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식당, 비법은 있다
백종원 지음 / 청림출판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한신포차의 비법이 담긴 대박을 꿈꾸는 음식점 창업자의 필독서!     

"사람은 태어날 때 삼신할미헌티 제 명에 먹고 돌아갈 밥그릇 수를 점지받고 태어난겨. 그러니께... 제 때마다 모두 잘 챙겨먹어야 하는겨. 안그럼 못 얻어먹은 수 만큼 명을 줄여서 돌아가단 말여. 알았냐?"

  어린 시절, 밥 때마다 도망다니는 나를 앉혀두고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다. 어른이 되어 건강을 생각하고 언젠가부터 식사를 거르거나, 부실하게 먹는 동료들에게 이 말을 하게 되면서 그 때는 몰랐던 제 때에 맞추어 제대로운 식사를 하는 것이 '섭생攝生의 진리'임을 깨닫게 된다. '먹기 위해 산다'고 하는 이가 있으면 '살기 위해 먹는다'는 이가 있다. 무엇이 먼저일지 알 수는 없지만, 식食은 생生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건 알 것 같다 

  신화학자 조셉캠벨Joseph Campbell 은 '삶은 죽여서 먹음으로써 남을 죽이고, 자신을 달처럼 거듭나게 함으로써 살아지는 것'이라고 말했고, '살기 위해 살아 있는 것을 죽여 먹는 것이 바로 밥이다. 밥벌이가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죽음을 먹고 삶이 이어지는 것이니 대충 살면 안되고, 힘껏 살아야 한다'고 변화경영연구소장 구본형씨는 그의 책 <세월이 젊음에게>를 통해 말했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먹어야만 한다. 그래서인지 창업자들에게도 ‘먹여서 돈버는 장사’가 인기다. 

  일찍이 유대경전인 탈무드에서도 “장사를 잘 하려거든 여자와 아이의 입을 노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여성의 사회참여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사상 최악의 출산율로 자손이 귀해진 요즘에 딱 들어맞는 금언이다. 더욱이 시대를 막론하고 그 누가 벌든 결국 지출의 대부분을 결정하는데 입김이 가장 센 사람은 여자가 아니던가(그래서 아이는 항상 엄마편인가보다)?  

  이유야 어쨌든 요즘 개인 창업자의 대부분은 요식업, 다시 말해 밥장사, 요리장사, 물(술)장사를 한다. 하지만 먹고자 하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는데, 먹이고자 하는 사람은 포화상태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 너무 많아 음식이 남아 돌 지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만 찾고 골라서 먹는다. 다시 말해 장사가 안되는 음식점은 ‘그리 맛있다고 볼 수 없는 음식’을 팔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대박나는 음식점’을 내려면 ‘맛 만큼은 자신있는 사람’이 창업을 해야 할텐데, 사장의 미각이 잘못된 것인지, 자만에 빠진건지, 아니면 가장 만만하고 답이 쉽게 보이는 탓인지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폐업을 하는 점포의 수 만큼 다시 늘어나는 나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 이번엔 요식업 창업자를 위한 책을 소개할까 한다. 이 책은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 그리고 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는 점만으로도 음식점을 내려는 예비창업자이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해진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그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가 돈을 많이 벌어서 행복한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손님이 내 음식을 먹고 행복해 하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한다. 거짓말이 아닐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운영하는 식당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맛있는 집’이고, 그곳을 들린 손님들이 행복한 미소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나와 함께 독자인 여러분도 익히 가봤거나 들어봤을 그곳이니까...   
 

  주인공은 현재 국내에서 화제를 낳고 있는 프랜차이즈 회사의 사장이자, 자신이 직접 메뉴를 개발해 내는 요리사다. 강남구 논현동에서 10년이 넘도록 장사를 하고 있으며 <원조쌈밥집>을 시작으로 <본가>, <한신포차>, <행복분식>,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해물떡찜0410> 등 식도락가나 술꾼이라면 누구나 아는 대박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주)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다. 그는 지금 외식인들이 가장 벤치마킹하고 싶고,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외식인으로 손꼽히는 성공 사업가다. 그의 책 <돈버는 식당, 비법은 있다>을 소개한다. 

 



  

