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폴 크루그먼, "정부는 지금 당장 금융기관과 국제 자본흐름을 규제하라!"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그의 이름에 따르는 평가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중에서 지난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라는 점이 가장 큰 평가일테고, 존 메이너드 케인스 이래 글을 가장 잘 쓰는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고(그는 현재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특히 공화당 정부 시절 ‘부시의 저격수’로 불린 바 있다. 그는 최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실랄하게 비판을 쏟아부어 <뉴스위크>는 그를 두고 “오바마의 노벨상급 골칫거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4월 27일, 오바마 대통령은 크루그먼을 백악관에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기도 했는데(만찬 대화내용에 대해서는 비보도를 전제로), 대통령마저 무시할 수 없는 그의 영향력을 짐작케 한다. 

그가 명저 <대폭로><미래를 말하다>에 이어 <불황의 경제학>를 냈다. 사실 이 책은 1990년대의 아시아 금융위기를 분석했던 초판(1999년)의 개정판인데,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금융위기의 내용을 덧붙였다. 저자는 아시아 금융위기를 현재 위기의 ‘리허설’로 판단하고 있어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원제는 (The)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 and the crisis of 2008. 그는 책에서 ‘세계경제가 공황으로는 빠지지 않겠지만, 불황은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 Flickr 

이미지 출처: www.zocalopublicsquare.org/.../10/paul-krugman/

  이 책은 여러 면에서 흥미롭다. 우선 1990년대의 아시아와 남미의 경제위기를 분석하며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미국)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던 책이 정확히 10년 후에는 ‘그것 봐라. 내가 뭐라했냐’고 내다본 듯 큰 소리치는 책으로 변했다는 점이 우선 놀랍다. 마치 앨빈 토플러가 신자유주의경제의 문제점을 밝히며 1975년 이후 다가올 경제위기를 우려하며 쓴 책 <불황을 넘어서 The Eco-Spasm Report, 청림출판,2009>이 오늘날의 세계경제위기와 절묘하게 맞물려있어 자신의 책을 읽고 스스로 놀랐다며 개정판을 낸 점이 통찰력적 면에서 닮아서였다. 

