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재테크 도서의 변화

재테크하려거든 우선 불신不信부터 하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 가까이 ‘재테크’라는 단어는 터부시되었다. 어느 대화에서건 이 말만 꺼내기만 하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미간이 구겨지고, 입술이 씰룩거려서 분위기가 험해지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재테크에 대한 이러한 푸대접은 출판시장에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위기 2년 동안 재테크 도서의 매출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경제경영서 매출에서 재테크 도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정도이니 경제경영서의 매출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얼어붙는 경기에 국내외 투자수단의 지수들이 하나같이 마이너스를 향해 곤두박질쳐서 ‘재테크’에 이가 갈릴 지경이니 책이 팔릴 리 만무했다.  

  하지만 재테크 즉, ‘개인이 재산을 관리하는 기술’은 불황에도 필요한 법, 사람들은 스멀스멀 다시 재테크 코너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다. 단 돈 천 원짜리 커피 한 잔을 마시려 해도 지갑을 열기 전 효용을 따지게 된 그들은 주식-펀드-부동산-저축 상품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나열하는 현실성이 떨어지고 실용성이 없는 옛날 재테크 도서에는 더 이상 흥미를 두지 않았다.

  또한 이번 금융위기로 수익률에 내포된 리스크(위험)를 배웠기에 무조건 ‘높은 수익률’이 예상된다고 해서 모두 ‘좋은 투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금융위기 이전의 재테크 성향이 ‘꿈이 더해진 공격적인 재테크’였다면, 이후의 재테크는 ‘철저하게 100% 팩트fact에 근거한 보수적인 재테크’로 변했다. 그리고 몇 달, 몇 년짜리 행운 같은 재테크 계획 대신 80년 생애를 생존가능하게 할 수 있는 재무설계, 즉 재산의 장기적인 청사진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에 재테크 도서들도 재빨리 변화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이전 코스피가 2000 포인트를 넘나들던 2007년 11월까지 서점가 베스트셀러 1위는 단연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한스미디어)였다. 이 책은 이제 막 취직한 20대 직장인에게 직장 5년 만에 1억이라는 종잣돈을 모으고 싶다면 5년간 미치도록 돈을 모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소비를 할 때는 항상 절약을 염두에 둬라, 지출을 위해 백해무익한 담배를 끊어라, 술값을 절약하기 위해 모임도 줄이고, 심지어 1억을 모으는 5년간은 아예 연애도 하지 말라는 책 속의 뻔한 내용들은 엄마의 잔소리 같았지만, 현가와 복리 개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인상적이고 생활 속에서 목돈 만드는 습관 키우는 요령 등은 실행 가능해 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대한민국 2030 재테크 독하게 하라>(미르북스)도 출간되었는데, 대한민국 No.1 재테크 커뮤니티 20만 회원의 노하우가 집대성되었다는 선전에 많이 팔려 그 해 올해의 책이 되기도 했다. 이 책 역시 재테크의 기초 마인드 확립부터 출발해서 금융 지식, 펀드, 주식, 보험, 내 집 마련에 대해 두루 설명하고 성공사례들을 수록했다.

이 책을 읽은 수많은 20대들이 투자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쓴 맛을 톡톡히 봤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투자자들에게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변화를 가져왔다. 부자들은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묻지마식 재테크’ 대신 스스로 재테크에 참여하며 본인의 역할을 중시하는 경향을 띠기 시작했다. ‘모르는’ 자산관리에서 ‘아는’ 자산관리로 트렌드가 변화한 것이다.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고 적금까지도 늘어났다. 구식 재테크 수단으로 취급받던 정기적금은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속에 증가세를 보였다. 서민들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재테크 수단으로 다시 적금 같은 고전적인 방법으로 돌아갔고, 2009년 통장만 잘 굴려도 목돈을 모을 수 있다는 <4개의 통장>(다산북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재테크 분야 올해의 책에 올랐다.

   <4개의 통장>(다산북스)은 ‘자동 돈 관리 시스템’이라고 해서 급여 수령 및 고정 지출 관리용인 급여 통장, 변동 지출 관리용인 소비 통장, 예비 자금 관리용인 예비 통장 그리고 투자 관리를 위한 투자 통장, 이렇게 통장 4개를 이용해 돈의 용도를 구분하여 활용하면 자동으로 돈이 쌓이고 불어나게 하는 통장 관리의 기술을 담았다. 아울러 지출을 통제하는 지출 관리, 예비자금을 보유하는 예비자금 관리, 장기간 투자하는 투자 관리의 3단계 돈 관리법을 통해 저축하고, 대비한 후 투자하라고 권했다. 

   <4개의 통장>이 부자가 되기 위해 저축을 통한 충실한 돈 관리를 강조했다면, <부자통장>(청림출판)재테크나 통장관리에 앞서 ‘돈을 대하는 태도’부터 고치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번번이 재테크에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양철냄비 근성’에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무엇을 시작하면 빨리 이루고 싶어 하고, 이루어낸 성과를 어서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안달복달하는데 우리의 그런 성향이 재테크에 그대로 적용되어 투자하기만 하면 손실을 본다고 꼬집었다. 저자는 근시안적 안목대신 일생이 늘어난 만큼 투자에 있어서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며 재무설계를 권했다.

재테크에 있어 1~5년짜리 단기적인 전술이 아닌, 10년 이상의 중장기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은 이영권의 <부자가족을 가는 미래 설계>(국일증권연구소)이 먼저였다. 저자는 가정성공학의 관점에서 행복한 노후설계를 위해 직장대신 직업을 갖고, 주가를 관리하듯 가족행복도 관리하며, 부동산보다 든든한 자녀교육에 투자하고, 재테크하기 전에 경제를 배우라고 강조했다.

출생률 저하와 노령인구의 증가로 대한민국은 지금 2005년 이후 8명의 젊은이가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에는 젊은이 4.6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하고, 2050년에는 젊은이 1.4 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한다.

지금의 40~50대가 자식에게 부양을 의지하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되고, 지금의 젊은이들은 부모 대신 생면부지의 노인들을 세금으로 모시는 첫 세대가 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미래가 결코 핑크빛이 아님을 실감하게 했다.  

