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스타일 - 우리 시대 모든 프로페셔널의 롤모델
진희정 지음 / 토네이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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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두려움을 모르는 국민 대변자, 손석희가 좋은 방송인인 이유

 

  1950년 상원의원 조 매카시는 미국 국무성 내에 공산주의자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1954년까지 하원 반미활동조사위원회를 이끌며 숱한 정치가와 예술가, 시민들을 공산주의자로 고발했고 ‘매카시즘’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공산주의자로 몰릴까 두려웠던 사람들은 침묵했고 매카시즘으로부터 달아나려 애썼다. 그 무렵 침묵을 그치고 진실을 보도했던 언론인 에드워드 R. 머로는 “역사를 부정할 수는 있겠지만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면서 공포의 시대에 제동을 걸기로 결심한다. 


<굿 나잇 앤 굿 럭>은 에드워드 R. 머로를 통해 공포를 무기삼아 권력을 유지하는 이들이 지배했던 시대에 언론은 무엇을 했어야만 하는지를 물은 영화다. 무엇보다 불편한 진실을 피하려고만 하는 인간들에게 던져주는 사회적 의미가 컸다. 에드워드 R. 머로는 언론의 진정한 힘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고,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매일 아침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마주할 때면 이 영화 <굿 나잇 앤 굿 럭>가 생각난다. 주간 가장 이슈가 되는 화제의 인물들과 벌이는 인터뷰의 팽팽한 긴장감은 이른 아침의 잠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촌철살인의 질문들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의 코멘트는 개운한 하루에 청량감을 더한다. 손석희에게 인터뷰이들은 사건과 이슈의 당사자일 뿐이다. ‘국민이 듣고 싶은 답을 얻기 위해 질문을 한다’는 그에게 두려움이 있을 리 없다. 그는 거침없이 묻는 사람이다. 그리고 국민을 대신해 질문에 답을 얻어내는 사람이다. 매력적인 대변자인 손석희를 말하는 <손석희 스타일>을 읽었다.


 <손석희 스타일>은 방송작가와 기자 출신의 작가가 유명하면서도 정작 잘 알려지지 않은 아나운서 손석희의 이모저모를 끌어모았다. <100분 토론>과 <시선집중>의 방송내용과 언론매체들과의 인터뷰 등을 참고로 손석희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스타일(저자는 ‘아우라’라고 표현했다)을 설명했다. 나아가 지금의 손석희를 있게 한 여러 가지 스타일을 동서공금의 세계적인 리더들의 스타일과 비교해 그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요소들을 찾아내고자 했다. 

  세상 사람들이 관심이 있어 하는 인물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매력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시작부터 손석희에 대해 ‘찬사’를 마음껏 던질 준비를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객관적으로 있는 사실을 충분히 끌어모아 담담하게 써내려갔다면 더 좋았을 뻔 했다. 마치 세 계단 위에 있는 손석희를 올려다 보며 읽는 듯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정작 자신은 있는 사실에 대해서만 인터뷰를 하는 인물인데, 자신의 스토리가 사실보다 과장되거나 ‘미화’되었다면 어떨까? 지나친 묘사와 분석은 그를 이해하는데 오히려 불편함을 더했다.

  책의 주인공인 손석희 본인 역시 이 책이 써진 것에 대해 그리 반가워하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낱 가십거리로 남을 법한 그에 대한 에피소드 조각들을 한데 모아 ‘인간 손석희’를 잘 묘사하고 분석했다. 그에 대한 궁금증과 의문들을 이 책을 통해 많이 해소했다. 객관적 관점을 놓치지 않고 읽는다면 그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 독자가 일독을 하기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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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5년 - 성공한 사람들이 발견한 도약의 키워드
문준호 지음 / 아라크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매일 세상에서 배우고 준비하라. 기회는 5년 마다 찾아온다!

 

  책을 읽을 때마다 종종 ‘사람이 책이다’란 생각이 든다.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당신을 말해 준다 The book what you read is what you are'와 같은 책에 대한 좋은 표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본질로써의 책, 다시 말해 사람이 만들어 내는 책이라는 소산물 자체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자신의 책 ‘국부론’에서 인간의 이기심은 삶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나아가 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을 만들어낸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저녁 식탁에서 빵 한 조각을 먹기 위해서는 밀을 추수하는 농부, 빵 제조업자, 유통업자, 상점주인 등 수 많은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식탁에 빵이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이타심과 배려 때문이 아니며 또한 누구도 이와 같은 일을 억지로 시킨 적이 없다. 단지 자기 이익에 대한 관심 하나가 농부의 손에서 식탁 위로 빵을 움직인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 정의한다. ”

 

  또한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인 리처드 도킨스는 1976년 출간된 그의 명저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의 이타적 행동조차 이기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충격적 주장을 펼쳤다. 즉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 무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 같은 동물들의 이타적 행동 등 개체의 모든 행동은 자신을 복제하려는 유전자의 이기적 목적의 결과이며, 인간은 유전자의 지시를 수행하는 '생존기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이 그 존재부터가 ‘이기적 유전자’로 비롯된 동물이라고 하지만 ‘책을 쓰는 일’에서 만큼은 예외가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베스트셀러가 되어 저자에게 어마어마한 부와 명성을 안겨주는 책들도 있고, 책 출간을 자신의 행보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저자가 자신이 경험한 바를 글로 써서 타인에게 알리고자 하는 욕구(욕망) 자체를 ‘이기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책은 근본적으로 타인 그리고 후세를 위해 태어난 물질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책에 대한 이런 느낌을 자주 느끼는 때가 바로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다. 그 이유는 자기계발서의 존재와 저자에 있다. 성공과 처세, 자기능력, 비즈니스능력, 인간관계, 화술과 협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저자가 되어 ‘자신의 성공’을 글로 밝혀 후세들이 겪을 시행착오를 줄여주고자 하는 만들어진 것이 ‘자기계발서’이다. 또한 이 분야의 저자들 대부분은 자신이 계발한 능력으로 나름의 부와 명예를 얻어 성공을 이룩했기 때문에 굳이 ‘책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과연 빌 게이츠, 리처드 브랜슨, 이나모리 가즈오가 명성과 인세(물론 그가 쓴 책이라면 어마어마한 인세겠지만)를 얻기 위해 <생각의 속도>,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카르마 경영>등을 썼겠는가?

