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 - 우디 앨런 단편소설집
우디 앨런 지음, 성지원.권도희 옮김, 이우일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어려워서 읽기 벅찬 우디 앨런의 단편소설

  난 우디 앨런의 영화를 좋아한다. 기회가 허락하는 한 그의 영화는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매치 포인트(2005), 스쿠프(2006),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2008)이 최근에 본 작품. 그의 작품들은 풍요로운 듯 허전한 도시민의 삶과 겉과 속 다른 인간의 양면을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대사와 과장된 연기로 보여주고 있어 늘 나를 매혹시킨다. 노년임에도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모습도 멋있지만 무엇보다 변하지 않는 개구쟁이같은 외모와 종종 해외토픽으로 나타나는 그의 파격적인 행동과 발언은 아무것도 무서울 것이 없는 있는 집 자식의 뻔뻔스러울 만큼 당당한 기세를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괴짜인 그가 주는 것 없이 좋았고, 그의 영화를 즐겼다. 지금껏 그래 왔다. 그래서 재미있는 제목으로 나타난 우디 앨런의 단편소설집이 있다니, 집어들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를 펼칠 때까지의 기분이었다.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내가 글을 읽고 있는 것인지 두 눈깔로 활자를 쫓고 있는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소설인데 상상이 되질 않는다. 머리 속으로 상상력을 총동원하고, 그가 감독한 영화 속 배경들을 집어 넣어도 도무지 매치가 되질 않았다. 그가 설명하는 상황도 보이질 않고, 그가 그린 단어들이란 도무지 모르는 장소의 이름, 음식, 제품군 투성이였다. 소설을 읽기 시작한 지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철학과 사상에 대한 바탕이 부족한 탓인지 그가 하는 말은 하나도 정말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내겐 이 소설은 원제목 Mere Anarchy(단순한 아나키)보다 더 복잡한 아나키였다. 

  이 책을 집어들면서 떠올린 인물은 마크 트웨인이었다. 그가 내게 들려준 해학과 풍자 그리고 언어구사력에 채 흥분이 가시지 않았을 게다. 시절도 생김도 다른 두 사람이지만, 마크 트웨인이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이단아라면 난 우디 앨런을 미국 영화계의 비슷한 인물로 여겼다. 그래서 마크 트웨인의 산문집만큼이나 재미있고 유쾌할 줄 알았다. 큰 오산이었다. 우디 앨런에 대한 영화팬들의 반응은 극명하다. 현대극이면서도 다소 클래식한 설정이나 철학적이고 풍자적인 대사로 만들어진 그의 영화는 천재가 만드는 최고의 코미디라 칭하는가 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코미디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영화에 대해서 난 전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소설을 읽은 후에 드는 느낌은 그에게 있어 영화는 무지한 세상 사람들을 위한 천재의 배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앞에 앉혀두고 펼치는 이야기 한마당이다. 그와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을 갖거나 사고의 레벨이 비슷한 사람들을 상대로 쓴 듯 했다. 한 문장에서 쏟아지는 명사들 대부분이 새로듣는 단어들이었다면...과연 제대로 읽혔겠는가? 나 정도 수준의 무지한은 영화를 보면서 즐기기에도 사실 벅찬지도 모른다. 책장을 넘기면서 처음엔 당황했고, 그 다음엔 지루했으며, 마지막에 이르러는 화가 났다. 초지일관 변함없는 그의 문체에 화가 났다기 보다는 책을 한 권 다 읽어가는데도 여전히 그의 문체를 캐치해내지 못하는 내 수준에 화가 났다. 능력이 부족해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것이 화가 난 것이다. 모두 읽었지만, 말할 수 없다. 내게는 읽기가 어려웠다. 무척이나. 이 책에 관심이 있다면, 다른 리뷰를 찾아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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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리포트 1 - 만화
김규식 외 지음, 팽현준 그림 / 바우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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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매일경제 기자들의 설명으로 만화로 보는 2009 다보스 포럼

