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1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스노볼 1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나면 워런 버핏의 어깨너머로 주식시장을 보게 될 것이다! 

오늘 찌라시엔 얼마나 많은 테마주 소식이 떴고, 얼마나 많은 소문과 ‘카더라 통신’이 떴는지...그리고 이를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돈을 새로운 투자처로 옮겼는지 궁금해진다.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죽어서 천국에 간 어떤 석유 시굴자가 있다. 성 베드로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네 기록을 다 살펴보았는데, 너는 천국에 갈 수 있는 모든 자격을 갖추었더구나.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여기 천국에서는 석유 시굴자는 무조건 천국으로 보내기로 원칙을 정해놓는 바람에 너도 저기 대기소를 보면 알겠지만,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서 네가 들어갈 자리가 나지 않겠어.” 그러자 석유 시굴자는 “제가 고함 한마디만 질러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성 베드로는 벼롤 어려운 부탁도 아니어서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석유 시굴자는 두 손으로 손나팔을 만들어 큰 소리로 외쳤다. “지옥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

그러자 대기실 안에 있던 석유 시굴자들이 번개같이 바깥으로 뒤어나와서 곧바로 지옥으로 달려나갔다. 이를 지켜본 성 베드로는 “머리를 제법 잘 쓰는구나. 그럼 이제 대기실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천국갈 준비나 하고 있거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석유 시굴자가 잠시 망설이면서 아무 말 하지 않더니 “잠깐만요, 나도 그 친구들 따라서 지옥으로 가봐야겠습니다. 소문이 그렇게 나고 사람들이 모두 간 걸 보면 아무래도 진짜로 뭐가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주식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이렇게 느끼고 행동합니다. 떠돌아다니는 소문에 진짜로 뭐가 있을 거라고 너무 쉽게 믿어 버린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한 사람은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이다. 그는 IT혁명이라 불리는 1999 년, 세계적인 거부들과 IT업체의 CEO 들이 모인 선 밸리의 앨런 앤드 컴퍼니 컨퍼런스의 연설에서 ‘나쁜 생각보다는 좋은 생각 때문에 더 많이 곤란을 당할 수 있다’는 벤 그레이엄의 말을 빌려 인터넷주를 포함한 기술주 경기들이 너무 높아졌다며 지나간 몇 년 동안 주가가 치솟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섣불리 미래를 예단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는 워런 버핏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시장을 예측한 내용이었다. 참가한 귀빈들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주가가 하락한 버크셔 해서웨이가 경기를 놓친 것을 합리화한다며 비난했다. 그러면서 샴쌍동이(워런 버핏는 그가 가장 친애하는 친구들을 일러 이렇게 말했는데, 그중에는 찰스 멍거와 아들과 같이 여겼던 친구 빌 게이츠가 포함된다) 같이 여기는 빌 게이츠가 기술주의 특혜자인데 어떻게 막차까지 놓쳤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이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면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인터넷은 브릿지 게임을 위한 도구일 뿐 투자대상이 될 수 없다. 난 그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책 <스노볼THE SNOWBALL>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워런 버핏을 파헤친 평전일 것이다. 저자인 앨리스 슈뢰더Alice Schroeder는 워런 버핏의 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에 대한 보고서를 썼던 계기로 알게 되었다. 버핏은 자신에 대한 글을 써줄 만한 사람은 그녀뿐이라 판단하고 직접 그녀에게 자신의 '전기'를 써줄 것을 요청하면서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만약, 나의 진술과 주위 사람들의 진술이 다르거든, 주위 사람들의 진술을 써 주시오." 버핏의 겸손함에 저자는 글을 쓸 것을 수락했다. 그리고 무려 6년에 걸쳐 무차별적인 인터뷰와 주위의 증언을 모아 쓴 책은 국내판으로는 무려 2,000여 페이지다. 

나는 먼저 버핏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생각해 봤다. 우선 시기적으로 앨리스 슈뢰더에게 책을 써줄 것을 요청한 때를 생각해 보면 사실 헤어졌지만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며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했던 전 아내 수지 버핏이 죽음을 앞둔 시기와 엇비슷해진다. 버핏에게 있어 수지의 죽음은 큰 변화의 전환점이 된다. 게이츠 앤드 멜린다 재단에 거의 전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때도 이 즈음이고, 증여는커녕 돈을 빌려달라는 딸의 요청에도 “돈을 빌리려면 은행을 가야지?”라고 말했던 버핏이 5년 마다 100만 달러의 용돈을 주기로 한 시점도 거의 일치한다. 아마도 버핏은 몇 해전 그의 연인처럼 절친했던 친구 케이 그레이엄의 죽음을 경험했던 터라 전 아내 수지 버핏의 죽음까지 경험하게 된다면...하는 두려움으로 살아있을 때 평전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녀의 죽음 이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그림자같은 연인 애스트리드와 결혼도 했고, 지금까지 살아있음을 미리 예측했더라면 아마도 그는 자신의 평전을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억측도 해본다. 왜냐하면 독자인 내가 봐도 이것이 과연 ‘생존의 인물에 대한 평전일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신랄하고 객관적으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이 나온 이후 저자와 버핏은 서로 소원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후문이 있다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는 지금도 20 년 동안 진절머리나도록 골치를 썩였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산 후 후회했던 것 만큼 이 책을 낸 것에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까지 예상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스노볼> 덕분인데, 이 책을 읽고 나면 ‘난 워런 버핏에 대해 조금은 알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는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졌던 버핏에 대한 의문 중에 두 가지는 그는 어떻게 ‘투자를 시작했는가?’하는 것과 <스노볼>의 소개에서 언급했던 ‘절도 행각을 벌인 버핏’이었다. 이 부분은 투자의 시작이라는 점과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의 버핏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따로 구분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워런 버핏은 어려서부터 돈을 밝혔다?

