 그리고 지식노동자들이 일하는 오늘날의 기업에게 물으면 아마도 ‘지식, 자본,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제는 그 역시도 진부한 대답이라고 할지 모른다. 메시 기업으로 창업을 한다면 그리 큰 자본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시 The Mesh>(21세기북스)는 판매와 소유가 아닌 공유 플랫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았다. 지금 메시 비즈니스가 ‘빌려주는 사업의 시대’를 열고 있다. 


   상업방송 웹사이트인 GNN과 온라인 사진을 공유하고 인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포토를 만들어 코닥에 매각해 이미 메시를 경험한 사업가 리사 갠스키는 메시 비즈니스가 미래 비즈니스의 거대한 기회라고 말한다.

   메시의 원래 뜻은 그물코라는 일종의 매듭. 저자는 이 책에서 메시 비즈니스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순간 그들이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잠시 사용하게 한 뒤 이를 돌려받거나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 사업 모델’이라고 규정했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쉽게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다면, 게다가 그 물건이 비싸면서도 자주 사용하지 않는 상품이라면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아끼고 또 벌 수 있을까. 메시 기업은 바로 그런 잠재성에서 수익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10년 전에 생긴 전혀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 회사 중에 집카Zipcar가 있다. 집카는 자동차를 만들지도, 판매하지도, 수리하지도 않는다. 단지 ‘공유’할 뿐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09년에만 1억 3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미국ㆍ캐나다를 넘어 유럽 전역을 무대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집카는 성공한 메시 기업의 거의 완벽한 사례이다. 

   값비싼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공유하는 것이 더 쉽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만든 회사다. 그래서 전통적인 렌터카회사들과 달리 도시 전역에 자동차를 배치해 놓아 고객들이 쉽게 찾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점에서 집카는 차를 임대해 주는 렌터카 사업이 아니라 자동차를 공유하기 위한 정보를 관리하는 관리업인 셈이다. 

   자동차라는 것이 대개 하루에 한 두 시간을 빼면 나머지 시간은 제자리에 서 있는 물건이 아니던가. 더군다나 요즘 자동차는 집집마다 한두 대 씩은 있다. 집카의 창업자는 바로 이 점에 착안했다. 만약 이렇게 세워두는 시간이 훨씬 많은 고가의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한다면, 자동차 보험료와 유지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을 한 사람당 매달 평균 50-60만 원 정도 아낄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 소비자를 위한 멋진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 지역에서 자동차 공유는 훨씬 효율적이다. 교통체증도 줄고 주차공간도 여유가 생겨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크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집카의 무한한 성장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밖에도 메시기업 중에 주목되는 기업으로는 넷플릭스Netflix를 들 수 있다. DVD 대여 업체인 넷플릭스는 기존의거대한 공룡업체인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린 회사로써 메시의 교과서로 통하는 기업이다. 블록버스터는 매장에서 빌리는 기존의 방법을 취하고 있던 거대 대여업체인데, 바로 연체료 였다. 평소 블록버스터를 이용하던 리드 해스팅스는 반납일에 늦어 DVD를 사도 될 정도의 연체료를 물게 되었다. 화가 난 그는 줄을 서서 DVD를 빌리거나 연체료를 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우편으로 DVD를 우편으로 저렴하고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넷플릭스를 만들었다.  

   이러한 임대 혹은 공유 기업은 호텔이나 렌트카 등의 임대 형태는 메시 기업이 탄생하기 전 전통적인 기업들에도 있었다. 하지만 메시 기업은 전통기업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바로 이전에는 없던 소셜 미디어, 인터넷, 무선 네트워크, 스마트폰의 확산이라는 인프라 바탕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메시 기업들에게 특별한 마케팅이나 광고나 홍보는 따로 필요 없다. 고객들이 이들 인프라를 통해 주위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자신의 경험담은 그 자체로 폭발력강한 마케팅이 되기 때문이다. 그 밖에 메시 기업만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공유할 수 있는 것을 핵심적인 서비스로 만든다는 점

2. 웹과 무선 데이터 네트워크를 활용해 상품을 추적하고 고객, 제품, 이용방식에 대한 정보를 모은다는 점,

3. 중고 물품을 비롯해 공유할 수 있는 물리적인 상품과 자산에 초점을 둔다는 점,

4. 주로 입소문을 통해 확산되는데, 특히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증폭된다는 점 

   메시 비즈니스 한마디로 메시는 사람, 기업, 조직, 제품 등 다양한 것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가능해진 사업 모델이다. 오프라인에 존재해 왔던 물리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웹 기반 기업들이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앞으로 물건을 소유하기 보다는 공유하고 빌려 쓰는 시대가 오는 것은 틀림이 없을 것 같다. 메시가 가능하게 하는 힘, 다시 말해 메시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 네 가지가 있다. 

   첫째,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기존 대기업들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냈다. 둘째, 경제위기는 우리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게 되면서 물건을 소유하기보다 건강, 우정, 여행,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갖는 것 등 정신적인 것에 더 높은 비중을 두게 되었다. 셋째, ‘기후 변화’는 전반적으로 기업 운영비용을 끌어올렸고, 쓰고 버리는 상품을 만들고 파는 것이 어려워졌다. 넷째, 늘어나는 인구와 가속화되는 도시화, 는 ‘인구밀도’를 높였고, 다양한 정보 네트워크의 발전 또한 메시 생태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메시 비즈니스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고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번창하는 기업을 만드는 플랫폼이 될 뿐만 아니라 일종의 재활용이어서 지구 환경에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어서 사회적으로도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효과를 얻는다.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하면 더 큰 수익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기업의 환경과 사회에 대한 활동은 고객들의 신뢰와 구매 결정에 갈수록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메시 비즈니스의 미래는 밝다. 

   저자는 이 책에서 ‘메시 비즈니스 리스트’라고 해서 메시 벤처 기업들 중에서 가장 주목이 되는 업체들을 금융, 의류, 부동산, 음식과 와인, 에너지, 기술, 정원 가꾸기, 교통, 집안 수리 등 분야별로 잘 추려서 정리했다. 이 메시 목록에 따로 크리에이티브커먼스 라이선스 조항을 삽입할 정도로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수록된 업체들의 사업아이템과 시스템을 살펴본다면 국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 책에서 제시한 빌려주는 사업을 찾는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놀랍고도 풍부한 사업기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출판전문잡지  

<기획회의>(298호)에 실린 리뷰원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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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매경 三魅鏡 - 세상을 비추는 지식 프리즘
SERICEO 콘텐츠팀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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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휴가철 직장인이 꼭 챙겨야 할 필독서!