  두 번째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경제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수식이나 이론을 배제하고 쉽고 평이한 문체로 일반인도 읽기 쉽도록 의도적으로 풀어서 쓴 책이라는 점이다. 저자의 의도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더 많은 독자들이 읽고,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는데, 그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지금까지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라고 한다면 자신의 높아진 권위에 맞게 ‘그들만(경제학도)의 리그’에 어울리는 어려운 경제용어와 해석을 늘어놨을 법 한데, 독자의 눈높이를 일반인으로 낮추었다는 점이 ‘달라진 세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뻤다. 그도 그럴 것이 폴 크루그먼은 경제학자이면서 유명한 칼럼니스트이지 않은가? 다중多衆을 인식한 경제학자라... 시골의사 박경철의 말을 빌리자면,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고고한 ‘강단’에서 번잡한 ‘저잣거리’로 제대로 내려온 셈”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황전도사’답게 시공을 넘어 ‘불황의 역사’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반부는 1990년대 일본을 대표로 하는 아시아와 남미의 금융위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그후 10년 동안 벌어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들, 즉 부적절한 경제정책들, 헤지펀드의 득세, 그린스펀의 판단착오, 그림자 금융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공포의 총합인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지게 된 상황과 불황의 경제인 오늘과 미래의 대처법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크루그먼은 불황의 원인은 금융기관의 모럴헤저드와 그림자 금융,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에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란 돈을 맡긴 예금자들에게 언제든 맡긴 돈을 적절한 이자와 함께 돌려주겠다고 약속을 한 단체다. 다시 말해 금융인이란 최소한 투자자의 원금을 온전히 관리해야 할 도덕적 의무를 가진 사람들인 셈이다. 하지만 규모가 커진 은행은 대마불사의 모럴 헤저드에 빠져 거침없이 ‘신용창조’를 통해 부채를 늘렸고, ‘은행인 척 하는’ 투자은행, 신탁회사등의 그림자 금융은 금융관리감독기관의 감독을 벗어난 채 고리스크, 고수익의 투자에만 열중하게 되었다. 그래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은 상품을 만들어 모기지를 얻어 주택을 구입한 대출자나 모기지 상품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금융기관의 윤리성과 투명성을 믿은 죄로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말았다. 한마디로 금융회사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다. 금융기관을 믿은 투자자에게 누가 또 다시 투자를 권유할 수 있을까? 이런 이유를 들어 그는 이같은 금융위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해 규제해야 하고, 국제 자본흐름에 대해서도 규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리고 또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까지 ‘공급중시 경제학’의 경제시스템에서 경제의 능력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요를 창출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급이 넘쳐나는 지금 경기후퇴를 계속하고 있다면 수요중심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저자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용경색 완화와 소비지원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일시적으로 사실상 금융시스템의 상당 부분이 완전한 국유화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 신용경색이 풀어질 때까지 통제하고, 위기로부터 벗어나면 금융은 다시 민영화되어야 하고, 현재의 구제대상 기업은 위기가 사라지면 규제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의 핵심적 진리에 대해 불황경제학은 공짜 점심이 있는 상황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며, 사용할 수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는 자원을 찾아내다면 “공짜 점심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불황경제학의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경제학자인 케인즈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는 대세는 ‘케인즈의 시대’라며 ‘큰 정부’를 지향하고자 해야 지금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이를 깨달아야(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폴 크루그먼은 지난 5월 19일 서울 하이야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TV 창사 10주년 세계경제금융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에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즉 ‘공짜점심’에 대해 답은 찾지 못했지만, 환경정책에 희망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환경정책이 그린 기술을 가지고, 미국이 기후변화 체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 때 기업에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한다. 거시경제적인 상황에서 긍정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게 경제회복을 추동할지는 알 수 없다.” (참고:세계경제금융 컨퍼런스의 기조연설 전문)

그리고 지금의 금융위기 상황은 빨리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이제 중환자실에서 환자가 나오긴 했지만 회복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조금도 케어를 하고 리스크를 회피하고 합리적으로 투자하는 세대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한다.이러한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장담할 순 있지만 당분간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대신 ‘정부의 보이는 손’이 대신할 때일 것이다. 불황의 경제를 꾸려나가야 할 정부와 정책입안자들에게 읽혀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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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 스펜서 존슨
스펜서 존슨 지음, 이혜승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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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저자 스펜서 존슨, 올바른 자녀교육을 말하다

  임신 7개월의 젊고 똑똑한 여성 헬렌은 현명한 엄마를 찾고 있다. 남편과 자신 모두 자녀교육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명한 엄마란 어떤 엄마일까? 여러 부모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끝에 현명한 엄마는 크게 엄격한 엄마와 관대한 엄마로 구분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두 엄마 사이에는 작지만 큰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엄격한 엄마는 스스로를 보수적인 부모, 조금은 구식이거나 전통적인 스타일의 부모라고 말했다. 관대한 엄마는 현대적인 부모, 이해심이 많은 혹은 헌신적인 부모라고 말했다. 현명한 엄마의 두드러진 차이점에 헬렌은 혼란스러웠다. 고민 끝에 자신이 생각하기에 진정으로 현명한 엄마란 ‘엄격한 엄마’와 ‘관대한 엄마’ 양쪽의 장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엄마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두 장점을 활용한 ‘진정으로 현명한 엄마’를 찾아 나섰다. 

