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 마피아의 젊은 천재 보스가 들려주는 비즈니스 룰
마이클 프란지스 지음, 최정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성공하고 싶거든, 옳지 않은 거래를 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라!

  영화 ‘대부The God Father’가 40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팬들로부터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영화의 소재가 다름 아닌 마피아의 세계를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제작 당시 마피아의 반대와 협박으로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고, 영화가 개봉한 그 해에는 미국의 범죄율이 높아지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이면서도 베일에 가려졌던 마피아의 세계를 다룬 영화 대부는 다음과 같은 주옥같은 명대사를 낳기도 했다. 

“친구는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두어야 한다.”

“우정과 돈은 물과 기름이다.”

“정치와 범죄의 본질은 같아.”

“적들을 미워하지 마라. 그러면 판단력이 흐려져.”

“형제끼리는 사과할 필요 없어.”

“결백하다고 말하지 마, 그건 내 지성을 모독하는 거야.” 

  그 중에서 최고의 명대사는 바로 “그가 절대 거절 못할 제안을 하겠다. I'll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일 것이다. 



 

    돈 비토 꼴레오네(말론 브란도)는 자기의 패밀리에게 존경을 표하는 자들에게는 자비로 대하지만, 적이 되려는 자들에게는 무자비하게 응징했다. 그는 패밀리family의 가치를 중시했다. 그에게 있어 패밀리는 조직family이기도 하지만, 가족family만큼이나 소중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최소한 비즈니스맨이라면 절대적으로 통감痛感하는 말일 것이다. 특히 ‘내 사람을 통제할 때‘는 ’내가 제 머리털을 뽑아 원하는 만큼 분신을 뽑아낼 수 있는 손오공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을 정도다. 내가 손오공이 된다는 만화같은 바람은 둘째치고라도 ’원래 사람 일이란 것이 내가 마음먹은 대로 되더냐?‘고 푸념을 놓고 포기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100년 넘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으로 군림하고 있는 마피아와 같은 조직들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마피아는 세상에서 가장 탄탄한 조직이자 합법성을 떠나 조직의 존재 자체로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 제국을 형성하고 있는 조직이다. 

  책<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쌤앤파커스)는 강력하고 탄탄한 조직, 마피아의 조직 운영원칙을 이야기한 책이다. 영화나 소설 속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5대 마피아 조직인 콜롬보 패밀리의 일원이자, <포춘>이 선정한 ‘부와 권력 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피아 보스 50인’ 명단에 최연소로 오른 바 있고,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으로 마피아계를 주름잡았던 젊은 보스 마이클 프란지스Michael Franzese가 직접 쓴 책이다.



 

    이미 서가에는 V라는 익명의 저자가 쓴 <마피아 경영학>도 있고, 비슷한 류로는 논픽션 저널리스트인 미조구치 아츠시가 쓴 <야쿠자 경영학>도 있다. 또한 지난 해에는 영화 ‘대부’의 주인공인 돈 콜레오네의 리더십을 이야기한 <돈 꼴레오네의 문제해결 방식>를 읽고 리뷰를 쓴 바 있다. 이 책은 이전과는 조금 다르다. 실명의 마피아 보스가 마피아의 세계를 이야기했다는 점이 우선 달랐다. 마피아 조직의 세계를 비즈니스 집단과 직접 비교분석해 가면서 그 어떤 책보다 생생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속했던 마피아가 아무리 조직력을 과시한다고 하더라도 비즈니스 집단이 추구해야 할 롤 모델이 될 수 없음을 역설하기도 한다. 저자는 비즈니스 현장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겸비하고 있어 책 속의 각 장 말미 마다 따로 기록해 놓은 핵심 글만 읽어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할 정도로 유익했다.  

     

 

    저자는 우선 세상에는 성공을 보장해줄 ‘신비의 비법’도 없고, 지름길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한다. 대신 그는 전직 마피아 보스로서 해줄 수 있는 다음과 같은 ‘귀띔’이 있다고 했다. 사실은 ‘귀띔’ 정도가 아니라 비즈니스에서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해 줄 조언들이었다. 

-일거에, 단도직입적으로 정곡을 찌르는 것이 왜 중요한지

-든든한 행동대원과 현명한 콘실리어리, 이 두 개의 검이 왜 반드시 필요한지

-마키아벨리나 솔로몬 같은 현자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수다쟁이가 비즈니스에서 위험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담판을 짓는 자리에서 어떻게 자신을 통제할 것인지

-도박이 언제 어떻게 비즈니스를 그르칠 수 있는지

-한 번의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면 어떤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는지

-규칙을 어기는 일이 자신과 비즈니스에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인지

  저자는 가장 먼저 ‘단순한 비즈니스’를 선호하는 마피아의 습성을 예를 들면서 일을 한다면 정곡을 찌르라고 이렇게 말했다. 

  "여러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쫓아다니거나 모든 업무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 당장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는 행위 등은 사업상 재앙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일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인생까지 어지럽히는 이 재앙의 파편들은 결국 우리의 성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 걸림돌을 단호하게 치워내고 정곡을 찌르는, 즉 핵심에 집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본문 46 쪽