워런 버핏은 호승심好勝心이 강했다. 어린 워런이 좋아했던 놀이들은 대부분 승패를 겨루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상대가 없을 경우에는 자기 자신을 상대로 해서도 승부를 겨룰 정도였다. 그리고 세상에 있는 병뚜껑은 모두 모으고 싶을 만큼 수집욕收集慾이 강했다. 이런 취미와 관심은 숫자로 변했다. 여섯 살이 되면서 시간을 초 단위로 정확하게 측정하는 스톱워치에 깊이 매료 되었고, 이후 무슨 놀이든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는 재미에 빠진다. 이러한 놀이와 행동들은 그에서 무언가 소중한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을 가르쳤는데, 그것은 바로 확률이었다. 

워런 버핏의 첫 비즈니스는 껌 한 통을 낱개로 나누어 팔면서 생긴 2 센트의 돈이었다. 이 작은 돈의 수입은 그가 가졌던 취미와 관심의 총합이었다. 상대에게 물건을 팔면서 설득시켰다는 승리감과 가치가 있는 돈을 모은다는 수집욕, 그리고 보다 더 잘 팔 수 있는 확률과 방법을 궁리하게 했다. 이렇게 모인 이 작은 돈들은 장차 커다랗게 될 스노볼 속의 최초 몇 개 눈송이인 셈이었다. 열 살짜리 어린 워런의 인생을 바꾼 것은 벤슨 도서관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백동전처럼 반짝이는 <천 달러를 버는 천 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그 책 속으로 빨려들고 만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복리複利의 마술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어린 워런은 친구인 스튜 에릭슨은 집 현관 앞 계단에 앉아서 자기는 서른다섯 살에 백만장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일 년 뒤인, 1942년 11살이 된 워런은 그의 전 재산인 120 달러와 누나인 도리스를 동업자로 삼아 ‘시티즈 서비스Cities Service'의 우선주 여섯 주를 샀다 각자 세 주씩 소유하고 여기에 들어간 돈은 각자 114.75달러였다.” 133쪽

이 때 워런은 자신이 선택한 주식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한편 아무것도 모르는 누나인 도리스를 왜 끌여들였을까 궁금해진다. 어차피 세 주씩 나누어 가질 거면 굳이 누나와 동업자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는 이 때부터 펀드매니저 역할을 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추천한 주식을 샀으니까 나중에 주식가격이 높아지면 팔 때 이익의 15%을 줘야 해. 알았지?” 이들이 사들인 여섯 주의 주가가 요동을 치자 그 부담감에서 벗어나려고 40 달러의 시점에서 5 달러의 이긱을 남기고 팔았다. 그 후 시티즈 서비스의 주가는 계속 치솟아 나중에는 한 주에 202 달러까지 올랐다. 이 투자에서 워런은 세 가지 교훈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의 첫투자를 자기가 인생을 살면서 경험한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세 가지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교훈은 주식을 사면서 투자한 돈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교훈은 별생각 없이 작은 이익만 덥석 물고 물러나 앉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교훈은 다른 사람의 돈을 가지고 투자할 때와 관련된 교훈이었다. 만일 자기가 실수할 경우, 돈을 맡긴 사람은 자신에게 화를 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정말 성공을 확신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돈을 맡아서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134-135 쪽

워런 버핏은 범죄자였다? 

어린 워런은 할아버지 집의 차고에서 누나 도리스의 파란색 자전거를 발견했다. 할아버지가 도리스에게 선물한 것인데, 이사를 하면서 가져가지 않고 맡겨 둔 것이었다. 워런은 누나의 이니셜이 새겨진 자전거를 제 것처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이 자전거에 웃돈을 얹어서 남자 자전거로 바꾸었다. 워런이 누나의 자전거를 훔친 행위는 시작에 불과했다. 중학교 시절 나쁜 성적, 세금 포탈, 그리고 가출은 물론 친구들과 어울려 시어스 백화점 지하의 스포츠용품점에서 골프 가방과 골프채, 골프공 등을 훔쳤다. 그들은 자신들의 절도행위를 ‘낚기’라고 불렀다. 고등학생인 워런의 이러한 일탈행동을 돌려놓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아버지 하워드는 워런에게 돈을 버는 신문 배달을 못하게 하겠다고 겁을 줬다. 그 때에 대해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반사회적인 학생이었습니다. 8학년 그리고 9학년 때요. 나쁜 아이들과 어울렸고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했습니다. 반역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불행했습니다.” 177 쪽

그의 일탈은 그를 외계에서 온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지극히 평범한 사람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난 네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안다. 그리고 나는 네가 100 % 완벽하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신문배달을 못하게 한다는 아버지 하워드의 협박은 어린 버핏이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 지를 이미 알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 후 버핏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의 돈벌이는 계속되었다. 골프장 근처 호수에 빠진 골프공을 잠수해서 건져내어 파는가 하면 낡은 핀볼 기계를 사서 위탁하는 이른 바 ‘자판기 사업’을 통해 어린 시절 읽었던 책 <천 달러를 버는 천 가지 방법>에서 배운 방법을 실현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버핏은 50만 부 이상의 신문을 배달했고, 여러 가지 사업을 통해 5천 달러의 눈덩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350명 가운데 16등이라는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워런 버핏의 투자 방식을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은 벤저민 그레이엄이다. 하버드 대학에 입학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해 상심해 있던 버핏은 컬럼비아 대학교의 리플릿에서 벤저민 그레이엄과 데이비드 도도의 이름을 발견한다. 1949년에 출간된 벤저민 그레이엄의 책 <현명한 투자자>를 읽고 ‘마치 신을 찾아낸 것 같았다’고 말할 만큼 매료되어 그의 이름으로 나온 책은 모두 읽은 버핏은 컬럼비아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가 벤 그레이엄을 따르며 배운 것은 ‘담배꽁초 줍는 법’이었다. 길거리를 걷듯 주식 종목을 연구하다 보면 담배꽁초같은 종목을 발견하게 된다. 필터에 이빨 자국이 나 있을 수도 있고, 축축하기도 해서, 그걸 주워서 내 입에 넣기가 어쩐지 꺼림칙한 담배꽁초, 하지만 거의 공짜와 다름없다. 어쩌면 연기를 한 모금 잘 빨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담배꽁초 같은 기업을 사들였다. 그리고 예상했던 이익을 추구하면 바로 팔아버렸다. 그 기법이란, 회사의 주식가격이 장부 가격 아래에서 형성되는 동안 계속해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어떤 이유로 주가가 오르면 팔아서 매매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주식을 계속 더 사들여 회사를 장악한 다음 회사의 자산을 팔아 치워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워런은 초기 투자 시기에는 벤 그레이엄의 이러한 여러 원칙들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힘들기는 하지만 절대로 투자액을 손해볼 일이 없는 게임만을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찰리 멍거를 만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찰스 멍거는 잃을 가능성보다 벌 가능성이 높으면 기꺼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라고 버핏에게 끊임없이 말했다. 샴 쌍둥이라고 불릴 만큼 친해진 둘은 이윽고 버크셔 해서웨이를 투자하는 시점에서는 동업을 하게 되고 버핏의 투자 방식은 지금처럼 더욱 크고 과감한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그 방식이 어떻게 변화되었든 ‘두려움을 아는 투자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었다. 실제로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에 두려움이 많았지만, 호승심好勝心이 강했던 그는 ‘지는 것’과 ‘타인으로부터의 비난’을 죽을 만큼 싫어했다. 그래서 자신이 투자한 주식종목이 항상 이기기를 바라는 만큼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했다. 그의 삶은 ‘연구와 공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열정은 버핏을 수천 개나 되는 주식의 세상을 공부하도록 이끌었다. 이런 열정이 있었기에 버핏은 다른 사람은 아무도 찾지 않는 자료를 찾아서 도서관과 기록보관소를 드나들었다. 그리고 수십만 개의 숫자들과 씨름하면서 밤늦게까지 연구했다.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눈이 핑핑 돌아서 집어던지고 말았을 것이다. 버핏은 또한 아침마다 여러 신문을 단어 하나 빼놓지 않고 읽었다. 아침마다 마시던 코카콜라처럼 월스트리트 저널을 그대로 삼키고 소화했다.

