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10년의 노트 - 당신의 인생노트에는 무엇이 적혀 있습니까?
예병일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랫동안 두고두고 읽어도 좋은 책


 

10년 전 <예병일의 경제노트>를 처음 보던 날, 나는 몹시 흥분했었다. 본격적인 경제경영서 읽기에 한창이던 때, 몇 년 동안 명저로 알려졌다는 소리만 들으면 닥치는대로 읽었던 때라 남독濫讀에 대한 실망감과 피로감에 꽤 회의감에 젖어있던 그 때, <예병일의 경제노트>는 안개 짙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나룻배가 한 줄기 밝은 빛을 쏘는 등대를 만난 기분이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다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 알려진 공병호 선생, 구본형 선생의 홈페이지 등 이전에 등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병일의 그것은 이전 등대와는 사뭇 달랐다. 앞선 두 분의 글이 훈장선생의 공부 같아서 읽다보면 배우고 새겨야 할 의무감이 있었다면, <예병일의 경제노트>고도원 아침편지처럼 굳이 외워둘 필요는 없지만 오늘도 한 수 배웠네!‘하는 경쾌한 배움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 경제경영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이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예병일의 경제노트>를 거의 매일 구독하면서 경제경영서 독법을 배웠다. 한 페이지 남짓의 <예병일의 경제노트>300페이지가 넘는 책 한 권(오늘 경제신문)의 핵심 구절(혹은 메시지)를 리드글로 배치하고, 인용된 구절의 크기만큼 필자가 느낀 해설이나 소감이 적혀 있다. 단순한 이 구성은 필사筆寫의 완벽한 방법이 된다. 즉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후 놓치고 싶지 않은 구절이나 핵심문장들을 옮겨 적고, 그 이유와 소감을 적는다면, 그래서 그런 글이 몇 개 정도 모인다면 비즈니스북 한 권을 온전히 읽은 셈이 된다.

자기계발서를 포함한 경제경영서라는 장르는 문학과는 달라서, 이처럼 핵심 키워드와 문장 몇 개만 제대로 파악하면 책 한 권을 모두 읽은 것과 다름없다. 나머지 문장들은 핵심에 도달하기 위한 문제제기와 이해를 돕는 사례들일 뿐이다. 그런 연유로 나는 자기계발서를 포함한 경제경영서는 출입문, 즉 책이라는 집을 들어가고 나오는 서문과 맺음말은 가장 먼저 읽는다. 한편 목차 역시 중요한데, 책을 읽기 전 핵심이 궁금하거나, 핵심만을 읽어내는 발췌록을 한다면 책장을 펼치며 가장 먼저 읽을 부분이다.

 

그 점에서 <책 읽어주는 남자, 10년의 노트>라는 책은 내게 각별했다. 저자인 예병일이 <예병일의 경제노트>10년간 써오면서 독서를 통해 느낀 인생의 통찰이 담겨 있어서다. 목차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데, 굳이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프롤로그_ 멋진 삶,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그 일을 사랑할 수 있다면

_ 마지막으로 꿈꾼 것이 언제인가요?

고난_ 불안하지도 힘들지도 않다면 너무 안전하게만 가고 있는 겁니다

오늘_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별_ 우리는 헤어져야 합니다

습관_ 인생을 결정하는 힘

지속_ 천천히 가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좋은 삶_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하시나요?

행복_ 목적지가 아닌 여행 그 과정

고전_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멀리 바라보는 것

진정한 나_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로워지기

길 위에서_ 퓰리처상을 받았더라도, 당신의 가치는 마지막에 쓴 기사가 말한다

에필로그_ 항상 초심으로 무언가에 마음 빼앗겨

 

현대인의 화두가 모두 담긴 듯한 이 목차를 제대로 읽어보고도 그냥 지나칠 독자,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꼭지글이 몇 있는데, <예병일의 경제노트> 방식으로 소개해 보고 싶다.

 

 

소명,

나는 돈을 받지 않더라도

이 일을 할거야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고, ‘승진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람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이도 있지요.

예일대의 에이미 브레즈니브스키 교수가 흥미로운 분석을 했습니다. 자신의 일을 인식하는 방식이 그 사람의 만족과 불만족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일을 대하는 첫 번째 방식은 생업 인식job orientation'입니다. 봉급을 받기 위해 매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에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사람에게 직업이란 그저 돈을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항상 지시받은 일만 하고, 퇴근시간만 기다립니다. 물론 자신이 하는 일에 특별한 기대감을 갖고 있지도 않지요.

일을 대하는 두 번째 방식은 출세 인식career orientation'입니다. 이 사람은 승진이나 봉급 인상, 사회적 지위의 상승 등에 동기부여가 되어서 열심히 일합니다. 일을 지위나 존경,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지요. 승진을 해야 하니 지시받은 것만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솔선해서 일하는 건 단지 상사의 눈에 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일을 즐길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세 번째 유형은 소명 인식calling orientation'입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일이 매우 중요하고 세상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일을 사랑하고, 그 일을 즐깁니다. 일상적인 업무에서 흥분과 도전을 느끼기도 합니다. “나는 돈을 받지 않더라도 이 일을 할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상사의 눈에 들기 위해서가 아닐, 일을 잘하는 것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열심히 합니다. 휴가를 즐기기도 하지만 일로 복귀하는 것도 즐깁니다.