  한편 <통장의 고백>(더난출판)과 <재테크의 거짓말>(위즈덤하우스)처럼 금융전문가들이 투자자의 편에 서서 ‘당신은 지금껏 돈을 잃는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고백한 책들도 등장했다. 적은 돈이지만 꾸준히 저축을 하고 있지만 나아지기는커녕 수많은 사람들의 삶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참다못한 주부들이 맞벌이를 위해 저임금의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벌고 있다. 힘들게 모아 만든 주식 부동산 등 피 같은 재산은 인플레와 대출이자, 그리고 세금으로 점점 줄어들거나 금융위기 같은 악재로 10년 동안 오른 가격이 순식간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다. 다들 열심히 투자하는데, 돈을 번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저자들은 금융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이 투자자들이 알기 어렵고 현혹되기 쉬운 금융거래의 맹점들을 지적하며 지금껏 언론과 금융기관을 믿고 투자했던 우리의 재테크는 ‘투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지는’ 뻘짓이었음을 밝혀낸다. 아울러 더 이상 현명한 금융소비자가 되고 싶다면 스스로 금융지식을 충분히 익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재테크의 변화 바람은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월 25일 한국은행은 “3월 말 현재 가계부채가 801조 3,9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주택수요가 큰 30~40대의 7가구 중 1가구꼴로는 아파트값 상승기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한 후 빚 부담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들이다. <하우스푸어-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더팩트)는 가처분소득의 40% 이상을 주택 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는 69만 세대의 하우스푸어들의 실상을 낱낱이 분석해 지난 해 출간되었다.

  2008년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한경BP)와 <위험한 경제학 1,2>(더난출판) 등을 연이어 출간하며 가계대출과 PF 대출로 인한 암울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예견했던 선대인은 주택소유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하우스푸어>는 리서처들을 동원해 등기부등본을 열람, 복사하여 철저한 팩트fact를 근거로 치솟는 아파트가격을 둘러싼 거대한 거짓과 음모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며 아파트는 더 이상 투자 대상이 아님을 역설했다.  

  얼마 전 출간된 <빌딩부자들>(다산북스)은 부동산 투자의 대세는 아파트가 아닌 ‘빌딩(수익형부동산)’이라고 주장했다(이 책에서 말하는 빌딩이란 ‘건물의 형태를 갖추고 매달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부동산’이다). “남의 돈 천 냥보다 제돈 한 양이 더 가치 있다.”는 말이 있다. 금융위기 이후 매 달 천만 원씩 떨어지는 아파트 매매가를 보고 아파트는 더 이상 ‘부동산 불패신화’가 아님을 알았다. 아파트 투자의 대안으로 수익형부동산이 주목되면서 <빌딩부자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는 <부자들의 음모>(흐름출판)에서 요즘과 같은 불황에는 ‘수익형부동산’을 통해 현금흐름을 위한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부동산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역시 ‘수익형부동산’을 주종목으로 하고 있다. 이들의 부동산 투자방식을 우리나라에 대입한다면 ‘사람이 많이 몰리고 있는 수도권의 신흥도시에 연립주택이나 상가를 경매로 낙찰 받아 리모델링을 한 후 임대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재테크 도서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여기서 독자이면서 투자자인 여러분이 명심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투자하려거든 뉴스도 의심하고 신문 기사도 의심하자. 은행, 은행, 주식시장 등 투자대상은 무엇이든 일단 의심하자. 이번에 터진 부산저축은행 사태만 하더라도 피해자는 저축은행을 믿은 ‘순진한 투자자’들이 아니던가? 

  재테크를 하려거든 ‘맡기지 말고, 직접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안 먹고 못 입으며 번 피 같은 돈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지금은 배워서 아는 만큼 돈 버는 세상이다. 저축 상품 하나라도 충분히 배우고 익힌 후에 선택해야 할 것이다. 남에게 맡길 바에는 어느 책 제목처럼 차라리 ‘다 쓰고 죽는’ 편이 낫다.

   재테크에 관련된 책들을 실컷 뒤져본 결론이 ‘아무나 믿고 함부로 투자하지 말자’이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소설보다 더 아이러니한 세상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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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통장- 평범한 사람이 목돈을 만드는 가장 빠른 시스템
고경호 지음 / 다산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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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통장- 가장 빨리 부자가 되는 내 돈 사용법
박종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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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의 고백- 당신만 모르는 금융회사의 은밀한 진실
심영철 지음 / 더난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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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문하면 "7월 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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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의 거짓말- 속지 않고 당하지 않는 재테크의 원칙
홍사황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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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 KBS 특선 다큐멘터리, 세계 금융의 중심
CCTV 다큐멘터리 <월스트리트> 제작진 지음, 홍순도 옮김 / 미르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월 스트리트WallStreet - 미국 자본시장의 역사와 중국의 미래
   돈만 많던 왕서방이 드디어 경제공부를 시작했다. 경제 개혁, 개방 30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한 중국은 어느덧 달러 외환 보유고 세계 1위, 금 보유 세계 1위, 세계 최고의 채권국이 되면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의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중국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만 많이 벌면 장땡인줄 알았는데, 제대로 굴리지 않으면 저절로 스노볼snow-ball(산꼭대기에서 굴린 주먹만 한 눈이 바닥에 내려올 때는 집채만 한 눈덩이가 된다는 뜻, 복리의 힘을 대표하는 말이다)이 되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사실 중국의 일반인들에게 금융은 다소 낯선 개념이다. 신 중국의 자본 시장이 겨우 20년 남짓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중국의 지식인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중국 국민을 계몽하기 시작했다. 쑹홍빙의 <화폐전쟁>은 달러 대신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자고 부추겼고, 예일대 경제학 교수인 천즈우는 “무엇 때문에 중국인은 부지런한데 부유하지 못한가?“라는 질문으로 <자본의 전략>을 통해 본격적으로 금융의 논리를 역설해 중국의 독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었다. <월스트리트WALL STREET>도 그들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중국 CCTV에 의해 제작된 동명의 다큐멘터리 10부작(국내에서는 지난 3월 29일부터 KBS에서 주2회에 걸쳐 5주 동안 방영되었다)을 그대로 지면 위로 옮긴 것이다. 성장을 향한 중요한 시기에 들어선 중국 자본 시장이 보다 건전한 발전을 위한 모델로 200년 역사를 지닌 월스트리트 자본시장의 발전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책을 만든 취지를 알게 되니 흥미로웠고,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이 바라본 월 스트리트’라는 점은 회가 동했다. 놀랍게도 저자들의 시선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고, 월 스트리트를 둘러싸고 생긴 굵직한 금융사적 사건과 인물은 방대한 사료와 기록물을 동원해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잘 정리했다. 읽기 쉬운 만큼 재미도 있었다.  