 

 



 

 

  일류대학을 나오지 못한 청년이 LG같은 대기업에 들어갔다면, 이는 나름의 성공일 것이다. 하지만 청년은 대기업 사원이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도약시키기 위해 새로운 계기를 만들기 위해 부서를 옮기고, 회사를 옮겼다. 이러한 몇 번의 큰 변화는 청년에게 인생을 바꾸는 삶의 도약이 되었고, 현재 그는 직원 수 190명의 벤처기업 CEO가 되었다.

  아이파트너즈의 CEO인 문준호는 그의 책 <마법의 5년>에서 자신이 성공하게 된 사연을 진솔하게 밝히면서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고 싶다면 5년을 단위로 재도약하라고 말한다. 또한 도약에 앞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할 때 그것이 이루어지고, 비로소 진정한 성공을 이루게 된다고 말했다.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고 발견하는 시간은 바로 ‘자기 인생의 전략 회의’를 여는 시간이라고 했다.

 

 ““운영회의와 전략 회의를 구분하여 사용하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 CEO들에게 권하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회의할 때 일상적인 운영의 틀과 관점에서 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전략적인 부분을 소홀하게 넘기기 쉽다. 그래서 별도로 전략만을 생각하는 회의 시간을 따로 확보하라는 것이다.

나는 주기적으로 A4 용지에 이런 나르시스적인 마음으로 자신의 강점들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갖고 자기 인생의 ‘전략 회의’라고 여기고 있다. 가급적 현재의 자신과 일상의 한계를 떠나 새로운 관점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전략은 깊은 통찰과 새로운 인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강점에 대해 재점검하고 현재의 목표나 방향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는 것은 나르시스가 선물한 최고의 셀프 서비스이다.“ 본문 80 쪽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마법의 5년>에서 5년은 무엇인가? 도대체 무슨 근거에서 나온 말일까? 운명을 바꿀만한 혁명과도 같은 변화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또한 마음만 먹는다고 해서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현재의 평범한 직장인을 전문가나 스페셜리스트로 변신하게 하는 의미 있는 기간을 5년 정도로 두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목숨을 걸고 죽을힘을 다해 도전해야 진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은 꼭 애쓰는 순으로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힘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재 때 발휘해야 눈앞에 허들로 서 있는 자신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무조건 죽을 힘을 다하려 하지 말고 먼저 5년 단위로 도약하는 법칙을 몸에 익히는 연습이 필요하다.” 본문 5쪽  

 

  저자가 제시하는 도약을 위한 5년의 준비에 필요한 네 개의 법칙은 꿈의 시각화 법칙(목표 설정), 이겨놓고 승부하는 법칙(전략적 사고), 절실함의 법칙(실행), 퍼스트 펭귄의 법칙(셀프 리더십&자기관리)이다. 즉, 구체적인 꿈과 계획을 수립하고,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 시킴과 동시에 매 순간 고도의 몰입과 열린 마음으로 도전하다 보면 재도약의 기회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문준호의 ‘마법의 5년’은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 말한 ‘1만 시간의 법칙’의 구체적인 행동강령을 보여준다. 또한 직장인이 진정한 프로페셔널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구본형의 필살기>의 전형적인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구본형이 말하는 필살기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죽여주는 기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평생 즐겁게 하면서 그 분야 최고 전문가로의 성공까지 거머쥘 비법을 말한다)

  이 책이 말하는 5년 동안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법칙은 다소 거창할 것도 같지만,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특별한 비기秘技를 따로 배운 것도 아니고, 새로이 개발해 낸 것도 아니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또한 책을 읽다보면 술술 쉽게 읽히고 저자의 생각에 자주 공감하게 되는데, 이는 저자의 일상과 생각이 독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의 성공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성공을 위한 ‘배움의 타이밍’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매 순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책의 내용에 서술되어 있는 뉴스와 사건, 그리고 CEO에서 영화배우, 개그맨에 이르는 다양한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에게서 찾아낸 ‘배울 점’들을 밝혔다. ‘세 사람이 걸어가면 그 중 내 스승이 있다’는 공자의 말씀이 생각났다.

 

  독자로서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함은 직장인으로서 자기능력을 계발하는 구체적인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작지만 연속적인 하루하루의 배움과 깨달음은 성공의 순간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제공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CEO가 된 그의 ‘마법의 5년’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는 회사에 따로 북카페를 두어 매월 추천도서를 선정해 직원들과 함께 책을 읽는 다독가이면서, 시간이 허락하면 저자의 강연회 등을 찾아다니는 그는 아직 배움이 고픈 학생(?)이다.

 

PS: 그를 직접 보고 싶다면 트위터(http://twtkr.com/MoonJoonHo)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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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은 무지無知에서 미지未知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판도라 상자다!

