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분석 - 제3판
벤저민 그레이엄.데이비드 도드 지음, 이건 옮김 / 리딩리더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주식의 고전으로 읽는 ‘투자 성공법’ 

  아무리 원저가 훌륭해도 번역본이 형편없으면 무능하기 짝이 없는 책이 되고 만다. 번역은 원래 외국어 능력이 출중하고 관련 분야에 능통한 사람이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독자는 문맥은커녕 단어의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해 책읽기가 훌륭한 책과 저자를 만나는 경험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최악의 순간이 된다.

  현대 가치투자의 고전으로 알려진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리딩리더)도 그런 오명을 얻은 책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오명은 이제 지워져야 한다. 최근 경영학 석사이자 전 펀드매니저로 ‘가치투자서’ 번역 전문가로 알려진 이건에 의해 이 책이 새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원래 이 책은 그레이엄이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쳤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주 독자가 상당한 기본기를 갖춘 대학원생이다 보니 일반 독자에게는 가독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1951년 발간되어 고어(古語)와 폐어(廢語)가 곳곳에 섞여 있고, 문장도 길고 복잡해서 오늘날의 미국인이 읽어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역자는 독자를 중급 이상의 투자자로 놓고, 이들이 무난하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번역하는 데 중점을 둔 것 같다. 한 문장에 원문 내용을 모두 담는 대신, 가독성을 고려해 중요하지 않은 어구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미국식 표현도 우리 실정에 맞게 고쳤다.

  평소 “투자는 단순해야 한다. 투자설명을 들었을 때 복잡하고 헷갈린다면, 그 투자는 좋은 투자가 아니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 누군가가 헷갈리게 만들어서 돈을 뜯어내려는 수법”이라고 주장해온 역자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도 저자보다 독자의 편에 섰다. 한마디로 훨씬 쉬워졌다는 말이다. 그는 번역에서 ‘문화적 방법론’, 즉 독자의 문화까지 고려해서 이해하기 쉽게 옮기는 실용적인 방법을 취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증권(채권·우선주·보통주)의 선택, 투자와 투기의 구분, 선순위 증권(채권·우선주)과 보통주 투자에 따르는 권리와 진정한 이익, 리스크 관리에 관한 일반 원리, 실용적인 안전성 점검, 저평가 종목 발굴 기법, 주주와 경영진의 관계 등 가치투자에 필요한 개념과 기법을 비판적 관점을 갖고 논리적으로 추론해내는 내용이어서 읽기가 결코 쉽지 않다.

 

  미리 경고한다면 이 책은 투자와 회계 분야의 기본 용어와 개념 정도를 알고 있는 중급 이상의 투자자에게 어울린다. 초급 투자자는 이해하기 어렵고, 단편적인 투자 아이디어를 얻고자 한다면 얼마 되지 않아 크게 실망할지 모른다. 하지만 주식 투자의 정석과 증권 분석의 원칙을 배우고 싶다면 일독하길 권한다. 다소 더디겠지만 투자의 정공법을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는 책은 몇 없기 때문이다.

  연인뿐 아니라 책과 독자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오랜만에 최고의 경제 고전서가 훌륭한 역자를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종합주가지수 2000을 돌파해 숨고르기가 필요한 요즘, 그레이엄의 투자 기법과 원리를 보다 더 쉽게 접하는 기회를 잡는 독자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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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불안한 달러, 기세등등 위안화 - 화폐전쟁

  2010년에도 쑹홍빙의 <화폐전쟁1,2>는 베스트셀러의 상위에 줄곧 링크되었다. 하지만 난 이 책이 여전히 베스트셀러에 링크되고 있다는 사실에 유감이 많다. 1편을 포함한다면 거의 3년 동안 베스트셀러에 있을 만큼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독자들이 잘 살피지 않고 '이름'만을 믿고 사버리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는 우려되기도 한다.

