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경제.인생 강좌 45편 - 윤석철 교수의 경영학 특강
윤석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경영학계의 거목, 한국적 경영의 진리를 고민하다

 

  “인간은 일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존재, 그래서 일을 잘 하기 위한 학문이 필요하고 그것이 경영학이다.” 로 책의 시작을 여는 윤석철 교수의 책 <경영·경제·인생 강좌 45편>은 한국 경영학계의 거목이 우리의 삶과 일 그리고 기업 경영의 근본에 대해 고민한 내용들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의 탄생 이야기는 참 재미있다. 일간지와 경제지에 실었던 컬럼들을 일본에 사는 교포 교수가 일어로 번역해 책을 만들어 일본에서 먼저 출간되고, 나중에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만난 감사는 오히려 저자인 윤석철 교수보다 재일교포 교수에게 해야 할 판이다. 저자는 경쟁은 선택이 아닌 필요악이 된 요즘, 경쟁을 일work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일을 잘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어떻게 일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이 책의 화두로 삼았다.

  저자는 일을 잘 하기 위한 학문이 경영학이라면, 경영학의 화두는 일이라고 하는 것은 종업원들이 기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서 일의 조직 차원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그로 인해 생산된 제품 또는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가치로 인정받아 일의 소비적 차원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일에 소요되는 코스트는 절감되고, 이윤은 늘어나 일의 경제성 차원의 조건도 충족시킬 수 있을 때 완성된다고 보았다. 말은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 그래서 저자는 21세기의 경영자는 인간의 필요, 아픔, 정서를 파악할 수 있는 감수성으로 고객의 수요를 예측해야 하고, 과학과 기술도 예측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경영자는 자기를 따르는 수동적 다수의 수용受容과 존경을 받아야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 하나 하나에서 연상되는 인물은 ‘스티브 잡스’였다. 그를 염두하고 한 말은 아니었을까? 감수성으로 빛나는 디자인과 첨단의 과학 기술을 접목한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그는 지금도 더 나은 기술과 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열광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오늘날의 ‘무한경쟁사회’를 살아가는 법에 대해 말했다. 자유주의 상회에서 생존경쟁은 선택이 아니라 삶을 위한 숙명의 길이라고는 하지만, 자유경쟁사회는 승자나 패자 모두에게 스트레스 혹은 좌절감을 안겨준다. 특히 그 사회는 부조리 즉, 인간의 이지를 좌절시키는 비합리성을 낳아 인생의 의미를 찾으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실직 혹은 가정파탄의 고통 속으로 던져지고 있다. 부조리가 만연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연에서 찾아야 한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존 전략을 세우며 그에 맞게 신체구조를 진화시킨 자연 생태계를 닮아 환경에 적응하고, 적절하게 전략을 수립하여, 자신 스스로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위기 때 마다 업종을 바꾸고, 조직구조를 개편해서 살아남은 듀퐁사의 사례는 수억 년 역사를 가지는 자연의 생존지혜를 닮은 것이다. 자유경쟁사회에서 약육강식의 생존법칙은 피할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오늘날 번성을 누리는 종들은 과당경쟁이 없는 황무지를 찾아 그것을 개척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현명한 삶의 방식이다. ‘나도 남들 따라하기’로 약육강식의 제로섬 게임에 끼지 말고 프런티어 정신으로 무장하여 황무지를 찾아 나서라. 힘들지만 경쟁 없는 영역을 찾아내면 살 수 있다. 프런티어 개척이 어렵다면 3D 산업 즉,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을 택하라. 의식주 등 인간에게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3D산업에서 나온다. 그래서 3D산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할 수 밖에 없다. 무한경쟁과 부조리 속을 살아갈 또 다른 방법은 ‘너 살고, 나 살고’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론(인仁 모형)을 개발하는 것이다. 저자가 던지는 해결책은 블루오션과 3D업종이었다. 블루오션에 대한 논의는 많이 되었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3D업종은 그동안 잊혀졌던 해결책이다.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에코경제학이 급부상하는 지금 3D업종이라는 해결책은 인식의 전환을 제시했다. 

  그리고 올바른 경영의 길은 ‘서로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이라면서 ‘너 살고, 나 살고’는 곧 주고받음 즉, Win-Win전략임을 이야기했다. 공룡은 멸종했지만, 곤충과 현화식물, 포유류와 열매식물은 서로를 도와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종이 되었다. 주고받음(give&take)이 삶의 기반이다. 사람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가 국민을 잘 살게 해 주면, 국민은 국가에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다할 것이고, 기업은 고객의 필요와 기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된다. 결국 ‘줄 수 있어야 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주고받음’의 시작은 감수성에서 비롯된다. 경영자가 주고받음의 삶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감수성 즉, 상대방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감지하는 정서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그들과 접촉하는 가운데 발휘될 수 있다. 그리고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높게 평가하는 문화를 배양해야 한다. 이러한 상상력의 기술적 타당성을 실험하기 위해서는 탐색시행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 창조경영의 개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창조경영의 대상이 상대를 살리기 위함이고, 그 방법은 감수성과 상상력을 통해 발휘된다는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한 창조경영을 찾느라 아직도 답을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살리기 위한 창조경영이라면 그 해답은 더욱 가까운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업의 생존방법 역시 소비자를 위하고, 종업원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였다. 기업의 생존부등식은 제품의 가치(V) > 제품의 가치(P) > 제품의 코스트(C) 순서이다. 기업은 원가절감의 노력만으로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보다 우선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는 또한 직원들의 인생 생존부등식에도 부합된다. 인생의 생존부등식은 가치 > 봉급 > 생활비(생계비) 순이 되어야 한다. 직원들에게 있어 봉급은 생활비보다 많아야 하고, 충분한 봉급보다 자신이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면 회사에 대한 만족감은 극대화된다. 이러한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는 일이 결국 경영과 인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시장에서 나온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의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우선 제품 본연의 기능에 의해 평가되는 가치인 이성적 차원의 가치(성능)과 자기 개성의 표현이나 심미적 취향같은 감성적 차원의 가치(디자인)가 있다. 마지막으로 불가피한 불량이나 하자에 대한 품질관리는 제 3차원의 가치(품질관리)가 된다. 이러한 소비자의 가치를 높이려면 기업은 2가지 유형의 지식 즉, 제품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데 필요한 지식인 제품기술과 기획 설계된 사양에 따라 제품을 불량 없이 생산하는데 필요한 지식인 생산기술이 필요하다. 