 

   ‘SERI CEO’의 우수한 콘텐츠 삼매경三魅鏡이 책으로 나왔다. 삼매경은 다양한 소재를 재미있는 영상과 음악, 스토리로 구성한 이색 콘텐츠로 EBS 지식-e의 비즈니스맨 버전으로 보면 좋을 것이다. 삼매경三魅鏡의 뜻은 망원경과 현미경 그리고 만화경으로 멀리, 자세히, 재미있게 보면서 삼매경三昧境에 빠지자는 의미인데, 업데이트될 때 마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SERICEO의 간판 컨텐츠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SERICEO는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상상력 발전소’라 불리며 연 100만원 이상의 회비, 유료회원만 12,000명이 넘는 고액 유료사이트다. 최신 경제, 경영 정보뿐 아니라 리더십, 인문학, 역사, 문화예술 등 촌철살인의 통찰력을 주는 짧은 동영상 강의가 2만 개가 넘는다 하니 제 값을 하는 모양이다. 

   이러한 SERICEO의 콘텐츠가 책으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변화하는 기업들의 경영비법을 담은 <소림사에서 쿵푸만 배우란 법은 없다>와 3월 세계 최강이 된 기업들의 명품 경영을 이야기한 <나는 고집한다, 고로 존재한다>에 이어 세 번째다.

   <삼매경>은 세상을 비추는 지식 프리즘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이전에도 <수중혜> 등 SERICEO의 콘텐츠가 출간된 적이 있지만 마치 시리즈를 내듯 올해 들어 연달아 세 권을 낸 적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전작들은 연구원들이 동영상의 콘텐츠를 문서화한 형식이라면, <삼매경>은 미니홈피나 블로그에서나 만날 법한 가독성 좋은 온라인 글로 꾸며 마음껏 상상을 돕고 있다.  

 

 



 


 

   EBS가 만든 화제의 동영상 지식-e 는 책으로 나오면서 마치 디지털 시대의 지식백과로 자리매김하면서 신간이 나올 때 마다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를 원소스 멀티유즈One Sauce - Multi Use로 활용한 것인데, 그런 점에서 유료 콘텐츠를 책으로 낸 SERICEO 콘텐츠팀의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책들은 자못 어려워 일반인이 접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필요성을 느끼지만 정작 소화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자포자기하거나 대상에 대해 분노하게 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책들에 대한 직장인의 마음이 그랬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책의 콘텐츠들이 대중성을 띠면서 독자층이 한층 두꺼워졌다.

   개인적인 바람은 지식-e가 일반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것처럼 SERICEO의 책들이 비즈니스맨들에게 많이 어필되어 읽혔으면 하는 것이다. 

   <삼매경>에는 스무 가지의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가 크게 발상을 하는 방법, 마음을 읽는 방법, 그리고 기적을 만드는 방법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 중 세상에 없던 발상을 하는 방법 중에서 '인터러뱅'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인터러뱅interrobang이란 '물음느낌표'라 할 수 잇는데, '의구심'과 '놀라움'이 공존하는 역설적인 부호다. 우리가 시장에서 만나는 제품 중에는 "어떻게 이런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을 다했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느낌이 '확!' 오는 제품들이 있다. 한마디로 인터러뱅은 상상초월의 감탄사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인터러뱅 속에는 놀라운 창조법칙이 숨어 있다. 바로, 무엇이든 물음표[?]를 던져라. 그리고 물음표를 해결하는 느낌표[!]를 찾아라 이다. 

   일본 음식 낫토는 건강에는 좋은데 먹기가 불편했다. 낫토 회사 미쓰칸은 낫토를 먹는 고객의 불편에 주목하고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편리한 낫토 용기와 절대로 튀지 않는 젤리형 낫토 간장을 개발해 아라벤리 낫토[!]를 만들어 출시 6개월 만에 1억 7천 만개가 판매되며 2009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소비자들이 고용불안으로 자동차구매를 꺼리자 '이들이 안심하고 차를 사게 할 수 없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신차 구입후 1년 내 실직하면 자동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assurance 프로그램을 만들어 2009년 8월 6만 대를 판매하며 미국 진출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비자의 불만을 없애준 인터러뱅도 있다. 미국 최고의 DVD 대여업체 블록버스터를 이용하던 청년 리드 해스팅스는 어느 날 반납일에 늦어 DVD를 사도 될 정도의 연체료를 물게 되었다. 화가 난 그는 줄을 서서 DVD를 빌리거나 연체료를 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DVD를 우편으로 저렴하고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넷플릭스를 만들어 블록버스터를 누르고 최고의 DVD 대여업체가 되었다. 이렇듯 인터러뱅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아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창조마크다. 우리의 일상에 물음표를 던져보고, 그것을 해결하는 느낌표를 찾아 본다면 우리도 생각의 빅뱅, 인터러뱅을 찾을지 모른다.  

   마음을 읽는 방법 중에는 폴 뉴먼과 아내 조앤 우드워드의 사랑을 다룬 '50년간의 동행'이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영화 <길고 긴 여름날>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만난 이들은 다음 해인 1958년에 결혼해서 평생을 함께 사랑하며 살았다. 하지만 행복했던 이 부부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는데, 바로 전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스콘 뉴먼'의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이었다. 

   폴 뉴먼도 한 때는 알콜 중독자였기에 아들의 죽음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큰 슬픔에 잠긴다. 이 때 아내 조앤이 실의에 빠진 폴이 다른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도록 이런 저런 제안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약물중독자의 치료를 돕는 기부사업'이었다.

1980년 죽은 아들의 이름을 딴 스콧 뉴먼 센터를 설립했고, 1982년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유기농 식품회사 뉴먼즈 오운을 설립했다. 1988년에는 난치병 어린이 치료를 위한 단체를 설립했고, 1999년에는 자선사업을 컨설팅 해주는 CECP를 설립했다. 

   25년간 폴 뉴먼이 기부한 금액은 총 2억 8천만 달러(약 3,000억 원)이었고, 이 부부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은 아이들은 13만 5천 명이나 되었다. 이에 대해 폴 뉴먼 부부는 "행운을 타고난 사람들은 불운한 사람들을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할 뿐이었다. 또한 "우리는 함께 하면서부터 점점 더 나은 사람들이 되었어요." 라고 말하며 50년을 동행했다. 

