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원점, 이익이 없으면 회사가 아니다>를 리뷰해주세요.
경영의 원점, 이익이 없으면 회사가 아니다 서돌 CEO 인사이트 시리즈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양준호 옮김 / 서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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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혼자 굴러가지 않는다. 노사가 아닌 가족이 되어라!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세 장수를 들라면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일본통일의 주역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리더십은 전혀 달랐다. 넘치는 추진력으로 난세를 평정한 장수가 오다 노부나가라면, 남이 닦아놓은 길을 꾀를 내서 먼저 걸어가는 문둥이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눈과 비가 내려 물길이 생기면 가뭄이 들 때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인내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그들의 리더십을 쉽게 알 수 있는 좋은 예로 ‘울지 않는 두견새의 처리 방법’을 들고 있다. 

울지 않는 두견새는 목을 쳐라. -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게끔 만들어라. -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 때까지 기다려라. -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이렇듯 서로 다른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일본의 통일을 이룩해서 백성들을 혼란으로부터 구해냈다는 점이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장수들로 남아 있다.

이러한 예는 ‘일본경영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세 명의 기업가를 꼽으라면 마쓰시타 그룹의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와 혼다 그룹의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교세라 그룹 명예회장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를 든다. 이들 역시 자신의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으켜 존경을 받고 있지만, 그들의 경영철학은 서로 다르다. 마쓰시타 회장이 유교적 성격을 띤 인仁의 경영을 펼쳤다면, 혼다 회장은 후지사와 다케오藤澤武夫를 평생 파트너로 두고 엔지니어로서 창조 경영을 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자신이 쓴 책 이름처럼 ‘카르마 경영’ 즉, “사념(思念; 생각한 것)이 업(業; 일)을 만든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이들이 ‘일본 3대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대단한 매출액을 이룩한 대기업의 창업주이기 때문이 아니다. ‘경영자가 가야할 길’을 제대로 알고 그 길을 향해 평생을 걸어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영자가 가야 할 길’이란 무엇일까?  



출처 : 동아닷컴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705160038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혼다 소이치로는 미쓰비씨전자(나쇼날)과 혼다 오토바이라는 소매제품을 파는 회사의 경영자인 때문에 수많은 책과 일화로 잘 알려져 있다. 반면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아는 사람만 안다. 그의 회사인 ‘교세라’는 전자부품회인 때문일 것이다. 그는 회사보다는 오히려 ‘아메바 경영’, ‘카르마 경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늘 그의 책 <경영의 원점, 이익이 없으면 회사가 아니다>를 읽었다. 원제목은 <實學·經營問答>高收益企業のつくり方 ; <실학경영문답>고수익기업을 만드는 법 이다.

이 책은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경영자를 위한 책이다. 더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다른 젊은 경영자들이 ‘어떻게 해야 회사를 잘 경영할 수 있을지’의 고민에 대해 답을 해 준 책이다. 이나모리 회장은 젊은 경영자들을 위해 전국 각지에 ‘세이와주쿠’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일본에만 50개가 넘고 미국℃· 브라질· 중국에까지 있다니 엄청난 규모다. 모든 결정에 대해 결국은 홀로 내려야 하는 ‘고독하고 책임이 무거운 사장’이라는 자리에 있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老회장이 모임을 만들었다는 ‘세이와주쿠’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자신이 경영을 하면서 가진 평생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자세, 딱히 부족할 것 없는 자리의 사장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남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멘토링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나모리 회장은 경제 불황으로 위기에 봉착한 경영자들에게 ‘원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원점이란 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의 자신감과 자부심을 말한다. 그는 원점을 되찾는다면 반드시 돌파구를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책의 시작과 함께 ‘회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하는 큰 화두를 던졌다. 책 제목으로 짐작하건데 ‘이익’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유였다. 이나모리 회장은 궁극적으로 회사는 ‘전 직원의 행복을 추구하며, 인류와 사회의 진보 및 발전에 공헌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것은 교세라의 경영이념이다. 그 역시 처음 회사를 차렸을 때 목적을 ‘내 기술을 세상에 알리는 무대’로 삼았다. 하지만 직원들이 바란 것은 ‘그들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이었다. 그는 곧 회사는 기술자인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사는 전 직원의 행복을 위해 존재합니다. 따라서 모두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는 ‘이익’을 남겨야 한다. 그리고 되도록 많이 남길수록 좋아진다. 이나모리 회장은 이 같은 경영이념으로 사원들을 독려하고 함께 해 창업한 지 20년 후에는 매출액이 3조엔에 이르는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렇습니다. 회사를 경영하려면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난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경영자는 회사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즉 회사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나아갈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그 해답을 구한 뒤에야 비로소 회사를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경영자가 분명한 목표를 갖고 그 것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회사의 성패가 달라집니다.” - 이나모리 가즈오 (22-23 쪽)

