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그만 가자!
진주 지음 / 북극곰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안나푸르나, 그만 가자! - 그 따위로 트레킹 하려면 떠나지 마슈! 


  지난 초여름에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지겨운 밥벌이와 지친 일상을 등지고 네팔 외국인 노동자의 유골을 전달해주기 위해 떠나는 ‘최’의 여정은 영화라기보다는 히말라야 기행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도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고, 고산병에 시달리는 최민식의 리얼한 연기는 ‘진짜 고산병이 아니었을까’하는 정도의 느낌이었지만, 짧지 않은 시간동안 계속 보였던 네팔의 산, 산, 산은 잊을 수가 없었다. 산 중턱의 황량한 불모지대不毛地帶를 터벅거리고 걸어가는 최의 등에서 ‘중년의 외로움’이 느껴졌고,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산은 헤쳐나가야 할 험난한 ‘살 날日’로 보였다. 흩뿌리는 돌바람에 피우는 담배 맛은 어떨까? 고생을 사서 떠난 그는 그곳에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몹시 궁금했다. 아마도 그 답은 평생 풀리지 않을 것이다. 지인 중에는 외국인노동자도 없거니와 유골을 들고 갈 용기는 더더욱 없으니까... 하지만 꽤나 많이 그곳으로 떠난다고 한다. 유골 대신 배낭 메고 지팡이를 짚으며 ‘트래킹’을 떠난다고 한다. 이런 부류 역시 궁금하다. 그들은 그곳으로 왜 떠날까?

  책 <안나푸르나, 그만가자!>는 그 의문 때문에 집어든 책이다. 아무리 계산을 해보고 머리를 굴려 봐도 내가 내 생애에 그곳을 갈 일은 없을 것 같아서다. 너나 할 것 없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터라 ‘여행기’는 차고 넘치지만 ‘히말라야 트래킹’을 이야기한 책은 처음 본 듯 하다(더 있는지는 모르겠다). 죽기 전엔 꼭 한 번 해보자고 다짐한 ‘산티아고 순례‘와도 비슷하지 싶었다.

  이 책은 자체가 흥미롭다. 우선 신생 출판사의 첫 책이라는 점, 그리고 ‘북극곰’이라는 출판사의 이름에 걸맞게 ‘생태환경 분야 전문 출판사’를 표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책의 맨 뒤편에는 “이 책은 환경 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으로서 재생지를 사용했으며, 표지에 코팅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저마다 그린 경영을 주창하면서 비닐봉투에 포장해주는 대기업보다 낫다 싶다. 



사진출처 :  영화 - 희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 트레킹 사진을 보고 싶다면 클릭! : 야크존 ABC 트레킹 포토 앨범 



   이 책 속의 글은 9 년 전에 써진 글이다. 글맛을 보니 20대 초중반에 쓴 듯, 출판을 고려한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트래킹을 하던 그 날 그 날을 적은 듯 체험이 생생히 배어 있었다. 그리고 매일처럼 죽도록 고생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그득했다.

모두 읽고 난 후에 알게 되었는데, 책 제목 ‘안나푸르나, 그만 가자!’는 깊은 속뜻이 담겨져 있었다. 제목을 풀어서 말하자면 “여보슈, 그따위로 크래킹하려면 안나푸르나에 가지 마슈!”라고 해야 할 듯. 태고의 자연이 숨 쉬는 그곳을 찾아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95년 한 해에만 약 20만 개 이상의 빈 생수 병들이 안나푸르나에 버려지거나 땅에 묻혔다고 한다.

  이 책에 주목해야 할 부분은 후반부에 있는 ‘환경 친화적인 모범 트레커‘다. 나와 자연 단 둘이 남겨져 철저하게 자연 속의 나를 경험하고 싶다면 가급적 배낭을 비우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트레커 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평생의 한 번이지만 네팔 GDP의 40%를 관광업으로부터 충당하고 있는 히말라야는 산림 훼손과 쓰레기, 매연, 생활 오수 등 서구 문명의 부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죽하면 파탄이나 무스탕 제국은 외국인의 출입까지 금지하는 조치를 내릴 정도라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모범 트레커의 기본을 요약하면 대충 이렇다.  


  식사를 주문할 때, 조리하는 데 연료가 덜 소모되는 달바트를 주문하라. 현지의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적선하지 말라. 통과하는 마을의 생산품을 구매하라. 쓰레기 봉투를 항상 휴대하라. 네팔 사람들의 초상권을 존중해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라. 트레킹 중에 똥을 싸거들랑 똥을 닦은 휴지는 모두 태워 버려라. 볼 일도 성스러운 곳은 피해서 보라. 물이 흐르는 냇가에서는 환경 처리된 비누도 사용하지 말라. 트레킹 도중에 생수를 사 먹지 말고, 물통에 아이오다인을 넣어 정화된 물을 마셔라. 토양의 침식과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트레킹 길을 벗어나지 말라.



 

   외국의 자연을 볼 만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화석연료를 태워가며 떠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가항력은 둘째 치고라도 가능한 부분은 노력할 수 있겠다. ‘나는 곧 죽어 없어지지만 지구는 남는다’는 누구의 말처럼 내가 보는 오늘의 지구와 자연은 잠시 빌린 것 뿐이다. 후세에도 보여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트레킹에 생각이 없던 터라 그곳에서 지켜야 할 자연보호 에티켓은 금시초문이었다. 그래서 내게는 신선한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어디 자연 뿐이랴? 문화재는 어떤가? 어림없다. 문 밖을 나가면 되도록 쓰레기일랑 만들지 않으려고 해야 할 것이다. 

