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 : 입소문으로 팔아라 - 고객을 전염시키는 소리
엠마뉴엘 로젠 지음, 송택순 옮김, 이주형 감수 / 해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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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마케팅의 백미는 나쁜 입소문을 적극 경청하고 수정해서 옹호자로 만드는 것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있다. 또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도 있다. 말만 잘 전하면 누구에게든 전할 수 있고, 그 파장은 비용 하나 없이 천리만큼 퍼뜨릴 수 있다. 사람들의 수다, 즉 ‘말言 의 힘’을 마케팅 방식으로 채용한 것이 ‘입소문 마케팅’이다. 동양은 물론 서양에까지 속담이 있을 만큼 대단한 입소문의 위력을 사람들은 알고 있으면서도 그 위력을 측정하기 어려운 탓인지 20세기까지만 해도 한낱 요행으로 얻어지거나 사실보다 과장되는 허구라고 평가되어 왔다. 하지만 인터넷과 IT 붐을 경험한 21세기에 들어와서 오프라인이 뿐 아니라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대화공간이 생기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엠마뉴엘 로젠은 입소문을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보고 여러 가지 사례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개념과 구체적 전략을 분석해서 <입소문으로 팔아라The Anatomy of Buzz: How to Create Word of Mouth Marketing>는 책을 내면서 ‘입소문 마케팅’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책 <버즈, 입소문으로 팔아라The Anatomy of Buzz Revisited: Real-life lessons in Word-of-Mouth Marketing>(해냄)은 2000 년에 출간된 <입소문으로 팔아라>의 개정판이다. 이 책은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와 사례들과 입소문 측정의 필요성, 스토리텔링, 참여의 힘, 윤리적 문제, 이야깃거리, 2차적 입소문, 시각적 입소문 등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어 거의 다시 쓰여진 책이다. 전작을 아직 읽지 않았다면 전작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이번 책은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개념과 입소문 마케팅이 ‘왜 중요한지’에 관한 내용은 생략했기 때문이다.(저자는 이제는 그런 개념을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확산되어서 뺐다고 한 만큼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개념을 비즈니스와 생활을 통해 익히 파악하고 있다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되겠다). 



 

    우리는 왜 입소문을 낼까? 그 이유를 찾기 전에 우선 책의 제목이기도 한 버즈buzz에 대해 알아보자. 버즈buzz는 입소문을 뜻하는 말로, 원래 벌들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이다. 벌들은 춤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꿀벌은 꽃을 찾으면 벌집으로 돌아가 춤을 추며 buzz buzz 소리를 냄으로써 다른 벌들에게 꽃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 정보 공유는 벌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생존을 위한 매우 효과적인 매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정보지식 시대에 정보공유을 뜻하는 입소문은 생존을 위한 의사교환 수단인 것이다.

  입소문에 대해 내린 저자의 정의는 이렇다. “이 책에서 입소문이라는 용어는 ‘현재나 과거의 고객 또는 잠재 고객들 사이에 언어적,시각적으로 전달되는 모든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을 일컫는다.”(본문 25쪽) 입소문의 시작은 바로 언급comment다. 이러한 언급은 직접 대면, 전화, 메신저, 이메일, 블로그 등을 통해 전달된다. 저자는 입소문 중에서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상호 작용의 일부로서 무작위로 튀어나오는 입소문은 제외하고 작위적인 입소문, 즉 기업 활동의 방아쇠trigger를 당기는 역할을 하는 입소문에 집중했다.

  우리는 이 말에 주목해야 한다. 입소문 마케팅은 작위적인 입소문이고, 의도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언급을 조장하는 마케팅이므로 입소문 마케팅을 벌이기 전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훌륭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용에 비해 가치가 있는 제품과 서비스라면 언젠가 당연히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테지만, 굳이 일부러 입소문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공급자의 측면에서는 우리 제품보다 더 좋은 경쟁제품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공급 초과 시장이기 때문이고, 마케팅적 측면에서는 웹2.0을 기반으로 한 소비자 주권의 시장에서 입소문 마케팅의 위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입소문 마케팅의 전제조건은 ‘가치 있고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 여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입소문 마케팅은 ‘칭찬’이 아닌 ‘불만’을 베이스로 한 마케팅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입소문 마케팅의 전파자는 바로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입소문 마케팅 워크숍’에서 ‘당신의 제품은 올바른 것인가?’하는 질문으로 입소문 마케팅에 앞서 기업 스스로가 명심해야 할 일련의 질문들을 제시했다. 

 
-당신은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당신 제품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가?

-사람들이 ‘와!’하고 놀라는 효과를 창출할 또 다른 기회들이 있는가?

-당신 제품은 눈에 띄는가, 그리고 더 눈에 띄도록 만들 수 있는가?

-추상적인 개념들도 눈에 띄게 만들 수 있는가?

-당신은 새로운 것을 제공하는가?

-당신 제품은 준비되어 있는가?