   이들 부부를 통해 연인, 친구, 동료, 부부 등 사람의 관계란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쳐 서로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고 그 주위까지 밝아지는 것이 아닌가를 배우게 된다. 이 짧은 글은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스티브 잡스가 늘 하는 말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이다. 남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싶은 직장인이라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스무 편의 짧은 글들 중 어느 하나가 당신에게 유익함과 감동의 울림을 줄 것이다.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 피서지를 갈 때 챙겨서 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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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말
이쓰카이치 쓰요시 지음, 허효진 옮김 / 기담문고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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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을 하라, 인간은 자신이 말한 대로 인생을 산다 

   지난 해 초 나는 담배를 끊었다. 정확히 20년 동안 애연가로 살면서 언젠가는 끊으리라 다짐했었지만 괜히 담배로부터 벗어나려고 시도했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실패감을 느끼는 것이 싫어 금연하려는 마음조자 가지지 않고 살았다. 그랬던 내가 담배를 끊은 것은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이중세뇌二重洗腦>(더숲)에서 ‘본래 인간에게는 담배에 대한 욕구란 아예 없었다’는 저자의 말에 새삼 깨달았다. 내가 지금껏 피운 담배는 욕구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담배 때문에 욕구가 생겨난 것이었다는 걸 20년이 지난 후에 안 것이다. 하루아침에 담배를 끊었다.  

   담배를 끊으니 밥맛이 좋아졌다. 아니 마시는 물도 맛있어졌다. 흡연 때에는 잠이 들려면 보통 30분 이상 엎치락뒤치락 해야 했는데, 금연 후에는 잠자리에 들면 얼마 안가서 곧 잠이 들었고, 잠이 깨면 더 없이 상쾌한 아침을 맞게 되었다. 담배를 피우면서 코막힘 현상이 있었는데, 금연 후 ‘구멍이 뻥 뚫린 느낌’으로 숨을 쉬게 된 덕분이다. 가슴의 통증도 사라지고, 기침과 가래도 멎었다. 치아도 건강해지고, 운동효과도 좋았다. 새로 태어난 느낌이었다. 단 한 가지 곤란한 점은 급격하게 늘어난 체중이었다. 

   금연 후 1개월 마다 딱 체중이 1킬로그램 정도가 늘어 1년이 지나자 몸무게가 정확히 12킬로그램이 더해졌다. 매일 5킬로미터를 잰걸음으로 걷는 파워워킹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 후 108 배를 더했다. 108배는 몇 년 전 언론에도 크게 소개된 바 있을 정도로 운동 효과가 좋다. 나 역시 종교적인 의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운동의 개념으로 108배를 했다. 내게 있어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요가를 제외하고는 이보다 더 나은 운동은 없다.

   108배를 하면서 절을 할 때 나는 마음속으로 ‘호오포노포노’를 읊조렸다. ‘호오포노포노’는 하와이에서 행하는 일종의 마음을 다스리는 의식으로 간단히 설명하면 마음이 쓰이는 대상(인물과 사물을 포함)을 떠올리며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를 마음속으로 말하는 것이다. 호오포노포노를 읊으며 하는 108배는 심신을 이롭게 한다. 금연을 한 지 1년이 넘은 후, 운동을 시작하면서 1개월 마다 다시 체중이 줄고 있다. 

   마음을 다스리는 주문 호오포노포노는 정말 효과가 있었다. 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인물이나 사건 등을 대상으로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을 무한히 이야기하다 보면 대상이 나를 괴롭게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나를 정리하지 못한 엄한 남을 탓한 격이었으니 ‘정말 미안하고 용서받을 일’이 아닐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나는 오랜기간 이 주문을 외우면서 호오포노포노의 놀라움을 경험했다기 보다는 ‘말의 힘’을 깨닫게 되었다. 

   말의 힘은 반대로 말의 무서움일 터, 불교의 천수경에 사람이 저지르는 열 가지 악업十惡業 중에 입으로 짓는 구업口業이 가장 나쁘고 많다고 했다. 구업口業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모든 것으로 죄를 짓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괴롭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스스로 괴로움을 짓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제 읽은 책 <마법의 말>(기담문고)에서 다시 한 번 ‘말의 놀라운 힘‘을 경험했다. ’행운을 부르는 말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일본에서 출간되기 전 강연록 형식으로 만들어져 입소문으로 130만 부 이상 퍼졌고, 이 책이 출간된 뒤 약 300만 부가 팔려나간 책이다. 숫자상으로만 보면 경이로운 이 책은 사실 무척이나 단순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말하는 ‘감사합니다’와 ‘고맙습니다’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깨닫게 만들어 준다.

 

 



 

 

  내용 중에 ‘운이 좋다, 운이 따른다’는 단순한 말을 자주 하면 실제로 행운이 온다는 사실을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통해 입증한 사례가 가장 흥미로웠다.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그가 ‘운이 좋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는 것은 그의 책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 것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했던 말들을 그의 측근인 PHP연구소 부사장인 에구치 가쓰히코가 정리해 놓은 것을 보면 아래와 같다.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인생은 결코 처음부터 유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의 아버지는 양곡 거래업을 하다가 가산을 모두 탕진했습니다. 결국 마쓰시타는 학교를 마치지 못했습니다. 아홉 살 때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오사카의 화로 가게에서 고용살이를 했습니다. 가족 열 명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부모형제는 결핵으로 잇따라 사망하고 마쓰시타는 홀로 남게 됐습니다. 마쓰시타도 열두 살 때 폐첨 카다르로 병상에 눕게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쓰시타는 ‘운이 좋다’고 볼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오히려 ‘어쩜 그리도 운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생전에 “나는 매우 운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학교를 거의 다니지 못한 게 다행이었다. 내가 만약 대학까지 나왔더라면 모르는 것을 남에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를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모르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모르는 것을 쉽게 물어볼 수 있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서 지혜를 배웠고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는 또 “나는 몸이 허약한 게 다행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몸이 허약했기 때문에 남들에게 일을 맡길 수 있었고, 사람들을 지휘할 수 있었고, 훌륭한 인재를 키울 수 있었다. 만약 내가 건강했더라면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했을 것이고, 남들 위에서 지시를 내리지도, 회사를 크게 발전시키지도 못했을 것이다.” 