소명召命, calling은 어떤 특별한 목적을 위해 부름을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소명은 특별한 사람이나 특별한 직업에서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가질 수 있지요.

자신이 하는 일이 동네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유지하는, 중요하고 보람 있는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부도 있습니다. 마을버스 기사, 간호사, 의사, 유치원 교사, 경찰관 중에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대개 활기차고 긍정적인 모습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의미가 있으니 열심히 하고, 그것에서 기쁨을 느낍니다.

소명 인식을 갖고 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보람차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그리고 내가 사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소명 인식이 좋은 삶을 만듭니다. 156~158

 

적지 않은 삶을 살아보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답게 사는 것이었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우선 나에 집중해서 나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꽤 오랜 시간 공부가 필요하다. 그 공부는 학교가 아닌 책과 세상에서 배우는 공부, 즉 견문見聞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화두에 천착하다 보면 어설프게나마 를 알게 된다. 내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디까지 견딜 수 있고, 참을 수 있고, 노력할 수 있는지 알고 나면 내가 정말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도 알게 된다. 이게 바로 소명召命이다. 소명을 알면 눈빛이 달라지고 삶이 의미 있고 재미있어진다. 소명을 안 사람이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느낌이 바로 사명감使命感인데, 이들을 막을 자는 없다.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 소명은 안타깝게도 누가 알려주거나 콕하고 짚어주지 못하고, 스스로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게으른 자는 소명을 알 수 없다).

 

또 한 대목은 바로 행복에 관한 글이다.

 

행복의 적,

비교

익숙해짐

 

행복의 적은 비교익숙해짐입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 보고 불행하다 느끼곤 합니다.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었습니다. 하버드 대학 학생들에게 다음 두 곳중 어느 곳에서 살겠느냐고 물었습니다.

1)당신은 1년에 평균 5만 달러를 벌고, 다른 사람들은 평균 25000달러를 버는 세상

2)당신은 1년에 평균 10만 달러를 벌고, 다른 사람들은 평균 25만 달러를 버는 세상

대부분의 학생들이 첫 번째 세상을 선택했습니다. 절대소득이 적더라도 주변 사람들보다는 더 버는 쪽을 택한 겁니다. 자신의 절대 소득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상대 소득에 더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입니다.

올림픽 경기에서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동메달리스트는 아예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과 자신을 비교하지만,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을 단 선수와 자신을 비교하기 때문이지요.

행복의 또 다른 적은 익숙해짐입니다.

처음으로 소형차를 샀을 때, 처음으로 작은 집을 마련했을 때, 우리는 매우 커다란 행복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그 물건에 익숙해지지요. 이를 심리학에서는 적응adapta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계속 행복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자극, 즉 더 많은 물건이나 더 좋은 물건을 지녀야 합니다. 물론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심리학적으로는 해복을 위한 지출을 원한다면 자동차 같은 물건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 같은 경험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경험보다 물건에 훨씬 쉽게 익숙해지고 적응하니까요.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비교익숙해짐이라는 중요한 방해물들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183~184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 그리고 스스로 익숙해지지 않으면 순간마다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인데, 나는 이보다 더 명쾌한 행복찾기를 이제껏 보지 못했다. 이 대목만 읽어도 책 한 권의 값어치는 다한 셈이다.

 

이 책은 다소 얇다고 해서 단숨에 읽어서는 안 된다. 출퇴근 할 때 마다 2 페이지 짜리 한꼭지씩 읽길 바란다. 읽어서 글이 좋거든 좋으면 거듭 읽어라. 그리고 읽은 글에 대해 읽은 시간만큼 생각하라. 그러면 한 꼭지 글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고, 그만큼 뿌듯하고 벅찬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몇 번 씩 읽으며 완독을 거듭했다. 발췌도 하고, 요약도 한 끝에 농익었다 싶어 리뷰를 한다. 독자 역시 어차피 같은 제목의 속편이 나오려면 아직 9년이나 남았으니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읽어도 무관하다. 그러니 꼭 읽고 나만의 인생노트를 만들어보시길...

 

책 속, 나를 뒤흔든 구절들 - http://2bfreeman.blog.me/2203762948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으로 다시 살다 - 함께 읽기로 인생을 바꾼 사람들
숭례문학당 엮음 / 북바이북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 당장 죽는 건 두렵지 않으나 읽고 싶은 저 많은 책을 두고 가기는 정말 안타까울 것 같네."

괴테가 한 말입니다. 괴테의 책사랑을 충분히 짐작하게 합니다. 여기 인생 후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친구, 책을 만난 25명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직업도 제각각인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 나름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고 있던 사람들의 공통점은 함께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책으로 다시 살다> 는 책제목은 체험하고 경험해보지 않으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펼친다면 행복하게 다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난 50 평생을 두가지 때문에 살았다. 하나는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번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죽기 살기로 산 것이다."라던 이 책에 참여한 어느 공저자의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이대로 살다 갔다면 정말 덧없이 산 게 아닐까 싶은데요, 한편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이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 집니다.

숨을 쉰다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웃는 게 진짜 웃는 게 아닌 삶 또한 사는 게 아닙니다. '나는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나답게 사는 삶'을 살 때가 아닐까요? 이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자주 그리고 잘 나를 들여다 보면 됩니다. 독서가 그 일을 도와주는 겁니다.