직접 회사들을 방문해서 그리프 브로스 코퍼리지의 전진기지를 운영하던 여자를 상대로 배가 불룩한 통에 대해서 몇 시간씩 이야기하고, 보험에 대해서 로리머 데이비드슨과도 몇 시간씩 이야기했다. 또 육류 물품을 구비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프로그레시브 그로서>와 같은 잡지들을 읽었다. 자동차에 <무디스 매뉴얼>을 늘 가지고 다녔으며 심지어 신혼여행을 갈 때도 이 책을 가지고 갔다. 사업의 경기순환을 읽히고 월스트리트의 역사와 자본주의의 역사, 그리고 현대 기업의 역사를 공부하려고 백 년 전 신문을 몇 달에 걸쳐서 읽었다. 정치판에도 부지런히 다니면서 정치가 사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았다. 경제 관련 통계를 분석해서 통계 수치가 의미하는 내용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길렀다.

어린 시절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전기는 배놓지 않고 읽으면서 그 사람들의 삶에서 교훈을 찾고 또 배웠다.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접근해서 친해졌고, 똑똑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기꺼이 도움을 주었다. 미술, 문화, 과학, 여행 등 사업 이외의 일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아 오히려 자기 열정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자기 능력의 한계를 분명하게 규정했다. 단 한 번도 남에게 큰 빚을 지지 않음으로써 최대한 위험을 줄이려고 했다. 그리고 사업과 회사에 대한 생각을 한 순간도 머리에서 지우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쁜 회사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경쟁할까?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심어줄 수 있을까? 버핏은 또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걸 머릿속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정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684-685 쪽

이 책에서 그가 주식을 투자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한 부분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2004년도에 ‘한국 주식시장’을 연구한 부분이다. 70이 넘은 나이에 그는 환율은 물론 금융용어까지 다른 한국 주식시장을 투자하기 위해 하나에서 열까지 공부했다. 마침내 25 개 정도의 종목을 구분했을 때 비로소 투자를 시작했는데, 이 또한 첫 거래에 100 주를 사들일 만큼 신중을 기했다.

그는 또한 ‘기다릴 줄 아는 투자’를 하는 사람이었다. 주식투자를 함에 있어 어쩌면 가장 어려운 덕목이 바로 ‘기다림’인지 모른다. ‘성질 급한 놈이 낚시를 하면 결국 투망을 들고 물 속으로 뛰어든다’는 말처럼 시시각각 바뀌는 시황, 넘쳐나는 소문과 호재와 악재들 속에서 항상심恒常心을 갖기란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버핏의 인내에는 ‘공부와 연구’라는 베이스가 깔려 있다.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때가 언제인지는 나도 모른다.’는 확신이 있기에 그는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지는 것’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투자자의 비난’이었다. 버핏은 자신을 믿고 따르는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불행해하는 것을 보기 싫었다. 이는 역시 기업 인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업을 인수하면서 한 번의 크나큰 실수를 하면서 그는 다음과 같은 공식적인 투자 원칙을 세웠다. 

1. 내가 알지 못하는 기술이 투자 결정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반도체니 집적 회로니 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거의 아는 게 없다. 

2. 아무리 예상 수익률이 눈부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삶의 주요한 문제들이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 행위나 활동에는 투자하지 않는다.(‘인간 삶의 주요한 문제들‘ 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그가 의미한 내용은 실업이나 공장 폐쇄와 같은 것들이었다) 573 

그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워런 버핏의 투자가로서의 소신이다. 투자가란 이러한 소신을 갖추어야 한다. 투자종목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고 생각한 바를 토대로 투자한다면 이는 더 이상 ‘투기’가 아니라 투자가 된다. 이렇게 투자한다면 잃을 가능성은 적어지고, 설령 잃는다고 해도 또 다른 투자를 위한 공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확신 없는 투자 즉, 투기가 넘쳐난다. 이러한 투기는 구제해줄 방법도 없거니와 구제할 이유도 찾기 어렵다. 

