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의 선택 - 세상의 모든 성공학자가 말하는 15개의 성공씨앗
카라니 N. 라오 지음, 황옥순 옮김 / 생각의날개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찾는 성공과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이 책에서 찾아라.
 

  자기계발서는 위로입니다. 우리 사회가 핵가족화된 지 이미 오래,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윗사람으로부터 충고를 듣거나 좋은 조언을 얻기는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외로운 인간이 더욱 외로운 세상이 된거죠. 종교를 갖은 사람은 절대자에게 자신의 고민과 걱정을 맡김으로써 무거운 짐을 덜어낸다고 하지만,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에는 그 가르침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기계발서는 그런 문제점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개인들에게 위로를 해주는 책입니다. 

  이런 책을 읽어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은 '어디선가 한 번 쯤은 들어봤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런 조언이 필요할 때는 구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자기계발서는 이럴 때 필요합니다. 내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주지는 않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나만의 문제'만은 아니었다는 위로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위인들의 선험적 사례들을 통해 '나도 저렇게 마음 먹고 행동하면 될 것 같다'는 작은 용기를 얻게 되죠. 책 <위너의 선택>도 그런 자기계발서 중 하나 입니다. 

  세상에 나온 수많은 성공학서를 탐독하고 숙지한 한 인도의 학자가 자기계발서들을 통해 성공에 도달하기 위한 15가지 핵심 요소를 발췌해 한 권의 책에 모았습니다. 이런 류의 책을 즐겨읽은 저로서는 거의 모두가 들어본 이야기와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이런 종류의 책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적잖은 감동과 교훈을 얻을만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야기의 형식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같기도 하고, 인도의 철학자인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과도 같습니다. 성공에 도달하는 핵심 요소 15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능성 Possibility 삶의 목적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더 나아지는데 있다. 늘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 분발하고 최선을 다해 당신의 장점을 더욱 향상시켜라.
-목표Goal 우리는 출발하기 전에 어디로 갈지 그 방향부터 정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기차나 버스를 무작정 타는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은 행선지나 목적지도 없이 인생을 사는가? 그러므로 당신은 떠나기 전에 목적지부터 정하라.
-긍정성Affirmation 삶의 어느 분야에서건 긍정적 자세야말로 성공과 행복의 필수 요소다. 어떤 상황에서건 좋은 점을 보는 습관을 들여라. 이러한 자세가 몸에 배면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긍정적 자세란 삶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을 말한다. 마음 자세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열망Passion 목표가 숭고한 집념이 된다면 정상까지 오르는 데 필요한 그 밖의 자질들은 그게 무엇이든 우리에게 찾아올 것이다. 연료가 자동차를 나아가게 하듯이, 우리의 열렬한 갈망과 전념이 목적지에 이르도록 나아가게 만든다.
-준비Preparation 계획은 효과적인 자원 활용에 도움이 된다. 확신은 준비에서 나오며, 준비는 다른 게 아니라 계획하고 연습하는 과정이다. 준비와 연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며 준비와 연습을 통해 경쟁력이 생긴다.
-시간Rural the time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마라. 시간은 가장 소중한 자원이며 인생을 만드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효율성Efficiency 효과와 효율성에 대해 생각하라. 꼭 할 일을 하고 거둘 수 있는 목표나 결과에 집중할 때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건강Health 에너지는 건강의 산물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속담을 명심하자. 정신과 직결되는 몸을 소홀하게 생각하지 마라. 몸은 우리의 성전이다.
-과감성Resolution 강하게 행동하면 강해진다. 용기 있게 당신의 행동으로 사람들을 고무시키되,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라. 행운과 사랑은 대담한 사람을 돕는다. 용기가 없으면 승리도 없다.
-학습 Learn 성공은 획득이나 성취, 출세에서 오지 않는다. 성장의 결과로 오는 것이다.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기보다는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자기단련Self-training 의지력은 우리가 노력을 쏟을 수 있는 최고의 훈련 프로그램으로 꼽을 수 있다. 그 목표가 무엇이든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당신이 원하는 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맹렬한 추진력과 불가항력의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실행력 Practice 행동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행동 역시 용기를 키워준다. 꼭 해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전념하면 성공은 보장된다. 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하게 만들려면 그 일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마쳐야 할 일을 해야 할 때 꼭 해야 한다.
-끈기Patience 끈기는 인내를 낳는다. 모든 실패는 성공에 대비한 총연습이다. 성공 기회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따라 다니기 마련이다.
-기도 Prayer 내적 자아를 강하게 하는 힘을 끌어내려면 기도와 명상을 통해 당신을 우주의 근원과 연결시켜라.
- 올바른 가치관 Right values세월만 보내는 게 아니라 인생다운 인생을 사는 법을 배워야한다. 우리는 우리가 얻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우리가 베푼 것으로 진정한 인생을 살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성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15 개의 핵심요소를 모두 충족시켜야 진정한 성공을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살펴보면 이 모든 것을 다 이룬다면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닌가?' 싶을 만큼 종류도 많고,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공에 이르려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무엇인가요? 거의 대부분이 부자가 되고, 임원이나 CEO가 되는 것, 등 눈에 보이는 성공만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이루어 성공했다고 해서 행복해 질까요? 그에 대한 좋은 예가 이 책에 소개되더군요. 소개 하겠습니다.