  ‘핵심에 집중하라’는 저자의 조언은 경제불안과 고용불안정 등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이른바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주의가 판치는 요즘 특히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마음만 바빠 허둥지둥 대다보면 정작 하는 일은 하나도 없이 몸만 피곤해지고 소득은 없는 게 요즘이 아니던가? 이쯤에서 단순한 일상을 유지하고 ‘핵심에 집중할 줄 아는’ 워런 버핏의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경영방식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워런 버핏은 좀처럼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고, 이메일도 확인하지 않는다. 심지어 전화 통화도 거의 하지 않는다. 버핏은 단순한 업무방식을 고수하며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즉 주식을 사고 파는 일에만 집중한다. 저자는 워런 버핏이야말로 조증 환자처럼 감정을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비즈니스를 냉정하게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성공한 리더라면서 ‘현명한 리더'가 되려 한다면 워런 버핏처럼 ’핵심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저자가 마키아벨리와 솔로몬의 철학을 소개하면서 성공하는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이들이 제시하는 사상을 서로 양립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이다. <군주론>을 통해 말하는 마키아벨리의 철학은 한마디로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명제로 정리할 수 있다. 권력의 통치를 주장한 마키아벨리의 철학은 마피아 연맹인 ‘라 코사 노스트라’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이 되었다. 군주론 속에서 발견하는 마피아 조직의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은 정중하게 대하거나, 아니면 완벽하게 파멸시키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 어설프게 당한 사람은 복수를 꿈꾸지만, 회복할 수 없는 정도로 당한 사람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상을 입힐 때는 복수의 의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을 정도로 지독해야 한다.”

“피해는 한 번에 입혀야 한다. 한 번에 입는 피해는 비교적 체감 정도가 낮기 때문에, 감정을 다치는 정도로 낮아진다. 반면 혜택은 조금씩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사랑받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본문 65-66 쪽

  하지만 이러한 마키아벨리의 철학이 현실적이긴 하지만, 조직원 개인의 입장에서는 위험천만한 ‘양날의 검’이 아닐 수 없다. 마키아벨리의 철학은 조직을 속임수와 불신, 배신을 조장하는 곳으로 만들고, 구성원들 사이에 충성심의 가면을 쓴 두려움만이 존재하게 만든다. 



 

 

  이것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생각해봐도 마찬가지다. 마키아벨리의 철학대로라면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또한 어떻게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집착해야 한다. 저자는 비즈니스에 이러한 마키아벨리적 사고가 결합된 탓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같은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이라고 보았다. 바로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의 탐욕이 초래한 결과이고, 타당한 대가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그것을 유지하겠다는 마키아벨리의 철학을 잘못 받아들인 비극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저자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탐욕’은 스스로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골칫덩어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솔로몬은 이렇게 말했다.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득을 추구하고, 그로부터 수익을 얻는 자는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다.” 저자는 솔로몬의 철학을 소개하며 신뢰에 의거에 기업윤리를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윤리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기업은, 반드시 고객의 눈에 띄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윤리가 기업의 수익성과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셈이다. 비윤리적이거나 수상쩍은 사건에 연루된 기업은 언젠가 발각되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예전에 나와 함께 일하던 마피아들, 마키아벨리의 탐욕을 따른 자들, 그들의 말로가 이를 웅변한다. 모두 죽었거나, 감옥에 있거나.” 본문 223쪽



 

  저자가 독자들에게 강조하는 성공하는 삶이란 마키아벨리적 철학이 아닌솔로몬의 철학을 따르며 사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적 철학은 마피아들이 선택할만하다. 하지만 그들의 말로는 위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모두 죽었거나, 감옥에 수감되지 않던가.

  성공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순조롭게 이루는 것’이다. 저자는 마피아의 입장에서는 한편으로는 입지적인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원했던 성공은 결코 이런 것이 아니었다.

 


  “지난 인생을 돌이켜보면 나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많은 재산과 마피아 보스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내 삶의 질은 너무나 형편없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나는 분명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나는 엉뚱한 재료로 햄을 채워 넣었던 것이다. 정작 그 햄이 먹기 좋게 숙성되었을 때, 내 위는 것을 소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성공한 인생이란 결국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달려 있다.” 본문 252 쪽



 

  우리는 비즈니스를 할 때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이르게 된다.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타협을 하거나, 계약을 성사시키거나, 경영전략을 바꾸거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마케팅 계획을 세우면서 우리가 내리는 선택의 양 옆에는 마키아벨리와 솔로몬이 앉아 있다. 지금의 이익을 위해 마키아벨리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의 이익은 보이지 않지만 아니면 앞으로도 보이지 않을지 모르는 먼 미래를 위해 윤리경영을 권장하는 솔로몬을 선택할 것인가?

 

  이러한 선택의 순간에 딱 어울릴만한 지인의 조언이 생각난다. 지인은 내가 모든 비즈니스의 선택상황에 이르게 되면 “오늘의 내 결정은 내일 조간신문에 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다시 한 번 판단해 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저자가 독자에게 제시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란 무엇일까? 그 대답은 바로 이 책의 핵심이기도 했다.

 


  “내가 내놓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바로 옳지 않은 거래를 거절할 수 있는 ‘당신의 능력’이다. 만일 성공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 생각을 바꿔라. 당신에게는 그럴 힘이 있다. 물론 많은 돈을 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전적인 부담 없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며,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사람보다 더 편히 잠들 수 있을 것이다.” 본문 257 쪽



 

  저자는 책을 통해 마피아라는 강력한 조직의 운영 원칙을 소개하며 백 년을 넘게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 등을 이야기했지만, 패밀리family의 구성원으로 봤을 때에는 의롭지도 행복감을 주는 조직도 아님을 보여주었다. 특히 비즈니스맨에게는 마피아적 철학과 행동원칙은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역설했다.

리뷰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될 영화 ‘대부’의 주인공들은 멋들어진 명대사는 남겼을지언정 그 누구도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리고 이 책은 탐욕과 허영, 배신과 보복으로 얼룩진 마피아의 세계는 보다 달콤하고 풍요로운 것을 취하는 것이 반드시 성공이 아님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이 책을 읽고 배워야 할 기업가들이 이 세상에는 그득하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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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말콤 글래드웰식 세상을 다르게 보고 생각하는 19가지 방법!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이 책의 저자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그가 지닌 최대의 장점은 ‘휴머니즘’이다. 그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하나하나를 밀도 있게 관찰하고, 그 안에 소중하게 숨어있는 놀라운 이야깃거리와 새로운 소재를 마치 핀셋으로 짚어내듯 포착해낸다. 인간심리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마침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장대한 논픽션을 엮어내는 그에게서 ‘좋은 작가란 무엇인가’를 배운다.”