  이 책은 그가 외식 경영 전문가로서 식당 창업과 운영에 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노하우와 아이디어 탄생기를 쏟아놓은 책이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성공한 사업가의 자화자찬식 자서전이 아니라 상권 분석에서부터 메뉴 선정까지, 직원 채용과 교육에서부터 식당 인테리어와 주방 설계 개업식까지 식당 창업에 관한 모든 것을 읽고서 벤치마킹 할 수도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 밖에도 음식장사를 하면 꼭 경험하게 되는 문제점과 운영하면서 겪는 심리적 고통등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비춰 이야기하고, 장사꾼이라면 꼭 명심해야 할 사항 등도 소개하고 있다. 자세하게 설명한 내용을 보면 어느 프랜차이즈 회사의 ‘매뉴얼집’보다 낫다. 예를 들면, 고기집에서 연기를 뽑아내는 닥트(연기배출장치)에 대해 이 책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기를 뽑아내는 닥트에는 상향식과 하향식 두 가지가 있다. 상향식은 위에서 연기를 뽑아내는 것이고, 하향식은 불판 옆에서 빨아들여 아래로 연기를 뽑아내는 방법이다. 상향식은 아무리 완벽하게 설비를 한다 해도 80퍼센트의 연기만 뽑아내기 때문에 닥트 외에 또 다른 환기 시설을 하지 않으면 실내에 연기가 찰 수밖에 없으며, 반면 하향식은 연기를 거의 100퍼센트 가까이 뽑아낼 수 있다. 이렇게 연기만 생각하면 하향식이 나을 듯도 싶지만, 고기 맛은 이 닥트에 따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상향식 닥트는 훈연을 시키며 고기를 구울 수 있기 때문에 연기가 나더라도 맛있게 고기를 구울 수 있고, 하향식 닥트는 고기를 감싸 훈연하기도 전에 연기를 모두 뽑아내기 때문에 훈연이 되지 않고, 고기에서 흘러나온 육즙이 말라 버려 쾌적한 분위기는 유지할 수 있지만 고기 맛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양념구이가 주 메뉴일 경우에는 하향식 닥트를 다는 게 적당하다. 양념이 고기 자체에 배어 있기 때문에 약간 말라도 고기 맛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하향식보다는 상향식 닥트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이 쓰여진 2004년만 해도 백종원 사장은 맛있는 음식점의 경영인 정도로 소개될 뿐 지금같이 유명한 프랜차이즈 그룹의 창업주는 아니었다(책 속 이야기는 오늘보다 훨씬 더 큰 꿈이 담겨 있긴 했다). 현재 11 개의 브랜드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가맹점이 생기는 요즘이었다면 백종원 사장은 이 책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책은 요즘 가장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창업스토리가 담겼다. 내가 이 책을 소개한 이유는 백종원 사장이 만들어내는 요리들의 맛 때문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요리는 평범한 듯 특별하고, 익숙한 맛이면서도 독특한 맛이다. 그 이유는 바로 그 만의 창의력 때문이다. 그는 기존의 음식들에서 벤치마킹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대로 카피copy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고객의 니즈와 그 만의 상상력이 더해진 벤치마킹이다. 그는 지금도 맛있는 집이라고 하면 대한민국의 물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음식 맛과 식당 경영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백종원 사장은 요리에 있어서는 공상가이자 실험가다. 새로운 맛을 위해 동서고금의 요리를 모두 맛보고 서로 접목시키는 실험을 수없이 거치며, 하룻밤에도 수십 개의 새로운 메뉴의 식당을 세워졌다가 헐어 버린다. 스스로가 인정하는 미식가이기도 하지만, 생각한 것을 끝까지 만들고 마는 추진력과 풍부한 상상력과 노력에서 만들어지는 창의력, 그리고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오늘의 결과를 낳았다. 그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개체는 그릇이다. 그릇가게에 가면 저절로 아이디어가 샘솟고, 이 그릇에는 이런 음식이 어울리겠다 라는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린다. 

  그렇다면 뛰어난 미각의 요리사가 무수한 실험으로 찾아낸 요리를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열광적일까? 아니다. 그의 외식경영 철학은 ‘착한 가격, 착한 메뉴’다. 부담없는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그의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다. 그는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요리개발 노하우를 묻는 기자에게 손님이 좋아하는 자장면은 기름 쪽 빼고 크로렐라가 들어간 초록색의 자장면이 아니라, 맛있고 푸짐하고, 고기까지 듬뿍 들어가면 최고의 자장면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에게 있어 경험과 상상력이 총동원된 창의적인 신메뉴 개발은 놀이다. 그리고 맛집을 찾아가는 것도 즐거움이고, 손님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놀이와 즐거움이 더해진 일터는 놀이터다. 그는 지금 손님을 위해 요리를 하며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서 찾고 싶은 한가지는 이것이다. 성공하는 장사꾼(기업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대답은 인지상정人之常情에 있다. 장사꾼(기업가)은 ‘정情’을 주며 손님(사원을 포함)을 대해야 한다. 그래야 손님(소비자)은 ‘정감情感이 느껴지는 가게(기업)’라고 생각하고, 나중에 ‘정情겨운 그 집’을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情은 무엇이고, 어떻게 줘야 할까? 대답은  백종원 사장에게 있었다. 바로 인자하신 엄마가 자신의 친구를 내 집에 대하듯 하면 된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아낌없이 대접하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손님을 대할 때 손님은 비로서 정감情感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장사의 핵심이고, 경영의 핵심이기도 하다. 예비창업자 특히, 음식장사를 하려는 예비사장들에게는 꼭 한 권 읽기를 권하고 싶은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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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법권의 신성함은 국민이 준 것임을 알라!

어느 날 두 여인이 아기 하나를 놓고 서로 자기 아기라고 주장하여 솔로몬 왕의 판결을 받게 되었다. 서로 자기 아기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솔로몬 왕은 칼로 아기를 반으로 갈라 두 여인에게 나누어주라고 하였다. 왕의 명령을 받은 병사는 당장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빼들고 아기를 거꾸로 높이 쳐들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리며 아기가 반으로 잘리느니 차라리 상대편 여인에게 주어도 좋으니 아무쪼록 죽이지 말아달라고 하였다. 왕은 칼을 멈추게 하였다. 그리고 아기를 울고 있는 여인의 품에 안겨 주며, 어머니라면 아기의 목숨을 먼저 생각하는 법이라고 말하였다. 그는 다른 여인을 궁 밖으로 끌어내게 하였다. [열왕기 상 3:16∼28]