  식도락가들에게 있어 맛집은 자기만의 '헤게모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잘 이야기해 주질 않는다. 지금이야 디카에 노트북을 들고 '맛집순례'하며 실시간으로 자신의 '순례기'를 세상에 뿌리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 옛날에는 그런 일 일랑 어림없었다. 어디 좋은 곳 추천해달라고 하려면 최소한 그곳에 가서 '식사값'을 치뤄야 하는 조건이 따랐다. 그들은 왜 자신만 알고 있는 맛집을 함부로 소개하지 않았던 걸까? 훼손되기 때문이다. 온전한 맛집은 단순히 음식맛이 아닌 장소와 분위기 그리고 음식맛이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여기저기 알려져서 손님이 많아지면 자신이 예전에 느꼈던 그 풍미를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가게가 유명해져서 주인이 돈 버는 것이야 손님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오히려 돈 벌어 가게를 넓히고 화려하게 치장해서는 주인장이 '기둥서방'처럼 꾸미고 카운터에 앉게 되면 더 이상 맛을 찾는 단골은 가질 않는다. 더 이상 그 맛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 또한 맛집과 다를 바가 뭐가 있겠는가? 문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불리는 중국의 '샹그리라'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야! 너희들 동원훈련 가거들랑 깨끗이 좀 써라. 매주 새로운 애들이 와서 사흘 동안 더럽히고 떠나면, 남은 현역 군바리들이 나흘 동안 치워야 해. 알았어?” 대학 친구 중에 예비군 중대에서 조교로 근무했던 녀석의 말이 생각났다. 네팔 정부가 여행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오늘, 우연히 뽑아든 여행 책에서 ‘자연환경’을 배웠다. <안나푸르나, 그만 가자!> 여행을 말리는 여행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인상 깊은 책이었다. 

P.S.: 그나저나 영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에서 최민수는 담배를 꾀나 많이 피웠는데...담배꽁초들, 주머니에 따로 넣어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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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경제학 1 - 부동산의 비밀 위험한 경제학 1
선대인 지음 / 더난출판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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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을 준비하는 서민을 부동산 정책 제대로 보는 법!

  세상이 매수를 외치고 있을 때, 조용히 손을 털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부자들이다. 반대로 당장 팔지 않으면 깡통을 찰 것처럼 일손을 놓고 매도주문을 쏟아내고 있을 때 거의 주워 먹듯 반값에 사들이는 사람 역시 부자들이다. 그들은 늘 조용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왜 그런가 누군가 물으면 돌아서서 웃으며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우리 마누라가 사람 많은 데 가지 말라고 했거든요!” 

  대다수의 투자자는 부자처럼 행동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 그들의 부동산 투자는 사실은 남에게서 돈을 빌려와 그 돈을 조금 더 불려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래서 부자들처럼 미리 사 놓고 가격이 높아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시골의사 박경철은 ‘남에게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투자가 아닌 투기다’라고 책 <주식투자란 무엇인가>에서 말한 바 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라고 봐야 할 것이다. 혹시 ‘온전히 내 돈으로 집을 사는 놈이 어딨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집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행이나 여타의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산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살 나의 첫 집을 대출 빌려 산 것일 뿐 투자라고 투기라고도 부를 수 없다. 오늘날은 대출, 즉 은행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투자를 한다는 ‘레버리지식 투자’는 이제 일반인의 몫이 아니라, 두 채 이상의 집을 가진 사람들이나 소수의 부자들에나 어울리는 궁극적으로는 투기인 투자법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택 대출금리가 세계금융시장의 경기에 따라 출렁거리고 궁극적으로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어 대출이자로 인한 가계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고 부동산에 묶인 원금마저 날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이러한 위험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는 부자들뿐이다. 부자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은 부자가 움직이는 ‘그대로’를 쫓으면 안 된다. 그들의 행보만 믿고 잘못 투자했다가는 내 집마저 그들에게 엎드려 돈을 바치는 격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정책과 신문과 언론의 부추김을 곧이곧대로 믿고 움직여서도 안 될 것이다. 그들은 빠르면 당장 내일이라도 어제와는 정반대되는 소리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말을 100% 믿지 말자. 그 실효성을 꼼꼼히 따져서 살피고, 내 형편에 맞춰서 다시 생각해 보자. 그렇게 충분한 시간을 가져도 절대로 늦지 않다.”며 이들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책이 있다. 책 <위험한 경제학>은 바로 ‘국내의 위험한 흐름’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정부의 근시안적 생각이 만들어낸 일련의 경기부양성 부동산 대책과 이에 동조하는 언론 미디어의 바람잡이 플레이, 이들이 동향에 한 발 앞선 부자들의 움직임에 ‘뇌화부동附和雷同’하지 말기를 권하는 책이다. 가뜩이나 대세라는 흐름에 거슬러 목소리를 내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요즘 서민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항에 대해 언급한 저자 선대인의 용기는 지난 해 낸 공저자로 펴낸 책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계속되고 있다. 



 