  저자는 순수한 형태의 입소문은 사람들이 좋은 제품을 찾기 위해 이용하는 여과 체계이기 때문에 대부분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조언을 부탁하는 사람은 궁극적으로 어떤 제품을 피해야 할지보다는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부정적인 경험보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전반적으로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프레드 레이켈트의 책 <1등 기업의 법칙>이 말한 입소문의 다양한 원천에는 촉진자(권유자, 긍정적)와 저해자(만류자, 부정적)이 있고, 이는 다시 경험의 여부를 따져 경험 기반 촉진자(써봤는데 정말 좋아), 경험 기반 저해자(써봤는데 형편없어), 2차 촉진자(정말 좋대), 2차 저해자(정말 형편없대)의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저자는 기업은 이들을 잘 살펴 부당하고 부정적인 입소문은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입소문을 최대화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즉 입소문을 운에 맡기지 말고 노력에 의해 전환시키라는 말이다. 

  입소문을 촉발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내는 데에는 경청이 큰 도움을 주고, 경청은 또한 보다 확실한 방법으로 입소문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저자는 말했다. 기업이 소비자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경청하며, 고객 경험을 향상시켜 결과적으로 입소문을 증가시킬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기업이 우선 불평하는 고객들을 도우면 그들이 옹호자로 바뀔 수 있고, 더 중요한 것은 경청이 기업의 시스템 문제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CRM메트릭스의 CEO인 로렌 플로레스의 말은 기업이 소비자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공명하는지뿐만 아니라 어떤 언급이 그 아이디어를 가장 잘 뒷받침하는지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입소문 마케팅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허브를 공략하라고 말한다. 네트워크 허브는 특정 제품 분야에 대해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을 가리키킨다. 네트워크 허브는 말콤 글레드웰의 책<티핑 포인트The Tipping Point>에서 사용한 영향력자influential과 전문가maven, 그리고 연결자connector과 비슷한 개념이다. 네트워크 허브의 특성은 얼리 어답터 즉 앞선 수용자이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를 하는 연결자이며, 정보에 목말라있고, 블로그나 온라인 포럼등에 참여하며 큰 목소리를 내고, 때로는 언론에도 노출되는 부류다.

 주의할 점은 이들은 효율성을 높일 뿐 네트워크 허브만이 입소문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저자는 네트워크 허브가 입소문의 30% 정도를 좌우하고, 입소문의 70%는 네트워크 허브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 생긴다고 말했다. 기업이 네트워크 허브들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며 노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네트워크 허브 뿐 아니라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찾아내어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이 더 열성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편 저자는 입소문의 전파를 가속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다발 속의 전략지점(네트워크 허브 등)에 씨앗 단위들(seed unit-신상품, 제품견본 등)을 할인 가격, 신용 판매, 혹은 공짜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뿌려야 한다며, 성공적인 씨뿌리기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규칙을 제시했다.

1.넓게 생각하라. 고객이 별로 없는 지역들을 찾아내는 것처럼,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소셜 네트워크들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그들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씨뿌리기를 하라 


 2. 직접 제품을 주어라.대체로 사람들은 직접 경험해야만 제품에 관심을 보인다. 

3. 가격 장벽을 낮추어라.가능하면 씨앗 고객에게 공짜로 제품을 주어라. 그렇지 않으면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라.

4. 침묵에 귀 기울여라.성공적인 씨뿌리기는 죽은 네트워크(씨앗들이 발아하지 못하며, 활동성을 잃은 네트워크)에 관심을 갖고 추가로 씨뿌리기를 할 때 가능하다.

  저자는 입소문 마케팅을 하면서 기업이 유념해야 할 점은 입소문의 경로를 끝까지 추적해서 어디까지 어떻게 전파되는지 소비자들에게 경청하며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대시절에 들은 ‘지시 1%, 확인 99%’라는 말이 떠올랐다. 특히 불만과 나쁜 소문에 대해서는 더욱 더 귀를 기울이며 그것을 덮으려 하지 말고, 소비자들이 불만을 해소하고 나아가 옹호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대로운 입소문 마케팅을 실행하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의 백미는 책의 맨 뒤에 있는 ‘입소문 마케팅 워크숍’이다. 이 책에서 한 부분만 읽어야 한다면 이 부분을 반드시 읽어야 할 실용적인 부분이었다. 저자는 입소문 마케팅을 실행하는 독자에게 입소문 마케팅을 펼칠 때 유념해야 할 내용들에 대해 질문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제시했다. 만약 독자가 입소문 마케팅을 하고자 한다면 체크리스트로 사용해도 무방할 만큼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질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당신의 제품은 올바른 것인가?

-당신의 접근법은 올바른가?

-당신은 네트워크에 귀를 기울이는가?

-당신은 네트워크 허브들과 함께 일하는가?

-당신은 입소문 창출의 모든 기법들을 고려하는가?

-당신은 사람들을 참여하게 하는가?

-당신의 판매자들은 입소문을 만드는가?

-어떻게 입소문을 계속 살릴 것인가?

  내용이 주로 기업들이 추진했던 입소문 마케팅의 사례들을 들어 읽기는 편한 반면 개념의 이해와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찾는 데에 있어서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독자들이 학술적인 개념을 이해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직장이나 사업에서 입소문 마케팅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책이 제시한 다양한 사례들 속에서 독자가 마케팅을 추진하고자 하는 아이템을 접목해서 읽는다면 적잖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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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되어버린 남자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지음, 남문희 옮김, 무슨 그림 / 비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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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음습하고 기기묘묘한 소설!