  젊은 경영자들의 고민중에는 적당한 수익이 있는 기업에 좀 더 투자를 해서 규모를 키우면 수익이 늘어나지 않을까 고민하고, 리스크는 줄이면서 수익을 높이는 방법을 구하는 경영자도 있었다. 회사를 인수하기에 앞서 인수회사 직원들과의 불협화음을 걱정하는가하면, 모두가 다 웃을 수 있는 급여체계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경영자라면 누구나 언젠가 겪게 되는 고민들이었고, 구체적이었다. 이나모리 회장의 대답 역시 명쾌하고 현실적이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질문은 OEM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경영자가 수익성은 있지만, 이젠 남의 일(OEM)보다 내 일(자사 브랜드)을 하고 싶은데, 자신의 생각이 과연 옳은가 하는 질문이었다. 이나모리 회장은 자사 브랜드 제품은 도급업체에게 악마의 유혹과 같다며 안이하게 뛰어들어서는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도급업체라는 현실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문제에 정면으로 맞설 것을 권했다. 안으로는 수익성을 높이고 밖으로는 생산성을 높여 다른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가격으로 제품을 만든다면 OEM이면서도 자신의 브랜드를 갖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품질과 비용면에서 우수해짐다면 OEM 업체이기 때문에 선전·광고비가 전혀 들지 않아도 세계 업체들이 먼저 손을 내미는 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이 대목에서 나는 이나모리 회장의 조언을 설명해 줄 적당한 사례로 국내업체 백성학 대표의 ‘영안모자’가 떠올랐다. 전 세계 인구 중에서 열 명 중 네 명의 머리에 씌여 있는 모자는 국내기업 ‘영안모자’가 생산해 낸 제품이다. 지난 4월 29일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영안모자는 59년 모자 70개로 시작해 현재 전 세계 10개국 17개 법인망을 통해 현재 세계 시장의 35%를 장악하고 있다. 생산량은 연간 1억 개의 모자를 생산해 16억5000만 달러라는 매출을 올리는 모자왕국이 된 것이다. 그 뿐 아니라 그는 대우버스(2002년)를 인수해 전 세계에 7곳에서 공장을 돌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고 미국에 본사를 둔 클라크지게차(2003년)를 계열사로 편입시킨 바 있다. 백 대표가 OEM을 포기하고 자사의 모자 브랜드를 출시하고 그에 몰두했다면 이와 같은 결과는 얻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젊은 경영자들과 이나모리 회장간의 대화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갖게 되는 경영자의 딜레마에 대한 사례들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노회장의 대답은 명쾌하고 주장에 대한 근거는 탁월했다. 이나모리 회장을 통해 우리가 선배들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를 새삼 알 것 같고, ‘살아있는 백과사전’이라고 하는 노인을 공경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결론에 이르러 ‘회사를 고수익 체질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우선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회사를 고수익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간정하게 소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수익 기업으로 거듭나야 여유있는 경영 즉, ‘강에 댐을 세워 항상 물을 담아두듯이 여유를 갖고 경영할 수 있는 ’댐식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출은 최대한 늘리고, 비용은 최소한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도 ’고수익을 실현하는 기업‘의 존재이유는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을 지켜주기 위함‘에 있음에 있다.

  이 책이 말하는 ‘경영의 원점‘이라는 의미 역시 ‘회사는 경영자인 나를 위해서 보다 직원들과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고 경영자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점을 경영자가 명확히 밝히고 지켜나간다면 직원들 역시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에 ‘고수익의 회사’를 이루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의 경제계에 ‘회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하는 화두는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경영자와 경영자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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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노믹스>를 리뷰해주세요.
스토리노믹스 - 상상력이 만드는 거대한 부의 세상
수잔 기넬리우스 지음, 윤성호 옮김 / 미래의창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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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의 성공 뒤에 숨은 마술같은 마케팅의 비밀!

  21세기를 들어 스토리텔링의 성공적인 대표 사례를 든다면 ‘해리포터Harry Potter'를 꼽을 수 있다. 작품이 단순히 성공을 했다고 말하면 표현이 부족하다 할 만큼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기록한 해리포터는 앞으로문화산업의 무궁무진한 성공가능성과 중요성을 일깨우기에 충분한 사례이다. 그리고 ’컬처비즈의 시대‘라 불리는 오늘날의 문화와 접목된 비즈니스의 발전가능성을 한눈에 짐작하기 위해서 해리포터를 분석하는 작업을 가장 최우선순위에 올려 놓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상상력으로 빚어낸 ’한 권의 책‘이 과연 얼마나 큰 파장을 낼 수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책 <스토리노믹스>는 문학산업과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해리포터의 성공을 분석한 책이어서 반갑다. 인기블로거이자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 수잔 기넬리우스Susan Gunelius는 이 책을 펴낸 의미에 있어서 해리포터라는 브랜드의 성공요소들을 다시 정의한다면, 해리포터와 비슷한 정도의 전 세계적 성공을 목표로 하는 미래의 브랜드(어떤 브랜드든 최종 목표는 해리포터를 넘어서는 것이겠지만)가 따라야 할 전략적인 경로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겐 해리포터 신드롬을 파헤쳤다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책으로 다가왔다. 원제목은 Harry Potter : The Story of a Global Business Phenomenon 이다.



 

   이 책은 해리포터라는 책(제품, 브랜드)의 시작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전 과정에 걸쳐 일어난 일들을 한 곳에 모으고, 어떠한 요인들이 문학과 비즈니스계에 전례없는 성공을 이끌어왔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책이 나온 이후 흥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펼쳤던 사업결정, 마케팅 전략, 그리고 전술들이 낱낱이 소개되었다. 특히 작가 조앤 롤링에 대하여 작가적 재능과 함께 그녀를 가장 부유한 작가로 거듭나게 한 사업가적 기질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조앤 롤링의 어마어마한 인세수입이나 로열티가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서구 문화산업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화날 만큼 부러워졌다. 성공의 가장 중심에는 ‘최고의 스토리’가 있었지만, 제반의 치밀한 시스템이 없었다면 지금 만큼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의 전반부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탄생과정을 이야기한다. 1990년 가난한 작가 조앤 롤링이 남자친구와 좀 더 가까이 지낼 목적으로 맨체스터 집을 구하러 갔다가 런던으로 오는 기차에서 해리포터의 이야기(이마에 번개 모양희 흉터를 가진 소년 마법사의 이야기)를 생각해 낸다. 우여곡절의 고생 끝에 7년 만에 작품을 완성했고, 12개 출판사가 출판을 거절한 끝에 블룸스베리라는 출판사에 6,500 달러의 선인세를 받는다. 1997년 볼로냐 아동도서관에 참석차 영국을 찾은 미국의 스콜라스틱 출판사의 아서 레빈 편집이사는 출간된 지 사흘된 영국의 신예작가 J.K. 롤링(여성작가의 판타지는 잘 읽히지 않아, 본명 대신 쓴 이름)의 책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곧 스토리에 매료되어 미국내 판권을 사들이게 된다. 기적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리포터의 중요한 통계수치는 놀라움 그 자체다. 7 권으로 된 해리포터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4억 부 이상이 팔렸고, 64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조앤 롤링의 재산은 10억 달러 이상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보다 많다. 이제까지 제작된 5 편의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40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렸고, 해리포터의 브랜드 가치는 40억 달러를 웃돈다. 