 

  이 책이 국내에서 화제가 된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저자 쑹홍빙이 ‘달러 가치의 하락’을 언급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원인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한 파급효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예언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유명경제연구소에서 ‘CEO가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금융위기에 대한 예언적 발언이 들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 책이 출간된 2008년의 상황이라면 마땅히 이에 필적할 만한 책이 없었기에 베스트셀러 자리에 있을 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2010년이 아니던가? 2009년 이후부터는 이 책을 월등히 능가하는 책들이 꽤 많이 나왔기 때문에 <화폐전쟁 2>는 제외하더라도 <화폐전쟁>은 마땅히 베스트셀러의 자리에서 물러났어야 했다. 그런데 왜 현실은 그렇지 못할까? 내가 보기에는 ‘초두효과’ 즉 독자들이 달러와 위안화 관계를 밝힌 책은 <화폐전쟁>이 제일이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화폐전쟁>은 과연 어떤 책인가? 이 책의 저자 쑹홍빙은 화폐의 역사를 재조명하면서 현재 미국이 만들어내는 달러의 유통구조를 파헤쳐 '불안한 달러'를 역설했다. 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화폐의 메커니즘을 통해 화폐를 지배하려는 상업은행의 권모와 술수가 곧 중세 이후의 역사라는 것을 밝히고 그 배후에는 로스차일드가를 비롯한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세계 제일의 갑부는 빌 게이츠가 아닌 로스차일드 일가이고, 달러를 만들어내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사실 민간 중앙은행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대통령의 피살 비율은 미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일선부대의 사망률보다 높은데 대통령들이 피살된 이유는 달러의 발행권을 되찾으려는 이들의 시도가 세계 금융세력에게 들통나 축출되었다고 말했다.

  그 밖에 부동산 대출이 빠르게 증가할수록 당신 손에 든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채무의 화폐화와 부분준비금 제도가 왜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가? 누가 황금을 ‘요괴시‘하는가? 왜 황금이 진정한 ‘화폐의 제왕’인가? 등의 의문에 대해서 답을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누가 금융 파생상품 시장에서 매점매석을 하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 답을 하면서 곧 현실로 들어날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용에 좀 더 접근해 보면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단순히 위와 같은 세계금융경제의 음모론을 폭로하는 데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저자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미래를 위해 이 책을 썼다.

  책의 후반부에서 그가 말하고자 한 바는 세계의 기축통화로 통용되는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고 머지않아 붕괴될 것이라는 점이었고,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의 자리를 대체해야 한다고 독자들을 은근히 선동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후 2008년 중국으로 귀국해 베이징 홍위안증권에서 파생상품부 총경리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말해준다. 월가에서 파생상품을 만들었던 그가 이젠 중국으로 돌아와 현장에서 뛰면서 미국경제와 달러의 진실을 폭로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저자는 기축통화 생산국이라는 이유로 흥청망청 소비하며 순채무국이 되어버린 미국과 달러에 이젠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채무화폐의 전형적인 사례인 달러는 채무가 발생함과 동시에 발행되고 채무상환과 동시에 폐기되는 일종의 차용증서인데, 채무와 화폐가 연동되어 있으므로 채무는 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이 같은 악순환은 무거운 이자 부담으로 말미암아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결국 모든 체제가 붕괴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보았다. 채무화폐야말로 현대 경제에 도사린 심각한 잠재적 불안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대안으로 금은화폐로 대표되는 비채무화폐라고 보았다. 금은화폐는 ‘실질적인 소유’를 나타내고 법정불환지폐는 ‘차용증+약속’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는 금본위제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편 2년 후 글로벌재정연구원장이 된 쑹훙빙(宋鸿兵·41)은 최근에 펴낸 책 <화폐전쟁2>에서 포스트달러로 2024년경 세계단일화폐가 탄생할 것이고 그 대상은 <금+탄소배출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부제가 금권천하金權天下인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쑹홍빙은 <화폐전쟁2>에서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경제적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먼저 서방의 (경제)세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작이 화폐의 메커니즘을 통해 화폐를 지배하려는 상업은행의 권모와 술수가 곧 중세 이후의 역사라는 것을 밝히고 그 배후에는 로스차일드가를 비롯한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밝혀냈다면, 이번에는 전작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들을 소개했다. 바로 중국경제학계가 발견하지 못한 맹점 즉, 세계 17개국의 주요 금융 패밀리간의 인맥관계와 그들이 일으킨 각국의 전쟁, 혁명, 정변, 위기간의 연동관계를 밝혀냈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가 주장하고자 한 바는 ‘현재의 중국은 세계적인 파워 그룹과의 이익 다툼에서 결코 우위를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세계 단일 화폐를 향한 서구 선진국들의 은밀하고 전진적인 행보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각성을 촉구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휴지조각이 된 달러만 한가득 품고 있는 중국의 미래를 만날지도 모른다고 쑹홍빙은 엄중히 경고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책 <화폐전쟁 1,2>는 ‘기축통화의 위기’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위안화의 기축통화화’를 중국독자들에게 선동한 책이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달러를 더욱 약하게 만들고, 금 보유량을 늘려야 하고, 나아가 세계금융시장을 움켜쥐고 있는 ‘보이지 않는 금융세력’들을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독자들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저자의 의도를 탓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볼 때 얻을 것은 별로 없다는 점을 짚어주고 싶다. 위기에 봉착한 달러와 기세등등한 중국의 위안화에 대한 현실을 이해할 정도이다. <화폐전쟁>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를 모토로 만들어진 책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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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boy, 2010년 경제경영부문 베스트셀러를 말한다! (1) 