 

  내게 리뷰, 즉 ‘읽은 책에 대해 말하기’는 책 읽은 자랑이 아니라 일종의 소의 되새김질과 같다. 스스로에게는 무엇을 읽었던가 재확인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요, 대외적으로는 읽은 책에 대해 5분가량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준다(하지만 한 달 후엔 이 역시 가물가물해진다. 유효기간이 꽤 짧아 걱정이다). 리뷰쓰기를 작정한 처음에는 쓰고 싶은 말은 머릿속에만 맴돌고 글로는 나오질 않아, 책 속의 ‘인상적인 구절’만 죄다 옮겨 적기도 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머리를 끄덕이며 공감을 하며 책을 읽었건만 그 소감은 단 한 줄을 쓰기가 왜 그렇게 어려웠던지...그러던 것이 신기하게도 나중에는 뭔가 긁적이고 싶어 책을 읽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리뷰쓰기가 재미있었다. 바로 독서는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 대화하는 것’이란 물리物理를 조금씩 알아가는 때였던 것 같다.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추수밭)의 저자 마쓰오카 세이고松岡正剛는 이를 두고 저자와 독자가 만나 작용하는 일종의 ‘협업’이라 불렀다. 60,000 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천일 동안 천권의 책을 읽고 리뷰쓰기 프로젝트(센야센사쓰千夜千冊)를 완성한 ‘괴물’같은 사내의 말이 내 생각과 같아 반갑고 기뻤다. 그가 보는 독서의 정의는 다양했다. 



 

  독서는 누군가가 쓴 문장을 읽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이나 의식을

‘제로’에 두고 책을 읽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독서란 누구나가 체험하고 있는 것처럼 읽고 있는 도중에도

여러 가지 것들을 느끼거나 생각하게 되는 행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초조해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기도 합니다.

  이 말에 담긴 속뜻은, 독서는 저저가 쓴 것을 이해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저자와 독자가 만나 작용하는 일종의 협업이라는 것입니다.

편집 공학 용어로 말하자면

독서는 ‘자기편집’인 동시에 ‘상호편집’입니다. p112  



   마쓰오카 세이고는 다독가 혹은 ‘독서의 신’이라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와는 차이가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저작著作 즉 아웃풋out-put을 위해 책을 읽는다(in-put)면, 저자는 말 그대로 책읽기를 즐기는 오리지널 다독가였다.

  사람들은 내가 책을 즐겨 읽는다고 하면 거의 똑같이 묻는 질문은 ‘지금까지 몇 권을 읽었는가? 한 권을 몇 시간에 읽는가? 집에 책을 얼마나 많이 소장하고 있는가?’ 등이다. 다시 말해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독서행위’를 대단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난 생각이 다르다. 독서행위는 대단한 일이 결코 아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궁금한 것이 있는 사람’일 뿐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궁금한 것이 없을 만큼 이미 많이 아는 사람’이거나 ‘많이 아는 체 하는 사람’이란 말도 된다. ‘궁금증을 풀 것인가 말 것인가?’ 책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이 다르다면 바로 이 작은 차이 하나 뿐일 것이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알고 싶기 때문이고, 궁금한 것이 조금 많아서다. 결론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은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부족함은 커진다. 그래서 ‘배울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한 것 같다. 마쓰오카 세이고 역시 독서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단지 책은 무지無知에서 미지未知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도구(저자는 이를 두고 미지의 판도라 상자라 말했다)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세상’을 ‘아직은 모르는 세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책이라면, 책을 한 권 읽을 때 마다 ‘새로운 세상’을 하나씩 열어가는 것이 아니던가? 책과 독서를 이처럼 잘 표현한 것이 또 무엇일까? 그는 다독술 또한 옷을 자주 갈아입는 정도일 뿐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형식의 구성과 풀어서 대답한 내용은 가독성을 돕는다. 저자는 진정한 독서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즐기는 것이라는 점을 전반에 걸쳐 말하고 있다. 저자의 독서법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차례 독서3분’ 즉, 독서에 앞서 꼭 차례를 읽으라는 것이다.

  “차례독서는 방금 사 온 책을 읽기 시작할 때나 방치해 두었던 책을 읽을 때나 반드시 필요한 ‘전희’입니다. 제가 절대로 권하는 전희입니다. 즉, 이 3분 동안의 ‘차례 독서’가 자신과 책 사이에 부드러운 ‘감촉 구조물’ 같은 것을 쌓아 올립니다. 혹은, 부드러운 ‘지식의 지도’라고 부를 만한 것이, 비록 약간이긴 하지만, 생겨나는 것이지요. 이런 것을 먼저 떠올려 놓고 비로소 읽어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것만으로도 독서가 즐거워집니다.” 본문 102 쪽

  저자의 생각 중에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책은 텍스트가 들어 있는 노트’라고 본 점이다. 더불어 마쓰오카 세이고는 독서의 방법론으로 표시 독서법을 역설했다. 쉽게 말해 이해하는 만큼 줄을 긋고, 표시하고, 낙서를 하며 노트를 필기하듯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그럼 왜 표시하면서 읽는 게 좋을까요? 여기에는 대단히 유효한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책 읽는 데에 철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집중하기 쉽습니다. 또 하나는 다시 읽을 때 그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다는 점입니다...왜냐하면 이 방법은 ‘책을 일종의 노트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게다가 이때의 노트나 파워포인트는 새하얀 상태가 아니라 이미 저자가 글을 써 놓은 노트나 화면입니다. 그것을 읽으면서 재편집하거나 리디자인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표시하면서 읽는 법’의 유쾌한 점입니다. 즉, 책을 노트로 보는 겁니다. 책은, 이미 텍스트가 들어 있는 노트입니다.“ 본문 117-119 정리