  유명한 솔로몬왕의 재판은 아이를 반으로 갈라 죽임으로서 진짜 엄마를 판단한다는 쉬운 결정이었지만, 진짜 엄마라면 아이를 죽임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모성에 의지한 재판이었다. 솔로몬 스스로도 누가 진짜 아이의 엄마인지 알 수 없음을 인정한 사례이기도 한데 이는 인간이 다른 인간의 죄를 판단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말한다. 또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고 말한다. 응당 그래야 할 것인데, 실제는 나처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 사실 여부를 알기는 쉽지 않다. 법으로써 사람 사는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들과 일반인 사이에는 소통이 불가능한(최소한 그렇다고 생각하는) 너무나 큰 벽(편견일 수 있지만)이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벽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외치면면서도 막상 앞으로 나서지는 못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행여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겁이 나서다. 법원의 존재이유는 당연하고 꼭 필요하지만 직접 만날(원고이든 피고이든)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속내다. 어쩔 수 없는 겁 많은 쥐새끼인 셈이다, 난. 

  그런 차에 방울을 들고 있는 한 사내를 발견했다. 사내의 이력도 재미있다. 왕년에 고양이였다가 다시 쥐로 돌아왔단다(지금껏 말한 고양이와 쥐는 ‘대면시의 위축감에 대한 표현’일 뿐이다. 설마 나를 누가 잡아먹겠는가?). 그리고 고양이였던 쥐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걸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쥐들아, 너희가 알고 있는 고양이는 고양이 옷을 입었을 뿐 호랑이만큼 포악하지는 않아. 그리고 그리 무섭지도 않지. 얘들도 집에 가면 쥐로 변한단다. 가끔 호랑이 가죽을 입은 고양이들이 있긴 해. 하지만 전부는 아니지. 그러니 지레 겁먹지 말고 말 걸어봐. 안 잡아먹고, 실은 못 잡아먹어. 저희들도 쥐니까...” 전직 검사였으며 <헌법의 풍경> 등의 저술을 한 바 있는 김두식 씨가 김종철 씨와 함께 방울(책)을 만들었다. 방울을 만든 대장간은 창비(창작과 비평). <불멸의 신성가족>이다.  



 

   이 책은 판검사, 변호사를 비롯해 법조계와 각종 소송 경험자등 모두 23명의 구술(심층면담)과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사법 현실을 재조명한 책이다. 다시 말해 법에 관련된 일반인들의 개인적인 면접들을 종합해 나름의 구체적 일반성을 찾고자 노력한 책이다. 23명의 이야기를 통해 문제점을 찾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는 면접들의 종합에서 일반성을 찾는다는 점에서 신뢰성을 보장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꽤 선명도가 높은 망원경(부분을 조망함에 어울리는 단어다)으로 벽 너머의 세계를 조망하는 셈으로는 무리가 없었다. 저자가 알고 싶은 의문들은 나 역시 늘 궁금했던 사항들이었기 때문이다. 

1997년(의정부와 대전의 법조비리 사건)부터 법조계는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졌다는데, 왜 시민들의 불신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변호사들은 사무실을 운영하기 위해 건당 최소한 500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인들은 그 같은 최저 수준의 수임료도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적절한 수임료라는 것이 있기는 있을까?

법조계에 기생하는 브로커들의 문제는 과연 필요악일까, 아니며 근절해야 할 구조적인 악에 불과할까?



    저자는 모든 문장에는 “모든 판사(검사, 변호사)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모든 법원(검찰청,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고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08년 7월 기준으로 변호사 10,173명, 판사 2,352명, 검사 1,676명, 모두 14,201명인 선택받은 <신성가족>을 겨냥한 이야기인 만큼 구술자의 입에서 나오는 고발성 내용은 흠집을 내가에 충분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 명이 넘는 집단을 모아두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이야기는 당신 이야기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자성自省을 요구하는 저자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일부의 비리법조인들의 이야기, ‘썩은 사과’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 독자가 살필 몫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썩은 사과’는 어느 사회에나 있듯 이곳에도 ‘냄새가 푹푹 날 만큼 충분히 썩은 사과’들도 있었다. 구술자들이 고백한 ‘썩은 사과들’의 부패 정도와 내용은 어느 할리우드 법정영화 못지않은 스토리로 가득한데, 그래서 무척 흥미로워야 할 스토리가 나와 내 지인들이 그 법정영화의 원고와 피고로 섰거나 설 수 있다는 생각에 흥미로울 수 없었고, 암울하고, 참담함마저 느끼게 했다. 정말 신성해야 할 사법계에도 ‘썩은 사과’가 존재하는 원인은 그들 역시 돈과 성공 앞에서는 흔들리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들 역시 퇴근 후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람이기에 품게 되는 ‘人之常情’을 탓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사람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약점을 보완하는 제도적 견제장치가 필요한 것이고, ‘썩은 사과’가 발견될 때마다 점점 더 보강해야 함은 물론이다. 

  저자는 일반인(국민)들의 사법계에 대한 불신에는 ‘의사소통의 부재’와 ‘원만함이라는 신성가족 이데올로기’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진짜 엄마를 찾아낸 솔로몬 왕의 현명한 재판에서는 두 엄마의 주장을 경청했다는 전제가 있었다. 어쩌면 솔로몬 왕은 아이를 죽이는 판결을 내리기에 앞서 그들의 육성과 표정이 담긴 주장에서 진짜 엄마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저자 역시 ‘그들만의 리그’에서 통하는 용어로 첨철된 글로 된 문서로 의사소통을 선호하는 사법시스템(메신저나 문자로 싸움을 해 본 사람은 자신의 답답함과 억울함을 어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를 짐작할 것이다)을 지적했다.  