  벼룩시장의 어느 헌책방에서 한 여성이 이유없이 사망 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애서가 비블리 씨는 그녀가 지목했던 책을 훔쳐 나온다. ‘겉표지는 사라지고 없고 갈색 속표만 있는 클로스 제본술로 제작된 무두질한 가죽 같은 질감으로 된 손에 쥐기 딱 알맞아 보이는 책의 이름은 ’그 책Das Buch'다. 비블리 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책을 꺼내어 훑어보기 시작한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그는 시선을 고정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눈으로 활자들을 빨아들이던 그는 책에 홀리고 만다. 이제 그는 책이 되고, 책은 그가 되기 시작한다.  

  알폰스 슈바이거르트의 소설 <책이 되어버린 남자Das Buch>(비채)는 기괴한 매력을 지닌 소설이다. 책을 사랑하는 애서가인 한 남자가 한 권의 낡은 책에 매료되어 푹 빠지더니 결국은 자신이 책이 되어버린다는 이야기는 어느 날 아침잠에서 깨어난 그레고르가 철갑처럼 단단한 등껍질에, 불룩하게 솟은 갈색의 배, 그리고 몸뚱이에 비해 형편없이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의 갑충으로 변해버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생각나게 한다. <변신>이 인간 실존의 허무와 절대 고독을 주제로 하고 있다면, <책이 되어버린 남자>는 책과 책에 관련된 사람들의 애정과 애증을 잘 표현한 소설이다. 



 

  사람이 책이 된다는 설정은 흡사 판타지같지만, 책을 읽어보면 몇 번의 ‘작은 소름‘을 경험할 것이다. 그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판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구입하면서 ’책을 만난다‘고 말하고, 책을 읽으면서 책과 대화한다고, 이야기를 듣는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미리 사 놓고 미처 읽지 않은 책을 놓고 자신을 읽어달라고 눈치를 준다고 느끼고 있다. 한낱 책이거늘 구겨질까, 찢어질까, 젖을까, 얼룩질까 고이 모셔 놓는다. 나는 지금도 책을 사람 보듯 의인화하고 있다. 내가 비블리 씨가 된 듯 해서 오싹해진다. 그가 읽고 있던 책도 바로 ’그 책Das Buch'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소름은 예전에도 경험한 적이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여행의 책>을 읽을 때 였다. 일반적으로 책이 저자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받아서 보여주는 가교 역할을 했었다면, <여행의 책>은 책 속에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들어 있었다. 저자는 스스로를 책이라고 말하며 독자인 내게 주문과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과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말을 걸었다. 독자는 눈동자로 활자를 쫓으며 읽기만 하면 되는 여행인 셈이다. 글을 읽다 보면 그가 이끄는 대로 스스로 움직이는 경험이 시작된다. 유체이탈과 비슷한 상황으로 만들어져 내가 있는 장소에서 부웅 떠서는 천정과 지붕을 뚫고 책과 함께 하늘을 나는 경험을 한다. 책과 함께 불과 물 그리고 흙의 나라를 여행하고 무사히 제자리도 돌아와 안녕을 고하는 <여행의 책>을 읽으면서 책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독자가 책에 푸욱 빠져버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했다. <책이 되어버린 남자>는 독자인 내가 주인공인 ‘그 책’이 되어 나를 선택하는 사람들, 즉 애서가, 장서가, 책벌레, 책 수집광, 고서 수집가, 독서광, 작가, 편집자, 출판인, 제본업자, 비평가, 독자, 책에 미친 사람들을 경험하게 된다. 한 권의 손을 거쳐간 사람들의 행동과 책에 쓰인 내용을 접하면서 내뱉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이들에게 갖는 책의 애정과 애증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 비블리 씨가 책으로 변하는 순간은 영화 <플라이>를 보는 듯 하고, 전체적으로 음습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장면마다 책과 사람 이렇게 단 둘이 조우하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연상케 했다. 고서적을 느끼게 하는 책 편집효과와 분위기를 잘 묘사한 ‘무슨‘의 그림들은 ’그 책‘을 더욱 실감나게 만들어준다. “서점에서 두 악마가 밀회를 갖는다. 하나는 쓰기의 악마요, 하나는 읽기의 악마다.” (요제프 니들러), “책, 곧 죽은 사람이 산사람이 가진 특권보다 우월한 권리를 행사한다.”(루돌프 폰 예링), "운명이란 바로 그대들이 지닌 책, 책은 저마다 운명을 품고 있으니"(오토 슈토에즐) 등 책의 중간마다 등장하는 독서에 대한 아포리즘을 만나는 것도 특별한 재미가 될 것이다. 

  “만일 그 책을 손에 넣고 거의 끝까지 읽던 중인데, 즉 그 안에 담긴 내용을 건성을 대충 알아 가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예고도 없이 집중이 되지를 않는다. 그래도 남은 문장들이 무슨 중요한 의미를 품은 것만 같아서 억지로 읽어 보지만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고, 활자들이 흐릿해지며 크기가 작아지다가 결국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도 왠지 책에서는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때가 바로 비블리 씨가 책이 되는 순간이다. 독서를 하면서 책에 자주 몰입되거나, 허리가 아프거나, 키가 줄어든 느낌이 있다면 비블리 씨를 떠올릴지 모른다. 그리고 책에 빠진 사람의 별명을 ‘책벌레’ 대신 ‘비블리 씨’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특별한 느낌의 기기묘묘한 소설, 책을 읽는 사람만을 위한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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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140자의 매직
이성규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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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은 지금 마이크로 블로그 <트위터>의 매력에 빠져 있다! 