 - 장하준 신드롬  

 2010년을 마무리하면서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바로가기: 리치보이가 주목한 2010년 경제경영부문 베스트셀러!! 
 

  이에 앞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지금 살펴보는 이 일이 '과연 쓸모가 있는 일일까?' 하는 점이다. 나는 베스트셀러 옹호론자가 아니며, 앞으로 이야기할 내용도 단지 온라인 서점이 밝히는 '올해의 책'이나 '인기도서 TOP10' 류를 리스트업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내가 이 자료를 통해 바라보고자 하는 것은 '어떤 책'이 팔렸는가에 치중하기 보다는 '독자들이 그 책을 왜 샀을까?'하는 점이다. 즉 세상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베스트셀러'라는 단어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베스트셀러를 찾아 읽는 사람들을 일러 ‘시류에 편승하기 좋아하는 사람', '줏대도 없는 사람'운운 하며 그들을 폄하하거나, 스스로는 일부러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만 골라 읽곤 한다. 

  내가 보기에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왜냐하면 베스트셀러라고해서 모두 훌륭한 책은 아니지만, 훌륭한 책들 대부분은 많은 호응을 얻으며 읽히는 편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베스트셀러'에 진저리를 내는 사람의 경우 처럼 베스트셀러를 일부러 피해 읽는다면 상당수의 '좋은 책'을 읽지 못할 것이다. 특히 경제경영서 부문에 있어서 '베스트셀러'는 '세상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경제분야'를 파악하기에 좋다. 경제경영 자기계발서는 한마디로 '지갑과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책'이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나는 경제경영분야 '베스트셀러'는 매년 살펴볼 것을 추천한다. 아울러 독자가 스스로 살펴서 뽑은 나만의 '읽을 책 리스트'는 어느 경제연구소가 추천한 책보다 더 실용적이고 유익하다는 것도 잊지 말자.

각설하고 '2010년 경제경영 부문 베스트셀러'는 약 10권 정도의 책 제목을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다. 키워드들은 다음과 같다.  
  제 아무리 훌륭한 책이라 해도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면, 그리고 소문내주지 않으면 결코 널리 읽히지 못한다. 돈 만 원 남짓한 책을 팔기 위해 대중매체에 광고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책 한 권 팔아 얼마나 남는다고 나오는 책마다 광고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돈 한 푼 받지 않고 대기업과 정부가 출판사를 대신해 광고를 해주는 경우가 있다. 장하준 교수의 책들이 그 경우에 해당된다. 재미있는 것은 정부는 그의 책을 금지했는데, 역으로 '네거티브 마케팅'을 한 셈이 되었다. 그리고 그 파장은 엄청나게 컸다.

