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의 능력을 열두 배 키워주는 마법의 코칭 Leaders Guide 1
에노모토 히데타케 지음, 황소연 옮김 / 새로운제안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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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책! 

 

  “직장생활, 정말 드러워서 못해먹겠어요. 신참내기일 때는 선배들 비위맞추고 시중드느라 힘이 들더니, 바라고 바라던 후배가 와서는 얘가 또 ‘상전’이에요. 좀 가르쳐준답시고 조언 몇 마디 했더니 말끝 마다 말대꾸하죠, 그래도 알아들었으니 대꾸했겠다 싶어 지켜보니 예전과 다를 바 하나도 없어요. 선배들은 ‘쟤 교육 좀 제대로 시켜라’ 눈치 주죠, 후배는 ‘선배님, 그게 아니라요...’ 들이받죠, 진짜 힘들어요. 나 때에는 그러지 안았거든요?

후배가 확실히 나보다 똑똑하고 영리한 건 인정해요.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아님 잠도 안자고 하루 종일 인터넷만 하는지 세상의 ‘트렌드’는 모두 알고 있고요, 컴퓨터 다루는 실력은 내가 고수라면 녀석은 초고수에요. 영어나 일어는 ‘드라마’를 보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라니 아예 사는 세계가 나와는 달라요. 있잖아요, 녀석이 뭘 물으면 대답하기가 겁나요. 매 번 내가 대답하기 어려운 것만 물어보거든요. 잘못 아는 체 했다가 망신살 뻗칠까봐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넌, 맨날 이상한 것만 묻냐?‘고 윽박지르면서 대충 넘어가요. 후배 녀석, 일 시켜 먹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일을 안 시킬수도 없고... 선배님, 이럴 때 정말 어떻게 해야 해요?“

  예전에 내가 선배들에게 했던 말이고, 매년 후배들에게 듣는 말이다. 그럼 난 어김없이 이 말을 한다. “너도 그 때가 됐구나. 이젠 네가 당할 차례다, 인마.” 예전만 하더라도 ‘이럴 땐, 이래라. 저럴 땐, 저래라.’ 일종의 ‘매뉴얼’이 있었다. 그래서 ‘상사’는 나보다는 ‘해답을 더 많이 아는 사람’으로 통했다. 대리의 답보다 과장의 답이 멋지고, 차장의 답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그래서 선배들은 ‘하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전의 자신의 과거의 지식으로는 아는 체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내 코가 석 자’라고 나 역시 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후배를 가르친단 말인가? 그냥 ‘네가 잘 알아서 해라’고 믿는 척 해주고, 나중에 일이 그르치기 말기를 바랄 뿐이다. 그야말로 직장선배에게 고난의 시대가 요즘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 대한 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코칭Coaching'이다. 코칭이란 코치가 코칭을 받는 사람에게 직업적 또는 개인적인 성과를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일종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말한다. 코칭의 기본철학은 간단하다. 사람은 누구나 가능성과 잠재능력을 갖고 있기에, 코칭을 통해 스스로 찾고자 했던 해답을 찾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책 『부하의 능력을 열두 배 키워주는 마법의 코칭』은 코칭훈련기관인 미국 CTI에서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CPPC(Certified Personal & Professional Coach)를 취득한 코칭 전문가 에노모토 히데타케가 쓴 책으로 직장상사로서 ‘코칭’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상대방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기술’인 코칭은 비즈니스 세계를 넘어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원제목은 部下を伸ばすコーチング 이다.



 

    요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코칭이 화두다. 코칭이라는 주제를 놓고 회의를 하고, 강연을 하고 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해 보면 코칭의 탄생배경을 제대로 이해하면 이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기술이다. 코칭이 태어난 이유는 크게 빠른 변화속도와 까다롭고 능력 있는 후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코칭이란 기술이 태어난 이유는 ‘세상의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더 이상 오랫동안 지속될 해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직장 상사는 후배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의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상사된 입장에서 “나도 모르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고 말할 수는 없잖은가? 

  두 번째 이유는 오늘날은 후배의 잠재적 능력이 오히려 선배를 앞선다는 것이다. 선배는 단지 선험적인 지식이나 인맥이 후배보다 많을 뿐 오히려 급변하는 세상을 읽어내는 능력이나 대처하는 능력은 후배가 더 낫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생산자 위주의 산업사회는 소비자 주권의 산업사회로 바뀌었다. 옛날엔 생산자가 만들기만 하면 소비자가 줄을 서서 사줬지만, 엇비슷한 제품들로 창고를 가득 채우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공급과잉의 시대에는 ‘까다로운 소비자의 취향’에 적합한 제품만이 팔리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조직에서 가장 최근까지 ‘소비자의 역할’만 하던 이들이 ‘후배사원들’이 아니던가? 그들은 조직에서 가장 소비자다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까다롭다(소비자가 까다로운 것처럼). 

  요약하자면 ‘코칭’이라는 대화의 기술이 태어난 이유는 선배인 내가 답을 낼 수 없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후배일 수 있다는 전제 때문이었다. 그래서 후배를 부하가 아닌 동료로서, 파트너로서 함께 머리를 싸맬 때 좀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코칭이란 ‘후배를 구슬리는 기술’이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후배를 잘 구슬리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 답을 이 책에서 찾아보자. 

  저자는 거창하게도 코칭에는 3가지 철학이 있다고 말했다.

내용을 요약해 보면 ‘너와 내가 머리를 맞댄다면 너(후배)에게 답이 나올 것이다’로 요약될 수 있겠다.

 

제 1철학 - 모든 사람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제 2철학 - 그 사람에게 필요한 해답은 모두 그 사람 내부에 있다

제 3철학 -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저자는 코칭에서 말하는 인간관계란 협동적인 인간관계, 즉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보완, 협력해 나가는 관계이고 하나의 목적이란 ‘부하의 자아실현’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선배는 후배가 스스로 답을 낼 수 있도록 파트너가 되어주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 말은 “보스Boss는 가라고 말하지만, 리더Leader는 가자고 말한다”는 더글라스 맥아더의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예전의 상사가 보스였다면, 요즘의 상사는 리더여야 한다. 상사와 부하가 파트너가 되어 서로 협력하며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코칭’이다. 저자는 좀 더 실무적인 면에서 코칭 시스템의 핵심으로 5가지의 스킬, 즉 질문, 경청, 직관, 자기관리, 확인의 스킬(기술)을 제시했다.

  첫째, 질문 스킬은 지시명령형 커뮤니케이션에서 질문형 커뮤니케이션으로 변화시켜 가는 것이다. 질문형 커뮤니케이션에는 확대질문, 미래질문, 긍정질문이 있다. 확대질문은 “자네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자네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이 상대방이 지닌 능력이나 가능성을 확대한다는 의미이다. 미래질문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고 싶은가?”, “그것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와 같이 부하로 하여금 자신의 의식이 과거가 아닌 미래로 향하게 하는 질문이다. 긍정질문이란 “어떻게 하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겠나?”, “뭐가 확실한 것이 될 수 있겠나?”처럼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질문 속에 없는 질문이다. 이러한 긍정질문은 왠지 폭이 넓은 혹은 밝은 어감이 느껴진다. 

