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프레임을 알아내어 자기중심적 관점으로부터 벗어나라! 

  <티핑 포인트>와 <블링크>라는 책을 발표하면서 일약 경제관련 밀리언셀러 작가가 된 말콤 글래드웰을 기억하는가? 2008년 <월스트리스저널>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경영사상가 10인’에 들 만큼 독보적인 경영저술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지난 해 <아웃라이어Outlier> 라는 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는 올 해 소개가 되면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 책의 핵심은 ‘1만 시간의 법칙‘이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자기 분야에서 최소한 1만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누구든 아웃라이어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세계적인 스포츠 플레이어나 뮤지션,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CEO 등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기질도 있었지만, 오랜 시간의 노력과 환경의 뒷받침이 오늘의 그들을 있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 책이었다. 이 책이 나온 후 수많은 독자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훌륭한 책이었다. 이 책에는 놀라운 사실이 하나 숨어 있는데, <아웃라이어>의 모티브에는 <생각의 지도>라는 보물 같은 책이 숨어 있었다. 

  <생각의 지도The Geography of Thought>의 내용을 대략 살펴보면 동서양인들 사이에는 사회구조, 자기개념의 차이가 있는데, 이는 사고 과정과 사고 내용에서 보이는 차이와 일치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사고의 체계에서 정말로 다르다면, 태도, 신념, 가치, 선호와 같은 심리적 특성들에서 나타나는 문화간 차이는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데 사용하는 생각의 도구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고 그것을 풀어나간 책이다. 생각의 도구의 핵심은 문화였다. 책의 저자인 리처드 니스벳Rechard E. Nisbett 교수동서양인의 생각의 도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개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 문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많은 실험들을 통해 증명해 내었다. 그리고 말콤 글래드웰은 이 책의 영향을 받아 <아웃라이어>를 쓸 수 있었고, 후반부에 있는 ‘비행기 추락에 담긴 문화적 비밀’과 ‘아시아인이 수학을 더 잘하는 이유’등 문화적 차이로 인한 결과를 설명하면서 21세기의 지식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다른 문화적 유산 역시 큰 영향을 미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생각의 지도>를 펴낸 니스벳 교수의 많은 실험과 연구에 결정적인 역할을 사람들 중에는 한국인 최인철 교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교수가 쓴 책 <생각의 도구>의 한국어판 번역을 맡기도했다.  장황하게 소개를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놀라운 작품의 지적 연결고리가 또 다시 줄을 이은 듯한 책을 만났기 때문이다.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를 읽었다. 저자는 니스벳 교수의 동서양인의 문화적 차이를 넘어 인간 본연의 심리를 건드렸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심리학의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마음의 창이라고 부르는 ‘프레임’에 접근하고자 했다. 그는 어떤 ‘프레임’을 통해 세상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삶으로부터 얻어내는 결과물들이 결정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최상의 프레임으로 자신의 삶을 재무장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도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풍경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창문이나 액자의 틀이고, 안경테인 셈이다. 프레임은 어떤 대상을 보는 것과 관련이 있고, 뚜렷한 경계 없이 펼쳐진 대상들 중에서 특정 장면이나 특정 대상을 하나의 독립된 실체로 골라내는 기능을 한다. 쉽게 말해 단순히 보여지는 것 뿐 아니라, 개개인의 관점(view point)들 역시 프레임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대화중에 말하는 ‘요즘 세상에 대한 논평, 주위 사람에 대한 설명 등은 모두 화자의 프레임에서 비롯된 정보라고 보면 된다. 한마디로 마음의 안경인 셈이다. 저자는 프레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프레임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새로이 수정하는 리프레임re-frame 작업을 통해 지혜로워진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내가 가진 프레임은 무엇이고 그 한계는 어디까지 인가 아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목적이 이 책을 읽는 목적이겠다.상위 수준 프레임과 하위 수준 프레임이 있다. 상위 수준 프레임은 Why, 즉 왜 이 일이 필요한지 그 이유와 의미, 목표를 묻고 비전을 물어 이상을 세운데 반해 하위 수준 프레임은 How, 즉 그 일을 하기가 쉬운지 어려운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성공 가능성을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절차를 묻는다. 예를 들어 벽돌을 쌓는 미장이 둘이 있는데, 한 명은 단순히 ‘벽돌작업을 한다’고 말하면 하위 수준 프레임으로 일을 하는 것이고,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상위 수준 프레임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둘의 차이는 상위 수준의 프레임을 갖고 있는 사람은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에 Yes라는 대답을 자주 하고, 하위 수준의 프레임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 반대의 대답을 자주 하게 된다. 그리고 이 두 프레임의 차이는 행복과 의미추구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저자는 자녀들이 의미 중심의 프레임(상위 수준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도록 할 수만 있다면, 거액의 자산을 남겨주지 않아도 험한 세상을 거뜬히 이기고도 남을 훌륭한 유산을 물려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프레임을 인식하는 이유는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합리적이지 못할 뿐 더러 감각적 경험은 애매해서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인식하게 된다. 인식을 주관하는 우리의 뇌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기도 하기 때문에 은메달을 딴 선수가 동메달을 딴 선수보다 덜 행복해하고, 내성적인가 외향적인가 질문의 방향을 바꿔도 대답을 달리한다. 특히 자기 프레임, 현재 프레임, 이름 프레임, 변화 프레임  이 네 가지 프레임은 우리 삶을 지배하는 핵심 프레임으로 작용한다. 자기 프레임은 그런 착각으로 상대방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오해와 갈등도 일어난다. 하지만 이 갈등에도 자기 프레임 때문에 서로 상대방의 무감각과 무능력, 배려 없음을 탓하게 된다. 지혜는 우리에게 이런 자기중심성이 만들어내는 한계 앞에서 철저하게 겸허해질 것을 요구한다. 현재 프레임은 벌어진 사건의 결과를 놓고 현재시점에서 ‘나는 그럴 줄 알았다’고 판단하거나, 자신의 과거를 현재에 투영하고 미화시켜 ‘우리 때는 안 그랬다’고 충고하려하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현재의 감정에 충실해 계획하려 든다. 이름 프레임은 돈에 공돈, 푼돈, 원래 가격, 할인 가격 등의 이름을 붙임으로서 방만한 소비를 부추기고, 같은 가치의 원화와 달러화인데도 숫자의 크기 때문에 달러로 표기했을 때 더욱 소비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돈으로 대표되는 신용카드와 포인트를 부문별하게 낭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경제적 합리성의 기본은 돈에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이다. 이것만 지켜도 경제적으로 지혜로울 수 있다. 변화 프레임은 선택의 순간, 특히 경제적인 선택의 순간에 찾아온다. 전통경제학이 말하는 합리적인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결과를 낳지만 조건만 바꿔도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손해보다는 이익을 보려하고, 여간해선 변화하지 않으려 하며, 내 것은 중요해 보이고, 남의 것은 평범해 보인다. 선택과 결정의 순간 우리는 ‘나의 선택이 과연 최선인가, 아니면 조건이 다른 프레임에 의해 속고 있는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어떤 프레임으로 제시되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 바로 그 능력이 경제적 지혜의 핵심인 것이다.이름 프레임 중에서 ‘원화와 달러화’였다. 저자는 돈의 단위가 돈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결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면세점에서 200달러의 고급 넥타이는 구입하면서 200,000원 가격표의 넥타이는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는 달러화인가, 원화인가 하는 화폐 이름 프레임으로도 달러를 선택할 것 같았다. 이렇게 본다면 외국인이 한국여행을 온다면 돈 단위가 높은 한화로 표시된 ‘관광 상품’은 달러에 비해 불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해외 관광수입을 위해서라면 원화의 화폐를 천분의 일로 줄여 달러화와 같게 하는 ‘디노미네이션’이 유리하겠다. 또한 실제로 화폐를 내지 않기에 신용 카드 사용이 낭비가 되는 것처럼, 카지노에서 칩을 이용하는 이유도 ‘보이지 않는 돈’를 노리는 프레임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프레임을 통해 살지만, 사실은 프레임에 갇혀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삶의 태도를 바꾸어 최선의 프레임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며 ‘지혜로운 사람의 10가지 프레임’을 제시하였다.   