 물론 사법계가 현재도 살인적인 업무량으로 시달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판검사의 대폭 증원하는 등의 시스템개선의 의지가 있다면 시도해서 값비싼 수임료를 주고 변호사를 사기 보다는 ‘국가기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는다면 ‘불신’은 해소될 수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원만함, 즉 청탁을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무너뜨리는 신성가족의 원만함은 우리사회 전체가 돌아가는 방식(좋은 게 다 좋은 것)과 맞물려 있어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보았다. 

  그에 대해 신성가족 시스템을 해체시키는 출발점으로 ‘판검사에게 말을 걸라’ 저자의 해법은 흥미로웠다. ‘줄을 대고, 빽을 써서 그들과 닿아야 이긴다’는 국민의 불신은 지나친 편견일 수 있다. 전화 걸어줄 사람을 찾지 말고 직접 전화를 하고, 직접 면담을 신청하는 것. 그리고 변호사에게 소송 진행에 대한 상황을 듣고 내용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임을 새삼 배운다. 하지만 과연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내게도 있을까? 권리를 주장하다가 밉게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셈으로 뽑아본 바에 의하면 인맥으로 칠 법조인이 한 명도 없는 85.8%의 시민들에게 사법사회는 캄캄한 미지의 세계이다. 그렇기에 권말에 제시하는 저자의 조언은 동굴 속 탐험에 앞선 촛불만큼의 크기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한 가지 소득(책 한 권을 읽으면서 얻는 소득치고는 너무 알량하지만)이라면 브로커들의 비기秘記였던 <한국법조인대관>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어 국민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불멸의 신성가족>이라는 책의 존재만으로 사법계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이다. 면접자가 <신성가족>의 일원이고, 그들이 가리키는 손가락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독자로서 사법계의 이모저모를 관찰함으로써 어느 정도 벽은 스스로 허물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같은 불신이라고 하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과 ‘사법계에 대한 불신’과는 뉘앙스에서 차이가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 손으로 뽑은 국민 대표이기에 그 지위는 높여주되, 한 인간으로서의 의원은 같은 높이에서 바라본다(평범해진 이 사실은 위대한 민주화의 승리다). 하지만 법관에게는 그렇지가 못하다. 조금 다른 뉘앙스의 이유는 마치 우리가 시계를 만들고 시간에 철저히 얽매어 살 듯, 법이라는 ‘만인의 약속’을 만들고 그것을 해석해 줄 사람을 뽑았기에 이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법이라는 ‘약속’을 존중하고 따르려 하기에 ‘법관’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못하는 것도 아닌)이다. 사법계가 <신성가족>으로 불리는 이유는 사법고시를 패스한 뛰어난 머리나, 학력을 신성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법을 신성시하기 때문이다. 사법계는 이러한 국민의 굳은 약속을 알아야 한다. 법으로써 판단하는 사람들 역시 법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국민들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아야 하고, 국민들이 만든 약속의 무서움을 안다면 그들의 하소연에 더욱 ‘귀 기울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만약 솔로몬 왕이 두 엄마의 눈물이 담긴 진술 없이 문서로 판단했다면, 과연 어떤 평결을 내렸을까 생각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Written by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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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그들의 이야기
스티브 비덜프 엮음, 박미낭 옮김 / GenBook(젠북)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걸어다니는 지갑, 남자의 진실을 말하다   

 21세기는 ‘홀로살기’를 권장하는 시대다. 교통과 통신수단의 발달은 사람들이 꼭 어울려서 살아야 한다‘는 농경사회적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오히려 더욱 다양한 통신수단으로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혜택을 만끽하는 사람들은 여성들. 사회진출로의 욕구와 그녀들만의 원활하고 친화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오늘날과 딱 맞아 떨어져 ’그녀들의 세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점점 고독하고 외로워하며 외톨이가 되어가는 사람들은 남자다. 

  남자는 반벙어리다. 3초 마다 떠오르는 게 사람의 생각이라지만, 3분의 생각을 모아 한 문장으로 말하라 해도 못하는 것이 남자다. 수컷이란 원래 ‘사냥을 도맡던 성性’이라 제 몫을 챙기려 홀로 다녀야 하고, 과묵해야 했다는 의견도 있고, 생리학상 남자의 수염이 길게 자라는 이유가 과묵함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무엇보다 말 많은 남자를 터부시해온 유교적 문화적 요인 때문에 ‘수다스러운 남자’는 꼴불견으로 여기고, ‘게이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게 된다(모르는 말씀. 말 못하고 혼자 속으로 끙끙 앓는 남자보다 함께 어울리며 자신의 속내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그들이 어쩌면 더 행복하고 낫다). 오랜만에 사내 둘 셋이 모여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이야기할라 치면 돌아오는 질문은 “술 마시고 싶냐?”이다. 호랑이 같은 아버지와 일 년에 한 두 번(7년 전부터 이것마저도 불가능해 졌지만) 그런 자리가 생겨 고민을 털면 아버지는 이러신다. “너, 돈 필요하냐?”