  기업의 흥망은 슈펭글러의 생명주기이론과 토인비의 도전 응전 이론을 결합함으로써 설명할 수 있다. 기업조직의 노후화 시장구조와 소비자 취향의 변화, 주력제품의 생명주기 도래 등 암암리에 나타나는 ‘도전’을 제때에 인식한 후 이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할 수 있는 창조적 소수의 지속적 등장이 기업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 제1의 필요조건이 된다. 따라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창출하려면 먼저 창조적 소수를 발굴 육성해야 한다. 이것은 창조적 소수를 전제로 하지 않았던 과거 인사관리 시스템의 수정을 의미한다. 또한 공동체가 발전하려면 공동체를 위해 자기희생적으로 일하는 사람, 즉 지성적 소수가 필요하다. 창조적 소수와 지성적 소수가 계속해 많이 배출되는 가정이나 기업, 국가는 발전을 거듭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집단은 쇠퇴해 갈 것이다.

  저자는 경영학의 학문적 목표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종업원에게는 기쁨을, 소비자에게는 만족을, 기업에게는 이윤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일을 기획하고 설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기업경영이 어렵고 따라서 일에 대한 탐구는 영원히 계속되어야 한다. 이상 3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일의 탐구, 그것이 경영학의 학문적 목표다.” 우리는 기업을 만들 때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든다. 돈이 되는 물건, 돈이 되는 서비스를 발견할 때 이를 널리 알리고 빨리 팔기 위해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기업의 나아갈 바는 제일 먼저 종업원과 소비자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의 수명이 짧은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겠다. 기업가는 회사를 차린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원에게 일하는 기쁨을 주도록 업무환경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우선 만들 수 있어야 진정한 기업가라고 할 수 있다. 경영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업가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는 ‘트렌드’와 ‘아이템’에 급급하지 않는가? 직원은 비정규직으로 모두 돌리면 그만인 소모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고객을 보면 두툼한 지갑을 먼저 떠올리지 않는가? 이 책을 읽고 답을 스스로 찾아봐야 할 것이다. 

  45개의 컬럼으로 엮였기에 주제도 다양해 통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자연과학과 우주과학, 인문학적 사례들로 더해진 컬럼마다 경영과 인생의 소중한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짧지만 강한 메시지, 30여 년의 경영학적 통찰력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글이었다. 저자의 강의가 듣고 싶어지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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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돈 - 정부와 은행이 쉬쉬하는 진짜 경제학 경제에 통하는 책 2
나선.이명로 지음 / 한빛비즈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지금은 투자가 아니라 돈을 모아야 할 때 !  


  최근 경제 고수 사이에서 조용히 읽히는 경제학 관련서가 있다. 지난 2월 초판 1쇄를 찍었는데, 4월 현재 9쇄를 찍었으니 거의 20,000 정도 팔린 ‘경제학 분야의 베스트셀러’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왜 그렇게 조용히 잘 팔리고 있을까? 겉에서 얼핏 보기에는 ‘주식투자 길라잡이’처럼 다 소 큰 크기의 책이라 ‘그렇고 그런 초보책’ 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저자들이 다름 아닌 Daum의 경방고수 나선 선생과 상승미소로 알려진 이명로씨가 함께 저술했다.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경제학의 궤를 달리하는 특별한 책이다. 한 편의 ‘음모론’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책 <똑똑한 돈>을 소개한다. 부제목 ‘정부와 은행이 쉬쉬하는 진짜 경제학’이다. 저자는 시작부터 달러의 붕괴는 곧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국가는 사기꾼이고, 민족은 빚쟁이들이라며 현재의 통화공급, 신용확대 정책은 결국은 언젠가는 터질 거품을 부풀릴 뿐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커져만 가는 거품이 터지는 때의 고통은 더 참담할 것이고 그 회복 기간은 적어도 한 세대가 지나야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7월 현재 우리나라에 ‘바닥론’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 할 수 있다. 지난 2월에 발간된 책이니 그 때는 이런 말을 할 만도 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모두 읽고난 후에도 그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작금의 경기상황을 두고 한 말이 아니라, 화폐 제도의 역사를 볼 때 자체가 모순덩어리이기 때문에 이번 금융위기 역시 터질 수 밖에 없는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화폐의 역사란 무엇인가? 

  돈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돈이 진정 무엇이고, 현재의 세계 경기불황이 왜 일어났는지 그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자급자족의 경제생활에서 잉여 생산물을 물물교환해서 부족한 자원을 충족시킬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노동의 분업과 특성화가 생겼다. 그리고 곧 이동성과 내구성, 물건을 쉽게 나눌 수 있는 분리성을 겸비한 물물교환의 중간 매개체가 등장했는데, 이것이 곧 돈(물품화폐, 금속화폐)다. 금과 은, 귀금속의 돈은 잉여 생산의 상징이 된 것이다. 시장의 필요에 따라 주조업자에 의해 생산되던 금속화폐는 그 생산량에 따라 물가를 올리고 내릴 수 있음을 알게 된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해 ‘국가의 통화정책’ 수단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네로 황제는 늘어나는 조세 저항 때문에 세금을 인상할 수 없게 되자, 은화에 들어가는 은의 양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다가 은화의 가치가 떨어져버려 시장에서 아무도 물건을 팔려고 내놓지 않는 상황을 맞게 된다. 결국 로마 제국은 위조 은화를 발행하여 권력 유지를 위한 세수를 조달하고자 했지만, 경제파탄으로 세수는 더 줄어 제국의 멸망을 촉발하게 되었다. 

  현대의 화폐 제도는 명목화폐(신용화폐)다. 즉, 화폐 자체에 들어간 종이 값과 금속값 과는 상관없이 화폐에 표시된 숫자상의 가격을 화폐가치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그 화폐를 사용하는 국가 내의 구성원들이 중앙은행이 발행한 그 화폐의 가치를 제도적으로 신뢰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신뢰의 기초는 바로 ‘국가가 그 화폐를 세금으로 받겠다’는 약속이다. 신용화폐는 케인즈 학파의 시조라 불리는 존 로John Law에 의해 국가 세금으로 인정한 로열뱅크에서 만든 은행권으로 탄생하게 되었는데, 국채를 지렛대(레버리지)삼아 10배의 은행권을 발행하는 부채 시스템으로 활용된 은행권은 결국 미시시피 버블이 되어 터지고 만다. 인류의 돈의 역사를 살펴보면 부富는 돈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돈을 발행하는 사람들에게 전이되는 재분배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달러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건국 주역들은 국가가 돈을 관리하는 중앙은행 제도를 거부하고 금본위 제도를 기본으로 하는 금융제도를 세웠다. 하지만 유럽의 부분 지급 준비금 보유 은행 제도였다. 이것은 만약 은행이 100달러 만금의 금을 예금으로 가지고 있다면, 그 열 배인 10,000 달러만큼 은행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 절름발이제도다. 1907년 뱅크런bank run(대규모 인출사태)이 발생하며, 금융공황이 생기자 은행 카르텔들이 중안은행을 설립하게 되는데 이것이 연방준비은행(FRB)다. 연방준비은행은 미국 정부의 재무 대리기관으로, 미국 내 상업은행의 지금 준비금을 관리하고 그들에게 자금을 빌려주며, 미국내 통용되는 지폐를 발행한다. 다시 말해 미국 달러화의 발행 주체는 미국 정부가 아니라, 한국은행처럼 국가 기관인 중앙은행도 아니며, 태생적으로 민간은행인 것이다. 연방준비은행의 역할은 무한한 신용창조와 통화공급이고 국가에 보장한 것은 국가 채권의 매입과 연장debt service이다.