프레임을 이해하는 것은 일종의 ‘마음 설명서’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프레임을 발견하고 한계를 인식함으로써 ‘나는 잘 알지 못하고,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함을 가져야 함을 알게 되었다. 단지 보고, 느끼고, 생각했다고 판단한 것들이 실은 내 스스로 프레임을 만들어 보고 있었고, 남이 만든 프레임에 속아 판단이 흐렸음을 배웠다. 저자가 서두에 “프레임으로 인한 이러한 마음의 한계를 직면할 때 경험하게 되는 절대 겸손, 나는 이것이 지혜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기존의 프레임을 리프레임하는 길은 우선 ‘겸손’해야 함을 강조했던 말임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무엇보다 현명한 지혜는 자기중심적인 나의 한계를 확인하면서부터 라는 것을 깨달았. 하루에도 최소 150 가지의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 불완전하고, 비합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우리가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그 대답을 확실하게 하지 못하겠다면 이 책을 펼쳐 볼 일이다. ‘나의 한계’를 아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아웃라이어>와 <생각의 지도>에 대해

  저자는 프레임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프레임은 한마디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향한 마인드 셋, 세상에 대한 은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프레임의 범주에 포함되는 말이다. 마음을 비춰보는 창으로써의 프레임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이끄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안하는 검열관의 역할을 한다.” (11 쪽)

  프레임은

  프레임에는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네 가지의 핵심 프레임 중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지혜로운 사람의 10가지 프레임

  의미중심의 프레임을 가져라

정말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가까운 미래나 현재의 일도 늘 상위수준으로 프레임해야한다. 일상적인 행위 하나하나를 마치 그것을 먼 미래에 하게 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의미 중심으로 프레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접근프레임을 견지하라

행복과 성공은 접근의 프레임을 가진 사람의 몫이다. 고 정주영 회장이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했다는 "해보기나 했어?"라는 말은 접근 프레임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하고 싶었지만 주저했던 일이 있다면 이제라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 자기 방어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밖의 세상을 향해 접근하라.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갈때, 새로운 일을 접했을때 늘 접근의 프레임을 견지하라. 

  ‘지금 여기’ 프레임을 가져라

현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일방적으로 희생되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행복으로 가는 길은 지금 순간을 충분히 즐기고 감사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프레임은 준비기로써 희생하는 현재가 아니라, 현재 순간을 마음껏 즐기는 대상으로써의 현재다.

  비교프레임을 버려라

진정한 마음의 자유는 자신을 다른 사라모가 비교하지 않는 데 있다. 과거의 자신보다 현재의 자신이 얼마나 향상되어 가고 있는지, 자신이 꿈꾸고 있는 미래의 모습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상의 비교가 남들과 비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생산적이라는 결론이다.

  긍정의 언어로 말하라

한 사람의 언어는 그 사람의 프레임을 결정한다. 따라서 프레임을 바꾸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은 언어를 바꿔나가는 것이다. 특히 긍정적인 언어로 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감사, 감동, 기쁨, 설렘, 만족...이런 단어들이 우리 삶 속에, 나아가 우리 아이들의 말 속에서 넘쳐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닮고 싶은 사람을 찾아라

누군가 본받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그 사람의 전기나 자서전을 읽고 그 사람처럼 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하고 반복적으로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그런 대상이 없다면 뮐러처럼 자신이 가장 되고 싶은 이상적인 자기를 만들어보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자신에게 들려줘라.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상상속의 이야기가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물건들을 바꿔라

본받고 싶은 인물의 사진을 걸어놓거나 가지고 다녀라. 자신이 닮고 싶은 롤 모델의 사진을 걸어놓는 행위가 그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프레임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를 떠올리기만 해도 상식문제를 더 잘 푼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체험 프레임으로 소비하라

행복은 소유 자체를 위한 소비보다는 경험을 위한 소비를 했을 때 더 크게 다가온다. 음식을 먹을 때, 단순히 습관적으로 식사를 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음식에 들어간 재료들을 음미하는 미식가로서의 경험을 추구해보라. 특히 나를 위한 것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 행복을 배가시킨다는 점을 기억하라. 누군가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행복 비타민이라고 프레임하는 것과 같다.

  ‘누구와’의 프레임을 가져라

탁월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 커다란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 자기 삶에 만족을 누리는 사람들, 이들에게는 거의 예외 없이 ‘누군가’가 있었다.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건 ‘어디서’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와’의 문제인 것이다. 

  위대한 반복 프레임을 연마하라

성인기의 성취라는 것은 그것이 어떤 영역이든 ‘중단 없는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복의 위력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인지심리학 분야에서 ‘10년 법칙’이라는 규칙이 존재하듯 우리가 천재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 상당수는 타고난 천재성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집중과 반복의 산물임을 기억하라. 프레임을 바꾸기 위한 리프레임 작업을 해야 한다. 단순히 마음먹기가 아니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근육을 늘리듯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새로운 프레임을 습득해야 한다.