01. 장하준 신드롬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02. 불안한 달러, 기세등등 위안화 - 화폐전쟁 

03. 영원한 애증의 대상, 삼성 - 삼성을 생각한다

04. 우리는 오늘도 변화를 꿈꾼다 - 혼 창 통 

05. 작은 실천은 큰 변화를 낳는다 - 넛지

06. 국내 경제서의 판도를 바꿀 기린아, 장영재의 출현 - 경영학 콘서트

07. 부자아빠, 로버트 기요사키의 귀환 - 부자들의 음모

08. 이름만으로도 빛나는 필립 코틀러 - 마켓 3.0

09. 오늘의 불안한 한국경제를 말한다 - 하우스 푸어

10. 그래도 희망은 존재한다 - 시골의사 박경철, 안철수

 

01. 장하준 신드롬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국내 경제경영서 중에는 소위 '대기업에서 읽히는 책'이란 게 있다. 기업의 수장들이 우연찮게 읽어본 책 중에서 '필이 꽂혀서' 임직원들 앞에 서서 '이 책이 겁나게 좋더라'라고 추천하거나 '회사차원에서 구입해서 읽혀라'라던가, 아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 내라'고 한다면 그 책은 소위 '대박'이 터지는 거다. 대표적인 예로 <아침형 인간>을 들 수 있는데, 정작 일본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던 이 책은 국내에 번역되어 70만 부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팔린 책이다. 국내 재벌기업의 총수가 '이 책을 읽고 아침형 인간이 되어라'라고 말해 임직원은 물론 계열사 협력사까지 읽는 바람에 거의 모두 읽다시피 한 적이 있다. <아침형 인간>이 기업이 나서 홍보를 해 준 케이스라면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정부가 나서서 홍보해 준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2008년 '국방부 금서'에 등재되어 화제가 된 <나쁜 사마리아인들>(부키)은 '장하준 교수'를 대한민국에 순식간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그 점에서 해당출판사와 장교수는 국방부에 감사장이라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장하준 교수는 주류경제학으로 자리잡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대놓고 비판하는 학자로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그의 책들은 외국에서 먼저 출간되고 국내에는 나중에 번역된다).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경제선진대국들이 과연 후진국들을 위하는 '선한 사마리아인들인가?'하는 질문으로 시작해 이들의 실체를 거의 홀딱 벗기다시피 까발린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경제학 책을 조금 읽는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읽혔다. 하지만 이런 류의 책이 전무무후했던 것도 아니고 '국방부 금서'가 될만한 요인은 거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책 선정을 한 관계자가 오버를 했다는 사실'이다. 여튼 이 사실은 네티즌 사이에서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21세기에 금서라니, 미치지 않고서야...'하는 의견이 대부분, 과연 이 책의 어느 부분이 '금서적 요소'가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거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위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2009년 한 해를 꾸준히 사랑 받더니 2010년 상반기에도 베스트셀러의 상위를 차지했다. 2009년이 금서적 요인을 확인하는 기간이었다면, 2010년은 완독한 독자들의 추천에 의해 '제대로 읽힌' 시기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국내 독자들로 하여금 당연한 듯 여겨졌던 '내가 속한 나라 경제체제'에 의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2010년 7~9월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 사라지면서 잊혀지는가 싶더니 출판사 부키와 장하준 교수는 10월에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책을 펴내면서 다시 한 번 '장하준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지난 2010년 1월 장하준 교수는 독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체제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려면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이 나서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이 옳고 그른지'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차기작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전개과정에 대해 언급했다.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아닌 더 나은 자본주의를 모색하기 위해 보다 쉬운 글로 많은 독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책이 바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이다.  



 이 책에 대한 Richboy의 리뷰 - 불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23가지 진실

“자유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시장에는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종의 규칙과 한계가 있다. ... 자유시장은 정치적으로 정의되는 것이다.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이 정부의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시장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는 언제나 시장에 개입하고 있고, 자유 시장론자들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이다. 객관적으로 규정된 자유시장이 존재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로 시작하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출간과 더불어 폭발적인 반응으로 팔려 나갔다. 출판계는 마이클 샌델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공정, 공평, 정의'에 대해 불을 지른 덕분이라고 말하지만, 베스트셀러 리스트는 그렇지 않다고 보여준다. 장교수의 책을 읽은 독자들은 '그의 책'을 기다렸을 뿐이었다. 아마도 다른 주제로, 다른 제목으로 나왔다 하더라도 '장교수의 책'이라면 팔렸을 것이라고 나는 판단한다(이 말은 실로 위험한 말이다. 장교수의 권위를 세우기 보다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의 영향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국방부 금서로 지정했을 시기는 지금이어야 했다). 놀라운 기세로 팔리고 있는 이 책에 대해 나는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