 

  마이크로 블로그 사이트인 ‘트위터twitter’가 올들어 국내에서 인기가 급상승중이다. 김연아를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 주된 요인이 되겠지만, 해외로 눈을 돌려 보면 트위터 역시 대세임을 짐작할 수 있다. 트위터는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에 큰 역할을 한 바 있고,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그리고 핫이슈들이 CNN보다 빠르게 수신되기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접속과 송신이 간편해 가입자라면 누구나 쉽게 ‘뉴스’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보다 더 빠른 소식을 전파하는 트위터는 진정한 마이크로 소셜 미디어 시대를 열고 있다. 

  책<트위터, 140자의 매직>은 국내 저자로는 처음으로 ‘트위터twitter’를 소개한 책이다. 블로그 네트워크 미디어 벤처기업인 태터앤미디어에서 미디어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성규가 쓴 이 책은 국내독자를 위한 트위터 입문서라고 볼 수 있다. 트위터에 대한 책은 이 책 이외에도 조엘 컴과 켄 버지가 쓴 <트위터-140자로 소통하는 新인터넷 혁명, 예문>도 있지만, 국내 실정과 환경을 잘 설명한 이 책이 이해하기는 더 수월하다. 또한 입문서라 해서 단순히 트위터에 대한 사용 설명서 수준에 그치지 않고, 트위터가 현재 국내 유저들에게 어필하는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해 언급하고 있다.  



 

   트위터는 140 글자로 보내는 일종의 미니 블로그다.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 시스템에서 비롯된 트위터는 접속한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하루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서로 수다를 떨 수 있도록(twitter의 사전적 의미는 ‘새들의 지저귐’이다) 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목적에서 본 바와 같이 트위터에서는 누구나 발언할 수 있고, 트위터에 가입한 회원이라면 누구에게나 말을 걸 수 있고 대답을 할 수 있다. 국내에서 트위터가 인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트위터의 한국열풍의 이유에 대해 우선 ‘평등한 소통’의 공간이라는 특성과 공적 인맥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 책에서는 트위터의 실체에 대해 밝히고 트위터가 저널리즘으로 발전할 여지가 충분한 이유, 그리고 이 작은 공간의 등장으로 인한 소셜 미디어의 미래를 진단했다. 또한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트위터의 입문을 돕는 사용법도 실려 있다. 

  하지만 책은 다소 어렵다. 왜냐하면 트위터의 등장이 얼마 되지 않은 바 이에 관심을 둔다면 ‘얼리어댑터’인 셈이기 때문에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으로 기술되어 있는 듯 했다. 쉽게 말해 ‘트위터, 세 시간 만에 따라잡기’ 비슷한 이름의 초보용 입문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겁을 먹을 것은 없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한글트위터가 지원되지 않아 이용하기가 어렵고 불편했는데, 드림위즈에서 한글트위터를 개시해 한결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특성상 소프트웨어의 사용법이란 읽어서 될 것이 아니지 않은가? 우선 가입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온전히 사용이 가능할 것 같다.이 주일 전에 가입한 나 역시 그곳에 가면 모뎀으로 처음 채팅하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이 책이 갖는 의의는 우선 국내에 출간된 두 권의 책 중에서 국내 환경을 설명한 책이라는 점에 있다. 그래서 이해하고 활용하기가 나머지 책보다 더 쉽다. 둘째는 독자로 하여금 트위터가 과연 국내에서 블로그 만큼의 인기를 구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짐작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두었다는 점이다. 트위터 서비스가 본격화 된 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이 책을 읽고 도전한다면 ‘선점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주목되는 것은 책에 소개된 ‘트위터 시국선언’의 예와 같이 저자가 트위터에 대해 갖는 기대를 언급한 부분이다. 저자는 트위터가 ‘사회적 소통의 동맥경화’를 치유해 여론과 현실이 괴리되는 현상을 방지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정상적인 대의체제를 작동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트위터는 한국의 관련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 그리고 해외 네트워크와의 접촉이 용이해 이슈와 정보의 확산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과연 국내 유저들에 의해 어떻게 발전될 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흥밋거리다. 또한 기업의 마케팅과 홍보면에 있어 글로벌 기업을 비롯한 해외 중소기업들은 벌써 트위터에 몰두하며 고객과 만나고 있고, 국내 기업들의 발빠른 진입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트위터가 단순히 ‘수다공간’이 아닌 블루오션으로서의 새로운 시장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먼저 먹는다.’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독자가 일찍 일어나는 새라면, 이 책은 먼저 벌레를 잡는데 망원경 역할을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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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닝 캠프 - 최고 중의 최고로 만들어주는 전설의 플레이북
존 고든 지음, 조진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최고 중의 최고는 누구도 따르지 못할 '열망과 자신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

  살다 보면 어떤 일은 꼭 이뤄져야만 하는 것이 있다. 그 일은 당시의 상황으로는 ‘일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서 꼭 되어야만 하는, 그런 때를 만난다. 하지만 그런 절박함이 너무 간절해서 주위를 못 살핀 탓인지, 아니면 누가 있어 시험에 들게 하는지 장애물에 가로막혀 더 이상 진전되지 않게 된다. 그 때의 답답한 마음은 당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진퇴양난의 상황. 이럴 땐 제 성질에 이기지 못해 좌절하거나 급기야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럴 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존 고든John Gordon<트레이닝 캠프>다. 원제목은 Training Camp: What the Best Do Better Than Everyone Else 다.  





