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의 정원
다치바나 다카시.사토 마사루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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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거인으로부터 고전과 교양의 의미를 듣다

  “저는 대학 때 읽은 책의 80%가 소설이었습니다. 그러다 문예춘추에 입사했고, 그 이후 소설읽기를 그만두었어요. 처음 배속된 곳이 <주간 분슈운(週刊文春)>이었는데 당시 상사가 소설만 읽으면 안 된다고 충고를 해서 그때부터 소설 이외의 책들을 읽기 시작한 거죠. 그러자 제 자신이 얼마나 현실을 몰랐던가를 통감하겠더군요.(웃음) 허구보다 현실이 더 흥미진진했어요. 그 이후 소설에서 멀어졌어요.” 

  나는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가 소설 혐오주의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의 직업이 논픽션 저널리스트이고 어느 인터뷰에서 “내가 죽을 때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 몇 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나는 소설을 읽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읽은 적이 있기에 난 그런 줄로만 알았었다. 왕팬을 자처하면서 큰 오해를 할 뻔 했다 싶어 다행이었고, 그도 학창시절에는 소설을 읽으며 흥미로운 허구의 세계에 빠졌다는 사실은 그의 독서여정에도 변곡점이 있었구나 싶어 내게 가벼운 안도감을 준다. 오랜만에 지식의 거인을 만났다. <지의 정원知の 庭園>(예문)을 읽었다. 



 

  이 책은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독서광 두 명이 펼치는 일종의 대담집이다. 지의 거인으로 알려진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와 지의 괴물로 알려진 사토 마사루佐藤優, 일본의 대표적인 두 명은 책이 인간의 역사에서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시대와 지성, 교양과 독서의 힘을 이야기한다. 각자가 읽었던 책 중에서 교양을 위해서라면 읽어야 할 필독서 총 400권을 소개하고 비평한다. 원제목은 『ぼくらの頭脳の鍛え方, 우리의 두뇌를 연마하는 방법』이다.



책을 펴는 순간 나는 두 사람이 마주 앉은 테이블 뒤에서 방청하는 관객이 된다. 두 사람의 대화 중 거론되는 책의 절반 이상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책들이었다(대화중 소개한 책 상당수가 국내에는 출간조차 되지 않은 책들이다). 하지만 이미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나 <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등을 읽은 터라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책’을 대하기는 낯설지 않다. 나는 관심조차 없던 책, 그래서 나중에라도 읽지 않을 책이기에 주마간산(走馬看山) 식으로 훑어 나갔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알고자 하는 것은 ‘책 제목과 짧은 책 소개’가 아니다. 처음 만나는 인물인 사토 마사루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아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아우르며 책과 세계를 향한 지적 긴장을 늦추지 않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관을 조금이라도 더 엿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고전은 모든 지식의 기반이 되는 역할을 합니다. 다른 사람과 어떤 주제를 놓고 이야기할 경우 전제나 배경이 되는 지식이 없으면 내실 있는 논의가 불가능한데, 그때 전제나 배경이 되는 것이 바로 고전입니다. 단, 고전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군요. 메이지 시대에는 메이지 시대의 고전이, 현대에는 현대의 고전이 존재합니다.”

  다치바나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고전을 읽을 필요는 없다. 최신 잡지나 학술서를 읽으면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최소한의 교양을 갖추고 있다는 전제하에 한 이야기다. 근원에 접근하기 위해 고전을 대하는 태도는 높이 평가하지만, 고전에 탐닉하는 것을 경계했다. 제대로 익히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서 고전은 거쳐야 할 관문이었다. 한편 다치바나가 생각하는 교양은 무엇일까? 



  “교양은 다른 말로 하면 인류의 지적 유산입니다. 그래서 교양 교육은 지적 유산의 재산목록을 가르치는 것이 됩니다. 지식의 전체상을 그리도록 하고, 지의 세계의 끝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그것을 상상할 수 있는 지점으로 학생을 데리고 가는 것이 교양 교육이라고 봅니다. …… 현대사회에서 교양이라는 말은 점차 죽은 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만 권의 책을 읽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결국 일생에서 최대의 성과를 얻으려면, 생의 남은 시간을 확인하면서 계획을 세우는 수밖에 없지요. 그때 지식의 계통수를 머릿속에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역시 종이 매체에 쓰인 것을 읽는, 즉 독서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인류는 그렇게 해서 뇌를 발달시켰기 때문이지요.”

 


  그는 ‘교양’을 어떤 세트로 이루어진 지식이라고 보는 것을 경계했다. 또한 교양을 익히기 위한 속성법이 있는 줄 아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치바나는 교양을 ‘개인의 정신적 자기 형성에 도움이 되는 모든 것’,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모든 이념의 총체’라고 정의하며 부연의 말을 더했다.