  책을 깨끗이 읽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수만큼 많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모시듯’ 읽고 있다면 마쓰오카 세이고의 말에 귀를 기울여봐야 할 것이다. 책은 교과서도 아니고 참고서도 아니다. 나중에 시험을 보기 위해 통째로 외워야 할 대상도 아니며, 책의 맨 뒷장에 값 000원까지 읽어야 할 대상도 아니다. 책은 공부의 대상이 아니라 퀴즈의 답을 알 듯, 스도쿠를 풀 듯, 드라마와 영화를 글로 읽는 듯 즐겨야 할 대상이다. 독서의 신이라 불리는 저자는 책을 예찬하지도 경외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대하며 읽어야 하고, 이를 어떻게 소화하는가 하고 비중을 책이 아닌 독자讀者에 두고 있었다. 약 1400여 일 동안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책벌레’ 아니 ‘책괴물’에게서 내가 배워야 할 점은 다독술도 그만의 편집공학이 아닌 ‘책을 대하는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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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4-2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제목 붙이기의 귀재십니다.ㅋㅋ. 리뷰쓰기의 자세를 짚어주셔서...느끼는 바가 크네요.
 
구본형의 필살기
구본형 지음 / 다산라이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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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식 대한민국 직장인, 아웃라이어 되는 법을 제시한 책!

 

  내 친구 중에는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한 명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유명한 의약품 회사에서 영업부 과장을 했었던 그는 돌연 회사를 관두고 고향인 충주호 근처로 귀향을 하더니 어부가 되었다. 낚시를 워낙 좋아해 주말이면 물때를 찾아 전국 저수지를 헤매던 친구인지라 그가 어부가 되었다는 말에 이제야 제 일을 찾았구나 싶어 내심 반가웠다. 친구는 제약회사에 있는 동안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비위를 맞추며 의약품을 소개하고 파는 일이 제 체질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푸념을 놓곤 했었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않고 평생 낚시만 하고 살면 소원이 없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친구가 어부가 되었으니 더 바랄 것이 무엇이겠는가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해 충주를 내려가 어부 일을 하는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일에 대해 불만이었다. 아니 아예 진절머리를 내고 있었다. 너무 예상 밖이라 그가 왜 그렇게 불만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하루 동안 자세히 그의 일상을 유심히 관찰했고, 저녁이 채 되기도 전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물고기 잡는 소질이 좋은 친구는 다른 사람보다 두 배 정도 더 많은 물고기를 잡았다. 하지만 그의 즐거움은 여기까지였다. 그는 여전히 잡은 고기들을 팔러 다녀야했다. 생물인 물고기를 파는 일이라 의약품을 팔 때 보다 두 세배는 더 뛰어다니며 영업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일본 소프트방크의 부회장이자 한학자인 기타오 요시타카는 일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것이 바로 평생 지속할 수 있는 일을 갖는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은 일이 없는 사람이다.” 고 말했다. 일은 생존의 수단, 즉 밥이다. 사는 동안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기왕 일할 바에는 ‘내가 정말 미치도록 좋아하는 일’ 즉 나만의 천직을 찾아 일한다면 정말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나의 천직’이라고 느끼며 일하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 있을까 말까다.

  나의 천직이 아닌 것 같아 혼신을 다해 일하지 않게 되고, 덩달아 일하는 재미도 생겨나질 않는다. 그렇다고 나의 천직을 찾는다고 하던 일을 갑자기 멈추고 새로이 찾을 수는 없다. 목구멍이 포도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지금의 일을 어쩔 수 없이 ‘지겨운 밥벌이’로 남겨둔 채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구본형의 필살기>(다산라이프)는 이러한 직장인의 딜레마를 타개하기 위해 나온 책이다.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헤드헌터조차 찾아주지 못하는 ‘나만의 천직’을 스스로 발견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자 만들어졌다.  

 


  평범한 직장인들, 그들은 인생의 1/4은 교육받는 데 이미 썼다. 그리고 지금 또 다른 인생의 1/4은 조직인간으로 낙타의 삶을 사는 데 쓰고 있다. 그리고 인생의 중반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조만간 회사를 나와 인생의 또 다른 1/4을 불러주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보내기 십상이다. 겨우 남아 있는 마지막 인생의 1/4은 체념하고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어두운 노년으로 보내게 되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본문 12 쪽

 

  십여 년 전 IMF사태를 맞아 좌절한 직장인들에게 구본형의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지금까지 무엇을 이루었는가 등 ‘변화’에 대한 답을 독자가 스스로 발견하도록 도와주며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 당시 구본형이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생존을 위해 제시한 화두가 “변해야 산다” 였다면, 이번에는 후반부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탁월한 프로로 진화하라”고 제시하고 있다. 그를 위한 방법은 바로 ‘나만의 필살기’를 찾아내는 것이다. 필살기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죽여주는 기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평생 즐겁게 하면서 그 분야 최고 전문가로의 성공까지 거머쥘 비법이다.

 

 



 

 

  이번 책은 필체나 성격 면에서 구본형의 전작들과는 약간 다르다. 지금까지 나온 그의 전형적인 작품성격은 “변해야 산다”는 이 시대의 극단적 강요를 ‘변화할 수 있다’는 설렘으로 바꾸어놓는 특유의 인문학적 화법일 것이다. 다시 말해 신화를 비롯한 동서고금의 인문학적 사례들이 버무려진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권유하듯 종용하는 특유의 필력에 변화를 위해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벅차오름을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이번 책은 알아서 새겨들어야 할 인문학적 사례들을 걷어내고 독자의 곁에 한발 더 다가와 ‘변화’를 위해 내가 행동해야 할 바를 구체적으로 한 대목씩 짚어주고 있다. 한마디로 전작까지 구본형의 책이 ‘학교 선생님’이었다면, 이 책은 ‘유명학원 강사’로부터 족집게 과외를 받는 기분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독자는 아래 질문에 대해 ‘아니오’로 답을 한 사람으로 보았다. 바로 필살기를 배워야 하는 사람들이다. /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는가?