  책 <다보스 리포트>는 일반인들이 ‘다보스 포럼’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로 꾸민 책이다. 매일경제 지식부 기자 3 명(박봉권, 김규식, 이덕주)이 올 해 열린 다보스 포럼의 내용을 정리해 꾸몄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다보스 포럼은 무엇이고, 어떤 내용이었기에 만화로까지 나왔을까? 하는 점이다. 2009년 다보스 포럼의 관심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였다. 위기극복 후 완전히 새로운 세계질서가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세계질서 재편에 대한 세션들이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다보스 리포트>가 만화로 나온 이유도 우리도 앞으로 진행될 새로운 세계질서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경제가 느끼는 글로벌 경기침체 충격이 10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덜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충격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한국경제 근간인 수출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 누리엘 루비니_ 뉴욕대학 교수 

  다보스 포럼은 매년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연차총회(WEF;World Economic Forum)이다. 매년 1월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기 때문에 보통 다보스 포럼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1971년 유럽 경영심포지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으며, 1987년 포럼 명칭을 세계경제포럼으로 만들고 정재계, 학계, 미디어, 사회단체 분야 글로벌 거물들을 대거 초청하면서 다양한 지구촌 현안을 다루는 세계최대 포럼으로 성장했다. 이 모임은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전문가들과 리더 그리고 지도급 인사들이 경제문제는 물론 에너지, 과학, IT, 사회적 불균형문제, 고령화 등 다양한 사안을 놓고 대안을 나누며 개선ㆍ발전방향을 만들어 가는 자리인데, 2009년 올해 다보스 포럼에는 전 세계 96개국에서 2,500명이 참석했다. 경기 폭락을 예견해 글로벌 명성을 떨치고 있는 누리엘 루비니 루비니국제금융 모니터 회장, 미래의 불가측성을 골자로 하는 저서 '검은 백조'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뉴욕 폴리텍 교수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와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학 교수 등 최고의 경제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1권인 만큼 이번 <다보스 포럼>의 내용 중 일부를 설명하고 있다. 대략적으로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세계질서재편’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후 부상할 새로운 세계질서의 모습을 그렸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어떻게 위기에 처하게 됐는지, 위기극복은 가능한지를 짚어보고 이에 따른 세계질서 재편의 불가피성을 다루었다. 또한 G20 등 새로운 다자주의적 질서가 그동안 미국이 주도했던 신질서를 대체할지 여부도 다루었다. 최근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분석과 미래 경제패권을 둘러싼 ‘신경제 지형도’에 대한 얘기도 했다. 새로운 경제지형도가 도출될 때까지 세계경제는 심각한 불황을 겪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다보스 포럼을 지배했다. 1980년, 1990년대에도 경기침체는 있었지만 전 세계적인 동반 경기침체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L자형 장기경기침체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았다. 또 모두 열망하는 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신세계질서 대신 보호무역, 보호금융주의가 득세할 가능성도 다뤘다. 

  보호주의는 전 세계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또한 이 책은 미국의 자존심인 월가 금융기관 붕괴에 따른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측해봤다. 이 장에서는 컴퓨터 보급과 함께 급속한 발전을 거듭한 금융공학이 탄생시킨 괴물인 파생상품 부실 가능성을 자세하게 다뤘다. 마지막으로 다보스 리포트는 현재의 위기요인과 기회요인을 짚어봤다. 현재 경제는 경기침체와 불황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간 불황의 터널에 빠지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 중 전 세계적인 감원태풍은 모든 정부의 골칫거리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기업들도 경제위기 장기화로 수출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경우 전 세계적인 감원대열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감원사태는 경제적인 파장 외에 사회적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프라 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형편이다.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극심한 경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듯이 올해 열린 <다보스 포럼>의 주제와 세션들 역시 우리가 충분히 숙지해야 할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세계적인 경제전문가의 한마디에 주식시장이 출렁거리는 요즘의 상황을 비춰본다면 <다보스 포럼>은 이들 세계의 리더와 기업가 경제전문가들의 모임인 만큼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만화로 꾸며진 <다보스 리포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다보스 포럼을 이해할 수 있고, 오늘날의 경제 상황에 있어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통찰을 제시한다. 딱딱한 주제를 만화 형식으로 꾸며 읽기에 큰 부담도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반가웠던 것은 세계경제에 대한 관심이 만화로 꾸며질 만큼 독자들의 관심수준도 높아졌다는 점과 또 경제현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출판계도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IMF 외환위기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른데, 내가 이번 금융위기도 슬기롭게 해쳐나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다. 2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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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서평단 활동 종료 설문 안내