   “독일에서는 실학을 ‘빵을 위한 학문’이라고 하는데, 교양은 빵을 위한 학문이 아닙니다. 교양은 실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지는 않아도 ‘모르면 부끄러운 지식의 총체’, ‘각계에서 교양인이라 간주되는 사람들과 당당하게 지속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지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들이 추천하는 책을 꼭 읽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한 국내에는 발행되지 않은 책들이 많아서 그조차도 불가능하다. 두 독서광이 추천하는 책 400권은 리스트와 함께 추천에 대한 짧은 변(辯)이 첨부되어 있다. ‘세 줄 서평’이라 해도 될 법한 이 글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가치는 충분했다. 

  "책을 무척 좋아하는 두 형제를 알고 있다. 어느 날 동생네 사무실에 놀러갔더니 책상에 놓여 있는 책 한 권을 가리키며 이 친구 하는 말이 형이 훔쳐가서 또 한 권을 산 것이란다. 몇 마디 말을 주고받다가 이 친구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그 책을 가방 속에 넣고 사무실을 나와 문자를 보냈다. ”한 권 더 사라.““

  정제원의 <죽도록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를 읽다가 이 글귀에 한바탕 웃었다. 보름 전 나는 이 책을 집어오면서 동생에게 똑같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장거리 기차여행길에 오르면서 편하게 읽으려고 집어 들었다가 바로 덮고는 집으로 돌아와 필기구가 놓인 책상 앞에 앉아 다시 책을 폈다. 몇 페이지 읽지 않아 이문재 시인이 쓴 ‘척추로 읽읍시다’라는 제목의 글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척추를 곧추 세우고, 다시 말해 온몸과 마음을 집중해 읽은 책이 한두 권 있다면, 당신은 책 속에서 이미 길을 찾았을 것이고, 또 그 길 위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갔을 것입니다. 책을 몇 권 읽었느냐는 결코 중요하지 않습니다. 척추를 곧추 세우고 읽은 책이, 또는 그런 자세로 읽고 싶은 책이 과연 몇 권이 있는지가 책 읽기의 핵심입니다. 척추로 읽는 책이 진짜 책이다." 

  이 글을 읽는 미래의 독자 역시 이 책을 어디서 읽든 자세만큼은 척추를 곧추세운 정좌의 독서를 해야 할 것이다. 내게 400 권의 리스트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난 지식의 거인에게서 고전과 교양을 읽어야 하는 이 책을 통해 배웠다. 그걸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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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왜 어떤 기업은 위대한 기업으로 건재한 반면, 다른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몰락하는가
짐 콜린스 지음, 김명철 옮김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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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위대한 기업을 통해 배우는 실패학


  일본 최대의 의류회사 유니클로UNIQLO는 베네통에 비견되는 의류기업으로 ‘잃어버린 10년’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장기불황 동안 일본 국민으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은 ‘국민기업’이다. 고가의 방한복 소재인 ‘플리스(fleece·폴리에틸렌으로 만든 양털처럼 부드러운 섬유)’로 중저가의 활동복을 만들어 불황으로 추워진 일본 국민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지켜준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사랑 덕에 유니클로의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지난 2008년 경영 능력이 가장 뛰어난 ‘올해의 경영자’에서 2위인 소프트방크의 손정의와 3위인 파나소닉의 오쓰보 후미오를 물리치고 1위를 차지했다. 또한 그는 2008년 말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일본 자산가 랭킹 1위에도 올랐다.

  그렇다고 야나이 다다시가 항상 성공을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실패를 달고 사는 기업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에게 실패는 상상을 초월하는 큰 손실을 의미한다. 하지만 야나이 회장의 유니클로는 실패를 감지하면 아무리 큰 손실을 입는다 해도 사업을 접어 버린다. 작게는 재고관리 등 시스템 상의 실패에서부터 크게는 외국진출에서부터 중소기업을 능가하는 브랜드까지 판단이 서기만 하면 바로 실행에 옮겼다.  2000년 유니클로가 영국에 매장을 개설하고 영업을 개시했으나 부진하자 5개의 점포만 남기고 철수한 것이라든지, 에프알푸드라는 야채판매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성공은 ‘1승 9패’에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실패하더라도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됩니다. 실패할거라면 빨리 실패를 경험하는 편이 낫습니다. 비즈니스는 이론대로,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빨리 실패하고, 빨리 깨닫고, 빨리 수습하는 것이 제 성공 비결입니다.” 그는 유니클로를 벤처 패션 회사라고 부르고 이러한 자신의 경영마인드를 벤처정신이라고 부른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를 출간해 세계적인 석학이자 경영의 구루가 된 짐 콜린스Jim Collins는 몇 해 전 잘나가던 몇몇 기업을 포함해, 역사상 가장 위대하던 기업들 중 일부가 왜 몰락했는지 주목했다.

  좋은 기업, 성공한 기업에 주목했던 그가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김영사)를 쓴 목적은 절대 망할 것 같지 않던 기업들이 어떻게 몰락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해 리더들이 비극적인 운명을 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일종의 ‘몰락한 기업을 통해 배우는 실패학‘인 셈이다.