  1923년, 부호 여덟 명이 시카고에서 만났다. 이들은 철강 대기업 회장, 최대 전력회사 사장, 최고의 증권 투자가, 뉴욕 주식 거래소 이사장, 국제 결재 은행장, 미국 내무부 장관, 뉴욕 월스트리트의 최고 투기꾼, 최대 전매회사 사장이었다.  

그런데 20년 후에 철강회사 회장, 찰스 슈왑은 파산으로 생을 마감했다. 전력회사 사장, 사무엘 인설은 지명 수배자로 그리스에서 망명 중에 사망했다. 최고의 증권 투자가, 아서 커틴은 파산자로서 해외에서 사망했다. 뉴욕 주식 거래소 이사장, 리처드 휘트니는 싱싱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국제 결제 은행장, 레온 프레이저는 자살했다. 미국 내무부 장관이었던 앨버트 폴은 수뢰죄로 복역하다 집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사면 받았다. 뉴욕 월 스트리트의 최고 투기꾼, 제시 리버모어는 자살했다. 최대 전매회사의 사장인 매치의 왕 이반 크루거도 자살했다.   본문 169-170 쪽

  어떻습니까, 여러분? 약 90년 전에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이 이야기가 최근 우리가 뉴스에서 만나는 어느 국내 대기업이나, 부자, 그리고 정치인의 몰락을 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이들의 공통점은 부귀영화를 얻은 사람들이라는 점과 말로가 보통사람 보다 못했다는 겁니다. 이들이 바라는 성공이, 행복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요? 자신의 깜량보다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얻었기 때문에 그들은 끝내 불행해졌습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성공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추구하는 행복은 어떤 건가요? 알듯 모를 때, 그럴 때 자기계발서가 필요하고, 성공학서가 필요합니다. 그런 책들을 읽어보면서 자신의 깜량을 생각해 보고, 더 넓히고 싶다면 무엇을 좀 더 계발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니까요. 지금까지 성공학서에 관심이 없었던 독자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우선 두껍지 않고, 15 권 정도의 성공학서의 엑기스가 모여있기 때문입니다. 명심해야 할 건요, 이 책에는 해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해답은 이 책을 읽는 독자, 바로 당신이 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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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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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데미안'이 이 소설 속에 숨어 있었다! 

  “누군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 웃기지만 정말이야. 하지만 언제였냐는 기억이 또렷하지. 왜냐하면 하늘에 뜬 별이 모두 땅에 내려앉은 것처럼 거리엔 반딧불이같은 불빛들이 그득하고, 귀에는 캐럴이 끊임없어 들렸거든. 난 명동성당으로 들어서는 을지로 사거리 오른편 가로등에 서 있었어. 한 손에는 ‘사랑과 영혼’을 볼 수 있는 중앙극장 영화표 두 장, 다른 한 손에는 반쯤 타서는 재를 게워내고 있는 담배가 들려 있었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그녀를 난 30-40분 정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 추웠던지, 똥줄이 탔던지 담배를 꽤 피웠던 기억...생생해. 그녀가 오면 보라고 주위에 있는 몇 개의 꽁초까지 모아서 일부러 수북하게 보이게하려고 오른발로 쓸어 모았던 기억도 나. 많이, 그리고 간절하기 기다렸던 것 같아. 

  끝내 그녀는 오지 않았어. 아무래도 내가 일방적인 데이트 제안을 하고 기다렸던 것 같아. 그리고 그녀는 나쯤은 괘념에도 없었던 것도 같아. 애타게 기다린 나도 나지만, 끝끝내 나타나지 않은 그녀였던 걸 보면 말야. 영화가 시작한 후 10분 정도를 그 자리에서 더 기다렸던 것 같아. 담배갑에 든 마지막 담배에 불을 붙이고, 영화표를 아주 잘게 찢었지. 그리고 내 머리 위로 뿌렸던 기억이 생생해. 나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내가 그런 이상한 짓을 하는 줄 몰랐을거야. 그 날은 찢어진 영화표보다 훨씬 더 크고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거든.“

  며칠 전 지금의 ‘그녀‘에게 말했던 내 스무 살의 크리스마스 이브 이야기다. 바보같은 사내의 꽁트같은 이야기에 그녀는 숨이 넘어갈 듯 까무러치는 웃음에 더욱 신명나게 떠들었지만 고이 숨겨 두었던 아픈 기억에 가슴이 아팠다. 그랬구나, 내가.

  누구였을까 그녀는. 알 듯 모르겠다. 이럴 땐 ’잊어야지‘ 마음먹으면 정말 까맣게 잊고 마는 신기한 기억력이 미워진다. 이 이야기를 꺼낼 때 내 손에 든 것은 반쯤 타고 남은 담배가 아니라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였다. 이 소설의 시작은 내 이야기와 비슷한 즈음인 어느 겨울의 크리스마스였다. 