  소개하는 책 <부모>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와 <선물>, <행복>등으로 잘 알려진 ‘1분 경영The One Minute management'의 대가 ’스펜서 존슨Spencer Johnson'이 쓴 책이다. 주로 경영우화를 쓰던 그가 시선을 ‘가정’으로 옮겼다는 점과 SBS 아나운서 출신의 이혜승씨가 이 책을 번역했다는 점이 주목되었다. 이혜승씨는 얼마전 딸을 출산한 후 올바른 부모상을 고민하던 중 이 책을 만났고, 번역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진정으로 현명한 엄마를 찾던 헬렌은 세 아이를 큰 어려움없이 키워냈고 아이들 역시 사회적으로도 잘 적응하며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한 어느 ‘특별한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찾아가 ‘특별한 교육방식’을 배우게 된다. ‘특별한 엄마’의 ‘특별한 교육방식은’ ‘1분 엄마’가 되는 것이다. 용어가 생소하다. ‘1분 동안만 엄마노릇을 한단 말인가?’ 1분 엄마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합한 말이었다. 이 세 가지 방법은 ‘1분 목표’와 ‘1분 칭찬’, 그리고 ‘1분 훈육’이다. 1분 엄마가 전하는 세 가지 비법의 목적은 “아이가 자신에 대해 기쁘고 좋은 마음을 느끼게 도와주는 것이 아이가 바른 행동을 하게 만드는 열쇠”였다.

  ‘1분 목표’‘아이와 엄마(부모)가 가정에서 이루어지길 바라는 사항들을 200자에서 250자 이내로 ’아이가 직접‘ 종이 한 장에 다 쓰는 것을 말한다. 아이가 쓴 목표를 검토하는데 1분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1분 목표‘라고 불렀다. 이것은 성공한 사람들이 성공법칙에서 사용하는 ’목표를 정하라‘와 일맥상통한다. 다시말해 ’내가 일어나길 바라는 것들 즉, 보고 싶은 결과‘를 스스로 정하고 이것을 자주 반복해서 검토함으로써 실제로 일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이가 ’잠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결정해 그 목표를 이루도록 해서 아이 스스로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음을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가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내용 중에 “목표는 마감시간이 정해져 있는 꿈이에요.”라는 어린 에이미의 목표에 대한 정의가 인상적이었다.  


   특별한 엄마의 ‘1분 엄마’ 두 번째 비법은 ‘1분 칭찬’. 이것은 엄마가 해야 할 부분이다. 엄마가 아주 기분 좋게 느끼는 일을 아이가 했을 때, 아이를 안아주고 눈을 쳐다보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잘 했는지를 알려주고, 그로 인해 엄마가 어떻게 느꼈는지, 얼마나 기분좋고 행복한 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엄마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해주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A와 B 그리고 D의 성적표를 가져온 아이’의 엄마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 D를 받은 과목에 대한 안타까움이 먼저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1분 엄마는 A와 B를 받은 사실에 주목하고 아이를 기꺼이 칭찬할 것을 권한다. 그래서 아이로 하여금 A, B의 성적을 받으면 얼마나 스스로가 즐거운지 그 행복감을 느끼게 하라는 것이다. 아이가 그 즐거움을 또 다시 느끼기 위해서 D를 받은 과목에 열중할 것은 당연한 일, 아이는 스스로 새로이 ‘1분 목표’를 설정할 것이다. 엄마의 칭찬이 아이에게는 ‘성공을 즐기는 시간’이라는 1분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세 번째 비법인 ‘1분 훈계’는 어쩌면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방법론적으로 가장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훈육訓育, 그렇다. 슬기롭게 ‘혼을 내는 방법’이다. 1분 훈계의 내용은 이렇다. 엄마가 용납하지 못하는 행동에 대해서 즉시 아이에게 알려준다.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지적해주고, 그로 인해 엄마가 얼마나 화가 나고, 안타까운지 과감없이 솔직하게 타이른다. 단, 이때는 ‘넌 어떻게 된 애가 ~’라는 식의 아이를 인격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만 나무라야 한다. 그 다음 안아주며 아이에게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고, 걱정하고, 또 아이를 얼마나 존중하고 높이 평가하는지, 그리고 아이가 자신이 가치있고 의미이쓴 사람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사랑한다고 전하는 방법다. 1분 훈계 이후에 아이가 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똑같이 ‘1분 훈계’를 한다. 하지만 비록 1분 이지만 아이를 사랑으로 훈계할 때 이 효과는 평생갈 수 있다. “아이는 부모에게서 사랑받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때 마음을 연다”는 1분 엄마의 말이 1분 훈육의 주제였다. 