 

   저자는 상당한 분량의 데이터(그가 조사한 기업들의 역사는 모두 합해 6,000년이 넘는다고 책에 밝혔다)를 분석해 강한 기업이 몰락하는 다섯 가지 단계별 틀을 도출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

2단계 -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

3단계 -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

4단계 -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

5단계 -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

 

  저자가 기업들의 재무 상황, 비전과 전략, 조직, 문화, 리더십, 기술, 시장, 환경, 경쟁 구도 등 다방면에 걸쳐 몰락한 기업들의 역사를 검토하며 주목한 점은 바로 “하락이 본격화하기까지 어떤 조짐이 나타났고, 결국 하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어떻게 행동했는가?”하는 점이다.

  짐 콜린스의 몰락의 5단계는 적어도 위대한 기업들도 언제든 몰락할 수 있다는 것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울러 몰락을 예방하고 감지하거나 이를 되돌리려는 기업의 리더들에게 유용하다. 각 단계마다 등장하는 몰락한 기업들, 그리고 단계별 징조들은 ‘나의 회사는 어떠한 상황인가’ 점검해 보기에 충분할 만큼 제공된다.

 

 



 

  살펴보면 알겠지만 모든 몰락의 원인에는 경영자가 포함된다. 몰락한 기업의 경영자 대부분은 성공에 취해 자만을 했거나, 잘못된 비전을 제시하거나,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판단을 하고 상황이 잘못 돌아가는 것을 감지했으면서도 쉽게 궤도를 수정하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지시로 시작한 비즈니스가 실패의 조짐을 보일 때는 그 사업에 더 집착하게 된다. 그럴수록 실패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고 결국은 큰 치명상을 입어 몰락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짐 콜린스가 마냥 부정적인 태도로 기업을 살핀 것은 아니다. 뉴코Nucor, 노드스트롬Nordstrom, 디즈니, IBM 등과 같이 위대한 기업들이 몰락의 4단계까지 쇠락했다가 다시 살아난 기업이 있는 것처럼 어느 기업이든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5단계까지만 떨어지지 않는다면 어렵긴 해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례들을 통해 밝혀낸다. 짐 콜린스가 제시한 몰락의 5단계로 가는 수순을 경영자가 미리 알고 있다면, 내리막의 시점 어디서든 방향을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보게 된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거의 모든 기업이 언젠가는 수명을 다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새삼 배우게 되는 것은 기업의 몰락을 있게 한 원인은 2008년에 있었던 천재지변과 같은 월스트리트 금융위기나 망가져버린 자본시장의 메커니즘 등이 아니라 대부분 기업 내부에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혼란스럽고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도 뛰어난 실적을 유지하는 기업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내부가 위대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에게는 혼란스러운 환경은 오히려 기회가 된다. 위대한 조직을 갖추지 못한 경쟁 업체들을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와 같은 생각으로 사를 운영하면서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변화무쌍한 시장환경과 까다로운 소비자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변화해야 한다. 하지만 변화해야 할 기업이 실패를 두려워해서 주저하거나 안주한다면 정상에는 결코 오를 수 없다.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며 몰락의 5단계를 배우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실패를 몰락이 아닌 실수로 만드는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벤처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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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김은섭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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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보이의 경제경영서 예찬

 

  내가 처음으로 책을 구입한 때는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아저씨 몇 명이 하굣길 길가에 트럭을 세워놓고 주소와 연락처만 받고 아이들에게 선물이라고 나눠준 것은 철제 마징가 제트. 그 당시 반에서 부잣집 자식 한 두 명만 갖고 있을 법한 고가의 희귀장난감이었다. 나는 늦을세라 줄을 서 있는 수십 명의 아이들에게 뛰어들었다. 이틀 후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기다린 것은 내 방에 산더미처럼 쌓인 두 질의 소년소녀문학전집과 아버지의 몽둥이 뜸질이었고, 그 후 일 년 동안 책 할부금 4,000 원을 내는 25일이 되면 아버지 앞에서 한 달 동안 읽은 책을 검사받아야 했다. 

  그 때 읽은 50 권짜리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에드거 앨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로 한 권의 책이 TV물인 ‘전설의 고향’보다 훨씬 더 무서울 수 있음을 처음 알았다. 특히 이미 주검이 된 검은 고양이가 콘크리트 벽 속에서 다시 살아서 울고 있던 마지막 장면은 얼마나 무서웠던지 엄마 다리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을 정도였다. 독서를 그저 종이 위에 새겨진 글을 읽는 것으로 알다가 눈앞에 그림과 영상으로 보는 듯 느끼는 것이란 걸 검은 고양이를 통해 배운 셈이다. 비록 돈은 아버지가 내주고 대신 매로 때웠지만 공식적인 나의 책읽기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머리라는 항아리에 독서라는 물을 채워라

  하지만 그 후로 오랫동안 나는 독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혹시 책을 읽는다 해도 무협소설이나 추리소설을 몇 권 빌려다 읽는 수준이었다. 사실 그 시절엔 머리가 썩 좋지도 못하거니와 집안사정으로 두 해 늦은 공부를 했기에 오로지 학업에만 열중했었다. 꼴찌일망정 들어가고 싶은 대학에 들어가겠다고 발버둥을 쳤던 때라 내게 ‘독서’는 사치이자 시간낭비로 여겼던 것 또한 사실이다. 