  두 번째, 경청 스킬이란 ‘부하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는 기술’을 말한다. 즉, ‘어떻게 하면 부하가 본래 지니고 있는 능력이나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해서 자아실현을 하게 할 수 있을까? 염두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상사가 내 관점에서 듣는 것이 아니라 ’부하를 위해, 부하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듣는‘ 것이다. 경청스킬을 익히면 부하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경청할 수 있는 멋진 상사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직관 스킬이란 상사가 부하를 코칭 할 때, 상사 자신의 직관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특히 부하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 때는 이 직관력을 발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쉽게 말하면 ‘부하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들어주는 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부하가 물으면 ‘대답’하려 하지 말고 “자네는 거기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은가?”라는 식으로 되물어 스스로가 답을 내려고 애쓰도록 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상사와 부하는 대등한 파트너이며 두 사람의 협동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부하에게 필요한 해답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네 번째, 자기관리 스킬이란 상사가 부하를 코칭할 때 어떤 태도로 대할 것인가에 대한 기술이다. 여기서 자기관리란 상사의 머리, 마음, 몸을 관리하는 것이다. 우선 머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부하와 대화하는 동안 자신의 머릿속에 스치는 조언과 부연 같은 생각을 초조해 하지 말고 ‘자각한 다음 포기하는 것’이다. 마음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부하와 대화하기 전에 상사가 벌인 일이나 생각을 일단 정리한 후에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몸을 관리한다는 말은 경청의 자세, 즉 자신의 몸과 얼굴의 높이를 부하와 같은 눈높이에 맞추고, 상체를 부하 쪽으로 약간 기울여 ‘적극적으로 들으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따뜻한 눈길로 바라봄으로 부하가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확인 스킬이란 상사가 부하를 코칭할 때 부하에게 있어서 중요한 사항을 확인하기 위한 기술로 부하의 미래, 현재, 그리고 과거를 확실하게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부하가 날마다 잡무에 쫓겨 목표가 부하의 머릿속에서 점점 퇴색되거나, 자신감을 잃을 경우 ‘힘내라’는 격려의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 달성은 자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혹은 “그 목표를 달성하면 자네는 어떤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하고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코칭이란 기업 경영 혹은 매니지먼트에서 부하에게 무리하게 성과를 강요하거나, 지시명령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대화와 격려 등을 통해 부하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성과를 올리고자 노력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코칭이 적극 활용된다면 선후배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고, 일방적인 상명하달이 아닌 쌍방향적인 질문형 커뮤니케이션으로 변화되어 직장내 분위기가 좋아지고, 상사에 대한 존경심과 나아가 애사심이 고취될 수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코칭 시스템에 의한 성과는 세계적인 디자인 그룹 IDEO나 고어텍스Gore-Tex로 잘 알려진 미국의 고어 & 어소시에이트 사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 기업은 개인의 특별한 재능이나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그룹 씽킹에 의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책 ‘그룹 지니어스‘를 읽어보면 잘 나타나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코칭‘에 의한 파트너십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고, 회사 분위기가 좋아진다면 ’좋은 성과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아닐까? ’코칭‘은 가장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인지상정人之常情‘의 대화법인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코칭은 부하는 ‘아이’가 아니라 오히려 직장이나 업무시스템에 미숙한 유능한 인재라는 점, 그리고 가장 소비자를 닮은 직원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선배는 후배들을 가르치고,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가 되어 후배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묻고 대화함으로써 선배나 후배가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결과를 내도록 하는 대화의 기술이다. 결국 코칭은 ‘배우는 기술’이 아니라 ‘인식하고 느끼는 기술’이다. 후배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셈이다. 코칭에서 요구하는 리더십이란 이끄는 리더를 넘어 동참하고 격려하는 리더이다. 

  이 책은 비즈니스의 화두인 코칭을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쉬운 대화법’으로 잘 설명했다. 많은 사례와 직접 실행할 수 있도록 가상의 대화를 제시하는가 하면,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을 예로 들며 코칭을 동양의학처럼 전체를 (+)로 만드는 효과를 낸다고 설명해 냈다. 경영학이라는 학문적 연구를 위한 코칭보다는 ‘현실적이고 즉시 실행 가능한 코칭’을 알고 싶은 직장인 독자들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경영자에게는 『트라이앵글법칙』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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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즐거움 - 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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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보이 김 열규 선생의 푸르른 노년예찬!

  “할머닌 언제 죽어?“ 초등학교 2 학년이었던 내가 무슨 생각 끝에서인지 이런 망발을 했더랬다. 그날 내내 할머니는 당신 방에서 나오지 않으셨고, 사연을 들은 갓 서른 넘은 아버지한테 야무지게 맞았다. 지금까지 그 질문을 기억한 것 아버지의 매 탓이리라. 맞벌이 부모 밑에 태어난 나는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할머니의 젖무덤에 코를 박아야 잠이 들었고, 할머니가 숟가락에 반찬을 올려줘야 밥을 입에 넣었다. 어디라도 움직이면 꼬리가 되어 항상 졸졸 쫓아다니는 통에 할머니 고쟁이 왼쪽 쪽 끝은 늘 튿어져 있었고, 툭하면 비녀를 뽑아 장난을 쳐서 할머니 머리는 항상 엉망이었다. 

  혼자서 정육점에 가서 ‘돼지비계 백 원 어치요’하며 김치찌개에 넣을 고기를 주문할 정도가 되었을 때, 난 할머니의 보살핌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한동안은 토요일마다 학교가 파하자마자 할머니 품이 있는 집으로 뛰어가더니, 이 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나중엔 방학 때 일주일 정도 할머니를 찾았다. 나이를 먹어가며 조그마한 ‘내 세계’가 생긴 때문이었다. 내가 점점 클수록 그만큼 할머니와는 물리적 거리가 멀어져갔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할머니가 계신 큰 집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할머니가 가서 이젠 안계신다는 말씀을 전화로 들었다. 이젠 정말 없을 할머니를 뵈러 내려가던 날 밤 눈이 많이 내렸다. 아주 많이. 손에는 최인호의 ‘천국의 계단’이 쥐어져 있었고, 귀에는 유재하와 박학기의 노래가 카세트로부터 흘러나왔다.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해, 귓등 너머 흰머리가 하나 삐죽 나왔다. 누가 볼까 두려워 얼른 하날 뽑아냈더니 그 다음 주에는 둘이 보였고, 점차 개체수를 늘려나갔다. 외탁을 한 터라 새치가 많다는 소리를 익히 들었던 터라, 군인이셨던 작은 외할아버지 별명이 ‘백대가리 장군’이었단 소리도 들었지만 어느 새 더 이상 뽑다가는 ‘골이 훤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염색을 했다. 그 일을 하면서부터 난 ‘늙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이듦, 늙음을 생각하면 서글퍼진다. 살아온 과거를 돌아보기 때문이다. 뭘 하고 살았나 싶고, 뭘 이뤘나 싶다. 잘 살았나 싶고, 행복했었나 싶다. 추억이란 필름은 세피아 색이다.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봐도 컬러는 보이질 않는다. 고개를 바로 하니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다. ‘괜한 생각했다’ 싶어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본다. 그러던 차에 오늘 읽은 김 열규 선생의 [노년의 즐거움] 덕에 나이듦도, 늙음도 괜찮겠다 싶어졌다. 아니 오히려 기대된다 싶어졌다.



 

  지난 해 였던가? 김 열규 선생의 책[독서]는 내게 큰 파란을 일으켰다. 그의 남다른 책 사랑, 독서 사랑에 놀랐고, 우러러 볼 대상이 한 명 늚에 반가웠다. 이 책을 듦에 내 나이에 무슨 ‘노년타령’이냐 싶어 읽기를 관둘까도 생각했지만, 굳이 읽은 이유는 온전히 김 열규 선생의 생각을 엿보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역시 기대 이상 이었다. 글을 읽어보라. 이 글이 어찌 78세 노인의 글이더냐. 보이는 색은 푸른 색 이요, 맛은 떫은 풋내가 난다. 노숙, 노련, 노장의 삼로三老는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덕목이고, 初老의 50, 耳順의 60에게 기운을 북돋는다. 푸른 노년 공화국! 인생은 백세! 라 하시더라. 읽고 나서 느낀 바는 ‘배워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삶을 배움으로 채웠던 터라 노년에 보이는 세상은 멋들어져 있었다. 탑골공원, 종묘공원에서 삼삼오오 앉은 젊거나 또래인 그들과는 천지 딴판이다. 배움이 있으니 느낌이 있고, 깨달음이 있으니 노년이 즐겁다. 도나텔로의 흉측한 막달라 마리아에서 노성老聖과 성로聖老를 발견하고, 아이들도 내뱉는 웰빙well-being이란 트렌드는 ‘인품을 가꾸고 교양을 닦고 정신적으로도 완숙하기를 기도하면서 건전하게 삶을 가꾸어가는 것’이라며 이 말은 노년의 것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지당한 말씀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읽자니 자꾸만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Walden’이 생각났다. 나는 소로우의 문명의 주류를 떠나 홀로 먹고, 자고, 입을 것을 해결해 가며 살았던 은둔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세상에서 벗어나 혼자되니 자신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가 보다 싶은 생각이다. 하늘의 푸름과 신록의 녹음을 감사할 줄 알더라. 빗소리의 운율도 느끼고, 자연의 숨 쉼을 만끽하더란 거다. 알고 보니 미국 유학시절, 월든 호숫가를 거닐며, 소로처럼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살겠노라 다짐했다 하더라. 내가 이 삶을 쫓는다면 소로우를 쫓는 게냐, 김 열규 선생을 쫓는 게냐 궁금해진다. 