   1분 엄마의 가르침을 받는 헬렌은 독자의 마음이었다. 1분 엄마의 대답을 들을 때 마다 머리 속에 생기는 질문을 헬렌은 내 마음처럼 되물었고, 소설같은 이야기를 메모로 적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온전히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스펜서 존슨만의 쉬운 설명과 소설같은 대화형 진행 방식, 이 책을 읽는 묘미였다. 저자가 부모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열 달 배아파 낳은 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나? 하지만 아이를 키워야 하는 ‘의무와 책임’라는 사명을 잘못 이해하고 ‘완전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지는 않을까? 또 아이의 장점은 내 성공이고, 아이의 실수는 내 실패라고 과도하게 확대해석하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아이가 잘 자라도록 하는 엄마(부모)의 돌봄이 아이를 부모의 생각대로 ‘통제’하는 격이 되서 아이가 ‘수동적인 사람’으로 자라게 하진 않나?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스스로 불완전한 엄마(부모)가 아이를 완전하게 키우려고 한다면, 그 생각은 시작부터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엄격한 엄마의 품에서는 ‘엄마가 바라는 아이’가 자라고, 관대한 엄마의 품에서는 ‘엄마가 그리운 아이’가 자란다. 아이는 단지 행동과 표현이 서투른 예비어른이다. ‘내 새끼’, ‘우리 아이’라는 호칭에 앞서 아이는 ‘제 이름’을 가진 인격체다. 그러므로 부모의 돌봄은 아이 스스로가 판단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어야 한다. 아이가 커서 성인이 되었을 때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어야 온전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나이 서른이 넘도록 부모의 판단에 의지해야 하는 자식이 있다면, 부모는 돌봄을 멈추고 자식에게서 자유로울까? 자식 또한 모든 결정에 있어 부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과연 지금 행복할까? 

  미국의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되면 기꺼이 독립을 허락한다. 심지어는 독립을 강요하기도 한다. 자녀들이 철저히 홀로 서서 어른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들로부터 부모로서의 도리를 마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녀가 독립을 할 때, 집을 나서며 부모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이에 부모는 “네가 우리 품에서 자라는 동안 보여준 모습으로 충분히 행복했단다. 우리 역시 고맙다”라고 대답한다. 모든 가정이 그렇겠냐마는 자녀의 독립 즉, 스스로 어른이 되는 첫 발의 디딤에는 이렇듯 자녀가 스스로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1분 엄마의 가르침이 숨어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에서 1분 엄마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아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이루었을 때 기꺼이 칭찬하고, 어긋났을 때 무엇이 왜 잘못된 것인지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변화된 시대(부모들의 시대가 아닌)가 요구하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해줘야 하는 훈육아닌 훈육訓育인 것이다. 자녀교육과 가족의 의미가 더욱 절실해지는 요즘 부모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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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장 기자의 도시락 경제학>를 리뷰해주세요.
김원장 기자의 도시락 경제학 - 매일매일 꺼내 읽는 쉽고 맛있는 경제 이야기
김원장 지음, 최성민 그림 / 해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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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는 유재석의 보완재일까, 대체재일까?  

  80년이 지난 '1929년의 경제 대공황'을 들먹이는 작금의 ‘세계금융위기’ 상황해외토픽에서나 볼 만한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오늘 가족을 먹일 장바구니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 ‘내 발등의 불’이었다. 그 심각성과 파장은 날로 더해져 이제는 중고등학생도 경제신문을 보며 경제를 시대가 되었다. 시대에 뒤질세라 큰 맘 먹고 경제신문을 펼쳐보자니 들어는 봤지만, 알 수 없는 경제용어 투성이라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알 만한 사람에게 묻자니 한 두 가지가 아니고, 딱히 그 답을 찾아보자니 귀찮기도 하다. 하는 수 없이 헤드라인 몇 개 읽고 ‘으흠, 여전히 심각하구만. 우리나라 경제는 이래서 문제야...’ 아는 체 할 밖에 도리가 없다. 이게 우리가 오늘을 대하는 답답한 현실이다(경제신문을 읽는 중고등학생은 안그렇겠지만...). 