 

  그 주인공은 바로 <티핑 포인트>,<블링크>,<아웃라이어>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다.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소재를 통해 사람에 대해 심도있게 조명하고, 그러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능력을 지닌 글래드웰은 뉴요커The New Yorker의 저널리스트이자, 21세기 현존하는 ‘독보적인 경영저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블로그에 밝혀지지 않았던 세상의 다양한 패턴과 행동양식, 심리적 아이디어로 가득 찬 칼럼들을 수백 편 올리고 있는데 그 중에 인상적인 칼럼 19개를 엄선, 세 가지의 주제로 분류해 책을 폈다. 글은 자신이 썼는데, 시점은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란다. 그래서 제목도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What the Dog Saw>(김영사)이다.

 

 



 

 

  책의 제목은 책내용 중에 있는 개 심리학자 시저 밀란Cesar Millan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리 흥분한 개도 밀란이 손을 갖다 대면 신기하게도 개들이 쉽게 안정을 취하는 것을 보고 글래드웰은 ‘밀란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시선을 바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그 개가 본 것은 (밀란의) 무엇일까?’ 

  이 책에서 글래드웰은 자신이 아닌 타인의 마음Other's Minds에 주목했다. 타인의 기분이나 생각에 대한 호기심은 인간의 근본적인 충동에서 비롯된다. 그래드웰은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혹은 다른 사람의 머리를 빌려 그 사건을 바라본다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으로 잊혀져가는 마이너 천재들, 사회적 문제와 재난, 그리고 타인을 판단하는 근거 등을 살펴보았다.

 

  책을 펴서 가장 먼저 살핀 칼럼은 책 제목과도 같은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개를 사로잡는 달인의 몸짓’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는 반려동물의 수준을 넘어 이젠 유일한 여동생으로 불리는 여덟 살짜리 시츄종 ‘찌비’가 있는데, 녀석이 갈수록 통제불능의 상태에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해 까지 얌전하던 찌비가 올해 들어 용변을 함부로 본다거나, 제 잠자리를 마다하고 가족들의 품에서 자려고 하는 등 ‘말썽’을 부리고 있어 뒤늦게 ‘애완견 훈련소’를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단 5분 만에 괴물같은 개를 천사로 만들어내는 ‘시저’의 노하우가 궁금했다.

 

 



 

 

  시저 밀러는 문제가 있는 개 슈거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은 ‘주인’들에게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슈거는 지금까지 아무런 규칙이나 경계 없이 살아왔어요. 가족들은 슈거를 운동시키고 애정을 베풀었지만 버릇을 가르치진 않았어요. 어떤 대상을 사랑하려면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어야 합니다. 그게 진정한 사랑이죠. 슈거는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한 겁니다.” 본문 66쪽

 

  예전에 유능하다는 어느 수의사도 “반려동물이든, 가족이든 궁극적으로 ‘개는 개답게 키워야 서로에게 이롭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키우는 동물을 가족 대하듯 하는 마음은 알지만, 가족처럼 대한다면 동물은 주인인 사람을 무시하거나 지배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는 사람이 주는 마음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개에게 보이는 행동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개는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의 행동을 학습하기 때문이다.

 

  인류학자 브라이언 헤어Brian Hare는 “개는 사람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지요. 개에게 사람은 걸어 다니는 거대한 테니스공이나 마찬가지입니다.“라고까지 말했다. 위스콘신 대학의 동물행동학자인 패트리샤 맥코넬Patricia McConnell 역시 개의 습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개는 우리의 눈을 들여다보고 어디를 보는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는 것 같습니다. 동공이 확대된 둥근 눈은 공격적인 상태를 의미하지요. 개는 우리의 얼굴이 이완되었는지, 팔은 어디를 향하는지 주의 깊게 살핍니다. 개에게는 턱이나 입의 상태, 팔의 움직임이 중요한 신호이기 때문이지요.“

 

  자세와 동작의 조화를 프레이징Phrasing 즉 ‘흐름’이라고 부르는데, 시저와 같은 개 조련사의 경우는 전달하려는 의도에 맞게 몸짓의 흐름을 잘 조화시킨다. 또한 그들은 강조를 할 때 절도 있는 동작을 취한다. 이러한 몸짓의 흐름은 비단 개 조련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직업 중에는 동작분석가라는 사람들이 있다. 강연이나 인터뷰 등에서 인사들의 대화 등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이들의 몸짓과 눈동자의 위치 그리고 대화의 흐름 등에 따라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리고 그들의 대화와 동작이 한 덩어리가 되어 전체적으로 보기 좋은 모습의 큰 흐름으로 가는지를 살핀다고 한다. 예를 들어 부시의 연두교서는 미성숙한 수준이라면, 빌 클린턴의 그것은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듣는 이들이 끌리게 되고 그에게서 권위를 느낀다는 것이다.  