  본격적인 노령화 사회로 접어든 이 땅에 이들을 이야기하는 책은 진즉 나왔어야 했다. 바다 넘어 일본엔 ‘황혼유성군’이라는 실버세대를 위한 만화가 절찬리에 읽혀지며 34편 째 시리즈로 나오고 있지 않더냐. 늙음은 추함이 아니다. 함구할 것도 아니고, 숨길 것도 아니다. 사회가 두려워해야 할 ‘어두움’도 아닌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고려장’을 하고 있는 셈이고, 청장년은 제가 들려져야 할 지게를 준비해야 한다. 남 탓할 바도 아니다. 노인 스스로 활개를 쳐야할 것이다. 김 열규 선생처럼 ‘늙으니 좋기만 하구만’ 허허 해야 할테다. 하지만, 평생 일하고, 밥 굶지 않음을 미덕으로 살은 터라 ‘즐길 줄 아는 이’ 또한 몇 있을까 싶다. 이 책을 읽어 배우고 격려 삼아 제대로 즐기시라 권하고 싶다. 

  이 책에 크게 건진 것 하나 있다면 선생의 ‘퇴직관退職觀’이다. 그는 퇴직이 아니라 전직轉職이라 고쳐 불렀다. 그리고 퇴직후에야말로 오롯이 ‘나만의 나만을 위한 나의 일’을 하게 되었다 말했다. 태어난 후 처음으로 자신의 주체성을 누리게 된 것을 크나큰 천행이요 천운이라 여기기까지 했다. 아래는 선생의 말씀을 다소 길지만 그대로 적어야겠다. 하나도 뺄 말이 없고, 고칠 말도 없어서다. 머릿속, 가슴속에 새기고 박아야 할 금언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그렇게 풍요롭고 넉넉하다는 것을 퇴직 후에야 겨우 깨달았다. 그년 노년이 베풀어준 엄청난 특전이었다. 비로소 내가 된 것 같다. ‘자수성가自手成家’란 말이 비로소 실감났다. 내 손으로 내 영역을 일구어낸 것이라 생각하니 노년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자기의 업을 성취해내는 것이라는 실감이 났다.  

일흔이 넘고서야 찾은 나만의 나라니! 그 전의 시간과 세월은 오직 이를 위한 준비이고 예비의 시기에 불과했던 것만 같다. 이전의 내 생애는 과도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만의 나만을 위한 나의 일! 이건 노녀의 내가 비로소 향유하게 된 새 삶의 징표였다. 보통일이라고 하면 작업이나 노동 같은 걸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물론 작업이니 노동도 내게 일은 일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책 읽기, 걷기, 군것질하기, 차 끓이기, 차 마시기, 멍하니 바다 보기, 눈 감고 명상하기, 고개 숙이고 상상하기 등등이 모두 나의 일이다. 뿐만 아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다가 원두를 갈아서 내 손으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맛을 보는 것도 일이다. 그러다가 그 모든 것에 진력나면 낮잠을 늘어지게 자는 것도 요긴한 일이다. 덕분에 노년에 접어든 나의 일상은 ‘만다라’고 만물전이다.“ (213 쪽)

  인생은 사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살아서 보는 것이 아니라, 느껴서 보이는 것이다. 느끼니 일상이 만다라고 만물전임을 배운다. 느끼니 세상이 다시 보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느끼자. 많이 느끼자. 그러자니 더 많이 지금의 삶 속에서 배우고, 익히자. 한 권의 책을 통해 시간을 얻었다. 아니, 노년이라는 삶도 훌륭함을 새로 배웠다. 늙음이 두렵지 않으니, 오늘이 덤 같고 내일이 보너스 같다. 선생께 오래 사시라, 삶을 만끽하시라 전하고 싶다. 그리고 느끼시거든 또 글로 남겨 흘려 달라 부탁하고 싶다. 주워서 붙여 읽어도 글맛은 여전할 테니까. 세대를 넘어 읽어보시라. 그럼 당신은 시간을 공짜로 얻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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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이현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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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의 귀신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 6가지 - 설득의 심리학 

  비즈니스을 일컬어 ‘설득의 총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무언가를 ‘교환’하는 것이 비즈니스라면, 그 전제에 해당하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는 경제의 과정에서 ‘설득’은 꼭 필요한 의사소통 도구이기 때문이다. 설득 했는가, 아니면 설득 당했는가의 결과에 따라 이겼다 혹은 졌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비즈니스의 핵심은 ‘설득’에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기면 다른 누군가는 져야하는 ‘제로섬 게임’ 때문에 비즈니스가 힘든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윈-윈Win Win전략’ 즉, 너와 내가 서로 이기는 답을 내는 상생相生의 비즈니스가 모범답안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비즈니스라고 하는 것이 윈-윈Win Win전략으로만 통용될 수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양쪽이 동등한 위치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하는 양측 중에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쪽, 즉 ‘현금을 쥔 사람’이 두 계단 정도는 높은 자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상대방을 바라보기 때문에 가장 현명한 답안인 ‘윈-윈Win Win전략’이 이뤄지기가 힘들다. 다시 말해 현실의 비즈니스는 사람과 사람이 아니라 항상 갑甲과 을乙이 만나기 때문에 ‘윈-윈Win Win전략’이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다. 

  갑甲은 확실히 을乙보다 우위를 점한다. 흥정을 해서 맞지 않으면 다른 흥정이 가능한 다른 을乙을 찾아가 거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해야 하지만 자신의 이익도 관철해야 하는 을乙은 항상 조심스럽고 때로는 괴롭다. 그래서 을乙은 손해 보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묘수’를 찾을 밖에 없다. 자신의 이익을 충분히 취하면서 갑甲과 거래할 수 있다면 을乙은 이기는 것이다. 게다가 갑甲이 을乙에게 지는 비즈니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 사실을 모르고 만족해 한다면 100전 100승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100번 거래해도 갑甲을 이기는 특별한 설득비법’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책 『설득의 심리학』은 매번 비즈니스에서 지는 갑甲을 위한 책이다. ‘100번 거래해도 갑甲을 이기는 을乙의 특별한 설득비법’을 소개하고,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은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B.Cialdini 라는 심리학 박사에 의해 Influence: How and why people agree to things 라는 제목으로 1985년에 만들어진 책이다. 그로부터 지난 2008년 5판을 찍어낼 만큼 독자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국내에 소개된 이 책은 2001년에 찍은 4판을 번역한 책인데, 원 제목은 Influence: How and why people agree to things 으로 가장 최근(2001년)의 사회과학적 지식 등을 추가하여 개정되었다(2008년의 5판본은 국내에 설득의 심리학 2로 소개되고 있다). 



번역자 -이현우 교수 인터뷰 바로 가기



   다시 이야기하면 이 책은 갑甲, 즉 소비자를 위한 책이다.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성격 때문인데, 저자는 ‘남에게 잘 속는 어리숙한 사람’이었다(그런 경험 때문에 설득 심리학에 관심을 가졌는지도 모른다고 이 책에 고백하고 있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의문들은 이렇다.