  연방준비은행의 부분 지급 준비금 제도의 무한한 신용창조 역시 뱅크런을 일으켜 세계적인 대공황이 일어나자 1944년 44 개국이 브레튼우즈 체제에 가입하며 금 1 온스 당 35 달러의 금태환을 보장하며 각국 통화를 달러에 고정시키지만, 1960년대 말 베트남 전쟁 등으로 군사비 지출이 늘어나 달러가치가 폭락해 외국의 금태환 요구가 급증하자 1971년 닉슨 대통령은 외국에 달러를 금과 태환해 주는 것을 중지시켰는데, 이 때부터 달러는 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진정한 명목화폐가 되었다. 다시 말해 언제든 달러를 마음대로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이러한 새로운 금융 연금술은 실패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2007년의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주택가격은 두 자릿수 이상 상승하고, 원자재를 대표하는 원유 가격은 3배로 올랐다. 결국 신용으로 만든 거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터지고 말았다. 지난 2008년에 미국과 한국 등 세계는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고 시장에서 자산을 매입했지만, 경제의 추는 이미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경제주기가 바뀐 것이다. 

  저자는 화폐의 역사를 통해 보았을 때 주식, 부동산 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은 경제가 좋아지고, 나빠지는 때문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반대로 내리거나 오르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즉 정부와 중앙은행에 의한 신용 사이클이 우리들에게 거대한 경기주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금이라는 실물에서 벗어난 오늘날의 화폐 개념은 돈이라는 자체는 모두 국가의 빚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달러는 미국 정부가 세금을 거두어 갚겠다는 국가의 빚에 대한 증서이고, 원화는 한국 정부가 세금을 거두어 갚겠다는 국가의 빚에 대한 증서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경제에 통화팽창과 통화수축이 주기적으로 일어나 경제주기가 일어나는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공급과 국가· 기업· 개인들이 빚을 지려는 의지가 바뀌는 때문이라고 보았다. 

  중앙은행의 통화공급 정책에 사람들이 놀아나고 있다고? 사람과 물건(기업) 그리고 시장이 경제주체인 까닭에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 역시 같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그의 주장에 ‘이게 무슨 말이냐’ 싶어 처음엔 혼란스럽고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하지만 곰곰이 읽어보면 저자 역시 일반인의 생각에 일치한다. 다만 ‘금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화폐’가 생겨난 이후부터 돈은 ‘빚을 갚겠다는 증서’로 변해 버려 정부와 중앙은행은 되도록 돈을 많이 찍어내는 ‘인플레이션’ 상황을 만들어야 국가가 움직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말이다. 정부와 미디어는 매년 3-4%의 늘어나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원자재 가격의 상승, 경제성장과 투기꾼의 잘못으로 해석하거나 미래의 수익에 맞춰 가격을 만들려는 인간의 탐욕 때문이라고 정당화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진정한 의미는 중앙은행의 통화공급과 신용팽창으로 늘어난 돈만큼 가능해진 것이다. 물가지수만 본다면 설명할 수 없는 가격상승의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저자는 정부의 통화공급 정책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자원resource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시키는 결과, 즉 돈을 늦게(비싸게) 빌리는 개인이나 자영업자에서 일찍(싸게)빌리는 은행, 정부, 독점기업으로 자원을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으로 통화가 늘어난 만큼 돈의 가치는 하락되어 빚을 많이 진 정부와 은행, 독점기업은 빚이 줄어들고 우리의 임금과 저축은 인플레이션의 통화가치 하락만큼 돈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현재 중앙은행들이 지금 무서워하고 있다. 이자율을 한없이 낮추며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돈을 빌리려 하지 않고 시중 통화량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신용팽창으로 돈을 100배까지 튀겨야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데, 돈을 갚아 버리거나, 파산으로 인해 시중에서 돈이 사라지고 있어서다. 현재 디플레이션 상황이 온 것이다. 저자는 디플레이션은 자산가치의 하락이 아닌 참의미의 신용수축으로 보았다. 즉 디플레이셔은 인플레이션 시기의 잘못된 투자와 경제구조가 바로잡는 기간인 셈이다. 비정상적인 신용팽창으로 가능했던 지나친 소비와 생산구조가 자연적인 치유인 이 디플레이션 과정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시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뉴스를 비롯한 대중매체는 디플레이션을 중병으로 취급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잘못으로 디플레이션이 일어났다며, 시장의 규율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경제기사를 반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기사가 말하는 팩트fact에 대해 왜 그 일이 벌어졌는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근본 원인을 한 번 더 생각해해 한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왜 그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그들이 얻는 이익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기사가 전하는 막연한 ’희망‘을 믿기 보다는 팩트fact를 분석하면서 그들이 말하는 희망이 맞는지, 그 뉴스를 반대로 이해하면서 근본 원인과 그들이 그 경제기사로 무얼 얻으려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분석과 예측을 하는 훈련과 습관이 언론이 강요(?)하는 메트릭스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미디어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 말라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의 신용팽창과 신용수축에 대한 경제지표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돈의 흐름과 위험도를 보여주는 이자율, 그리고 양적 팽창과 그 결과를 보여주는 통화량과 통화속도 등을 인식할 수 있으면 경제주기의 큰 그림 안에서 자산을 지키는 방법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 구체적인 자산을 지키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금을 투자하라. 금은 어느 누구의 빚이 아닌 돈이다. 단 금을 보유할 때는 가진 현금에 대한 헤지수단으로 소량을 보유하라. 시상시에 사용할 만큼만, 자산의 10% 정도 선에서 금 매입을 고려하는 게 금 가격 변동에도 별 걱정없이 지낼 수 있는 방법니다. 우리나라에서 금에 투자한다는 것은 국제 금 가격과 원/달러 환울이라는 두 가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므로 실물(골드 바)에 투자하는 것보다 은행의 금 투자 상품을 권한다. 