  책의 구성은 크게 월스트리트와 월스트리트 맨들과의 맨투맨 대화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앞의 절반은 다큐멘터리 10부작을 말 그대로 녹취하듯 옮겨놓았다(다큐멘터리를 모두 본 후에 책을 읽었다). 후반부에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짐 로저스를 비롯해 로스차일드가의 첫 비혈족 CEO인 나이젤 히긴스, JP모건의 증손자 로버트 펜노이어, 천즈우 예일대학 경영대학원 금융학 종신교수, 금융역사학자 존 스틸 고든, 닐 퍼거슨 등 다큐멘터리에 등장해 코멘트를 했던 월스트리트맨들을 인터뷰한 내용들을 옮겼다. 이 부분은 다큐멘터리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부분인데, 이 내용만으로도 책 한 권의 역할을 한다. 또한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공통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중국 자본 시장의 미래’인 듯 그들이 말하는 중국의 미래도 엿볼 수 있었다. 


  “아주 오래전 그곳은 인디언의 땅이었고, 400여 년 전 그곳은 네덜란드인들의 벽이었다. 200년 전 그곳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금융의 씨앗이었고, 100년 전 그곳은 미국의 번영을 이루어냈다. 오늘날 그곳은 세계를 향해 금융망을 펼치고 있다. 그 금융망은 강하지만 나약하고, 빛나지만 어둡다. 그 망은 경제발전을 가속화하기도 하지만, 경제를 멈춰 서게도 한다. 그곳은 바로 월스트리트다.” 

   뉴욕 맨해튼 남단의 월스트리트는 실제 길이가 600미터가 채 되지 않는 금융 구역이다. 하지만 이곳은 세계에서 취업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고, 1제곱킬로미터 안에 무려 2,000여 개의 금융 기관과 40여만 명의 금융 종사자들이 운집해 있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다.  

   월스트리트는 그 이름이 가진 역사만으로 금융 시장의 대명사가 될 운명이다. 뉴욕의 옛이름은 뉴 암스테르담. 미국 초기의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고향을 그리면서 지은 이름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중상주의 사상뿐 아니라 네덜란드 고유의 금융 혁신 이념을 전파했다. 그리고 영국인들이 해상의 맹주가 되어 뉴욕에 위협을 가하자, 영국인의 상륙을 막기 위해 벽을 쌓았는데, 이 장벽은 영국인들의 상륙을 막지 못했다. 영국인들은 장벽을 허물고 그 자리에 대로大路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월스트리트Wall Street이다. 

  

   동인도 회사설립과 세계최초로 주식을 발행하고, 최초의 선물거래소를 설립한 네덜란드와 뉴턴의 금 본위제 연구를 통해 최초의 국제화인 파운드화가 실험된 월스트리트, 이처럼 이곳에는 시공을 가로지르는 금융의 역사가 담겨 있었다.  

   경제지와 언론을 통해 지금껏 수천 수만 번 들었으면서도 정작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월스트리트의 모든 것을 들여다 본 것만 같다. 뉴욕 맨하튼의 작은 도시구역이 얼마나 위대하고 놀라운 곳이었는지 새로 깨닫게 된다. 한편 월스트리트에 대해 전 세계의 시선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쯤으로 여기며 그곳을 외면하는 이때 저자들이 중국 국민들에게 월스트리트를 새삼 주목하게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중국에도 ‘월스트리트’와 자본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리라. 

   천즈우 교수 역시 이번 경제위기는 자본 시장의 단점의 대표적인 모습인데, 자본시장은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을 모두 지니고 있어서 단점을 두려워한다면 이제껏 네덜란드와 영국 그리고 최근 미국이 누리고 있는 자본시장의 영광을 누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자본시장에서는 형태가 없고 냄새도 없을뿐더러 검사도 할 수 없는 금융 계약을 거래한다.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것을 거래하는 것이 금융 시장과 자본 시장의 기본 특징이다. 자본 시장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이들이 자산이나 증권 시세를 조작하면 자본 시장에 위기가 도래하고 자산이나 증권 시세를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또는 지나치게 낮출 경우 시장에 버블을 형성하고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산 거품이나 금융 위기가 두렵다고 해서 금융 시장과 자본 시장의 발전을 지나치게 억제해서는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 시장의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376쪽

   저자들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세계적인 투자자인 짐 로저스가 대신한 것 같다. 그는 세계의 자본은 아시아에 집중되고 있다며 단언컨대 향후 20년 사이에 세계에 큰 변화, 즉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지역이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확신은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이 책을 완독한다면 당신도 공감하게 될 내용이기도 하다. 

   “투자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물론 과거를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도 있다. 그러나 과거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반드시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는 언제나 변한다. 시대 별로 항상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1920년대의 세계와 지금 21세기의 세계가 같은가?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이 같은 변화를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 역사를 배우면 이 같은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하는 데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항상 ”향후 20년 사이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라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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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캣 copycats - 오리진을 뛰어넘는 창조적 모방의 기술
오데드 센카 지음, 이진원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하늘 아래 혁신이란 없다. 혁신적으로 모방하라!

   지난 3월 2일 와병설이 한창이던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이패드2 공개행사에 참석했다. 언제나처럼 검은 터틀넥 상의 차림에 청바지를 입고 자신감 넘치게 나타난 그는 ‘오늘 행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며 아이패드 2의 장점을 뽐 내면서 “2011년은 아이패드 2의 해가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삼성과 휼렛패커드, 모토롤라 등의 로고를 화면에 띄운 뒤 청중들에게 “2011년이 모방꾼Copycat의 한해가 될 것이라고 보느냐.” 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에 대한 견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애플은 지난 4월 15일 현지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그 내용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 4G', '갤럭시 탭' 등이 애플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특히 애플은 소장에서 "삼성은 자신만의 기술과 스타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개발하기 보다는 애플의 기술과 사용자환경(UI), 스타일을 베끼는 것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애플의 공격에 당하고만 있을 삼성이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일본 동경법원, 독일 맨하임법원에 애플 코리아를 상대로 총 10건의 특허에 대해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25일 인트라넷을 통해 "애플이 일방적으로 무리한 주장으로 먼저 소송을 제기해 왔다"며 "삼성전자를 `카피캣` 업체로 폄하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리고 휴대폰 선도업체로서 위상과 자존심을 지켜 나가기 위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던 애플과 삼성전자은 카피캣(모방꾼)이란 단어 하나로 원수지간이 되었다. 이 때 한 사람이 뛰어들어 이들의 싸움을 말리며 ‘삼성전자가 카피캣이면, 애플은 더한 왕 카피캣‘이라고 말한다. 