“다른 사람의 승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과연 어떤 기술들이 가장 효과적일까? 왜 어떤 요구사항은 거절을 당하고, 똑같은 요구사항인데도 다른 식으로 부탁했을 때는 성공하는 것일까?”

  그는 사회심리학자로서 연구소 안의 대학생들과 함께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실험을 했고, 그것도 모자라 설득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때로는 그들의 천적(사기 전담반 형사, 소비자 단체등)들과도 인터뷰했다. 게다가 그는 설득자들의 세계로 뛰어들어 ‘참여적 관찰’을 하였다. 즉 저자가 본래의 정체와 의도를 숨긴 채 단체에 잠입하여 일종의 ‘스파이’가 되어 내부에서 설득자들을 무려 3년 동안 지켜본 것이다. 그리고 설득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전략들을 파악해 크게 6개의 범주로 나누었다. 이 범주들은 인간의 행동을 조절할(‘조종’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수 있는 심리학적 법칙을 근거로 하고 있다. 

  저자는 동물생태학자들이 말하는 특정적인 유발기제the trigger feature에 주목했다. 즉 ‘칩칩’이라는 새끼 칠면조의 소리에만 맹목적으로 반응하는(심지어 천적인 박제 족제비의 가슴에 새끼 칠면조의 ‘칩칩’ 소리를 녹음해 내장해서 들려주면 우호적일 뿐 아니라 품에 안기까지 한다) 어미칠면조의 고정행동유형처럼 사람들의 자동화된 행동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요청’만 했을 때는 60%만 승낙하던 것이 ‘왜냐하면’이라는 이유를 제시하면 94%가 쾌히 승낙한다. 재미있는 것은 구체적인 이유도 없이 ‘왜냐하면’이라는 말만 붙여도 93%가 승낙을 하더라는 것이다. 



 

    난 ‘왜냐하면’이 ‘특정적인 유발기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요청을 받으면, ‘적당한 이유’을 알아야 스스로에게 '승낙할 명분’을 부여하여 승낙할 수 있게 한다고 본다. 즉 사람들이 ‘왜냐하면’이라는 이유에 대해 쾌히 승낙하는 것은 맹목적인 반응이 아닌, 스스로의 합리화한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비싼 것은 품질이 좋은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나, 평소에는 비싸서 살 수 없었던 스웨터가 값비싼 고급 양복을 구입한 후 스웨터를 봤을 때는 싸게 느껴지는 것처럼 대조효과에 의해 소비자들은 스스로를 속이기도 한다. 판매자들은 소비자의 심리를 알고 그런 순서대로 권했을 뿐이었다. 선택에 재량권을 쥐고 있는 소비자, 즉 갑甲에게는 치명적인 법칙들이 아닐 수 없다. 이제부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6 가지 불변의 법칙을 천천히 살펴보자.  



 

 1. 상호성의 법칙 -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베푼 호의를 그대로 갚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설득전문가들은 이를 알고 먼저 꽃을 주며 호의를 베푼 뒤에 기부금을 모금하고, 음식점 종업원을 팁을 더 받기 위해 계산서 위에 사탕이나 껌을 위에 올려 놓는다. 정치인들의 후원자에 대한 논공행상도,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제품의 샘플도, 남자들이 데이트를 하면서 값비싼 선물이나 비싼 저녁을 대접하는 이유도 상호성의 법칙을 고려한 행동이다. 상호성의 법칙은 누구든 우리에게 호의를 먼저 베풀기만 하면 얻어지는 것으로, 원치 않은 호의에도 빚진 감정은 생겨난다

 이러한 상호성의 법칙은 좀 더 발전해 약간은 우회적이지만 오히려 더욱 훨씬 가공할 만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도 있다. 상호성을 이용한 일보 후퇴, 이보 전진 전략이 그것이다. 누군가 내게 엄청나게 무리한 부탁을 먼저 했을 때 들어줄 수 없어 거절하게 되면, 그보다는 작은(사실은 누군가가 원래 원했던) 부탁을 하면 나는 상호성의 법칙의 함정에 빠져서 두 번째 요청을 들어 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일보 후퇴, 이보 전전 전략은 상호성의 법칙과 더불어 인식의 대조효과가 맞물려져 있다. 누군가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받아 거절했는데, 그 보다는 작은 요구를 다시 받으면 처음의 요구보다는 작기 때문에 이 부탁은 최소한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왜냐하면 요구하는 측이 일부 ‘양보’(터무니없지만 이것이 요구한 측의 ‘호의’효과로 작용한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호성의 법칙에 대한 요구를 받았을 때 이에 대한 자기 방어 전략, 즉 되받아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순수한 호의와 술책을 구분해야 한다. 상대방의 호의를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으면 ‘냉정한 사람, 무정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순수한 호의와 상호성에 근거한 호의(술책)을 구분해야 한다. 일단 남의 호의를 일단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후에 남의 호의가 나의 더 큰 보답을 의도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술책을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판단(책에서는 재조명redefinition이라고 말했다)하게 되면, 요구에 의한 자동적 승낙이 아니라 요구에 응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누군가의 호의는 받을 수 있을 만큼 받자. 하지만 그것이 호의인지 술책인지를 판단하고, 요구에 순순히 응할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대응하면 ‘상호성의 법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2. 일관성의 법칙 - 우리는 선택의 상황에서는 갈등하다가도 일단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되면서, 그 결정에 대한 일관성이라는 심리적 압력에 따라,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들을 결정한 방향으로 맞춰나가게 된다. 경마꾼이 어느 말을 선택할까 고민하다가 결정하게 되면 그 말이 우승마가 될 것이라고 믿는 것도, 선거일에 투표할 것인가 시민들에게 물었을 때, 질문을 받았던 사람들 중에서 투표 참여자수가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도 바로 일관성의 법칙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이 회원가입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붓고, 가입을 했을 때 거액의 상품권을 제공해 ‘첫구매’를 유도하는 이유도 앞으로 계속 쇼핑을 유도하기 위해 ‘일관성의 법칙’을 활용한 마케팅 방법이다. 일관성의 법칙 중에는 작은 요구로부터 시작해서 결국 커다란 승낙을 얻어내고자 하는 ‘문전걸치기 기법’이 있다. 이 방법은 중공군(당시에는 이렇게 불렀다)들이 6.26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 미군들을 세뇌시켜 결국 미군포로들이 미국을 비방하는 결과를 낳게 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된 기술이기도 하다. 또한 원시 부족의 성인의식과 기숙사의 신입생 환영의식은 무척이나 가혹한데, 그 이유는 는 참여자의 공식적인 개입과 관련된 노력이 클수록 그 사람의 일관된 태도(일관성의 법칙)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둘 다 강한 생명력(역사성)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 역시 일관성의 법칙 때문이다.