 

   해리포터의 성공에는 두 가지 성공 요인이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성공의 열쇠는 ‘뛰어난 소설’즉, 우수한 제품에 있었다. 조금은 어리숙한 영웅, 선과 악의 대결, 주인공의 성장 그리고 사랑 등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 누구나 자신과 연관시킬 수 있는 이야기적 요소들을 갖춘 판타지 해리포터는 문화 비즈니스에 있어서 최고의 콘텐츠감이다. 두 번째는 해리포터 라는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관련 기업들의 노력이었다. 저자인 조앤 롤링을 필두로 영국 판 권 소유 출판사인 블룸스베리, 미국 판권 소유 출판사인 스콜라스틱, 영화 및 머천다이징(관련상품시장)을 맡은 워너 브라더스와 모기업 AOL 타임워너는 처음부터 대박을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제품을 알아보는 안목과 확신을 가졌고, 이들은 소비자들에게 명확하고 일관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부분에서는 저자의 역량이 힘을 발휘한다. 조앤 롤링은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그녀의 책 안에서 확실히 정의했고, 그것을 따르는 독자들의 책에 대한 인상과 매력에 반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이 그리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의 비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머천다이징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자신의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도록 계약부터 틀을 마련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한 SWOT 분석(제품개발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 기존 사업환경의 영향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마케팅 분석도구)을 해 보면 스토리는 훌륭한 장점이지만, 성공하면 장점도 되지만, 약점의 주요인이 되는 7권으로 구성된 시리즈물이라는 점, 책의 분량이 많다는 점, 매우 영국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 매니아층을 제외하고는 판타지 문학은 그다지 인기가 없다는 약점(Weakness)가 있었다. 하지만, 수요자 층이 어린이와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점, 영화나 머천다이징에 적합하고, 시리즈물이어서 지속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기회(Opportunities)가 있다는 점에서 다소 어둡고 공포스러운 스토리적 요소와 시리즈 물이어서 자칫 스토리가 유출될 수 있는 위험(Threats)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살펴보면 해리포터는 애당초 세계적인 대박을 염두해 두고 만든 상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해리포터의 비즈니스 관계자들은 ‘작품(제품)의 우수성’에 믿음을 갖고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적극 활용해 성공을 이루게 된다.

저자는 해리포터의 브랜딩의 성공요인에는 다음의 3가지 과정이 원활하게, 그리고 꾸준이 유지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 정의 : 해당 브랜드가 시장에서 그려지기 원하는 이미지를 정의한다 

2. 커뮤니케이션 : 이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3. 끈기와 일관성 : 브랜드 메시지와 이미지가 지속적이고 일관적이 되도록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일관성’이다.   

“성공적인 브랜드 이미지 창조에 결정적인 것은 이와 관련된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브랜드의 메시지가 일관적이지 않다면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일관성 없이는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로부터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고, 소비자 충성심에 있어서 두 가지 중요한 요소인 안정성과 확신성을 얻을 수 없다.” (56 쪽)

    해리포터 시리즈에 있어서 일관성을 지킬 수 있던 동력은 저자인 조앤 롤링이 있었다. 앞으로 출간될 작품이 남아 있기도 했지만, 자신이 꿈꾸는 해리포터의 비전에 어긋나는 머천다이징은 아무리 거액을 제시한다고 해도 과감하게 ‘거절’했다. 아마도 그녀는 성장해가는 해리포터가 변하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일관성’을 저해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일관성의 중요성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작품의 예로는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를 들 수 있다. 물론 영화에 한정된 예이기는 하지만, ‘늙어감’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거스릴 수 없다 하더라도 주연 배우인 007이 수시로 바뀌는 점은 참으로 유감이다. 007을 사랑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아무리 접어줄려고 하더라도 외모에 치중해서 배우를 선발하다 보니 연기나 표현력이 뒤떨어진 작품들이 적잖았다. 이는 컨텐츠 제공자들이 ‘소비자’ 즉 ‘관객’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이렇게 일관성없는 브랜딩으로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과거의 작품들을 되돌려 보거나, 새로 바뀐 배우가 나오는 작품에 대해 기꺼이 보기에 앞서 배우가 어떻게 작품을 소화해 낼지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이는 기업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처음에는 A라는 제품 하나만으로 개업을 했지만, 매출액이 점차 떨어지자 B, C, D등 다양한 메뉴를 구비하여 소비자를 흡수하려고 하는 식당들을 만나게 된다. 그 예로 스타벅스의 샌드위치 판매를 들 수 있다. 집과 직장이라는 공간 이외에 ‘제 3의 공간’을 연출함으로써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는 스타벅스는 점포 문을 열었을 때 풍부하게 배어나오는 커피향이 가장 먼저 손님을 맞았었다. 하지만 매출액 감소에 따른 대안으로 샌드위치를 팔게 되자, 샌드위치의 재료향이 커피향과 뒤섞이게 되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게 되었다. ‘스타벅스도 주유소 커피숍과 별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이 일자 샌드위치 판매를 바로 중단했지만, 그로인한 브랜드 이미지의 추락은 돌이키기 힘들었다.

  일관성을 갖춘 브랜드에는 고객의 충성심(나는 개인적으로 ‘꾸준한 사랑’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소비자가 제품에 충성을 보인다니 이 얼마나 거만하고 교조적인 용어란 말인가? 기업내부 혹은 저희끼리의 말일테지만, 소비자가 된 입장에서 이 용어를 접하면 제품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난다. 이런 상황이라면 ‘반역심’이라 부를텐가?)이 수반된다. 저자는 고객 충성심의 3S 즉, 소비자는 제품의 일관성에서 브랜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마음을 느낀다고 보았다.   

1.안정성(Stability): 고객들은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가 일관된 메시지를 전할 때 그 제품에 대한 감정이입이 일어난다.  

2.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고객들은 어떤 제품이 그들과 오랜 기간 아니면 최소한 어느 특정한 지점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예상할 때 그 제품과 감정적으로 연결된다. 

3. 확신성(Security): 고객들은 어떤 제품이 그들에게 마음의 평화나 편안함을 줄 때 그 제품에 감정적으로 개입을 하게 된다.