다음은 주식이다. 정부는 주가 하락기에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 기관투자자를 동원하곤 한다. 주식투자자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시기와 더불어 정부가 기관투자자를 움직여 주가 받치기를 감행할 때는 서둘러 주식시장을 떠나야 할 때다. 디플레이션 시대에 주목해야 할 경제지표는 세계 경제의 활황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발틱 운임지수(BDI)와 중국의 여러 가지 경제 상황 지표들,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의 차이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이다. 부동산 하락의 끝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그동안 늘어난 아파트 재고가 정리되어야 하고, 투자로 구입한 아파트의 수가 줄어야 한다. 이것을 제일 먼저 알려줄 지표는 신규 아파트 및 주택 건설동향이다. 그리고 법원의 부동산 경매 낙찰률, 법원 재매각 건수, 부동산 실거래량을 등을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주요 지표들을 확인하면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면, 단순히 언론이나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보다는 실패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본문 요약>

  결론적으로 현재는 인플레이션 주입으로 넘쳐 났던 부채가 사라져야 시장이 정상화되는 시대이므로 모든 자산의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시대에 가장 좋은 방법은 수익을 내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정부가 금리를 낮추며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은 결국 시장에 돈이 그만큼 귀하다는 것이며,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서 인력을 줄이려 하는 것도 결국 귀해진 돈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반 가계 역시 어렵게 모은 돈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자산관리 방법이다. 바로 버는 돈의 10-15% 정도를 금, 달러, 유로, 엔으로 교환하여 지금 가지고 있는 자산의 또 다른 가치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자산을 지키는 것이 가장 좋은 자산관리법이라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문이나 뉴스의 행간의 숨은 뜻을 알면 투자길이 보인다고 말한다. 개미군단이 주식투자에서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와 은행, 그리고 미디어의 뉴스를 정보라 믿고 덤비는 때문은 아닐까? 정작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이 화폐의 생산와 소비를 통해 돈을 주무르고, 그 앞에서 바람잡는 거간꾼이라고 본다면 그 정보는 ‘돈 버는 정보’가 아니라 ‘돈 잃는 정보’인 셈이다. 이 책은 시장경제체제를 정면에서 보지 않고, 옆 혹은 그 뒷면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그래서 화폐를 만들고, 이를 관리하는 이들이 왜 그토록 디플레이션에 전전긍긍해 하는가를 알 수 있도록 설명한 책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일반적인 경제론은 ‘개미들이 보는 경제학’이었다면 이 책은 ‘권력자 혹은 부자들이 보는 경제학’을 고발한 책이다. 이 책이 미디어의 광고없이 소리없이 읽히는 이유도 그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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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이노베이션
톰 켈리,조너던 리트맨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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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그룹 IDEO가 밝히는 이노베이션의 모든 것!

 

  지난 2005년 보스턴컨설팅그룹이 50여 개 국가와 각종 기업들을 조사연구에 의하면 기업 성공의 필수적인 요소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통한 성장’이라고 열 명의 선입 중역 중 아홉 명이 대답했다. 기업의 장기 성장과 브랜드 개발에는 이노베이션 문화가 궁극적인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특히 요즘처럼 저가 공세가 판치는 세계시장에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이노베이션을 통한 성장이 최고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발전능력을 판단하는데 있어서도 얼마나 신속하게 혁신하고 재충전하는가에 주된 관심을 갖고 있다. 

이노베이션innovation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기업 속에 이노베이션 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세계 최고의 디자인 기업 IDEO를 이야기한 책 <유쾌한 이노베이션The Art of Innovation>을 펼쳤다. 이 책은 얼마전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책을 추천하면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를 위해서는 고객의 숨은 니즈까지 찾아 충족시켜주는 진정한 의미의 이노베이션이 반드시 필요하다.이 책을 통해 일등LG를 향한 도전과 혁신에 많은 시사점을 얻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전 IDEO의 CEO 였던 톰 켈리Tom Kelly와 조너던 리트먼Jonathan Littman이 함께 썼다. 

  IDEO는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와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 사무소 등에서 직원 500명을 거느리고 있으며, 그들에게 컨설팅을 의뢰한 기업들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세계적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휴렛팩커드, AT&T, 네슬레, 보다폰, 삼성전자, 항공우주국(NASA), BBC 등 다양한 산업분야의 기업들이 IDEO의 디자인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삼성, LG, 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 한샘 등이 IDEO에 디자인을 의뢰한 바 있고, 특히 1995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1000만 달러를 투자해 디자인 혁신 작업을 시작할 때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한국 내에서도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IDEO가 산업 현장에서 체험한 혁신 사례를 통해 이노베이션 문화를 회사에 구축하는 아이디어를 경영자의 입을 통해 생생하고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는 IDEO의 풀스토리를 담았다. 이 책은 이미 오래 전인 2002년에 국내에 출간되었지만 아직도 이노베이션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IDEO가 이노베이션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이고, 내용 또한 학술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지금껏 경험한 리마커블한 사례들을 가지고 이노베이션을 이해하기 쉽게 담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회사 직원들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IDEO의 사장 톰 켈리는 회사의 분위기 조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직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낡은 규칙은 임의로 깨뜨릴 수 있으며, 자신이 일하는 공간을 자기 집처럼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IDEO가 ‘대학 캠퍼스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직원은 대학의 새내기 같은’ 그런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이 경영 방침이라고 말한다.” (13-14 쪽)

  저자가 전하는 이노베이션의 핵심 과정은 사무실의 환경과 자유로운 브레인스토밍, 프로토타이핑, 체험이었다. 우선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무실 환경을 들 수 있다. 사업을 ‘놀이’처럼 신나는 프로젝트로 생각했던 창업자의 뜻처럼 일반 회사와는 달리 사무실 환경을 구성원 모두 제 마음대로 내부 공간을 꾸몄다. 뚫린 천정 개인 공간 표시를 위한 간이 칸막이, 벽 사이 뚫린 구멍, 천정에 매달려 있는 비행기 날개와 출퇴근용 자전거까지 회사라기보다는 아이디어 공장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무런 제약없고, 구속되지 않은 공간, 그 속에서 무한한 창의력은 생산되고 혁신innovation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이노베이션의 핵심 과정 두 번째는 자유로운 브레인스토밍이다. 저자는 브레인스토밍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브레인스토밍은 우리 IDEO에서는 종교나 다름없다. 거의 날마다 실천하다시피 한다. 브레인스토밍자체가 흔히 장난스럽기는 하지만 도구로서 그리고 기술로서도 브레인스토밍은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규칙이 많지 않은 회사에 몸담고 있는 우리는, 브레인스토밍을 이루는 내용과 그것을 조직하는 방법에 대해 아주 확고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브레인스토밍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매월 한 번 이상씩 브레인스토밍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짧아서도 너무 길어서도 안된다. 60-90분이면 적당하다. 그 이상이 되면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의 수준이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IDEO가 제시하는 유쾌한 브레인스토밍의 7가지 비밀은 다음과 같다

1. 초점을 명확히 한다  - 훌륭한 브레인스토밍을 위해서는 훌륭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A 제품에 대해 고객이 지적하는 Bfksms 불만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이다.

2. 규칙을 만든다 -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비판하거나 반박하면서 시작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찾아 나서라. 엉뚱한 아이디어를 격려하라. 시각화하라

3. 아이디어에 번호를 매긴다 - 넘치는 아이디어에 번호를 매기는 일은 커지는 숫자를 통해 브레인스토밍이 얼마나 거침없이 진행되는지 알 수 있고, 현재 위치에 대한 감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아이디어와 아이디어 사이로 도약하는놀라운 방법이 된다. 