   <카피캣copycat>(청림출판)의 저자 오데드 센카(Oded Shenkar)는 ’카피캣‘을 절대로 곁에 둘 수 없는 수치스러운 단어가 아니고, 또한 모방imitation은 기업의 생존과 번영에 혁신만큼이나 중요하며 또한 효과적으로 혁신을 실행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에서 우선 궁금한 내용은 ‘애플도 카피캣’이라는 저자의 주장이었다. 그는 과거 애플의 CEO를 지냈던 존 스컬리는 매킨토시 기술 중 상당 부분이 애플 건물 내에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며 이에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애플은 ‘조립 모방’의 대가다. 예전의 많은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애플은 기존 기술과 재료를 조합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냈다. (중략) 애플은 혁신 기업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상 애플이 가진 진짜 기술은 자체 아이디어와 외부에서 얻은 기술을 함께 묶어서 우아한 소프트웨어와 멋진 디자인으로 조합해내는 데 있다. 간단하게 말해 애플은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들여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항상 그것을 자사에 맞게 수정하며 결과를 내는 기술의 오케스트라이자 완성자이다.” 139쪽


  이 싸움에 대한 저자의 핵심은 ‘모방이 뭐 어때서?’ 였다. 지적재산권만 침해하지 않는다면 모방은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방이 기업들이 피해야 할 부정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모방을 전략적, 경영적 차원에서 다시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모방과 혁신은 서로 보완해주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접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각종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법정 소송을 통해 서로 ‘혁신기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둘 모두 ‘모방기업’인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에게 혁신기업으로 알려진 IBM, 컴펙, 델 컴퓨터, 닌텐도, MS 익스플로러, 포드와 GM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도 알고 보니 모방기업이더라는 점이다. 저자는 책에서 이들 기업의 탄생 역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냈다.



   그렇다면 모방이 과소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시어도어 레빗이 말한 ‘혁신이란 이름의 신’을 배신한 이단자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도 만유인력의 법칙과 뉴턴의 운동법칙을 발견한 후 “만약 내가 다른 이들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저자는 오늘날 혁신이란 ‘창조적 모방’ 뿐이고, 세계화가 가속될수록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모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에 있어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있어 그만한 전략이 또 없기 때문이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할인점 업계의 선도기업 월마트, 그리고 혁신적인 컴퓨터업체로 알려진 애플의 성공과 이들을 추종한 모방 기업들의 실패와 성공을 통해 저자는 모방을 할 때 ‘모델의 성공 비밀이 담겨 있는 블랙박스를 풀고 해독했는가’의 여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달린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대체로 실패한 모방 기업들은 진정한 모방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들은 모델 기업의 성과 뒤에 놓인 섬세한 인과관계를 파헤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델 기업을 지탱해주는 핵심 기둥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모방을 후원하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 실패하고, 일반적 모방 대상을 넘어설 수 있는 모델 기업을 참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혹은 모방 능력의 부족으로 모델 기업과 그 기초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221쪽

   저자는 오늘날 기업환경은 혁신과 모방의 융합, 즉 ‘혁신적 모방’만이 복잡하고 빠른 비즈니스 환경을 이겨낼 생존법이라고 강조했다. 모방이 기업들에게 혁신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혁신만이 살 길이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철저하게 부셔놓았다. 아울러 모방이 모델의 외형적 ‘단순 카피copy'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된다면, 결국엔 효과적이면서도 집중적인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배웠다.  

  반도체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가 도시바를 타깃으로 삼아 성공한 스토리, 2002년 머천다이저와 바이어집단을 이끌고 전 세계 마트를 누비며 모방함으로써 이마트를 가장 한국적으로 합리적인 할인점으로 만들어 월마트를 물리친 정용진 부회장 등 외서에서는 좀처럼 찾을 수 없는 국내 기업들의 혁신적 모방 사례들에 대해 자세히 언급해 놓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저자가 기술해 놓은 기업이 모방 게임에서 성공하기 위해 개발하고 섭렵해야 할 ‘6가지 능력과 프로세스’, 그리고 ‘혁신적 모방 법칙 10가지’는 ‘혁신적 모방가imovators'를 꿈꾸는 자라면 숙지해야 할 사항들이었다. 일독한다면 혁신과 모방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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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찰스 고예트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당장 달러를 팔아 실물자산에 투자하라! 


"위안화는 앞으로 3~5년 안에 3대 글로벌 무역 결제 통화로 등극하고, 10년 안에 기축통화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5월 12일 HSBC 아태지역 리서치센터 공동대표 취훙빈(屈宏斌)이 한 말이다. 그는 "중국은 독일과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출국과 제조국이 됐지만, 글로벌 무역 결제의 95%가 달러화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0년간 국제 무역과 금융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세계 최대 수출국이 다른 국가의 통화로 결제하는 전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기축통화가 달러대신 위안화가 될 것이라는 중국의 주장은 이전에도 많았다. 쑹홍빙은 베스트셀러 <화폐전쟁>를 통해 흔들리는 달러를 비판하며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대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예일대 경제학 교수인 천즈우는 <자본의 전략>에서 금융의 논리를 통해 위안화의 위상을 역설하며 독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었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역할에 비해 세계외환시장에서의 위안화 비중이 매우 작은 건 사실이다. 따라서 실물경제 측면에서 볼 때 국제 무역에 있어 앞으로 위안화가 더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은 점점 가시화 되고 있다.  1970년대 조지 소로스와 퀀텀 펀드를 설립했던 최고의 투자자 짐 로저스도 지난 2006년부터 “앞으로 10년 후 중국의 위안화가 미국의 달러화를 제치고 세계기축통화로 부상할 것”이라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그는 현재 달러로 된 전 재산을 처분하고 중화권인 싱가포르에 살고 있고, 어린 딸은 현재 유치원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짐 로저스가 예견했던 2006년만 해도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였던 주장들은 이듬 해 발생한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재 점점 현실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의 달러를 만들어 냈다. 수급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시중에 풀린 돈이 많으면 돈의 가치는 떨어지는 법, 2010년 말을 기준으로 미국의 국가 부채는 14조 달러에 육박하고 이에 대해 지불해야 하는 이자만 연간 5,053억 달러에 이른다. 달러의 우울한 미래는 더 있다. 