  저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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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30분 - 인생 승리의 공부법 55
후루이치 유키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이레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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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친절하고 쉬운 공부법 책은 없다!

  책이 좋다는 것은 익히 알면서도 좀처럼 책을 붙잡지 못하는 것처럼, 평생을 두고 학습해야 한다는 소리는 귀가 닳도록 들었어도 좀처럼 하지 못하는 것이 공부다. 학창시절엔 선생님이 시험범위라도 가르쳐주셨으니 그 범위만 달달 외우고 시험을 보면 되었다. 하지만 평생학습이라니...무엇을 공부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학창시절에만 우등생이 있는 줄 알았더니, 사회에 나와서도 평생학습을 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가 싶어 자괴감이 들 지경이다. 시중에는 공부와 학습법에 관한 책이 많지만, 구체적인 학습법을 설명한 책은 많지 않다. 영어공부를 위해 성문기초영문법을 들까? 떠오르는 신흥강국인 중국에 대비해 중국어를 공부할까? 학원을 다닐까? 유명한 학원이 어디지? 책을 사 볼까?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는 뭐지? 그런데...퇴근하면 쉴 시간도 부족한데 언제 공부하지?

  책 <1日30分>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구체적인 공부법을 제시한 책이다. 사람마다 달라 해야 할 공부도 학습법도 다를 테지만, 공부를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직장인들에게 자신은 구체적으로 어떤 도구를 사용하고 어떤 환경에서 공부를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시간을 확보하면 되는지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직장인의 공부’란 독서를 포함해 나를 한 단계 높은 단계로 성장시킬 수 있는 모든 활동을 말하며, 진짜 공부는 졸업 후 하는 공부라고 말했다. 그리고 진짜로 중요한 것은 졸업 후 공부를 얼마나 꾸준히 지속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원제목은 1日30分」を続けなさい!-人生勝利の勉強法55다.

  저자인 후루이치 유키오古市 幸雄는 평범한 직장인에서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변신한 일본의 대표적인 직장인 성공모델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의 공부법의 핵심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공부가 미래를 만든다’는 것으로 매일 적은 시간이라도 꾸준이 공부에 투자하는 것이 자신을 위한 최고의 투자라는 신념에 기초한 <1日30分>공부법은 일본 직장인들의 열렬한 지지로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얻은 책이다. 이 정도에서 저자의 이력이 궁금해졌다. 그가 자신의 공부법으로 얻은 주요기술이나 자격은 MBA, TOEIC 980점, 영어 회화는 비즈니스 영어 수준, 영어과 중등 교원 자격증, MCSE(마이크로소프트 인증 시스템 엔지니어), MCDBA(마이크로소프트 인증 데이터베이스 관리자), MCSD for Microsoft NET(마이크로소프트 인증 솔루션 개발자), 선 마이크로시스템 인증 Java 프로그래머 등이다. 그가 무엇을 이루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일반 회사원이었던 그가 시간을 적절하고 사용하고, 스스로 학습법을 개발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기술과 자격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적인 학습법보다는 마음가짐이 100배는 더 중요하다며, 당장의 결과에 연연해 하지 않고 꾸준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공부하라’고 재차 강조하고 있었다. 바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라는 것이다. 습관은 무의식(잠재의식)에 행동 패턴을 새겨넣은 행위이다. 다시 말해 출퇴근 시간에 전철을 타거나, 혼자 있는 시간에 ‘자연적으로’ 책을 펼친다면 그것은 ‘독서 습관‘이 만들어진 것이다. 저자는 뇌과학의 관점에서 공부와 성적의 관계를 설명한 이카가야 유지의 책<기억력 학습법>의 예를 들며 성적인 1인 사람이 목표성적 1000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공부란 계속하면 누적성과를 나타내서 처음에는 진전이 거의 보이지 않는 듯 하지만 나중에는 폭발적인 성장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처음 성적은 1, 2, 4, 8, 16, 32, 64로 올라 목표성적인 1000에 오르려면 아직 한참 걸릴 것 같아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데, 이 고비를 넘겨 꾸준히 하게 되면 128, 256, 512,로 점차 가속도가 붙어 상승하면서 공부 성과를 피부로 실감하게 되어 곧 1024가 되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공부의 누적효과>에서 파생된 것이다. 

  이런 예는 독서습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에는 무슨 책을 읽었는지 내용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고, 저자가 누구였는지도 기억하지 못해 ‘시간낭비’한 기분이 들곤 한다. 하지만 꾸준히 읽어서 열 권, 스무 권 이상 넘어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람들과의 대화 중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말하거나, “000라는 책에서 그러는데 말이야...”하며 책을 인용하며 소개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작은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항아리에 계속 해서 물을 채우지만 언제 가득찰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찰랑찰랑 물소리가 나더니, 이내 넘쳐서는 물을 붓는 양만큼 흘러내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처럼 독서습관이 어느 정도 쌓이면 의도하지 않아도 책의 내용과 뜻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의 공부법에는 ‘공부성과 방정식‘이란 게 있다. 공부성과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시간이라는 것을 설명한 수식인데, y(공부성과)=a(교재와 교육서비스의 질)*b(집중력)*x(공부시간)²+c(과거의 공부량)이다. 다시 말해 교재와 교육 서비스 질, 그리고 과거의 공부량은 공부시간에 비하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하루 5시간씩 1주일간 공부하는 것보다 날마다 30분씩 5년간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몇 십 배는 더 효과적이라고까지 말했다. 시간관리가 공부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부할 시간은 어디에서 빼내야 가장 좋을까? 바로 TV다. 평일에 최소 2시간 정도 TV를 본다는 가정한다면 우리는 1년에 얼만큼 TV를 보는 것일까? 무려 1,040시간이다. 이를 17시간(하루 24시간 - 잠자는 시간 7시간)으로 나눈다면 61일. 정확히 두 달 동안 TV에 쏟아 붓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하루에 단 두 시간 정도만 TV를 볼까?

‘거실을 서재로’라는 이름의 독서캠페인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침실를 제외하고 집안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를 휴식을 취해야 할 곳에 TV가 있으니 자연스레 TV를 켠다. ‘TV시청습관‘이 든 것이다. 저자는 공부할 시간 확보를 지금까지 TV에 할애했던 시간을 잘 조절하는 것에서 쉽게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꼭 봐야할 프로그램이 있다면, 녹화해 두었다가 나중에 보는 방법을 추천했다. 광고를 빨리 돌리거나 건너뛰면 60분 분량의 프로를 40분 이내에 볼 수 있어 시간도 절약되기 때문이다. 