  그 개는 (시저에게서) 무엇을 보았나? 글래드웰의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권위’였다. 반려동물은 주인의 권위 있는 목소리와 움직임에 따라 위엄을 느껴 말을 듣는 것이다. 이것을 반복적으로 행할 때 비로소 버릇이 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는 사람처럼 주인의 마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움직임(말과 행동)을 보고 읽는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책 전반에 걸쳐 이처럼 관점을 다르게 하는 것만으로 좀처럼 풀리지 않던 질문에 답을 찾아낼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투자자들에게 유익한 좋은 예로 니더호퍼와 나심 탈레브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해야 한다는 철저한 경험주의자로서 큰 돈을 벌고 날리기를 반복하는 니더호퍼가 있었다. 한편 나심 탈레브는 모든 백조는 흰색으로 알고 있던 통념이 18세기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순식간에 깨진 것과 같이 세계 경제나 증시에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이론으로 매일 손실을 견뎌야 하는 고통스런 과정을 묵묵히 감내한 끝에 지난 10월 세계 증시가 폭락하자 이를 귀담아들었던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안겨줬다. 탈레브가 설립을 도운 유니버사 인베스트먼츠의 '검은 백조' 펀드들은 그의 이론에 따라 시장이 폭락할 때 이익을 거두는 전략을 쓴 덕에 10월에 65~115%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테크’에 관심을 둔다. 하지만 올바른 재테크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요즘 거대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금의 일부를 낮아진 금리와 높아진 인플레이션 때문에 은행에 돈을 맡기는 예적금을 멀리하고 직접투자 혹은 간접투자를 통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바라는 투자는 다소 적지만 장기간의 꾸준하고 안전한 투자가 아니라 대부분은 큰 수익률을 노리는 투자 이른바 ‘대박투자’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투자에 대한 투자자 즉, 우리의 시선(관점)에 대해 니더호퍼와 나심 탈레브의 경우를 들어 우리가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나심 탈레브의 ‘블랙 스완’이 아니라 ‘읽었다면 참고 기다리는 투자를 하라’는 그의 투자방법론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우리는 니더호퍼처럼 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에게 끌린다. 우리는 대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거나 파국을 맞고도 다시 돌아오는 것을 용기라고 부른다. 그러나 탈레브와 니더호퍼의 사례, 그리고 불안정한 우리 시대의 교훈은 그것을 잘못된 시각임을 말해준다. 오히려 본능적인 충동을 억누르고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고통스런 과정을 감내하는 것이 더 용기 있고 영웅적인 행동이다.” 본문 110쪽

 

  이 밖에도 글래드웰은 murray barr 라는 노숙자의 삶을 통해 노숙자들을 그냥 길에 방치하며 음식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아예 조그만 아파트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더 비용면에서 오히려 싸게 먹히고 효율적임을 말하고, 1993년 윔블던 결승에서 막판에 어이없이 무너진 야나 노보트나와 1996년 마스터스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시 어이없이 무너진 그렉 노먼의 일화를 통해 위축choking과 당황panic 이란 두 개념을 비교한다. 글래드웰은 이 개념을 직접 실험하기 위해 1999년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존 F 케네디 2세의 사고현장을 답사하는 무모함도 보였다. 참고로 위축choking은 지나친 긴장으로 인하여 실수하는 것, 즉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실수하게 되는 것이라면, 당황panic은 당황하여 아무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실수하게 되는 차이를 보인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 책에서 ‘나는 독자를 끌어들이고 생각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게 할 수 있어야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책을 실린 글을 읽는 것은 어쩌면 ‘모험’일 수 도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여러분은 과연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뉴스와 사회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내린 결론들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게 된다. 또한 우리는 권위에 밀려 혹은 게을러서 남들이 내린 결론과 해답을 믿고 따르는 경향이 있는데, 올바른 결론과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결론에 의문을 갖고, 관점을 달리 해야 함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가 제안하는 모험을 쫓다 보면 그 만의 투시접, 즉 ’말콤 글래드웰식 다르게 보고 생각하기Think Different'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저널리스트의 칼럼다운 짧은 단편들은 이전의 책들과는 또 다른 글맛을 경험하게 했다. 역시 그는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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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의 영어 선물
이미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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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찬 봄을 만끽하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명강연 같은 책!

    “영어에 ‘Family isn’t a word. It’s a sentence’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가족은 단어가 아니고 문장’이라는 뜻이지요. ‘가족’을 뜻하는 family는 분명 단어인데도 문장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여러 개의 단어가 모여 하나의 완전한 문장이 되는 것처럼 가족도 모든 이의 사랑이 모여야 비로소 완전한 가정이 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지요.”

  일간지(문화일보)에 실린 이미도의 칼럼을 읽기 위해 꼬박 한 주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는 윗글과 같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좋은 글과 표현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꽤 많은 책과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미도 선생의 글 속에 나타나는 글들을 읽다보면 마치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나온 듯 ‘난생 처음 들어보는 것들’만 신기하게 쏟아내는 것 같습니다. 또한 바로 옆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듯한 그의 글맛에 취하다보면 툭툭 던져지는 명문장과 명대사에 놀라고, 그의 칼럼의 끝을 대할 때 즈음이면 무거운 머리가 한결 맑아짐을 경험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세상은 충분히 살아갈 만한 곳임을 그의 글을 통해 알게 됩니다. 책 <이미도의 영어선물>(웅진지식하우스)은 그런 놀랍고 유익한 글이 자그마치 서른일곱 편이나 담겨 있습니다. 신문과 블로그에서 그의 글을 찾아다니며 즐기던 저와 같은 독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뜻밖의 봄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도라는 이름은 원래 글보다는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름일겁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보다보면 엔딩 이후 제일 먼저 뜨는 글이 ‘번역 이미도’이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여러분이 영화 <나인> <쿵푸 팬더> <눈먼 자들의 도시> <반지의 제왕> 3부작 <슈렉> 시리즈 <시카고> <노트북> <식스센스> <아메리칸 뷰티> <글래디에이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뷰티풀 마인드> <제리 맥과이어> <인생은 아름다워>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페이스 오프> <더 록> 등을 보셨다면, 이미도라는 이름을 들어본 셈입니다. 그래서 그의 얼굴은 모르지만 ‘이미도’라는 이름 만큼은 남녀노소에게 잘 알려진 익숙한 이름이죠.