일관성의 법칙에 근거한 미끼 기법의 예는 자동차(휴대폰) 판매업자에서 찾을 수 있다. 싼 가격을 불러 고객을 유인한 후 추가 옵션이나 부가 서비스 등을 덧붙였을 때 찾아온 수고와 선택하느라 고민했던 소비자는 처음과 말이 달라도 ‘구입’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 그에 대한 자기 방어 전략은 무엇일까? 바로 본능적인 거부감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그들의 수작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순간, 처음에 자신이 의도했던 바를 되돌아 생각해 본 후, 달라진 점 즉 일관성의 무모함을 지적함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3. 사회적 증거의 법칙 - 사람들은 무엇이 옳은가를 결정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특별히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 행동의 옳고 그름은 얼마나 많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행동을 같이 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쇼프로나 코미디 프로에서 가짜웃음을 만드는 이유, 스텐드 바의 바텐더나 동냥꾼이 유리컵이나 바구니에 자신의 돈을 미리 넣어두는 이유, ‘가장 많이 팔린’,‘무섭게 성장하는’ 등의 광고 카피들이 난무하는 이유, 불우이웃돕기 성금의 기부자 명단을 긴시간동안 공개하는 이유등은 바로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근거한 설득전문가들의 수법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 의해서 더 쉽게 설득된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고 심지어 집단자살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도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의해 설득되었기 때문이다. 구경꾼은 결코 도와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감정이 메말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갑자기 아프거나, 위기상황을 당했을 때에는 명확하게 구경꾼들 즉 행인들에게 알려야 한다. 특히 구체적으로 지목해서 부탁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선생님, 파란 잠바를 입고 있는 선생님, 저 좀 도와주세요. 병원에 연락해서 응급차좀 불러주세요.”라고 말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증거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 전략은 부당하게 조작된 사회적 증거를 알게 되면 그로 인해 불로소득을 얻는 자들에게 ‘분노’함을 표방해야 한다. 과장광고라면 제품을 불매운동을 하거나 항의해야 한다. 대중 즉 다수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휩쓸리지 말고 재빨리 주위를 둘러봄으로써 동조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4. 호감의 법칙 - 자동차 판매왕의 비결은 ‘고객들이 좋아하는 영업사원과 정당한 가격 때문’이라고 한다. 고객들이 좋아하는 영업사원이란 소비자가 끌리는 신체적 매력을 갖추고, 공통점이 많으며, 칭찬(아부에 가까운 의도적인 칭찬일지라도)이 많은 사람이다. 소비자들은 그런 사람에 호감을 갖는다. 우리가 익숙한 이름의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투표를 하고, 외모가 수려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받으려 하는 이유는 호감의 법칙 때문이다. 

 호감의 법칙 중에는 연상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자동차 광고에 아름다운 모델이 등장한 포스터나, 음식점의 입구에 갖은 신용카드의 로고가 새겨진 ‘취급가맹점’ 포스터가 붙어 있거나, 유명 연예인이 정치 입후보자들을 지지하는 것은 호감 가는 인물이나 모양을 연상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스포츠팬으로서 자신이 지지하는 팀을 ‘우리 팀’이라며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익히 아는 유명인사를 거들먹거리며 ‘ 그 친구는 나하고 이런저런 사이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연상의 법칙’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호감의 법칙에 대한 방어 전략은 무엇일까? 최선의 방법은 호감가는 대상과 목표를 분리시켜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사려고 한다면, 영업사원과 내가 사려는 자동차를 분리시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기억해야 할 것은 앞으로 자동차를 운전할 사람은 영업사원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내가 상대에 갖고 있는 호감은 ‘매력적이다’라는 감정이지만, 상대가 나에게 표하는 호감은 ‘내 물건을 팔아줄 사람’으로 서로 엇갈리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의지했던 바대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사진출처: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 홈페이지 

  
  5. 권위의 법칙 - 사람들은 권위자들의 명령에 복종하여 그들이 시키는 어떠한 명령도 충실히 수행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의사 가운, 경찰복 등 유니폼을 입은 합법적인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편이다. 또한 직함은 권위를 대변해서 일제 시대를 겪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칼 찬 순사’를 무서워하고 그들의 말을 따르는 것처럼, 박사, 판사, 교수, 사장 등등의 명함으로 무장된 권위에 눌려 그들을 두려워 한다. 저자는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직함들을 그것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키가 더 크게 보이도록 만드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옷차림에 따라 대우를 달리하거나, 고급 자동차에 관대한 것도 바로 권위의 법칙 때문이다. 이러한 권위의 법칙의 영향력은 그 힘 자체로서도 막강하지만, 그 힘을 우리가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우리에게 미친다.

 이러한 권위의 법칙에 대항하는 자기 방어전략은 권위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권위의 상징물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 가에 대한 인식도 함께 필요하다. 우선 ‘이 사람이 정말로 전문가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이어 ‘이 전문가의 말을 우리가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의심해 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를 설득함으로써 전문가들이 어떠한 혜택을 받게 될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은 전문가 들이 권위를 사용하여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안전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1994년 박찬호의 미프로야구 선수 카드Baseball Card 



   6. 희귀성의 법칙 - 야구선수 사진에서부터 골동품까지 온갖 종류를 수집하는 수집가들은 그 품목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 휘귀성의 법칙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희귀성의 법칙에 따라 우리가 부여하는 가치가 다르게 평가하므로 설득전문가들은 이 점을 이용하고 있다. 그중 희귀성 법칙을 가장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얼마 없습니다’ 전략이다. 이것은 일종의 ‘마감 전략deadline tactics’인데 시간이 얼마 없다는 이유로 기존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그 일을 사람들에게 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한편 어떤 대상에 대한 이용 가능성이 줄어들수록 그 대상에 대한 선택의 자유도 줄어들게 되어 상실된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해 그 특권을 되찾기 위해 행동하게 되는데 이런 심리적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론이 ‘심리적 저항 이론’중 부메랑 효과Boomerang effect(일명 긁어 부스럼 효과)라고 한다. 예를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든 사랑의 결말은 로맨틱한 천생연분이 아니라 그들의 사랑에 대한 부모의 간섭과 그에 대한 심리적 저항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희귀성의 법칙에 대항하는 자기 방어 전략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희귀성에 대한 일차적이 반응이 이성적 사고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만일 희귀성의 영향력에 따라 어떤 대상에 대한 강렬한 감정적 반응이 느껴지면, 그것을 신호삼아 스스로의 감정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감정이 지나가고 나면 이성적 관점을 회복할 수 있다. 마음의 평정을 되찾게 되면 그 대상을 원했던 최초의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은 설득 상황에서 상호성, 일관성, 사회적 증거, 호감, 권위 그리고 희귀성의 요소들을 발견하게 되면 아무런 생각 없이 자동적으로 상대방의 요청을 수락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정보가 넘치는 사회에서 사는 우리는 오히려 시간, 에너지, 그리고 자원이 충분하지 못해 오히려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해 대응하면서도 효과적인 선택을 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정보화 사회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지름길식 의사결정방법의 신뢰성을 볼모로 이윤을 추구하려는 설득전문가들의 행동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이콧, 위협, 대결, 검열, 일장 훈시 등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불로소득자들 즉, 설득전문가들에게 보복해야 한다며 끝을 맺었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설득전문가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 스스로도 ‘어떻게 해야 설득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책을 들었는데, 어떻게 그들에게 보복할 수 있다는 말인가? 독자는 소비자이면서 판매자이기도 하다. 즉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주장에 ‘옳소’하며 보복에 동참할 사람이 과연 나타날 수 있을까?

  제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 하지만 ‘인간이란 역시 불완전한 동물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 책이었다. 치알디니 교수의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중에서 내가 자유로울 수 있는 법칙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탄성이 곳곳에서 터졌다. 책을 읽는 동안 그동안 내가 결국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한 편으로는 ‘어디 사람만나서 이야기 한마디 하겠어?’하는 불안감도 생겼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런 저런 방법을 이런 때에 써 먹어볼까나?’ 하는 생각에 야릇한 미소도 번졌다. 어쩔 수 없는 양면성의 인간 모습 그대로였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사례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 덕에 책을 빨리 읽어나가는데 무리가 없었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거든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설득당하고 싶지 않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결국 누군가를 만난다면 읽어야 할 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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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짜리 기획력 - The Planning Power
하우석 지음 / 새로운제안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여전히 빛을 발하는 기획 관련 도서의 고전!