버핏을 높이 평가하는 두 번째는 ‘펀드 매니저’로서의 소신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일종의 사모펀드이자 동업이다. 버핏의 투자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투자금이 함께 투자되기 때문이다. 버핏은 자신의 투자금과 그의 가족(그는 투자자를 이렇게 불렀다)의 투자금을 합해 투자했다. 그리고 그 이익에 대해 일정부분 수수료를 떼었고, 인출하지 않은 채 다시 재투자해서 지분을 높였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그에게는 금융인으로서 투자자들의 자산을 지키려고 하는 ‘직업적 윤리의식’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버핏의 투자시스템에는 공생共生이 숨어있다. 말 그대로 한 배를 탄 것이다. 그렇기에 투자자들도 버핏을 믿을 수 있다. 버핏은 매년 투자자들을 위한 신년 보고서를 제출했을 뿐 이들에게 어느 종목을 얼마나 샀는지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아직도 그를 믿고 따르고 있다.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은 2009년 4월 11일(현재시각) 뉴욕 증시에서 사상 처음으로 주당 15만달러를 돌파해 버크셔 A 주식은 이날 오후 주당 15만8000달러에 거래됐다. 1957년에 버핏에게 1천 달러를 투자한 뒤에 그대로 묻어 두었던 사람은 이 돈이 6,000만 달러로 바뀌어 있는 기적과 같은 주인공이 된 셈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워런 버핏은 ‘스노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만일 제대로 된 눈 위에 서 있다면 눈덩이 굴리기는 이미 시작된 겁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이건 돈을 불리는 이야기만 뜻하는 게 아닙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친구를 만들어 나가는 문제입니다.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눈이 호감을 가지고서 제가 먼저 붙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본인 스스로 촉촉한 눈이 되어야 합니다. 잘 뭉쳐지게 말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눈을 계속 붙여야 합니다. 갔던 길을 물리고 뒤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언덕 위까지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인생이 그런 겁니다.“ 689 쪽

이를 투자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펀드 매니저(금융인)의 입장에서 해석해 보자. ‘직업적 윤리의식을 갖춘 펀드 매니저(금융인)’이라면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투자종목’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수익률이 높게 일어날 수 있도록 잘 관리해서 ‘광고’를 하지 않아도 투자자들이 먼저 붙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펀드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자주 갈아타게 해서 수수료를 늘려 회사에 이익을 주는 펀드 매니저가 아니라, 투자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펀드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 펀드 매니저란 그런 것이다. 대충 이렇지 않을까?

이 책은 워런 버핏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그 이유는 지금껏 워런 버핏에 대해 이야기한 책들은 차고도 넘치지만, 단지 세상에 흩어져 있는 비늘에 불과할 뿐, 그를 설명하는 뼈대가 되는 책은 이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가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즐겨 마시는 체리코크이 그가 투자한 회사의 제품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세계 제일의 부자가 3만 달러를 주고 산 집에서 아직도 사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그가 입은 남루한 양복이 실은 수천 달러 짜리 제냐라는 것도, 소니 회장의 만찬장에서 베푼 초호화 일식 코스 요리에는 입에도 대지 않은 채 홀로 호텔로 돌아와 햄버거와 프렌치 후라이를 먹은 이유도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투자법을 대표하는 ‘복리의 마술’을 뼈속 깊이 배우게 될 것이다. 그가 3만 달러 짜리 집을 처음 산 이후 ‘투자후 복리로 키우면 10년 후면 백만 달러가 될텐데’라는 아쉬움으로 그 집 가격을 늘 ‘백만 달러를 주고 샀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 책에는 이러한 에피소드들이 수십 차례 언급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투자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를 배울 수 있고, 투자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인들은 ‘존경받는 금융인의 길이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워런 버핏’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이다. 나는 매일 인터넷을 켜면 ‘워런 버핏’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과 그가 굴리는 스노볼의 크기를 지켜보고 싶어서다. 워런 버핏은 그가 죽은 후 30년이 지나도 ‘버크셔 해서웨이’가 굴러갈 수 있도록 대비를 해 놓았다고 말했다. 그를 지켜봄은 독자로서, 개인투자자로서 큰 즐거움이 되었다. 스노볼은 지금 이시간도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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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런 버핏의 평전 스노볼 1,2 권 모두를 읽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스노볼>을 읽기 전에 가졌던 그에 대한 정보와 생각들이 편향적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에 대한 미디어의 기사들 역시 큰 물고기의 비늘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천재라고 하기에는 어수룩하고,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비범하네요. 확실한 것은 그가 가진 재산보다 그가 가진 생각이 더 부자라는 것입니다. 그의 마음을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책을 들면서 알고 싶은 의문이 여럿있습니다. 
 

버핏이 가진 부자마인드란 무엇일까?
버핏만의 투자방식은 무엇일까?
그의 일상은 보통 사람들과 무엇이 다를까?
정말 체리코그와 햄버거 그리고 프렌치 프라이에 열광할까?
... 등등 

마지막으로 그가 가진 인생관은 무엇일까? 이었습니다.

 

  의문을 가지고 책을 읽으면 책읽기가 한결 편해집니다. 그리고 소풍날, 지도를 가지고 보물을 찾는 아이들처럼 흥미가 생기죠. 이 책은 제가 가진 의문을 여럿 풀어주었습니다. 아니, 기대한 것보다 인생과 투자에 대해 그보다 더 많은 해답을 알려주었습니다. 여러분도 2,000여 페이지(보통 경제경영서 관련 도서는 페이지당 20-22 줄인데 반해 26줄을 지녔으니, 실제로는 일반 단행본 10 권 분량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를 읽은 보람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중에 얻은 소득은 세 페이지에 걸친 '한국관련 이야기'입니다. 워런 버핏은 이 부분에서 자신의 '주식투자 방식'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비록 2004년의 시기이지만 세계의 시장 가운데 한국의 주식시장이 내재가치가 충분한 시장인지를 직접 말합니다(버핏의 돈을 외국 투자자본으로 생각한다면 과연 기뻐할 일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이 부분을 통해 '주식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게다가 워런 퍼핏이 생각하는 '북한과 대치중인 한국 주식시장'도 엿볼 수 있습니다. 세계제일의 부자이자 가치투자의 대가로 알려진 그가 70의 나이에 투자에 앞서 한국의 실정에 맞는 경제용어들을 따로 배워가며 공부한 내용을 살펴보면 '호랑이는 토끼를 잡는 데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엄선한 25 개의 투자처 중에서도 선택을 한 종목은 우선 100 주를 매입하는 것으로 시장을 참여하더군요.  