  영어 전문가이기도 한 저자는 ‘영어 학습법’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설명했다. 매주 영어 학원을 다니는데 왜 영어 실력이 늘지 않을까? 하는 독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답은 “공부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영어 학원에 다니면 학원에서 어떻게든 해주겠지 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거리에 수많은 영어 학원 그 어디를 다녀도 영어 회화가 전혀 늘지 않는 사람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요즌 학원 밖에서 얼마나 많이 공부할 수 있는가에 따라 성패가 좌우한다.” 저자는 영어를 일정 레벨 이상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연간 1,000시간, 최소 750시간은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1주일에 20시간 정도는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학원만을 의지하거나, 적당한 수준에서 공부하려고 한다면 결국 영어 공부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열과 성의를 다해 공부하는 것도 아니게 되어 따로 공부하지 않고 학원을 다니는 것은 금전이나 시간, 노력 면에서 가장 손해 보는 학습법인 셈이다.  

  효율적인 공부성과를 위해서는 식사도 중요하다. 우선 과식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후에는 목욕등 다른 활동을 해서 식후 바로 공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식사 - 목욕 - 공부순으로 하면 좋다. 야채와 밥을 중심으로 식사하는 것이 좋다. 고기와 생선 단백질은 위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소화도 오래 걸릴 때는 8시간 이상이나 될 만큼 더디다. 특히 식후에 과일을 먹거나 요구르트와 같은 유제품을 먹으면 음식의 조화가 깨진다. 매번 식사 후에 1시간 정도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배가 든든한 식품을 먹어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식습관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3시간을 상당부분을 공부하는데 쏟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했다. 

  마지막 장인 ‘학습 효율을 높여주는 도구’는 좀 더 특별하다. 학습에 도움을 주는 도구를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00사의 00제품을 이용했더니 좋더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강연회나 강좌에서 강연자가 제시한 방법론에 대한 마지막 질문엔 “선생님은 어떤 책, 어떤 제품을 쓰셨습니까?”라는 구체적인 질문이 따른다. 저자는 마치 독자들에게 강연을 할 때 질문을 받은 것처럼 자신이 체험해서 유익했던 도구와 제품을 이토록 상세히 말한 책은 처음 봤다. 

  공부시간과 휴식시간을 적절하게 교대하여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타이머를 이용하고, 밖에서 공부할 때는 A4형 클립보드와 귀마개를, 비용대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의자 - 조명 - 책상 순으로 투자하기를 권했다. 특히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므로 의자에 투자하는데 아낌이 없어야 한다며 ’허먼 밀러 사의 에어론 체어‘를 적극 추천했다. 두한족열頭寒足熱, 즉 공부를 위해서는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해야 한다. 따라서 겨울에 서재에서 공부할 때는 주로 전기히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상쾌한 기상을 돕는 도구로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알람보다는 진동 손목시계 등이 좋다. ‘방법론’을 이야기한 실용서의 마지막 결론은 항상 ‘실천’을 강조하는 것처럼 이 책의 효용을 확인하는 방법은 자신에게 필요한 방법을 찾아 직접 체험하는 수 밖에 없다. 바통은 독자의 실천으로 넘겨진 셈이다.

  평소 꾸준하게 자기관리삼아 공부를 했던 사람에게 이 책은 ‘내용이 별로인 책’일 수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자신이 평소에 하던 방식 그대로여서 딱히 특별할 것이 없어서다. 게다가 식사는 어떤 식단이 공부하는 데 좋고, 제품은 어느 회사의 무슨 제품이 좋다고 소풍가는 아이의 배낭을 챙겨주는 엄마처럼 구술하는 내용은 ‘웃길 만큼 유치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 처음부터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 절박한 사람들이 정작 필요한 내용들은 어쩌면 이런 ‘세세하고 꼼꼼한 추천’일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사용했던 ‘수단과 방법’을 모조리 알고 싶기 때문이다. 2007년 일본에서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는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이 점인지도 모른다. 생활에 큰 변화 없이 무리하지 않고, 쉽게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 직장인들에게는 좋은 계기가 될 친절한 개인교사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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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으로 산다는 것 -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드럽게 힘든 자리, 대한민국 사장의 현실을 이야기한 책!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 고등학교를 팽팽 놀다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대학'을 들어간 동생. 두 달을 채 못넘기고 ‘너무 멀어서’ 다니기 싫다며 자퇴서를 제출한 녀석과 그날 밤 술 한 잔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물은 질문이었다. 못마땅한 심정을 싸잡아 던진 질문에 녀석의 대답은 가관이었다. “사장이요.” “사장? 뭐 하는 사장?” “그냥 사장이요. 여행사에서 여권 수속을 대행하는 알바를 하고 있는데, 우리 여행사 사장은 외제차타고 출퇴근 하고 일도 별로 안하는 것 같고 매일 밤마다 술 마시고, 골프치고 ... 폼나더라구요.” 기가 막혀서 술이 다 깰 뻔 했다. 난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선후배들과 동업으로 사업이란 걸 시작해 바로 조금 전까지 허리를 90도 아래로 절하며 거래처 관계자에게 접대하고 돌아오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월급쟁이로 살 껄’하며 거듭 후회를 했던 터 였기 때문이다. 애당초 생각부터 틀려 먹은 동생의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헛꿈일랑 일찍 깨어라, 임마. 네가 사장이면, 파리가 새다.” 

  모든 직장인이 한 번 쯤 갖는 꿈은 ‘사장이 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 백, 수 천 명의 직원을 호령하면서 가장 높은 층, 가장 넓은 사무실에 앉아 세상에 이름을 날리는 이들이 사장이 아니던가? 일반 직장인 수십 명의 월급과 그 많은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장이란 말이다. 일간지와 경제지에 매일 보는 수많은 CEO들의 성공스토리를 보고 있노라면 사장이라는 자리는 세상을 다 가진 사람들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보인다. 대기업의 회장은 언감생심 꿈이라 쳐도 멋진 창업 아이템으로 자수성가한 성공기업가는 누구에게나 열린 문이 아닐까? 뭐, 정 안되면 월급쟁이 사장 CEO는 어떠랴? 이런 생각 안 가져본 직장인 거의 없을게다.  