4. 때로는 단숨에 뛰어넘는다 - 최고의 사회자는 처음 단계에 가볍게 건드리며 대화가 나오도록 분위기를 띄워야 하고, 관념적인 얘기들로 아이디어가 정체될 때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5. 아이디어를 사방에 기록한다 - 팀원 모두가 볼 수 있는 매체에 기록하라. 모든 벽과 평평한 표면을 종이로 덮어라. 아이디어를 여백에다 써놓고 스케치하면서 이리저리 방안을 걸어다니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생겨난다. 

6. 워밍업 시간을 갖는다 - 빨리 말하는 낱말 놀이 등은 정신을 맑게 하고 팀원들이 더욱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한다. 

7. 바디스토밍bodystorming을 실시한다 - 훌륭한 브레인스토밍은 흔히 입체적이다. 우리는 2차원을 넘어 3차원을 요구한다. 나무 토막, 스티로폼, 파이프, 접착 테이프 등 쓸모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고 살펴보는 바디스토밍을 통해 여러 가지 개선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불쾌한 브레인스토밍의 경우도 있다. 반드시 보스가 먼저 말할 때, 모두에게 순서대로 차례가 돌아갈 때, 전문가만 발언할 때, 특별한 장소를 잡아서 할 때, 진지한 말만 할 때, 메모를 위한 메모에 집착할 때가 그때이다. 

  이노베이션의 핵심 과정 중 마지막 세 번째는 프로토타입이다. 이것은 일종의 시안, 시제품, 모형을 뜻하는 말로 프로젝트가 만난 난관 앞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창조적 도구일 뿐 아니라, 개인이 힘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게 하는 문화적 영향력이다. 애플 디자인의 성공 비밀도 역시 프로토타입에 있다. 신속하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한 마디로 말해서 해답을 얻기 전에 미리 행동하는 것이다. 또한 모험을 거는 것이며, 장애물을 극복하고 바른 길을 가는 것이다. 

  그들에게는IDEO Way즉, IDEO 방식이란게 있다. 그들만의 업무수행과정을 말하는데 디자인 의뢰 주문이 들어오면 다방면의 전문가들을 구성해 현장에 나가 ‘관찰’하고, 관찰된 내용을 토대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한다. 세 번째 단계는 프로토타입 다시 말해 ‘가상모델 만들기’의 과정을 거친다. 네 번째는 ‘세련화 과정’(Refining), 최적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 적용 가능한 디자인을 몇 가지로 압축, 이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는 작업이다. 마지막은 ‘실행’, 최종적으로 디자인을 만들고 완성품을 내놓는 것이다. 그들은 디자이너이기를 거부한다. 디자인은 예쁘고 눈에 띄는 것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선택하게 만들고 실제 사용에서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며 실용주의적인 시선으로 디자인을 바라본다. 이 점이 세계가 그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비결일 것이다. 

  지금껏 이노베이션을 머리 좋은 책상물림들의 아이디어 결과물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노베이션은 뭔가 더 나은 것을 찾기 위해 관찰하고, 생각을 모으고, 실행으로 옮기는 즐거운 작업이고 놀이인 것이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알려준 요점 중에 가장 인상적인 말이 있었다.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 명사(생각)가 아니라, 동사(행동,체험)를 생각하라. 이것이 당신의 회사 혹은 브랜드와 접촉하는 보든 사람에게 놀라운 체험을 제공한다.” 이노베이션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행동하고 체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노베이션은 고단한 노동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일 때 최고의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배웠다. 이노베이션의 모든 것을 알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4 년 후인 2005년, 두 저자가 다시 쓴 책 <이노베이터의 10가지 얼굴The Ten Faces of Innovation>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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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원점
스즈키 도시후미 지음, 이석우 옮김 / 큰나(시와시학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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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 회장이 말하는 편의점 대박성공 비법!

 

  어린 시절 우리 동네 구멍가게 이름은 ‘비원상회’였다. 엄마한테 구걸하다시피 백 원짜리 동전 하나 얻으면 달음박질로 달려가는 그곳은 먹거리 천국이었다. 가게로 들어서는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면 매쾌한 내음을 풍기는 안쪽에 늘 주인 할아버지는 세상에 있는 걱정은 다 가지고 계신 듯 잔뜩 찌푸린 표정 담배를 피우고 의자에 앉아 계셨다. 한없이 인자한 웃음을 지니신 할머니가 계실 때는 내 마음껏 아이쇼핑을 할 수 있지만, 할아버지가 계실 때엔 뭐든 되도록 ‘빨리’ 사야 했다. 어림잡아 1분을 넘기면 사지도 않으면서 두리번거린다고 알밤을 맞거나 ‘뭘 훔쳤냐?’고 주머니 수색을 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스께끼를 살 때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할아버지는 위로 올리는 냉장고 문을 항상 큰 자물통으로 잠궈 두셨다. 함부로 문을 열고 물건을 고르면 냉기가 다 빠져나간다는 이유에서였다. 유리창 너머로 먹고 싶은 것을 고르면 할아버지는 느릿느릿 걸어나오셔서 자물통을 열고 빼꼼이 문을 열고 아이스께끼를 꺼내서는 냉장고에서 혼이라도 빠져 나갈까 ‘쾅’ 하고 얼른 닫으셨다. 유치원 이전부터 거의 초등학교를 마칠 때 까지 그곳을 들락거렸는데, 그곳은 늘 그랬다. 

  ‘비원상회’보다 더 큰 구멍가게는 없을 뿐 더러 제일 가까운 곳이라 난 그곳을 단골 삼아 다녔는데, 부모님은 다른 이유가 있더라. 아부지는 집근처에서 담배와 수제 막걸리를 파는 유일한 곳이어서, 엄마는 한두 푼 남겨두었던 외상값이 솔찮게 모인 빚쟁이의 가게여서였다. 게다가 구멍가게 할아버지는 동네 유지인데다 ‘반장’까지 맡고 계셔서 밉보이면 좋을 게 없었다. 가끔 엄마가 막 만들어 온기가 남은 손두부나 도토리묵을 건너 동네 가게에서 사오는 날에는 몰래 숨겨 오거나, 빙 둘러 한참을 걸어오시곤 했다. 내 돈 주면서도 얻어먹듯 물건을 샀던 시절, 그 때는 그랬다. 세상은 변해 구멍가게의 몇 배 크기에 10%정도 값도 싼 슈퍼마켓이 생기더니, 1990년 초부터는 하루 종일 물건을 살 수 있는 편의점이 생겼다. 편의점이 생긴 즈음 난 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학교 정문 앞에 L편의점이 처음 생겼을 때 ‘한밤중까지 불을 밝힌 구멍가게’가 신기한 듯 편의점 바로 앞에서 신문을 깔고 삼삼오오씩 수십 명이 둘러앉아 술을 먹었던 웃지 못할 광경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렇게 에둘러 ‘가게 이야기’를 한 이유는 책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편의점, 그 중에서도 전 세계 편의접 업계를 정복한 ‘세븐일레븐’의 신화를 일으킨 스즈키 도시후미가 자신만의 장사철학을 털어놓은 책을 읽었다. 비록 편의점에 속한 이야기지만 그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변화된 판매 패러다임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제목은 <장사의 원점>, 원제목은 商賣の原点 이다.