   마쓰시타가 거듭 강조하는 ‘운이 좋다’라는 말이 도대체 무엇인지 스스로 되새겨보게 됩니다. (중략) 이러한 마쓰시타의 ‘사건의 긍정적 해석’을 보면서 느낀 것은, 운이 좋다는 것은 우선 나에게 일어난 모든 사건들에 대해 ‘운이 좋다’고 받아들여야 비로소 행운이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어떻게 해석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느냐 부정적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운의 정도’가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요? 실제로 마쓰시타가 경험한 일들을 저처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마쓰시타처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말의 힘’은 ‘긍정적 사고, 끌어당김의 법칙’ 등과는 또 다른 개념인 것 같다. <마법의 말>은 우리가 하는 말이 생각의 결과물이라면 내가 하는 말에 대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알게 한다. 특히 불안한 일이나 짜증이 나는 일에도 ‘감사합니다’고 말해야 하는 이유를 읽을 때에는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은 부정적인 결과를 부르기도 하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긍정적인 결과도 부른다는 것을 알게 한다. 모든 일의 시작은 나를 수신修身함에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최근에 읽은 <왓칭>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아울러 관심이 생긴 독자라변 <호오포노포노의 비밀>을 일독해도 좋을 것이다. 150페이지 남짓의 작은 책 <마법의 말>은 특히 아무런 생각 없이 툭툭 말을 하거나 욕을 남발하는 중고생, 부정적인 생각이나 말을 달고 사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들에게 선물하면 딱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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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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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으로 리드하라 - 잘 정리된 인문고전 독서 입문서   


  사람들에게 책을 읽는 이유를 물어보면 크게 두 개의 대답으로 나뉜다. 바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혹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다. 둘 모두 훌륭한 대답이다. 책 한 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으니 무료한 시간을 즐겁고 유익하게 보내는데 책읽기보다 나은 것은 없다.

  또한 깨달음을 얻는 방법 중에도 책읽기만한 것이 없다. 여기서 깨달음이란 성인聖人들이 경험했던 대오각성大悟覺醒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뭔가를 보고, 듣고, 경험해서 ‘느낌’이 있었다면, 그것이 깨달음이 된다. 한마디로 어제와는 다른 나를 만들어주는 ‘느낌의 경험치’가 바로 깨달음인 것이다. 깨달음은 ‘알게 되었다’는 기쁨을 준다. 그 기쁨은 처음으로 사탕맛을 알게 된 어린 아이의 커진 눈동자처럼 나를 놀라게 하고, 스스로 배움으로 알았다는 뿌듯함은 묘한 재미도 준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조건이 여의치 못했던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책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활자책이 없던 옛날에는 책이 많지 않아 책 한 권을 읽고 또 읽어서 외울 정도가 되니 깨달음이 컸고, 책이 차고도 넘칠 만큼 많아진 오늘날은 안목만 갖춘다면 깊이가 백 권 정도 되는 책을 쉽게 만날 수도 있다.

  한편 이러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책읽기를 꽤 즐긴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감히 접근하지 못하는 책들이 있으니 바로 고전古典이다. 짧게는 100~200년, 길게는 1,000~2,000년 이상 살아남은 이 책들은 책 중의 책, 인류가 걸어온 역사의 정수이다. 고전古典이 좋은 책인 줄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어려워서, 혹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짐작해서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혹자들은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고전古典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고전古典은 과연 훌륭한 책일까? 만약 훌륭하다면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리딩으로 리드하라>(문학동네)는 이런 질문을 위해 태어난 책이다. 이 책은 고전의 위대함을 알리고, 일반인들이 쉽게 고전 읽기에 접근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꿈꾸는 다락방>의 작가이자 다독가多讀家인 이지성이 썼기에 이론을 통한 학문적 접근이 아닌 위대한 인물들의 사례들을 담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어 읽기가 좋다.

  이지성은 고전읽기를 하다보면 그 누구라도 천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부제 역시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분명 이 시대의 천재들이다. 그러나 불멸의 인문고전을 남긴 진정한 천재들과 비교하면 그들은 기껏해야 머리가 조금 좋은 사람들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렇게 생각해 보자. 만일 앞으로 10년 동안 매일 두 시간 이상 위대한 인문고전을 남긴 진짜 천재들에게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인문고전은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쓴 진정한 천재들이 자신의 모든 정수를 담아놓은 책이다.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존 스튜어트 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정수를 완벽하게 소화하면 누구나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경험할 수 있다. 

1. 바보 또는 바보에 준하는 두뇌가 서서히 천재의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2. 그동안 억눌려 있던 천재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3.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천재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인문고전 독서의 힘

  인류역사를 보면 항상 두 개의 계급이 존재했다. 지배하는 계급과 지배받는 계급. 전자는 후자에게 많은 것들을 금지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인문고전 독서였다. 왜냐하면 인문고전 독서는 나라를 이끄는 힘이자 지배층이 되게 하는 권력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양반은 독서가 곧 그들의 업業이었고, 노비들이 책을 들으면 양반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엄벌에 처했다. 중국의 지배계급도 인문고전 독서를 지나칠 정도로 중시했고, 일본의 쇼군 계급들은 중국 고전을 마치 비밀문서처럼 귀중하게 여겼다. 유럽의 왕가와 명문 귀족은 평민 이하 계급들에게, 미국의 백인 지배 계급은 흑인들에게 독서는 물론 문자 교육 자체를 금지했다. 

  두뇌의 수준은 그가 읽은 책의 수준과 같다고 할 수 있다고 역사는 증명한다. 두뇌가 우수하지 못한 인간은 두뇌가 우수한 인간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류 역사의 어느 시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지배계급은 그 사실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다. 
 

  21세기 지구의 지배계금이라고 할 수 있는 선진국들은 여전히 인문고전 독서에 열심이다. 미국에는 ‘그레이트 북스 재단’이라는 인문고전 독서 프로그램 및 독서토론 모임이 있어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인문고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명문 사립 중고교와 대학의 인문고전 독서교육 전통은 전부 영국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의 엘리트 교육 코스는 아래와 같다.  

1. 가정교사에게 기초적인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받는다.

2. 명문 사립학교에 진학해서 체계적인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받는다.

3.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 들어가서 그리어서 및 라틴어로 진행되는 인문고전 수업을 듣고,

그리스어 및 라틴어로 에세이를 쓰고 토론한다. 