  나 역시도 며칠 전 읽은 리처드 브랜슨의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는 책을 읽고, 잠깐 동안 그가 되어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으니까. 정작 그 자리에 오르신 사장들 말씀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고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란다. 한마디로 ‘죽을 맛’이란다. 책 <사장으로 산다는 것>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장들은 마치 결혼한 녀석들이 총각들에게 ‘넌, 절대로 결혼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것처럼 사장으로 산다는 게 그리 녹녹치 않다고 말한다. 첫 장을 펴면서 빈정이 상해 ‘엄살 좀 떨지 마시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섯 장 정도를 넘기면서는 조금 전의 생각을 얼른 주워 담았다. 저자가 말하는 그들의 하소연은 결코 엄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시 책의 앞표지를 살폈다. 제목을 미처 다 읽지 못했었다.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사장이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숨겨진 그들의 진짜 속내를 밝혀낸 책이다. 일간지의 기자로 근무하다가 프랜차이즈 체인점을 운영해서 실패를 보고 곧이어 벤처기업을 차려 모두 6년 동안의 사업경험을 하다가 다시 주간경제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광원 기자가 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필력이 있는 기자가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의 입장에서 펜을 들은 셈이다. 저자는 자기만의 사업을 꿈꾸고 있는 이들이나 꼭 사장이 아니더라도 조직의 리더가 될 사람들을 위해 CEO들의 마음을 대변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만난 CEO들 중에서 지금의 자리가 즐겁다고 한 사람은 있었어도, 쉽다고 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원고가 만들어지기까지 만 6년이 걸렸다는 저자의 고백이 무색하지 않았다. 경제지의 기자답게 수많은 기업가들의 인터뷰(기업과 실명도 거론된다)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풍부한 자료들로 가득 했다.   

내용의 특성상 인터뷰 역시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진실에 다가설 수 있었고, 사장이 되려는 이들에게는 소중한 자료로 남을 것 같았다(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CEO가 읽어야 할 책으로 뽑힌 바 있다). 사장은 후회해서도 안 된다. 항상 앞을 보고 가야 한다. 사장이 제자리에 머물면 사원들이 앞으로 나아갈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끊임없이 나아가야 할 앞 길 역시 사장이 내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선장은 피가 나도록 혀를 깨문다”는 말이 있다. 생도에게 조종을 맡기면 더 이상의 지시를 하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어야 한다. 사장 역시 참아야 한다. 지시를 내리면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참아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이 스스로 자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장은 무엇이든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 말은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을 자기가 하는 것이다. 무리를 이끌기 위해서는 드럽게 힘이 들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직원들에게 화는커녕 웃으면서 다독어야 하는 리더들. 겉으론 웃지만 속은 썩어만 간다. 그들은 오늘도 인내한다. 인내는 일을 느리게 하는 것도,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내가 나의 일 안에서 좌절을 견딜 수 있는이다. 내가 계속 고통을 받아도 손을 놓지 않는 것, 이것이 인내다. 사장의 길은 인내의 길이다.  

성공하기 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고, 성공하고 나니 이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것이 리더의 삶이다. 공장 바닥에 떨어진 나사 1개에 대해서도 리더와 직원의 생각은 다르다. 직원은 달랑 20원 짜리 나사라고 보지만, 리더는 나사 1개가 빠진 채로 제품으로 팔렸으니 불량품 하나가 만들어진 셈이다. 한없는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고, 밀려오는 중압갑에서 해방되고 싶은 사람들이 리더들이다. 그들은 때로는 한 달마다 척척 나오는 월급을 받으며 즐거워하는 경리 여사원이 부럽기까지 하다. 입사해서는 사장을 부러워하며 뛰었지만, 이젠 말단사원이 부러워지는 아이러니를 겪는 사람들, 이들이 리더다. 직장인의 꿈이 결국 모순덩어리의 리더란 말인가 싶어 서글퍼졌다. 그런데  이 책을 집어든 데 에는 저자의 화려한 이력이 한몫을 했다.

 사장은 외롭다 - 사장의 자리가 외로운 것은 ‘고독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직원이 조언을 하고, 참모가 아무리 자료를 풍부하게 마련을 한다고 해도 결국 결정은 사장이 해야 한다. 그 결정의 순간엔 아무도 없다. 결정에 대한 책임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회사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사인을 하는 순간은 직원과 그들 가족의 생존권이 위협받을까 두렵고, 사인을 안 하자니 회사 전체가 몰락할까 두려워 항상 힘들다. 특히 직원을 해고를 결정할 때가 가장 외롭다. 하지만 해고도 비즈니스다. 모택동이 대장정에 올랐을 때 나머지가 전멸할 것을 알면서도 군대를 3분의 1로 나눈 것은 중국공산당을 살리기 위해서였고, 제갈공명이 그가 아끼던 부하 마속의 목을 울면서 친 것도 군대의 기강을 위해서였다. 건물을 멀쩡하게 놔두면서 사람만 조용히 죽이는 중성자탄을 닮았다 해서 ‘중성자탄 잭’이라 불린 잭 웰치 역시 해고 역시 자신의 업무 중 일부지만 가장 싫고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장은 냉혹해야 한다. 외로움은 리더가 앓아야 할 병이다. 리더가 감내해야 할 형벌인지도 모른다. 외롭지 않으면 리더가 아니다. CEO가 된다는 것은 혼자가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경영자 10명 가운데 7명이 각종 질환으로 고생한다는 통계가 있다. 68.4%가 고혈압과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더 큰 질병은 외로움일 것이다. 

  사장은 괴롭다 - 등대에 불을 켜고 밤새 등대를 지키는 일이 고독하고도 힘이 들 듯 사장은 회사를 지키기 위해 하루 24시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한다.

 사장도 때로는 월급쟁이이고 싶다 “ㄱ사장은 며칠 밤을 뜬 눈으로 새웠다. 한동안 입에 대지도 않던 술을 마셔보기도 하고 다리가 굳도록 달리기를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자리에 눕기만 하면 피곤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참을 수가 없었다. 오른 쪽으로 눕고 왼쪽으로 눕기를 몇 십 번, 그러다가 결국 끙 하면서 일어나고야 만다. 담배를 피우면 좀 괜찮을까, 아내 몰래 저녁 무렵 사온 담배를 피워봤다. 벌써 25년이나 끊은 담배였다. 목이 컥했다. 호흡을 가다듬어 몇 모금을 빨아봤다. 휴··· 멍한 눈길에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담배연기가 들어왔다. 나도 저렇게 사라질까.“ (190 쪽) 

 새벽에 나가 자정에 들어오는 생활로 청춘을 바쳤던 회사의 수장을 맡아 여기저기 도장을 찍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사를 받게 된 어느 사장의 밤 이야기는 수사를 목전에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리더들의 그날 밤이 아닐까. 진실은 차지로 두고 우선 책임을 져야 하기에 그들이 갖는 비애는 무엇으로도 설명되지 않을 것이다. 