  21세기는 지식경제시대라 했다. 게다가 지금은 내일을 예상할 수 없는 세계금융위기 상황이 아닌가? 경제학자나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과 이론은 더 이상 선택된 그들만 알아야 할 ‘강의실 수업용 과제’가 아니다. 보다 슬기롭고 현명하게 오늘을 살고,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내가 알아야 할 사항들이다. 민중을 위한 경제평론가로 알려진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금융 위기 이후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고고한 ‘강단’에서 번잡한 ‘저잣거리’로 내려온 느낌이다”고 말한 것처럼 출판사 마다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도서’를 거의 매일 토해내고 있다. 이렇게 많은 공급의 이면에는 ‘경제학을 알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는 방증이고, ‘경제학’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식임을 말해준다. 소개하는 책 <김원장 기자의 도시락 경제학>은 그런 책 중 유독 눈에 띄는 책이다. 

  수많은 경제학 관련서 중에서 이 책을 먼저 뽑아든 이유중 하나는 저자에 있다. 즐겨 듣는 <황정민의 FM대행진>과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에서 그날의 경제 이슈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위트있는 진행을 하고 있는 김원장 기자(현 KBS 보도국 차장)가 썼기 때문이다. 책을 소유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평소에 관심을 둔 인물의 목소리나 글 그림은 직접 소유할 수 없지만, 그의 책을 소유하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인데, 라디오에서 들었던 재미있는 글을 소유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책을 읽다 보니 언제쯤인가 들었던 소리도 보여 복습하는 기분이 들었다. 책의 내용 또한 라디오의 입담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이 책은 크게 경제학 이론과 실물경제, 그리고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인 주식, 환율, 부동산등으로 나누어서 설명했다. 꼭지마다 서술하는 기획도 특별하다. 신문 기사의 일부를 머리에 두어 독자로 하여금 기사를 읽고 상황을 유추하도록 유도한 후 그 기사를 이해할 수 있는 경제학 이론과 법칙 그리고 용어를 설명했다. 독자가 만약 두 세시간 동안 ‘경제기자’와 함께 커피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경제기자에게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가? “뉴스에서 듣기에...OOO라고 하던데, 진짜에요?” “OOO는 무슨 뜻이에요?” 정부의 경제정책과 기업의 경제활동으로 엮어진 ‘경제계’역시, 연예계 못지 않게 뒷이야기가 많다. 베테랑 경제기자가 TV나 라디오에서 할 수 없는 생생한 현장의 비방송용OFF-the record 이야기를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책내용의 경향을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면 “박명수는 유재석의 보완재일까, 대체재일까?” 라는 제목의 글이다. 방송 3사가 연예인들의 출연료에 대한 상한선을 두기 위해 모임을 가졌는데, 출연료 제한이 담합행위로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로 결국 논의는 중단되었다. 방송 3사가 서로 논의를 할 만큼 연예인들의 출연료가 비쌀까? 상당했다. 편당 800만원에서 1,100만원에 이른단다. 이 기사를 놓고 보완재와 대체재라는 경제학 용어를 설명했다. 인기 개그맨 유재석이 훌쩍 여행을 떠났을 때, 대신 프로그램을 맡을 MC로 콤비인 박명수가 떠올랐다면 이때 박명수는 유재석의 대체재(substitude)다. 반면 유재석이 진행할 때 박명수가 옆에 있어야 시청률이 올라간다면 박명수는 유재석의 보완재(complement)인 셈이다. 

이 책은 이렇게 대체재와 보완재를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유재석이 가장 높은 출연료를 받는 이유는 그에 어울리는 적당한 대체재가 없기 때문인데, 이러한 상태는 유재석은 송해와 허참과 같은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은 상태’의 연예인이 된다며 자연스럽게 ‘가격탄력성’도 더해서 설명했다. 그렇다면 향정신성 의약품인 대마초는 담배는 대체재일까? 보완재일까? 그 답은 이 책 속에서 찾아봐야 할 것이다. 