  이처럼 창업자 혹은 컨텐츠 제공자의 브랜드에 대한 일관성은 비즈니스의 기둥이 된다. 이는 경영적 측면으로 본다면 ‘창업이념’일 수 있고, ‘경영이념’일 수 있다. 조앤 롤링은 소설의 시작에 어마어마한 부를 획득을 염두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설을 읽고 즐거워해 주길 바랐다. 10년이 채 되지 않아 4억 권의 책이 팔릴 수 있었던 것은 변함없는 그녀의 독자를 향한 진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런 점은 기업의 비즈니스 또한 다르지 않다. ‘고객에게 퍼주는 장사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회장의 말처럼 ‘소비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 주고자 한다면 그 기업의 성장은 시간의 문제일 뿐 성공할 수밖에 없다. 원자재 값의 상승으로 용량을 마구 줄이는 식품업체와 값싼 수입산 재료를 사용하여 조리하는 음식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충성심(정말 쓰고 싶지 않은 용어다)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문학 현상으로까지 언급되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비즈니스적인 측면으로 분석했다는 것만으로도 읽어볼 이유는 충분하다. 게다가 독자가 ‘해리포터의 팬’인 비즈니스맨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 나아가 세계적인 브랜드를 꿈꾸는 기업이나 마케터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아직까지 진행중인 ‘해리포터 신드롬’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안내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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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마이너 - 작은 감성으로 세상을 이기는 법
황의건 / 시공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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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볍지는 않지만, 조금은 수다스러운...아쉬운 책

 

  내가 생각하는 또래의 근성있는 멋쟁이가 세 명 있다.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인 홍록기, 남성잡지 GQ의 이충걸 편집장, 그리고 오피스h의 대표인 황의건이다. 훈남과 꽃남이 수두룩해진 요즘 왜 하필 그들 세 명이냐라고 묻는다면 그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근성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아는 한 그들은 자신들이 20대일 때부터 쭉 멋쟁이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스스로’ 멋쟁이라고 여기고 살아왔다. 그리고 이젠 모두가 그들이 멋쟁이의 정상에 있다는 것을 안다. 한 사람은 트렌드세터trend setter로 한 사람은 트렌드 결정자로, 그리고 마지막은 트렌드 커뮤니케이터로서 그들이 움직이는 곳에 트렌드가 함께 움직인다. 일반인보다 좀 더 빨리, 많이 그리고 쉽게 트렌드와 유행을 만날 수 있으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색을 고집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멋쟁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들이 부럽다. 멋쟁이들은 나이도 잊기 때문이다.

  홍록기라는 인물은 잘 모른다. 연예인은 꽃과 그림일 뿐, 거리감을 두고 봐야 참맛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의 면면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강남의 유명한 클럽을 운영하면서 훌륭한 사업가로 변신중이라는 정도일 뿐. GQ의 이충걸 편집장은 세 명의 멋쟁이 중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무척 좋아하는 정도니까. 창간호부터 GQ를 매 월 빠짐없이 읽는 편인데, 가장 큰 이유는 잡지의 첫부분에 쓴 Editer's Letter 때문이다. 그는 글을 정말 잘 쓴다.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한 문장에(다소 긴 숨과 생각이 필요하지만) 제대로 옮길 줄 아는 사람이다. 유행의 선두에 있으면서도 유행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하루 종일 명품을 접하면서도 자신만의 명품 이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 호불호의 명확함 때문일까? 수많은 여성들 속에서 일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싱글이다(우연히도 세 명의 멋쟁이 모두 싱글이다). 난 변함없는 그의 주관을 존경하고, 까칠함이 뭍어나는 그의 글을 좋아한다. 지난 해 쓴 책<갖고 싶은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미처 탐구되지 않았던 쇼핑에 대한 뜻밖의 기록>(http://blog.daum.net/tobfreeman/7162518)은 그의 최근 책이다. 한가한 주말 오후 하릴없이 멋쟁이 운운하는 이유는 오늘 <행복한 마이너>를 읽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멋쟁이 황의건이 <샴페인 맨>에 이어 두 번째로 쓴 책이다. 



 

  똑똑하고 영민한 인재들이 죄다 판검사와 의사로 빠져나가는 이 땅에 한 눈을 팔아 다른 세상에서 빛을 발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음으로 양으로 그를 지켜보면서 ‘무엇’을 해도 잘 할 것 같은 멋진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는 ‘황의건’이라는 제 이름 석자를 브랜드로 만들었고, 시장을 헤집고 다닌다. 지금은 오피스h에서 유행을 이끄는 브랜드들의 홍보를 담당하며 소비자들과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브랜드 커뮤니케이터’라고 불렀다. 그에게 관심을 둔 계기는 어느 남성잡지에서 독자들의 스타일을 잡아주며 멘토링을 하는 <패션 코치>컬럼을 읽으면서부터다. 의뢰인인 독자가 자신의 신상과 직업, 신체사이즈, 그리고 고민이라 할 수 있는 지원의 변辯이 소개되면 그에게 잘 맞는 코디네이션을 제공해 주는 컬럼인데, 황의건의 선택과 조언은 탁월해서 인상적이었다. 특히 특정 브랜드를 조언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면 체형과 직업 그리고 스타일에 어울리는 옷차림은 매 번 독자로 하여금 ‘혹’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잡지의 특성상 컬럼니스트의 직업상 3-6 개월 하다가 그치고 마는 기획이 아니라 고정컬럼으로 자리매김할 정도의 성실성을 갖추고 있어서 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그것일테고...

  이 책은 전체적으로 홍보맨인 자신의 일과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이야기하고 있다. 회사를 독립해서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의 짧은 기록으로 엮은 [Part 1. 나는 Mr. PR 황의건이다]는 사업을 하는 비즈니스맨이라면 권하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홍보관과 일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뭍어 있고, 홍보맨으로서의 자신감이 대단해서 그는 믿을 수 있겠다는 느낌까지 전해준다. 후반부에 있는 성공을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또한 비즈니스맨이라면 놓치지 말고 읽어봐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처음에 느낀 강렬함은 잦아진다. 세간에서 말하는 브랜드 ‘황의건’에 관한 진실들, 자신이 맡았던 브랜드와 회사 이야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등으로 전과는 차이가 두드러진다. 자신의 싱글라이프와 스타일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중반부는 편하게 자신을, 행복한 마이너를 ‘이야기한다’는 느낌 보다는 ‘알린다’는 느낌이 강해져 듣기를 강요당하는 기분을 갖게 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도, 동의를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서 책이 ‘그’ 라면 말 중간에 묻고 싶은 것들도 많았다. 이 부분에서부터 이 책은 누구를 독자로 삼았는가 하는 의문도 생겼다. 난 앞에서 말한 대로 멋쟁이 남성의 멋진 글을 기대하고 펼쳤는데, 내용의 전개나 문체가 여성을 향하고 있었다. 난 그에게서 읽기도 어려운 러블리 샴페인이나 감성와인을 추천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가 홍보맨이라면 이 책에서는 오히려 ‘홍보맨’ 황의건은 보이지 말았어야 했다. 최소한 상품을 추천하고, 자신이 홍보한 제품들을 일일이 언급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는 홍보맨으로서 그가 만들어내는 홍보 컨셉의 창의력이나 아이디어의 소스는 무엇이고, 어떤 무엇이 자신의 일을 행복하게 하는가 좀 더 관념적인 서술이 부족했다. 왜냐하면 이 책을 굳이 읽지 않더라도 그는 충분히 알만한 사람은 아는 리마커블한 멋쟁이자 홍보맨이기 때문이다. 