 - 오바마 대통령이 선출된 후 수개월간 미국에서는 매일 2만 2,000개씩 일자리가 사라졌다. 2007년 1월부터 2009년 1분기까지는 총 51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미국인 1,37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3,220만 명이 슈퍼마켓에서 식품과 교환할 수 있는 정부의 식품구매권을 지원받아 생활하고 있다.

- 부시 전 대통령이 집권한 8년간, 미국 제조업부문의 일자리는 전체의 4분의 1이상, 총 440만 개가 사라졌다.

- 미국의 퇴직연금제도는 붕괴되기 직전이다. 연금기금은 재정이 불안하고 이를 운용하는 연금보험회사도 흔들리고 있다. 연금기금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프로그램은 위험에 처한 연금제도를 구할 길이 없다. 

- 2008년 한 해 동안 주식과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에서 총 50조 달러가 증발했다. 금융회사에 구제금융이 지원된 후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 총 11조 달러의 소실을 봤다. 

- 공화당과 민주당은 가짜 문서를 포함한 그릇된 정보에 근거해 이라크전에 뛰어들어 미국인들에게 3조 달러에서 5조 달러가 넘는 비용을 부담시켰다. 

- 공화당과 민주당은 국가 부채가 2009년 말 현재 12조 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하는데 공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수년간 수조 달러의 재정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인정했다.

  투자분석가이자 경제평론가로 자신의 이름으로 라디오 쇼를 진행하고 있는 찰스 고예트는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청림출판)에서 달러 폭락이 확실시되는 여러 근거들을 설명하고 머지않아 휴지조각이 될지 모르는 돈(달러)에 대비해 다른 투자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한창 수습하던 2009년에 출간된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단숨에 아마존 비즈니스 분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부채를 갚을 수 없는 미국

  50년 전까지만 해도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채권국이었던 미국, 지금은 무역수지 적자가 30여 년간 계속되는 채무국이 되었다. 50년 전 미국 국민들은 열심히 저축을 했지만 지금은 쓰기만 한다. 그들은 필요하면 언제든 얼마든지 달러를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8년간 부채는 7배가 늘었고,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수립한 7,87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으로 인해 부채는 12조 1,000억 달러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노후를 위해 사회보장기금을 적립하고 개인이 향후 받기로 약정한 연금을 정부의 부채라고 본다면 정부의 부채는 14조 달러를 훨씬 웃돌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채무에 대해 정부는 값을 돈이 없다는 점이다.

  저자는 정부의 부채에 대해 그 규모에 상관없이 재정지출 감축은 불가능하고, 세금을 올리면 경제활동이 위축되어 세수가 줄어들고 빚을 한꺼번에 갚을 만한 돈은 없기에 이 빚은 여원히 갚을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기 위해 비자카드에 현금서비스를 받았다가 비자카드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다시 마스터카드에서 현금서비스를 받는 식”으로 비유했다. 카드대란을 겪은 우리는 ‘카드 돌려막기’의 종말은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파산신청이라는 것을 잘 안다. 미국 정부도 잘 알고 있지만, 문제는 해결 방법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은 앞으로도 채무를 계속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부채가 산처럼 늘어가는 것이 달러의 가치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이 과연 합리적인 생각인가? 이젠 거의 모든 사람들, 특히 대출을 못 갚아 집이 압류 처분되는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돈을 빌릴 때는 갚을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자제력이 없다. 정부는 돈을 계속 빌려 쓰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리 수준이 어떻든 간에, 돈을 빌려 쓰는 데 들어가는 운영비가 얼마든 간에 계속 돈을 쓸 것이다.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진다 해도 정부가 돈을 빌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새로운 세계 질서, 중국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것은 브레턴우즈체제 덕분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턴우즈체제에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를 발행하면서 외국에 돈을 지급해야 할 때에 대비해 달러를 준비통화로 보유하기로 결정했다. 베트남전 이후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줄 수 없음을 미국이 공식화한 후에도 달러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했다. 

  현재 국제시장에서 달러의 유통을 단순화 해보면 실제 비용이 드는 원자재와 노동력을 투입해 만들어낸 세계 각국의 제품을 인쇄기에서 찍어낸 종이돈(달러)를 받고 수출하고 있다. 또한 이 달러는 쓰지 않고 저축했다가 미국 정부에 다시 빌려주고 있다. 덕분에 미국이 지금까지 방탕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달러를 지닌 채권국들이 바보가 아니다. 채권국들은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미국이 벼랑 끝에 서 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채권국들에게는 달러를 언제까지 신용할 것인가, 그리고 이제껏 보유하고 있던 미국 채권(국채)을 언제 내다 팔 것인가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다. 