  완독을 해보면 알겠지만, 이보다 더 자세하고 쉽게 신자유주의 경제의 실체를 이야기한 책이 없기 때문이다. 출간된 지 3개월, 과연 독자들은 얼마나 완독을 했을까?를 생각해 본다면 앞으로 1년 동안은 족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기대하는 바는 '장교수의 이 책'에 대해 딴지를 거는 비판서는 언제 나올까 하는 점이다. 만약 나온다면 저자는 누구일지, 어떤 내용으로 비판될 지 궁금하다. 경제경영서를 즐겨 읽는 독자로서 '사회과학서의 약진'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행보와 약진은 2011년 더욱 거세질 것으로 기대된다. '독서의 완성은 실천'이다. 좋은 책이 많이 팔리고 읽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 의해 우리 사회가 어제보다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첨부 동영상 자료>
[유튜브에 소개된 저자의 책 소개와 내용 설명] 

23가지 쟁점 중 12가지 내용이 실린 프레시안의 기사로

장교수의 인터뷰 동영상을 만날 수 있다.

[프레시안] "G20 '올인'? 대통령은 결코 모를 23가지 진실은..." 

 

책소개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장하준 동영상_Thing 17 교육투자, 나라가 더 부자가 되지는 ...

장하준 동영상_Thing 13 부자가 더 부자가 되어도 내 상황은 나아 ...

장하준 동영상_Thing 14 미국 경영자들은 너무 많은 임금을 받아간다

장하준 동영상_Thing 4 인터넷보다는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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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무한 혁신의 비밀 - 스티브 잡스를 움직이는 7가지 특별한 원칙
카민 갤로 지음, 박세연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혁신의 최종 목표는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I am the king of the world. 나는 이 세상의 왕이다.“ 요즘 영화 타이타닉Titanic의 남자 주인공 잭처럼, 그리고 이 영화로 11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상 최다 부문 수상의 기록을 세운 명감독 제임스 카메론처럼, ‘왕이 된 기분’을 누리는 사람을 꼽으라면 아마도 ‘스티브 잡스Steve Jobs'일 것이다.

  21세기 첫 10년은 ‘스티브 잡스의 10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애플Apple은 아이팟iPod을 시작으로 아이폰iPhone, 아이패드iPad 등을 내놓으며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애플의 성공에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제품이 출시될 때 마다 제품의 표준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폰(iPhone)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 시장이 휴대전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처럼, 아이패드라는 하드웨어는 기존의 소프트웨어시장은 물론 영상, 음악, 게임 등의 유통 구조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또한 책 소비 패턴의 변화를 불러 출판 시장도 바꿀 뿐 아니라, 신문·잡지 등과 같은 미디어, 교육 시장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새롭게 진화된 컴퓨터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스티브 잡스는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포천>이 뽑은 ‘이 시대의 CEO'에 선정되었고, 스티브 잡스가 복귀하던 1996년만 하더라도 몰락의 위기에 있던 애플은 이제 500억 달러 규모의 공룡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애플의 제품들은 소비자가 욕망하는 니즈needs를 충족시킨 것이 아니라 니즈를 새로이 창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시 말해 쉽고 편한 인터페이스, 궁극의 디자인으로 다져진 애플의 제품들은 마치 ’당신이 찾던 제품은 바로 이것이다!‘고 단언하며 소비자의 욕구를 일깨우는 것 같다. 그런 혜안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애플이 일련의 창의적인 제품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서 있고자 했었기 때문이다. 즉 기술과 인문학, 이 두 가지를 결합한 것이 바로 애플의 창의적인 제품들인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한 인물이 바로 스티브 잡스이다. 

  우리가 그의 성공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은 빌 게이츠 등 여느 성공한 인물과는 다르다. 다시 말해 ’그가 얼마를 벌었을까‘ 궁금한 것이 아니라 ’그의 성공이 있게 한 근원은 무엇이고, 무엇이 그들을 think different’하게 만드는 것일까?‘이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도 ’다른 생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무한혁신의 비밀The Innovation Secrets of Steve Jobs: Insanely Different Principles for Breakthrough Success>(비즈니스북스)는 그에 대한 답을 던져주는 책이다.  