  결론에 이르러 저자는 ‘사장도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리더는 너무 외롭고, 무척이나 괴롭다. 그리고 무리로 몰려다니는 직원들이 부럽다. 리더도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다. 리더들에게도 칭찬이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하다. 아랫사람들의 칭찬은 리더도 춤추게 하고, 그들의 위로는 침몰하는 리더를 부레처럼 건져 올린다. 회사에 들어가면 ‘줄을 잘 서라’고 말한다. 그 줄에 사실 ‘리더’는 없다. 직원들은 당신이 사장감이라고 부추겨 나무에 오르게 해놓고, 땅에 서서 힘껏 나무를 흔들어 떨어뜨리려 한다는 것이다. 글을 마치면서 저자는 다시 한 번 리더(사장)을 보라며 이렇게 말했다.한 명의 리더가 제 눈으로 일사불란하게 관리할 수 있는 직원 수는 고작 스무 명이라는데, 그 이상의 수 백, 수 천의 직원을 책임진 사장들의 불안감과 고통은 어떻겠는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하는 일이 잘못되면 상처는 리더에게만 남는 게 아니다. 모두에게 남는다. 서로에 대해 고개를 돌리지 말아야 한다. 한 번 돌린 시선과 고개는 여간해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영어의 Think(생각하다)와 Thank(감사하다)는 같은 어간이라고 한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서로에게 감사할 일이 많다. 그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보는 눈길이 필요하다. 그들도 인간이니까.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니까.” (에필로그 중에서)

 호출기가 있던 시절 다방에서 ‘김 사장님’을 찾으면 열에 아홉이 일어났다고 했던가? 자영업자든 영세상인이든 무엇인가를 꾸려나가는 사람은 누구나 사장이다. 대로변에 위치한 담배가게의 주인도 사장이고, 골목 한 켠에서 호떡을 구워파는 노점상 주인도 사장이다. 차라리 제 한 몸 움직이는 작은 사장이라면 사업을 접든 펴든 제 마음대로 결정해도 상관없으니 마음이라도 편하겠다.

  엄연한 현실은 리더가 직원의 입장일 수 없고, 직원이 리더의 입장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더라는 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불평의 잣대 위에 올려놓고 그를 평가하기엔 그의 밑에서 리더를 손가락질하며 일하는 우리들이 초라해진다. 계급장을 떼고 본다면 리더는 우리의 동료다. 누군가 회사를 떠난다면 옆집 아저씨와 다름없는 사람인 것이다. 저자는 언젠가 그 자리에 올라서고 싶은 사람이라면 리더의 쳐진 어깨를 한 번 쯤은 인간적인 관심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가벼운 위로와 칭찬이라도 건네보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가장 외롭고 불쌍한 사람은 그들일지도 모르니까. 이 땅을 살아가는 리더들에게는 위로를, 리더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책이었다. 직장인이라면 꼭 한 번은 읽어봄 직한 책이다.

  지금껏 리더를 말한 책들이 그들의 업적과 겉모습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그 내면에 숨겨진 진솔한 리더의 모습을 말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함부로 접근할 수 없어 뜬소문만 가득한 그들의 세계를 심도있게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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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용설명서 - 단 한 번뿐인 삶을 위한 일곱 가지 물음 인생사용설명서 1
김홍신 지음 / 해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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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에게 장총찬의 부활을 요구한다

 

  1989년 대동제를 앞둔 어느 봄날, 모 대학의 교양 국어 수업시간이었다. 강의 도중에 한 남학생이 일어나 국어교수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강의실에 제가 사랑하는 여학생이 있습니다. 그녀에게 제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좌중은 어수선해졌지만, 교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남학생은 준비한 꽃다발 한아름을 들고 여학생에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만 담았을 뿐 차마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친구들의 도움으로 오늘 이렇게 당신에게 꽃을 바칩니다. 제 마음을 담을 이 꽃다발을 받아 주십시오.” 처음에 놀란 여학생은 창피해서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못하고 있다가 꽃다발을 받으면서 “고맙습니다.” 말했다. 순간 여학생 옆에 있던 학생들이 일어나 파티용 폭죽을 터뜨리고 꽃가루를 날리며 환호했다. 남학생의 친구들이었다. 수업을 듣던 학생들도 환호를 하며 축하를 해주었다. 남학생도 창피해져서 제 자리에 앉아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내 길지 않은 삶을 살진 않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내 인생에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남겨주었고, 또 다른 학생들에게도 사랑을 할 때 필요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알려준 것 같습니다. 난 젊은 여러분이 부러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게 큰 배움을 얻었는데 이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어떻게 수업을 할 수 있으며, 여러분은 어떻게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까? 오늘은 휴강합시다. 그리고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두 학생에게 A학점을 줄까 합니다.” 

  한동안 그 교실에 학교가 떠나갈 듯 큰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 이야기는 오래 전 어느 캠퍼스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안타깝게도 난 그 자리에 없었다. 홀아비 쉰 내 푹푹 풍겨나는 3학년 교실에서 ‘대입 모의고사’로 국어 문제나 풀고 있었을 것이다. 다음 해 그 대학의 새내기가 되어 학교 앞 2층에 있는 ‘학사주점’에서 1년 전 그 날 수업을 들었던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래서 그들이 누구였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다만 한 명 교수가 누구였는지는 또렷이 기억한다. 그 교수의 이름은 김홍신이었다. 그의 말이 장미꽃 한다발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

  열 다섯 살이었던가? 내가 김홍신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건 ‘인간시장’이라는 소설을 통해서였다. 부조리로 얼룩진 80년대의 대한민국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악으로 깡으로 밀어부친 젊은이 장총찬의 활약을 다룬 소설이 ‘인간시장’이다. 부정부패를 일삼는 정치인, 사이비 교주, 인신매매단, 심지어는 일본으로 건너가 야쿠자를 혼내주는 장총찬의 활약상을 책으로 읽으면서 난 ‘소설’이라는 장르, 특히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 ‘물건’인가를 그 때 알았던 것 같다. 나중에 진유영이라는 장총찬에 딱 어울리는 배우가 주연을 맡아 영화를 찍었고, 그 후에도 몇 번 드라마로 제작된 적이 있는 멋진 소설이다. 선배들이 기억하는 ‘국어시간의 그 사건’이 어느 교수님 시간이었다면 난 아마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인간시장>의 소설가 김홍신이 내가 다니는 대학의 교수였다는 사실을 ‘묘한 인연’으로 느끼며 놀랐기에 아직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닐까. 책 <인생사용설명서>를 만난을 때 그 날을 또 기억한 것처럼.