 

  묵은 사랑은 애절하다. 기억이 흐릿할 만큼 세월이 지날수록 애절한 향내는 더욱 진해진다. 어려서 사랑을 아직 몰라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자위를 하지만 사실은 가장 순수하고 뜨거운 사랑을 감당하지 못해서 내쳤는지도 모른다. 그냥 좋았을 뿐 아무런 조건이 없던 그때, 느껴지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하나’ 뿐이었다.

  소설의 나는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불쌍한 아내의 아들이다. 젊디젊은 톱 탤런트에게 새장가를 간 중년의 배우 아버지, 나에게 그는 미美를 쫓는 나방이었다. 백화점에서 같이 근무하는 ‘끔찍하게 못생긴’ 그녀가 눈에 들어온 건 새장가간 아버지가 반면선생反面先生이 되었는지 모른다. 아니, 버려진 어머니에 대한 연정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그녀를 ‘나’는 좋아하기 시작한다.

  나와 못생긴 그녀와의 사랑 이야기는 자못 싱거울 수 있다. 미추노소美醜老少를 불문하고 당신들의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던가? 맞불이 붙은 사랑에는 타인의 시선일랑 아랑곳없다. 원래 사랑하는 연인에게 세상은 ‘우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의 그 채도와 명도 역시 두 단계쯤 낮아진 배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떠나 ‘못난이’인 나 역시 흘러온 시간만큼 사랑을 경험했고, 그 때만큼은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이들을 지켜봄은 심드렁할 만하다. 자칫 건조할 뻔 했던 이 소설을 읽은 동안 구름을 걷듯 즐겁게 하고, 내 눈에 뿌려진 안개를 걷어주는 역할을 맡은 세 번째 주인공은 바로 ‘요한’이다.

  요한은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을 닮았다. 적에게 총칼을 겨눴던 2차 세계대전의 전장에서 피아彼我 구분할 것 없이 젊은 병사들의 가슴 속에 들어 있던 그 책의 주인공, 데미안을 닮았다. 데미안은 ‘형’ 그리고 ‘친구’의 다른 이름이다.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면서 내가 모르는 세계를 보여주고, 내가 알아야 할 진리를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 그는 그런 인물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독설쟁이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데미안의 말들이 신비했다면, 재벌가의 첩자식인 요한의 독설은 ‘지화자’을 연발할 만큼 명쾌하고 시원하다.

  소설의 ‘내’가 입을 떡 벌리고 들을 법한 세상에 대한 그의 삐딱한 시선은 늘 왕눈이 안경을 뒤집어 쓴 박민규의 시선이고 생각이 아닐까. 내가 호불호好不好의 이분법적 수렁에서 벗어나 세상을 다시 대하고, 그녀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요한’이 있어서였다. -데미안과 요한, 비슷한 캐릭터의 두 사람의 이름은 묘한 아이러니다. 데미안이 Demon 즉, 악마적 이름이라면, 독설쟁이 요한은 그리스도에게 가장 가까이 있었던 ‘그리스도의 선구자다 - 

  내가 요한에게서 들은 첫마디는 백화점 주차 알바에서 살아남는 법이었다. 난(글을 쓰는 나) 그의 첫 번째 대화에 그만 홀랑 반해 버렸다. 그 시절의 나였다면 잠시라도 요한과 떨어지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괜한 친절을 베풀지 마. 주차할 때 뒤를 봐주거나 오라이~ 이런 거 해주지 말란 말이야. 그러다 쿵 하면 너한테 변상하라고 덤비는 게 인간이야. 정 주차가 서툰 운전자면 나나 면허를 가진 근처 직원에게 부탁해. 어이~ 뒤 좀 안 봐주고 뭐해, 따지는 놈도 있지? 대개 그런 놈들은 큰 차 모는 놈들이야. 상황 봐서 최대한 조심하고...혹시나 말이야, 그러다 쿵 해쓴데 고급세단이나 외제차였다! 그럼 니가 행 할 행동을 일러줄 테니 반드시 입력해 둬. 우선 말없이 완장과 모자를 던져버려.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 말고 사무실로 뛰는 거야. 주임이 있으면 기절이라도 시키고 책상 오른 쪽 두 번째 서랍을 열어 신상명세서를 찾는 거야. 그걸 찢어 삼키든지 태우든지 하고 곧장 집으로 도망쳐. 그리고 다른 일자리 알아보는 거야. 알았지?” 본문 88 쪽

  요한은 아니, 아니에요를 연발하는 그녀에게 아니에너스라 이름짓고, 그녀를 닮아가는 나에게 아니우스라 부르며 바보 같은 두 사람을 맺어준다. 남의 고민을 발벗고 해결해주는 사람, 남을 즐겁게 해주어 함께 웃으려 하는 사람. 요한은 실은 절대고독의 개미지옥에 빠져 있는 외로운 사람이다. 선구자 요한처럼 세상의 헛헛함을 알았던 것일까, 진절머리 칠 만큼 버려진 사랑을 너무 일찍 안 탓일까, 하나였던 세 사람이 둘이 되자 결국 손을 그어 제 명命을 재촉하는 바보가 된다.