  우리는 이제 그의 이름을 책에서도 만나고 있습니다. 은막 뒤에서 자막을 제공하면서 세상과 교류하던 그가 일종의 커밍아웃을 한 셈입니다. 몇 년 전부터 책을 한 권씩 써오더니 2년 전 출간되어 약 3만 부가 팔린 산문집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웅진지식하우스)를 필두로 본격적으로 집필에도 몰두하고 있으니까요. <이미도의 영어선물>은 그의 두 번째 산문집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오십 년 인생을 둘러싼 영화, 영어, 그리고 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형보다 나은 아우도 있나 봅니다. 산문집<이미도의 영어선물>은 영화와 영어를 이야기했던 첫 번째 책<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보다 한층 더 깊이 있고 품격 있는 스토리로 전개됩니다. 다시 말해 주제와 메시지가 일치하는 책과 영화를 함께 묶어서 먼저 소개하고, 이어 그 작품들에 담긴 영어 명문장과 명대사를 덧붙여 소개했습니다. 결론에 다다르면 저자인 이미도 선생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주제를 만나게 됩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독자가 저마다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면, 우리 세상도 그렇게 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크게 생각과 인생, 그리고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생각, ‘창조적 상상력을 디자인 하자‘는 최근 이미도 선생이 활발한 강연을 펼치고 있는 주제입니다. 그가 말하는 ’창조적 상상력‘이란 바로 ’다르게 생각하기‘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일체유상조一切唯想造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은 바로 ‘생각하는 방법’에 달려 있으니까요. 스티브 잡스가 만든 회사 애플의 모토 역시 ‘Think Different'입니다. 이미도 선생은 이 장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이야기 합니다. 키워드들 역시 생각의 변화를 부르는 단어들, 호기심curiosity, 재미fun, 아이디어idea, 상상imagination, 창조성creativity, 이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 로 구성됩니다. 

  ‘다르게 생각하기‘는 아이보다는 ‘어른들에게 필요한 생각’입니다. 마치 생각이 없는 듯 행동일관의 아이에 비하면 어른들은 조용하고 진중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게을러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고,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어 두려워하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게 되겠어?’하는 결과에 대해 비관적으로 예측해버리는 자기검열이 큰 몫을 차지합니다.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가 제시한 ‘나이가 들어갈수록 왜 창의성이 떨어지는가? 하는 의문의 답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자는 긍정적인 생각, 창의적인 생각과 상상만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오늘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창조적 인재‘는 바로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임을 증명해 줍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인생입니다. 저자는 ‘아프기 때문에 인생’이라며 忍生이라는 말까지 합니다. 원래 인생이란 것이 아픈 거라면 그 아픔을 이겨내는 도구는 바로 용기, 아픔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용기입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살고 믿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어떤 어려움과 역경, 시련과 위기에서도 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사랑하게끔 용기를 북돋아주는 키워드로 존경respect, 존엄dignity, 꿈dream, 행운luck, 모험risk, 사랑love, 가족family, 성공success을 꼽아 이에 얽힌 책과 영화 그리고 영화의 금언들을 소개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야기는 세상입니다. 문학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이고, 인문학의 존재이유는 ’보다 인간다운 인간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미도 선생 역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인 이 세상은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지켜내야 할 만큼 아름다운 세상임을 많은 책과 영화를 통해 보여줍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된 키워드는 희망hope, 희생sacrifice, 순수innocence, 아름다움beauty, 진리truth, 7대 죄악the Seven Deadly Sins, 위대한 정신beautiful mind 등입니다. 



 

   이 책은 읽기 쉽고 편한 산문집이 결코 아닙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하나 하나가 보다 다르고 나은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을 주제로 세밀하고 밀도 있게 풀어나간 책입니다. 그래서 혹여 편한 자세로 책을 들어 읽다보면 어느덧 자세를 바로 하고 집중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또한 머리에 담고 싶은 멋들어진 영어표현과 가슴속에 새기고 싶은 인생의 명문名文들에 반해 책의 진도가 더뎌짐을 느끼게 될 겁니다. 정말이지 따로 적어둬야 할 글들이 그득그득 했습니다. 이 멋진 문장들 대부분은 영어로도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혹여 ‘영어학습서’가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한 이유는 저자가 따로 언급을 했을 정도로 깊은 뜻이 숨어 있습니다.   

 “이렇게 영어 원문을 함께 소개하는 이유는, 첫째 인용문의 맛을 원문으로 감상하고 싶어 할 독자들이 원문을 직접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어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둘째 국제적으로 영어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영어를 더 좋아하고 싶고, 영어를 더 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보너스 선물을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셋째,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에게는 물론 누군가에게도’ 이들 영어 명문장과 명대사는 일평생 선물하고 싶을 만큼 값진 것들이라고 감히 자신하기 때문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미도의 영어선물>을 읽다 보면 아름다운 글과 표현을 토해낸 책과 영화를 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차마 덮어버리기가 아쉬워집니다. 담고 기억하고 싶은 글들이 내 머리와 마음속에서 사라질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또 다시 펼쳐서는 천천히 다시 보게 됩니다.

  다르게 생각해보는 나의 작은 변화는 인생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될 겁니다.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드는 힘은 다르게 하지만 바르게 생각할 줄 아는 당신에게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이미도 선생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바로 이것입니다. 가슴 벅찬 봄을 경험하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강력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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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가 내 몸을 망친다
송영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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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운동은 걷기와 달리기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서른세 살. 그것이 그 당시 나의 나이였다. 아직은 충분히 젊다. 그렇지만 이제 ‘청년’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을 떠난 나이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조락凋落은 그 나이 언저리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인생의 하나의 분기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나이에 나는 러너로서의 생활을 시작해서, 늦깎이이긴 하지만 소설가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점에 섰던 것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본문 77쪽 

  잘 나가던 재즈 클럽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을 탈고한 뒤 얼마 후인 1982년 가을,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이후 생활의 일부가 될 만큼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리기를 이어왔다. 하루키는 왜 ‘달리는 소설가’가 되었는가?