  어렵사리 대학에 붙어 한가해지자 책이 읽고 싶어졌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자니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어느 날 대학국어를 강의하던 교수께 고민을 털어놨더니 “책을 교과서로 보지 말고, 장난감으로 보라”고 하셨다. 쉽게 말해 ‘처음 독서를 할 때는 공부하지 말고 즐기라‘는 뜻이었다. 고단한 마음과 몸을 쉬게 하려고 값 비싼 휴양지를 찾아 바캉스를 간 외국인들 대부분이 시원한 그늘과 풀장에서 하는 것은 가장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는 것이다. 즐기는 독서란 바로 이와 같다고 교수는 말했다. 

“책을 읽다가 보면 앞의 내용이 생각나질 않아서 자꾸만 다시 읽게 된다. 심지어는 주인공의 이름도 헛갈릴 정도다. 해결책이 없을까?” 말이 나온 김에 교수에게 또 다른 고민을 꺼냈다. 그러자 교수는 ‘칼 구스타프 융’의 잠재의식론을 빌어 독서는 두뇌라는 항아리에 한바가지 물을 채우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교수님의 말씀을 요약하자면 한두 컵(독서량)을 부어서는 항아리(머리)에 물이 얼마나 찼는지(저장된 지식)를 알 수 없다. 항아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열권이 넘고 스무 권이 넘고 삼십 권이 넘었을 때, 두뇌라는 항아리는 채워짐을 느끼게 된다. 어느 날 항아리에 물이라는 독서량이 차서 찰랑찰랑해졌을 때 마지막 한 컵을 더 부으면 항아리는 물이 넘치게 되는데, 이때가 독서를 통해 쌓였던 지식이 배출되는 순간이다. 

  이때 배출되는 내용들은 마지막 물 한 컵의 독서가 아니라 그동안 쌓아왔던 독서량들이 대류현상을 통해 뒤섞여 밖으로 분출된다. 이 순간부터 독서의 인센티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경험한다면 독서의 참맛을 얻게 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굳이 독서를 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읽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얼마 전 시골의사 박경철은 트위터에서 이와 같은 경험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로 표현한 바 있다. 즉 선사들이 선방에서도 느끼는 것 같은 깨달음으로 화두를 들고 정신을 극한으로 이끌면 나타나는 일종의 부유감같은 체험을 말한다. 그는 독서를 하다가 머리끝부터 꼬리뼈까지 찌릿찌릿해지는 체험을 하는데, 독서체험의 최고경지가 이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는 내게 재미있는 통속소설 읽기를 시작하라고 권했다. 손에서 책을 떼지 않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그 때 주로 읽은 소설들은 <악마의 유혹>,<천사의 분노>,<게임의 여왕> <거울 속의 이방인> 등 미국에서 TV 미니 시리즈물로 유명한 시드니 쉘던의 소설들과 <붉은 10월>, <패트리어트 게임>, <붉은 폭풍> 등 첨단과학이나 전문기술이 작품의 소재가 되는 추리소설이라고 하는 테크노 스릴러의 대가 인 톰 클랜시의 소설들이었다. 그 후 무라카미 류,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자기계발서를 비롯해 경제경영서로 장르를 확대해 가면서 책을 읽게 되었다. 

  독서를 잘 하는 사람이 따로 없다. 차이가 있다면 책에 좀 더 몰두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독서에 몰두하기 위해서는 시간은 없지만 여지를 만들어서라도 읽겠다는 의지가 생길 만큼의 독서습관이 먼저 생겨야 한다. 이 정도가 되면 독서는 놀이가 된다. 공부를 위한 독서는 그 다음부터 가능해진다. 



 밥 먹여주는 경제경영(실용) 독서

  칩 히스와 댄 히스 형제가 쓴 베스트셀러인 <스틱!made to stick!>의 내용 중에 ’지식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지식의 저주란 자신이 말하려는 주제에 대해 듣는 사람들이 배경 지식이 없는 상황을 상상하지 못하는 상태, 다시 말해 말하는 사람이 ‘설마 이 정도의 지식 정도는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말하지만, 사실 듣는 사람들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제 아무리 열변을 토해도 고개만 끄덕거릴 뿐 머리에는 ‘쏙쏙’ 들어오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본격적으로 경제경영서를 읽기 시작한 이유는 바로 ‘지식의 저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내 관심사, 내가 맡은 일에 푹 파묻혀 고민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고 무엇보다 업무에 있어서 비전이나 핵심가치 같은 보다 거대한 생각들을 받아들이는 귀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내가 ‘경제경영서’를 즐겨 읽는 것을 보고 “독서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무슨 책을 그렇게 읽느냐?“고 묻곤 한다. 그럴 때면 예의 나는 대답 대신 한 때 일본 최고의 부자이자 소프트방크 회장인 손정의(손 마사요시)의 이야기를 해준다.