이들이 모이는 아지트는 몰락해 가는 재래시장의 초입에 있는 맥주집 '켄터키 치킨'이다. 간판에 BEER 대신 BEAR가 붙어있고, HOF 대신 HOPE가 떠억 자리잡고 있는 곳, 단골이라고 닭다리가 일곱 개가 나오는 이곳은 뒤죽박죽 섞여버린 세상의 축소판이다. 배를 잡고 웃으며 말하는 그곳 풍경은 사뭇 대학시절 즐겨찾던 ‘딸깍발이’가 생각났다.

“왜 그렇게 우스웠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 우리는 지겹도록 웃고 또 웃었다. 켄터키 옛집인 듯한 풍경은 알고 보니 네덜란드였고, 스와니겠지 싶었던 강은 아마존이었다. 게다가 버젓이 네바다 사막이며 나이아가라의 사진도 걸려 있었다. 좋아, 다 좋은데 저 돼지는 뭐냐구? 닭이면 또 모를까...닭을 튀기는 주방 근처엔 새끼 돼지들이 줄줄이 엄마 돼지의 젖을 문 이발소 그림이 걸려 있었다. 이 닭도 한국에서 잡은 걸 텐데...또 메뉴판을 뒤지며 켄터키에 마른 오징어라니...이래도 되는 거냐구, 거품을 물었었다. 컨터키의 어떤 것도 찾을 수 없는 가게의 출입구 위엔 알고 보니 무난하게 갓이 걸려 있었다. 급기야 화장실에 간 요한은 이소룡을 발견했었다.” 본문 95 쪽

  여자로서 못생긴 그녀가 본 한국은 화장을 하지 않고선 외출하기가 두려운 사회, 남자와 여자가 철저하게 구분되는 야만적 사회다. 또 추함은 죄가 되고, 못생겨서 받는 차별은 추함의 댓가로 달게 받아야 하는 당연한 벌罰로 인정하는 사회다. 그래서 못생기고 추한 사람은 그 반대의 부류를 위해 존재하는 배경이 되고, 그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엑스트라다. 바로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평생동안 눈을 떼지 못했던 왕녀를 시중드는 시녀와 다름아닌 것이다. 박민규를 이 소설에 대한 변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늘 스펙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경쟁력 없이 살 수밖에 없는 대다수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가 남자들을 위한 소설이었다면, 이번 소설은 여자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쩌면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못생긴 사람들이다. 비교우위를 점하는 자신감에 사로잡힌 불쌍한 사람들이다. 남보다 더 많이 갖고, 더 예쁘고 잘생겨야 행복해진다고 여기는 불쌍한 추물醜物들이다. 행복은 자존감에 있다. 잘나고 못난 것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라는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비롯된다. 박민규는 그녀가 독일에서 ‘못생긴 여자’가 아닌 ‘한 명의 독신 동양인’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지금도 수술대에서 의사의 칼침을 기다리는 수많은 못생긴 사람들이 가져야 할 것 역시 자존감自存感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기존의 소설에서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구성과 파격적인 문단 구성은 박민규답다는 찬사를 안할 수 없다. 시종일관 독자로 하여금 이십 년 전의 차가운 겨울을 느끼게 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만약 내가 첫사랑과 스무 살을 추억하고 싶어진다면 다시 읽어야 할 책은 이 소설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권말에 붙어 있는 CD와 엽서다. 잘 된 작품에 굳이 없어도 됨직한 사족이었다(난 아직도 그 부록을 개봉하지 않았다). 독자를 위한 배려였다면 지나쳤고, 완성도를 높이려 했다면 착각이다. 앞으로도 쇄를 거듭해 널리 읽힐 것이 자명한 이 소설, 온전히 제 한 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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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프리 - 비트 경제와 공짜 가격이 만드는 혁명적 미래
크리스 앤더슨 지음, 정준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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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퍼 주고, 그 속에서 금맥을 찾아라. 이것이 미래 기업이 살 길이다!

 

  “공짜 술 한 잔 보고 십리 간다.“는 우리 옛말이 있다. 그리고 ”공것이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말도 있다. 모두 공짜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거두어들이려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비꼬아 이르는 말이다. 나 역시 ”공짜“라는 팻말을 보면 가던 길을 멈추고 ‘도대체 뭐길래..?’ 하며 기웃거리는 공짜에 약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공짜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손해 볼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도 사람들은 얻는 즐거움보다 잃는 괴로움을 두 배가량 더 크게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것을 보면 사람들이 ‘손해 볼 염려 없는 공짜’를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장사꾼들은 이러한 사람들(소비자)의 ‘공짜심리‘를 모를 리가 없다. 공짜를 이용한 이른바 공짜 마케팅은 예전부터 있던 장사술중 하나였다. 당장 재래시장을 살펴보자. 어물전에 들려 젓갈을 사기 전에 손님은 이쑤시게로 집어서 한 입 먹어본다. 과일가게를 들려도 수박, 사과, 배 등을 깎고 숭덩숭덩 썰어놔 상품의 가치를 짐작하게 진열해 놓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무엇이든 한 무더기를 사면 한웅큼 집어서 보따리에 더 담아주는 ’덤‘도 공짜요, 행여 무거울까 집까지 배달해주는 운송료도 공짜마케팅에 속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런 ’공짜‘없이 무슨 물건을 살까 싶을 만큼 ’공짜‘는 물건을 사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들어 시장은 더욱 뜨겁게 공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판매방법도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말 그대로 ‘공짜’를 마구 퍼주고 있는 것이다. 손님이야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과연 ‘이렇게 막 퍼줘도 괜찮은겨?’ 기업을 걱정을 정도다. 정말 그렇게 공짜를 남발해도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는다면 그들은 무엇으로 돈을 버는 것일까?