  <스노볼>의 내용 중에서 워런 버핏의 '실전 주식투자'를 엿볼 수 있는 이 부분을 다소 길지만 소개할까 합니다. 많은 참고가 되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오늘의 여가시간을 <스노볼>의 리뷰를 쓰는 시간으로 비워둘까 합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조만간 리뷰를 통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책은 독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요지경입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으신다면 다른 의견과 생각 그리고 더 많은 배움을 얻으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하는 독자분들이라면 꼬옥 읽어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2004년 어느 날, 버핏은 자기 주식 중개인으로부터 두꺼운 책 한 권을 받았다. 전화번호부를 여러 권 포개서 묶어 놓은 것처럼 두꺼운 책이었다. 이 책에는 한국의 주식 목록도 들어 있었다. 버핏은 그동안 전 세계의 경제 단위들을 훑으면서 저평가된 국가, 저평가된 채로 남들이 간과한 시장을 탐색하고 있었다. 그런 시장이 바로 한국에 있었다. 그는 이 책의 한 줄 한 줄을 꼼꼼하게 줄치며 연구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여러 수치와 전문 용어가 낯설기도 했다. 그래서 전혀 다른 상업 문화를 표기하는 새로운 기업 언어를 완전히 새로 배울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른 책 한 권을 따로 구해서 한국의 회계 방식에 대해서 중요한 사항들을 모두 파악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국식 회계 속에 숨어 있는 속임수에 넘어갈 확률을 줄였다. 

이렇게 한국 시장의 주식 종목들을 완전히 파악한 뒤 분류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 버핏은 그 옛날 그레이엄-뉴먼에서 글토록 원하던 회색 면 재킷을 입고서 일하던 때를 생각했다. 지금이 그때와 똑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온갖 수치들로 가득 채워진 수백 쪽의 회계 자료들을 파면서 버핏은 어떤 주식이 중요하고 또 이 주식들이 어떤 양상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파악했다. 처음에는 한국 주식 시장의 수천 개 목록을 가지고 작업했지만, 예전에 <무디스 매뉴얼>을 가지고 그랬던 것처럼 노트에 메모를 해가면서 버핏은 쓰레기더미 속에 반짝이는 진주를 찾아 서서히 이 숫자를 줄여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이 목록의 숫자는 한층 단출해졌다. 

이제는 규격 용지 한 장에 다 들어갈 정도로 검토 대상 목록이 줄어들었다. 기껏해야 스물다섯 개도 되지않았다. 이 가운데는 세계적인 회사로 손꼽힐 만큼 규모가 큰 것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규모가 작았다. 이 목록을 버핏은 한 방문객에게 내 보였다.

  “이걸 보시오. 이것이 내가 하는 방식입니다. 원화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들어가서 한국의 증권거래소를 가보면, 각각의 주식은 종목 기호 대신 숫자로 표시됩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모두 우선주가 아니면 영[0]으로 끝납니다. 우선주일 경우에는 5번을 클릭합니다. 2차 우선주는 6번이 아니라 7번을 클릭합니다. 밤마다 특정 시간대에 인터넷에 접속해서 중요한 사항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날 5대 최대 매수 증권사 혹은 매수 증권사가 어디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 있는 은행에 구좌를 개설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나도 하면서 배우는 중입니다. 

  나에게 이건 마음에 드는 여자를 새로 한 명 찾아내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회사들은 무척 우량 기업들입니다. 게다가 싸기까지 하죠. 5년 전보다 더 싼데, 사실 l 회사들의 자산가치는 그때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이 회사들 가운데 절반은 이름이 마치 포르노 영화 제목처럼 들립니다. 철강이나 시멘트, 밀가루, 전기와 같은 기본적인 물품들을 만드는 회사들입니다. 한국에서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도 상당히 높고, 이런 상황은 가까운 미레에는 바뀌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리고 이 회사들 가운데 몇몇은 중국과 일본에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여태 투자자들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이 제분회사를 보십시오. 이 회사가 확보하고 있는 현금은 시장 가치보다 더 많잖아요. 주가 수익률(주가를 1년 수익으로 나눈 비율)도 3밖에 되지 않습니다. 많이는 살 수 없습니다만, 꽤 샀습니다. 

  여기 또 다른 회사, 유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내 개인 포트폴리오에 한국의 주식들을 포함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외국 통화에 관한 전문가가 전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도 한국의 통화인 원화로 이들 주식을 가지고 있어서 마음이 아주 편합니다.  

  이 주식들이 안고 있는 주된 위험, 그리고 이 주식들이 싼 이유는 북한이라는 존재 때문입니다. 북한은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위협이 맞습니다. 만일 북한이 남침한다면 전 세계는 지옥으로 변할 겁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아시아 전체가 이 전쟁에 말려들 겁니다. 이렇게 될 경우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머지않아서 핵무기를 손에 넣을 겁니다. 나는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 가운데 하나라고 봅니다. 하지만 나는 중국이나 일본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북한이 남한을 핵무기로 공격하는 상황이 전개되도록 절대로 가만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데 돈을 겁니다. 

  투자할 때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미래라는 건 언제나 불확실하니까요. 내 생각에 이 주식들은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몇 주식은 좋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틀림없이 괜찮습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이 주식들을 가지고 있을 참입니다."

  버핏은 새로운 게임 하나를 찾아냈다. 해답을 찾아야만 하는 새로운 수수께끼였다. 버핏은 한국 주식들에 대해서 다 많은 것을 알고 싶었다. 그러면서 그 옛날 소년 시절에 아크바센 경마장에서 사람들이 모르고 잘못 버린 당첨된 마권을 찾던 그 열정으로 멋진 투자 기회를 포착하려고 눈을 반짝였다.      <스노볼2, 앨리스 슈뢰더> (랜덤하우스, 2009, 657-65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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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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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딸리아 요리계 스타 쉐프 박찬일의 좌충우돌 본토 체험기!