 

  똑같은 수의 인력이 동원되고, 같은 비용을 썼지만 뜨는 제품, 대박이 난 사업프로젝트는 따로 있다. 그리고 그들의 성공스토리에는 항상 ‘기획할 때부터 특별했다’는 수식어가 붙는다. 기획이란 게 대체 무엇일까? 우선 계획과 기획의 차이부터 알아보자. 멀지 않은 앞날을 위해 할 일을 미리 헤아려 생각한 것이 계획이라면, 일(사업)을 앞두고 구체적인 목표와 방안을 짜는 일은 기획이다. 그래서 하루 동안의 계획은 있지만, 하루 동안의 기획은 없다. 대충만 살펴봐도 기획은 계획보다는 크고 조금은 특별한 뉘앙스를 갖는다. 계획은 절차 혹은 과정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는데, 기획은 계획과 더불어 무언가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일을 꾀함’이라는 일종의 수작酬酌의 개념이 포함된다. 

  현재는 기획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기획하는 사람도 많고, 기획물도 가득하다. 옛날에는 기획부가 따로 있었는데, 요즘엔 모든 부서의 이름에 기획이란 말이 붙어 있다. 그리고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대행사의 규모 역시 엄청난 규모로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기획이 쓰임도 많고, 필요도 많지만 정작 기획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기획이 정확히 어떤 말이고, 기획자는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그리고 훌륭한 기획이란 무엇인지 명확한 ‘컨셉’을 모르고 있다. 

  책 『100억짜리 기획력』은 이런 기획을 모르고 기획하는 직장인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기획과 기획가를 정의하고, 기획자가 갖춰야 할 기획 마인드와 자세 그리고 태도 등을 이야기 한 책이다. 2003년 출간되어 지금껏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을 한 이 책은 국내에서는 기획자라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기본서면서 필독서로 사랑받고 있는 기획서의 고전이다. 저자는 업계에서 베테랑 기획가로 인정받고 있는 하우석 씨인데 그는 2006년 <기획 천재가 된 홍대리>로 또 한 번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 책은 제목처럼 ‘100억 짜리 기획처럼 큰 일을 해내는 기획력’을 말해주는 책이다. 기획자인 저자의 기획 경험과 기획자들의 사례들을 통해 ‘큰일을 내는 기획자’들을 이런 생각(마인드)을 갖고 있고, 이런 방식으로 기획을 한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이야기 한다.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생각할 수 없는 해 내는 사람들이 훌륭한 기획자라면 그들의 생각을 엿보고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기획자’다운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도이다. 이 책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은 ‘기획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기획마인드와 기획 노하우 획득’이다. 

  저자는 기획이란 어떤 특정 과제 및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과제의 완수 또는 그 문제해결을 달성하기 위하여 일정한 대상물들에 대하여 일정기간 벌어질 수 있는 중요사항을 파악하고 미리 예측하여 일정 의도에 따라 목표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사고과정 및 행동양식을 개념화하고 그에 따른 실행과 실행 후 평가하는 총체적 과정을 ’기획‘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과제(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획자란 과제(문제)를 파악해서 해결책을 마련하는 사람‘인 셈이다. 기획의 프로세스문제 및 문제 파악 - 과제 및 문제 분석 - 목표설정 - 해결방안 - 실행계획수립 - 실행 - 평가 순으로 진행된다. 그러므로 좋은 기획이란 우선 ’핵심과제(문제)‘를 잘 잡아냈는가, 가장 적합한 해결방안을 찾아냈는가? 에 달려 있다. 저자는 모든 직장인은 영업기획, 생산기획, 구매기획, 자금조달기획, 유통기획, 사업기획 등 알게 모르게 한두 가지의 기획을 하고 있으므로 모두가 기획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훌륭한 기획자가 갖춰야 할 기획 마인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기획마인드란 ‘기획자다운 생각을 갖는 것’이다. 즉 ‘기획자라면 이런 저런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개념을 알면 된다. 우선 기획자는 기획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기획’ 그 자체다. 기획서를 잘 쓰고, 많이 쓰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기획서는 그저 기획한 것을 쓰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죽하면 『One Page Proposal한 장짜리 기획서』, 『기획서는 한 줄』이라는 책 제목도 있지 않은가? 

  기획자는 즐거워야 한다. 즐겁지 않은 기획은 결과도 좋지 않기 때문에 당장 그만두는 것이 낫다. 기획이 즐거워야 그 일에 미칠 수 있고, 그래야 결과는 좋아진다. 또한 즐거워야 하루 종일 24 시간 기획할 수 있는 것이다. 기획을 잘 하기 위해서는 사물과 개념을 잘 쪼개야 한다. 그래야만 그 개념을 잘 알게 되고, 원하는 방향으로 개념을 전개하고 전환할 수 있다. 쪼갠다는 것은 분석이다. 분석에 강한 사람이 기획에 능한 사람인 셈이다.  

잘 쪼갤 수 있는(분석력) 있는 사람이 훌륭한 기획자다 

사람-좋은 사람 VS 나쁜 사람

좋은 사람 - 키 크고 좋은 사람 VS 키 작고 좋은 사람

키 크고 좋은 사람 - 키 크고 돈 많은 좋은 사람 VS 키 크고 돈 적은 좋은 사람...

  잘 쪼갰다면 쪼갠 것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재미없는 영화가 아니라 소재와 카메라 워크는 훌륭했지만, 배우의 연기는 아쉬운 영화라고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잘 쪼갠 것을 ‘이합집산’ 할 줄 알아야 한다.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이 모여 디카폰이 된 것처럼 서로 링크시킬 수 있어야 한다. 쪼개고, 의미를 부여하고, 링크하라. 그러면 새로운 모습이 탄생된다. 그리고 주위에 널려 있는 모든 것을 기획재료로 삼고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기획마인드를 갖추는데 ‘독서’가 빠질 수 없다. 저자는 교회에 십일조(수입의 10%를 내는 것) 헌금을 하듯 기획을 하는 사람들은 책에 십일조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기획 일을 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생산물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새롭고 발전된 무언가를 만들지 못하면, 기획자로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따로 프로젝트로 만들어 제시했다. 저자만의 ‘기획자가 되기 위한 책사기 기획’인 셈이다.

<월급의 10%는 책 사기>프로젝트

 

월급의 % 정하기: 10%를 살 것인가, 5%를 살 것인가 정한다.

권수 목표 정하기: ‘10권’ ‘5권’등 권수를 목표로 정한다 보통 책 가격은 만 원 정도한다.

서점 방문계획: 대형 서점 월 1회, 온라인 서점 주 1회 검색한다.

관심영역 기웃대기: 관심 분야 코너를 집중적으로 기웃댄다.

과감히 구입하기: 조금이라도 땡기면 과감히 산다.

진열하기: 사무실이나 집에 본인만의 서적진열을 시작한다.

목차읽기: 구입한 책은 당장 목차와 머리말을 읽어둔다.

책과 친해지기: 책을 차분히 읽지 않더라도 자주 들춰본다.

주변서적 찾기: 이미 구매한 책과 연관된, 혹은 좀 더 심화된 책을 찾는다.

책장 정리하기: 3,4개월이 지나면 분야별로 구분이 가능해진다. 경영, 역사, 소설, 수필 등 나만의 구분법으로 책을 정리한다.

욕심내기: 6개월 이상 지속하면, 책을 사는 데 있어서 욕심이 슬슬 생긴다. 이때 권수 목표를 상향 조정한다.  (92-93 쪽)

  막연히 ‘책을 읽자’고 다짐하는 것은 금방 시들해져서 잊혀 질수 있지만, 따로 방법론적 순서를 정해 기록해 놓으면 맥락이 잡혀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 것 같다. 이런 게 바로 ‘기획’인가 보다. 그렇다고 보면 <월급의 10%는 책 사기>는 기획서의 초안인 것이다. 저자는 ‘책을 샀는데 읽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우려에 대해 당장 그 책을 전부 읽어야 할 필요도 없거니와, 책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정보 수집을 통해 사고가 확장되었고, 호기심이 증폭되었기에 구입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책 후반부에 있는 ‘100억 짜리 기획력 만들기’는 잘 나가는 기획가들의 ‘기획 노하우’를 기록해 놓았다. 총 30여 편에 달하는 기획 노하우들은 관점에 따라 평범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보편타당하면서도 강력한 진리는 항상 단순하고 평범해 보이는 것 속에 존재한다면서 이 모든 노하우들은 각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고, 각각 효과가 있는 방법들이라고 강조했다. 그 중 인상적인 대목은 기획자는 ‘영어보다는 국어실력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저자는 기획력을 향상시켜 주는 마법과 같은 아이템은 바로 ‘국어실력’이라면서 이 마법의 아이템을 알고 활용하는 기획자는 전체 기획자의 10% 정도 밖에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럼 국어 실력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 저자가 제시하는 ‘국어공부 파워 업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소프트 리딩: 시집, 소설책, 수필집 - 이렇게 3가지 종류의 책을 번갈아가면서 읽는다.