더 말하려니 입이, 아니 손이 아파집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이 책을 펼쳐 '나답게 살아가는' 25명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의성을 지휘하라 - 지속 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힘
에드 캣멀.에이미 월러스 지음, 윤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지인 집에 놀러가면 꼭 가져가는 선물은 바로 '픽사 애니메이션의 DVD' 입니다. 이유는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터들이 만들다 뒤엎기를 수십 수백 번을 하며 수년을 공들여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선물 효과는 백점!

아이 집임에도 불구하고 놀러간 내내 아이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선물을 만끽하고 있었거든요.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수식어가 생겨난 것도 픽사의 작품들이 있고 난 이후 입니다. 원작을 꽈배기처럼 살짝 비틀어 놓은 디즈니의 전작들과는 달리 장난감(토이스토리)은 물론 쥐(라따뚜이), 물고기(니모를 찾아서), 심지어 곤충 들이 주인공이 되어 두 시간여 동안 관객을 들었다 놨다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픽사는 창의성이 보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관객들이 전혀 상상하지 못한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애플의 i-series가 스티브 잡스가 이룩한 창의적 하드웨어라면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소프트웨어가 아닐까요?

 

재미있는 점은 애플의 제품들 곳곳에는 잡스의 엄청난 입김이 들어간 반면, 픽사의 그것들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잡스는 픽사에 '놀러'와서 그들의 하는 작업을 유심히 살펴보면 코웍Co-work을 통한 창의적 작업을 배우곤 했다는 겁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잡스도 손대지 못한 창의성의 보고 픽사의 모든 것을, 픽사의 창업자 에드 캣멀이 직접 이야기한 책입니다. 읽어보시면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왜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Richboy

  

픽사의 성공비밀은 시스템이다

 

1999485백만 달러의 수입을 일으키며 전작보다 나은 속편의 대명사가 된 픽사의 <토이 스토리2>를 하마터면 만나지 못할 뻔했다. 영화제작 작업 중 기술감독 오렌 제이콥스가 실수로 모든 파일 삭제 명령어를 눌러 2년간 작업한 분량이 모두 날아가 버린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전산 백업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탓에 백업조차 되지 않은 상황.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었다. 이 자료들을 다시 만들려면 직원 서른 명이 꼬박 1년간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참담한 현실에 직면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공동설립자이자 사장인 에드 캣멀Ed Catmull은 즉시 작품과 관련된 주요 인물들을 불러 대책 회의를 소집했고, 천만다행으로 회의중 한 여직원이 출산 이후 집에서 근무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집에 <토이 스토리2>의 데이터베이스를 자동 복사되도록 조치해놓은 것을 알게 됐다. 집에 있는 하드를 가져오는 것으로 문제는 3시간 만에 해결됐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3시간이었다. 인상적인 부분은 픽사의 위기 이후 대처법이었다

.

첫째, 작품 복구. 둘째, 백업 시스템 수리. 셋째, 직원들이 쉽게 파일을 삭제하지 못하게 하는 예방적 제한 조치 강구. 여기서 주목할 점은 명령어를 잘못 입력한 직원을 찾아 처벌하는 것은 우리의 우선순위 목록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230

우리나라의 기업이라면 제아무리 의도가 없는 사고였다 하더라도 재발방지를 위한 본보기식 처벌로 해고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픽사에 실수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은 통하지 않는다. 픽사는 우선 문제 해결에 대한 권한을 위임하고, 이런 문제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원들과 공유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픽사의 위기대처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실패나 위기에 대한 공포의 문화가 번지는 것을 막고, 나아가 집단지성과 집단창의성이 응집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 사건은 창의성과 혁신의 대명사 픽사가 창의조직을 구축하는 방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창의성을 지휘하라(Creativity Inc.)>는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성공신화를 진두지휘해온 에드 캣멀이 30여 년간의 두 기업을 경영하면서 얻은 경험과 통찰을 집약한 책이다. 이 책은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책 읽는 한 해(A Year of Books)’페이지를 신설, 격주로 페이스북에 함께 읽을 책을 추천하고 온라인상에서 토론하고 있는데, 그 중 이 책도 포함되어 있어 최근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책이다.


저자인 에드 캣멀은 픽사의 전신이 된 그래픽스 그룹 시절부터 픽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해온 주역으로 픽사가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 인수합병된 2006년에는, 디즈니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저자는 극단적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와 가장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일하고, 가장 큰 신임을 받았던 경영자이기도 한데, 그 이유는 성공한 기업가 특유의 자만이나 편견에 휩싸이지 않고, 자기 자신과 조직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성찰해서라고 한다.

 

<토이 스토리>로 세계적으로 35800만 달러를 벌어들여 1995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로 기록되고, 오랫동안 꿈꿔온 목표를 달성하자 캣멀은 순간 겁이 덜컥났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성공해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과 순간 쇠락해 하얗게 타버리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도대체 영리한 경영자들이 바보처럼 기업을 위기에 빠뜨리는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실리콘 밸리 기업들을 관찰하면서 느낀 대목은 기업의 흥망성쇠나 기술진보에 따른 업계의 지각변동이 아니라, 외부 경쟁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정작 기업을 파멸로 몰고 가는 기업 내부의 문제들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영자들의 맹점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픽사 사장으로서 예술과 창업이라는 상호충돌하면서도 상호보완적인 동력을 관리하면서 얻은 픽사를 지탱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한 아이디어가 가득 담겼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에는 그들만의 두 가지 창작 원칙이 있다. 첫 번째 원칙은 스토리가 왕이다Story is King'이다. 픽사의 작품제작에 있어 스토리는 기술, 캐릭터 상품화 가능성 등 그 무엇도 끼어들 수 없는 영(0)순위 원칙이다. 관객들은 픽사의 놀라운 컴퓨터그래픽 기술보다 감명 깊은 스토리에 높은 평가를 내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원칙은 프로세스를 신뢰하라Trust the Process'이다. 복잡한 창작 활동 중에 문제에 부딪히고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픽사의 경영진은 이러한 제작 과정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픽사 직원들이 문제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세스를 만들어 프로세스를 따라가면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버티도록 했다.