  한편 일본은 메이지 시대부터 국가 주도의 인문고전 독서 열풍이 불기 시작해 20세기까지 계속되었다. 1930년대 일본의 명문 고교와 대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독서일기를 쓰는 습관을 갖고 있었고, 고교와 대학 시절 동안 4,00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 사례가 평범한 경우에 속할 정도로 치열하게 독서했다고 한다. 덕분에 일본의 정계. 관계, 재계는 이미 학창 시절에 그리스, 로마, 유럽, 중국, 인도, 일본의 인문고전을 읽은 인재들을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었고, 국력을 혁명적으로 신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인문고전 독서는 나라와 가문과 개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니 나라와 가문과 개인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뭔가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느껴지거든 낙담하거나 한탄할 시간에 인문고전을 펴길 권한다. 1,000~2,000년 된 지혜의 산삼을 두뇌에게 실컷 먹이기를 권한다. 그러면 언젠가 반드시 당신 자신이 혁명적으로 변하고, 당신 가문에 인문고전 독서의 전통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가문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우리나라와 세계와 인류의 역사를 바꾸는 위대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리더를 만드는 교육법, 인문고전 독서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독일의 한 시골마을에서 목회를 하던 카를 비테는 장차 태어난 아이를 성공적으로 교육하고자 플라톤, 에라스뮈스, 존 로크, 루소, 페스탈로치 같은 위인들이 집필한 교육 서적과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와 로마의 교유에 관한 문헌들을 연구해, 저능아인 카를 비테 주니어를 가르쳤다.

  카를 비테 주니어의 두뇌는 위대한 천재들이 집필한 인문고전을 지속적으로 접하면서 기적처럼 변했다. 그는 고작 아홉 살에 라이프치히 대학 입학 자격을 취득했고 열세 살엔 기센 대학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열여섯 살에 하이델베르크 대학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베를린 대학 법대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여든 세 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당대를 대표하는 천재로 칭송받았다.

  카를 비테는 지능이 떨어지는 아들을 천재로 키운 비결로 책을 썼고, 하버드 대학 교수 레오 위너 교수와 보리스 사이디스 교수, 태프트 대학교수 벌 등은 카를 비테의 교육법을 따라 해서 자신의 자녀들을 하버드 대학에 입학시켰다. 인문고전을 통한 교육은 서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치원 황상은 나이 열다섯이 되도록 한문은커녕 한글도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이었다. 하지만 유배지로 내려온 정약용을 스승삼아 인문고전을 배운 몇 년 뒤, 황상은 조선의 천재들을 매혹하는 지식인으로 성장했다.

  연암 박지원 역시 열다섯 살이 되도록 문맹이었지만, 처숙 이군문으로부터 인문고전 읽는 법을 배우고 3년 동안 두문불출한 후 천재가 되었다. 

  전교 꼴찌를 하다가 학습 부진아 반에 들어간 적이 있는 아이작 뉴튼은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인문고전 독서를 배워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가 되었고, 학교를 다닌 기간 내내 전교 꼴찌였던 윈스턴 처칠도 어머니의 권유로 스물세 살에 인문고전 독서를 처음 시작해 죽을 때까지 하루 평균 네다섯 시간씩 책을 읽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3개월 만에 퇴학을 당했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역시 교사 출신 어머니의 극진한 인문고전 독서교육 덕분에 이십대에는 도서관을 통째로 읽어버리겠다며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제대로’ 받으면 누구라도 천재가 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제대로’에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독서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인문고전을 읽고서 변화하기를 바란다면 에디슨의 어머니가 치른 것 같은 자신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과거의 자신을 죽이는 철저한 자기투쟁이 따르지 않는 인문고전 독서는 지식의 축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식은 인간을 변호시키지 못한다. 삶의 근본적인 변화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가 있을 때 생겨난다. 그 ‘지혜’를 갖는 것이 바로 인문고전 독서를 통한 ‘변화’인 것이다.

인문고전을 통한 교육을 펼쳤던 카를 비테의 교육방식이 리더의 교육이라면, 우리나라의 공립학교 교육제도는 독일에서 시작된,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교육이다. 우리나라 공교육이 초중고교를 합쳐 12년이나 교육을 받고도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는커녕 제 앞길 하나도 헤쳐나가지 못하는 무능력한 존재로 전락하기 일쑤인 이유다. 새로운 두뇌를 갖고 싶다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하루 또는 일주일에 몇 시간씩 카를 비테식 ‘다른 교육’을 실천하자. 위대한 고전을 집필한 카를 비테식 ‘다른 교육’을 실천하자.  

평범한 이들을 세계최고 부자로 만든 인문고전 독서 

  세계 금융계의 황제라 불리는 조지 소로스는 처음 철학자가 되고 싶어 했다. 그는 소년시절부터 아리스토텔레스, 에라스뮈스, 마키아벨리, 홉스, 베르그송 같은 천재 철학자들의 철학고전 도서를 통해 사고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조지 소로스는 자신의 투자 성공 비결을 ‘철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철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철학 논문을 쓰고, 세계적인 철학자들을 자택에 초대해서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세계 최초의 금융분석가로 현대적인 의미의 증권분석 및 가치투자 이론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도 인문고전 독서가로 유명하다. 컬럼비아 대학 재학 시절 졸업하기도 전에 총장으로부터 철학교수로 임명해 줄테니 모교에 남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펀드 운용 능력을 인정받아 20세기 최고의 주식투자자, 영혼의 투자자로 불리는 존 템플턴. 그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자기 자신을 살아 있는 도서관으로 만들라”라고 대답할 정도로 유명한 독서광이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펀드 매니’저라고 불리는 피터 린치는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그는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에서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인문고전 도서로 쌓은 사고의 힘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대학에 들어갔을 때 과학, 수학, 회계학 같은 일반 경영학 과목은 필수과목을 제외하고는 피해다녔다. 대신 인문 과목을 주로 수강했다. 역사, 심리학, 정치학을 배웠고 형이상학, 인식론, 논리학, 종교학, 고대 그리스 철학을 공부했다.”
 