    이 책은 위험의 고비에서 좌절하지 않고 이를 딛고 일어나 최고 중 최고가 된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프로미식축구로 선발되기 위해 입단을 희망하는 뉴욕 세인츠 팀의 트레이닝 캠프에 들어간 마틴은 첫 번째와 두 번째 프리시즌 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며 구단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두 번째 경기에서 그만 발목을 다치고 말았다. 놀라운 실력으로 팀의 코칭 스탭프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할 중요한 시기에 부상이라니...마틴은 좌절하고 만다. 프로에 입단하게 되면 병환중인 어머니와 뒷받침해야 할 사고뭉치 남동생을 돌보기로 결심했던터라 그의 좌절감은 더더욱 컸다. 그런 어느 날, 재활 훈련 중 만나게 된 팀의 부상전담 코치 거스를 만나게 되고, 그와 재활상담을 하던 공격라인 전담 코치 켄로부터 팀에 들어가는 선수와 탈락하는 선수를 나누는 것은 육체적인 건강이나 능력이 아니라 ‘견뎌내는 힘’ 즉, 정신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는다.  

  “부상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슬럼프에 빠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는가, 동작 하나하나가 모든 사람들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압박감을 어떻게 다루는가... 이 모든 것이 바로 정신력의 문제라네. 모름지기 ‘프로’선수는 문제로 가득한 어항 속에 들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걸 견디는 힘은 바로 ‘강인한 정신력’이지.

 사람들은 ‘재능’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이 세상 어떤 일이든 재능만으로 최고가 되는 경우는 없어. 재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지. 여기에 온 선수들 중에 재능이 없는 친구가 누가 있겠나? 다들 재능이 충만하네. 문제는 거기에 얼마만한 열의와 열정, 기백을 불어넣느냐야. 최고가 되고자 하는 의지와 열망! 최고를 만드는 것은 바로 그런 열망의 온도라네. 그리고 그것은 재능과는 관계가 없어.”

    마틴은 코치로부터 한 권의 트레이닝 북을 받게 된다. 바로 '최고 중의 최고'를 만드는 <전설의 플레이 북>이다. 그 책은 코치가 최고가 된 사람들의 공통점을 연구해 ‘최고 중의 최고’가 되는 방법을 기록한 책이다. 인생과 일에 대한 방식, 그리고 스스로를 돋보이게 하는 기술을 담은 이 10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전설의 플레이 북>>

1. 최고들은 자기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안다.

  최고들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노력하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 뚜렷하게 알고 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선명한 미래가 있고, 언제 어디서든 잊지 않는다. 목적지에 대한 정확한 그림은 마르지 않는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2. 최고들은 언제나 ‘조금 더’라고 외친다.

  최고들은 편안한 상태를 두려워한다. 더 나아가고 있지 않다면 그건 더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제나 ‘조금 더!’라고 외치며 남들보다 더 연습하고 더 고민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더 많이 더 깊이 향상시킨다.  

3. 최고들은 평범하고 사소한 일에도 탁월하다.

  최고들은 아무리 사소한 것도 사소하게 여기지 않는다. 대단하고 거창한 일도 결국 쪼개서 보면 가장 기초적인 일들이 모인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밑바닥부터 철저하게 단련시키며 올라간 그들은 평범하고 사소한 일에도 평균이상으로 탁월하다.  

4. 최고들은 집요하게 집중한다.

  최고들은 모든 일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티끌 하나 놓치지 않고 집중한다. 아무리 작은 문제라도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집요하게 분석한다. 그렇게 해야만 올바른 방향과 최적의 방법으로, 가장 높은 성과와 효율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5. 최고들은 정신이 강하다.

  정신력은 역경을 겪는 동안에도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게 해주고, 혹독한 압박과 도전, 변화에 부딪쳤을 때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최고들은 운동으로 근력을 단련시키듯이, 정신도 훈련을 통하여 강하게 만든다.  

6. 최고들은 두려움을 뛰어넘는다.

  최고들은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의 실체를 안다. 두려움과 싸운다는 것 자체가 위대해지는 과정이고, 두려움을 직시하고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궁극적인 승리이자 성공이다. 최고들은 크고 작은 두려움을 세상에 내놓고 그것을 뛰어넘는다.  

7. 최고들은 ‘그 순간’에 충실하다.

  최고들은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현재’뿐이라는 것을 안다. 지나가버린 과거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도, 후회하고 걱정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최고들은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하고 최선을 다한다.  

8. 최고들은 최선을 다한 후에는 기다릴 줄 안다.

  최고가 되는 길에는 자신의 능력 이상을 필요로 하는 순간과 맞닥뜨린다. 최고들은 그 지점에 이를 때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 후에는 더 강력하고 더 위대한 힘에 맡기고 기다린다.  