 

  이딸리아 씨칠리아의 어느 시골식당에서 로베르또라는 이름의 대한민국 청년이 콩 튀듯 팥 튀듯 이리저리 좁은 주방에서 뛰어다니고 있다. 지중해의 태양이 말 그대로 ‘내리꽂혀서’ 지열이 50도를 넘는 이곳에서 수백 번 ‘로베르또, 로베르또, 로베르또!’ 불러대는 소리에 뛰어다니며 일하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된다. 옷은 땀에 젖고 마르기를 반복해 서걱거리고, 녹초가 되어 숙소로 돌아와 신발도 벗지 못하고 침대에 엎어진다. 귓가엔 여전히 이명이 들린다. “로베르또, 로베르또, 로베르또. 젠장, 로베르또!” 죽을 똥 싸는 오늘은 내일도 계속이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요리사 박찬일이 이딸리아 삐에몬떼Piemonte의 요리학교 ICIF에서 공부한 후 시칠리아의 레스또랑에서 1 년간 죽도록 일하면서 겪었던 고군분투기를 적은 것이다. 국내에 돌아와 청담동의 ‘뚜또베네’와 가로수길 ‘논나’를 거쳐 현재 논현동의 이딸리아 레스또랑 ‘누이누이’에서 셰프로 일하는 그는 원래 중대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전공한 문학도였다. 잡지기자를 하던 그가 요리에 흥미를 느껴 1999년 30대 초반의 나이에 3 년간 이딸리아로 인생의 2막을 위해 떠난 것이다. ‘체험, 삶의 현장’을 방불케하는 현지에서의 생생한 체험과 잡지사 기자를 했던 문학도의 유려한 문체를 만났으니 글맛은 어림짐작해도 알만하다. 읽은 소감이 어떠냐고? 단순한 듯 복잡다난한 이딸리아 요리의 맛을 읽어서 느꼈다고 하면 부족한 설명일까? 더 이상의 표현은 불가하다.

 

  이 책은 특별한 요리 이야기다. 휘황찬란한 화보와 듣도 보도 못한 재료가 레시피가 더해진 요리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급호텔의 스타쉐프가 미사여구로 버무린 요리사의 자서전도 아니다. 유쾌하고 생생한 말잔치로 엉성하고 부족한 듯 풍미가 깊은 이딸리아 요리의 참맛을 전하는 소설처럼 읽히는 ‘이딸리안 아나토미Italian Anatomy'다.

그가 일한 시칠리아의 레스또랑 ’파또리아 델레 또리‘는 중소도시의 일등 맛집 정도 되고, 로베르또를 가르치고 함께 일한 주방장 쥬제뻬 바로네Giuseppe Barone는 평생을 시칠리아풍 이딸리아 요리를 해온 토박이 요리사다. 우리식으로 바꿔 말하면 전주 한정식 집에 한식 요리사 자격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푸른 눈의 이딸리아인이 주방에 들어섰으니, 이들이 함께 일하는 자체가 시트콤인지도 모른다. 비좁고 무더운 주방 안에서의 로베르또의 좌충우돌 요리수련기에 책의 두세 장을 채 넘기지 못하고 미소가 번졌다.

 

 



 

 

  글을 읽으면 난 섹시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출연했던 영화<말레나>의 바다가 걸쳐진 해안가 마을이 보이고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낮풍경 속에 들어가 있다(로베르또가 씨칠리아까지 찾아간 이유는 <지중해>, <씨네마 천국>, <일 포스티노>와 같은 영화의 고즈넉함 때문이었다고 했다). 로베르또가 입을 떼면 비릿하고 짭쪼름한 봉골레(바지락) 스파게티와 크림 향 가득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의 풍미가 읽히고, 후덥지근한 주방의 열기와 주방장 쥬제뻬의 욕섞인 고함과 제스쳐가 오감으로 느껴진다.

 

  로베르또를 통해 이딸리아 요리가 프랑스 요리와는 다르게 투박한지를 알 것 같았고, 유럽인 중에 이딸리아인이 한국인을 가장 많이 닮았다는 세중世中의 말도 이해할 것 같았다. 프랑스 요리가 예술이면 이딸리아 요리는 생활이었다. 프랑스 요리가 빌딩숲이면 이딸리아 요리는 원시림의 자연이었다. 이딸리아 요리가 세 계단 정도 내게 가까워진 느낌은 이 책을 읽은 큰 소득이었다. 아무런 격이 없이 쉽고 재미있게 써내려간 로베르또의 글맛은 잘된 소설 못지 않게 뛰어나다. 그가 만들어낸 요리도 이런 맛일지 궁금해진다. 선선한 저녁 스파게티와 화이트와인을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PS : 저자인 로베르또, 아니 박찬일이 직접 출연해서 10가지의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는 DVD가 초판에 한정되어 선물로 들어있다. 글처럼 맛깔나게 말하지도 않고, 올리버처럼 투박하고 거칠게 요리를 하지만 정말 먹고 싶을 만큼 맛있어 보였다. 이딸리아 요리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일급 쉐프의 요리 솜씨를 친절한 설명과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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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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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함께 하는 첫경험같은 여행

 

저는 한 권의 책이며 그것도 살아 있는 책입니다.

제 이름은 <여행의 책>입니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저는 가장 가뿐하고 은근하고 간편한 여행으로

당신을 안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부터

뭐랄까요....

어떤 강렬한 것을

함께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책이 노골적으로 내게 말을 걸어온다.

꽤 오랜 동안 책을 읽어왔지만 이렇게 내 눈에 시선을 맞추고 내게 말을 거는 책은 처음 봤다.

난 활자를 보고, <여행의 책>은 수많은 활자 속에서 나를 보고 있다.

제 스스로 살아있다고 말하는 책이 내게 말을 건다니...

묘하고 난감한 기분이다.

 

  진짜일까 싶어 책을 쥔 두 손에 힘을 줘 본다.  

내가 의심하고 의식하고 있는 순간 책은 살아난 것인지도 모른다.

<여행의 책>이라 이름을 부르는 순간 이 책은 이름을 얻고, 꽃이 된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여행의 책>은 이제 숨을 쉬고 있다.

 

 



 

 

독자여,

그대는 나를 보고 있고

나 역시 그대를 보고 있다.