    지난 해 글로벌 금융위기는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투자관을 재점검하는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불황의 기운이 던져준 교훈은 바로 ‘탐욕과 모럴 헤저드’가 아니었던가? 이 부분에 있어 나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보장되지 않은 미래의 결과물에 눈이 멀어 현실을 잊고 내 깜량에 넘치는 투자를 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금융위기 이후 최근 1년 간 세계 주요도시의 집값이 하락세인 이유는 ‘지나친 투자’로 일어난 거품이 제거되는 ‘성찰의 기간’인 때문이다. 활발했던 거래가 ‘결정적인 사건‘으로 인해 올스톱되었을 때 온전히 제 가치를 지닌 ’집값‘이었다면 보합세로 그쳐야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가격은 크게는 30%이상 하락하고 있다. 이는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지난 해 하반기에 느꼈던 위기감에 비한다면 그나마 경착륙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부동산경기만은 올해 초부터 세계경제와는 다르게 독야청청하고 있다. 이 부자연스러운 흐름은 바로 내부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기인한 것이다. 주택보급률을 높이고 내수경기진작을 위한다는 명목의 각종 부동산 계발계획은 대가족으로 뭉쳐 살던 때 명절날 밤 둘러앉아 치는 고스톱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밤을 새워 고스톱을 쳐봐야 결국 가족의 돈일 뿐 더욱 생산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인사차 방문한 외부인(그것도 돈을 많이 가진)이 끼어든다면, 그래서 운이 좋게 돈을 잃지 않는다면 그 때 그날의 가족들의 가계살림은 나아질 것이다(돈을 딴 가족이 저녁이라도 살 게 아닌가). 하지만 아무런 외부인이 없이 내부인끼리 눈에 불을 켜고 고스톱을 친들 가계살림이 나아질 것인가? 이는 혼자서 거울보고 맞고(스톱)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저자는 바로 이를 경계하고 있다. 밖에 나가 돈을 벌어와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집안에서 치는 고스톱을 과연 가족 중 아버지 격인 정부가 나서서 부추겨야 할 사항인가 하는 것이다. 결국 가족 중 누군가는 돈을 딸테지만 결국은 지갑 속의 돈이 이동된 것일 뿐, 국가라는 한 가족의 가계살림에는 도움이 될 것이 없다. 다시 국가경제로 돌아가보자. 정부와 미디어는 내수부양책의 목표를 국민들이 가지고 있다는 ‘800조의 부동자금’을 유입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금규모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인가? 그리고 그 돈은 누가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저자는 이 터무니없는 정체불명의 숫자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는 아무리 후하게 계산을 하더라고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은 800조 원의 반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그 자금의 소유자 역시 거의 대부분이 ‘부자’들 것이기 때문에 투자할 대상의 자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정부의 근시안적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의 수혜자와 실제로 정책의 수혜자들은 맞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그나마 숨겨둔 쌈지돈까지 꺼내어 부자를 살찌우는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 나아가 ‘평생을 살아야 할 내 집 마련’을 고민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지금의 이 흐름은 세계 경제의 흐름과는 다른 기류로 흘러간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소한 윗사람(정부, 미디어)들이 말하듯 ‘지금이야말로 내 집을 갖기 위한 적기適期’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이 내다보는 견해로는 ‘앞으로 3-5년은 매수하지 말고 더 지켜보자’고 말한다. 정말 투자를 해야겠다면 사건과 사고는 보험회사와 국민보험이 일부 도와주지만 부동산 투자는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인 만큼 한 번 더 고민하고 살펴보기를 권하고 있다.



 

   선대인은 Daum의 경제토론방(경방)에서 케네디언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논객이다. 그는 자신이 펼치는 논지에 대해 왜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부자들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는 식의 세인들 시선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대부분의 목소리가 ’예‘일 때, 한 사람의 ’아니요‘라는 목소리는 불협화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가 고민하고 답을 내야 하는 이 사안은 선생님의 지시에 대답하는 학생들의 그것이 아니지 않은가?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하고 자신의 판단을 의심해야 하는 것이 투자다. 그런 면에서 <위험한 경제학>은 부동산 투자선택에 있어 한 번 더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한편 저자와 이 책에 대한 ’불편한 심기‘는 아파트 실거래가를 외부에 알렸다가 부녀회장에게 쫓겨난 아파트 관리소장을 보는 것 같아 오히려 의심을 더하게 만든다. 이 책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는 이들은 누구이며, 왜 그럴까?

  어떤 형태의 투자이든 투자자들이 명심해야 할 ’투자금언‘중에 “정책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을 읽어야 할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내 집 없는 서민‘이다. 부동산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내 집 가진‘ 투자자가 아닌 안 먹고 안 입고 아껴서 평생을 모아둔 돈에 은행이나 저축은행에서 아파트 값의 절반 이상을 대출받아야 하는 ’서민‘을 대상으로 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시야를 조금 더 넓히라고 말한다.

  절반 이상의 대출이 아니면 아파트를 살 능력이 안 되는 국민투자자들과 중대형이 아니면 분양이 되지 않는다며 높은 분양가에 크게만 지으려고 하는 건설회사들로 인한 주택수급불균형, 자금과 인력이 없어 고전하고 있는 중소기업, 전세계가 내수진작에 힘을 쓰느라 수년 간 수출감소는 피할 수 없는 세계경제, 늘어나는 실업률 등으로 곧 다가올 전체적인 국내경기 등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투자자들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불안요인들이다. 그래서 국내 경제에 대해 총제적으로 ’다른 시선‘을 가져볼 것을 권하는 이 책은 시의성도 적절하고 시사하는 바 역시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저자의 생각이 틀리길 바란다. 저자의 예상대로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고, 그래서 내 집을 가진 국민들의 재산이 불어난 거품만큼 꺼진다면 그 충격이 국내경기에 미쳐질 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한편 다행스럽다고 생각되는 일은 모든 ‘예언이나 예측’은 사실여부를 떠나 사람들로부터 시선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주듯 이 책을 통해 투자자는 물론 정부의 정책관계자들이 제도의 맹점과 취약점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 저자가 말하는 위기는 틀림없이 경감될 것 같아서다. 

  이 책을 통해 본 선대인은 투기꾼을 위한 부동산전문가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는 소수의 부자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쏟아내는 정부 정책과 광고주에 우호적인 미디어의 뉴스에 휩쓸려 전 재산을 잃어버린 서민들을 위해 무모한 투자를 저지하기 위해 스스로 바리케이트를 치기를 자처한 부동산전문가다. 그래서 책에서 만나는 정부와 언론에 대한 저자의 불편한 심기들이 격양된 논조로 기술되어있다. 이에 대해 그에게 과연 ‘편향적이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이 책은 정부의 정책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나아가 신문, 뉴스, 미디어 나아가 온라인상의 글까지 우리들의 투자에 있어 판단의 근거가 되는 조각들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교정해서 읽는 방법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부동산에 관심을 가진 서민의 독자들이 이 책에서 얻어야 할 부분은 바로 여기다. 보다 더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기회를 가져볼 필요가 있다. 그가 예상되는 수많은 태클(?)을 감수하고라도 이 책을 낸 이유 역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의로운 부동산전문가가 있어 참 다행이다 싶다. 서민 경제의 미래를 이야기했다는 2 권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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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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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거세된 숫소가 되고 싶었다!