   10년 넘게 ‘스티브 잡스’만을 연구해서 ‘스티브 잡스 전문가’로 알려진 저널리스트 카민 갤로Carmine Gallo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오늘의 미국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당면한 어려움에 대해 적극적으로 맞서는 도전정신은 혁신innonation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가장 혁신적인 사람은 스티브 잡스라고 생각했다. 스티브 잡스를 ‘혁신의 대가’로 만들어 준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1. 좋아하는 일을 하라. Do What You Love.

2. 세상을 바꿔라. Put a Dent in the Universe.

3. 창의성을 일깨워라. Kick Start Your Brain.

4. 제품이 아닌 꿈을 팔아라. Sell Dreams, Not Products.

5. ‘NO'라고 1,000번 외쳐라. Say No to 1,000 Things.

6.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라. Create Insanely Great Experiences.

7. 스토리텔링의 대가가 되어라. Master the Message.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혁신의 정의다. 저자는 혁신이란 단순한 이노베이션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어떻게 해야 고객이 성공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스티브 잡스가 추구하고자 한 ‘다르게 생각하기’의 목표와 일치한다. 그의 목표는 단순하고 사용하기 쉽고 미적으로도 즐거움을 주고, 나아가 소비자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물건을 개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책들이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과 괴짜 같은 성격 그리고 그가 이룩한 성공과 업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에서 저자는 놀라운 혁신과 성공을 이룩하는 그가 가지고 있는 원칙들을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막연히 스티브 잡스를 추앙하고 좇는 것이 아니라 그를 닮고 ‘아예 그가 되라’고 말한다. 잡스처럼 혁신적인 인물이 되고 싶다면 앞서 말한 7가지 원칙에 따라 잡스처럼 생각하고 비전을 잃지 않으며 열정적으로 일하면 된다. 그러다 장애물을 만나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라. “스티브 잡스라면 어떻게 할까?” 



 

   저자는 간결함의 대명사인 세계 최고의 스시 요리사 노부NOBU 이야기와 케네디의 비전이 담긴 말 한마디로 시작된 달 착륙 프로젝트, 그리고 5,126번의 실패 끝에 신개념의 진공청소기를 만들어낸 다이슨Dyson 등 다양한 혁신 사례들을 동원해 혁신을 위한 7가지 원칙이 다양한 분야와 조직에 두루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0대의 잡스는 가구가 거의 없는 저택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달랑 침대가 없는 매트리스 위에서 생활할 정도였는데, 그 이유는 수준 이하의 가구를 구입하는 자신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토록 깐깐하고 괴팍한 소비자인 잡스가 제품을 생산할 때에 오죽하겠는가? 잡스는 직원들을 종종 보조bozo라고 불렀는데, 이 말뜻은 ‘소비자가 관심 있게 보지 않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치밀한 사람’을 말한다. 자신이 보조가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이처럼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 완벽을 추구했다. '과연 내가 소비자라면 이 제품을 기꺼이 살 것인가?' 항상 되물으며 완성도를 높였던 것이다. 앤드루 그로브가 말했던 ‘지구 종말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편집광'이란 그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소비자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기업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스티브 잡스의 혁신 원칙과 업무방식을 통해 배웠다. 

  2004년 초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앓았다가 극복한 후 깨달음은 얻은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은 머지않아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직시한 후에 내릴 수 있었다.” 또한 그는 매일 아침 거울을 들여다보며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지금 이 일을 할 것인가?” 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한다. 이 질문에 ‘노’라고 대답하는 날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때야말로 새로운 변화에 도전해야 할 순간이 왔음을 알려주는 신호라는 것이다. 나에게 변화를 주고 내 업무와 자기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근래에 출간된 중에 ‘인간 스티브 잡스’의 면면을 가장 잘 서술했다. 

저자 카민 갤로Carmine Gallo의 이 책 소개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격주간으로 발행되는  

<기획회의>(286호)에 실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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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옳음은 좋음에 우선한다. 옳음을 좇아라!