 손정의는 어떻게 보면 독서를 통해 성공한 사람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20대의 젊은 나이로 한창 사업에 열중하던 손정의는 1983년 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 후로 3년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좌절감에 빠질 법도 한데 그는 일하는 대신 병상에서 하루 종일 많은 책을 읽으며 책에서 창조적인 영감을 얻고자 노력했다. 3년 동안 읽은 책이 무려 4,000여 권에 달했다고 한다. 

  퇴원을 할 때 30대가 된 그는 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미국에서 소프트방크를 상장시키고 2천 수백억 엔의 시가총액의 회사로 만들었다. 자금을 확보한 그는 병원에서 읽은 책 4,000여 권이 준 영감과 그가 평소 늘 구상하던 아이디어를 합해 일생일대의 승부를 걸게 된다. 바로 앞으로는 인터넷 시대가 온다는 것이었다. 그는 800억 엔을 주고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전시회인 ‘컴덱스’를 사들였다. 또한 컴퓨터업계에서 세계 최대의 출판사인 지프 데이비스를 사들인다. 이때 들인 돈은 2,300억 엔이었다. 총 3,100억 엔. 세상 사람들은 쓸데없는 기업을 거액에 사들이며 빚쟁이가 되었다며 그를 미쳤다고 손가락질 했다.

  하지만 그는 “보물찾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도 아니고, 약도 아니고, 대포도 아니고, 바로 지도와 나침반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당시 그에게 지도와 나침반은 컴덱스와 지프데이비스였다.

손정의는 지프 데이비스의 직원들에게 21세기 세상을 이끌 사이트 5개를 찾아내라고 지시했다. 그 속에 발견된 보물이 바로 야후였다. 당시 야후의 미국 직원은 겨우 5-6명. 그는 이제 막 설립된 야후에 100억 엔을 투자하여 최대 주주가 되었다. 그리고 야후 재팬을 만들었다. 30대의 그에게 이러한 승부를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바로 책이었다.

  그는 지금도 인생의 중요한 포인트마다 시바 료타로司馬 遼太郎가 쓴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일대기 <료마가 간다>를 읽는다고 한다. 한편 사업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얻었다는 손자병법은 그가 가장 좋아하고 최고로 꼽는 책이다. 

IMF 시절, 나를 사업으로 이끈 한 권의 책

  나 역시 책 덕분에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하던 해에 IMF를 맞아 취업과 동시에 퇴사 각서를 쓰고 나와 백수생활을 하던 어느 날 무엇을 하고 먹고 살아야 할까 고민하며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일본 맥도날드 전 회장인 후지타 덴藤田田이 쓴 <비즈니스에는 급소가 있다>책을 만났다.

  후지타 덴은 일본 맥도널드의 전 회장으로서 ‘긴자의 유태인’이라 불릴 만큼 수완이 좋은 사람이다. 그는 맥도널드를 패스트푸드의 대표주자로 생각하고 일본에 패스트푸드 혁명을 일으킨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맥도널드를 선택해서 일본에 들여옴에 있어 ‘전 세계에 같은 맛을 낼 수 있는 표준화된 시스템과 신속함’을 맥도널드만의 아이덴티티로 꼽았다. 그러면서 ‘성공하는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시절 유망사업으로 떠오르던 CVS(편의점 사업)에 관심이 있던 나는 이 글을 읽고 거짓말처럼 앞으로 내가 할 사업꺼리를 찾아내게 되었다. 바로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인 아이템을 가지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 후 나는 두 달여 동안 KFC의 컨넬 샌더스, 맥도널드의 레이 크록, 월마트의 샘 월튼 등 글로벌 프렌차이즈 기업과 창업자들의 책을 읽으며 프랜차이즈의 이론과 성공사례들을 공부했다. 국내에 프랜차이즈가 막 태동한 때라 관련서가 많지는 않았지만, 40여 권 정도를 탐독했던 것 같다.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찾아간 곳은 내가 졸업한 대학교의 후문에 있는 닭갈비집이었다. 독특한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한 그곳 사장님을 찾아가 프렌차이즈 사업을 동업할 것을 권유했다. 사장은 이미 분점을 3개나 운영하고 있던 터라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후 1년 동안 서울 경기지역에 체인점을 68개를 내면서 꽤 유명한 닭갈비 체인점으로 성장했다. 