 

잠시 행복하자고 부지런히 사랑을 가르쳤나요  

여자들은 모르죠 남자들도 사랑에 기대 산다는 걸

잘 지내 아프지 말고 더 많이 사랑해 주지 못했던 나를 용서해줘

 

사랑해 영원히 너만을 기억해 

이 말만 가져가 널 잊을 수 있게 날 도와줘

지우고 지워도 아직 안 되나봐

못 다한 사랑들이 남아 있어서 안 되나봐

 

외롭지 말라 하죠 남자라서 괜찮을 거라 하지만

이별 앞에 서보면 보기보다 씩씩한 남자는 드물죠

잊으려 노력 안 해요 그 사람 애써 흘려도 어느새 다 채워지니까 

<AshGray - 사랑해.. 기억해.. 가사 중에서>  

  남자들도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정치, 경제, 스포츠, 섹스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흘러감도 생각할 줄 알고, 계절감을 감지하며, 지난 날을 추억할 줄 아는 사람이다. 생각속의 말들이 줄줄이 목구멍 깊숙이에서 치솟아 올라오다가도 ‘남자다움’이라는 병목현상에 막혀 걸러져서 나오는 말들이라 늘 같은 말이고 무뚝뚝하다. 항상 ‘남자다움’을 의식하고 행동하는 남자인지라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사랑과 이별의 상황에서까지 어눌하고 바보같지만, 사실 그들의 속내는 여자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남자들은 다만 온전히 표현하기에 서툴러 못할 뿐이다. 2년 전인가? 그런 남자들의 고민을 알아주는 책을 만났었다.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 원제 Manhood>라는 책인데, 평범한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생각과 고민을 이해해 준 책이었다. 저자인 스티브 비덜프는 호주에서 25년 간 가족문제를 다루어온 심리학자인데 단순히 ‘걸어 다니는 지갑’의 역할로만 남자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도 분명하면서도 중요한 역할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책을 읽는 내내 ‘옳커니!’, ‘그렇지!’, ‘내 말이...’란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반가운 책이었다. 그랬던 터라 저자의 새로운 책 <남자, 그들의 이야기>을 서슴없이 선택했다. 이 책은 남자들에게 What I am 다시 말해 나(남자)는 무엇인가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Who I am,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보게 하는 책이다. 

 



 

 
  “남자들은 보통 침묵이라는, 전통적으로 남자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요구에 순응해서 서로서로 고립된 채 개인적인 삶을 살아간다. 각자의 우리에 갇혀 죽자 사자 일만 하는 일의 노예가 되어 경제적, 문화적 요구에 발목을 잡힌 채 살아가고 있다. 설령 남자들이 자기들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할지라도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서로간에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남자들은 고통을 통해 감내한다. 그리고 그런 극단적인 외로움의 표현이 바로 자살이다.” (16 쪽)

  이 책은 다른 남자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독자 스스로 조금이라도 마음의 빗장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것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독제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책은 ‘진정한 남자, 훌륭한 자질의 남자’가 무엇인지 독자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사회 각층의 남자들(결코 위인이나 유명인은 아니다)이 자신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항변들을 늘어놓은 글들을 읽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나 뿐만 그런 고통이 있는 것이 아니구나’, ‘내가 이런 삶의 기쁨을 놓치고 있구나’하는 작은 깨달음을 느끼게 한다. 남자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다양하다. 성폭력을 당한 남성, 평화유지군으로서 전쟁에 참여하는 남성,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을 겪는 남성, 심지어는 정관 절제 수술을 하면서 겪는 분노등의 아픔도 있고, 병으로 죽어가는 아버지를 보살피는 남성, 늙어 죽어감을 이야기하는 남성, 어린아이를 키워가면서 기쁨을 느끼는 남성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혹자는 ‘하루 세 끼 밥 먹고 사는 것도 힘든데 무슨 고민타령이냐?’고 푸념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답은 주지 못할망정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여성들의 말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남자들은 ‘고민 듣기’에 꽤 망설이는 편이다. 남의 고민을 들으면 뭔가 해결책을 제시해 줘야 한다는 어떤 의무감을 갖기 때문이다. 해답을 주려 하지 말고 고민을 들어보자. ‘남의 고민’은 내 고민일 수 있다. 그들의 고민을 들음으로써 최소한 ‘나만의 고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고민을 말해보자. 고민을 털어놓음으로써 당장 못풀면 죽을 것 같던 고민이 한결 객관화된 것을 느끼게 되고, 대화하는 동안 스스로 해결책의 실마리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단순히 ‘평범한 남자들의 고민’을 들어보자고 했다. 이 책은 배움보다는 발견을 요구한다. 물론 나 역시 이들을 만난 후 한결 ‘나 다워짐’을 발견했다.

 



 



 

    영화 <버킷 리스트>에서 자동차 정비사 였던 카터(모건 프리먼)은 죽음을 앞둔 암병동에서 만난 잘나가는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콜슨) 함께 ‘나는 누구인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하고 싶던 일’을 다 해야겠다는 것!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두 사람은 병원을 뛰쳐나가 여행길에 오른다. 자살과 다름없다며 아내가 극구 반대하자 카터는 화가 나 큰 목소리로 말한다. “난 지금 죽어가고 있어. 내가 두려울 것이 뭐야? 난 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 평생을 살아왔어. 후회하진 않아. 하지만 이젠 ‘나’를 찾고 싶단 말이야.”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레이싱과 스카이 다이빙, 눈물 날 때까지 웃어 보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등 카터가 ‘나’로서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은 어쩌면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은 ‘누구의 나’가 아니라 온전히 ‘나’로서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였다. 이 영화가 내게 남겨준 생각은 ‘나는 누구인가Who am I’ 생각하기는 인생을 살면서 항상 기억해야 할 문제라는 것, 그리고 버킷 리스트는 죽기 직전보다 살아가는 동안 지워나가야 할 행복충전기라는 것이었다. <남자, 그들의 이야기>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하는 시간을 제공했다.