지금 하는 일에 자신의 능력 전부를 쓰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지도 전력을 다하지도 못하기에 일에서 만족도 탁월함도 얻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이 대부분 직장인들의 현실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이 바로 책임과 의무만을 짊어진 ‘낙타의 삶’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필살기를 통해 만일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조금 더 많이 만족하고, 더 많은 열정을 투입할 수 있다면, 그 때는 ‘잘할 수 있는 일에서 전력을 다하는’ 훌륭한 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바로 ‘사자의 삶’을 사는 것이다.

  구본형은 우리를 사자의 삶으로 거듭나게 하는 필살기는 ‘소설 속 강호의 고수들만이 가진 비기秘技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도 탁월한 한 가지는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책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이 세상에 천재는 없다. 노력파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필살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특기가 없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평번하다는 것은 결핍과 같다. 평범을 벗어나는 길은 여러 일에서 월등해지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한 가지에서 탁월해지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도 한 가지 분야에는 통달할 수 있다. 그 한 가지가 그 사람을 특별하게 한다. 물러설 수 없는 그 한 가지, 그것이 필살기다.” 본문 206 쪽

 

 

 



 동영상 출처: 혜민아빠의 인터뷰 TV



 

  이 책이 반가운 점은 저자가 독자로 하여금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직업’을 구해보라거나, 필살기를 익히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한다 등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내용을 강요하지 않았다. 지금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직업의 일, 혹은 지금의 나에서 ‘탁월한 무엇’을 찾아내도록 권하고 있다. 그렇다면 필살기는 어떻게 구해야 할까? 저자는 재능, 집중, 숙성 이 세 가지 요소의 결합을 통해 계발된다고 보았다.

 

1. 재능 - 동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하는 것을 눈여겨보고 스스로 아껴줘야 한다. 무엇이든 좋다. 발굴하라.

2. 집중 - 못하는 것을 보완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잘하는 것에 모든 투자 가능한 것을 결집시킨다.

관심과 돈과 시간을 여기에 모두 집중하라.

3. 숙성 - 무슨 일이든 오랫동안 멀리가려면 습관의 힘을 빌려야 한다. 매일 수련을 거듭해서 숙성시켜라.

 

  ‘정말 내게 필살기로 세울 만한 것이 있을까?’ 혹은 ‘에이, 난 뭐 딱히 특별한 게 없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내 속에는 나도 모르는 ‘탁월한 무엇‘이 내 속에 숨어 있다. ’너, 그것 하나 만은 참 잘 하더라‘고 말을 듣지 않았던가?

미국 대통령이었던 루즈벨트는 “성공한 사람은 천재가 아니다. 평범한 자질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평범함을 비범하게 발전시킨 사람이다.”라고 말했다면서 저자는 평범하다는 말은 아직 안에 있는 것이 진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나만의 필살기’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구체적이면서도 쉽다. 우선 자신의 직무를 20개로 문장으로 세분화하고, 각각의 태스크(일)들에는 어떤 적성을 필요로 하는지 분석한다. 그 다음 이 태스크들이 나와 얼마나 어울리는 일인지를 진간하고 내 적성에 잘 맞는 순서대로 순위를 정한다. 이 과정을 통해 내게 주어진 태스크들이 내 적성에 잘 맞는 일인지, 그리고 이 태스크들을 잘 해낼 수 있는 내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된다. 여기에 현재 하고 있는 태스크들에 대한 ‘중요도’를 평가해 본다. 이것은 바로 ‘고객의 요구에 상응하는 경중에 따라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우선순위와 품질을 관리하는 것’이고, 내 일을 스스로 ‘경영’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제는 스티븐 코비식의 ‘중요하고 급한 일은 먼저 해라’가 아니라 ‘적성에 맞는 일을 회사에서 제일 잘해라’로 업무 수행의 초점이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필살기는 현재의 업무에서 찾아내지만, 완성은 미래의 블루오션을 겨냥해야 한다. 그러므로 필살기는 범위는 기존 직무에서 찾아낸 전략적 태스크(나의 강점)에 핵심 태스크가 추가된다. 이를 돕기 위한 도구가 바로 EREC(Elimination, Reduction, Enthusiam, Creation)이라는 도구다. 저자는 이를 통해 재미없는 일은 감소시키거나 제거하고, 재미있는 일은 강화하거나 창조하여 집중투자를 할 때 몇 년 안에 회사 내에서 현재의 직무를 통해 필살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든 점은 저자가 필살기를 하나의 경쟁력이 아닌 ‘공헌력’으로 봤다는 점이다. 즉 필살기는 경쟁자에 대한 승리가 목적이 아니라 서비스의 수혜자인 고객의 새로운 수요에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힘이다. 또한 경쟁력이 레드오션이 가정한 단어라면 공헌력은 블루오션을 가정한 단어였다. 비즈니스를 남을 밟고 일어서는 피 흘리는 전쟁이 아닌 인문학적 관점으로 사람살이의 결과물로 보는 저자만의 탁월한 혜안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공헌력’이라는 개념의 도출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을 돕는 사업’이라는 것이 올바른 명제라면, 나의 경쟁력은 고객을 돕는 힘에서 나와야 한다. 그 힘은 근본적으로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아니라, 고객울 위하는 힘이어야 한다는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목표는 경쟁자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내 서비스의 수혜자가 나에게 환호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모든 언어는 그 속에 사용하는 사람의 의식이 담겨 있다. 경쟁력이라는 말이 레드오션에서 피 흘리며 싸워야 하는 사람들이 쓰는 각박한 언어라면, 다른 사람이 제공할 수 없는 것, 나만의 차별성, 바라고 있었지만, 그동안 충족되지 않았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힘, 그것은 경쟁력이 아니라 푸른 바다에서의 고객에 대한 공헌력이라는 것을 문득 알게 된 것이다.“ 본문 98 쪽 편집