하드 리딩: 철학, 역사, 전문분야 - 마찬가지로 3가지 종류의 책을 번갈아 읽는다.

소프트 라이팅: 일기, 수필, 시 - 작품을 쓰라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쓴다는 강박을 버리고 내 생각을 그대로 글로 옮겨본다는 심정으로 쓴다.

하드 라이팅: 컨택 리포트, 스테이터스 리포트, 기획서

* 이 하드 라이팅의 3가지 문서는 기획자들에게 필수 문서이며 그의 작성능력은 바로 기획능력과 직결된다. 

컨택 리포트 - 클라이언트와의 회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내부 보고 및 보관용으로 사용하는 문서

스테이터스 리포트 -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업무상황을 클라이언트 혹은 내부 상사에게 보고하기 위한 문서

(133 - 135 쪽 요약)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만 해도 책 제목은 충격적이었다. 100 억이라니...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시리즈로 이제 막 ‘10억 부자論’이 설왕설래할 그 때 이 책을 든 이유는 100 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 때문이었다. 국내에는 본격적인 ‘기획 관련서’로는 처음 나온 책이었기에 ‘기획범죄’, ‘기획부동산’이라는 단어까지 난무하는 오늘 같은 ‘기획 판치는 세상’을 만든 데에 어쩌면 이 책이 일조를 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기획이라는 단어의 심리적인 높은 벽을 허물어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서점가에는 수많은 기획 관련서가 나와 있지만, 아직 이 책의 범주를 크게 벗어난 책은 아직 없는 듯하다. 앞서 말한 대로 저자는 이 책을 낸 3년 후 『기획 천재가 된 홍대리』를 내어 본격적인 홍대리 시리즈를 열기도 했다. 『기획 천재가 된 홍대리』는 이 책의 실천편이라고 보면 된다. 함께 읽으면 막연해서 어렵게만 느껴진 ‘기획‘이 노력하면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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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만 골라 읽는 실용독서의 기술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공병호 박사가 제안하는 직장인의 책읽기 기술!

 

  직장생활을 하면서 당장 해결해야 할 업무에 필요한 책을 구하려 처음 광화문 교보문고를 들어갔을 때는 예전 약속장소로, 또는 남는 시간을 소일하기 위해 들렀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과연 내가 찾는 내용의 책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난감함과 정말 책이 많구나 하는 중압감으로 혼란스러워져 잠시 동안 현관입구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묻고 물어 경제경영 코너를 찾았지만, 그곳엔 엇비슷한 이름의 이란성쌍둥이 책들이 서재 가득 매워져 있었다. 책을 꺼내기도 전에 머리가 아팠다. “도대체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거야?“ 선뜻 선택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스스로가 창피해져서 연신 중얼거린 말이었다. 

  난감한 상황은 여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어렵게 책을 사왔지만 막상 읽어보니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가 너무 수준 높은 책을 선택한 걸까?’, ‘내 이해력이 부족한 걸까?’ 하는 의문에 빠져 자꾸만 읽던 곳을 되짚어 읽느라 책의 진도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너무 어려운데 그만 읽을까? 그래도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심란해져 나중엔 ‘서점가서 책을 산 행동 자체를 후회’할 정도였다. 처음 실용서를 접하던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 때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생생하다. 책『핵심만 골라 읽는 실용독서의 기술은 그때의 나처럼 실용서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다독가이자 다작가로 알려진 공병호 박사가 자신의 ‘실용서 읽는 기술’을 밝힌 책이다. 나는 지금도 실용서에 대한 독서법에 관한 좋은 책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이 책을 가장 먼저 추천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책읽기는 낭만적인 생각에서 우연히 시작된 것이 아니라, 철저히 자기경영 차원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읽기를 지식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아예 책읽기를 ‘독서경영’이라 불렀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은 아니었다. 2003년경 신문에서 공박사에 관한 기사를 읽고 공병호경영연구소의 홈페이지(http://www.gong.co.kr)를 직접 찾아간 후 아예 시작 페이지로 설정해 놓고 매일 아침이면 들려서 업데이트된 포스트를 확인했었다. 들릴 때마다 항상 궁금했던 것은 1년에 10여 권의 책을 집필하고, 300여 회의 강연을 하는 그가 어떻게 매일 새로운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리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 때는 요즘처럼 잠깐의 책 설명과 인상적인 구절을 담은 것이 아니라 리뷰를 읽다보면 책 한 권을 거의 읽은 듯 자세하게 썼었기에 그만의 ‘속독법’이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 했었다. 내 의문에 대한 답이라도 주는 듯 이듬해에 이 책이 발간되었고 책을 산 날 단숨에 읽었다. 그는 속독법으로 책을 읽는 건 아니지만, 그만의 독특한 ‘독서법’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이 책의 내용을 크게 살펴보면 실용서를 왜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실용서를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 마지막으로 공병호 박사만의 실용독서하는 법등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실용서를 왜 읽어야 하는가?

  우선 바로 ‘경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업무가 요하는 다양한 요구들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업무를 통한 정보와 경험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들을 조직화하고 체계화해서 지식이라는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에 대한 책을 읽는 것(실용독서)이 큰 도움을 준다. 독서는 각양각색의 정보와 경험을 정리, 정돈해서 짧은 시간 안에 체계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용독서(실용서를 읽는 것)는 관찰력을 키워주기도 한다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은 두뇌에 축적된 지식이나 정보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관심이 없어 사물의 현상을 대충 바라볼 가능성이 높지만, 실용독서를 통해 지식을 축적하고 있는 경우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경제신문의 중간에 있는 4-6 페이지의 주식란을 뛰어넘지만,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은 그곳을 제일 먼저 보려고 하는 이치와 같다.

  또한 실용독서는 관련 분야의 위대한 인물들의 책을 통해 현재 자신이 처한 고난과 곤경 등에 대한 대답을 얻거나, 위로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내가 만날 수 없는 위인과 인물들을 나의 멘토로 만들고 그들을 역할 모델삼아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보가 폭주하는 오늘날 양질의 정보를, 보다 빨리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제공한다. 정보를 신속하게 선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은 개인의 생산성이나 역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 된다. 실용독서를 하는 이유는 훌륭한 직업인(직장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가장 필수적이고, 경제적이며, 효율 높은 학습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용서를 읽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책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문학과 소설은 기호에 따라 읽는다면, 실용서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읽어야 한다. 그리고 책을 읽는 시간을 따로 낼 것이 아니라, 틈만 나면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책읽기 습관을 키우고 싶다면 우선 단숨에 읽어내려 갈 수 있는 분량이 적고 부담이 없는 읽을거리부터 시작하면 좋다. 실용독서는 저자의 주장이나 의견을 미리 판단하려 하지 말고 스폰지처럼 모두 받아들일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책읽기를 공부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TV를 보거나 생각을 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읽어야 한다. 