  내 기대가 큰 때문인지도, 책 전반에 걸쳐 남성들의 트렌드와 스타일에 대한 언급이 적어 실망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하고 싶은 말에 비해 글을 쓸 공간은 지극히 협소하다는 느낌은 충분했다. 할 말이 많은 사람, 그런 그가 5년 만에 두 번째 책을 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전체적인 느낌은 오피스h와 홍보맨 황의건의 브로셔brochure를 들여다 본 것 같다. 난 그가 했던 일, 사진들보다 그의 깊은 생각, 개똥철학을 듣고 싶었다. 다음 책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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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Dog 굿독 - '보'와 함께한 아름다운 날들
애너 퀸들런 지음, 이은선 옮김 / 갈대상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사람의 가족으로 살다 돌아간 반려견의 이야기 

  현관문을 나서기 전 난 아침의 기분에 따라 몇 개의 향수 중에서 하나를 골라 손목에 뿌린다. “칙~치잇” 양 손목을 비비고 귀 뒤 언저리에 톡톡 갖다 대면서 세상을 나설 준비를 마친다. 내 흥에 맞는 향수를 뿌리고 나면 난 검은 먹구름이 잔뜩낀 날 이거나, 후두둑 비가 오거나,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빛이 쏟아지는 맑은 날이거나 하늘만 아는 날씨에 기분이 좌우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분좋았던 그날의 느낌을 온전히 기억하려 스스로 향수를 찾는 경우도 있으니까. 내 기분은 내가 만든다. 밖을 나서기 전 내가 향수를 뿌리는 이유는 내가 만드는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다. 나름의 아로마 테라피Aromatherapy, 향기치료인 셈이다. 

  독립해서 혼자 지내다 가족들이 사는 집으로 들어오면서 느끼게 된 것은 ‘환대’였다. 현관문을 열고 “다녀왔습니다”를 외쳤을 때, 누군가 나의 귀환을 반갑게 맞아주는 것. 어떤 하루를 보냈던 무사히 돌아온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뻐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참 따뜻하고 행복한 일이다. 독립의 장점이 자유롭고, 조용함이라면 본가와 결합한 장점은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것이다. 난 따뜻한 구속과 외로운 자유를 맞바꾼 것이다. 날 반겨주는 이들 중에서 현관문을 열면 탁탁탁 바닥이 아픈 줄도 모르고 꼬리를 치며 앉아있는 여섯 살난 시츄종 찌비는 단연 으뜸이다. 왕방울만한 촉촉한 눈으로 나와 시선을 맞추고 “어유~ 우리 찌비가 오빠를 기다렸어?”하고 얼루려고 하면 배를 네 다리를 하늘을 향해 배를 뒤집는다. 꼬리는 여전히 부채꼴로 흔들면서. 네 발 달린 이녀석은 내 가족이다. 그런 녀석의 모습을 보면 바깥의 시름과 피로는 잠시 날아가 버린다. 이건 필경 애견 심리치료다. 

  난 반려동물의 의미를 수의사인 그녀가 어제 말해주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 아니 정반대의 개념으로 알고 있었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반려동물의 ‘반려’를 회사에 사표를 냈는데, 돌려받을 때 쓰는 ‘반려’와 같다고 보고 ‘유기견’의 다른 표현으로 알고 있었다. “바보야, 그건 애완견이라는 단어보다 더 격상해서 부르는 표현이야. 배우자를 동반자, 혹은 반려자라고 부르는 것처럼 반려동물이란 가족에 준하는 평생 나와 함께 할 동물을 말하는 거라고.” 그동안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측은지심’이 들었던 순간들이 부끄러워졌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여섯 살난 시츄종 ‘찌비’는 내 반려동물이자, 심리치료사다.

사랑스런 반려동물은 이 시대를 사는 도시인들의 외로움을 채워주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반려동물을 통한 애견 심리치료를 통해 사람과 미처 나누지 못한 교감을 동물과 나누려 하고 있다. 그 중에서 ‘평생 아부를 떨어야 밥을 얻어먹을 수 있는 동물’이라는 개는 외로운 도시민들의 좋은 친구이자 반려자가 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어울려 사귀지 말라.

미운 사람과도 어울려 사귀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는 것은 고통,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보는 것 또한 고통이기에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을 일부러 만들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짐은 괴로운 일이기에

사랑도 미움도 없는 사람은 그 얽매임이 없다.

 

사랑 때문에 슬픔이 일어나고

사랑 때문에 두려움이 일어난다.

사라으로부터 해탈한 사람에게는

슬픔이 없기에 어찌 두려움이 있으랴!

 

(법구경 16장- ‘쾌락의 장’ 중에서)



 

  이쯤에서 독자들은 반려동물을 이야기하다가 뜬금없이 법구경을 운운하는가 의문이 들테다. 그렇다. 난 오늘,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피로 맺어진 가족을 떠나 보내는 슬픔이야 지극히 자연적이고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지만, 가족과 같이 생각한 반려동물을 떠나 보냄은 처음 입양하면서 ‘식구로 여길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이어서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 ‘이 슬픔’을 당하는 것이 싫어 반려동물을 들이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 ‘녀석이 없고 나면 그 허전함과 괴로움을 가족 모두 감당할 수 있을까’ 나 역시 생체나이로 치면 나보다 더 늙었고, 앞으로 더 빨리 늙어버릴 녀석을 보면 그 걱정이 앞설 때가 요즘 들어 많아진다. 책 <굿독Good Dog - ‘보’와 함께한 아름다운 날들>을 읽은 이유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명칼럼니스트인 애너 퀸들런Anna Quindlen 의 반려동물이었던 ‘보’를 떠나보내는 이야기다. 원제목은 Good Dog Stay다.