픽사의 모든 스토리는 조직 내부에서 일련의 도전과 검증 과정을 거쳐 거듭 수정되고 개선되는 작업을 반복된 끝에 완성된다.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 회의라 부르는 이 과정은 스토리와 관련해 재능이 있는, 스토리부서 팀장, 동료감독, 시나리오작가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자문단을 구성해 몇 달에 한 번씩, 감독 및 제작진들이 자문단에게 현재 작업하고 있는 작품의 진행상황을 공개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자리를 갖는다.

이런 자문단 회의는 어느 기업이나 있을 법한 형식이다. 하지만 브레인트러스트는 픽사 제작진 사이에 솔직한 얘기가 오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시스템으로, 피드백 및 개선 과정을 거치다 보면, 스토리가 수십 차례 수정되어 기본 발상만 남고 완전히 새로운 줄거리로 탄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프레인트러스트 회의에서 스토리가 매끄럽게 흘러가고 캐릭터가 마치 살아있는 듯 영혼을 찾을 때까지 솔직한 피드백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이 회의가 글쟁이의 퇴고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브레인트러스트 외에 일일 작업량에 대한 자유로운 리뷰 회의인 데일리스 회의’, 작품을 끝내고 작품의 진행과정과 개선점을 토론하는 사후분석회의등 픽사의 중추신경처럼 존재하는 회의 등이 있는데, 이러한 솔직한 피드백의 프로세스는 직원들이 자기 의견을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유도하는 픽사 경영진의 통찰이 엿보인다.

픽사는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각본을 수차례 완전히 갈아엎고, 새로 구상했다. 대다수의 직원이 밤낮도 휴일도 가리지 않고 불평 없이 계속 일했다. 당시 픽사는 파산 위기에 처한 신생 영화사에 불과했지만, 직원들은 신념을 공유했다.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면 관객들도 보러 올 것이라는 신념이었다. 픽사가 1995<토이스토리>를 시작으로 2013<몬스터 대학교>까지 18 년 동안 총 14편의 장면 애니메이션을 세상에 내놓았는데, <토이스토리>는 속편이 나오기까지 4년이 걸리기도 했다. 내놓은 작품마다 전 세계에 걸쳐 이른바 대박을 치는 데에는 스토리와 작품성 그리고 기술력과 상업성에 이르는 전 과정에 스스로 만족할 때 까지 솔직한 피드백을 거듭하는 픽사의 완벽에의 충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픽사의 창조적 사업의 핵심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캣멀은 사람(직원들의 근무습관, 재능, 가치)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에 있다고 단언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사람에게 나온다. 사람이 없으면 아이디어도 없다. 따라서 사람이 아이디어보다 중요하다. 아이디어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아이디어는 종종 수십 명이 관여하는 수만 가지 의사결정을 통해 형성된다. (중략) 사람들은 극장에서 나오면서 말하는 장난감들만 나오는 영화라니 신선한 아이디어군하고 말하지만, 영화는 하나의 아이디어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영화는 여러 아이디어의 집합체다. 이런 아이디어들을 구상하고 현실로 구현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모든 제품이 마찬가지다.” 116~117

픽사의 성공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한 명의 창의적인 천재가 아니라, 내면에 숨은 창의성이 자연스레 발현되도록 만드는 기업의 시스템과 작업 환경에 있음을 잘 말해준다. 그리고 근저에는 경영자는 직원들을 신뢰해야 하고, 직원들의 공포를 유발하는 요인을 잘 파악해서 그것이 무엇이든 제거해야 한다CEO 에드 캣멀의 경영철학이 깔려 있다. 창의성의 거의 모든 사례와 통찰이 담긴 책, 마크 저커버그의 선택은 탁월했다. 책의 말미에 담긴 픽사가 건전한 창의적 조직문화를 창조하고 보호하기 위해 수년간 개발한 창의적 조직문화를 관리하는 법은 이 책의 독자만이 만날 수 있는 에드 캣멀의 비기(秘技)이다.

바로가기- 애플을 버금가는 창의적 애니메이션 기업 픽사의 '창의적 조직문화를 관리하는 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상하지 말라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진짜 욕망을 보는 법
송길영 지음 / 북스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빅데이터 속, 소비자의 욕망을 찾아라

 

어느 날, 미국 할인매장 타켓(Target) 매장에 한 학부모 남자가 들어와 다짜고짜 화를 냈다. 이유는 이제 겨우 고등학생인 딸에게 아기옷과 아기침대 등 출산용품 광고 메일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점장은 마케팅팀의 실수라 생각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얼마 후 그동안 딸이 임신 사실을 숨겨온 것을 알게 된 아버지는 다시 마트에 찾아와 사과를 해야 했다. 도대체 부모도 모르고 있던 사실을 타겟은 어떻게 알고 광고 메일을 보낼 수 있었을까?