 

당신은 누구십니까 

왜 사십니까

인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이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누구와 함께 하겠습니까

지금 괴로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겠습니까

    이 책은 소설가 김홍신이 강연, 강의, 대담, 글 등을 통해 나누었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다. 크게 일곱 가지의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제시함으로써 나의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를 스스로 생각하도록 꾸미고 있다. 

“하물며 가전제품 하나에도 사용설명서가 있는데, 우리 삶에 그 같은 지침을 왜 찾지 않는 걸까요? 단 한 번의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인생사용설명서를 갖춰야 합니다.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손꼽아봅시다.”

  건강, 웃음, 사랑, 행복 등 인생에서 중요하지만 쉽게 깨닫지 못하는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한다.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들은 당연하다 여기고 늘 존재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당장은 하나뿐인 내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오늘 이 순간을 사는 것도 복됨을 알게 했다. 인생을 다시 관조하게 되는 질문과 답은 마음의 평화를 주기에, 보다 나은 인생을 위해 기운을 차리기에 큰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말이라지만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아직은 이렇게 아름다운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싶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홍신을 인생을 논하는 노교수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모자람이 있기 때문이다. 독자로서 그를 더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글은 한참 뒤에나 봤음직한 글이 아닌게 하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올해로 예순 셋을 맞이한 그가 인생을 논하기가 새삼스럽진 않다. 하지만 항상 젊을 것만 같은 ‘장총찬’같은 그가 인생운운 하는 글을 읽자니 자못 서글퍼졌다. 그의 나이듦이 곧 그렇게 되어버린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던가. 기세등등한 문체를 자랑하던 그가 겸양어를 쓰는 모습도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반가운 부분은 3장 ‘인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였다. 우리 민족의 웅혼한 기상을 알리고, 초강국이 되어버린 중국을 상대로 발해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민족적 자존심을 드높여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는 대하역사소설 ‘대발해’의 그때를 보는 듯 했다. 무척이나 반가웠다. 소설가 김홍신은 아직 젊다. 그는 이런 수필보다는 소설로 만나고 싶다. 사상 유래없이 8년 연속 의정평가 1등을 한 국회의원으로서 보고 듣고 배운 세상이 얼마나 많겠는가? 모두 고스란히 토해놓길 바랄 뿐이다. 원래 ‘장총찬’의 이름은 ‘권총찬’이었던 것으로 안다. 군부독재시절에 태어난 소설의 운명은 제 이름도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이제 권총찬이 부활해서 오늘날의 부조리를 파헤쳐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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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 괴짜 CEO 리처드 브랜슨의 도전과 창조
리처드 브랜슨 지음, 이장우 옮김 / 리더스북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도전의 대명사, 버진 그룹 리차드 브랜슨의 열정과 비전을 배워라!

 

  리처드 브랜슨Rechard Branson.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도전(모험), 재미 그리고 그가 일하는 회사 버진 그룹Virgin Group이 떠오른다. 영국의 대표적인 모험가이자 사업가인 그는 음반, 항공, 콜라, 콘돔, 금융, 화장품, 미디어, 철도, 의류 등 무려 350여 개의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 특이한 점은 버진 그룹Virgin Group은 주식회사가 아닌 개인회사라는 점이다. 그는 이 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버진은 개인회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나는 규칙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만약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할 수 있는 한 가장 최선의 방법을 취할 것이며, 또한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뭔가 특별하고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오면 ‘오호~ 그거 재미있는데?’ 하면서 관심을 두고 관찰한다. 그러면 그 ‘재미있는 것’은 몇 달 후 어김없이 버진 그룹 산하의 회사가 만들어진다. 그는 회사의 크기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좀 더 편안하고 만족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사업체의 존재이유는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손을 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두고 있다. 리처드 브랜슨이란 사람은 누구일까? 그토록 사업이 놀라운 성공을 만드는 비결은 뭘까?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를 펴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원제목은 Screw It, Let's Do It (Expanded Edition): 14 Lessons on Making It to the Top While Having Fun & Staying 이다. 

  화려한 사업이력 만큼 그에 대한 세상의 평판도 놀랍다. 

2000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수여받음

2002년 세계적인 경영컨설팅그룹 ‘엑센추어’가 선정한 50대 경영구루 중 한 명으로 선정

2005년 영국 BBC 방송이 선정한 ‘지구촌을 이끌 베스트 11’에서 넬슨 만델라, 빌 클린턴에 이어 9위로 선정

2006년 영국 피메일퍼스트가 선정한 영국 최고 영웅 5위로 선정

버진그룹이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기업 TOP 3 중 하나로 선정됨

  리처드 브랜슨은 ‘창조경영’이란 말이 있기 전부터 창조경영을 했던 사람이다. 대신 창조경영이란 말 대신 ‘괴짜 창업자’, ‘모험을 즐기는 괴짜’, ‘경영계의 이단아’, ‘히피적 자본가’, ‘ 엔터테이너 CEO' 등으로 불렸다. 이 표현들은 묘하게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표현하는 말들이기도 한데, 스티브 잡스가 예술적인 심미안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면, 그는 재미있고 즐거움을 선사하며 세상을 놀라게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리처드 브랜슨은 확실히 괴짜다. 그는 멋들어진 양복을 입고, 마호가니 책상에서 아랫것들이 올려주는 결재서류에 싸인이나 하는 그런 CEO를 혐오한다(주식회사로 전화했다가 자비로 주식을 다시 모두 사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판에 박힌 경영전략이나 마케팅 법칙들을 철저하게 무시한다. 대신 ’세상이 원하는 바‘를 찾아내 세상에 선보임으로 그냥 두어도 팔리게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녔다. 이제 리처드 브랜슨을 대표하는 키워드인 도전, 재미, 버진 그룹으로 낱낱이 살펴보자.