  세븐일레븐Seven Eleven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전형적인 미국사회에서 비롯된 말이다. Nine to Five 즉, 아침 아홉 시에서 오후 다섯 시까지 근무하던 미국의 직장환경에 걸맞게 Seven Eleven 다시 말해 오전 일곱 시 부터 밤 열한 시까지 문을 여는 가게를 만들어 굳이 슈퍼마켓을 가지 않아도 근처에서 식품과 일용품을 살 수 있도록 만든 새로운 개념의 편의점 사업Convenience Store business 개념을 두면서 만든 이름이었다. 이 편의점 사업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자 일본의 이토요카도라는 대형유통그룹이 이를 수입해 아예 ‘24시간 풀타임으로 가동하는 시스템’을 만들게 된 것이 오늘날 우리가 만나게 된 편의점이다.

  업무시간의 확장이라는 ‘역발상’은 유통업에서는 실로 혁명 같은 일이었다. 깔아놓은 자리에 불만 켜고 점포를 지키는 사람만 두면 되니 큰 비용을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매출 진작을 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 다시 말해 24시간 물류를 제공할 수 있는 유통체계가 이 혁명의 주요관건이었다. 처음에서 미국에서 수입한 일본의 세븐일레븐이 30년 만에 10,000개의 가맹점을 돌파하면서 역으로 미국 본사를 사들이는 결과를 낳았으니 ‘24시간 풀타임 시스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셈이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은 곧 긴장하게 되었다. 상표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한 시스템의 편의점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쟁자의 출현은 매출감소로 이어졌다. 다른 점포와 차별화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21세기에 들어 판매의 새로운 패러다임, 즉 과거가 판매자 논리에 입각한 판매자 시장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구입자 시장의 시대가 된 것이다. 경쟁자는 점점 늘어나고, 깐깐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는 점점 힘들어지는 편의점 시장. 이는 비단 편의점 업계의 현실이 아니라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모든 제품의 시장이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비록 편의점 사업을 하지는 않지만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업계의 정상에 우뚝 섰고, 그 중심에 있는 저자가 처음으로 털어놓는 장사철학에 귀를 기울였다. 그에게서 ‘오늘을 이기는 해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세븐일레븐 재팬의 창업자로서 지난 30년 간 총 1,300회에 걸쳐 매주 열었던 전체 회의에서 해 왔던 원리와 원칙을 담아놓았다. 이를테면 가맹점주와 직원들을 모아놓고 장사의 원리원칙을 내세우며 잔소리를 한 내용들이다. 그는 세븐일레븐이 10,000개의 가맹점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우직하고 꾸준하게 이 사업을 꾸려나가면서 이러한 ‘원리와 원칙’을 철저하게 실천해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사업의 기본이란 ‘시시각각 변화에 대응하며 원리와 원칙’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스즈키 도시후미의 원리와 원칙은 무엇일까?

  지금은 완전히 구입자 위주의 시장 시대에 돌입했고, 고객의 마음에 따라서 가치가 결정되는 시대가 되었다. 다시 말해 이제 소비는 경제학의 영역을 넘어 심리학의 영역으로까지 들어왔다는 말이다. 이 말은 곧 고객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업체에게는 큰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제품 구입에 있어서 싼 값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가치가 포함되어야 한다. 지금 사람들의 소비욕구에는 효용을 초월한 심리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그러므로 고객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가맹점은 가격을 내리기만 하는 할인점보다 훨씬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값싼 제품 뿐 아니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제품, 타 가맹점에는 없는 새로운 가치가 있는 상품을 진열하라. 매니지먼트Management 라고 하는 거은 가맹점 체제를 구축하고, 발주 분담을 진행하고, 청결, 친절, 서비스 등의 기본 원칙을 철저히 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이 확립되어서 매출이 오르면, 이미 차별화 된 가맹점이라고 하겠다. 새로운 가맹점이 나타났다고 해서 금세 발목을 잡히는 일은 절대 없다.  

  구입자 시장의 시대에는 원가가 얼마든지 간에 고객이 정정하다고 인정하는 가격이 아니면 고객은 구입해주지 않는다. 이 상황을 잘 머리에 새겨 넣지 않으면 고객을 불러 모을 수 없다. 그리고 마케팅이란 소비자 한 사람이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이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즉,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소매업자가 포착하여 제작자에게 만들어달라고 하는 새로운 마케팅 방법이 필요하다. 장사에서는 어떻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고객이 되어보면 어떤 상태로 하면 팔리는 것인지 이 상품이 이 가맹점에서는 왜 팔리지 않는지가 명확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은 말만큼 간단하지 않고, 쉽지도 않다. 하지만 자기가 몇 번이고 가고 싶은 곳은 좋은 상품이 제대로 있고 적정한 가격으로 팔리는 곳이다. 또한 상품의 신선도가 좋으며, 청결한 가맹점에서 친절한 서비스의 수준 높은 가맹점이 아닐까? 장사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철저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불황이 지속되면 먼저 외치는 것이 ‘경비 절감’이고 그에 대한 행동은 ‘인원축소’다. 하지만 아무리 경비 절감이라도 해도 장사의 경우, 그저 무턱대고 절감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경비를 조절하는 것이다. 역으로 인건비를 늘려도 이것으로 경비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으면 이는 유효하다. 경비라는 것은 이것이 낳은 결과에 대해서 너무 많이 소요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유효하게 사용된 것인지를 평가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종업원의 양과 질을 항상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것 없이는 경비는 조절할 수 없다. 