 

Written by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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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를 치켜세움
폴 오스터 지음, 샘 메서 그림,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폴 오스터의 소설들, 혼자 쓴 것이 아니었다?

    어느 가수가 미술작품을 깊숙한 생각에 잠겨 한없이 바라봅니다. 곧 작품 속에서 영감을 얻어 미술작품을 소재로 곡을 만들게 되는데요, 올드팝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곡, 빈센트Vincent가 태어납니다. 이 노래는 유명한 화가였던 빈센트 반 고흐의 Starry Night이라는 작품을 보고 돈 맥클레인이 만든 노래입니다. 작품 Starry Night은 고흐가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는당시에 그렸는데요, 밖을 볼 수 없는 고흐가 기억속에 있는 별들이 빛나는 밤을 자신의 감정을 더해서 그린 것이죠. 작품을 보면 그림을 그릴 당시 고흐는 무슨생각을 하고 있었길래 그렇게 격정적인 그림이 나왔나 하는 궁금증도 갖게 합니다. 돈 맥클레인의 곡 빈센트 역시 반짝이는 별처럼 열정적이면서도 약간은 우울한 느낌이 들어 외롭다는 기분에 젖게 합니다. 이 세상에서 버림받은 외로운 영혼,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지만 세상에 뭔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고흐의 마음을 떠오르게 하죠. 미술작품과 음악이라...어울리지 않습니까? 




 The Starry Night ( La Nuit Etoilee)
Vicent van Gogh, 1889
Oil on canvas 73.7 * 92.1cm
Museum of Modern Art in New York City
 

출처:  그녀의 고양이 시즌 하나 | 샤니파워
원문: http://enamublog.com/130045796638 



<The Starry Night; 왼쪽 하단>


<The Starry Night : 오른쪽 하단> 



<The Starry Night 오른쪽 상단>



 <그가작품을 그리기 전, 펜으로 드로잉한 작품>

  오늘 또 다른 어울림을 찾았습니다. 하나의 타자기typewriter 로만 저술활동을 고집하는 유명한 소설가가 있습니다. 세월이 훌쩍 지나 워드 프로세서가 나오고 컴퓨터가 나왔는데도, 여행을 하면서도 이 무겁고 소리나는 타자기를 들고 다니며 창작을 했다네요. 소설가 김훈 님이 아직도 원고지에 펜으로 원고를 쓰시는 것처럼요. 작가의 머릿속 이야기는 마치 혈액처럼 글자들이 팔을 타고 내려와 타이프를 치고 펜을 붙잡는 손에 쏠려서 종이에 옮겨지는 것 같다는 우스운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타자기를 고집하는 소설가에게 이런 저런 이유로 어느 미술가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곧 타자기에 반해 버립니다. 왜 반했을까요? 무엇을 발견했을까요? 미술가는 타자기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마 “그 훌륭한 소설을 그려낸 기계가 너란 말이냐?“고 물었을지도 모릅니다. 미술가는 타자기를 자신의 작품소재로 그려 넣었습니다. 마치 초상화를 그리듯 화면 가득히 타자기를 그렸습니다. 미술가는 타자기를 줌인을 하기도 하고, 줌아웃을 하기도 합니다. 정면에서도 보고, 위에서도 내려다 보았습니다. 곡선미를 보이듯 옆으로도 틀기도 하고, 타자기에게 입을 크게 벌려 웃어보라고도 하는 듯 합니다. 졸지에 제 삼가가 되어버린 소설가는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 타자기가 아니면 글을 쓰지 못하기에 자신에게는 ‘함께하는 유일한 밥줄이요, 영원한 친구’인 타자기는 ‘나’만 알아보는 줄 알았는데, 또 한 사람이 늘었으니까요. 게다가 타자기는 글을 토해 놓아야 제 생명력을 과시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제 모습만으로도 주인공이 되었으니, 제 삼자로 밀려난 화가는 소외된 기분도 얻게 됩니다. 



  미술가는 작가도 물론 그의 작품의 주인공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그는 정신없고, 산란하며, 불안정한 인물로 묘사합니다. 다크써클이 그득하고, 담배연기도 그득한 정신없는 사람으로 묘사합니다. 그에 반해 늘 같은 모습이지만 다른 뉘앙스를 풍기는 타자기에게서는 아우라마저 느끼게 작품으로 묘사했습니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이 묘한 만남의 주인공들은 현대미국문학의 거장이 된 폴 오스터paul Auster와 샘 매서Sam Messer입니다.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묘사하는 폴이 그냥 있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타자기와 어쩌면 나보다도 더 타자기를 사랑하는 듯 한 샘과의 만남을 한 권의 책으로 꾸몄습니다. <타자기를 치켜세움the Story Of My Typewriter>입니다. 70 페이지 남짓의 얇은 책은 타이핑된 활자(아쉽게도 한글입니다. 원작은 폴의 타자기의 활체가 그대로 뭍어 있다네요? 갖고 싶어집니다)와 샘의 그림들로 가득합니다. 폴만이 갖는 짧은 문체의 맛과 샘이 그려내는 타자기 그림들이 잘 어울려 있습니다. 폴의 작품이라면 작품이고, 샘의 도록圖錄이라면 도록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우선 하나는 내게 없어서는 안되는 친구같고 동반자같은 소품이야말로 나만의 명품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지난 해에 ‘생활명품’을 이야기한 책도 있었는데요, 있는 돈 없는 돈 긁어 모아 사서는 잠깐 쓰고 고이 모셔두는 세상사람들이 말하는 명품 말고요, 내 손때와 추억이 뭍은 나만의 명품을 생각해 봅니다. 곰곰이 따져 생각해 보니 제게는 ‘검정색 세컨드 백’이 있더군요. 7-8년 년 어머니께서 선물해 주신 작은 가방인데 제 애인은 ‘사채업자 가방’같다고 놀리는 조금은 낡은 보퉁이입니다. 저는 담배를 피우는 터라 담배와 라이터 그리고 지갑, 때때로 손수건까지를 모두 넣으려면 항상 주머니가 꽉 차서 가뜩이나 퉁퉁한 몸이 영 맵시가 나지 않았는데, 모두 털어낼 수 있어서 고마운 녀석이죠. 조금 구겨넣으면 단행본 한 권도 들어가니 꽤 신퉁한 녀석이죠? 여러분은 없어서는 안될 소품, ‘나만의 명품’이 무엇인가요? 