월마트에 이어 미국 할인유통업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타겟은 수많은 고객의 구매 이력을 분석해 임산부가 보이는 특이 패턴을 찾아내는 예측 모형을 가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여고생이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줄이고 건강식을 먹는 임산부들의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이를 감지하고 출산용품 광고 메일을 보냈던 것이다. 한마디로 아버지조차 몰랐던 사실을 딸이 소비한 데이터 흔적이 말해 준 것이다.

현대에는 수많은 미래학자와 트렌드 전문가, 경제학자들이 자신만의 예측도구로 무장하고 어떤 비즈니스가 뜰지, 누가 대통령이 될지, 어떤 트렌드가 세상을 지배할지에 대해 각자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백인백색(百人百色) 사람의 욕망을 읽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제각기 달라서 샘플링으로 전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누가 한국에서 가장 예쁜가?’ 요즘 잘 나가는 맛집? , ‘놀기 좋은동네는? 갤럭시와 아이폰 중 무엇이 더 스마트한가? 등 정답이 나와 있는 사실(fact)’이 아니라 각자의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이 아니던가. 최근 사람들의 욕망을 날것 그대로 읽을 수 있는 방법이 나왔으니, 그것이 바로 빅 데이터(big data)’.

 

<상상하지 말라> 사람의 마음을 캐는 사람(Mind Miner)'로 잘 알려진 다음소프트 부사장이자 저자인 송길영이 데이터를 통해 통찰을 얻는 과정과 사람들이 원하는 진짜 욕망을 파악하는 법을 전한다. 저자는 소비자의 진짜 욕망을 보고 싶다면 어설픈 상상을 버리고 철저히 관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빅데이터가 화두다. 데이터는 일종의 경험치, 데이터(경험)을 분석해 의사 결정에 참고하는 건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인간이 옛날부터 해왔던 일이다. 오늘날은 수천억에 달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를 뽑아내는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빅 데이터 자체는 아무리 많아도 데이터의 흔적일 뿐, 쌓여도 아무것도 아니다. 그 데이터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무늬, 패턴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저자의 일은 소셜미디어라는 광산에 산재된 수많은 빅데이터 속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패턴들을 해석해서 사람의 마음과 욕망을 캐내는 일종의 광부(miner).

 

기업과 개인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것을 밝히는 것이 나의 일이다. 인과관계를 밝히고자 하는 나의 도구는 데이터이며, 그 대상은 사람의 마음이다. 현 인류는 기록을 하는 존재(Homo Scriptus).

특히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마음껏, 혹은 생각지도 못한 채 기록한다. 140자 이내의 짧은 내용으로 작성되는 트위터만 하루에 5억 건 이상 생성되며, 그중 한국어를 포함하는 것만 해도 일평균 500만 건, 최대 650만 권에 달한다. 이제는 어느덧 전통적 미디어처럼 느껴지는 블로그 또한 1년에 한국에서만 수천만 건 이상의 글이 작성된다. 이처럼 방대한 양의 소셜 빅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우리네 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14~15쪽  

저자의 데이터 통찰력은 탁월해서 삼성그룹을 포함한 국내외 기업들이 저자를 불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저자는 10여 년 동안 빅데이터를 읽으며 수행한 실제 컨설팅 사례들과 함께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가치 있는 대안을 찾아내는 법을 이 책에 담았다. 수많은 데이터흔적에서 도출된 현대인의 마음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들이어서 빅데이터가 던지는 통찰들에 번번이 허를 찔린다.

 

쇼핑몰 푸드코트에 전국 맛집이 들어선 이유

여성에게 쇼핑은 놀이이고, 남성에게는 중노동이다. 여성은 걸으면서 무엇을 살지 고민을 하고, 몇 시간에 걸쳐 둘러본 후 한 곳을 골라 제품을 산다(어처구니없게도 안 살 때도 많다. 물론 난, 남자다) 이처럼 동선이 길어지다 보니 당이 떨어지고 촐촐해진다. 생크림 가득한 커피와 도너스, 아이스크림 등 온갖 단 것들이 곳곳에 산재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쇼핑몰의 백미는 F&B(Food and Beverage), 이른바 푸드코트다. 그런데 최근 여기에 놀라운 변화가 생겼으니 바로 전국의 맛집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맛집 찾아 전국을 누비는 덕후들이나 느끼던 맛을 쇼핑하면서 누릴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아닐까.

실제로 약 13~17% 사이를 유지하던 쇼핑몰 음식 매장이 최근 30%까지 증가했는데, 그 이유로는 쇼핑몰의 면적이 많이 넓어진 것도 사람들더러 일부러 음식 먹으러 쇼핑몰로 나오라는 유인책이 숨어있었다.

 

이것만 봐도 세상이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예전의 백화점은 옷으로 꼬시고 지하 식품관으로 이익을 취했다.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식품관이 비록 이문은 적어도 다른 매장을 순환시키는 유인책이 되었다. 푸드코트가 맛집이 된 이유다.” 29

     쇼핑몰이 고육지책으로 전국 맛집으로 푸드코트에 입점시킨 이유는 입어보고 제품의 디테일은 오프라인에서 다 해놓고 물건은 온라인에서 사는 쇼루밍showrooming 족이 늘어나면서 매출 제고가 점점 불확실해져서라고 한다. 게다가 구글 글래스 등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가 현실화되고 상용화 된다면 오프라인 쇼핑몰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

이미 신사동 가로수길의 패션 매장들은 십수억 원의 권리금과 수천만 원의 월세를 감안할 때 매장을 프래그십 스토어로 운영할 뿐 옷을 팔아서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저자는 백화점 역시 쇼루밍족들 때문에 입접 업체로부터 판매수수료가 아니라 고정된 월세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진단한다. 나아가 우리의 삶을 도와주기만 할 것 같던 스마트함이 기존 산업에 위협이 되기 시작했다며, 인터넷과 과학기술 발달 등의 변화를 이해하고 대비할 수 없다면 당신의 비즈니스는 스마트의 역습 앞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한국의 싱글들은 몇 인치 TV를 살까?