  업무를 보다가 장애물이 나타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우선 책을 찾아 그곳에서 답을 찾고자 노력했다. 신기하게도 시간이 조금 걸릴 뿐 목적의식을 갖고 들여다보면 내가 찾고자 했던 답을 찾곤 했다. 최소한 책에서 배운 내용을 모티브로 스스로 답을 만드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 사업을 위한 홍보, 마케팅, 계약, 협상, 설득, 매뉴얼, 고객응대요령 등 거의 모든 것을 책에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학은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하고, 인문은 보다 더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데 일조한다면, 경제경영서는 사람과 세상을 정신적, 경제적으로 보다 더 풍요롭게 한다.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면 반토막이 날 수 있지만, 내 자신의 재능에 투자한다면 결코 손해보지 않는다. 경제경영서의 독서는 스노볼Snowball과 같다. 즉 경제경영서를 통해 현재의 울퉁불퉁하고 빈약해 보이는 작은 언덕 위에서 멋진 슬로프를 발견해내고, 잘 뭉쳐지는 좋은 눈을 기다려 작은 눈뭉치를 굴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100권을 읽고(input), 정리해 새로운 한 권을 만든다(output)고 한다. 습득에 의한 재창조인 셈인데, 나는 이러한 재창조의 순간부터 전문가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골의사 박경철은 하나의 투자상품을 배우기 위해 교과서격인 책만 30권을 읽는다고 한다. 그가 방송과 강연에서 투자를 논함에 막힘이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전문가나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다면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관련서 100권을 읽어보자. 책마다 내용이 겹쳐진다면 그만큼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인 만큼 숙지할 필요가 있다. 그 외에 한 권에서 배워야 할 내용들을 1-5 개씩 찾아내자. 100권이면 100-500 개가 된다. 이를 합하면 나만의 비법을 담은 책 한 권 분량이 될 것이다. 모두 익힌다면 나만의 산지식이 되는 셈이다.

  독서는 아는 만큼 보이듯, 읽는 만큼 사람답게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니 달랑 세 권을 읽고 책을 읽고 내 삶에 변화가 없다고 불평하지 말자. 몇 권을 읽었는지 아련할 만큼 독서하기를 습관으로 만든다면 책을 읽지 않았던 그 때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생각을 하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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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빅 씽 The Little Big Things - 사소함이 만드는 위대한 성공 법칙
톰 피터스 지음, 최은수.황미리 옮김 / 더난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틀 빅 씽 - 사소해서 더 중요한 성공의 법칙 

 

  경영학 구루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초우량기업의 조건>의 저자로 잘 알려진 톰 피터스는 2004년 어느날 자신의 홈페이지(tompeters.com)에 블로그를 만들어 ‘사소한 것이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100가지 성공법칙’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리틀 빅 씽(The Little BIG Things>(더난출판)은 지금까지 ‘톰 피터스’로 살아오면서 만나온 사람들, 읽은 책들로부터 보고 듣고 겪은 모든 것과 함께 자신의 경험과 삶의 철학을 더해 생각나는 대로 적은 것이다.  

 피터스는 순간마다 떠오른 경영적 조언이나 의견, 제안, 실행에 관한 아이디어 등 ‘성공에 대한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이 책에 담았다고 했다.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경영철학에 대한 단상을 책으로 펴냈으니 이 책은 피터스의 자기계발서이고, 블룩(Blook·blog book)이자 수상록(隨想錄)인 셈이다.

 

 

 





 

 

  ‘리틀 빅 씽’이라는 제목에서 말하듯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은 중요한 법칙’에는 중요한 두 가지 철학이 있다. 바로 ‘진심으로 감사하라’는 것과 ‘귀를 기울여 들어라’, 즉 경청하라는 것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의 표현은 인격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해주고, 경청은 다른 사람이 전하는 지혜를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피터스는 독자들이 진정으로 성공을 원한다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화의 속도에 뒤질세라 허둥지둥할 것이 아니라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가치를 먼저 찾아내고 그것을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소중한 가치는 바로 ‘진심으로 감사하라, 경청하라, 정리정돈을 잘하라’ 등과 같은 많은 기업인이나 개인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상식적이고 사소한 것들이라고 말한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기회, 자아, 인격, 성과, 이니셔티브, 리더십, 네트워킹, 인재, 열정, 혁신 등 개인과 기업을 이끌어갈 현대 경영의 핵심 키워드 28개의 소주제를 중심으로 163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본문에서 언급되는 메시지들은 우리가 너무나 많이 들어서 익히 잘 알고 있는 키워드들이다. 하지만 ‘안다’고 생각하는 데 맹점이 있다. 저자는 우리가 핵심 키워드들을 알고만 있을 뿐 참뜻은 모르고 있고, 또한 실천에 옮기지 못해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이를 깨닫지 못하고 산다면 주어진 일을 그냥 잘하는 평범한 수준이 되지만, 깨닫고 실행한다면 ‘최고의 수준’에 오르는 ‘엑설런스(excellence)’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읽기 편하다는 점이다. 시간당 10만달러의 강연료를 받으며 명쾌한 화술과 탁월한 경영지식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명강사이기도 한 저자의 실력이 책 속에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전하는 메시지는 쉽고, 편한 대화체와 그에 적용되는 재미있는 사례들은 손에서 책을 떼어놓지 못하게 한다. 책 속에서 <세계는 평평하다> <블랙 스완> <넛지> <스웨이> 등 수십권의 명저들에 대한 피터스의 해석을 엿볼 수 있고 수많은 경제학자의 경영이론과 경영인에 대한 코멘트와 평가를 만나게 된다.