 

    책<프리;free>는 21세기 마케팅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공짜마케팅’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저자는 롱테일 이론의 창시자이자, 베스트셀러 <롱테일 경제학>을 쓴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다. 전작 <롱테일 경제학>이 저장과 유통 비용이 제로zero인 온라인의 잇점이 롱테일이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한계비용이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제품과 서비스로 어떻게 수익을 일으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저자는 앞으로의 비즈니스, 특히 온라인 비즈니스 시장은 공짜일 수밖에 없다면서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시장에서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21세기의 공짜는 전 세기까지 추구해 왔던 ‘말뿐인 공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웹은 인간의 지식과 경험과 표현이 집적된 세계 최고의 집적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유통비용 제로의 디지털 배급 시스템으로부터 오늘날의 웹의 기적이 일어났다. 공짜 진열공간이 바로 그런 기적을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공짜는 아무런 조건도 붙어 있지 않다. 그것은 향후 매출을 올리기 위한 미끼가 아니라 진정한 공짜다...21세기의 공짜는 20세기의 공짜와 다르다. 원자 시대에서 비트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현상이 변화를 일으켰다. 공짜가 진정한 공짜가 된 것이다.” 본문 22 쪽

  저자는 비트 시대(21세기)의 공짜는 원자 시대(20세기)의 공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 차이는 이렇다. 20세기의 공짜는 ‘말 뿐인 공짜’다. 공짜를 대신한 사은품, 증정품, 할인 등의 혜택이 공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최초에는 내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물건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공짜로 받는 만큼 깎는 ‘에누리 효과’는 얻을 수 있지만,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대가를 치르는 마케팅 술책 중 하나일 뿐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인 비트 시대의 공짜는 다르다. 말 그대로 공짜다. 돈 한 푼 내지 않고 가입만 하면 메일, 블로그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 싸이월드 홈페이도 공짜다. 온라인 공간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공짜 혜택은 ‘그것이 정말 공짜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짜투성이다. 게다가 기업들은 ‘공짜로 더 퍼주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해서 가능할까? 저자는 인터넷 세계는 프로세서, 대역폭, 그리고 저장장치라는 세 가지 기술에 힘입어 가격 하락을 배가시켜 종국엔 한계비용이 제로Zero, '0'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공짜경제 속에서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구글과 같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공짜경제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일까?

  그 설명에 앞서 살펴야 하는 것은 우리 일상 속에서 만나는 공짜는 어떤 것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크리스 앤더슨은 네 가지의 공짜모델을 제시했다.    



 

   공짜모델1 - 직접 교차보조금(기업이든 스폰서든 누군가 돈을 대신 내주는 형태)

공짜 상품: 다른 무엇인가를 유료 구입하도록 당신을 유인하는 모든 상품

공짜 수령자: 궁극적으로 이런저런 방식으로 비용을 지불하게 될 모든 사람

예: 1+1 증정행사, 이동전화 상품, 패키지 상품

 

  공짜모델2 - 3자간 시장

공짜 상품: 콘텐츠, 서비스, 소프트웨어 등

공짜 수령자: 모든 사람

예: 라디오, TV, 신문, 잡지 등 - 광고주가 대신 비용을 대는 형태

 

  공짜모델3 - 프리미엄Freemium Model

공짜상품: 고급 유료 버전과 겨루는 모든 상품

공짜수령자:기존 버전 이용자

예: 어도비의 포토샵의 고급 버전을 구매하는 유료 이용자 1명이 체험판을 내는 이용자 19명의 비용을 부담하는 형태

 

  공짜모델4 - 비금전적인 시장

공짜상품: 사람들이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공짜로 제공하는 모든 것

공짜수령자: 모든 사람

예: 위키피디아, 블로거 등 - 일종의 기부 경제로 이들은 명성과 관심, 표현 등의 비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얻는다.

 
  저자는 앞선 두 가지의 공짜모델 즉, 교차보조금과 3자간 시장은 원자 시대인 20세기의 공짜모델이고, 21세기를 대표할 공짜 모델은 세 번째인 ‘프리미엄 모델’(= free+premium의 합성어로, 모료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인 후 고급 기능을 유료화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제품을 널리 알리는 데에는 공짜버전(체험판 등)을 제공하고, 고급형은 유료화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말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이라 불렀다.