 

 국내는 지금 '마이클 샌델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 '정의', '공정' 논쟁을 촉발시킨 책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는 인문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10월말 현재 50만 권이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기록하며 순항중이다. 샌델 교수가 이 책에서 던진 정치철학의 중대한 질문들(정부는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자유시장은 공정한가?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잘못인 때도 있는가? 도덕적으로 살인을 해야 하는 때도 있는가? 도덕을 입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개인의 권리와 공익은 상충하는가?) 등은 현 정부가 내세운 ‘공정사회론’과 몇 차례의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거짓말 논란과 낙마' 등 오늘날의 골치 아픈 다양한 문제들과 결합하여 독자로 하여금 과연 '옳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이제는 '도덕'이다!

  최근 그의 이름으로 국내에 세 번째로 <왜 도덕인가? Public Philosophy: Essays on Morality in Politics>(한국경제신문)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사실 앞서 말한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는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2007년)와 누구나 한번쯤은 빠져들게 되는 윤리적 딜레마에 관한 문제들을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과 연결해 풀어낸 책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The Case against Perfection>(2009년)보다 먼저(2006년) 출간되었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비해 가독성이 떨어지고,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 역시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지만(주제가 불명확한 것은 '뉴욕타임즈', '뉴퍼블릭', '애틀랜틱먼슬리' 등 일반인을 독자로 하는 간행물 등에 실렸던 에세이들을 모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책을 살펴봐야 할 이유를 들자면 어쩌면 '정의'보다 근본적이고 중요한 가치인 ‘도덕’을 말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보다 근본적인 도덕적 논쟁과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가 화두인 시대, 경제적 풍요가 최고의 선이 돼버린 상황에서 여타의 가치들은 쉽게 무시되곤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가장 기초적인 가치, 도덕의 목마름을 호소한다.

 

 

경제중심의 사회가 낳은 폐해는 심각하다. 도덕적 해이와 거짓말, 각종 로비와 공직자의 부패, 경제인의 각종 특혜와 비윤리적인 이권개입, 일반 시민의 도덕 불감증 등 경제 논리에 가려 어느 정도의 비도덕은 묵인할 수 있다는, 근거가 빈약한 관용이 사회 저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샌델 교수는 이 책에서 민주사회에서 도덕성의 의미와 본질을 살펴보고, 그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들을 들여다본다. 나아가 공공생활을 움직이는 도덕적 딜레마와 정치적 딜레마 도 함께 살피고 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의 철학 전통을 통해 사회를 구성하는 각 분야가 도덕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자유주의와 공리주의 그리고 공동체주의를 통해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의 정의와 그 한계,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도덕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설명했다. 이 책을 통해 그가 말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현재 도덕이 회자되고 있는 이유와 그 필요성, 그리고 과연 ‘도덕적 가치’는 무엇인가에 주목해 보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둬야 할 포커스다.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우선 공정한 시민사회를 위해 필요한 '도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5개의 주제로 나눠 복권과 도박, 광고와 상업주의, 존엄사, 정치인의 거짓말, 낙태, 동성애자의 권리,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의 도덕적 한계, 등 논쟁의 대상이었던 도덕적 현안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도덕적 가치의 기반을 이루는 다양한 자유주의 정치이론들을 검토하고 각각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하고, 미국 정치의 전통을 전반적으로 되짚어보고 토머스 제퍼슨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치사의 주요 논쟁을 통해 잃어버렸던 도덕적, 시민적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그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 



복권과 도박 - 공공의 책임을 외면하는 공적인 타락

 

  복권 찬성론자들은 어느 누구도 강제로 복권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으며, 반대하면 그저 하지 않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는 적극적으로 복권을 홍보하면서 복권광고판에는 ‘인생역전’이라는 말로 당신도 엄청난 대박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며 구매를 부추긴다(이 사실만으로 자유방임주의가 아니다). 복권구매자들의 분포가 부유층보다 저소득층에 집중된 것을 볼 때 시민들에게 노동윤리와 희생정신, 민주주의적 삶을 지탱하는 도덕적 책임을 강조해야 할 정부가 비뚤어진 시민교육을 제공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샌델 교수는 복권 사업자인 정부에게 그것이 합당한 사업이라면 왜 민간기업이 그것을 판매하고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만일 매춘처럼 비도덕적 사업이이라면 왜 정부가 그 사업을 운영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자유주의에 입각한 복권옹호론자들의 딜레마인 셈이다. 