어느 가전기업이 1인가구를 위해 통큰 TV'를 내놓았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라 하면 왠지 모든 게 작을 것 같고 주머니 사정도 가벼울 것 같아 사이즈는 40인치 이하이고, 가격은 50만 원 부근의 TV를 출시했는데, 나오자마자 다 팔렸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TV의 고객은 싱글이 아니라 모텔 주인이나 멀티방이었다.

 

그렇다면 싱글들은 무엇을 살까. 300 만원짜리 70인치 모니터를 산다. 이쯤 되면 당연한 의문이 떠오른다. 싱글들은 빠듯한 수입을 쪼개서 왜 이런 제품을 살까? 언뜻 봐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들의 일상을 보면 답이 나온다. 이 커다란 모니터로 보면 많은 것들이 실감난다. 게임도 그렇고, 화면 속 그녀들도 그렇고,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동영상을 보는 게 낙인 사람들에게는 매우 인 제품이다.” 39

     한마디로 싱글들은 TV를 산 것이 아니라 실물 크기를 느낄 수 있는 기계를 들인 것이다. 그만큼 외롭게 지내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이처럼 싱글들의 생활패턴을 확인하면 그들이 고가의 모니터를 사는 이유가 납득되지만, 기업이 무엇을 상상하든 실제로는 다를 수 있다는 걸 잘 말해주는 사례다

 

 

직장을 빨리 그만둘 사람을 면접에서 가려내는 법

인사부서에서 가장 골머리 앓는 존재들은 바로 '1년 이내에 그만둘 직원이다. 고용하는 데 돈 들고, 직무교육을 하는 데 또 1년이라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게 투자해서 이제 좀 일할 만하면 그만두곤 하니, 기업으로서는 드러난 손실도 크지만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정이 이러하니 기업은 빨리 그만둘 사람을 가려내고 싶어 한다. 입사한 다음에는 이미 늦으니 면접 때 몇 가지 질문으로 알아차려야 한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조성준 교수는 기업들의 내부 데이터를 분석해 '빨리 그만둔 직원들의 패턴'을 파악해보니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

 

첫째, 멀리 사는 사람. 왜냐, 한국의 신입사원들은 일찍 퇴근할 수가 없다. 부장님 과장님 대리님 다 퇴근한 다음에 그들이 내준 과제까지 마무리하고 나면 오밤중인데, 신입사원이라고 출근은 또 일찍 해야 한다. 안 그래도 힘든데 출퇴근에 4시간을 쓰고 나면 잠을 못 자니 체력이 달려서 오래 못 다닌다. 둘째, 집은 가깝더라도 통근수단이 애매한 사람들은 빨리 그만둔다. 버스를 세 번 갈아타야 하면 관둔다는 것이다. 셋째, 조직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반대로 5개 이상의 소셜 네트워크에 가입한 사람들은 위험하다. 넷째, 질문이 많은 사람들은 빨리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 다섯째, 지나치게 감성적인 사람들은 충동적으로 그만둘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당신이 인사담당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런 후보자는 아예 뽑지 않겠는가?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는 없겠는가? 실제로 재미있는 점은, 이런 데이터를 인사과가 아니라 오너 경영자에게 보여준다면 그는 기숙사를 짓거나 통근버스를 준비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의사결정의 레벨이 다르다. 왜냐, 자기네 회사 근처에 사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면 좋은 직원이 몇 명 안 모인다. 이들만 뽑으면 그 회사는 망한다. 그러니 인재를 얻기 위해 좀 더 큰 지원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의 고충을 해결해주면 쉽게 그만두지 않을 테니 말이다. 같은 결과를 두고도 판단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데이터는 힌트만 줄 뿐 답을 주는 게 아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찰은 결국 인간이 만든다.

 

 

빅데이터가 전부는 아니다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빅데이터로부터 추출된 흩어진 키워드들을 어떻게 의미 있는 문장으로 엮어내느냐는 온전히 사람의 몫이다. 그렇다면 데이터 흔적들을 통찰의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그들은 누굴까? 바로 변화하는 상식을 계속 찾아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 ()이 발달하고, ()도 뛰어난 사람들이다.