 

  그렇다. 직장인이 개발해야 할 저마다의 필살기는 상대방을 제압하고 누르기 위한 비교우위 경쟁적 무기가 아니라, 수혜자인 소비자를 위한 절대 우위의 선물인 것이다. 필살기는 무기가 아니라 선물이라는 작은 마음가짐의 변화만으로 필살기를 찾아내고 개발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짐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해서 나만의 필살기를 찾았다면 그 완성은 바로 실천이다. 저자는 실천을 일러 ‘매일 똑같은 시간대에 똑같은 시간의 양을 확보하여 똑같은 일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탁월한 프로를 만드는 ‘6+2시간 실천법’을 제시했다. 이는 책 <아웃라이어>에서 말하는 탁월한 천재 즉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해 필요한 1만 시간을 채우기 위한 실천법칙이다. 즉, 전략적 태스크에 투입되는 업무시간인 6시간 이외에 필살기로 완성하기 위한 핵심 태스크를 수련하기 위한 2시간을 더해 매일 여덟 시간을 투입한다면 3~4년이면 1만 시간을 채우게 되어 전문가로 평생 자립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가 10여 년 전 직장인이었던 시절 ‘글을 잘 쓰고, 설득력이 있는 말을 잘 한다’는 자질을 필살기로 만들어 오늘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명강사로 거듭나게 된 과정을 필살기 수련의 사례로 들어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 새벽 눈을 뜨자마다 두 시간 동안 오로지 글쓰기만을 했던 자신의 습관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과가 된 과정과 시행착오들을 만나게 된다. 아울러 객관성을 더하기 위해 참여한 15명의 직장인의 사례들도 부록에 수록되어 있었다. 이들의 체험을 살피면서 ‘He can do. She can do. Why not me.?'라고 말했던 어느 여성 기업가의 도전문구가 생각났다. 나라고 못할 건 없다고 느껴졌다.

 

  주간 TV 프로그램 중에 <생활生活의 달인達人>이 있다. 만두피를 잘 만드는 달인, 병을 잘 따는 달인, 타이어 운반의 달인 등 자신이 하고 있는 한 사람 몫의 일을 한 치의 빈틈이 없이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수십 명 몫의 양을 그들을 지켜보자면 혀가 자연스레 내둘러진다. 달인達人이 없는 업종이 없고, 그들의 실력은 말 그대로 일당백一當百이다.

  생활의 달인達人들은 꽤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일에만 열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실력이 늘었고, 어느 경지에 이르러서는 이른바 도道가 트인 것이다. 그들은 비록 ‘우연히’ ‘당장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었을망정,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이젠 몸에 익은 일’이 된 것이다. 여기에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하는 법’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남들이 말하는 달인達人의 경지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직업마다 다른 달인들의 공통점이 하다 있다면, 이들 모두 쌩초보에 제일 낮은 급여로 시작했지만, 달인達人이 된 지금은 큰 업체의 사장 자리에 오르거나, 최소한 업체의 책임자를 맡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달인達人들은 자신의 일에서 ‘성공’한 것이다.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어부가 되서 행복해야 할 내 친구는 천직을 만났을망정 전혀 행복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해답은 자신이 어려워하는 영업은 소위 영업맨에게 맡기고 보다 더 많은 고기를 잡는 기술을 개발하여 필살기를 만드는데 전념하는 것이었다.

  <구본형의 필살기>는 평범한 내가 전문가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남과 다른 나만의 강점, 내가 가진 재능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고, 나의 업무 패턴도 재구성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일과 중에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없고, 사실은 내가 하기 싫어했던 일들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살피게 만들었다. 군더더기를 없애니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잘하는 일은 허전한 느낌이 들 만큼 단출해졌다. 이것이 바로 내 평생을 전문가로 만들어줄 필살기인 것이다.

 

  구본형은 놀랍다. 그는 지금껏 세상이 직장인들에게 요구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시의적절하게 알려줬었다. 이번에도 어김없다. 그는 평생직장이 없다면 탁월한 프로가 되어 평생 직업을 만들라고 한다. 그를 위한 결정적인 힘은 외부가 아닌 바로 내가 가진, 어쩌면 나도 모르는 ‘숨은 재능’, 필살기라고 말했다. 전과는 다른 콕콕 짚어주는 듯한 필체는 구본형식 자기계발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역시 그는 대한민국 비즈니스맨의 영원한 선생이었다.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는가? 아니면 지금 하는 일에 자신의 능력 전부를 쓰고 있는가? 만약 아니라도 대답했다면, 이 책을 권한다. 직장인들에게 구본형식 아웃라이어 되는 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내가 알지 못했던 나만의 필살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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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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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인천공항에서 일주일을 머물러 볼까나? 

  한 사내가 공항에 꼼짝없이 갇혔다. 입국이 허락되지 않아 공항 밖을 나갈 수 없게 되었고, 되돌아가는 것 마저 조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귀국도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사내는 어쩔 수 없이 9개월여를 공항에서 지내게 된다. 이 이야기는 톰 행크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세 번째로 손을 잡았던 영화 <터미널The Terminal>의 줄거리다.