  이제 실용독서의 방법론으로 들어가 보자. 실용독서를 위한 첫걸음은 우선 식견과 안목을 넓힌다는 생각으로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 베스트셀러를 찾는 것 보다 마치 식욕이 당기는 음식을 찾아 먹듯이 처음에는 지적 욕구가 당기는 장르의 책들부터 읽자. 다수 의견에 따라 수동적인 책읽기(베스트셀러 읽기)를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읽기를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효과적인 독서법을 원한다면 한 권을 고집하기보다 항상 몇 권의 책을 놓고 마치 메뚜기가 나무를 뛰어다니는 것처럼 책을 읽는 것은 질리지 않고, 흥미를 잃지 않는 좋은 방법이다. 초중고에서 한 시간마다 과목이 바뀌는 이유와 같다.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범위의 책을 읽는 방법(수평독서)은 직업과 삶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고, 특정 주제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바람이나 필요성을 느낄 때는 한 주제에 대해서 여러 권의 책을 읽는다면(수직독서) 자신의 능력이 확장되고, 점점 심화되어간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책을 너무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작가의 노고老苦와 내용은 존중해야 하지만, 결코 그의 권위에 주눅 들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독서하라. 

  지금까지 실용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와 실용독서 방법에 대한 일반론을 살펴보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공병호 박사만의 실용독서 방법론’에 대해 알아보자. 주의할 것은 이 방법이 최선의 방법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저자는 이미 다독가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므로 그의 독서법은 실용독서를 시작하는 독자들에게 어려울 수 있고, 추구하고자 하는 방법론과 다를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공박사의 독서법은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저자의 독서법으로부터 내가 취할 수 있는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서였다. 독자들 역시 그런 마음으로 저자의 독서법을 대한다면 큰 소득이 있을 것 같다.  



 동영상 보기: 지식인의 서재-공병호편



공병호 박사의 실용독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착실히 읽어야 한다는 믿음을 버려라. 실용서를 읽는 목적은 책 속에서 얻은 지식을 신속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다. 먼저 책 겉표지와 날개에 실린 내용을 읽는다. 과장된 표현들이 있긴 하지만,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문장들이 여기에 있다. 2-3 분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서문을 읽어야 한다. 서문에는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책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어떤 주장을 펼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책의 본문은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다. 그러므로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책의 1장, 혹은 프롤로그부분을 먼저 읽어나간다. 그런 다음 결론이나 에필로그부분을 반드시 읽는다. 마지막 부분에는 아주 실용적인 지식들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본문은 객관적 사실이나 자신의 의견이 많지만, 결론 부분에서는 자신이 내린 결론이 어떻게 실용 가능한지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그 다음에는 본문을 공략할 차례다. 다시 한 번 목차를 보라. 목차 가운데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면 거기에 색 사인펜으로 동그라미를 치거나 밑줄을 선명하게 그어라. 그리고 그 부분을 중심으로 책읽기를 시작하면 된다. 읽다가 ‘배울 점’이 많다면 그 부분을 읽고, 배울 점이 없다면 읽기를 그만 두는 것이 좋다. 또한 온라인 서점의 책 소개를 읽어보는 것도 좋다. 책을 만든 편집자가 책의 핵심 메시지를 담은 정보를 담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안에 책의 핵심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실용독서는 필요한 부분마을 선택해 읽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여러 가지 색의 플러스 펜이나 사인펜을 사용하라. 책을 읽다가 중요한 정보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만나면 중요한 키워드에 동그라미로 표시해 둔다. 대단히 중요한 키워드는 두 겹 혹은 세 겹의 동그라미를 만들어 둔다. 중요한 문장은 가로줄을 치지만, 특정 문단이나 중요한 경우 세로줄을 하나 혹은 두 줄을 또렷하게 표시해 둔다. 이 문단 전체는 대단히 의미 있는 정보라는 뜻이다. 게다가 중요한 문단의 정도에 따라 별을 1-5 개 정도로 표시한다. 주목해야 할 부분에는 화살표를 표시하기도 한다. 

  지금 당장 하는 일과 관련된 정보들을 만나면 포스트잇을 붙여두어 나중에 ‘어느 책에서 보았더라’ 생각날 때 몇몇 부분에 붙인 포스트잇을 살펴보기만 해도 금세 원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도저히 놓칠 수 없는 정보들을 만나면 책의 모서리를 접는 방법을 사용한다. 우선 책의 상단 모서리를 접고, 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상단 모서리와 하단 모서리를 동시에 접는다. ‘이것은 너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는 각각 두 번씩 접는다. 아주 가끔은 세 번 접을 때도 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현안 과제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와 관련된 중요 내용들이 등장하게 되면 그런 정보들을 한군데에 정리해 둔다. 간단히 메모를 하는데 주로 책의 앞면이나 뒷면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창의성의 즐거움』이란 책을 읽었을 때의 기록을 살펴보자.

●창의성? - P 15, 17, 33

●어떻게? - P 28, 31, 47,59, 145, 168, 179

●벤치마킹? - P 198, 226, 319

 

내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책을 들게 된 이유는 인간의 창의성은 무엇인가? 그것을 어떻게 닦을 수 있을까? 그리고 앞선 사람들로부터 배울 만한 표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등과 같은 질문 때문이었다. (P 196)

  이렇게 해서 책을 모두 읽었다면 다시 한 번 첫 페이지부터 설렁설렁 넘기기 시작하라. 이때는 대충 읽어도 괜찮다. 넘기면서 모서리를 접어둔 부분을 중심으로, 줄을 친 부분을 대충 읽는다. 그리고 동그라미나 별표 등으로 강조해 둔 부분은 집중해서 책의 마지막까지 보도록 하자. 모두 읽었다면 이 책의 주요 내용들은 무엇인가?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 저자의 핵심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 내가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생각하며 마무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컬러 펜으로 중요 키워드에는 다시 한 번 동그라미를 치거나 체크를 함으로써 특정 부분의 중요도를 강조하여 ‘다시 기억 한다'라는 의미로 표시하라.

  책의 앞면에 요약본을 기록해 두면 책을 읽던 당시의 생생한 감동과 느낌, 그리고 분위기를 훗날에 되살릴 수 있기에 효과가 크다. 몇 년 몇 월 며칠에 읽었거나, 요약본을 썼다고 표기를 해두는 것이 좋다.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쓰는 일은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 정리하는 능력, 핵심을 재점검하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세우는 능력을 동시에 강화하게 된다.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약간의 시간을 확보하라. 그리고 단골로 방문하는 커뮤니티나 온라인 서점을 몇 군데 정해두라(저자의 홈페이지를 보면 서평을 볼 수 있다).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정기적으로 그곳에 글을 남기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독서법은 개선의 대상이다. 그냥 그 수준에 머물지 말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계속 전진해야 한다. 

  공병호 박사가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책에서 일부의 내용을 뽑아서 읽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실용서’이기 때문이다. 공 박사 역시 인물들의 자서전이나 문학, 소설의 경우는 느리게 음미해가면서 읽어야 한다고 했다. ‘실용서’는 말 그대로 관심있는 주제나 업무에 필요한 주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책을 신문이나 잡지를 보는 것처럼 ‘가볍게’ 대하라고 조언했다. 때로는 색 볼펜으로 표시를 하고, 책장의 모서리를 두 세 번씩 접어서라도 기억해야 할 것을 잡아내어 내 것으로 만들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공박사가 말하는 ‘실용독서의 기술’은 알고 싶은 내용을 얼마나 쉽고 빠르게,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잘 찾아내 기억하는 것이다.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 하는 데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배운 내용’을 적절히 활용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실용독서의 완성은 ‘실천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기존의 독서법(기술)에 관한 책은 주로 일반서와 실용서를 구분하지 않고 서술했기에 그 실행에 있어 다소 어려움이 있거나, 미흡했다면 이 책은 ‘실용서’만을 위한 독서기술을 서술하고 있어 유익했다. 게다가 많은 저술과 강연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공박사가 권하는 독서기술이어서 신뢰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독서가들의 인용문과 사례, 그리고 독서법이 소개되어 있어 그들을 살피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실용서는 재미없고,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 실용서를 읽는 새로운 재미를 알려줄 수 있는 책이다. 실용서를 온전하게 읽고 소화하는 법을 알고 싶다면 권하고 싶은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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