비즈니스북 저자 이병주는 <>이라는 책에서 “‘을 가진 기업, 즉 미세한 변화나 아주 작은 움직임이 커다란 트렌드가 될 수도 있음을 동물적으로 느끼는 기업, 지금 유행이 갑자기 새로운 것으로 뒤바뀔 조짐을 간파할 수 있는 직관을 가진 기업이 시대를 지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품질과 기술수준을 높이는 것으로는 이제 부족하다. 모든 것을 이미 가진 소비자에게 수요를 부추기는 방법은 새로운 욕망을 일으키는 방법 밖에 없는데,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영역을 뛰어넘어 몸으로 느껴 직감한다는 뜻의 촉은 기업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에게도()’이란 게 있다. 순간적인 판단, 나아가 통찰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전문가에게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전문가가 아닌데도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모금만 마셔도 그 커피가 좋은 커피인지 아닌지를 금방 안다. 무언가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은 이미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어떤 신곡을 듣고서 , 이 노래 뜨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거나, 갓 데뷔한 신인을 보고 저 신인 아마 스타가 될 거야같은 순간적인 감을 갖게 된다. 이처럼 우리에게도 이 있다. 문제는 그 순간 판단이 정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왜 어떤 사람은 빠르고 정확한 데 반해서 어떤 사람은 느리고 부정확한 걸까? 과연 일반인도 훈련을 통해 정확하고 순간적인 판단 능력을 가질 수 있는가? ‘통찰은 뼈를 깎는 노력과 숙고와 고뇌의 산물이다. 

팔지 마라, 배려하라

저자는 결론적으로 팔려고 하지 말라. 그러면 팔 수 있다고 말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희귀해야 가치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번째 이유는 우리 비즈니스의 목적은 판매가 아니라 배려에 있기 때문이다.

 

이거 샀어? 그럼 저것도 사. 왜나면 당신과 똑같은 프로파일 가진 사람이 저것도 샀거든.’이라고 제안하는 것이 CRM이다. (중략)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거 사려고? 사지 마. 당신에게 안 좋아. 그것 말고 저걸 사라고 제안해야 한다고 본다. 필요하다면 심지어 옆 가게 물건을 사라고까지 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당연히 고마워할 것이다. 즉 우리가 데이터를 분석해서 사람을 이해하려는 목적은 판매가 아닌 배려여야 한다.

은행의 PB가 고객에게 상품을 강권하지 않고, 한 술 더 떠서 가입을 말린다고 해보라. ‘회사에서는 많이 팔라고 하지만 이 상품은 당신에게 안 맞는 것 같다고 하면 그때부터 당신을 믿고 펀드를 살 것이다. 반면 시도 때도 없이 쫓아가서 펀드 사달라고 조르면 믿음이 쌓이지 않는다. 상대방을 위해 ‘No'를 말할 때 신뢰가 쌓이고 롱런할 수 있다. 고객의 사정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나의 매출도 오르는 것이지, 고객의 주머니를 털어 나만 돈 벌 수는 없다. 기업에 두 번 당하는 고객은 없다. 248~249

 죽어라고 빅데이터를 읽어댄 저자는 그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을 읽었고, 그것을 풀어낸 답은 결국 배려였다고 말한다. 소비자의 흉금을 울리는 감동은 진심이 담긴 손짓 그리고 한마디였다. “당신이 지금 알고 있는 상식이란 것들은 더 이상 상식이 아니다. 현실을 보는데 장애물일 뿐이다.” 이 책으로 당신의 상식을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가 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몸이 먼저다 - 나를 사랑하는 가장 확실한 결심
한근태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빠지면 몸이 상한다. 건강을 소홀히 해서다. 마냥 건강할 것 같던 몸이 상하면 회복이 어렵다. 특히 나이가 들면 더 그렇다. 5년 전 거의 20년을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담배값이 거의 두 배가 오르고, 흡연자가 거의 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천대받는 요즘을 보면, 미리 끊기를 정말 잘했다 싶다. 금연을 한 후 생긴 한가지 부작용만 빼고. 체중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쉬이 살이 찌는 체질인데다, 식탐도 만만치 않은 내가 담배를 끊자 맛을 담당하는 혀세포인 미뢰가 살아나(원래는 8천개 이던 것이 흡연을 하면 2천개로 준다고 한다) 맹물도 맛있어졌다. 흡연의 습관을 잊고자 먹는 것을 입에 달고 지내더니 1년 만에 무려 10킬로그램이 늘어났다. '흡연보다 체중 는 것이 안 낮냐?'는 자위는 구차한 변명이었다. 비만도 흡연만큼이나 터부시해서 '비만도 질병이다'라고 외치는 요즘, 각설하고 살을 빼야했다. 그러려면 자극이 필요했다. <몸이 먼저다>를 집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말 소중한 것은 급하지 않다.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당장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운동과 독서가 대표적이다. 둘 다 바빠서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시간이 없어서 독서를 못한다고 말하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 독서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독서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바쁜 것이다. 운동도 그렇다. 운동할 시간이 없는 게 아니다.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 바빠지는 것이다. 자주 아프고,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쓸데없이 시간을 쓰게 된다.

 

인생은 시간이다. 인생은 시간 활용을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 사용에는 최적화가 필요하다. 너무 한 곳에 시간을 쓰는 것보다는 상황에 맞게 몸과 정신에 적절한 안배를 하는 게 핵심이다. 여러분은 시간을 어디에 많이 쓰는가? 대부분 현대이은 머리 쓰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몸 쓰는 일에는 소홀하다. 나는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몸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몸을 관리하면 정신과 마음까지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거양득이다. 반대로 정신적인 부분만 관리하면 몸이 서서히 망가진다. 소설가처럼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촉망받던 소설가가 후반으로 가면서 필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바로 몸이 정신을 못 따라가기 때문이다. ‘

 