 2기 서평단을 참여하게 되서 즐겁고 덕분에 좋은 책도 많이 알게 되었고, 뜻 깊었습니다. 3기로 뽑힌다면 더욱 더 열심히 활동하고 싶습니다.

•  서평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도시락경제학과 쿠오바디스 한국경제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둘 다 한국경제에 대해 고민한 책인데, 도시락경제학은 경제를 좀 더 쉽게 이해를 시켜준 책이었고, 쿠오바디스 한국경제는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한국의 경제정책을 이념을 배제하고 순수경제이념상 불합리한 정책에 대헤 꼬집은 책입니다.  
•  서평단 도서의 문장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구절  

“제 지인들로부터 ”당신은 이 정부를 왜 그렇게 싫어하느냐?“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가 싫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정부가 잘못하는 점이 있으면 가차없이 비판을 하는 것이 지식인의 임무입니다. 저는 그 지식인의 소임을 충실하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쿠오바디스 한국경제, 151 쪽) 

•  서평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위 쿠오바디스 한국경제 

2위 김원장의 도시락 경제학 

3위 달러 

4위 리더스 웨이 

5위 26살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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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바디스 한국 경제>를 리뷰해주세요.
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이준구) - 이준구 교수의, 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를 향하여
이준구 지음 / 푸른숲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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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서적 ‘0’순위 후보작?

  가만히 있어도 속이 불편한 요즘이다. 매일 밤 아홉 시에 시작하는 뉴스는 헐리우드판 액션스릴러 영화보다 더한 긴장감을 준다. 지난 해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쓰나미에 국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려 가슴팍까지 물에 잠긴 듯한데, 전임대통령은 포괄적 뇌물죄로 검찰에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어 돌아가시고, 북한은 핵실험을 했다. TV속 웃음들은 하나같이 시니컬한 조소嘲笑처럼 들리고, 도로에 나온 행인의 웃음을 들으면 ‘도대체 당신은 속은 있는 사람이냐?’ 묻고 싶을 정도다. 내가 대학을 다녔던 80-90년대에도 마음은 이와 비슷했다. 교내에 붉은색 플랜카드가 난무하고, 대학별 게시판엔 빈틈이 없을 정도로 대자보가 넘쳐났다. 곳곳에서 시위소리와 최루탄이 터지고 한 쪽에서는 수업거부 운동를 해야 한다고 선배들은 강의실 문 앞을 지키며 눈을 부라리며 지켰다. 그래도 꿋꿋이 강의실로 들어서는 한 사람은 꼭 있었다. ‘너희들 세상에 이런 일이 없으려면 공부해야 한다는 사람’, 선생님이다. 천재지변이 생기기 전에 수업은 해야 한다고 하셨다. 마땅히 그래야 할 대학교 선생님, 교수님이 ‘지식인의 임무’를 통감하고 입을 열었다.

“제 지인들로부터 ”당신은 이 정부를 왜 그렇게 싫어하느냐?“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가 싫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정부가 잘못하는 점이 있으면 가차없이 비판을 하는 것이 지식인의 임무입니다. 저는 그 지식인의 소임을 충실하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151 쪽)

  그 시절에 이 말을 들었다면 ‘학계의 시국선언’이라 말할 것이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사람들이 움직이면 문제는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의 이준구 교수님이 노기찬 목소리로 시국선언을 했다. <쿠어바디스, 한국경제>가 그것이다. 이 교수님은 ‘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념의 포로가 된 경제 정책은 두고두고 한국 사회를 발목 잡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지출처: 강의장면이미지출처: 홈페이지 화면이미지출처:이준구교수 모습