9. 최고들은 주변 사람들까지도 훌륭하게 만든다.

  최고들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 사용할 때 가장 큰 에너지가 나온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주변 사람들의 숨겨진 장점을 이끌어내고 더 훌륭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최고들은 주변 사람들을 통해 계속해서 추진력을 얻는다.  

10. 최고들은 위대한 유산을 남긴다.

  마침내 자신이 하는 일에서 최고가 되었더라도 영원히 최고가 될 수는 없다. 곧 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위대한 유산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에너지 버스>로 잘 알려진 자기계발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 존 고든의 유려한 문체는 스포츠 성장 영화를 연상케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좌절을 겪는 마틴의 갈등은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좌절을 그대로 옮겼다. 켄 코치가 알려주는 ‘전설의 플레이 북’은 사실 자기계발서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이야기라 새로울 것이 없다. 이미 여기저기에서 들었던 좋은 내용이라 자못 식상하다 여길 것도 같다.

 하지만 우리가 골프의 황제 타이거 우즈가 수많은 신기록을 기록하며 계속해서 PGA 우승을 하는 이유에 궁금해하고, 지난 경기에서는 소위 ‘죽을 쒔다’고 표현할 만큼 형편이 없었는데도 다음 경기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정상을 탈환하는 모습을 보면서 골프의 황제 역시 ‘슬럼프’가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면서도 한편 ‘슬럼프로부터 빨리 벗어나는 능력’에 놀라게 된다.

최고가 되는 것은 어렵지만, 최고의 자리를 오래도록 지키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 즉 ‘최고 중의 최고’로 남는 법이 바로 ‘전설의 플레이 북’에서 말한 것들을 꾸준히 지키는 사람들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9년 동안 200안타를 치고 있는 일본의 타격왕 스즈키 이치로의 타격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그는 매 번 공을 맞이할 때마다 똑같은 포즈와 시간을 들이며 타석에 임한다. 그 모습들을 한꺼번에 본다면 거의 한 치의 오차도 없다고 해야 할 만큼이다. 그의 표정 역시 변함이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시합에 임하는 날이면 늘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날에 먹었던 식단으로 아침을 먹고 나온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놀라운 성적 뒤엔 지극히 단순하고 지루할 듯한 일상이 숨어 있다. 하지만 위대한 선수가 되는 시작 지점은 경기장에서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머리에서 시작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먼저 이긴 자가 위대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이른바 슬럼프를 겪게 되면 자신이 만든 ‘두려움’에 갇혀 허둥지둥하게 된다. 눈앞에 보이는 장애물을 넘어설 생각은 하지 않고, ‘왜 하필 이 때에 장애물이 나타났단 말인가’하고 탄식하고 괴로워한다. 아니면 그 장애물을 건너지 않고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두려움에 갇혀 있는 스스로를 미워하고, 이런 내 모습을 지켜보고 조언하는 사람들에게 민감하게 반응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우리들이 겪는 ‘슬럼프’가 힘든 것은 장애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장애물을 대하는 내가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타이거 우즈나 이치로와 같은 선수들은 어떻게 두려움을 이겨낼까?  

  “최고의 선수들은 이런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아는가? 그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사랑이나 환호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네. 사람들이 자신의 성과와 성공에만 집중해서, 그 자신보다 그가 하는 일을 더 사랑하는 게 아닌지를 의심하지. 최고들은 자신을 사랑하고, 절대자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걸 잘 아네. 그러니 흔들릴 이유가 없어. 이것이 궁극적인 두려움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이라네.”

  코치는 ‘모든 고통과 불안감 같은 쓰레기들’을 놓고 누구엔가 내맡기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그 때 깊은 안정감과 충만감을 느끼고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슬럼프를 겪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슬럼프'의 끝은 항상 두 가지의 길을 보여준다. 두려움과 좌절감에 빠져 일생을 슬럼프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를 딛고 일어서서 전보다 더 훌륭한 성과를 이룰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슬럼프를 한 번 두 번 겪게 되면 두려움은 무뎌진다. 아니 두려워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슬럼프로 인해 자신이 겪을 수 있는 '극한'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도 않고, 두려워했던 것보다 쉽게 털고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까지 겪어왔던 크고 작은 슬럼프를 슬기롭게 이겨온 자신을 믿기 때문이다. 자기와의 싸움이란 바로 ‘자기에 대한 믿음과의 싸움’인 것이다. 전설의 플레이 북과 함께 포함된 <정신적으로 강인해지기 위한 15가지 방법>과 <‘지금 이순간‘을 붙잡는 법>은 우리가 만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점검하는데 도움이 된다. <에너지 버스>가 보여준 존 고든 만의 스토리텔링은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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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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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그린, 아름답지만 애절하도록 슬픈 러브스토리!