  덧붙여 비트 시대에 있어 또 하나의 공짜모델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바로 비화폐 시장, 즉 비금전적 시장이다. 위키피디아나 블로그 등과 같은 공짜모델들은 관심 경제와 명성 경제가 돈을 대신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노동은 공짜다. 그래서 이들이 제공하는 경제는 순수한 ‘기부경제’이고, 기부경제에 쏟은 노동의 보상은 다른 블로거나 유저들로부터 얻는 존경과 관심, 표현 그리고 청중(팬)이다. 이러한 보상은 트래픽(방문)으로 이어지고 광고 클릭수를 높여 금전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금전을 추구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본연의 ‘이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공짜 노동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요컨대 좋아서 무료로 하는 일이 월급을 받기 위해 하는 일보다 종종 더 즐겁다. 살려면 어쩔 수 없이 무엇인가를 먹어야 하지만, 매슬로우가 보여준 것처럼 먹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창의력도 발휘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도 받으면서 사회에 공헌할 기회는 매슬로우가 다른 욕망들보다 중요하게 평가한 자아실현 욕구와 일맥상통한다. 웹에서 자발적 참여가 넘쳐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웹 덕분에 사람들은 창의력을 발휘하고, 무엇인가에 기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무엇인가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어 행복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몇백 년 동안 그러한 비화폐를 생산할 경제적 잠재력을 지닌 채 그것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 및 도구들의 출현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웹이 바로 그러한 도구들을 제공했고, 그 때문에 갑자기 무료 교환 시장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 본문 298 쪽

  더불어 저자는 기존의 공짜 비즈니스 개념에 대한 오해와 반론들 중에서 중요한 14가지를 나열하고 그에 대해 각각의 사례를 들어 답변을 제시했다. 원자 시대와 비트 시대의 과도기에 있는 지금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아가 책의 말미에 미래의 공짜 비즈니스의 방향(공짜의 규칙)을 예측하고, 저자가 공짜 경제 시대의 유일한 생존방법으로 제시한 효과적인 프리미엄Freemium을 독자들이 효과적인 활용하는 방법(프리미엄 전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수없이 만나는 공짜 비즈니스 모델들을 유형별로 정리(50가지 공짜 비즈니스 모델)해 제시했다.

  크리스 앤더슨이 제시하는 비트 시대의 공짜경제를 살펴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사례로 제시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하나같이 세계적인 온라인 기업으로 거듭난 기업만을 소개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여전히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고, 이들이 펼치는 비즈니스 모델들이 표본이라면 무어의 법칙만큼이나 빠른 속도의 지금의 경제환경에서 신생업체들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나아가야 할 바는 무엇일까 의문을 두었는데 끝내 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온라인 시장의 대표적인 마케팅이라 할 수 있는 ‘공짜경제’에 주목하여 공짜의 역사에서부터 시작해 공짜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유, 그리고 공짜 마케팅 유형과 성공적인 공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크리스 앤더슨이 제시한 공짜경제Freeconomics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롱테일 경제학>의 후속타로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국내 독자로서 숙제가 있다면 이 책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일 것이다. 작금의 온라인 시장을 살펴보면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룩한 거대 온라인 사업자들은 막대한 자금과 네트워크를 통해 신생기업들의 아이디어를 사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 책에서 언급된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미국업체가 아니던가? 이들이 만들어낸 컨텐츠는 충분한 마켓쉐어가 있기 때문에 95%의 공짜 유저와 5%의 유료 유저로 운용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의 신생업체가 이들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다면 과연 그들처럼 시장을 키울 수 있을까?(국내에서 먼저 개발된 싸이월드가 미국에서 철수한 점과 뒤늦게 개발된 페이스북이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현실만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생각을 확장해 보면 이러한 공짜 경제의 도래는 신생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것이고, 이는 가상공간에서의 승자독식사회가 자리매김을 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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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의 아이스크림 천재영문법 1 : 백살 공주와 일곱 아이돌 - 영재로 키우고 싶은 우리 아이에게 꼭 필요한 미국식 영문법
이미도 지음, 최진규 그림 / Faust(파우스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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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리우드 영화광들이 아끼는 영화번역가 '이미도' 선생이 이번에는 아이들을 위한 영어 학습만화를 만들었네요. 제목은 <이미도의 아이스크림 천재영문법>입니다.