  이 책의 진행방식이 꽤 마음에 든다. 저자는 마치 학생들에게 강의를 시작하듯, 다큐멘터리의 나레이션을 하듯 본격적인 글에 앞서 그 글을 쓰게 된 이유와 배경을 설명했다. 그래서 맥이 끊길 수 있는 칼럼들을 하나로 묶고 독자로 하여금 쉬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 사회 문제점에 대한 속풀이 강의가 아닐 수 없다. 이 교수가 글을 쓴 한가지 이유는 ‘합리적인 보수도 아닌, 도그마에 가까운 보수의 회오리가 우리 사회를 휩쓸어 버리며 무작정 한쪽으로 쏠리는 걱정스러운 현상 때문’이었다. 누군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사회적 균형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위기감이 들어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게 되었고, 그 글들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많은 반향을 일으키게 되어 책으로 까지 나왔다. 스스로를 시장주의자로 규정하는 ‘교과서 경제학자’ 이준구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경제학의 정설과 원칙’ 그리고 ‘정책 판단의 잣대는 이념이 아니라 합리성’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지난 정부의 정론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실현하는 듯한 정책은 자제하고, 국민에게 등 돌리고 귀를 막고 있는 정부의 태도를 고쳐 국민을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책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대운하사업, 종합부동산세 개편, 한미 FTA, 주택정책, 경기부양책, 교육개혁 등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자신의 소신을 유감없이 밝혔다. 

  한 국가의 경제 정책이 ‘정치’를 떼어놓고 볼 수 없는 것이 요즘의 상황이라 국민들이 경제정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혼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일부 언론의 시각은 심하게 편향적으로 보도하고 있어 국민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작금의 경제 정책에 대해 이 교수는 타당성과 정당성을 가늠할 보편적 기준으로서 경제학의 정설들―조세정책의 원칙, 시장과 정부의 힘의 균형, 경제적 타당성 검토의 원칙―을 논거로 튼실하게 제시하고 있어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저지른 가장 심각한 과오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상황이 전개되는 데 따라 임기응변적 대응으로 일관한 나머지 정책의 일관성을 거의 완벽하게 상실하고 말았다. 그 결과 시장이 엄청난 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정부가 어떤 정책을 써도 그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바로 이것이 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해 있는 위기의 본질이며, 이것은 세계경제의 상황과 아무런 관련을 갖지 않는다. 다시 말해 지금의 위기상황은 거의 전적으로 ‘오락가락’ 정책이 빚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75 쪽) 

  이 교수가 현 정부에 대해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한 것은 ‘일관적이지 못한 정부정책’ 이었다. 정부 당국자 간에 서로 의견이 맞서는가 하면, 정식 발표에 의한 정부정책 마저 ‘백지화’되기 일쑤다. 준비되지 않은 정책수립이 부딪히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기 급급하는 현정부는 앞으로 그 어떤 훌륭한 정책을 발표한다고 해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아마추어 정부’라는 수식어를 얻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그리고 주류보수도 아닌, 전 국민의 2%를 차지하는 부자들을 위한 경제정책을 펼치는 데에 답답해 하며 누가 뽑아주었던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라면 ‘모든 국민을 아우를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할텐데, 여전히 ‘당선사례’를 하는 듯한 현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양극화 문제는 날로 심각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자 편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들어 주어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은 구시대의 낡은 패러다임입니다. 이 패러다임에 기초를 둔 레이거노믹스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레이거노믹스의 잔광을 되살리려 안간힘을 쓴 부시 행정부는 미국 국민을 불행의 구덩이로 몰아넣고 말았습니다. “8년으로 충분하다”(Eight is enough.)라는 구호가 왜 한 순간에 미국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 324 쪽)