 

   이 책에는 ‘보’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성격이 어떻고, 얼마나 먹으며 어느 만큼 잘 노는지 말하지 않는다.‘아기를 키우는 엄마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족은 다 거짓말쟁이’라는 말이 있듯 그런 기술들은 아이가 크고, 반려동물이 자라면서 펼치는 에피소드를 모두 제 3자적 입장에서 나름의 해석이 뭍어난 것이 아니던가? 그런 말로 한 권을 채우기란 무리가 있고 의미도 없다. 또 그것을 듣고 읽기는 고역스러운 일이다. 어차피 화자의 소설일 테니까. 저자는 가족들의 삶 속에 존재했던 ‘보’를 큰 숨으로 읽어야 할 한 편의 에세이형식으로 그려냈다. 그리고 ‘보’일 수 있고, ‘찌비’일 수 있고, 우리 집에서 함께 사는 아무개일 수 있는 애견들의 사진을 중간마다 넣었다. 재미있는 대목에서는 그 사진 때문에 더 재미있고, 가슴 아프게 슬픈 대목에서는 그 사진 때문에 더 슬퍼진다. 다양한 표정들, 모습들. 이 책을 더 훌륭하게 만드는 조연이었다.

 



 

  
   퓰리처상 수상자답게 애너 퀸들런의 문체 역시 뛰어나다. 그녀가 말하는 가족의 이야기 속 한 켠에는 ‘보’가 함께 있었고, 보가 움직이는 행동반경엔 가족들의 사랑이 뭍어났다. 내 부모 내 형제를 떠나보냄이 ‘절망‘이라면, 반려동물을 보내는 마음은 ‘깊고 깊은 슬픔’처럼 느껴진다. 내 생애보다 앞서갈 것을 알면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마음은 어쩌면 그만큼 ‘버틸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녀는 ‘보’를 지켜보며 부모된 자신과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개의 역할은 어떻게 보면 엄마, 아빠의 역할과 비슷하다. 뭘 해주는 게 아니라 있어주는 것, 어떤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존재해 주는 것이 부모의 할 일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평소에는 없는 취급을 하다가 힘들 때나 무서울 때, 그리고 가끔은 행복할 때 찾는 주춧돌이자 배경이고 풍경이다.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 개, 집은 마음 내킬 때 언제든지 떠났다가 다시 찾고 또 다시 떠날 수 있는 존재이다.” (30-31 쪽)



   한숨을 내리 쉬던 어느 날,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니 ‘찌비’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한없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사랑스런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그래, 나도 어쩔 수 없는 거짓말쟁이다). 그 눈에 위안을 얻는다. 쓰다듬는 녀석의 털에 따뜻함을 위로 받고, 어깨를 두드리는 대신 팔뚝을 핥아주면서(염분 흡수를 위한 행위라고는 하지만) 날 다독였다. 어떤 날은 단 둘이서 오랜 시간 동안 멍하니 쳐다본 적도 있고, 어느 날 밤은 녀석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도 있다. 가끔이지만 이럴 때는 ‘키운다’기 보다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녀석도 살아온 시간만큼 지나면 떠날 것이다. 난 대충의 시간을 알지만, 녀석은 제 온몸에 있는 감각을 통해 밥을 먹어야 할 때와 ‘제 가족’이 와야 할 시간을 알고 문앞을 서성이고, 창문 밖을 바라본다. 지금 이 순간 난 녀석이 떠날 어렴풋한 미래의 시간을 걱정하지만, 녀석은 오늘 제 가족이 들어와야 할 시간을 알고 편하게 잠들어 있다. 해가 넘어가 저녁이 되고 밤이 되면 어김없이 현관 앞에서, 창가에서 가족을 기다릴 것이다. 찌비는 오늘을 충실하게 살고 있다. 아무생각 없이 사는 듯한 녀석은 오늘을 잘 살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내게 그것을 알려 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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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트렌드 -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
마크 펜, 킨니 잘레스니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해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블루오션은  메가트렌드가 아닌 마이크로트렌드에 있다!

  내가 미래학에 관심을 둔 때는 1999년이다. 그 때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종말론에 의하면 지구가 종말을 맞게 된다는 끔찍한 일 년이고, Y2K 문제 즉, 컴퓨터가 연도표시의 마지막 2자리만을 인식하여 1900년 1월 1일과 2000년 1월 1일을 같은 날로 인식하게 되므로 예상되는 컴퓨터 장애로 인한 대혼란이 일어날 거라며 세계가 밀레니엄 버그 퇴치를 위해 어수선을 피우던 일 년 이었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이러다 정말 지구가 멸망하는 거 아냐?’라는 의심이 든 것도 사실이었고, 의문을 떨치지 못해 진실을 파헤친다며 우연히 골라든 책은 페이스 팝콘Faith Popcorn의 <클릭, 미래 속으로>였다. 종말론과는 전혀 관계없는 책, 오히려 활기차고 기대가 가득 차게 하는 트렌드 관련서였다. 



  

    이 책은 <포춘 紙>가 마케팅의 노스트라다무스라고 언급한 바 있고,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앞으로 만들 제품을 구상하기 위해 찾는다는 [페이스 팝콘]이라는 컨설팅 회사가 만든 책이다. 당시만 해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개념의 용어, 즉 코쿠닝, 행복찾기, 마음의 안식처, 유유상종, 환상모험, 개성찾기, 여성적 사고, 남성해방, 99가지생활, 반항적 쾌락, 작은 사치, 건강장수, 젊어지기, 소비자감시, 우상파괴, S.O.S., 공포의 기류 등 21세기 소비자의 생활 트렌드를 17가지(당시만 해도 앞으로 10년을 지배할 트렌드라고 말했는데, 신기하게도 현재까지 존재하는 트렌드 혹은 엇비슷한 것들이 언급되고 있다.)와 그에 관련된 사례, 비즈니스 아이디어 등을 정리한 책이다. 그들의 판단에는 과학적인 분석보다는 직관적인 통찰력을 중시하고 있어서 책의 내용 역시 공상과학영화를 보는 듯 한 느낌으로 흥미와 놀람을 반복하며 읽었다. 그 후 내 관심사는 지구종말에서 미래학으로 옮겨졌다. 