 

   제목이 참 특이한데요, 굵은 블록 글씨만 오면 '아이는 이미 천재'라고 읽히네요. 하워드 가드너의 책 <열정과 기질>의 내용중에 아인슈타인은 "5-10 세의 아이는 이미 천재다.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선성설과 같이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이미 '천재'라는 뜻이겠네요. 커가면서 가정과 사회 그리고 학교가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제약함으로써 아이들의 두뇌는 후퇴하기 시작한다는 그의 말이 일리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낸 목적에 대해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에게 만화를 통해 마음껏 상상하면서 영어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의 번역가 답게 미국 애니메이션과 동화를 소재로 스토리를 비틀고, 뒤집어서 익숙한 동화만 알던 아이들에게 신선한 스토리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미국 대중문화에는 오리지날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미 세상에 알려진 원작에 얼마나 많은 상상력을 더했는지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지곤 합니다. 이 책 역시 헐리우드 영화식 스토리텔링을 도입했습니다. 자신의 주특기인 영어와 무한한 컨텐츠를 자랑하는 영화를 아이들을 위해 활용했다는 점이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이 책은 광운대학교 컨텐츠 미디어 센터라고 해서 이른 바 '산학협동'으로 만들어진 컨텐츠기업 파우스트가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앞으로 시리즈로 계속 출간을 하고 또한 이 컨텐츠를 바탕으로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팬시나 게임등으로 제작되어 소위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작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당당히 밝히고 있는데요, 이미 중국과 판권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이미도 선생의 영화와 영어를 접목한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네요. 5~10 세 아이들에게 '미국식 영문법'을 가르치기 위한 이 학습만화가 주목되네요.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가 아닌 <백살공주와 일곱아이(무지개를 뜻함)>가 주인공이고, 온갖 동화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원색의 밝은 컬러와 아이들에게 친근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이 책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저자의 이 책에 대한 설명을 인터뷰 화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이 책에 대한 저자의 설명 화면

 출처: 이미도의 아이스크림 천재영문법 공식 홈페이지 http://meedoedu.com 



 



 



 

  이 책의 특징은 우선 영화번역가라는 저자의 이력에 있을 겁니다. 헐리우드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동화의 원작 내용을 살짝 비틀고, 뒤집어서 만들어 스토리를 재창조하는 것에 모티브를 얻어 헐리우드 애니메이션과 동화를 함께 어울리게 해서 새로운 스토리를 재창조하였습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어른들이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만화 주인공과 동화의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두 번째는 재미있는 만화에 있습니다. 아이들의 눈에 쏙 들어오도록 그림은 시원시원하고 큼직하게 그려졌네요. 컬러도 아이들이 색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되도록 밝은 원색을 사용했습니다. 제가 보이게는 유치한 대사들이 조카들은 마냥 재미있나 봅니다. 한 번 보면 그만 둘 법도 한데 세 번 네 번을 처음부터 페이지를 넘기더군요. 대사를 쫓다가 영어를 만나면 어김없이 “삼촌, 이게 뭐야?”하고 묻습니다. 이제 옆에 있는 어른이 함께 동참해야 할 때가 왔네요.   



 



 

 

  저자는 우리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0년 이상 영문법을 공부하고도 글쓰기나 말하기를 할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바로 분해하는 영문법을 배워 온 탓이라고 지적합니다. 다시말해 영어 문장을 자르고 나누는 문법을 배우느라 정작 단어와 단어를 결합하고 확장해 문장을 척척 만들 줄 아는 영문법 실력을 쌓지 못한다는 거죠. 원래 문법이란 것이 ‘문장을 만들기 위해 단어들을 결합하는 방법과 법칙을 배우는 것인데, 부정사니, 분사구문이니, 가정법이니 하는 문법 지식만 달달 외우고, 정작 영어 문장은 만들지 못한다면 그것은 반쪽 영문법 공부에 지나지 않고, 재미도 없다는 겁니다. 

  이미도는 그 해답을 미국에서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미국식 영문법에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미국식 영문법이란 통합하는 영문법 즉, 단어와 단어를 결합하고 확장시키는 법칙을 배워 자유자재로 문장을 만드는 공부법입니다. 



 



 



 

  한 두 단어로 된 문장을 배우고, 거기에서 단어를 하나씩 더 추가해서 문장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영어가 바로 미국식 영문법이라는거죠. 저자는 평소에도 미국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공부하는 초급 미국영단어 사전(영영사전)만 모두 살펴보면 생활영어에는 무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어른들이 영어사전을 들고 통으로 외워서 공부하기를 강조한 것처럼 이번에는 5~10세의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학습이 만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공부가 될 수 있도록 만들게 된겁니다. 

 ‘이미도의 아이스크림 천재영문법‘은 미국식 영문법에 따라 단어와 단어를 결합하고 확장하여 문장을 만드는 문법공부 방법을 제안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단어와 단어의 관계, 올바른 단어 사용법, 단어의 정확한 형태 등에 관해서 배워야 하고, 이를 통해 아이들은 단어와 단어를 결합하고 확장하여 문장을 만드는 문장력 실력을 쌓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이미도의 아이스크림 천재영문법》이 다른 영문법과 가장 크게 차별되는 점일 겁니다.   



 



 



 



 



 



 



 

  책의 중간마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을 때 짚어줘야 할 점을 적어놓고, 책의 마지막에는 학습 코너에는 한글과 영어로 요약된 줄거리가 실려있습니다. 그래서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과 이미 영어를 시작한 아이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꾸며졌습니다. 