“중국은 2009년 3월 현재, 7.67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다. 중국은 미국 국채와 미국 공공기관 및 공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모두 합해 1조 달러어치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는 중국 외환보유액의 60퍼센트에 달하는 규모로 추정된다.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이 파산 위기에 빠져 정부에 인수됐을 때 중국이 이 두 기관의 채권을 4,000억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이 미국의 부채인 채권을 기꺼이 매입하고 미국의 재정 적자를 메워주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의 부채와 소비에 일종의 보조금을 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미국 국민 한 사람당 중국에 3,300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1인당 국민 소득이 중국보다 8.5배나 많은데 미국 국민들이 중국 국민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사실 미국의 국민소득은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반면 중국은 100위에 불과하다.“

  정리해 보자. 지구촌이라는 동네에서 미국이라는 청년이 30년이 넘도록 여러 사람들에게 기한이 없는 약속어음을 남발하고 물건을 사들였다. 사람들은 아직 제대로 돈을 갚지 않았지만 힘도 세서 싸움도 잘하는 그에게 ‘돈을 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골목대장격인 그에게 자칫 잘못했다가는 왕따를 당할지 몰라서다. 사람들은 미국 청년이 발행한 약속어음을 가지고 ‘이것이 내 재산이다’고 믿고 그저 지금껏 열심히 살아 왔다. 하지만 몇 년 전 믿음직한 그 청년이 사실 빚투성이인데다 갚을 능력까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약속어음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중국 청년은 ‘옳커니’, 약속어음을 무기삼아 골목대장의 자리를 빼앗아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미국 청년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계속 약속어음을 남발하고 있다. 아직 들통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약속어음을 계속 발행하지 않으면 먹고 살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달러라는 약속어음을 가진 다른 청년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가능한 한 네 가지 종류의 투자 대상에 자산을 분산투자하기를 바란다. 이 책에서 추천하는 네 가지 종류의 투자 대상은 우선 역사상 변함없이 통용되어온 화폐수단이다.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형태의 에너지인 원유, 농산물을 비롯한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상품, 시간이 흐르면서 전개될 금융 여건에 따른 투자 상품 등이다. 추천 대상에 유행을 선도하는 유통업체는 없다. (중략) 내가 추천하는 투자의 기회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것들이다. ①진짜 돈(금과 은) ②진짜 에너지 ③진짜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진짜 상품(농산물과 원자재) ④경제 여건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달러화의 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

  정말 달러가 붕괴할 것인가? 의 여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지금 전 세계는 그에 준하는 ‘금융시장의 격동기’에 이미 들어섰기 때문이다. 저자가 갖는 ‘달러 붕괴’에 대한 위기의식 또한 충분히 공감한다. 현재 미국이 처해 있는 현실과 원인을 조금만 살펴봐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점점 더 깊은 빚의 구렁텅이에 빠져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미국의 금융 불안이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보호 신청을 계기로 극에 달했고, 이러한 금융 불안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 소비 위축 등 실물부문으로 빠르게 전이되어 결국 글로벌 금융·경제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즉, 세계적 투자은행들의 파산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과 자산 가격 급락 등 금융 불안으로 선진국의 투자 및 소비가 급랭했고, 이는 무역신용의 급격한 위축과 함께 곧바로 신흥시장국의 수출급감으로 이어져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허약한 달러의 펀더멘털과 달러의 통화 시스템을 알게 된 사람들. 저자는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는 금값의 상승을 지적하며 금을 추천한다. 

“금값은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알려주는 지표다. 금값은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의 질과 양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금값은 달러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최근에도 일반적인 투자 대상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식시장은 1982년부터 2000년까지 상승세를 지속했다. 부동산시장은 닷컴버블이 붕괴된 직후 정부가 후유증을 최소화하고자 금리를 인하한 덕에 호황을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의 금값 상승은 우리가 중요한 기로에 서 있음을 시사한다.

전 세계의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태생적으로 불안정했으며 현재는 붕괴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보기술 버블이나 부동산버블이 한번 꺼진 후에는 이전처럼 다시 부풀어 오르지 못한 것처럼 달러버블도 마침내 터져버리면 세계의 그 어떤 통화도 달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은도 추천했다. 은은 금과 마찬가지로 통화로 통용될 수 있는 덕목을 지녔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은은 이미 오래 전부터 화폐로서의 기능을 수행했고(사실 은은 금보다 더 오래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용되었다), 산업적인 수요 측면에서도 투자가치가 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전망한다면 앞으로 은 가격의 상승세는 엄청날 것으로 저자는 내다봤다. 

금 상품은 지금형 금화(교환수단으로 유통되지 않고 투자용으로 만들어진 금화. 동전형으로 만들어진 금괴)로는 미국-골드이글Gold Eagle, 남아공-크루거란드Krugerrand, 캐나다-메이플 리프Maple Leaf, 오스트리아-필하모닉Phillharmonic, 호주-캥거루Kangaroo, 가 있고, 금을 소유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SPDR 골드 트러스트, 아이세어 코멕스 골드 트러스트 등의 상장시주펀드ETF를 소유하거나, 금관련 주식등을 소유하면 된다. 은은 골드바와 마찬가지로 엥겔하트와 존슨 매티 등의 인증이 찍힌 은괴의 거래가 활발하다. 은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한편 저자는 달러 가치가 붕괴할 때 가장 먼저 수혜를 입는 투자대상 중 하나는 원유라고 강조했다. 반드시 자산 가운데 원유를 큰 비중으로 보유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실제 가치보다 너무 높게 평가되고 있는 달러에서 거품이 빠져나가면 유가는 폭발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검은색 금Black Gold'이라 불리는 원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강세장 첫 단계에서 달러 가치가 최저치를 경신하고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 금보다 더 큰 폭으로 가격이 뛰어올랐다. 유가가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로 급락하긴 했지만 낮은 가격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금세 반등했던 사실을 기억한다면 원유는 투자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원유에 대한 투자로는 원유에 투자하는 US 원유펀드(거래명 - USO)가 있고, 고려해볼 만한 투자 대상으로 캐나다의 로열티 신탁이 있는데, 원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자산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정기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소득펀드Income Fund이다. 그 밖에 농산물과 원자재, 그리고 달러화의 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에 따른 보다 효율적인 투자 방법에 대해서도 저자는 책에 자세히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 금거래소에서 은값이 올해 들어 약 28배에 달하는 2837% 상승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에서 은값은 지난해 8월부터 2주전까지 175% 올랐다. 이때 은값은 28.35g(트로이온스)당 약 50달러로 고점에 달했다.

이후 은값은 35% 떨어져 11일 32.33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은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 2년간 지속된 상품 호황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에 대해 <화폐전쟁>의 저자 쑹홍빙(宋鴻兵) 박사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은값 폭락의 원인은 미국정부의 속임수에 불과하며 이는 미국이 6월 말 2차 양적완화(QE2)를 종료하고 2조 달러의 국채를 발행하기 위한 트릭이다.”