  책 <클릭, 미래 속으로>의 마지막에는 페이스 팝콘이 트렌드를 발견하게 하는 중요한 소스들, 즉 책, 잡지, TV 프로그램 등을 공개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내놓는 트렌드는 주먹구구식으로 뽑아낸 것이 아니라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연구한 끝에 찾아낸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지 않을까. 하지만 난 이 대목에서 ‘미래학 관련서’를 찾아서 읽어야 할 이유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글로벌 기업들이 차세대 제품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혜안’을 얻고자 리포트를 구하는 사람들이 ‘미래학 연구자들’이란 것이다. 트렌드의 시작을 만드는 제품생산자들이 그들의 눈을 필요로 한다면, ‘미래학 관련서’는 사업과 마케팅을 하는 내가 놓쳐서는 안 될 독서카테고리였다. 

  다시 말해 헨릭 베일가드의 책<트렌드를 읽는 기술, Anatomy of a TREND>에 의하면 트렌드 확산 과정은 트렌드 결정자, 트렌드 추종자, 초기 주류 소비자, 주류 소비자, 후기 주류 소비자, 보수적 소비자의 6종류의 서로 다른 트렌드 집단에 관련된 사회적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트렌드 결정자보다 위에는 당연히 트렌드의 대상인 제품을 생산하는 트렌드 창조자 즉, 제품 생산업자(기업)이 있어야 한다. 이들을 종합해 보면 트렌드라는 삼각형의 꼭지점에 해당하는 부류가 바로 ‘미래학 연구자들’인 것이고 그들이 써낸 책이 ‘미래학 관련서’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책 한 권 값으로 ‘미래학 관련서’를 읽는 것은 글로벌 기업들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며 정기적으로 리포트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는 계산이었다. 게다가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미래학 저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의견들의 교집합을 찾아낸다면 나만의 트렌드 예상도를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확실히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를 짚어내는 미래학 관련서는 매우 흥미롭다. 특히 점쟁이의 신통함을 살피듯 그들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할까를 가늠하기 보다는 저자와 함께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배경과 근거 등을 함께 추적하는 것이 ‘트렌드를 읽는 눈’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다. 



  

  그 후로 미래학 관련서라면 가능한 한 죄다 찾아 읽는 편이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책은 우선 페이스 팝콘의 책을 꼽을 수 있다. <클릭, 미래 속으로>를 비롯해 <클릭, 이브 속으로>, 그리고 <미래생활사전>까지. 이젠 10년 전의 과거의 책이 되어버렸지만, 현재에도 존재하는 트렌드도 언급되고 있으니 그들의 신통력을 확인하는 셈치고 읽으면 좋겠다. 헨릭 베일가드의 <트렌드를 읽는 기술>도 좋은 책이다. 트렌드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기는지, 그 탄생의 계보 즉, 트렌드는 누구에게서 만들어지고, 산간 오지로까지 어떻게 전파되는지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최근에 읽은 책으로는 리처드 왓슨의 <퓨처 파일>을 들고 싶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전 세계 글로벌 기어보가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강연을 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 진행방식은 SF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마디로 재미있다는 말이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설명하는 데 있어 빠지지 않는 것이 ‘내일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항상 미래를 언급할 때는 ‘두려움과 설렘’을 항상 동반한다. 미래학 관련서는 그 두려움을 경감시키는 데 유익하다. 특히 마케터라면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한 도움을 받기에는 이것만 한 것이 없다. 지난 해에 나온 책 마크 펜과 키니 잴리슨이 쓴 <마이크로 트렌드 -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을 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 또한 매우 흥미로운 책이면서 정보화 시대에 딱 어울리는 미래학 관련서의 교본 같은 책이다. 저자는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존 나이스비츠의 <메가트렌드Megatrends>등 인간의 행동 방식의 거대한 변화를 목도하고 사실과 자료를 토대로 그것을 이해하려고 시도한 현대 최초의 사상가들의 계보를 잇는 트렌드 포착 분야의 일원이라고 자부하면서도, 이들 과는 차별화되었음을 과감하게 말한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는 더 이상 메가트렌드나 전 세계적인 경험으로는 세상을 이해라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세상은 급속히 변화하는 생활방식과 인터넷, 의사소통수단의 다변화, 글로벌 경제체제 등을 특징으로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우리 사회를 강력하게 변형시키는 새로운 의미의 개인주의를 창출하고 있다. 세계화의 기치 아래 세상은 ‘평평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무리를 따를 ’의무‘까지는 없는 60억 개의 작은 융기들이 점유하고 있다. 누군가가 아무리 엉뚱하고 색다른 선택을 내린다 해도 10만 명 정도의 동조자 내지는 같은 취향의 공유자를 찾을 수 있는 세상이다.” (16 쪽)


    저자는 언론이나 미디어가 주도해서 여전히 만들어내서 메가트렌드인 척하는 대세들의 틈새인 1%에 주목했다. 이 시대는 더 이상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단품종 만을 만들어내는 포드의 T자형 모델의 자동차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내 취향에 맞춰 스무 가지가 맞는 옵션을 더하거나 뺄 수 있는 스타벅스를 마시는 시대이기 때문이다(저자는 아이팟의 성공 역시 놀라운 디자인과 편한 인터페이스 때문이기도 하지만, 듣고 싶은 노래를 고르고 선택할 수 있게 해준 데에 기인한다고 보기도 했다). 다시 말해 한 나라, 아니 온 세상은 하나의 대세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수백 수천의 새로운 틈새들이 존재하면서 돌아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1%의 틈새는 부분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개별적인 트렌드로 봐야 한다. 21세기는 메가트렌드가 아닌 1%의 틈새트렌드가 이끌어가는 시대인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마이크로트렌드는 ‘열정적인 주체성 집단’을 가리킨다. 기업이나 마케터 혹은 정책 입안자 등등, 좌우지간 사회의 행동 방식에 영향을 끼치려는 현재의 무리들이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니즈와 욕구를 보유한 채 성장해 나가고 있는 주체성 집단이다.”(28 쪽)