  2009년 하반기에 들어 세상은 지금 무라카미 하루키에 열광하고 있다. 천 삼백 페이지가 넘는 대단한 분량의 소설<1Q84>이 그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우선 <해변의 카프카>이후 나타난 무라카미 하루키의 컴백만으로도 대답은 충분해질 것 같다. 하지만 제 아무리 하루키라 할지라도 이야기가 형편없다면 일본에서만 7초에 한 권꼴로 팔리고, 국내에도 출간된 이후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내놓은 적이 없다는 통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1Q84에게 독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누구든 그 책을 펴기만 한다면 독자인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우리 가슴 속에 담아두고 있는 ‘이루지 못한 사랑을 다룬 슬픈 러브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일생동안 몇 번의 사랑(단 한 번의 사랑도 있겠지만)을 한다. 그리고 사랑의 결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며서 살아가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사랑한 이와 함께 가정을 꾸몄다고 할지라도 과연 옆에 있는 배우자는 진짜 내 반쪽일까 하고 의문해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네가 옆에 있어도 누군가가 그립다’면 그것이 진짜 내 사랑일까? 남녀가 한 몸이었던 인간이 신의 시샘을 받아 절반으로 갈라진 후 평생 그 짝을 찾아 헤매다가 죽는다는 어느 신화의 이야기처럼 진정한 사랑, 진짜 내 반쪽은 누구일까 누구든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인류의 고민을 하루키는 이 책에 풀어놓았다. 



 

    세인들은 이 책에 대해 많은 분석과 평가를 내리고 있다. 1,2권이 각각 24장으로 나눠진 구성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구성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하고, 그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등 다양한 음악이 등장하고, 찰스 디킨스, 도스토옙스키, 제임스 프레이저, 피츠 제럴드 등 다양한 문학들, 그리고 마셜 아츠와 재즈 그리고 킬러등의 등장 등 스토리 속에 스토리를 숨겨 넣는 베스트셀러적 코드들이 내재돼 있다고 말한다. 

 한편 혹자는 소설의 제목인 ‘1Q84’의 ‘Q’는 질문(Question)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을 염두에 둔 이 제목이 주는 깊은 뜻이 무엇일까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오옴진리교의 사린독가스 사건을 소재로 현대사회의 집단적 광기 또는 병리, 폐쇄되고 고립된 현대인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난 모든 군더더기를 제외하고 아오마메와 덴고, 이렇게 두 주인공에 주목한다. 하루키는 출간에 즈음해서 어느 날 아오마메와 덴고라는 남녀주인공의 이름을 짓는 순간 둘을 주인공으로 해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말한 것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 둘에 주목하면 천 삼백 페이지의 이야기는 지극히 짧지만 아름다운 애정소설로 변한다. 아름답지만 애절토록 슬픈 러브스토리다.

  이치카와 초등학교의 동창인 두사람은 학교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친하지도 않았다. 단지 한 번 손을 잡았을 뿐이다. 그 때의 경험은 서소를 숨김없이 원했고, 서로를 격려해 준 기억으로 남았다. 그 한 번의 경험이 그들을 운명적인 사랑으로 만든 것이다. 사랑은 나를 알아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행하고 느끼는 모두를 알아주는 유일한 상대를 만드는 것이다. 사랑이 결핍된 성장과정을 겪은 그들은 자라서도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둘의 경험은 더욱 소중했는지 모른다. 아오마메는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될 암적인 존재들을 청부살해하는 킬러가 되어 살아가고, 덴고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불륜의 정사를 위안삼는 소설 지망생으로 살아갔다. 20년 동안 서로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채.  

 이 둘을 다시 만나게 한 끈은 아오마메에게 있었다. 아오마메는 20 년 동안 덴고를 사랑했다. 덴고는 그녀에게 있어 언젠가는 꼭 봐야 할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오마메는 운명이라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거라고 믿어 굳이 찾지 않았다. 한편 덴고는 그녀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 작은 편린 같은 기억만 있을 뿐 그녀에 대한 감정대신 ‘막연히 배고픈 사랑’이 자리하고 잇었다. 그들이 만나게 되는 세상은 현실이 아닌 달이 두 개 있는 세상, 1Q84 였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키에 의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물론 그렇겠지만) 홀수 장은 아오마메의 이야기로, 짝수 장은 덴고의 이야기로 채웠다. 하루키의 문장은 늘 그렇듯 알아듣기 쉽고 간결하며 대부분의 경우 편안하게 다가왔지만, 눈으로 본 일을 일이 흘러가는 대로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중간에 멈춰 서서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건 무슨 뜻일까”하고 고찰하는 일이 없다. 그는 천천히 하지만 적당한 보폭으로 계속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나는 그 시선을 빌려, 그의 시선과 걸음에 맞춰 따라가게 된다. 매우 자연스럽게, 그리고 문득 깨닫고 보니 난 딴 세계에 들어와 있었다. 이곳이 아닌 세계. 1Q84의 세계였다.

 아오마메는 어느 날 달이 두 개인 세상에 들어선다. 커다랗고 노란 달, 그 위에 일그러진 초록의 작은 달. 또 다른 세계를 상징하는 두 개의 달은 하나만 있는 현실과는 다른 세계, 즉 그 세계에서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상황에 대한 복선이다. 