  벤저민 그레이엄을 비롯한 진정한 투자의 구루들이 최고의 실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눈앞의 이익이나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뇌 속에 ‘철학하는 세포’가 있었기 때문이다. 철학하는 세포는 오직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들은 말한다. “월 스트리트식의 금융시장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탐욕으로 가득 찬 소위 금융 전문가들과 그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따르는 구름 같은 군중의 행렬을 과감히 무시하고 오히려 그들이 죽는 길이다, 라고 한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 만일 누구라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그들이 애독한 책을 읽어서 그들 같은 사고능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서점에는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피터 린치, 짐 로저스 등등 자본주의 세계의 최고 승자들의 투자 비법을 담은 책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들의 책을 죽어라고 읽고 그들의 비법을 열심히 따라 한 사람 중에 놀라운 이익을 실현한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치열한 인문고전 독서로 두뇌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뒤에 터득한 투자의 비결을 담은 그들의 글을, 인문고전을 전혀 하지 않은 두뇌의 수준에서 이해하고 투자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오토바이 운전면허도 없는 사람이 세계 최고의 오토바이 곡예사가 쓴 책을 읽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과 같다. 이런 사람이 어떤 결과를 얻겠는가? 최소한 중상, 최악의 경우 사망이다. 자본주의 세계의 최고 승자들이 가르쳐주는 비법을 따라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의 무시무시한 자본 생성 능력을 낳은 근본적인 요소를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채 그들의 기법만 따라 하는 것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을 걷는 행위일 수 있다.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

 

1. 온 마음으로 사랑하라

  세종대왕의 인문고전 독서법은 백독백습百讀百習 즉 100번 읽고 100번 필사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치열함이 엿보인다. 그는 왜 그토록 힘들게 독서를 했을까? 나는 그가 백성을 애타게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이 최고가 되지 못하면 신하들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세종은 먼저 자신을 뜨거운 독서의 장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한편 세종은 사람을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인문고전 독서는 독서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 인문고전 독서법의 핵심은 천재들의 ‘마음’을 아는 것이다.  

2. 맹수처럼 덤벼들어라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는 태도부터 남달랐다. 그들의 독서태도는 열정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서애 류성룡은 ‘맹자’를 읽을 때 물 긷고 밥 짓는 시동 하나만 데리고 빈 암자로 들어가 전투적으로 독서했다. 남명 조식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의관을 단정히 갖추고 자리에 앉아서 독서했는데 온종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어서 사람들이 조각상 같다고 느낄 정도였다.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은 중국의 천재 시인 도연명은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먹고 자는 일까지 까맣게 잊은 채 책 속에 빠져나올 줄 몰랐다. 유배지에 도착한 다산 정약용은 말 걸어줄 사람 하나 없는 외톨이가 되었지만 ‘ 이제야 독서할 여유를 얻었구나’하며 기뻐했다. 성호 이익은 아예 책을 가족을 대하듯 했으니 다음과 같다. “사랑하는 어머님과 오랫동안 이별했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독서하라. 아픈 자식의 치료법을 묻는 사람처럼 질문하고 토론하라.”  

3.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인식하라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 태도를 보면 그들이 결코 태어날 때부터 천재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세종대왕은 ‘성리대전’을 읽고 책의 의미를 알 수 없다며 집현전 응교 김돈에게 독서과외를 부탁했고, 퇴계 이황은 젊은 시절 인문고전 독서를 하다 그 방법을 알지 못해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병까지 얻어 몇 년 동안 책을 읽지 못했던 적이 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도 유클리드의 ‘기하학’과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읽다가 어려워 수시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었다고 하고, 마하트마 간디는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처음 듣고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천재들은 인문고전을 대할 때마다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즉 인문고전을 독서할수록 천재에 다가간 것이다. 이 같은 천재들의 노력을 담헌 홍대용의 말이 잘 대변해 준다. “처음 인문고전을 접할 때 누구인들 힘들고 괴롭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구차하게 편안한 독서만 하려고 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내던지는 결과밖에 얻지 못할 것이다.”  

4. 위편삼절 책이 닳도록 읽고 또 읽어라

  독서백편 의자현讀書百編 義自見이란 말이 있다. 뜻이 어려운 글도 자꾸 되풀이하여 읽으면 그 뜻을 스스로 깨우쳐 알게 된다는 뜻이다. 후한 말기에 동우董遇가 한 말로 그의 학덕을 흠모하여 글공부를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나에게 배우려 하기보다 집에서 그대 혼자 책을 몇 번이고 자꾸 읽어보게. 그러면 스스로 그 뜻을 알게 될 걸세."라고 말했다. 반복독서는 천재들의 독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자 천재들이 가장 강조한 독서법이기도 하다. 

  공자는 ‘주역’의 이치를 깨치기 위한 방법으로 반복독서를 택했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반복해서 읽었던지 죽간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떨어졌다(위편삼절韋編三絶)고 한다. 또한 주자는 “다른 사람이 한 번 읽어서 알면 나는 백 번을 읽고, 다른 사람이 열 번 읽어서 알면 나는 천 번을 읽는다.”고 말했다. 

  한편 세종은 ‘구소수간’이라는 책을 1,100번 반복해서 읽었다 하고, 영조는 ‘소학’을 백 번 넘게 읽어 눈을 감으면 언제나 암송할 수 있다고 했다. 정조 역시 주자의 “맹자가 내 안에 들어앉게 하려면 수백 수천 번 읽으면 된다. 그러면 저절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독서 좌우명으로 삼고서 ‘맹자’를 읽었다 한다. 

5. 연애편지를 쓰듯 필사하라

  천자들의 필사를 살펴보면 그들의 인문고전의 저자와 어떤 정신적 교감 같은 것을 나누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필요나 의무감 또는 욕심 때문이 아닌 벅찬 감격과 떨림 그리고 기쁨과 설렘 속에서 필사를 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재들은 자신이 읽은 부분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필사하는 방식도 선호했다. 키케로, 아이작 뉴턴, 존 스튜어트 밀, 니체, 마리 퀴리, 자와할랄 네루, 윈스턴 처질 등이 이 필사법을 따랐다. 필사법 가운데 초서抄書가 있는데, 초서란 인문고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뽑아서 옮겨 적은 뒤 이를 주제별로 분류, 편집해서 책으로 만드는 것인데, 조선의 천재들이 취한 기본적인 독서법이었다. 정조는 ‘일득록’에서 “내가 어릴 적부터 즐겨한 독서법은 초서였다. 내가 직접 필사해서 책을 이룬 것만 해도 수십 권에 달한다. 그 과정에서 얻은 효과가 매우 크다. 그냥 읽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정한 필사는 종이 위에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영혼 속에 새겨 넣는 것이다. 인문고전과 내가 하나가 되는 상태, 이 상태를 르네상스의 천재 페트라르카는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다가 자네의 영혼을 뒤흔들거나 유쾌하게 만드는 경이로운 문장을 마주칠 때마다 자네의 지적 능력만을 믿지 말고 그 것을 외우도록 노력해보게나. 그리고 그것에 대해 깊이 명상하여 친숙한 것으로 만들어보게. 그러면 어쩌다 고통스러운 일이 닥치더라도 자네는 고통을 치유할 문장이 마음속에 새겨진 것처럼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걸세.” 