  이 책이 갖는 의미는 크다. 경제학자이면서 교수이기도 한 저자가 학생이 아닌 일반인과 어깨를 나란히 해 현 정부의 답답한 경제정책에 대해 토로했다는 점은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잘못 굴러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시그널이다. 그리고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는 이념과 계층에 치우친 경제정책을 펼치는 정부에 대해서 비판을 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정부와 대응할 것이 아니라 자신처럼 타당성과 정당성을 가늠할 보편적 기준으로 경제정책을 바라보고 대응해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정책에 대해서는 서로 명백히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거나, 의견을 거스른다고 강압적으로 따를 것을 강요당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 책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의 심각성을 감지하면서도 맹점을 이해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어느 정권 때보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현 정권에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지식인의 목소리는 파워풀하다. 또 다른 지식인들의 생각이 책으로 엮여 계속해서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 정부가 이 교수의 말에 겸허하게 귀기울일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이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이어 올해에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서적에는 ‘0’ 순위로 올라갈 것은 거의 확실하다. 못믿겠으면 확인해 보길...  

 

 

-인상깊은 (추천할 만한) 점   

작금의 경제 정책에 대해 이 교수는 타당성과 정당성을 가늠할 보편적 기준으로서 경제학의 정설들―조세정책의 원칙, 시장과 정부의 힘의 균형, 경제적 타당성 검토의 원칙―을 논거로 튼실하게 제시하고 있어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점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불멸의 신성가족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한국경제에 대해 궁금해 하거나, 우려하고 있는 국민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제 지인들로부터 ”당신은 이 정부를 왜 그렇게 싫어하느냐?“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가 싫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정부가 잘못하는 점이 있으면 가차없이 비판을 하는 것이 지식인의 임무입니다. 저는 그 지식인의 소임을 충실하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15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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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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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미있는 하루’가 어제 꿈꾸던 ‘내일의 행복’이다

  “육군 훈련병의 하루 중에서 무엇이 가장 힘드냐?” 훈련병 시절, 퇴소식을 앞두고 ‘회식’이라며 십시일반 돈을 모아 빵과 음료, 과자들을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먹는 자리에서 내무반장이 던진 질문이었다. 퇴소를 앞둔 마당이라 무서울 것이 없다는 심정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온갖 푸념을 늘어놓았는데, 키는 관우에 생김새는 장비만한 고릴라(이름을 잊었지만, 성씨가 고씨였다. 그의 별명이다)가 떠들어대는 좌중을 물리치고 이렇게 말했다. “새벽 6시에 기상하는 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내무반장은 ‘네 말이 맞다’는 듯 박수를 치며 웃었다. “나 역시 신병 때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내 사수인 김병장이 알려준 방법을 너희들에게도 전해 주겠다. 아침에 눈을 뜨거든 기지개를 활짝 펴고 달력에 그려진 오늘에 X 표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라. ‘아, 오늘 하루도 지났구나.’ 명심해야 할 것은 너희들이 제대를 기다리는 군인일 때만 그래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났거든, 괴로워하지 말고 차라리 즐기라 했던가? 영화감독을 꿈꾸는 동기녀석 레디고는 군생활을 ‘병영체험중’이라 했고, 자동차를 팔던 동기 중고차는 ‘인맥을 쌓는 중’이라 했다. 난...내무반장의 말대로 매일 아침 달력에 X표 그리는 맛에 하루를 보냈다.   재미? 글을 쓰기도 어색할 만큼 재미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는 듯 하다. 재미있는 소설이라기에 읽었고, 재미있는 영화라기에 영화를 봤다. 그 재미를 즐겼던가? 너무 순식간이라 기억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재미, 재미? 궁금하다. 

재미; [명사]

1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

2 안부를 묻는 인사말에서, 어떤 일이나 생활의 형편을 이르는 말.

3 좋은 성과나 보람. <출처: 네이버 사전>

  재미는 기분이고 느낌이다. 그리고 보람이란다. 그리고 재미는 물건이 아니라서 누가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야 한단다. 우연하게 만나 재미를 느끼기만 한 것 같은데, 재미를 찾고 만나라니 구체적으로 재미란 게 무엇이고, 어떻게 찾아야 할지 난감하다. 그 방법을 한상복의 <재미>에서 찾아 봤다. “재미가 있다면, 우리의 내일은 더욱 설렐 것이다” 재미있는 삶에 대해 그가 한 말이다.   베스트셀러 <배려>로 잘 알려진 저자 한상복은 자기계발 우화를 잘 쓰는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스스로를 ‘잡다한 것들에 두루 관심이 많은 B급 문화애호가’라고 설명했지만, 그의 책은 다소 딱딱한 주제인 자기계발 분야에 대해 쉽게 읽히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에서 스토리텔링에 능한 작가라고 봐야겠다. 재미있게 책을 쓰는 작가이기에 ‘재미’를 제대로 아는 셈이고, 그래서 <재미>라는 제목의 책을 쓸 자격은 이미 충분했다.  