  우리들은 노렌暖簾(옛날 일본 상점이나 음식점의 처마 끝에 다는 헝겊으로 만든 막에 상호를 써놓은 것. 이는 상징적인 뜻으로 그 상점의 ‘신용’과 ‘명성’을 의미한다)을 지켜나갈 의무가 있다. 노렌은 기업의 머천다이징과 이미지 그 자체다. 편의점사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상품화 정책, 구체적으로는 상품의 구색(맛, 신선도, 가격)을 의미한다. 이미지는 가맹점의 청결과 친절한 서비스다. 노렌을 지키는 것은 고객들이 안심하고 구입하고, 다시 찾아오도록 만들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체인에서 가맹점과 본부, 거래처의 관계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존공영이 아니면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  상품의 신선도에 대해서 절대로 타협해서는 안된다. 인간의 체내에 들어가는 음식을 취급하는 것은 항상 사람의 생명에 관계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중대성을 갖고 일한다는 자각을 모든 사람이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식품의 신선도에 대해서도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일에서 정당한 것은 상하가 없다. 기존 가맹점의 매출이 하락한 것은 세븐일레븐에 대한 고객의 신용도가 저하된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고객의 신용도가 저하된다는 것은 우리들이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들의 원점은 절대로 타협될 수 없으면, 엄격한 눈으로 볼 필요가 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자 한 바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것이다. 소비자의 기호에서부터 날씨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과 시장의 변화를 체득하라고 주문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체인점이라고 하면 체인본부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일정액을 지불하고 그들의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받아 차리고 앉아서 계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안일한 사고로 사업(장사)를 한다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책 속에 실린 다양한 판매전략과 이벤트 등의 사례는 변화에 대한 대응책들이었고, 그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흡수하는가에 따라 가맹점의 성패가 달려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둘째, 편의점의 주인은 가맹점주가 아닌 손님이다. 생산자가 만드는 제품을 줄서서 사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오늘날은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제품들이 넘치는 세상이다. 물건이 잘 팔릴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를 하기 보다는 손님을 위한 제품들이 디스플레이 되어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한 번 왔다 간 손님이 만족하고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다시 말해 단골로 만들 수 있는 편의점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편의점의 생명은 손님과의 신용이다. 신용을 잃지 말아라.

셋째, 장사를 잘하는 특별한 비법은 없다. 가치있는 제품, 적절한 가격, 친절한 서비스, 청결한 매장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차별화된 편의점의 자격을 갖춘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라. 그리고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시선을 두고 경영하라. ‘과연 내가 우리 점포에 손님으로 온다면 이 제품을 고를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경영한다면 제 아무리 불황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 

  한국 편의점 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편의점 점포수는 13,045개 라고 한다. 정년퇴직 등으로 안정된 사업을 찾기 위해 무턱대고 편의점을 창업하지만, 이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해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점포를 차리고 물건만 팔면 되는 것으로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맹점주가 영업에 신경을 쓰지 않아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실패 요인의 상당수가 가맹점주가 직원(아르바이트생)에게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지정해주고 관리해야 하는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업 부진과 실패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장사’를 하는 주인이 장사꾼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21세기의 구멍가게인 ‘편의점’을 운영하기 위해서도 ‘장사꾼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비단 편의점 사업 뿐 아니라 제품 판매를 위해 디스플레이를 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서비스 정신과 디스플레이 테크닉을 위해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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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법칙 - 반양장
허브 코헨 지음, 강문희 옮김 / 청년정신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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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법칙 저자 허브 코헨이 말하는 인류 최고의 협상가는?

 

  우리의 하루는 ‘협상으로 시작해서 협상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늦은 출근길 택시에서는 어느 노선으로 달려야 할지 택시기사와 협상하고, 회사에서는 과중한 업무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동료들과 협상한다. 퇴근길에 술한잔 하려니 어느 술집을 가야 할지 술친구와 협상하고, 술값은 오늘 주식장에서 상한가를 친 김대리가 내야할지, 1/N로 낼지에 대해 협상해야 한다. 심지어 집에 돌아가서는 라면을 끓여먹고 자야할지 아니면 그냥 잘지 ‘자기와의 협상’ 한다. 협상이란 말 대신에 결정을 넣어도 말은 된다. 하지만 결정은 협상의 맨 마지막 단계다. 원하는 바가 생겼을 때, 그것을 얻어내는데 필요한 과정, 이것이 협상이다. 협상을 잘 하면 ‘손 안대고 코를 풀 수’도 있고,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협상을 잘 하는 능력, 즉 뛰어난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면 성공의 레이스에서 열 발은 앞서는 셈이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상 최고의 협상가는 누구일까?   

  “두 사람 모두 초라한 옷차림으로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며(그렇게 해서 정보를 얻으며) 이곳저곳을 돌아 다녔다. 한 사람은 삼단논법으로,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비유의 형식을 빌려서 질문을 했다. 그들에게는 목표와 기준이 있었다. 그들은 기꺼이 위험을 감수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지배했다. 더 나아가 죽음의 방식과 죽음의 장소까지도 선택했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했을 때에는 의무감과 열의를 지닌 추종자들이 그들을 따랐고, 결국 이땅의 가치체계를 바꾸어 놓기까지 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그들이 가르쳤던 가치관에 따라 살고자 노력한다. 그들은 다름 아닌 소크라테스와 예수 그리스도이다. 내 생각에 그들은 가장 뛰어난 협상가였다.“  - 허브 코헨Herb Cohen

협상의 법칙, 24 - 25 쪽)

  책<협상의 법칙 You Can Negotiate Anything>의 저자 허브 코헨Herb Cohen이 뽑은 가장 뛰어난 협상가로 소크라테스와 예수 그리스도를 들었다. 명성, 자유, 돈, 정의, 사랑, 사회적 지위, 신체적 안전등 내가 원하는 무엇 혹은 호의 등을 상대로부터 얻어 내는 일이 협상이라면, 그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양자 모두를 승리로 이끄는 윤리의 협상가였고, 또한 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저자는 세상의 8할은 협상이고, 모든 것이 협상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본주의 문화 풍토에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협상은 어려운 것‘이라 여기는데 그것은 정보, 시간적 압박, 인지된 힘의 정도에 있어서 일방적인 열세에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자 허브 코헨은 학자가 아니다. 협상 전문가다. 그는 적대적인 쿠테타에서 인질 협상에 이르기까지 무려 40 년간 다양한 실전 협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전문가를 위한 학술서가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실용서이다. 그래서 전문용어도 없고, 쉬운 문체로 써 있어 이해하기가 쉽다. 이 책의 핵심은 다양한 실무경험을 통한 다양한 사례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서는 1980년도에 초판이 발행되었고, 우리나라엔 2001년에 소개가 되었지만 아직까지 ‘협상을 다룬 책’ 중 가장 으뜸으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읽기 쉽다는 점과 사례들이 실용적이고 재미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이후 수많은 연설과 강연, 세미나를 통해 100만 명 이상을 상대해 왔고 이런 강연에서 효과를 얻은 스타일과 방식으로 새로 만든 <협상의 법칙 2 Negotiate This>도 출간된 바 있다.

  세상의 모든 협상은, 그것이 외교적이든 정치적이든 아니면 주택을 구입하는 문제든 관계없이 정보, 시간, 힘 이렇게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항상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협상은 상대방이 필요한 법, 상대방의 정보와 힘 그리고 시간적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기 때문에 협상이 어렵다는 말이다. 본인이 상대방과 대화조차 나눌 수 없는 ‘쑥맥’이라면 협상조자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상대방에 대한 세 가지의 사전정보만 알 수 있다면 당당하게 협상에 덤벼도 무리가 없다는 말이다.   