몸이란 무엇일까? 몸은 당신이 사는 집이다. 지식이나 영혼도 건강한 몸 안에 있을 때 가치가 있다. 몸이 아프거나 무너지면 별 소용이 없다. 집이 망가지면 집은 짐이 된다. 소설가 박완서는 노년에 이렇게 말했다.젊었을 적의 내 몸은 나하고 친하고 만만한 벗이더니 나이 들면서 차차 내 몸은 나에게 삐치기 시작했고, 늘그막의 내 몸은 내가 한평생 모시고 길들여온, 나의 가장 무서운 상전이 되었다.”(박완서의 <호미>중에서)

 

정말 맞는 말이다. 몸만이 현재다. 생각은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몸은 늘 현재에 머문다. 현재의 몸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몸은 늘 모든 것에 우선한다. 몸이 곧 당신이다. 몸을 돌보는 것은 자신을 위한 일인 동시에 남을 위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몸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직무유기다. 몸을 돌보지 않으면 가장 먼저 자신이 피해를 입는다. 이어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 몸을 돌보면 몸도 당신을 돌본다. 하지만 몸을 돌보지 않으면 몸이 반란을 일으킨다. 나는 그게 제일 두렵다. 26~27

저자의 직업은 작가. 더 많은 글을 쓰기 위해, 무엇보다 쓸데 없는 체중과 지방을 태워 자연스러웠던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저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이 책을 읽으며 참고한 100여 권의 책을 통해 저자는 다양한 운동의 효과와 자신의 경험을 담았다. 읽는 내내 각성을 하게 했다.

10년 전 어깨뼈(엄밀하게 말하면 견갑와)가 골절되어 수술을 한 적이 있다. 병원에서 거의 한 달을 입원하자 체중이 무려 7킬로그램이 늘어났다. 재활차 핫요가와 걷기, 그리고 스트레칭 등을 시작해 2~3년을 꾸준히 운동을 해서 고등학생 시절의 몸무게인 69킬로그램까지 조절한 적이 있었다.​ 운동을 하는 순간은 매일 힘들고 괴로웠지만, 운동을 마친 후 샤워를 끝낸 시원함과 산뜻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희열이었다. 어렵게 살을 뺀 후인지라 반대급부로 살이 찐 사람들을 '게으름뱅이'라며 절대로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올히려 더 뚱보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몸이 무겁고 갑갑하고 답답함을 느끼면 박차고 나가 운동을 했다. 하지만 채 며칠을 가지 않았다. 날씨핑계로, 바쁜 핑계로, 이런저런 이유로 채 사흘을 지속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제대로운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대부분의 에너지는 쉬는 시간에 태워진다. 몸이라는 자동차는 움직일 때는 시동을 켠 채로 대기하며 버리는 기름이 더 많다. 따라서 몸 자체를 연비가 나쁜자동차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 역할을 하는 게 근육이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근육 공장을 만들어야 한다. 근육 없는 다이어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냥 무식하게 굶어 살을 빼는 방법은 몸을 망치고, 몸매를 망치고, 더 심한 비만을 부르는 최악의 방법이다. 다이어트의 핵심은 근육을 늘리고 지방을 줄이는 것이다. 근육이 늘면 신진대사량이 늘어난다.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다 태우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운동 미니멀리즘>의 저자 이기원의 말이다. 108

이 책은 저자의 솔직한 경험담이 들어있다. 게다가 운동을 전공으로 한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듯한 한마디로 저자의 경험을 따라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만만'했다. '내가 못할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만큼.

아무리 의지가 강하다 하더라도 유능한 선생을 잘 찾아 유료로 PT를 받으라는 충고는 특히 와 닿았다. 10여년 전의 몸과 지금의 그것은 차원이 다르다. 체질도 바뀌었고, 나잇살이란 게 있는 만큼 예전만큼 잘 빠지지도 않으리라. 다시 말해 개인적으로 대충하다가는 쉽게 지쳐서 포기하기 십상이란 뜻이겠다.

처자가 있는 불혹의 나이에 잘난 몸이 무엇이 중요하겠냐 싶겠냐마는 무엇보다 바른 신체에 바른 정신이 깃들기 때문이다. 책에 소개된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예는 이를 잘 말해준다.


프랑스의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그런 사람이다. 그는 걸으면서 자신을 치유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은퇴한 뒤 그에게는 많은 어려움이 찾아왔다. 사랑하던 어머니가 죽고, 부인까지 애를 낳다 죽자 인생이 싫어져 자살까지 시도한다. 이랬던 그가 걸으면서 점차 치유되기 시작한다. 그는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1,099일 동안 걸은 후 이를 바탕으로 <나는 걷는다>란 여행기를 썼다.

자살 시도가 미수에 그친 후 일단 파리를 떠나자고 생각했다. 석 달 동안 2,300km를 걸으면서 걷기의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매일 20km씩 걸으니 내 몸이 젊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3주 전만 해도 죽으려 했던 사람이 3주 후 걷기의 즐거움에 취해 버린 거다. 인간이란 걷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란 생각을 그 때 했다. 신체의 균형이 잡히면 정신의 균형도 잡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바탕으로 소년원 아이들을 걷게 하면서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다른 죄수들은 재범률이 80%가 넘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죄수들의 재범률은 15%에 불과했다. 걷기가 인간에게 가져다준 선물이다. 170~171


큰 도움이 된 책,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읽고 아예 거액을 들여 PT를 끊게 한, 울림이 큰 책이다. 큰 맘 먹고 운동하고 싶다면 먼저 일독하면 도움이 클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