  ‘소설 쓰기는 육체노동이다’라고 생각하는 하루키는 체력과 집중력,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선택하였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운동보다는 혼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달리기나 수영을 어려서부터 즐겼던 하루키에게 달리기, 즉 마라톤은 어쩌면 당연히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동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여행을 떠날 때면 여행가방에 꼭 런닝화를 넣어두는 하루키는 자신의 달리기 사랑을 묘비명에 비유하며 이렇게도 말했다.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본문 258~259쪽 

  하루키는 소설 집필에 필요한 체력과 집중력, 그리고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선택했다지만, 책 <피트니스가 내 몸을 망친다>의 저자 송영규에 의하면 그의 선택이야말로 최고의 운동법을 선택한 것이다. 왜냐하면 송영규는 달리기와 걷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운동이 허점을 가지고 있거나, 쓸모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이 책의 대부분을 할애하여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피트니스가 우리의 몸을 망치고 있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 대부분은 자신과 맞지 않는 운동 혹은 잘못 알려진 정보에 의한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오히려 잘못된 운동으로 몸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징후들은 다음과 같다.

  “운동은 싫은데 살은 빼야 하기에 덜덜거리는 진동운도기에 몸을 맡겨봤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것이 정말 지방이 빠지는 운동인지 의심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 운동을 하고 난 후 몸이 붓거나 허리가 아프거나 여기저기 간지러운 느낌이 들지는 않는가?

  헬스클럽에서 역기를 들었다 놓으며 운동을 하는데 자꾸 어지러운 느낌이 든다. 과연 제대로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걷고 달리는 것이 좋다고 해서 열심히 달린 당신, 요즘 걷기 힘들 정도로 무릎이 아프고 어깨나 목이 결리지 않는가?

운동을 강하고 많이 할수록 체중이 빨리 감량되거나 몸짱이 될 것 같아 하루에 여러 번, 몇

시간씩 운동을 하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고 항상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는가?

  몸짱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주변에서 운동의 최종 목표는 몸짱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 당신의 몸에 맞지도 않는 몸짱 운동법으로 운동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 책은 운동을 권하는 책이 아니라 차라리 ‘함부로 운동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운동이 몸을 망친다는 것이다. 약 55개의 잘못된 운동지식들을 낱낱이 꼬집으면서 이들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설명하고, 그로인해 우리가 운동을 했을 때 얻는 폐해나 부작용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책의 내용 대부분이 일종의 고발서같은 형식을 띠고 있지만, 저자인 송영규는 Daum 블로그에서 200만의 조회수를 넘는 파워블로거이고, 인간공학 및 재활보건학을 전공해서 석사학위를 받은 전문가이기에 신뢰하며 읽을 만하다. 좀처럼 운동하기를 싫어했던 독자라면 ‘운동의 허와 실’을 밝힌 내용을 들이대며 “내가 뭐랬어? 차라리 않하는 게 낫지?”라고 위로할 만큼 책에 소개된 내용들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운동정보를 하나하나 부정하고 있어서 그동안 운동을 하며 보낸 시간들이 소위 뻘짓한 기분이 들어 자괴감이 들 정도이다. 

  특히 물은 매일 2 리터 정도는 마셔줘야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목이 마르지 않으면 딱히 마시지 않아도 되고, 비타민과 항산화제가 운동을 방해할 수 있으며, 부상을 당했을 때 파스를 바르는 것은 오히려 부상 부위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말하는 부분은 내가 늘 해왔던 운동방식이라 주의 깊게 읽었던 부분이다. 이 뿐 아니라 몸짱이 되기 위한 근력운동의 실체와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 등은 꼼꼼히 읽어야 할 체크포인트였다. 

  저자는 인간의 신체적 특징에 대한 이론을 운동과 연관시킨다면 평생 살 안 찌고 건강한 몸을 만드는 방법은 바로 달리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최고의 신체적 장점은 오래 달리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이나 개와 같은 다른 포유류의 동물들은 초당 15~ 20m의 속도로 몇 분 동안 달릴 수 있지만, 사람은가장 빠른 사람들조차 초당 10.2m 정도의 속도로 15초를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다. 비록 인간은 빨리 달리기에 적합한 형태의 신체 구조를 갖지는 못했지만, 오래 달릴 수 있는 능력은 다른 동물과 큰 차이가 있다. 네 다리로 달리는 것은 빠른 속도를 보장할 수는 있어도 에너지 효율과 심부체온 상승 등의 문제로 오랜 시간 달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본문 285~286쪽

  또한 저자는 걷기든 달리기든 꾸준히 하기만 하면 우리 몸의 변화를 불러온다면서 ‘어떻게’보다는 ‘얼마나 계속 할 수 있을까’에 염두에 둘 것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 걸맞게 정상적이고 효율적인 운동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내 수준에 맞는 걷기와 달리기를 찾으라’는 것이다. 

  책의 전반을 살펴보면 걷기와 달리기만한 운동이 없음을 알게 된다. 저자의 말대로 인간이라는 동물에게는 걷기와 달리기가 가장 어울리는 운동일 수 있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운동으로 걷기와 달리기를 능가할 운동은 없다. 