6. 통할 때까지 사색하라

  ‘반복독서’와 ‘필사’까지는 낮은 수준의 인문고전 독서라 할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는 ‘사색’이다. 독서의 완성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사색을 억압하고 소멸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 관중은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그러면 귀신도 통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귀신의 힘이 아니라 정신의 극치다.”라고 말했다. 사색이 빠진 인문고전 독서는 헛것이요, 가짜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배우기만 하고 생가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고 했다. 한편 맹자는 “마음의 기능은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얻는 것이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고 말했고, 주자 역시 “책을 읽는 방법은 다를 게 없다. 글을 숙독하면서 정밀하게 생각하라. 그렇게 오래도록 하다보면 깨닫는 게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색이 없는 독서에 대해 성호 이익은 이렇게 말했다.

  “단지 과거를 치르기 위해서 공부하는 사람은 입술이 썩고 이가 문드러지도록 책을 읊어도 희고 검은 것에 대해 말은 할 줄 알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는 장님처럼 되고 만다.” 독서했다면 사색하라. 독서는 오로지 사색하고 연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7.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라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의 핵심인 ‘반복독서-필사-사색’은 ‘깨달음’을 향해 있다. 이는 곧 ‘깨달음’이 있는 독서를 해야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깨달음이 있는 독서란 책을 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요, 그의 정신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인문고전의 저자와 동일한 수준의 사고능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인문고전 저자의 마음을 아는 경지, 그것은 황홀한 기쁨과 함께 온다. 에라스뮈스, 니체, 헤르만 헤세는 는 경지에 도달한 순간을 “끝없는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괴테에게 있어 그 순간은 ”밝은 방 안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었고, 마하트마 간디에게는 ”나를 사로잡고 뒤흔드는 대사건“이었다. 에이브러햄 링컨에게는 ”감각과 감성을 단번에 사로잡는 영원한 아름다움“이었다. 

  이처럼 진정한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즉 환희와 함께 찾아오는 깨달음이 한때 평범하거나 심지어는 둔재이기까지 했던 그들을 천재로 만든 결정적인 요인일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문심혜두文心慧竇를 여는 것, 즉 아이로 하여금 글쓴이의 마음을 깨닫게 해서 두뇌 속에 숨어 있는 지혜의 문을 활짝 열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또한 만일 문심혜두를 열지 못한다면, 만 권을 책을 읽게 되더라도 헛된 것이라고 했다. 무조건적인 사랑의 마음으로 인문고전을 읽고, 필사하고, 사색하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문장 뒤에 숨은, 천재들의 인류를 향한 숭고한 ‘사랑’이. 그 사랑과 만나는 순간 당신의 심장은 위대한 전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인문고전 독서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인문고전 독서의 필요성과 함께 독서법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록으로 첨부된 <부모와 아이를 위한 인문고전 독서교육 가이드>와 <성인을 위한 인문고전 독서 가이드>, 그리고 <대표적인 인문고전 독서가들>들은 인문고전을 고르는데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이 리뷰는 기업의 요청에 의해 작성한 '써머리 형식의 리뷰' 임을 밝힙니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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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지식인의 서재 - 열정적인 삶과 순수한 영혼이 담긴 곳, 서재

 

  ‘내가 읽는 것이 곧 나.What I read What I am.’란 말이 있다. ‘많지 않은 시간, 가려 읽으라‘는 선독選讀을 권하는 문장일진대 참으로 옳고도 옳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는 책상 위에 ’읽다 만 내‘가 켜켜이 쌓여있다. 왜 읽었든가 살펴보니 정말 ’지금의 내‘가 아닐 수 없다. 얼마나 많은 나를 만날지,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많이 변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책을 읽으며 변해가는 나,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나를 느낌이 그지없이 즐겁기에 오늘도 책을 읽는다. 

   사람들은 남의 책에 참 관심이 많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처럼 남이 읽고 있는 책은 더 재밌어 보이나 보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책을 읽다 보면 예의 책을 살피는 시선들을 느끼게 된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닌데 스마트폰 때문에 더욱 보기 힘들어졌지만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면 주로 그 사람 앞으로 가는 편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어떻게 생긴 이가 무슨 책을 읽는지 살핀다. 독서하는 모습을 살피는 이유는 몰입해 읽는 그의 표정으로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가늠할 수 있어서다.

   만약 심취해서 읽는 모습을 본다면 최대한 앞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는 자세를 만들어 -당연히 눈치를 채겠지만- 제목과 표지 이미지를 살피고 어떤 내용을 담았을지 상상해 본다. 그때 마다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꼭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서점에 가면 자세히 살펴보리라. 그래서 나 또한 저 표정을 경험하리라’ 다짐하지만 십 수 분 후 지하철 환승장에서 사람들과 한차례 씨름을 하고 나면 마치 그들에게 생각을 빨려버린 듯 조금 전 무엇을 생각했든가 조차 잊어버린다. 아, 그러고 보니 그렇게 잊어버린 읽고 싶은 책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남의 집에 처음 가면 꼭 들리고 싶어지는 곳화장실과 서재일 것이다. 낯선 곳이 익숙해지려면 내가 그곳을 ‘읽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상대를 가늠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 중 많은 것이 화장실과 서재에 노출되어 있다. 화장실에 가는 이유는 그냥 저절로 마려워서다. 낯선 곳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하는 동물적 배설본능에서 비롯한 때문이다. 화장실을 보면 그 집주인의 위생관을 알 수 있다.

   서재를 살피는 상대(집주인)의 내면을 훔쳐보고 싶은 관음증적 심리가 발동한 때문이다. 역시 서재를 보면 그 집주인의 지식수준과 인생관을 알 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가 집주인의 서재를 볼 때의 마음가짐이다. 서재를 단순히 살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놀라기 위해’ 좀 더 확실하게 말하면 ‘부러워지고 싶어서’라는 점이다. 