그대의 눈은 촉촉이 젖어 있고 그대의 얼굴은 반드럽다.

내 얼굴은 작은 굴자들이 촘촘히 찍힌 이 책장들이다.

얼굴이 백짓장 같다는 비유가 생길 만큼

내 얼굴은 해쓱하다



 

  더더욱 난감해지는 순간이다.

이젠 <여행의 책>이 나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 순간 난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책>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는 셈이다.

 

책을 쥔 두 손은 <여행의 책>의 어느 부분을 잡고 있는 것일까?

귀 일까? 몸통일까? 그것참... 내가 책을 느끼고 있다니 사알짝 미친 기분이다.

 

 

  이 책은 참 묘한 책이다. 지금껏 책 속의 활자를 새겨넣은 저자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다고 여겼던 나에게 혼란함을 주었다. 무생명, 즉 죽은 나무의 또 다른 시체에 불과한 종이 덩어리가 첫장을 넘기는 순간, “독자여!”하고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난 의도된 최면에 걸린 셈이다. 맛을 안 아기가 사탕을 처음 입에 물은 모습을 본 적이 있나? 눈을 똥그레지고 입도 같은 모양이 된다. ‘헉, 이게 뭐지?’ 그 무엇이든 처음은 황홀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그저 뜨악하고 놀랄 뿐이다. 마치 첫경험처럼. 이 책이 내게 그 기분을 던지고 있다. 당돌하고 어의가 없다. 하지만 페이지를 멈출 수가 없다.

 

  이 책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없다. 단지 그는 <여행의 책>을 만든 창조주일 뿐이다. 하느님이 세상을 만들고 인간을 만들고 위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녀석을 만들고, 독자와 대화하는 것을 감지할 뿐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했을까. 내가 책과 이야기한다고? 말도 안돼! 작가는 날 농락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계속 읽고 있는다면 난 농락을 즐기는 것이다. 바보같다. 그래서 고쳐 생각하기로 했다. 인지된 최면. 그래, 난 의도되고 인지된 최면에 걸리고 있다.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계속 읽기를 청했다.

 

만일 그대가 나와 함께 가기를 원한다면

우리에겐 계약이 하나 필요하다.

나의 의무는 그대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하는 것이고,

그대가 할 일은 나날의 근심 걱정을 잠시 잊어버리고

되어 가는 대로 완전히 스스로를 내맡기는 것이다.

만일 그대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는 당장 갈라서는 편이 나을 것이다.

반대로, 그대가 이 계약에 도장을 찍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합의의 신호로 한 가지 동작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하잘것없는 작은 손짓이지만,

그것을 나는 약속의 뜻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자, 그럼 갈까? 라는 문장을 읽거든, 책장을 넘기라.

 

  <여행의 책>은 내게 함께 여행할 것을 제시한다. 독자라는 삼인칭대신 이젠 ‘그대여’라고 말한다. 이제 <여행의 책>과 그대, 즉 나 이렇게 단 둘 뿐이다. 그리고 <여행의 책>의 써진 대로 아니 말하는 대로 둘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내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부웅 뜨더니 벽과 천정을 뚫고 하늘을 오른다(실제로 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으윽~). 대기권과 성층권 위를 오르더니 공기의 세계와 흙의 세계, 불의 세계와 물의 세계를 함께 체험한다. 정말로 난 이 책과 여행을 했다. 믿기지 않는다고? 자신은 속이지 말자. 당신은 벌써 이 책을 읽고 싶다고 느꼈지 않은가? 당신도 믿고 있다. 아니 믿고 싶은 걸게다.

 

  이 책을 읽고 싶다면 주의할 것이 있다. 대중교통 안에서, 그리고 전화가 울려대는 사무실에서 읽는 것은 곤란하다. 조용히 자신의 방에서 깊은 밤 잠들기 전 한 두 시간 전에 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면 <여행의 책>과 단 둘이 만날 수 있다. 책을 읽다가 난감한 기분에 두어 번 책을 덮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게 당연하련지 모른다. 그리고 다시 책을 펴서 읽는 것도 당연하다. 당신은 최면에 걸렸으니까. 그래도 걱정할 건 없다. 나를 그렇게 했듯이 <여행의 책>이 당신을 제 자리로 귀환시켜줄테니까. <여행의 책>은 당신에게 틀림없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대가 바라보고 있는 나는 작은 글자들로 덮인 네모난 종이장이다.

이제 이런 식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은

그만하는 게 좋겠다.

그대의 눈길이 나를 쑥스럽게 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하고

그대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한 권의 책인 내가 그대로 하여금

경이로운 일을 하게 했다고

그러나 진정 경이로운 것은

그것을 수행한 그대,

오직 그대 뿐이다.

 

안녕

 

  혹자들이 책에 빠졌다고, 책과 함께 시공간을 거슬러 여행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난 시니컬하게 비웃어 넘겼다. 천 수백 권을 읽어도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한 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그렇게 말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행복하고 즐거웠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내겐 이번이 책과 여행하는 첫경험이니까. 분명한 건 난 책과 여행을 확실히 했다는 것이다. 책이 보여주는 세상을 보았고, 피터팬처럼 책을 쥐고 하늘 위로 올랐으며, 뜨거움과 차가움, 그리고 아픔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나도 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책을 쓰고, 내가 이 책을 쥐는 순간 연결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가 나에게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눈을 통해 내 뇌에 주문을 걸었다는 것을. 하지만 내가 스스로 변화된 것을 느꼈다. 누워있고, 엎어진 책. 그리고 책장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병렬로 서 있는 책들의 무리들도 내게 말을 걸었고, 대화했었다는 것을. 이젠 책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가 난감해졌다. 아니 당장, 살지도 죽지도 않은 <여행의 책>을 어떻게 대우해야 할지 조차 모르겠다. 기가 막힌다. 지금의 내가 기막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주문이 기막히다. 난 지금도 그의 주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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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경영의 지혜 - 88세 샘표 박승복 회장의 인생의 성공, 사업의 성공 이야기
박승복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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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마음이 건강하면 기업도 CEO도 건강해진다!