   이 책은 21세기의 '군소트렌드들’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가 지금껏 깨닫지 못하는(혹은 무시해 온) ‘소비자 시장’을 보여준다. 취향이 독특하고 까탈스러운 인간군상(여기서는 족族으로 표현하지만)을 소개함으로써 그들이 지향하는 바와 실제로 이들이 가지고 있는 마켓쉐어가 얼마가 되는지 구체적으로 퍼센티지, 매출액 등 숫자를 채용해 보여주고 있다(이러한 숫자의 채용은 이전에 메가트렌드에서 주로 사용했던 미래학자들의 직관에 의한 판단과 ‘또 차별된다.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전략가인 그는 숫자를 따르는 반직관적인 전략은 매번 맞아떨어지는 ’승리의 기쁨‘을 준다고 이 책에서 말했다). 지금껏 터부시하면서도 암암리에 존재하는 족族들, 사내연애족, 늦깍이 게이족, 출소자들, 유니섹슈얼, 문신족, 포르노 맨, 성인비디오게임족 등은 시선을 바꾸기만 하면 우리나라에서 성공하기에 충분한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예를 들어 문신족을 살펴보자. 몇 해 전부터 인도식 문신인 헤나를 시작으로 관심을 받아온 문신은 더 이상 우리에게 ’병역기피자‘의 기피수단 혹은 ’조폭‘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십여 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머리에 빨갛고 파랗게 머리에 염색을 하듯이 지금 젊은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문신에 열중이다. 문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포털의 카페나 동호회들을 굳이 살피지 않아도 길거리에는(특히 노출이 심한 요즘에는) 문신을 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은밀한 곳에 문신을 한 사람들 숫자까지 더한다면 문신족의 현황은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문신을 한 사람들은 많은데, 문신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성형외과 의사‘를 제외하고는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인 문신을 유사 의료행위로 해석하여 국가가 금지하고 있어 의사가 아닌 자가 시술을 했을 시 불법시술이 되어 처벌을 받고 있어서 암시장에서 문신이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 타투이스트는 당당히 하나의 직업군으로 대접받고 있다. 지난 해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문신의 당사자는 경매에서 자신의 문신을 비싼 값에 파는 조건으로 전시회에 1년에 세 번 참여하고, 죽은 뒤 문신을 피부에서 떼어내 구매자에게 주는 것에 동의했는데, 그 가격은 자그마치 2억원 이었다. 이 문신은 벨기에 예술가 윔 델보이(Wim Delvoye)가 장장 35시간의 작업을 거쳐 완성한 매우 정교한 문신으로, 사람의 등 전체에 기도하는 성모 마리아 이미지가 꽃, 해골, 물고기 등과 함께 컬러로 표현되었다. 이렇듯 델보이가 작업한 문신들은 세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문신기술은 암암리 소문을 통해 찾아가야 하는 암시장이다. 소비자의 니즈는 엄연히 존재하는데, 유사의료행위 즉, 불법으로 규정되어 문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위생상으로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고, 음성적이다 보니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타투이스트들에게 평생 지니고 살아야 할 몸을 내맡기기도 한다. 물론 그 서비스에 대한 대가들은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업자의 주머니로 들어가니 정부로서도 대단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허가받은 타투이스트들은 있는가? 일부 성형외과 의사들이 시술을 하고 있지만, 의학에 앞서 예술 즉, 그림적 가치를 평가받는 문신의 경우는 그림 즉 ‘컨텐츠’가 우선이기에 그들을 찾기는 어렵다. 작품성도 없는 의사에게 두 배가 넘는 시술료를 주고 찾을 바엔 실력있는 타투이스트들에게서 시술받는 ‘야매’를 선택하는 실정이다. 



 

   문신족이 세계적인 마이크로트렌드로 소개된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땅에도 문신족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면서도 법으로서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시장으로서는 섬세한 손 기술과 어마어마한 미술적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한국인만의 기술을 마음껏 펼칠 수 없게 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거대한 시장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건강과 고용증대 그리고 세수 증대를 위해서라도 타투이스트와 크리에이티브 타투 아티스트(밑그림을 그리는 사람) 직업에 대한 정부의 인정이 시급하다. 

  이 밖에도 마이크로트렌드는 나로 하여금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이 많이 열려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개미투자자만을 위한 카페, 골드미스를 위해 연하남을 소개시켜주는 (합법적인) 연애사업, 일광 안전sun-safe을 위한 의류 수입업, 중고교생을 위한 재테크 관련서 등 재미있는 사업적 아이디어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떠올랐고(단순한 공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세도 수익성이 있음직한 제품아이템들도 찾아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대세로 대표되는 메가트렌드는 충분히 작위적이거나 발표와 동시에 레드오션이 될 수 있어 더 이상 오늘날의 진정한 트렌드 경향이라고 말할 수 없고, 1%의 마이크로트렌드는 찾고자 하는 만큼 발견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자 새로운 트렌드 경향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미래학 관련서를 읽는 보람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고, ‘세계는 평평하다’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의 말대로 구체적인 숫자로 트렌드의 현황을 관찰할 수 있어 더욱 신뢰감을 가질 수 있었다. 결론까지 모두 600 페이지를 넘는 책이라 보기만 해도 질릴 법 하지만, 17개 분야로 75개의 족族들을 언급하고 있어 구분해서 읽는다면 시간은 걸릴 수 있지만 모두 읽고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언급되는 75개의 족族들을 목차에서 살펴보는 것 만으로도 흥미를 느끼게 된다.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들에 비해 대한민국 속에 존재하는 마이크로트렌드를 상당 부분 언급하고 있는 점도 특별했다. 이 책을 통해 마이크로트렌드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마이크로트렌드를 찾아내는데 큰 도움을 얻을 것이다. 얼마 전에 나온 <대한민국 마이크로 트렌드>를 곧이어 읽어볼 참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트렌드의 기조도 변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언론이 말하는 대세를 더 이상 믿지 말기를...그리고 책을 다 읽거든, 거울을 들여다 보자. 어쩌면 당신도 마이크로트렌드의 정점에 들어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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