 

  소설은 필연의 예술이다. 그래서 중간을 읽으면 답을 알 것 같아서 종국엔 독자가 납득이 가능한 결말로 끝나야 소설답다고 느껴진다. 책 속에서 거짓이 용인되고, 해학과 미래가 용인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어차피 현실에는 없을 허구일 테니까. 하지만 때로 현실이 너무나 소설 같을 때가 있다. 소설이 아니고서는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엄연히 존재한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 무슨 일이야 없겠냐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절대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끔찍한 일, 소설에서나 볼 것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화자話者가 제 아무리 현실이라고 항변을 해도 ‘에이~ 지어낸 말이야. 현실에 그럴 리가 있어?’라며 다시 반문할 것이다. 이야기라도 다 들어주고, 위로라도 해 주면 좋겠건만 그들은 애써 외면한다. 이런 답답해서 미치고 펄쩍 뛸 일들이 오늘이라는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 청자聽者의 입장에서 보면 화자話者의 이야기로 현실과 소설을 구분할 줄 몰라서가 아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외면하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해서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기억하면서 현실을 살아가기가 겁이 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돌아서서 귀를 씻으련지 모른다. 그리고 ‘휴우, 끔찍해라. 내가 쟤였다면 어떨 뻔 했어?’ 생각할지도 모른다. 결국 ‘나만 아니면 돼.’라는 에고, 지독한 자기애自己愛로 덮어버릴 것이다. 왜? 잘은 모르지만 난 지금 그러니까.

  소설가 공지영은 어느 날 ‘한 줄의 기사’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숨은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일, 자기를 괴롭히는 일을 또 저지르고 말았다. 있어서는 안 될, 차라리 거짓말이면 좋을 현실의 안개 속으로 스스로 발을 담근 것이다. 소설<도가니>는 그런 안개 속을 헤집은 책이다.



 

   이 소설은 '안개 나루터' 로 풀이될 무진霧津이라는 지방 도시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소재로 했다. 기간제 교사로 내려간 강인호는 '자애'학원이라는 장애인 학교에서 교장과 교장의 동생인 행정실장, 기숙사 사감 교사 등이 장애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사실을 알게 되고, 학교 선배인 서유진 간사와 함께 이를 세상에 알리게 된다. 하지만 불행한 이 사건이 지역사회나 공권력의 힘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반대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지역 인권단체에서 자애학원 교장과 교직원들의 파렴치한 장애 학생 성폭행 사실을 고발하지만 무진경찰서 형사, 시교육청 장학사, 시청 담당 공무원, 판`검사, 심지어 영광제일교회 교인들, 지역 시민단체까지 담합해서 이 사건을 은폐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국 지역사회의 기득권자들의 암묵적인 합의에 의해 가해자인 이강석 교장 등은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도가니>는 수년 동안 장애학생들을 성폭행한 학교 교직원들, 그리고 이를 교묘하고 치밀하게 은폐하는 방식,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정, 그리고 기득권자들의 암묵적 합의를 그리며 우리 사회 속에 만연한 사회적 약자의 약탈현장으로 고발했다.

  사실 이 소설을 펴기 전에 온전한 소설이 아니라 고발성 짙은 르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소설의 출간 후 세간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던 2007년의 광주의 인화학교 사건이 또 다시 인구에 회자된 것을 몰랐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하지만 좋은 것만 다 못보고 사는 세상, 억지로 볼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애써 읽지 않았다. 의식하지 않으려는 자의식은 더욱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그것은 ‘나만 아니면 돼’라는 에고, 지나친 자기애였다. 

  소설을 읽은 것이 아니라 눈으로 그리듯 보았다. 그리고 온몸으로 느꼈다. 긴장한 어깨는 움츠려져 펼 줄을 몰랐고, 책장에 지문이 묻을 만큼 땀이 맺혔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에 접어들어서는 차라리 내가 영원히 거세한 수소牛이기를 바랐다. 밖을 나가면 어떻게 눈을 들어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을까 싶었다. 

  ‘이 모든 풍경에서 다른 것은 모두 남기고 오직 사람들만 지워버린다면 여기가 천국일 것이다.’는 강인호의 생각이 곧 내 생각이었다. 정의正義는 사전 속 죽은 단어가 되어버린 세상, 엄한 대상에 용서를 내리는 사람들, 인맥과 관계로 얼룩진 인간세상은 안개 속 세상이 아니다. 안개가 내린 백내장을 한 인간들이 사는 세상인 것이다. 

  공지영이 그린 무진의 안개와 풍경은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온전히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세상을 묘사하기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채 피지 못하고 상처받은 영혼들은 말이 없다. 지면 가득히 악을 쓰고, 거짓뿌렁을 외치는 이들만 가득했다. 서유진은 자유로울까. 강인호는 온전히 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현실 속의 무진 사람들은 오늘 어떤 밤을 보냈을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악다구리로 돈을 벌고, 먹고, 싸며 내일을 희망했을 것이다.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 버리고 싶었다. 

  애써 무시했던 진실을 접한 현실은 어제보다 안개가 짙다. 알게 모르게 나 역시 그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얼마나 더 살아야 나도 백내장의 그들이 될까 두렵기만 했다. 서유진은 ’나도 가끔은 뻔히 아니라는 걸 알면서 그것과 타협하고 싶어질 때‘ 내가 불쌍하고 불행했다고 말했다. 난 어제도 오늘도 불쌍하고 불행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녀의 용기를 얻고 싶다. 세상사에 묻혀 버린 소설 같은 진실은 공지영이 지은 글로 현실이 되어 세상으로 돌아왔다. 오래도록 기억될 소설, 하지만 너무 두려워 다시는 읽고 싶지 않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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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화폐전쟁 1
쑹훙빙 지음, 차혜정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음모론서가 아닌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작전계획서!  