정보 - 당신이 상대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상대측이 당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시간 - 상대는 당신처럼 조직의 압력, 시간의 제약, 최종기한 등과 같은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 상대는 당신보다 더 많은 힘과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처음 만나는 상대는 항상 내가 가진 열 배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상대방의 입성(옷매무새)와 말본새(말하는 모양이나 모양새)를 보고 나보다 대단하거나, 하찮다고 여기게 된다. 그런데 그 판단은 상대방의 실제보다 10 배 높게 평가절상 혹은 평가절하된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가 나를 평가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사람을 제대로 보는 사람‘이란 내가 판단하는 높이보다 훨씬 더 현실에 가깝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인 셈이다. 그렇다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상대방의 정보와 시간 그리고 힘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고, 상대방은 나의 그것을 되도록 파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나는 상대방을 도울 수 있고, 또 그럴 만한 힘도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 한다. 또한 나는 상대방에게 해를 가할 수 있거나 그럴 힘이 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인식시켜 준다면 모든 사람은 나와 의미 있는 방식으로 협상하려 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먼저 ‘나는 힘이 있다’고 스스로 인식해야 하라. 그래야 상대방이 내가 힘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시간 - 인내를 가져라. 양보행위나 문제의 해결은 협상 종료시간 가까이나 혹은 그 시잔이 자나서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힘은 그 시간을 기다리며 놀라거나 다투지 않고 견지해 가는 능력에 있다. 오로지 천천히 그리고 참을성 있게 행동할 때만 원하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많은 경우 마감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아주 발전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심지어는 상대방에 의해 협상의 진행 방향을 급선회 시킬 수 있는 힘의 변동이 일어난다 .

정보 - 답을 해주기보다는 질문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실제로 답을 뻔히 알고 있더라도 질문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편이 하는 말의 신뢰도를 시험해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협상 이전에 새로운 요구에 대해 처음에 거절을 당하더라도 놀라지 말라. ‘안 돼요’라는 말은 단지 그 상황에서의 반응일 뿐, 그 사람의 입장은 아니다. 나의 제안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던 사람들도 제안을 평가해 보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상대방이 왜 안 되는 지에 대해 이유(정보)를 제공해 준다면 그 이유만 해결한다면 그들을 승복시킬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협상자리에서 거칠게 나오는 사람들, 즉 소비에트 스타일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위협에서부터 미묘한 형태의 조종 등을 이용하여 경쟁자를 눌러 버리려는 자기중심적인 전략을 협상무기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예를 들면, 시도를 어처구니없는 요구로 협상을 시작하려는 사람들(극단적인 초기 입장), 협상은 하면서도 결정권이 없는 사람들(제한된 권한), 분노한 듯 얼굴이 벌개져서 목소리를 높이거나 회담장 밖으로 성큼성큼 나가는 액션을 취하는 사람들(감정 전술)이 있다. 그리고 협상의 진전을 위해 무엇인가를 양보하면 그것을 당연히 여기는 사람들(상대방의 양보를 약함의 표시로 인정), 어떤 종류든 양보하는 것을 미루는 사람들(양보에서 인색함), 시간은 전혀 문제가 안 딘다는 듯 행동하는 사람들(최종기한 무시)이 있다. 저자는 이러한 소비에트 스타일의 협상방식을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했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술책(협상방법이 아니다)을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술책들을 잘 알아보고 속아 넘어가지 말라는 뜻이었다. 상대방이 어떤 술책을 펼치는지 알아보기만 한다면, 더 이상 술책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이를 역이용함으로써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올바른 협상의 접근법은 무엇일까?

  우선 협상은 술책을 써서 상대편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양측이 성공할 수 있도록 신뢰를 바탕으로 진정한 바탕으로 만들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방은 적이 아니다. 다만 내가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협상에 나온 것처럼 상대 또한 같은 이유에서 나를 만난 것이다. 그러므로 서로가 올바른 방법과 태도를 가지고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조금씩 양보하고, 창조적인 시각을 가지고 다른 부분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낸다면 서로 승리할 수 있다. 저자는 성공적이고 협조적인 협상은 상대방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먼저 찾아내는 일이고, 그 다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면서, 상대방 역시 그의 필요를 만족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방법이 아니라 목적이라면서 목적을 우선순위에 두면 협상에 참여한 사람들이 차이를 극복하고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보았다. 그러한 노력이 있어야 협상자리는 창조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광범위한 새 대안들이 나와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정작 얻어낸 것은 ‘상대와 맞섬(협상을 하든, 토론을 하든)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당신은 당신에게 맞선 사람에게서 큰 교훈을 배워오지 않았던가?”라는 월트 위트먼의 말을 빌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로 맞선 상태가 삶의 모든 것이다. 당신의 근육조직 전체는 그런 상태에 의존하고 있다. 아기가 처음 일어서려고 할 때, 그는 중력의 저항 때문에 넘어진다. 그러나 계속 시도함으로써 아기는 자기의 팔과 다리와 등에 근육을 만들게 되며, 마침내 일어서게 된다. 이렇게 맞선 상대를 다룸으로써 당신은 깨어나게 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당신은 맞서고 있는 상대와 직면해야 한다. 만약 적이 없다면 당신은 계속 앉아서 꼼짝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본질적으로 바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협상을 하려 들지도 않을 것이다.“ (298 쪽)

  협상의 첫 시작은 우선 상대방과 마주보는 것이다. 이 당연한 과정이 때로 상대를 너무 두려운 존재로 판단한 나머지 눈조차 마주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상사에게 근로조건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 연봉협상을 하는 경우, 심지어 상사와 서로 다른 의견으로 대립되는 경우까지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급과 조직의 힘에 눌려 제 뜻을 온전히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정작 앞에서는 말 못하고 뒤돌아서서 말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괴롭힌다면 차후에도 그런 후회는 반복될 것이다. 

  저자는 아무리 가격정찰제의 제품이라도 수없이 많은 방법으로 제품을 할인할 수 있고, 심지어 백화점에서도 할인할 수 있다며 그 방법과 사례들을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지닌 협상상대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라고 말했다.  상사도 나와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누군가의 부하직원이고, 그들 역시 신입사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리 깨물어도 이빨자국 하나 남지 않을 것 같은 상사라 할지라도 그들도 한낱 월급받는 (임)직원인 것이다.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서 맞서야 하고, 내 뜻을 밝히고 관철하기 위해서 협상해야 한다. 협상은 싸우는 것도, 이기는 것도 아니다. 내가 커가기 위해서 협상하는 것이다. 세상의 8할은 협상이다. 세상을 가지려면 협상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으로 다시 말했다. You Can Negotiate Anything! 당신은 무엇과도 협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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