  동유럽의 가상국가인 크라코치아의 국민, 빅터 나보르스키(톰 행크스)는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조국 크라코치아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공식적으로 국가로서 인정받지 못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자신의 여권과 입국 비자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미국으로 입국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국경이 봉쇄된 조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신세가 된 빅터는 공항 터미널에서 생활하게 된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는 카리미 나세리Karimi Nasseri 라는 이란 남자의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라고 한다. 유학을 마치고 1976년에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왕정 반대 시위 경력 때문에 추방된다. 그는 필사적으로 망명지를 찾아 헤맸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88년 샤를 드골 공항에 주저앉고 만다. 1999년 프랑스 정부는 보다 못해 그에게 망명자 신분을 주기로 결정했지만 이번엔 그가 거부했고, 스필버그가 [터미널]을 만들면서 준 저작권료 30만 달러를 받은 뒤에도 여전히 공항에서 살기를 고집했다는 후문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9년 한 사내가 터미널로 걸어 들어가 일주일 동안 살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항공사의 달콤한(?) 제안에 의해 ‘자발적 구속’을 한 것이다. 얼핏 들으면 블로그 마케팅을 위해 파워블로거에게 제안을 한 것일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좀 더 파격적이고 거국적이다. 세계적인 히드로 공항Heathrow Airport은 다름 아닌 세계적인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에게 제안한 것이다. 세계적인 작가가 세계적인 공항에서 일주일을 머물렀고, 그 결과물로 한 권의 책이 탄생했으니, <공항에서 일주일A WEEK AT THE AIRPORT>(청미래)이다.



 

    공항은 드나듦이다. 공항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 그래서 알고 싶은 세상으로 나가는 플랫폼이고, 더 이상 알 필요 없이 이미 익숙한 것으로 돌아오는 귀착지다. 드나듦은 중요한 말이다. 공항에 떠남만이 있다면 무의미해지고 슬퍼지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오기에, 돌아올 곳이 있기에 떠남은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 여행이 행복한 이유는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공항은 왠지 어색하고 공허하다. 크기가 너무 큰 때문일 것이다. 드넓고 천정 높은 그곳을 들어가면 빨리 떠나야 될 것 같고, 배웅을 하러 갔다면 얼른 보내고 되돌아가고 싶어진다. 낯설고 불편한 그곳에 알랭 드 보통은 일주일을 있었단다. 그리고 책을 폈단다. 내게는 그것만으로도 신기하고 놀라운 하나의 사건이었다. 알랭 드 보통이 어느 날 항공사로부터 받은 제안은 이랬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의 회사가 최근에 문학을 관심을 가지게 되어, 런던에서 가장 큰 공항의 두 활주로 사이에 자리 잡은 최신 탑승객 허브인 터미널 5에 작가 한 명을 일주일 동안 초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름도 멋지게 히드로의 첫 상주작가로 불릴 이 작가는 공항 시설의 전제적 느낌을 살핀 뒤, 출발 대합실의 D 구역과 E 구역 사이에 특별히 배치한 책상에서 탑승객과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책을 쓰기 위한 자료를 모으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본문 11쪽

  이 글을 읽으며 상상되는 모습은 대합실 통로의 한 가운데 컴퓨터, 그리고 필기도구가 놓인 책상에 의자를 끌어당기고 앉아 공항 천장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다시 글을 쓰는 알랭 드 보통의 모습이었다. 아마도 그의 목에는 공항의 모든 곳을 돌아다닐 수 있는 ‘허가증’ 패찰이 걸려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작가에게 이러한 제안을 한 항공사도 멋졌지만, 성큼 받아들인 작가도 멋지다. 우리 같았으면 작가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행동이고, 항공사의 얄팍한 상술이라며 또 한동안 난리가 났을 법할만한 사건을 이들은 쿨하게 제안하고 쿨하게 받아들였다. 저자가 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인 이유가 책에 들어 있었다. 

  “이 정신없는 시대에 보통의 경우라면 항공기 착륙 요금이나 유실물 관리에 노력을 집중해야 할 다국적 기업이 이런 드높은 예술적 야망에 기초한 기획을 승인할 만큼 문학이 높은 지위를 누릴 수 있나 싶어 놀랍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그 사람이 전화로 나에게 매혹적인 만큼이나 막연히 서정적 태도로 말했듯이, 어쩌면 세상에는 오직 작가만이 적당한 언어를 찾아 표현할 수 있는 면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본문 11-12쪽



 

   여행이라는 한 단어만으로 <여행의 기술>(이레)이라는 책 한 권을 쓸 만큼의 능력을 지닌 작가가 알랭 드 보통이 아니던가? 그런 그에게 이런 멋들어진 제안이 온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 역시 여행차 공항에 있을 때면 자신의 비행기가 온갖 이유로 비행기가 늦어지기를 갈망한 적도 많았던 터라 더할 나위 없었다(차라리 불가항력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공항에서 뭉그적거릴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 진실은 본임 말고는 모른다. 그가 실제로 항공사의 예술적 야망에 감동했는지, 아니면 그 기획에 대한 보수에 감동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박학다식한 그가 자신의 소양을 유감없이 토해낼 만한 대상으로 공항이 적합했던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가 성큼 수락을 했고 말 그대로 유감없이 자신을 공항 속으로 녹여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해 엄밀하게 말하자면 ‘알랭 드 보통이 만들어낸 한 권짜리 팜플렛’이다. 히드로 공항에서 일주일간 머물면서 공항의 이모저모와 공항에서 상주하며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오가는 여행객들을 살피며 생각나는 바를 적은 두꺼운 책자다. 원래 영화나 소설이 대박을 내서 유명해지면 배경이 되는 곳도 유명해지는 법, 그런데 알랭 드 보통이 히드로 공항에서 자그마치 일주일을 머물며 그곳을 적었으니, 책이 출간된 후 얼마나 유명해졌을까 미루어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 책을 그런 상업적 기획력의 소산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팜플렛 치고는 읽는 글맛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어떤 언어의 문학작품에도 룸서비스 메뉴만큼 시적인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을 돌풍이

아사마 산 위

돌들을 따라 불어간다.