  항상 누군가로부터 뒤를 쫓긴다는 눈빛을 지닌 사내 제리 플레쳐는 뉴욕시에서 택시 운전사다.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여 살고 있는 그는 근무 시간의 대부분을 승객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그 이야기들은 거의 엄청난 음모에 관한 것들, 예를 들어 식수에 비금속원소가 섞여있어 곧 한꺼번에 죽을지도 모른다거나, 현행 국제 금융정책 등의 숨겨진 비밀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 이야기는 멜 깁슨과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한 영화 <컨스피러시>의 줄거리인데, 이 책<화폐전쟁Currency Wars>을 펴면서 계속 두려운 눈의 사내 제리 플레쳐가 떠올랐다.

  방대한 역사적 자료와 증거들을 보면서 저자가 이 책을 쓴 방 역시 영화속의 제리처럼 자료들로 뒤죽박죽이 된 음습하고 어두운 방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전반부는 국제금융과 세계를 뒤흔드는 핫머니를 주무르는 어두운 손(이키유바라최는 이를 그림자 정부’라 불렀다)의 정체를 밝힌 음모론적 성격이 짙다. 

"우리 주변엔 음모 과대편집증이 도사리고 있다. 이 편집증에 빠진 사람은 이들 음모가 자신의 숨통을 조여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황당한 음모는 신문 등의 인쇄매체는 물론 인터넷을 통해서도 유포되며, 음모설(conspiracism)은 일종의 사종교 같은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음모 편집증에 걸린 사람들 중엔 O.J 심슨이 일본의 마피아의 농간에 놀아났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찰스 황태자가 신세계 질서의 꼭두각시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1997년 6월 1일자 '뉴스위크'지

  음모는 진실과 오해의 중간, ‘아직 알 수 없음’의 단계다. 음모론의 당사자가 터무니없는 오해라며 진실을 밝힌다면 확인될 내용들을 굳이 밝히지 않기에 ‘음모론’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물론 세간의 음모들이 ‘대꾸할 여지조차도 없기에’ 밝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음모가 진실의 전모에 일부 관여되어있거나, 그것이 진실로 밝혀질 경우 향후 치명적인 결과를 낳거나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어떨까? 특히 그것이 우리의 삶과 직결된 경제에 관련된 음모라면 그저 흔한 음모로 남겨둬도 괜찮은 것인가? 이 책이 2007년 7월 중국에서 출간된 이후 24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1년 만에 100만권 이상이 팔려나간 사실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저자인 쑹훙빙(宋鴻兵ㆍ40)이라는 중국인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에서 대학까지 마친 저자는 9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정보공학과 교육학을 전공하며 오랫동안 미국 역사와 세계 금융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최근까지 미국정부보증기관인 페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의 컨설턴트 고문을 맡았다. 는 이때 미국의 금융파생산업에 깊이 접촉하고 최종적인 시스템 회계와 고객을 겨냥한 제품을 설계했다. 쑹홍빙은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 존 고든의 말을 빌리면 ‘상혼만 넘칠 뿐 청지기 정신은 부족한 월가의 금융인’이었던 셈이다. 그는 금융파생상품을 설계하면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귀국하기 전 4년 동안 미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서 일했다. 이번 금융위기가 처음 터진 곳들이다. 당시 금융상품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됐고, 파생상품이 아무런 제재 없이 팔리는 것은 거대한 힘이 작용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2008년, 11월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

  그 후 금융의 ‘배후세력’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는 오랜 연구를 통해 이 책을 완성하게 된다. 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화폐의 메커니즘을 통해 화폐를 지배하려는 상업은행의 권모와 술수가 곧 중세 이후의 역사라는 것을 밝히고 그 배후에는 로스차일드가를 비롯한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세계 제일의 갑부는 빌 게이츠가 아닌 로스차일드 일가이고, 달러를 만들어내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사실 민간 중앙은행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대통령의 피살 비율은 미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일선부대의 사망률보다 높은데 대통령들이 피살된 이유는 달러의 발행권을 되찾으려는 이들의 시도가 세계 금융세력에게 들통나 축출되었다고 말했다.  

 

  그 밖에 부동산 대출이 빠르게 증가할수록 당신 손에 든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채무의 화폐화와 부분 준비금 제도가 왜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가? 누가 황금을 ‘요괴시‘하는가? 왜 황금이 진정한 ‘화폐의 제왕’인가? 등의 의문에 대해서 답을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누가 금융 파생상품 시장에서 매점매석을 하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 답을 하면서 곧 현실로 들어날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다. 하지만 그는 예측을 했다고 볼 수 없다. ‘내부인’으로서 그 내용을 미리 본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되겠지만,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단순히 위와 같은 세계금융경제의 음모론을 폭로하는 데 있지 않았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미래를 염려해서 썼다. 그가 전문가적 관점에서 말하고자 한 바는 세계의 기축통화로 통용되는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고 머지않아 붕괴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는 2009년 6월말 현재 외환보유고가 2조 1,32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었다. 