온실가스배출권 거래 - 환경오염 방지가 아닌 면죄부?

  샌델 교수는 1997년 교토 기후변화협의회에서 클린턴 정부가 주장한 내용 중에 ‘온실가스 거래제도’는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에 반하는 제도라고 주장한다. 배출권을 돈으로 살 수 있게 되면 선진들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태만할 거라며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로 반대 했다.

  첫째, 배출권 거래제는 선진국들이 의무 감축량을 피해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준다. 둘째,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면 지구를 오염시키는 행위에 수반되어야 마땅한 도덕적 죄책감을 덜 느낀다. 즉 벌금이 아닌 요금으로 여기는 도덕적 헤이를 야기할 수 있다. 셋째, 배출권 거래제는 갈수록 국제사회 공조가 늘어나는 오늘날 더욱 필요한 인류 공동의 책임감을 약화시킨다. ‘돈으로 글로벌 책무를 비껴가도록 허용한다’는 식의 풍조가 만연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성 - 정당한 차별이란 존재하는가?

  뇌성마비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캘리는 치어리더였다가 1년 만에 응원단에서 쫓겨났다. 치어리더 단장의 아버지인 로버트가 캘리의 활동에 특히 반대했는데, 그 이유는 캘 리가 자격도 없으면서 영광을 누린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자격이 없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영광과 분노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도덕감정이다. 

  비록 휠체어에 앉아 있지만 응원용 술을 흔들 수 있기에 캘리는 치어리더가 되어야 하는가? 샌델 교수는 수많은 땀방울과 노력을 기울였던 다른 치어들이 누리는 영광은 분명히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았다. 한편 미국의 대학 입학 시의 소수집단 우대정책을 살펴보자. 이 정책의 찬성론자들은 차별이라는 악행을 고치기 위해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역차별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샌델 교수는 이 사안에 대해 생각해야 할 질문은 ‘대학이 어떤 자격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도 ‘농어촌 특별전형’이란 것이 있다. 1996년부터 실시된 농어촌 특별전형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정원 대비 농어촌 특별전형의 비율을 기존의 3%에서 4%로 확대하기로 한 제도인데, 수도권의 명문대학에서 정부 정책에 의해 농어촌특별전형으로 선발하는 학생수를 늘린 것과 함께 중ㆍ하위권 대학에서 농어촌특별전형 대상 학교의 범위를 일반 도시지역까지 확대함에 따라 최근 농어촌특별전형에 대한 관심이 급증되었다. 

  그러나 종종 도시학생들이 위장전입을 통해 농촌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격이 종전에는 ‘중고교 6년을 농어촌지역에서 다닌 자’였지만, 지금은 상당수의 대학이 ‘고교 3년’으로 제한하고 있어 중학교 3학년 때, 농어촌의 고등학교에 전학을 하는 것이다. 공정성을 위해 마련한 제도가 제대로 규제하지 않아 오히려 농어촌의 많은 인재들이 대학을 입학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제도로 전락되었다. 한편 이러한 편법이 동원해서 대학을 입학하는 가정은 경제적 능력이 충분해야 가능하므로 빈부에 의해 또 한 번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셈이 되고 있다. 

  책 전반에 걸친 샌델 교수의 주장은 한마디로 ‘옳음은 좋음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즉 옳음을 우선한다는 것은 개인의 권리가 전체의 이익에 의해 희생될 수 없고, 이러한 권리에 대한 정의 원칙은 좋은 삶에 대한 비전을 전제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공공생활은 도덕성이 살아야 정의가 살아날 뿐 아니라, 보수와 진보를 떠나 무너진 원칙을 공정하게 다시 세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도덕적 딜레마를 피하지 말고 맞닥뜨려 고민하는 것이 '정의'라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경제, 사회, 교육, 종교, 정치에 있어 도덕적 가치가 풀어야 할 숙제를 만남으로써 ‘정의’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정의란 무엇인가>의 연장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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