 

    이야기는 단란하지 못한 한 가정에서 시작된다. 디자인 회사의 팀장으로 있지만, 실력에 비해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동료들과의 관계 또한 원만하지 못해 회사를 옮길까 고민하는 아빠와 처녀 시절엔 잘 나가는 학원강사였지만, 남편(아빠)와 결혼한 후 자신의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채 딸아이의 교육에 연연해 하며 열등감 속에 사는 엄마, 그리고 뛰어난 습작력을 지녔지만, 무관심한 아빠와 공부만을 강요하는 엄마 그리고 왕따를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아이. 이 세명의 가족은 특별한 것 같지만 내 가족, 이웃의 가족같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세 명의 가족은 모두 ‘힘들다’고 말한다. 아빠는 회사에서 일 때문에 스트레스로 힘들고, 엄마는 가정을 돌보랴, 아이 키우랴 일에 치이다 보면 ‘내가 없다’고 힘들어 한다. 아이는 싫은 공부는 해야만 하고,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해 또 힘들다. 내가 힘드니 가족들을 관심을 둘 여력이 없고, 대답을 한다 해도 좋은 대답이 나올 턱이 없다. 가족 모두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가족’을 미워한다.

  나 역시 사랑하는(사랑한다고 믿는) 가족이 있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말 못할(굳이 못할 것도 없지만) 많은 고민과 근심을 안고 살아간다. 때로는 이 개인적인 고민과 근심 때문에 하늘을 원망하고, 생활을 비관하며 하루를 망치기도 한다. 그러면서 늘 후회하고 ‘인생사는 재미가 없다’고 느끼게 된다.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사는 방법은 뭘까? 저자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의 불만족스러웠던 일상이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하루를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는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아빠는 자전거를 타면서 작은 재미을 알게 되고 동료들의 취미를 이해하게 된다. 엄마는 갖고 싶었던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서 세상을 새롭게 보는 재미를 느끼고, 아이는 완소 영우와 친해지면서 학교다닐 용기를 얻는다. 

  “구입해서 소유하는 재미와 행복은 순간이고 그렇지 못할 때 불행을 느끼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에 빠져 얻는 그것은 오래도록 지속되고, 추구하고자 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어서 인생을 사는 동안 행복해 질 수 있다”<몰입>의 대가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는 말했다. 살아가는 재미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잘할 수 있고, 내가 잘하는 모습을 스스로 느낄 때 비로소 재미를 느낀다. 일상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때 하루가 즐겁고, 그 하루 하루가 모여 결국 인생이 즐겁고 행복해 지는 것임을 세명의 가족은 말해준다. 그리고 서로 다른 삶을 사는 것처럼 추구하는 ‘재미’ 즉 삶을 즐기는 방법도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끼리 대화가 어려운 이유는 인정보다는 이해를 앞세우기 때문이다. 먼저 상대를 인정해야 대화할 수 있고, 타인과의 소통도 원만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재미’를 희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일이 되면 또 다시 ‘내일’이 반복되서 결국은 내가 손으로 만질 수 없는 행복인데도 말이다. 내가 만질 수 있는 행복은 ‘오늘’에 있다. 오늘의 ‘재미있는 하루’가 어제 꿈꾸던 ‘내일의 행복’은 아니었을까? “탄생과 죽음은 돌이킬 방법이 없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막간을 즐기는 일이다.”고 미국의 철학자 산타야나는 말했다. 우리가 가능한 유일한 일은 매일같이 오늘을 열심히 재미있고, 즐겁게 사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을 두고 삶이 준 선물present 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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