 

  짧지만 주옥 같은 경영 구루의 메시지들을 한 번에 읽고 소화하기에는 너무 벅차고 또한 아깝다. 이 책을 만끽하는 좋은 방법은 하루에 한 편씩 읽고 배운 것을 실행하는 것이다. 대학 강의로 치자면 피터스에게 매일 듣는 한 학기짜리 특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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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제너레이션 - 향후 20년간 기업과 사회를 지배할 새로운 인류에 대한 분석
린 C. 랭카스터 & 데이비스 스틸먼 지음, 양유신 옮김 / 더숲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밀레니얼 세대, 코칭의 리더십이 답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몰려온다 

  “팀장님, 직장생활 정말 더러워서 못해먹겠어요. 신참내기일 때는 선배들 비위 맞추고 시중드느라 죽을 만큼 힘이 들더니, 바라고 바라던 후배가 와서는 얘가 또 ‘상전’이에요. 제가 조금 가르쳐준답시고 조언 몇 마디 했더니 말끝 마다 ‘저도 알거든요?’라고 말대꾸하네요, 그것참. 선배들은 버릇없다며 ‘쟤 교육 좀 제대로 시켜라’ 눈치 주죠, 후배는 ‘선배님, 그게 아니라요...’라면서 은근히 들이받죠, 진짜 힘들어서 회사생활 못하겠어요. 나 때에는 그러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얘네들 근무태도가 어떤 줄 아세요? 회사생활을 하는지, 노는지 모르겠어요.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면서 주식시황 살피죠, 휴대폰으로 릴레이로 문자메시지 전송하죠. 어떤 날은 회사에서 컴퓨터로 TV 드라마를 보길래 한 소리 하려고 달려갔더니 오는 소릴 들었는지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모니터 가득히 업무용 엑셀 스프레드 시트를 좌악 뿌려놨더라구요. 증거가 없으니 그러니 뭐라 할 수가 있어야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후배가 저보다 똑똑하고 영리한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언제부턴가 후배 놈이 저한테 뭘 물으면 대답하기가 겁나요. 매 번 내가 대답하기 어려운 것만 물어보거든요. 잘못 아는 체 했다가 망신살 뻗칠까봐 제대로 대답도 못하겠고 ‘넌, 하라는 일은 안하고 매일 이상한 것만 묻냐?’고 윽박지르면서 대충 넘어가곤 하죠. 같이 일하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같이 일하지 않을 수도 없어요. 선배님, 이럴 때 정말 어떻게 해야 해요?”

  이제 막 30대 중반에 들어선 김대리의 푸념이 남의 말 같지 않다. 나 역시 20대의 젊은이들과 같이 근무하면서 하루에도 열 두 번씩 혀를 차는 ‘노땅’이기 때문이다. 정말 요즘 ‘아이들’은 우리와는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한마디로 무서울 정도다. 

  지난 10여 년 동안 기업체들은 X세대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느라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데 그들을 완벽히 읽어내기도 전에 갑자기 전혀 새로운 세대,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들이 몰려온다며 그들을 읽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X세대들에게 해 왔던 모든 방식’은 또 다시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밀레니얼 제너레이션』공저자 린 C. 랭카스터와 데이비드 스틸먼은 1990년대 후반 아르바이트 전선에 등장하기 시작한 1982년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선발 주자들에게 주목했다. 경제생활을 막 시작한 그들이 향후 20 년 동안 기업과 사회 전반을 지배할 새로운 인류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란 7,600만 명에 이르는 밀레니얼 세대는 오늘날 직장인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강력한 집단으로 Y세대, 구글 세대, 에코부머Echo Boomer, 테크 세대라고도 불린다. 

 



 

 밀레니얼 세대 핵심 키워드 

  저자들은 밀레니얼 세대를 규명하기 위해 이들을 만들어내는 기반이자 직장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7가지 핵심 동향(M-Factor라고 부른다)를 꼽았다. 부모, 권능감, 의미, 높은 기대치, 빠른 속도, 소셜 네트워킹, 협력의 7가지 핵심 동향은 밀레니얼 세대를 가장 잘 설명하는 키워드인 셈이다.