일본 에도 시대에 하이쿠 형식을 완숙 단계로 끌어올린 마쓰오 바쇼의 이런 시구조차 소피텔의 케이터링 사업부 어딘가에서 일하는 익명의 장인이 지은 시구에 비하면 단조롭고 환기하는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햇볕에 말린 크렌베리를 곁들인 연한 채소,

삶은 배, 고르곤촐라 치즈

진판델 비네그레트 소스로 무친 설탕 절임 호두“ 본문 27 쪽

 

  식당의 메뉴에서 천정까지, 검색대의 청원 경찰에서 매점의 아가씨까지, 그리고 숱하게 드나드는 생면부지의 여행객들까지 알랭 드 보통의 눈에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그가 바라보는 대상은 글이 되고, 그만의 표현으로 된 글은 내 눈에서 다시 눈에 선한 그림이 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난 한 발 한 발 히드로 공항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책을 읽다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가 된 부분을 발견했다. 지인인 영화번역가 이미도가 부산에서 집필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 책의 한 부분을 예를 들었는데, 그곳을 발견한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가끔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로 딱 적합한 구절이다.

  “나의 고용주는 제대로 된 책상을 하나 놓아주겠다고 약속을 지켰다. 사실 이곳은 일을 하기에 이상적인 장소였다. 이런 곳에서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오히려 그런 ‘어려운 작업 환경’이 글을 쓰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일하기 좋은 곳이 실제로도 좋은 곳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조용하고 시설이 잘 갖추어진 서재는 그 흠 하나 없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실패에 대한 공포를 압도적인 수준으로 높이곤 한다. 독창적인 사고는 수줍은 동물과 비슷하다. 그런 동물이 굴에서 달려 나오게 하려면 때로는 다른 방향, 혼잡한 거리나 터미널 같은 곳을 보고 있어야 한다.“ 본문 77쪽



 

   여행은 여행객에게 있어 환기이고 각성이다. 두려움과 설렘으로 오감이 살아있는 시간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 순간은 글쓰기에 좋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기 때문이다. 대합실 통로에 책상을 놓고 철저하게 제 3자가 되어 공항이라는 작은 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에게는 일주일의 온전한 그 순간이 여행이었던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공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대목은 그의 공항 예찬론이자,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 이유기도 하다.

  “혼돈과 불규칙이 가득한 세계에서 터미널은 우아함과 논리가 지배하는 훌륭하고 흥미로운 피난처로 보인다. 공항 터미널은 현대 문화의 상상력이 넘쳐나는 중심이다. 만약 화성인을 데리고 우리 문명을 관통하는 다양한 주제들 -테크놀로지에 대한 우리의 신앙에서부터 자연 파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상호 관계성에서부터 여행을 로맨틱하게 대하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을 깔끔하게 포착한 단 하나의 장소에 데려가야 한다면, 우리가 당연히 가야할 곳은 공항의 출발과 도착 라운지밖에 없을 것이다.” 본문 16쪽 

  이 책을 읽었다 해서 그가 본 공항을 눈에 보듯 내가 그릴 수는 없었다. 앞서 말했듯 내게 오래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았던 곳이 그곳이라 상상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정반대인 사람들에게 이 책은 어떨까? 영화 <인 디 에어> 속 주인공인 해고대행업자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처럼 미국 전역을 돌아다녀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들이 느끼는 공항은 어떨까? 내가 아침저녁으로 드나드는 논현역 3번 출구처럼 들어서면 설레고 나오면 집에 도착했다는 마음에 푸근한 마음이 드는 그런 정류장 같은 그런 곳이 아닐까? 

  책장을 덮으면서 시간을 내어 하루 동안 인천국제공항에 머물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가 머물렀던 히드로 공항 아니더라도 책 속의 구구절절을 대신 찾아 느껴보고 싶어졌다(이 정도면 공항을 두려워하는 내게 있어서는 큰 발전이다). 여행을 앞두고 있어 곧 공항에 가야 한다면, <여행의 기술>과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그렇다면 알랭 드 보통과 함께 동반여행을 하는 기분을 제공할 것이다. 

PS: 남을 따라하는 기분은 들지만 김영하, 박민규, 김연수 같은 소설가가 똑같은 기획으로 인천국제공항에 일주일간 머물면서 책을 써보는 건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더 멋진 글이 나오지 않을까? 과연 인천국제공항이 그만한 예술적 감각이 있을 것이며, 그 작가들은 쾌히 승낙을 할까? 생각만으로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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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4-07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치님 안뇽?...ㅋㅋ저 여기에 별장 하나 있어요. 리치님이 여기에도 계신 줄은 몰랐네요. 즐겨찾기서재로 꾹 눌렀으니 가끔 올께요~.

리치보이 2010-04-14 14:11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마기님. 온라인 서점에는 모두 있답니다.ㅎㅎㅎ 온라인서점의 요청으로 만든 곳도 있고요, 다른 곳은 없어 허전해서...ㅋㅋㅋㅋ 암튼 반갑습니다. 여기 저기 보시면 아는 체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