  지난 1978년 흑묘백묘론과 선부론이 있기 이전의 책이었다면 이 책은 이만큼 팔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개혁개방 이래 30년 동안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으로 값싼 중국제품을 만들어 세계를 중독시켜 왔다. 그래서 이젠 역사상 그 어떤 나라도 가져본 적이 없는 어마어마한 달러를 보유하게 되었다. 한편 이번 미국에서 시작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은 미국이 신용창출을 통해 자신의 지불능력을 초월하는 소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가능했던 이유는 마음껏 달러를 찍어낼 수 있었기 때문인데, 이러한 구조를 들여다보면 달러에는 소수가 다수의 부와 자원을 쥐고 흔드는 구조적 모순이 그득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편 1997년에 일어난 아시아 외환위기는 물론 현재의 금융위기 역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일명 ‘양털깎기’ 수법에 의한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즉, 국제금융자본이 아시아 금융위기 때 버블을 일으킨 뒤 한꺼번에 유동성을 회수해 자산가치를 폭락시키고 큰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파생금융상품의 본질은 달러와 같다고 보았다. 즉 채무라는 것이다. “파생금융상품은 채무를 포장한 상품이며, 채무의 컨테이너다, 채무의 창고, 채무의 히말라야 산이다.” 나아가 저자는 서브프라임과 알트A 모기지 대출은 자산쓰레기이고, 서브프라임 CDO는 농축성 쓰레기 자산이며, 합성 CDO는 순도 높은 농축성 쓰레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생금융상품으로 빚어진 이번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는 전형적인 채무의 내부 폭발형 위기라고 보았다. 이는 달러의 미래를 말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채무화폐가 구동하는 경제 발전의 규칙이다. 즉 채무로 화폐를 창조하고, 화폐는 탐욕을 가즉하며, 탐욕은 채무를 가중시킨다. 채무는 내부 폭발을 유발하고 그 결과로 긴축이 발생하며, 곧이어 경기 쇠퇴로 이어진다.” (480 쪽) 

  저자는 이 책을 쓴 후 2008년 중국으로 귀국해 베이징 홍위안증권에서 파생상품부 총경리로 근무중이다. 월가에서 파생상품을 만들었던 그가 이젠 중국으로 돌아와 현장에서 뛰면서 미국경제와 달러의 진실을 폭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책이 음모론이고, ‘삼국지’와 같은 팩션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저자는 기축통화 생산국이라는 이유로 흥청망청 소비하며 순채무국이 되어버린 미국과 달러에 이젠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채무화폐의 전형적인 사례인 달러는 채무가 발생함과 동시에 발행되고 채무상환과 동시에 폐기되는 일종의 차용 증서이다. 채무와 화폐가 연동되어 있으므로 채무는 늘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이 같은 악순환은 무거운 이자 부담으로 말미암아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결국 모든 체제가 붕괴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보았다. 채무화폐야말로 현대 경제에 도사린 심각한 잠재적 불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대안은 뭘까? 저자는 금은화폐로 대표되는 비채무화폐라고 보았다. 금은화폐는 ‘실질적인 소유’를 나타내고 법정불환지폐는 ‘차용증+약속’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는 금본위제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는 채무화폐의 종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채무화폐의 본질이 차용증서에 약속을 더한 종이에 지나지 않으며 이른바 달러 재산이 ‘지나치게 과장된 영수증’과 ‘재산에 대한 무한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는 순간, 이 채무 영수증은 영원히 평가절하되고, 그 속도는 달러를 찍어내는 사람들의 욕심 크기에 비례할 것이다. 금융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대중은 직감과 상식에 기대어 자신들이 피땀 흘려 창조한 재산의 ‘노아의 방주’ 금과 은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금융파생 도구로 무장한 국제 금융재벌들은 이런 대중을 대상으로 전쟁을 치러야 한다.” ( 399~400 쪽)

  그러면서 그는 금은을 기축으로 하는 안정된 중국 화폐 도량형 체계를 세워 채무를 화폐 유통 영역에서 단계적으로 축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제시장에서 금융의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하면 상품의 가격 결정권도 갖지 못하고 경제 발전 전략의 주도권도 빼앗기게 된다면서 이것이 바로 중국 화폐가 세계의 기축통화가 되어야 하는 이유라며 오늘의 중국은 금은 보유고를 늘리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는 중국 화폐개혁의 최종 방향은 중국의 국가 실정에 맞는 금과 은을 기축으로 하는 ‘이중 병행제 화폐 체계’를 세워 세계 주요 기축화폐로 향하는 전략적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방법론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만약 중국 정부와 국민이 매년 2,000억 달러 규모로 금을 모은다면 온스당 650 달러로 계산할 때 9,500톤의 황금을 구매할 수 있어 미국의 금 보유고 총액 8,136톤과 맞먹는다. (중략) 전 세계에서 6,000년 동안 캐 모은 황금의 총량은 14만 톤에 불과하며, 유럽과 미국 중앙은행의 황금 보유고는 2만 1,000톤이다.

 1990년대에 유럽 중앙은행이 행한 금 대출 광풍을 고려하면 합계가 20,000톤도 안 될 수 있다. 온스당 650달러라는 현재의 금 가격으로 계산하면 4,000억 달러밖에 안 된다. 중국이 거대한 무역 수지 흑자로 4,000억 달러의 금 보유고를 소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2~3년이 될 것이다. 구미 중앙은행의 총알은 얼마 안 가 다 떨어져버릴 것이다.

중국이 이렇게 왕성한 식욕으로 5년 동안 황금을 먹어치운다면 국제 금값의 상승으로 국제 금융재벌들이 설치한 달러 장기 금리의 상한선을 자극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달러 화폐체계가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게 될 것이다.“  (429~430 쪽)

  물론 현재 달러가 기축화폐로서의 지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 파운드화의 퇴출은 영국의 경제쇠퇴 때문이었지만 경제가 쇠퇴한 후에도 상당기간 파운드화는 굳건했지 않은가? 하지만 현재 볼 때, 향후 달러는 계속 절하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세계 최고의 외환 보유고를 가지고 있는 중국은 어쩌면 쑹홍빙에게서 점점 종이로 되어가고 있는 달러를 해소할 수 있는 답을 구했는지 모른다.