   남의 서재는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은 내가 읽지 않아서 부럽고, 내가 읽었던 책은 ‘아, 그는 이것도 읽었던가. 나보다 더 깊이 있게 읽었으리라’ 싶어 부러워진다. 어쩌면 그(혹은 그녀)에게 책의 공간, 서재가 있다는 자체가 부러운지도 모른다. 그곳은 집주인이 지금껏 쌓아올린 지식의 장場이며, 생각의 누적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것과 그들의 ‘그곳‘은 전혀 다른 세계, 그래서 마냥 부럽다.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아니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보이는 족족 그들의 책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눈에 담고 가슴에 새기고 싶다’는 욕심은 남의 서재를 볼 때 마다 드는 물욕物慾이다. 추잡하다 해도 할 수 없는 내가 갖는 도둑놈 심뽀다. 

   그런 내가 우리 시대 지식인 15명의 서재를 담은 <지식인의 서재>(행성:B 잎새)를 읽었다. 책을 덮을 때까지 내 맘 속에 품었던 책 욕심을 바늘로 찌르기로 벌한다면 아마도 재봉틀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것도 전기 재봉틀이... 


  책 속에 있는 인물들 중에 이미 알던 사람은 알아서 반갑고, 채 알지 못했던 사람은 알게 되어 반가웠다. 다른 곳도 아닌 자신의 서재 앞에서 책 이야기를 한다니 이보다 더 반가운 장면은 더 없을 것이다. 그 중 유독 관심을 둔 인물은 조국 교수와 최재천 교수, 김용택 시인, 이주헌, 그리고 장진 감독. 평소 흠모하던 사람들, 이들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이 책은 샀을 것이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책은 제 정수리에 죽비를 내리치며 자의 한계와 편향을 알려줍니다. 책은 나의 스승이자 동지이고, 친구이자 연인이며, 훌륭한 적이 되기도 하죠.” 따라 읽노라니 조국 교수가 말하는 책에는 맑고 청량한 중저음이 들리는 듯했다. 진화심리학의 늙은 수컷 침팬지 이야기와 "모든 사람이 똑같이 생각한다면, 어떤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If everybody is thinking alike, then somebody isn't thinking."는 벽그림만으로 그가 진보를 택한 이유를 스누핑snooping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르게 생각하기, 도전하기, 그리고 멈추지 않기. 이 모든 것이 그가 책을 읽는 이유, 오늘을 사는 이유였다.  

   <통섭, 지식의 대통합>이란 책을 번역하면서 국내에 최초로 통섭의 개념을 알린 최재천 교수는 서재 역시 ‘통섭원’이라 불렀다. 모든 학문이 소통하는 서재, 그는 차라리 인문학자 같았다. “어떤 책은 맛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는 철학자 베이컨의 말은 그가 책을 읽는 방식을 대신하고, 돈 대신 책이 많아 재벌이 아니라 책벌이라는 그의 말은 책사랑을 가늠케 한다.   

선박 없이 해전海戰에서 이길 수 없는 것 이상으로

책 없이 세상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 프랭클린 루즈벨트 

  난 장진 감독이 좋다. 그가 많은 영화보다 그가 더 좋다. 개구쟁이 같은 얄궂은 그의 미소가 좋고, 청량한 목소리가 좋고, 건방진 말투가 좋다. 무엇보다 그의 말 속에 숨어 있는 뼈와 칼이 좋다. 그가 생각하는 독서 역시 마음에 들었다. 
 

   “독서는 내 손에 쥐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몸 어딘가에 취향으로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말하는 언어들은 언젠가 내가 읽었던 책들의 영향으로부터 빚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정확히 누구의 어떤 책이다’라고 꼽는 건 우습죠. ‘어떤 책의 어떤 구절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영향을 주었다.’라고 어느 누가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책이란 읽히지 않으면 죽은 나무의 시체일 뿐, 그 물성物性으로는 이루는 것이 없다. 서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서재의 크기와 책의 수량에 관심두기보다 그것들의 주인장이 갖는 서재와 책, 그리고 독서에 대한 의미에 관심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 변한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중국 현대미술의 대가로 알려진 동양화가 이가염은 자신의 서재를 식결재識缺齋라 불렀다. 부족함을 아는 서재, 이보다 더한 서재의 이름은 없다 생각했다. 그렇다. 책을 읽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 아닌, 부족함을 아는 사람이다. 부족함을 알기에 그 부족함을 채우고자 책을 읽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재 역시 부족함의 크기를 아는 공간이 아닐까. 그리고 내가 남의 서재를 보고 부러워해야 하는 것은 서재의 책들을 통해 담았을 지식의 규모가 아니라, 그들이 부족함을 인정한 겸손함의 크기가 아닐까.  

책은 청년에게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는 위안이 된다.

- 로마시대의 철학자, 키케로

   나루케 마코토는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에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원숭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사람은 책을 통해 쌓은 지식이 없고, 상상력이 빈곤한 데다, 자기만의 철학이나 주장도 있을 리 없으므로 그저 남의 생각을 마치 자기 생각인양 앵무새처럼 반복하거나 남의 행동을 따라 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면 테러리스트가 되어도 좋다‘고 말했다.

   “책을 열심히 읽고 자기 인생을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그 아이가 꼭 정치가나 의사와 같은 화려한 직업을 갖지 않아도 괜찮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 테러리스트가 되면 어떠랴. 체 게바라처럼 낭만과 사상을 가진 테러리스트라면 그것도 근사한 일 아닌가.”

   <지식인의 서재>를 통해 각각의 인물에 두 걸음 만큼 가까워졌다. 안 그럴 것이라 다짐했건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읽어야 할 늠’으로 따로 적은 것이 또 태산 같아졌다. 나이, 직업, 성격, 취향 모두 서로 전혀 다른 사람들이 책으로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서재라는 공간에서 뭉쳤다. 난 한 켠 곁에서 눈으로, 머리로, 마음으로 그들을 마음껏 훔쳤다. 그들의 서재는 여전히 부러웠지만, 한편 난 책을 좋아하는 열다섯 명의 새로운 동지를 얻었다. 책읽는 사람들이 점점 귀해지는 세상, 제대로 책을 즐기는 이들을 15명이나 만났으니 이보다 더한 행운이 어디 있을까(행성B여, 복 많이 받으시라)?어디선가 그들의 글을 만난다면 난 ‘동지여, 잘 있었는가’하고 인사할 것만 같다. 이 책이 날 그렇게 뻔뻔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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