 

  두 번째는 폴을 생각했습니다. 글을 읽다가 보면 폴의 타자기에 대한 사랑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데요, 제 마음을 온전히 글로 표현할 수 있는 폴의 능력과 고맙고 소중한 것 만큼 아껴주는 마음에 감동했습니다. 아마도 폴은 자신의 오랜 타자기 앞에 서면 처음 소설을 쓸 때를 기억할 겁니다. 숱한 밤을 함께 하얗게 지새우며 타자기와 씨름한 시간을 기억할 겁니다. 폴이 타자기와 함께라면 북극곰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추운 곳에서도, 타지마할의 여명을 느낄 수 있는 더운 곳에서도 글을 쓸 준비가 될 겁니다. 폴은 타자기고, 타자기는 폴이 될 겁니다. 몰입을 생각합니다. 삼라만상의 세상사를 잊고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을 이야기하는 몰입은 인간이기에 갖는 기쁨입니다. 운동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하거나, 사랑을 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몰입을 합니다. 그 기쁨을 익히 알기에 몰입할 꺼리가 없고, 몰입할 수 없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도박을 하거나, 약물에 취하기까지 하니까요. 어떤 행위를 통하든 몰입의 기쁨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인 것 같습니다. 위험한 몰입을 빼고는(사실은 위험한 몰입을 전 잘 모릅니다) 뿌듯한 보람이 있습니다. 시간을 보낸 즐거움이겠죠. 그래서 나중엔 ‘사는 맛’을 느끼게 됩니다. 폴에게는 타자기와 함께 글을 쓰는 시간이 몰입하는 시간이겠죠?

  우리는 소설을 읽은 후에 소설가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소설가를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죠. 소설가를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은 소설가의 수필을 읽는 겁니다.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낼 때는 창조자여서 경외로움을 느끼지만, 수필 속에서 만나는 소설가는 ‘별 수 없는 인간’이라는 위안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죠. <타자기를 치켜세움>을 읽고 나니 폴의 소설들이 더욱 읽고 싶어집니다. 이젠 폴의 소설도 읽지만, 소설 속 활자 속에서는 타자기의 모습이 보일 것 같아서요. 

  소설가는 못됐습니다. 어린이집에서도 가르치는 ‘거짓말’을 뻔뻔하게, 그리고 그럴싸하게 책으로 마구 늘어놓으니까요. 사람들은 멍청합니다. 이 허가받은 거짓말쟁이들의 거짓뿌렁을 익히 알면서도 기꺼이 돈을 주고 사서는 아까운 시간을 쪼개 읽으며서 웃거나, 눈물지으니까요.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이라 했던가요? 그렇다면 이 책은 세계가 인정하는 하얀 거짓말쟁이의 동업자의 이야기겠네요? “이 책은 폴 오스터가 쓰고, 샘 매시가 그린 타자기 평전입니다.” 결국 이 한 문장을 쓰려고 저도 뻔뻔하리 만큼 잡설을 늘어 놓았네요. 마음이 넉넉해지는 오늘, 펼치면 좋을 기분좋은 책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Written by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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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교양 - 당신이 꼭 알아야 할 돈의 비밀과 진실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정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뭐라고? 지폐가 솜으로 만들어졌다고?

  지폐(은행권) 용지의 원료는 솜이다. 은행권 외의 우리 공사 제품(수표 등)이나 일상 늘 쓰는 종이(책·공책 등)의 원료가 나무 펄프링 것과는 다르다. 은행권 용지는 정교한 인쇄에 적합한 지질을 가져야 하고, 특수 색소 같은 위변조방지 요소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할뿐더러 숱한 사람들 손을 거쳐도 땀이나 물기에 헤지지 않을 만큼 질겨야 하고, 웬만한 화공약품에는 견딜수 있어야 하는 등의 품질을 갖추어야 한다. 이런 요건을 갖춘 원료로는 솜이 제격인 것이다. 이 솜은 방적공장에서 나오는 찌꺼기 솜(낙면)이다. 이것을 오랜 시간 물에 불려서 부드럽게 만든 뒤 색깔과 냄새를 없애어 원료로 쓰는 것이다. 