  쑹훙빙은 “경제회복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결국 은값은 올라갈 것이고 만약에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달러의 펀더멘털(내재가치)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70년대처럼 경기 침체상황에 빠져들어 갈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역시 은값은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해 금융위기 후 미 연방 준비은행은 잇따라 1차와 2차 양적완화정책을 내놓고 지폐 발행을 가속하여 은의 매입자들인 글로벌 투자자들에 더 이상 달러가 안전한 화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새 화폐전쟁을 예고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면서 금과 은을 구매하는 것은 달러 리스크 헤징을 위한 선택‘이라고 고 말했다. IMF 전후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원화를 달러로 바꿨다. 하지만 세상이 변해 이제 하루라도 빨리 달러를 털어내야 하는 시절이 온 것이다. ‘달러의 환상’에서 깬 것이다.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를 읽으면 유가가 급등하고, 원자재가격이 높아지고, 금과 은값이 오르는 이유에 대해 ‘돈밖에 없는 중국인들이 겁 없이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쉽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책에서 읽은 모든 내용을 모두 잊어도 좋다. 단 한 가지를 알아야 기억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인플레이션의 진실’이다. 인플레이션(통화와 신용공급의 증가)은 물가를 끌어올린다. 물가상승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의 결과다. 경제 전반의 물가상승은 통화 공급의 결과 때문이다. 저자는 인플레이션을 물가상승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결과를 원인으로 착각하는 것이며 이는 우리의 경제적 건전성을 훼손하는 공공정책의 혼란과 기만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당연히 ‘절도’라고 덧붙였다. 

  돈 벌기도 힘든 세상, 돈을 지키기는 더욱 힘든 세상이 되었다. 피땀 흘려 번 돈을 은행에 넣자니 은행이자로는 인플레이션을 이기지 못해 마이너스 저축이 되고, 저축은행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내맡기는 격이라 엄두도 못 내겠다. <다 쓰고 죽어라Die Broke>는 책 제목처럼 버는 족족 한 닢도 남김없이 써야 덜 억울할까? 현실은 KT 3G 아이폰처럼 '깝깝‘하기만 하다. 결국 한 곳으로 귀결되는 결론은 바로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답이다. 정부의 금융당국이든, 저축은행이든 그 누구에게라도 당하지 않고, 속지 않으려면 예금을 하나 들더라도 하나에서 열까지 철저하게 공부해야 한다. “돈 맡길 때도 돈 벌 때처럼 신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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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칭 Watching - 신이 부리는 요술 왓칭 시리즈
김상운 지음 / 정신세계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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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는 남을 의식하고 살고, 왓칭맨은 나를 의식하고 산다!

 

  MBC 보도국의 김상운 기자(해외시사 프로 지구촌 리포트의 진행자로 잘 알려졌다)는 어느 날 뭔지 모를 고통으로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을 발견했다. ‘신이 고통을 만들어놓았다면 그걸 꺼버리는 장치는 안 만들어놓았을까?’ 그는 기자가 아니던가. 고통을 없애기 위한 취재를 시작했다. 그리고 3년 후, <왓칭watching>(정신세계사)이 태어났다. 

  책 설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왓칭watching(관찰)’만으로 인간의 모든 고통이 해결 된다‘ 정도 되겠다. 주어진 현상을 제 3자의 시각으로 살피는 것으로 고통은 반감되고 효과는 배가가 된다는 ’관찰자 효과‘를 과학적 근거로 삼았다. 전작 <아버지도 천재는 아니었다>를 읽어 ’천재는 아니지만, 천재 보는 눈을 가진 작가‘라는 강한 인상을 받은 터라 이 책을 펴게 되었다. 취재가 생명력인 기자의 글은 역시 달랐다. 잉어의 비늘처럼 조각난 자료, 흩어진 정보들이 모여 큰 원리가 되었다.  


   

   
  “실험자가 미립자(만물의 근원, 물체를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때 나타나는 최종의 것. 뇌파의 근원도 미립자다)를 입자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면 입자의 모습이 나타나고 물결로 생각하고 바라보면 물결의 모습이 나타나는 현상을, 양자 물리학자들은 ‘관찰자 효과observer effect라고 부른다. 이것이 만물을 창조하는 우주의 가장 핵심적인 원리다. 다시 말해 미립자는 눈에 안보이는 물결로 우주에 존재하다가 내가 어떤 의도를 품고 바라보는 바로 그 순간, 돌연 눈에 보이는 현실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양자 물리학자 울프 박사는 관찰자 효과를 ’신이 부리는 요술God's trick‘이라고 부르고, 미립자들이 가득한 우주공간을 ’신의 마음Mind of God'이라 일컫는다.” 39쪽  
   

 

독일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플랑크Max Planck박사 “이 요술의 배후에는 의식적이며 고도의 지능적인 마음이 존재한다. 이 마음이 모든 걸 창조한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도 “우주에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밀리언셀러 ‘시크릿secret’의 핵심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양자물리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아이즈만 과학원이 실험한 이중슬릿 실험나를 포함한 만물이 미립자로 만들어졌기에 나를 읽어 내가 바라볼 때마다 미립자가 변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파인만 박사도 ‘그 실험을 보면 우리의 마음이 어떤 원리로 변화시키고 새 운명을 창조해내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기도가 반복될수록 그 효과는 점점 더 강해진다”는 양자 물리학자 틸러박사의 말을 빌려 정말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신의 도움이 아닌 나를 이루고 있는 ’미립자의 변화‘ 때문이다.  

  기도라고해서 다 같은 기도가 아니고, 소원도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일까? 다른 사람들은 다 이루는데 나한테는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저자는 생각이 깊어질수록 마음속의 잔 목소리들은 잦아지고 마음은 맑아진다고 말한다. 생각이 깊고 선명해야 형성되는 이미지도 선명하다는 것. 반면 얕은 생각은 티끌밖에 움직이지 못한다. 

   
    “기도의 효과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한 삽 두 삽의 흙을 파냈다고 금방 우물물이 솟아오르지는 않는다. 수천 번, 수만 번 삽질을 해내려가다 보면 갈수록 깊어지다 어느 순간 갑자기 물이 콸콸 솟아오른다. 기도에 담긴 뜻은 일일이 우주에 기억되고 저장된다. 어디로 가는 게 아니다. 내가 남에게 입히는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내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한 가차없이 언젠가 내게 돌아온다. 만일 내 생전에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내세에, 혹은 후손들에게 나타날 수도 있다. 이것이 인과응보의 법칙이다.“ 49쪽
 
   

 

  저자는 관찰자 효과를 적용한 왓칭을 통해 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원하는 몸을 만들고, 금연을 하며, 지능을 높이고, 심지어 성인이 된 후에도 키를 크게 할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그렇다면 왓칭을 실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아무것도 필요없다. 나 자신을 ‘내’가 아닌 ‘그’로 볼 수 있는 제 3자적 관점, 즉 관찰자가 되어 보는 것 밖에 없다.  