 중국은 지난 5월 현재 금 보유량이 10년 전 395 톤에서 지금은 1054 톤으로 배 이상 늘어나 세계 5위의 금 보유국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중국 당국은 금 매집 의향을 숨기지 않고 서서히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또한 중국은 오해 주요 20개국의 모임인 G20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금보유를 늘려 이를 기반으로 한 새 통화를 만들어 기축통화로 삼자고 브라질 등과 함께 주장하고 있다. 쑹홍빙의 말처럼 중국화폐를 현재의 위안화가 아닌 ‘금은화폐 체계‘로 전환을 추진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달러를 넘어 금보유고 역시 최고로 늘리려는 시도는 중국에서 책이 출간된 2년 동안 계속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다시 의문을 품어야 할 것은 중국이 <화폐전쟁>을 과연 음모론에 관한 책이라고 폄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당장 저자인 쑹홍빙을 지난 5월에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9'에 초대해 특별강연을 요청하지 않았던가? 쑹홍빙의 발언에 무게감을 느낀다면 우리는 중국과 위안화에 계속 주목해야 할 것이다. 중국인을 일러 ‘만만디 정신’의 민족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결코 ‘당장’을 생각하지 않는 민족이다. 최소 5~10년의 기간을 두고 달러를 쌓아두고, 금을 사들이면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고양이 발걸음처럼 조용히 한 걸음씩 걸음을 옮길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걸음걸이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변화를 감지할 때 민첩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지금도 한 걸음을 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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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이티브 -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가 움직이는 새로운 세상
돈 탭스코트 지음, 이진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디지털 네이티브 - 가장 똑똑하고 글로벌한 넷세대의 현주소!

  시대를 아울러 젊은 세대Young Generation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우려는 늘 한결같다. 걱정되고, 그들에게 미래를 맡기기가 두렵다는 것이다. 기원전 2000년도에 수메르 사람이 쓴 것으로 보이는 성형문자 판에는 “우리 젊은 세대들이 음지에서 하는 행동을 그냥 내버려둘 경우 우리 문화의 운명은 다할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고 하니, 젊은 세대에 대한 걱정은 인류가 생긴 이래 계속된 듯하다.

 오늘의 기성세대 역시 그 걱정을 피할 수 없다. 기성 세대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우리 때보다 더 멍청해 보이고, 컴퓨터와 인터넷에 중독되어 사교는 물론 운동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염려한다. 그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는 듯 하고, 수많은 지적재산권을 아무렇지 않은 듯 다운로드하는 절도범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온라인상에서 악플 등을 달며 친구들을 괴롭히고, 폭력성 게임에 빠져 폭력적이다. 또한 그들은 나 밖에 모르고, 노동 윤리조차 없으며 남에게 배풀 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IT 혁명이 불기 시작한 10년 전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이란 책을 써서 화제를 모았던 저자 돈 탭스콧은 이러한 기성세대들의 걱정에 “당신들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두려운 것이다.”고 주장한다. 그는 N세대(Net Generation - 이하 ‘넷세대’라 부른다)는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라고 말하며, 기성세대는 앞으로 넷세대들에게서 배워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위키노믹스>를 비롯해 <패러다임 시프트>,<디지털 캐피털>,<디디털 경제>등의 인터넷 경제 관련 베스트셀러를 쏟아낸 바 있는 돈 탭스콧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구글의 CEO인 에릭 슈미츠와의 인터뷰를 인용했다. 에릭 슈미츠는 “넷세대들이 가장 멍청한 세대입니까?”라는 저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넷세대는 가장 멍청한 아니라 가장 똑똑한 세대입니다. 그들은 더 빠르고, 더 국제적이고, 더 똑똑하고, 더 좋은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태어나자마자 휴대폰, 메신저,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는 분명한 사실은, 그들이 가장 많이 연결되어 있는 세대라는 걸 의미합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상대방을 더 깊이 배려할 줄 압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을 책에 인용해서 써도 좋습니다!”

  저자는 넷세대 출현의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리게는 11살에서 많게는 31살이 된 그들을 다시 살펴 봐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이들을 집중 조사해 책으로 폈다. 제목은 <디지털 네이티브>, 원제목은 Grown Up Digital: How the Net Generation is Changing Your World으로 원서는 2008년 3월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현재를 만들어가고 있는 넷세대를 이해하는 데에는 더없이 유용한 책이다. 저자는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을 펴낸 이후 계속해서 그들을 관찰해 왔고, 이번 책을 펴면서는 2007년부터 세계 12개 국가의 16세~29세까지의 넷세대 5,935명을 인터뷰 했고, 아울러 미국과 캐나다의 30~41세 나이의 X세대와 42~61세까지의 베이비 붐 세대에 대한 표본 조사도 실시한 결과이기 때문에 객관성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넷세대가 진정 누구이며, 우리가 소속한 조직과 사회를 더 낫게 변화시기키 위해서 그들에게서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로 두었다. 나아가 넷세대를 이해하게 되면 미래를 이해하게 될 것이고, 오늘날 우리의 조직과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전체적인 전개는 ‘기성세대들의 오해를 깨부순다’는 형식이다. 기성세대들이 넷세대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이 주로 무엇인지 밝히고, 그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하며 멀리서 바라본 제 3자의 시선이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러한 원인은 ‘기성세대들이 자신들보다 더 똑똑한 넷세대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논지를 펴 나갔다. 책의 구성은 넷세대의 전부를 보여주는 듯하다.

 넷세대들은 누구인가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밝혀내고, 넷세대들이 학습자로서, 근로자로서, 소비자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그들이 바라는 바를 제시해 주었다. 또한 새로운 가족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넷세대와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넷세대의 현주소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미래를 담당할 넷세대들의 역할과 이를 보조하기 위해 기성세대들이 공감하고 함께 해야 할 바도 밝혔다. 

우선 저자는 부모 세대와 구분되는 넷세대의 대표적인 특성은 다음과 같은 8가지라고 밝혔다.   

  “첫째, 그들은 자유와 선택의 자유를 중시한다. 둘째, 물건을 자신의 개성에 맞고 고쳐서 쓰는 걸 원한다. 셋째, 천부적으로 협업에 뛰어나다. 넷째, 강의가 아니라 대화를 즐긴다. 다섯째, 여러분(기성세대)과 여러분 조직을 철저히 조사한다. 여섯째, 성실성을 중시한다. 일곱째, 학교와 직장에서도 즐겁게 생활하기를 바란다. 여덟째, 그들에게 속도(스피드)는 일상적인 것이다. 혁신도 생활의 일부이다.” (34 쪽)

  그리고 기성세대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넷세대들의 컴퓨터와 인터넷 중독에 대해 기성세대들 역시 밤을 세워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으며 일주일에 평균 22시간 TV에 빠져 살았던 세대들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것이다. 기성세대와 넷세대의 차이는 단 하나 넷세대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TV를 볼 때도 TV를 배경음악처럼 생각하고, TV를 켜 놓은 채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고, 게임을 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할 뿐이라고 했다.