  무엇보다 억지로 살을 빼서 마르고 허약한 것보다는 살이 찌고 비만이더라도 체력이 좋은 것이 더 건강한 것이며 더 오래 사는 것일 수 있다며 차라리 온갖 방법이 다 소용없었다면 꼭 살을 빼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편안하게 운동을 즐기고, 무엇을 하든 더 움직이려고 노력하라는 말이 독자로 하여금 ‘운동과 다이어트’라는 강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운동법에 관한 책 역시 일종의 자기계발서라도 본다면 책이 알려주는 바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독자는 실패로 인한 패배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의 운동법에 관련된 책들이 오히려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진정한 운동이란 짧은 시간 동안 몸을 혹사시키는 운동이 아니라 쇼핑이나 요리 그리고 집안일 같은 평상시의 신체활동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기구를 이용해서 특별한 사람에게 배우면서 하는 것이 운동이 아니라, 그냥 평상시 움직여야 할 일을 모두 움직이는 것만으로 ‘운동’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걷기와 달리기’의 당위성을 배웠다. 금연 이후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체중을 잡기 위해 운동화 끈을 고쳐 묶고 달려야겠다. 하루키가 달리는 소설가라면, 난 달리는 북로거가 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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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어둠 - 2조 엔의 이익에 희생되는 사람들...
MyNewsJapan 지음, JPNews 옮김 / 창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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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달랐던 토요타의 불쾌한 진실을 파헤친 책! 

  최근 세계경제의 최대 이슈는 단연 '토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다. 사상 최대의 대량 리콜 사태를 부른 차종은 1997년 출시된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카인 토요타의 ‘프리우스‘. 미국에서 시작된 도요타의 리콜사태는 현재 중국, 유럽을 거쳐 전 세계로 번지고 있으며, 총 1,000만대가 넘는 대규모 리콜 역시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0년 2월 말 현재 이러한 토요타 사태로 리콜 차량이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치 827만대를 넘어서는 910만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900만대가 넘어서는 리콜로 토요타의 부담금은 2000억 엔 가량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토요타가 예상한 2009 회계연도의 영업적자 3500억 엔에 근접한 수치로 적자규모는 5500억 엔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 토요타 위기의 파장이 '수출 대국' 일본의 수출 전반에까지 미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토요타 사태 이후 주요 수출업체들의 안전 검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연이어 제기되며 디플레이션 위기에 처한 일본의 '최후의 보루' 수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어마어마한 리콜 차량대수로 인한 토요타의 영업 손실보다 더 큰 손실은 지금껏 ‘드림카Dream Car'로 전 세계에 알려진 토요타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나아가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일본의 장인 정신을 뜻하는 ’모노쯔쿠리의 신화’가 무너졌다. 지금껏 일본이 만든 건 늘 우수하다는 세계인들의 의식은 이제 의심을 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토요타의 추락은 이제 일본신용의 추락으로 발전한이다.

  이런 즈음에 책 한 권이 주목되었다. 우리의 ‘오마이뉴스’격인 MyNewsJapan이라는 일본의 인터넷 신문이 쓴 책으로 토요타의 불편한 진실을 밝혔다. <토요타의 어둠>“당신은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고 있다!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기업 토요타. 그저 숨기기만 학 있는 희생자들의 비참한 실상과 확산되는 전 세계의 ‘반 토요타 캠페인’의 실태를 공개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토요타를 고발한다’는 내용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저자인터뷰 내용(PDF파일) 바로가기 : 클릭! 

출처:http://www.mynewsjapan.com/reports/1210



    원제 TOYOTA NO YAMI;トヨタ の 闇(やみ)의 이 책은 공교롭게도 자동차 생산대수로 세계제일이 되던 2007년에 출간되었. ‘2조 엔의 이익에 희생되는 사람들’이라는 부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세계인들이 알고 있는 드림카의 명사, 토요타의 이미지가  렉서스 크라운의 최고급 세단,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기업, 좋은 성능, 생산대수 세계제일의 브랜드 이미지라면, 실제의 토요타는 지은 지 40년 된 낡은 기숙사에서 합숙을 하는 사원들과 과로사를 당해도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원들이 일하는 곳이고, 리콜대수는 판매대수보다 많고, 가차없는 해고등으로 해외에서 많은 항의데모를 당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이 책은 폭로하고 있다. 저자들이 토요타의 실체를 고발하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토요타의 본질은 왜 알려지지 않는가? 

일본 최고의 광고선전비 사용업체이기 때문이다.

  언론과 미디어는 토요타를 각별하게 취급하고 있다. 토요타 관계자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면 광고비 책정에서 제외를 당하고 편집장도 경질을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토요타의 네거티브 정보는 차단되고, 대형 매스컴 회사를 통해서는 독자들에게 관련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특히 신문과 잡지는 매출의 40~60%를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이들에게서 네거티브 기사를 만나기는 더더욱 어렵다. 한편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상황이 어떨까? 신문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종이매체와 경영모체가 같기 때문에 사정은 마찬가지. 특히 인터넷판은 광고가 수입의 거의 전부이기 때문에 종이매체 이상으로 스폰서(광고주)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토요타의 광고선전비는 얼마나 될까? 2007년 3월 결산에 의하면 1,054억 엔으로 2위인 마쓰시타(831억 엔), 3위인 혼다기켄공업(815억 엔)을 누르고 단연 1위다. 이러한 기록은 10년 이상 전부터 수위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펜의 힘은 광고주의 힘 앞에서 무기력하기만 한데, 이것이 바로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매스컴의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위의 내용을 읽으면서 ‘뭐 당연한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하느냐?’고 반문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삼스럽게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오늘날에 있어 언론과 미디어는 ‘일본수상은 욕해도 토요타는 욕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곰곰이 현실을 생각해 보면 세상은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보다 대기업의 총수를 두려워하고 있다. 
 