  2003년 미국 유타주 블루 존 캐년, 홀로 등반에 나선 아론(제임스 프랭코)은 떨어진 암벽에 팔이 짓눌려 고립된다. 그가 가진 것은 산악용 로프와 칼 그리고 500ml의 물 한 병이 전부. 그는 127시간 동안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되고 이 과정에서 그는 친구, 연인, 가족 그리고 그가 사고 전에 만난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마침내 살아남기 위한 결심을 굳히고, 탈출을 위해서는 자신의 팔을 잘라야만 하는 결론에 이른다.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127 시간>의 실제 주인공 애런 롤스턴은 결국 자신의 손목을 스스로 끊어버림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팔다리가 ‘진정한 나’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바위에 짓눌린 손을 절단한 뒤 자유의 몸이 된 그는 ‘팔은 나’라고 생각해 감히 자르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나는 팔 이상의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다시 말해 ‘육신 속에 든 것이 바로 나’로 생각했던 그는 ‘나는 육신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제 육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나, 그게 바로 제 영혼이었어요.”  

  저자는 관찰자 효과의 핵심은 바로 ‘영혼으로 나를 보기’라고 말한다. 마치 유체이탈을 한 듯 한 발 물러선 뒤에서 나를 객관화하는 것, 그것이 바로 왓칭이다. 어느 명배우는 신인시절부터 스타처럼 살았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촬영을 하고 있다고 여기고 행동, 말투 하나하나를 연기하듯 하면서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꿈의 궁전 디즈니월드에서는 직원들에게 ‘이곳은 직장이 아니다. 바로 연극무대이고, 여러분은 연극배우다.’라고 말해 고객을 관객화했다. 고객들이 디즈니랜드에 있는 시간만이라도 현실을 잊게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아무도 몰래 휴지통이 버려지고, 인형가면을 쓴 청소부가 연기를 하듯 청소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생각을 확장해 보자. 아인슈타인은 일찍이 “우리는 시각적 착각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앙자 물리학자인 틸러 박사도 “인간의 99.9999퍼센트는 빈 공간”이라고 말했다. 색즉시공(色卽是空), 저자는 우주가 곧 영혼이며, 육신 속에는 육신의 부피에 해당하는 만큼의 영혼만 들어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영혼은 미립자 에너지 형태로 여전히 존재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주장은 이를 뒷받침한다.  

  저자가 왓칭을 통해 하고픈 말은 ‘나를 타인처럼 바라보며 살라’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지켜볼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면 그 순간 나 자신을 남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행동을 함부로 하지 않게 된다. 하물며 우주라는 무한한 거울에 비춰가며 산다면 우리 영혼은 얼마나 맑아질 것인가. 우주가 늘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바로 맑은 영혼을 지키는 길이자 최고의 인생을 사는 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영혼에 눈뜨기 가장 쉬운 방법은 나를 남의 눈으로 깊이 바라보는 것이다. 육신의 눈은 나를 남처럼 바라보지 못한다. 하지만 텅 빈 무한한 공간, 우주에 퍼진 영혼은 나를 남처럼 바라볼 수 있다. 나를 남처럼 바라보는 순간 영혼은 저절로 눈뜨기 시작한다. 영혼을 거대한 우주거울로 삼아 나를 남처럼 비춰가며 살면 영혼이 지닌 양심, 사랑, 평화, 연민, 지능, 에너지가 저절로 흘러들어온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흔한 유리 거울로 자신을 비춰도 영혼이 삐쭉 고개를 든다. 나를 남으로 객관화시켜 바라보도록 하기 때문이다.“ 274쪽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벽화를 그릴 때의 일이다. 벽화는 크기가 183 평방미터나 되는 대작이었다. 하루는 그가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천장 구석에 인물 하나하나를 꼼꼼히 그려 넣고 있었다. 한 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 "이보게, 그렇게 구석진 곳에 잘 보이지도 않는 걸 그려 넣으려고 그 고생을 한단 말인가? 그래봤자 누가 알겠는가?" 미켈란젤로가 대답했다. "내가 알지."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다. 나를 다독일 유일한 사람도 나이다. 저자는 내가 흔들리거나, 괴롭거나, 유혹에 흔들릴 때 나를 바라보면 그것들이 멀어진다고 말한다. 특별한 기술이나 방법 없이 시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나를 계발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나은 자기계발법이 또 있을까? 더구나 그것이 왜 그런지를 세계적인 석학과 과학자들이 풀어주니 의문이 배움이 되고, 즐거움이 된다. 놀라운 책, 유익하고 흥미로운 책이다. 기억하라. 된장녀는 남을 의식하고 살고, 왓칭맨은 나를 의식하고 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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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11-06-03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서평 잘 봤습니다. 이런 글에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니 아쉬워서 댓글 답니다. 사실 저도 반신반의하다가 리치보이 님 리뷰를 보고 구매를 했습니다. 이 글을 제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소셜북스에 링크했더니 단박에 책을 사신 분도 있네요. 아래 링크에 소개했습니다. 페이스북 계정이 있으시면 친구를 맺고 싶네요. 저는 dajak97을 씁니다^^
http://www.facebook.com/socialbooks/posts/153841814683974

리치보이 2011-06-03 14:54   좋아요 0 | URL
승주나무님, 우선 댓글 감사합니다.
리뷰가 좋았다면, 아마도 책이 좋은 덕일 겁니다.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쓴 저자 덕분에 저도 즐겁고 유익하게 읽었죠.


페이스북은 계정은 있는데, 게을러서 업뎃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블로그 글과 연동할 수 있는 트위터가 있는데...@RichboyBook입니다.

자주 뵙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탈옥수 2011-06-0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평이 와 닿습니다. 꼭 읽어볼랍니다. 감사해요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