  부모에게 자식(밀레니얼 세대)은 그 어느 세대 때보다 절대로 떼어낼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그래서 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후에도 그들을 돌본다. 부모가 단순히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것만 아니라 자식의 모든 일을 함께 해 나간다. 한편 칭찬만 받으며 자라온 신세대(권능감)이기에 취업을 해서도 자신이 매력적인 상품이며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능력을 갖춘 반면, 특전이나 진급 등 곤란한 요구 사항도 많고, 요구를 받아주지 않으면 쉬이 실망하기도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가치 있는 일(의미)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어하고,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빠르게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세대이다.

  한편 그들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라도 생각이 같다면 인생을 함께 하는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소셜 네트워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협력을 기반으로 솔직한 대화로서 기꺼이 의사결정을 이뤄낼 수 있는 사람들이 밀레니얼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에 비교할 만한 개념으로 돈 탭스콧Don Tapscott의 ‘넷 세대’를 들 수 있다. 2000년 대 말 IT혁명기에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이란 책을 써서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던 바 있는돈 탭스콧은 지난 해 『디지털 네이티브』에서 N세대에 이어 ‘넷 세대’를 명명했다.

  그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첫째, 그들은 자유와 선택의 자유를 중시한다. 둘째, 물건을 자신의 개성에 맞고 고쳐서 쓰는 걸 원한다. 셋째, 천부적으로 협업에 뛰어나다. 넷째, 강의가 아니라 대화를 즐긴다. 다섯째, 여러분(기성세대)과 여러분 조직을 철저히 조사한다. 여섯째, 성실성을 중시한다. 일곱째, 학교와 직장에서도 즐겁게 생활하기를 바란다. 여덟째, 그들에게 속도(스피드)는 일상적인 것이다. 혁신도 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신세대편향’으로 많이 치우쳐서 기술된 책이다. 저자는 ‘기성세대가 신세대에 대해 걱정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몰라서 두려운 것’이라면서 넷 세대를 제대로 읽는 기업(사회, 정부)이 미래를 동참할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성세대들의 관념으로 이해할 수 없는 오늘날의 현실 역시 ‘디지털 환경’이 만들어 낸 일종의 ‘사회적 진화’라고 봐야 한다면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옛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라‘ 식으로 책 전반에 걸쳐 넷 세대를 닮고 배우지 않으면 언젠가 도태되고 말 것이라며 은근히 협박했었다.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는 리더의 코칭 리더십 

  한편 <밀레니얼 제너레이션>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는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가끔은 찬란한 재능을 발휘하지만 결국 그들도 다른 세대와 똑같은 능력과 똑같은 문제를 지닌 사람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어떠한 세대라도 혼자서는 큰일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신세대에 놀라고 두려워하기 보다는 시야를 좁혀 직장이라는 조직에 고정시킨 후 밀레니얼 세대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그들을 구성하는 7 가지 M팩터를 정의함으로써 단지 그들의 생각과 행동방식을 파악하는 데 국한되지 않고 세대간 충돌로 인한 갈등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신세대들과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방법과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법을 모색하고자 노력했다. 

  기성세대들이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우선 비록 그들이 불안하고 서툴러서 못마땅하지만 그들의 습득능력은 그 어떤 세대보다도 빠르고, 직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를 갖고 있을 수도 있는 있다며 어린 사람들에게 배우고 그들이 나에게서 배워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을 덮으면서 저자들은 구세대의 독자들에게 한 가지 숙제를 남긴다.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필요한 상사의 리더십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보스Boss는 가라고 말하지만, 리더Leader는 가자고 말한다”고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말했다. 그렇다. 예전의 상사가 보스였다면, 밀레니엄 세대와 함께 생활해야 하는 요즘의 상사는 리더여야 한다. 그리고 여러 세대들이 파트너가 되어 서로 협력하며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명령이 아닌 코칭이 필요하다. 

  코칭은 부하는 ‘아이’가 아니라 오히려 직장이나 업무시스템에 미숙한 유능한 인재라는 점, 그리고 가장 소비자를 닮은 직원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선배는 후배들을 가르치고,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가 되어 후배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묻고 대화함으로써 선배나 후배가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결과를 내도록 하는 대화의 기술이다. 코칭을 위한 전제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과 절묘하게 부합된다.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고 쉬운 사례와 곳곳에 정리해 놓은 ‘밀레니얼 세대의 목소리‘ 등은 신세대에 대한 이해를 돕고 활용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를테면 신세대를 이해하고 싶은 상사들에게는 직장에서 후배들로부터 멋진 선배가 될 수 있는 ’코칭Coaching의 기술’을 알려주기도 하고, 신제품과 서비스의 개발해야 하는 독자에게는 신소비자 시장을 위한 제품 구상과 마케팅의 방법론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자녀를 가진 독자라면 일독을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바로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알고자 했던 밀레니얼 세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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