 

  이 책은 대한민국 밥상에 입맛을 책임지는 기업의 CEO이자, 대한민국 최고령 현역 CEO가 쓴 책이다. 바로 올해로 여든여덟의 미수米壽가 된 샘표식품의 박승복 회장이 일제치하에서는 은행원으로, 박정희 정권 때는 나라의 부름을 받아 공직자로, 그리고 오십대에 이르러는 선대의 가업을 이어받아 샘표 식품의 경영자로서 걸어온 길을 이야기한 책이다. 그의 경영론은 한마디로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박회장의 말을 듣고 있으면 경영이란 것이 ‘딱히 어려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의 경영이념이샘표식품을 ‘내 집안사람이 먹지 못하는 음식은 만들지 말자.’는 신념 아래 63년 동안 무적자 경영을 이룩함은 물론 30년이 넘게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고, 노사분규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기업의 CEO가 말하는 비결이란 것이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경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지나치게 기업을 키울 욕심도 없고, 직원은 남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살피고 있으니 옹골찬 경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88세가 아니라 49세 청년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할 만큼 건강하게 사는 이유도 이러한 경영의 마음가짐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생각나게 한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서)경영하는 마음으로 행하다 보면 어떤 일이든 안 될 것이 없다고 믿는다. 그리고 순리에 거스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하지 않고, 내 욕심을 챙기지 않고 묵묵히 하다 보면 돈과 명예는 저절로 따르는 것이다.

경험으로 미뤄보건대 세상은 잘나고 똑똑하고, 특별한 사람들이 만들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조금 부족하고 평범해도 열심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주인이고,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이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발전해가는 것이 세상이치다.“ (258 쪽)

  박승복 회장은 기업을 수십 년 경영해오면서 겪었을 우여곡절은 접어두고 모든 것을 운으로 돌렸다. 지난한 세월들을 서술하는 내용들은 모두 특별한 비법이 없어도, 특별한 배경이 없이도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면 기업도 사람도 오래갈 수 있다는 것을 박회장이 경험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총성 없는 전쟁’으로 대표되는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이 ‘사람다움을 실천할 수 있는 윤리의 장’으로 바뀌는 듯 했다. 그렇다. 장사가 별건가? 고객을 위해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기만 한다면, 고객이 먼저 알고 사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훌륭한 경영의 차이는 내가 먼저 먹고자 만드는가, 아니면 남을 먼저 잘 먹이고자 만드는가의 차이가 아닐까. 

  그의 경영론을 읽으면서 워런 버핏이 가장 존경하는 로즈 블럼킨 여사가 떠올랐다. 로즈 블럼킨 여사는 워런 버핏이 사는 오마하에서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가구 매장인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의 창업자이다. 로즈 여사의 영업 전략은 단 한 가지 ‘좋은 제품을 단 10 퍼센트의 마진을 붙여 판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내걸었던 구호는 ‘싸게 팔자. 진실을 말하자. 속이지 말자. 반품 받지 말자’였다. 그래서 그녀는 이익이 많이 남는 가구업계에 뛰어들어 오로지 ‘10 퍼센트’의 이익을 취하면서 가구를 팔았다. 미국 전역을 돌면서 가장 좋은 가구를 현금으로 구입해 단 ‘10 퍼센트’의 이익을 붙여서 파는데 소비자들이 그녀의 제품에 열광한 것은 당연했다. 얼마 되지 않아 기존의 업체들을 물리치고 업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런 훌륭한 기업을 모를 리 없는 워런 버핏은 그녀에게 끊임없이 매각을 권유하는 러브콜을 전했다. 마침내 로즈 여사가 매각을 결정했을 때 워런 버핏은 채 1 분도 걸리기 전에 그녀가 부르는 가격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녀의 마음이 변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기업을 인수하기 전에 심사숙고하기로 소문난 워런 버핏이 그렇게 빠른 시간에 계약을 한 것은 지금까지 전무후무했다. 재미있는 것은 나중에 기업 경영을 맡겼던 아들과의 불화로 그녀가 다시 가구업체를 세워 엄청난 속도로 사세를 확장시키며 아들에게 물려준 가구업체와 경쟁하게 된다. 워런 버핏은 이들을 중재하고 두 손 두 발을 들고 싹싹 빌어서 다시 로즈여사의 두 번째 가구업체를 인수하는데, 두 번째 계약서에는 ‘다시는 자기를 상대로 경쟁하지 못하도록 비경쟁 조항에 합의하고 서명하게 했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해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로즈부인이 영원히 살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영원함에 5년을 보탤 필요가 나한테는 있었습니다.” (스노볼 2권, 66 쪽)

   그 당시 로즈 여사는 아흔 아홉 살이었는데, 워런 버핏은 그녀가 설령 백 스무 살이라고 하더라도 위험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로즈 여사를 이 시대 최고의 경영자로 손꼽으며 존경을 표하고 있다. 로즈 여사의 박리다매의 경영은 박 회장의 기본과 원칙의 경영과 닮았다. 그리고 먼저 소비자를 위하고 나중에 이익을 취한다는 신념 역시 닮은 데가 있었다. 워런 버핏이 박 회장을 만난다면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해졌다. 

  그는 건강한 기업‘시류에 따라 이리저리 이익만 좇는 기업이 아니라 자신의 가야 할 길을 알고, 그 길에 매진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해가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과 신념이 있어야 거센 파도가 밀려왔을 때 흔들리지 않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영업이익에 급급해 구조조정과 편법을 일삼는 기업가들이 새겨야 할 말이다.

  박승복 회장을 언급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은 ‘그의 건강’이다. 국내에서 최고령의 현역 CEO로 활동할 수 있는 데에는 이러한 ‘건강한 경영’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는 대표적인 ‘식초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4-5년 전부터 그는 ‘식초(흑초) 전도사’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책의 마지막에 있는 ‘백년 기업 백년 인생, 건강이 최고의 경쟁력이다’에서 그의 건강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샘표식품을 새롭게 보는 계기를 마련한 책이다. 그리고 본받고 싶은 훌륭한 기업가를 한 명 더 알게 한 책이다. 샘표식품이 100 년이 되는 그 날,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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