  이번에 나온 제1권(영문법 introduction 특별판)은 시리즈 전체를 위한 ‘소개’ 편으로, 이야기의 무대와 등장인물,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소개되었네요. 본격적인 영문법은 2권(명사 편)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림 위주로 만화를 보는 어린이들에게는 한글 공부에 도움이 되게 도와주고, 영어에 자신감이 붙은 어린이들에게는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게끔 구성한 이 책이 마음에 드네요. 무엇보다 조카들이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점이 그것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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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은선 지음 / 예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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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잘 만들어진 로드 무비 아니, 로드 소설이다!

  연극과 영화를 연출하고 마케팅을 하던 장래의 시나리오 작가가 어느 날 남미로 훌쩍 떠났다. 여행과 영화에 관련된 소재꺼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도착한 곳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그리고 그녀는 그곳 공기에 뭍혀 국적 없는 이방인이 되었다.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기억하고, 필름에 담았다. 함께 웃고 함께 고민하며 그들과 어울렸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약간은 그을리고 약간은 핼쑥해졌을까. 알 길은 없다. 하지만 필경 떠나기 전보다 사고의 키가 훌쩍 커서 왔을 것이다. 사진을 보며 한동안 머물렀던 남미의 생활을 추억하다가 문득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수십 권씩 서점의 매대에 쏟아지는 자화자찬의 여행기가 쏟아진다. 남과는 다른 곳, 다른 방식으로 멋진 풍경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그 사이에 이야기를 메꾸지만 책을 덮고 나면 한결같이 ‘정말 가서 살고 싶은 곳’ 운운하는 그저 그런 결말로 그치고 만다. 독자들은 사실 작가(유명인이 아니고서야)가 어디를 갔고, 뭘 했고, 뭘 먹었는지 그리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는 관심 없다. 관심사는 단 하나. ‘그곳에 무엇이 있더냐’, ‘정말 가 볼만 하더냐’ 일 뿐이다. 



 

 

  책 <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그런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니다. 로드 무비 아니, 로드 소설이다. 이 책에는 작가가 없다. 대신 저마다 버려야 할, 얻고 싶은 사연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이 있다.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OJ여사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른 여행객이라는 점이다. 주인공들은 나그네가 되고, OJ여사는 주모酒母가 된다. ‘게스트하우스’는 피곤한 나그네들이 하룻밤 신세를 지는 주막인 셈이다. 

  서울에서 진행중이던 모든 프로젝트를 버려둔 채 갑자기 사라진 연인을 찾아온 OK김, 원하지 않던 불륜의 막장 드라마에 질려 무작정 떠나온 나작가, 여자 부모의 반대로 이제 사랑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원포토, 처자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살았다며 마지막 정착지로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선택한 박벤처. 그리고 의문의 여인 로사. 주인공들의 사연은 작가의 이야기고 독자들의 이야기다. 생면부지의 이들이 서로를 알게 되고 비슷한 처지임에 위로를 얻게 하는 유일한 플랫폼은 OJ여사다. 그녀 역시 그 누구보다 깊은 사연을 담고 있었지만...그들은 모두 사랑에 취해 있었다. 그 대상이 이성異性이든, 자신이든, 가족이든, 사랑을 되찾으러 헤매고 었었다. 젠장 맞을 사랑, 지구 끝에서도 사람들은 사랑타령을 한다.

  영상소설 같은 스토리의 진행은 잘 꿰어 맞춘 육각면체의 큐브처럼 절묘하게 이어진다. 주인공들의 시선이 멈추는 곳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명소이고, 운치 있는 사진들은 설명이 된다(따로 각주를 넣어 설명도 하지만). 컬러풀한 풍경, 뙤약볕의 한낮, 뜨거운 공기, 알코올 냄새와 소움이 그득한 열정의 밤풍경, 그리고 정열적인 사람들. 마치 각각의 주인공들의 한걸음 뒤에서 그를 좇듯 함께 시선이 머물고 함께 취한다. 저자의 유려한 문체는 주인공들의 목소리마저 들리는 듯 했다. 책의 곳곳에 숨은 전면가득한 사진 속에 들어있는 임펙트강한 저자의 생각은 한 편의 광고문구 같이 멋들어진다.  

그 중 인상적인 글 하나. “우리는 왜 여행을 하며 방황할까?”라는 묻지도 않은 질문에 답을 하는 것 같은 글이다. 

“여기가 어디지?”

서울 시내에서 길을 잃었을 때,

우리가 찾는 것들은 항상 정해져 있다.

광화문의 이순신 동상, 삼성동의 코엑스, 신사 사거리 주유소...

불행히도 삶에서는 그런 행운이 쉽사리 발견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위치조차 모르는 광화문의 이순신 동상을 찾아

끊임없이 떠돌아다닌다. 본문 33 쪽





    영화 같은 소설. 작가가 경험한 그곳의 이야기는 글자로 새겨져 내 눈에 들어왔고, 글자는 다시 필름으로 내 머리에 박혔다. 또 한 편의 여행기거니 하고 심드렁하게 읽은 책이어서 뜨거운 남미의 잔향은 더 오래 내 코끝에 머물러 있다. 

P.S. 공교롭게도 이 책의 원고가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화’가 결정되었단다. 게다가 저자인 정은선은 그 영화의 PD를 맡고 있단다. OJ 여사의 <게스트하우스>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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