 대기업가들은 선출되지 않아 임기도 없고, 누구에게도 보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바로 토요타와 같은 기대한 기업을 운영하는 개인집단들이 벌이는 기업가 정치(Corporatocracy)가 일본을 주무르고 나아가 세상을 주무르고 있는이다. 이들은 대중매체를 직접 소유하거나 광고를 통해 대중매체를 조종한다. 그들은 정치인의 선거운동에 돈을 대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자들을 로비라는 이름으로 뒤에서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2009년 8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토요타의 '렉서스 ES350'가 시속 190㎞로 달리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일가족 4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약 반 년 후 리콜 사태를 맞은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 사장은 세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만약 일가족 4명이 사망한 사건이 미국이 아닌 일본이었다면 어떠했을까? 만약 미국이 뉴욕발 금융위기를 겪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본인들이 느끼는 것처럼 이처럼 ‘토요타 죽이기’를 시도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자동차는 ‘세계의 토요타’였는지 모르지만 경영과 위험관리는 일본의 지방인 ‘아이치현의 토요타’ 수준 밖에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규모로만 글로벌화되고 정신(경영이념)은 미숙한 기업이 겪는 부작용을 토요타는 지금 겪고 있는 것이다. 



 

2. 토요타의 사원은 행복한가?

토요타를 그만둔 이들은 자신을 ‘탈북자’라고 부른다.

  이 책의 저자들이 취재한 전직 토요타맨들의 증언에 의하면 기숙사와 본사, 주요 공장이 집결해 있는 토요타시는 ‘작은 북한’같다고 말한다.

  “토요타시는 대도시 나고야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쯤 걸리는 불편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주위에는 즐길 만한 오락시설도 거의 없다. 이처럼 외부와 접하기 어려운 직장과 주거환경 속에 주위에는 온통 토요타 그룹 사람들뿐이다. 그러므로 토요타의 모든 환경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비판적인 분위기는 형성되기 어렵다.  "꼭 작은 북한 같아요."

‘탈북脫北(토요타자동차에서 간신히 벗어난 사람을 빗대어 부르는 말)을 한 전 사원이 그렇게 말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와 같이 격리된 입지, 독특한 분위기, 세뇌적 교육, 엄격한 규율 등을 보면서 거기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 바로 ’작은 북한‘이 아닐까 싶다.“ 본문 50 쪽

  이 장에서는 토요타에서 근무하다 30세에 과로사한 우치노 겐이치씨의 사례를 들어 세계 1위 기업 토요타자동차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낱낱이 파헤쳤다. 과로사를 당한 남편을 대신해 아내가 증언하고, 토요타의 음모를 밝히려는 저자가 썼기에 내용은 편파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정황은 미루어 짐작하기는 충분했다. 바로 무결함 무결점의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토요타맨의 희생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출처: 제이피뉴스 

 



 3. 토요타자동차의 성능은 과연 뛰어난가?

실제 결함률은 무려 99.9%이다.

 

  저자들이 찾아낸 자료에 의하면 토요타는 ‘리콜왕’이었다. 일본법상 리콜제도는 안전상, 공해방지상 규정에 맞지 않을 우려가 있을 때, 제조업체가 국토교통성에 신고한 뒤자동차를 회수해 무료로 수리해주는 제도이다. 다시 말해 리콜은 사람의 목숨이 걸린 심각한 결함사례에만 해당된다. 하지만 토요타는 2005년 10워에는 ‘비츠’나 ‘카롤라’는 단 한 건의 신고로 리콜대상이 127만 대에 이르는 과거 최대의 리콜(차의 헤드라이트 스위치 결함)을 신고했다. 세계 제일이라고 하는 토요타가 일본에서는 리콜을 ‘보상의무가 전혀 없는 서비스제도’ 비슷하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토요타의 경우를 예로 들면 이용자가 차량을 판매점까지 가져오는 것은 물론 기름값까지 부담한다. 수리기간 중 대체 차량을 제공할 필요도 없고 이용자가 허비한 시간을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우선 팔고 나서 나중에 고치면 된다. 결함에 대한 기사를 쓰지 않으니 매스컴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즉, 까놓고 말하자면, 소비자를 무료 테스트 드라이버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100대를 팔면 그중 99.9대는 인명을 위협하는 결함이 있으니 수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고쳐줄테니 우리가 판 차를 가지고 와라. 물론 그 시간과 노력은 보상받으려 하지 마라!”는 식인 것이다. 실로 엉망진창인 회사다.“ 본문 182-183 쪽

  책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건대, 최근 우리가 만난 토요타 사태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는 이미 예고된 사건이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작금 미의회가 발표하는 자료를 살펴도 토요타자동차가 많은 결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은폐해 왔던 사실들이 속속들이 드러나 토요타 몰락의 끝은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어 고발서와 같은 이 책을 단순히 반토요타 세력이 쓴 것이라고는 보여지지 않았다. 

 한편 생각해 보면 불완전한 인간이 만드는 제품인데 어떻게 완벽하기를 바랄 수 있을까? 의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무결점을 고수하고 그런 척 하기 위해 그 제품을 만들었던 불완전한 인간(직원)들을 얼마나 많이 푸시했을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오늘의 기업가가 창업자의 경영이념을 따랐는가 하는 점이다.

  ‘토요타 자동차 리콜 사태‘로 인해 토요타는 수백만 대에 이르는 자동차 수리비의 비용과 토요타 자동차를 신뢰하고 구입한 팬을 잃었다. 더욱 막대한 비용은 정당한 방법에 의한 조속한 리콜이 아니라 늑장 대처를 통해 문제를 더욱 확산시켜 결국 아직 토요타를 구입하지 않은 수많은 잠재적 팬을 잃었다는 것이다. 바로 ’고객 제일‘이라는 그들의 경영이념을 기망한 결과인 셈이다. 창업은 차라리 수성보다 쉽다는 기업가들의 푸념이 새삼스러운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토요타 사태를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업들은 규모 뿐 아니라 정신도 글로벌한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토요타의 어둠>에서 고발하는 기업 내부에 대한 폭로내용들이 국내 경제 상황을 비춰 봤을 때 그것들이 전혀 낯설지 않더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의 글로벌 기업들은 토요타로부터 과연 얼마나 자유로울까? 하늘이 알고, 땅이 알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알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알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단 것을... 비즈니스맨이라면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 위해서라도 일독할 필요가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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