 또한 한군데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 이른바 ‘멀티태스킹’ 역시 집중력 저하와 몰입을 해치는 행위라는 기성세대의 우려에 대해서도 저자는 이들이 펼치는 ‘멀티태스킹’은 ‘디지털 몰입’이라면 넷세대의 뇌는 네트워크화 된 세상에 맞게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는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이 또한 기성세대의 ‘기우’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저자는 기성세대들은 일주일 평균 22.4 시간 ‘수동적인 시청자’였지만, 넷세대들이 온라인에 머물고 있는 시간은 그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들은 능동적인 활동가이며, 협력자이며, 조직가이며, 독자이며, 작가이며, 감정사이며 심지어 비디오 게임의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전략가이다. 그들은 단순히 관찰만 하지 않는다. 그들은 참여한다. 묻고, 토론하고, 주장하고, 놀고, 쇼핑하고, 비판하고, 조사하고, 조소하고, 몽상하고, 모색하고, 정보를 준다.” (62 쪽)

  이 말에 ‘컴퓨터는 사실 우리로부터 시작된 것이다’라고 말하는 X세대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은 온라인 상에서 인터랙티브 즉,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진 웹 2.0 시대의 수혜자는 넷세대들이다. 초기의 인터넷 웹 1.0은 TV와 큰 차이가 없었다. 저자는 넷세대는 여러 가지로 TV세대의 안티테제라며 특히 인터랙티브 미디어로의 전환은 넷세대에게 심오한 영향을 미쳤고 이것이 기성세대와 구분되는 가장 큰 핵심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토록 ‘정신사나운 존재’인 넷세대들에게 주목하고 연구해야 하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그들은 소비자로서 시장과 마케팅 방법을 바꿔 놓고 있다. 그들은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화된 특성을 요구하고, 또한 기업들이 풍부한 경험을 창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은 적극적인 참여자이다. 단순히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와 제품과 서비스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프로슈머’라는 생각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프로슈머로서의 넷세대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극찬을 아끼지 않고, 차별성이 없거나 형편없는 제품과 서비스는 퇴장을 하도록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 그들이 요구하는 바는 명백하고 까다롭다. 그래서 기업들은 현재 R&D에서부터 소비자 지원에 이르기까지 프로슈머들와 함께 하며 이들로부터 배우면서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의 주장은 강하다. 넷세대를 제대로 읽는 기업, 사회, 정부가 미래를 동참할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성세대들의 관념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항들 역시 ‘디지털 환경’이 만들어 낸 일종의 ‘사회적 진화’라고 봐야 한다면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들이 그들의 환경을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배우려고 한다면 사회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의 비약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기성세대의 이해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말콤 글래드웰가 말한 아웃라이어 즉, 노력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천재들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바를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사회와 조직의 환경적 도움이 필수인 것처럼 넷세대들 역시 기성세대의 환경적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넷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20세기의 교육체제와 근무환경에 어울리지 않는다. 기성세대와 넷세대가 만드는 불협화음은 이러한 환경적 요인의 상충이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기업이 소비자로서의 넷세대를 인정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바대로 변화하고 있듯이 교육과 기업의 근로조건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넷세대들이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시민 활동과 정치활동에 마음껏 참여하고 발언할 수 있도록 제도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특히 각 분야에 대해 기성세대와 넷세대에게 전하는 저자의 조언은 새겨서 읽을 만 했다.

넷세대, 디지털 환경 속에서 똑똑해지는 7가지 방법

학교 2.0 - 교육자들에게 필요한 7가지 조언

넷세대, 인재 2.0 : 경영자들에게 필요한 7가지 지침

소비자 2.0 : 마케팅 전문가들을 위한 7가지 지침

디지털 세계에서 성장한 아이들에게서 배우는 7가지 양육 지침

민주주의 2.0 : 정부 지도자들을 위한 7가지 지침

넷세대가 시민 사회 조직을 위해 자발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7가지 방법

리더십 2.0 : 새로운 세대를 위한 7가지 지침

  저자가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밝히는 일련의 활동은 나중에 있을 사생활 문제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는 점, 그리고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디지털 몰입이 넷세대의 뇌에 미칠 영향등 넷세대들에 대해 갖는 걱정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넷세대를 보는 저자의 시선은 기성세대가 보기에 불편할 만큼 편향적이라고 할 만큼 우호적이다. 하지만 넷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자, 디지털 환경에서의 비즈니스에 대해 연구를 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두 수 정도는 접어주고 들어야 600 여 페이지의 다소 많은 분량을 막힘없이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다. 

  많은 부분을 넷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언급들이어서 내용 역시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많은 사례를 동원하는데 있어 디지털 강국인 한국을 제외했다는 점은 다소 의외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인류의 첫 번째 글로벌 세대이자 가장 똑똑한 세대인 넷세대가 이제 막 본격적인 참여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지금도 혼란하고 말썽스러운 이 세대들의 활약은 이제부터인 셈이다. 미래를 이끌어갈 넷세대와 동참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좀 더 잘 이해하고 나아가 이들이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아낌없는 환경적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이 갖는 의의는 오늘날의 넷세대의 현주소를 재확인하는데 있다. 이 책을 통해 온라인 누리꾼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네티즌의 활동이 결코 외국에 비해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프로슈머로서의 역할과 온라인상의 정치참여는 많은 발전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네티즌이라면 한 번쯤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교육공무원과 기업인, 그리고 정치인들에게는 넷세대를 좀 더 알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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