  돈을 벌어서 쓸 줄만 알았지 지폐가 솜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십 년전 즈음이다. 그 사실을 알고 놀란 내 표정이란 돌을 갓 지난 아기가 설탕 맛을 알았을 때의 표정과 다름없었다. 내가 돈의 효용을 처음 알게 된 건 네 살 때 가게에서 우유를 직접 사면서부터다. 부엌 일에 바쁜 엄마가 ‘순덕이네 할머니’한테 이걸 주면 우유를 줄거라며 오백 원짜리 지폐를 내 손에 줬고, 그때 난 ‘거래去來’란 걸 해봤다. 그림 그려진 종이 한 장 줬더니 덥석 우유를 주시길래 받아서는 다시 빼앗을까 두려워 뛰어서 집에 돌아온 기억. 잔돈 한웅큼을 쥐고 날 부르시는 구멍가게 할머니 목소리를 못들은 체 했다. 

  내가 마음껏 먹고 싶은 과자와 마시고 싶은 우유를 주는 건 돈이었고, 그것은 아부지의 지갑에 항상 그득했다. 아부지가 쉬시는 일요일엔 한 장씩 빼내어 몰래 바꿔먹었다. 잔돈? 할머니한테 받아서 시커먼 아부지 구두 깊숙한 안쪽에 숨겨뒀더랬다. 난 종이돈으로만 사먹을 수 있는 줄 알았으니까. 제대로 돈맛을 알고, 꽤 알뜰하게 거래하는 법도 알았지만 돈을 쓸 줄만 알았지 버는 법은 몰랐다. 왜냐하면 엄마 아부지의 지갑은 꺼내도 꺼내도 항상 돈이 채워지는 화수분, 즉 한국은행 지점처럼 돈이 떨어지지 않았으니까(최대 만 원을 꺼냈으니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대학을 입학한 후 부모님의 자금지원은 끊겼다. “학교를 마치려면 장학금을 타서 공짜로 다녀라. 그렇지 못하면? 몸으로 때워라.” 당신의 자녀를 키우는 소신이었다나? 난 그 소신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별 수 있나...졸업할 때까지 열심히...몸으로 때웠다. 황금같은 말들이 그득한 고전이나, 재미있는 소설을 물리고 경제경영서에 몰두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에 쥔 돈을 지키는 것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워렌 버핏의 투자원칙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투자한 돈을 절대로 잃지 않는다. 둘째, 첫째 원칙을 절대로 잊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부자는 가장 쉽게 돈 버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버는 액수보다 덜 쓰는 것이다. 그러면 버리지 않는 이상, 모인다.” 세상에는 돈 버는 법도 많고, 부자 되는 방법이 사람 수 만큼이나 많다. 하지만 여전히 부자의 숫자가 적은 이유는 부자 되는 법을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면 익히고, 익혔으면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평생 몸으로 때우며 살지 않는다. 새로이 배우고자 책 한 권을 펴 들었다. 일본 최고의 금융 교육 전문가의 책, <돈의 교양>이다. 



 

   이 책의 목적은 ‘풍요롭고 안전한 인생을 살기 위한 올바른 금전 지식을 익히는 것’이다. 그 내용은 돈에 관련된 모든 것 즉, 돈에 대한 사고방식과 돈의 지성, 돈 모으는 법, 저축의 규칙, 돈 버는 법, 돈 늘리는 법, 돈의 유지 관리등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사실 공부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과외나 학원은 있어도, 돈 잘 버는 법을 가르치는 곳은 없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대한 강좌 역시 투자를 통해 ‘땅을 효율적으로 사고 파는 법’과 ‘주식을 사고 파는 법’을 가르치고 있지 ‘돈 관리’하는 법을 가르치진 않는다. 한 가정의 부모가 된 어른이 배우질 못했으니 아이들이 배웠을까? 공부좋아하는 나라에서 이런 교육기관이 널리 보급되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금전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을 위한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초심자를 위한 책이라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나 보도 쉐퍼의 <돈>을 읽은 독자라면 ‘너무 쉽다’고 이야기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200여 페이지 남짓 되는 책에 너무도 많은 내용이 들어 있어 ‘기술적 내공’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쉽고 널은 범위는 오히려 금전 교육을 이제 막 시도하려는 독자들에게는 ‘재테크 공부, 할 만 하다’는 만만함도 제공해 줄 것도 같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돈을 쓰는 법(큰돈 편)’이었다. 실전편에서도 활용가능한 부분이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큰돈 즉, 부동산이나 자동차, 보험(보험이 큰돈에 들어간 이유가 의아해 할 수 있지만, 책을 읽으면 알게 된다. 의외로 무시못할 큰돈이라는 것을) 등에 들어가는 100만엔(천 만원) 이상의 돈을 지출하는 저자의 방법이 소개된다. 집을 고르는 방법에 있어 사용한 ‘수익률 6%의 법칙’이나 ‘집세 200 이내의 구입결정’등은 전세제도가 있는 우리나라와는 약간 다르지만 인상적이다. 돈에 관한 책이기에 어쩌면 인생에 있어서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법한데 잘 읽지 않는다. ‘뭐 다 그렇고 그런 소리 아닌가?’ 하고 폄하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투자란 장기판에서 훈수두는 것과 같아서 남의 투자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수 있지만, 막상 자신의 투자에 있어서는 망설이다가 결국 전문가라 알려진 책상물림들에게 내맡기거나 ‘카더라’하는 소문에 거액을 던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데, 이러한 두려움은 ‘올바른 투자관’를 확립되지 못해서다. 올바른 투자관을 위해서는 많이 읽고, 배우는 수 밖에 없다. 금전교육을 시작한다면 편하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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