 도전  1984년 리처드 브랜슨은 미국에서 아일랜드까지 가장 빨리 횡단한 선박에 수여하는 ‘블루 리밴드Blue Riband상을 찾아오기 위해 겨우 2,000마력의 엔진이 부착된 65피트짜리 경량급 쌍동선을 타고 출발했다. 하지만 매서운 폭풍우를 만나 목적지를 60마일 앞둔 지점에서 배가 가라앉게 되어 죽을 목숨이 되었다가 지나가던 배에 구조되어 살아난다. 1년 후 그는 다시 도전해서 엔진이 고장 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목적지에 도착해 블루 리밴드상을 거머쥔다. 그리고 상을 받은 다음날 열기구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자는 제의를 받는데, 그는 지금껏 열기구로 대서양을 횡단한 사람도 없고, 기구를 타본 적도 없었다. 고민 끝에 도전을 제안한 사람에게 이렇게 물었다. “자녀분이 있습니까?” 그러자 “예, 둘이 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그가 도전한다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성적으로 ’도전‘을 즐긴 그는 이 결정에 대해 “내가 하면 안 되는 올바르고 타당한 이유들은 많았다. 반면에 도전해보겠다고 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도전의 유혹이 너무나 달콤해 뿌리칠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도전을 사랑하는 그였지만 그에게는 변하지 않을 하나의 원칙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무슨 일이든 잘하고 싶으면 빈틈없이 계획을 짜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내린 도전의 정의는 이렇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조건 하라. 두려움을 떨치고 날아가지 못한다면 목표가 무엇이든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재미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즐겁게 일하면 돈은 자연스레 굴러들어온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에게 사업이 성공하고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이유를 묻는다면 그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비결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을 할 때 꼭 지키는 규칙도 없다. 단지 열심히 일하고 뭔가를 할 때에는 항상 할 수 있다고 믿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즐기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는 일과 재미는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휴식도 좋고 휴일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하든 간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스스로 즐겨야 한다. 일을 통해 영감과 만족감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인생의 대부분을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 그런데 지겨운 일을 한다면 그것처럼 무의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일과 즐거움 사이에 균형을 이뤄야 한다.” (72 쪽)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기 위해 자메이카에 갔다가 훌륭한 뮤지션들을 만나 계약을 하고, 무일푼인 상태에서 자신의 회사의 이름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버진 아일랜드’에 갔다가 환상의 무인도인 ‘넥커 섬’을 발견했다. 돌아갈 비행기 삯이 없어 경비행기를 빌려 ‘버진 항공사’라 속이고 돈을 받고 사람들을 태우고 무임승차해서 돌아오면서 항공사를 만들 꿈을 키웠다. 모든 것이 “즐겨라. 그러면 돈은 저절로 들어온다”는 신조가 현실화된 사례들이다. 리처드 브랜슨의 사업 방식의 핵심은 ‘재미’다. 그에게 있어 재미란 모든 것을 풀어나가는 열쇠다. 그는 어떤 일이 더 이상 재미가 없어질 때가 ‘일을 바꿔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불행하게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열심히 일해서 돈도 벌고 친구도 사귀어라. 일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도 즐겁게 지내라. 그런데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다면, 직장과 개인생활을 분리시키고 당신만의 시간을 즐겨야 한다. 그리고 당신의 사장이나 회사가 당신이 즐길 수 있는 돈을 대는 것이라고 생각하라. 그러면 좀 더 행복해질 것이고, 삶과 일을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90 쪽)

 버진 그룹Virgin Group  리처드 브랜슨은 자신이 주최한 진취적인 남녀 청년들 중에서 가장 강인하고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기에 적합한 사람을 뽑는 미국 TV 프로그램 ‘빌리어네어, 최고의 인재를 찾아라’에서 우승한 숀 넬슨에게 100만 달러를 건네주는 순간, 한 가지 제의를 했다. 동전 던지기를 해서 원하는 면이 나오면 그보다 훨씬 큰 상을 받을 수 있고, 지면 지금까지의 도전과 100만 달러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제안을 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은화입니까, 아니면 수표입니까?” 우승자인 숀 넬슨은 곰곰이 생각한 끝에 수표를 쥐면서 이렇게 말했다.“동전 던지기로, 내게 주어질 많은 돈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은 감수하지 않겠습니다.” 그 역시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불가능해 보이는 이들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건 정확히 계산된 위험들일 때다. 나는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있어서 항상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본다’고 생각했었다. 흡족하게 생각한 리처드 브랜슨은 100만 달러 짜리 수표와 함께 전 세계에 200개나 되는 회사들을 소유하고 있고, 직원만 해도 5만여 명에 이르는 버진 그룹을 석 달 동안 대표가 되어 기업경영을 직접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가 CEO로서 버진 그룹에 전력을 다하는 일 중 하나는 직원들이 자신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 속에 선천적으로 내제된 장점을 스스로 발견해서 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을 믿어라. 당신은 할 수 있다. 대담해져라. 그러나 무모한 도박을 하지는 마라.” 이것이 바로 직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일의 재미와 기쁨을 찾게 하는 그의 방법이었다. 그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전형인 것이다. 리처드 브랜슨은 동전던지기 대신 100만 달러 짜리 수표를 선택한 숀을 채용하였다. 그리고 채용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나는 항상 숀과 같은 사람들에게 있는 것, 즉 그들을 남들과 구별되게 만드는 것을 찾고 있다. 버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특별하다. 그들은 말 잘 듣는 양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귀담아들을 만한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그들의 재능을 썩힐 거라면 똑똑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97 쪽)

  리처드 브랜슨은 또한 버진 그룹의 ‘얼굴마담’이다. “내가 직접 몸으로 광고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그는 60 살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버진이라는 이름으로 도배한 열기구를 타고 성층권까지 올라가고, 프릴이 달린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타나는가 하면, 두 기구 사이에 놓인 널빤지 위를 걸어 90미터 상공에서 번지점프를 했다. 말 그대로 ‘버진을 신문 1면에 올리기 위해 별의별 미친 짓을 다 했다. 그가 펼치는 육탄 광고는 지극히 선정적이다. 하지만 그의 광고와 브랜딩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항상 자신의 제품에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그는 유명 연예인이 나오는 낡은 방법이나 재미없고, 정직하지 않은 광고가 싫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남들보다 조금 더 열정적일 뿐이었다. 

  리처드 브랜슨에게 주목해야 할 것은 200 개의 회사를 개인적으로 소유한 갑부인 점도 아니고, 하늘로 바다로 이제는 우주로 도전을 감행하는 모험가인 점도 아니다. 재미있는 일을 찾아내고, 일 속에서 또 재미를 찾아냄으로써 일과 놀이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그의 능력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과 같이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무한경쟁사회'를 사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인 것이다. 그는 아울러 이렇게 강조했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러다 보면 승리자도 있고, 패배자도 있으며, 때로는 불공편한 일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모든 조언은 ‘불행하게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는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바로 ‘나’를 위해 나답게 살라는 것이었다. 그의 말처럼 내가 내 배의 선장이고, 운명의 주인이라는 철저한 주인정신이 없이는 인생은 타인의 것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삶에는 어떤 성취도, 보람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남에게 휘둘리기 싫어서 주식회사를 접고 개인회사로 돌렸다. 그는 스스로가 좋아서 죽음을 무릅쓰고 모험을 하며, 60의 나이에 스스로 광대처럼 광고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것을 즐기며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일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 그리고 도전정신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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