  아오마메는 어느 종교단체의 범상치 않은 리더를 암살하는 순간 그로부터 이 모든 사실을 듣게 된다. 두 주인공에게 리더는 ‘메신저이자 가교’였던 셈이다. 현실이 아닌 달이 두 개인 세상, 아오마메가 덴고를 언젠가는 찾고자 하는 마음은 사랑하기 때문이고, 덴고 역시 그녀인지를 알지 못하지만, 아직까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아오마메는 알게 된다. 슬픈 것은 둘의 사랑은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1Q84의 세상에서 둘이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한 데에서 만족해야 했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항상 묻는 질문은 ‘당신이 정말 내 반쪽인가?’일 것이다. ‘당신이 내가 찾는 그 사람인가? 네가 정말 나의 사랑인가?’ 수백 수천 번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이 있고, 한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자고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우리는 그 질문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생에서 ‘운명의 내 사랑’을 결국 찾고 있는가?

 만약 우리가 ‘운명의 내 사랑’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전혀 관련을 갖지 못한 채, 서로를 생각하면서 각자 고독하게 늙어갈 것이다. 어쩌면 그런 사랑이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죽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비록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의 운명적인 사랑이 누구인지를 확인한 아오마메는 부러운 사람이다. 그녀는 덴고를 만날 수 없다 하더라도, 그가 자신이 있는 1Q84의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의미를 찾는다. 단 1%라도 만날 가능성이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한편 덴고는 아버지가 있는 병원으로 가는 길에 읽은 단편 <고양이 마을>에서 ‘상실되어야 할 장소’ 즉, ‘마음의 짐을 덜어야 할 곳‘을 찾는다. 바로 코마 상태에 있는 아버지였다. 그는 듣지 못하는(들을 수 있을지언정 대답하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상실해야 할 무언가를 털어 놓는다. 그것 역시 사랑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살아가는 데 지쳤어요.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데 지쳤습니다. 내게는 친구가 없어요. 단 한 사람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해요. 왜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가, 그건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그런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거에요. 내가 하는 말 알아들어요?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는 없어요. 아니 그가 아버지 탓이라는 게 아니에요. 생각해 보면 아버지도 역시 그런 피해자 중 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죠. 아버지도 아마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잘 몰랐을 거에요. 안 그래요?“ 

  아픈 기억을 상실함으로써 덴고는 가슴속의 긴밀한 구름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 심장 바로 가까이에 있는 가상의 부분이 기분 좋을 정도의 희미한 통증은 다시 채워야 할 무엇을 알게 된다. 그는 지금껏 누군가를 진지하게 사랑하지 못했다는 것, 이 사람이라면 나를 던져도 좋다고 느낀 적이 없었던 것이다. 단 한 번도. 그리고 덴고는 순간 그 대상이 아오마메 였음을 깨닫고 그녀를 찾아나선다. 

  아오마메에게 1Q84의 세상은 베이면 피가 나는 또 다른 현실, 그리고 사랑하는 덴고가 있는 현실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달이 두 개인 사실을 아는 또 다른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덴고(아오마메를 찾고 있던)였다. 열 살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덴고를 보고 그녀는 자연스러운 따스함과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이 세상에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이었다. 오랫동안 망설인 끝에 그를 찾았지만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오마메는 길 하나 건너에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의 팔에 안긴다는 가능성에 격한 기쁨과 기대를 온몸으로 느낀 것으로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며 이렇게 다짐했다. 

“1Q84년. 그것이 이 세계에 주어진 명칭이다. 나는 반년쯤 전에 이 세계에 들어왔고, 그리고 지금 나가려 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채 이곳에 들어왔고 이제 내 의지에 따라 이곳에서 나가려 하고 있다. 내가 떠난 뒤에도 덴고는 이곳에 머문다. 덴고에게 그것이 어떤 세계가 될지, 나는 물론 알지 못한다. 곁에서 지켜볼 수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는 그를 위해 죽어가려 한다. 나 자신을 위해 살지는 못했다. 그런 가능성은 처음부터 내게 없었다. 하지만 그 대신, 그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다. 그러면 돼. 나는 미소 지으며 죽을 수 있어. 거짓말이 아니야.”

  덴고가 아오마메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은 ‘공기 번데기’안에 있는 어린 시절의 그녀를 보면서다. 덴고는 사라져가는 그녀에게 ‘나는 반드시 너를 찾아낼 거야’라고 말한다. 그가 사랑을 확인한 순간부터 이 세상에 달이 몇 개인 것은 상관없다. 자신의 생에서 꼭 이뤄야 할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아오마메를 찾자. 덴고는 새삼 마음먹었다. 무슨 일이 있건, 그곳이 어떤 세계이건, 그리고 그녀가 누구이건.” 

  우리가 유한한 행복을 느끼고, 혼자일 때 아련한 아픔을 겪는 것은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한 채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한 채 만약 혼자된 세상을 살고 있다면 그곳은 아오마메가 숨어 지냈던 안전가옥, 모델룸일 것이다. 모델룸에 들어서듯 태어나서 자리잡고 앉아 차를 마시고 창가의 풍경을 주시하다가 시간이 되면 인사를 하고 나가듯 죽는 세상, 모델룸의 가구와 장식은 종이로 만든 쓸모없는 소품인 것이다. 외로운 우리는 지금 정작 무엇을 위해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까 고민하게 했다. 이젠 덴고의 차례다. 공기 번데기 속으로 숨어버린 아오마메를 나설 덴고를 지켜봐야 할 차례다. 그가 내가 되고, 내가 그가 되어 찾고 싶어졌다. 10月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될 것이기에 계속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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