  경제학 관련서를 선택하고자 할 때에 주목해야 할 점‘현재 내가 어떤 관점의 책을 필요로 하는가?’하는 것이다. 딱딱한 경제학 이론을 쉽게 배우고 싶다면 Daum 아고라 경방의 ‘미네르바’가 추천한 바 있는 ‘맨큐의 경제학’(이 책의 저자도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와 함께 추천했던 책이다)이 좋을 것이고, 우리나라가 지금 처한 경제현실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고라 경방의 ‘세일러’가 쓴 ‘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위즈덤하우스)’를 살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경제기사를 화두로 이와 관련된 경제학 이론과 전망들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와 뉴스들을 접목한 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저자인 김원장 기자의 입담과 위트가 더해져 훨씬 더 재미있게 읽힌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더욱 재미있는 특징 하나는 날카로운 기자의 입에서나 나올 수 있는 ‘객관적인 문제제기’에 있다. 쉽게 설명하면 얼마 전에 교체된 MBC 9시 뉴스의 신경민 앵커가 뉴스 말미에 던지는 ‘촌철살인의 생각꺼리’와 비슷한 건데, 현황에 대한 전망을 독자로 하여금 곰곰이 생각할 여지를 남겨둔 점이다. 예를 들면, [제 3부, 국가와 시장의 한판 승부]의 글 중에서 미국 3곳의 대형 투자은행을 국유화하기로 결정한 2008년 11월말, 한나라당은 금산 분리 규제를 추가로 완화해 일부 대기업이 지주사를 허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이라 밝혔는데, 경제학자들의 100년 고민거리인 ‘정부의 시장 개입 문제’를 우리 정부는 너무 한쪽의 도그마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저자가 직접 우려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3자적 입장에 충실했다)가 이어진다고 말했고, 현정부의 건설 경기 부양이 결국 국민을 향한 정책일진데, ‘비즈니스 프랜들리Business Friendly’정책이 ‘웰페어 배들리Belfare Badly'정책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고 말했다. 답은 독자들이 내야 할 숙제, 독자로 하여금 생각의 여지를 충분히 제공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아닐 수 없다.

  경제기자의 생명은 ‘그날 있었던 경제뉴스에 대한 정확한 보도’가 우선이겠지만, 시청자나 독자로 하여금 오늘의 경제현안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독자나 시청자의 흐린 눈에 ‘안경’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배움의 기회를 줘 통찰력을 제공하는 ‘야전 선생님’의 역할도 해야 한다. 방대한 뉴스와 사례의 데이터베이스를 갖춘 경제기자가 경제학 교수 못잖게 해박한 경제지식을 갖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제신문 길라잡이’가 되겠다. 게다가 라디오 진행으로 인정받은 위트있는 스토리텔링의 입담까지 더해졌으니 두 말하면 입 아프다. 경제학 관련서는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이 읽을수록 좋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맨 위에 올려놓고 싶은 책이다. 알차고 재미있는 국내 저자의 경제서를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경제이론과 법칙에 어울리는 사례들이 실제로 신문에서 만날 수 있는 생생하고 시의성있는 사례들이라 흥미로웠다. 경제학과 경제신문 이해하는 법을 합한 듯한 책이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맨큐의 경제학, 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비즈니스맨, 대학생, 경제신문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개인 투자자가 백전백패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다음 3가지를 꼽습니다.

1. 부지런히 사고판다! 개인 투자자는 한두 종목을 몰아서 산 뒤 곧바로 팝니다. 종목 선정 기준은 과학적인 투자와는 거리가 먼 아는 친구의 귀띔. 영업 이익이나 주가수익률(PER, Price Earnings Ratio)조차 확인하지 않고 투자합니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얼마나 자주 사고팔까요? 지난 2005년 한 해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거래 비용(거래 수수료+증권 거래세)으로만 6조 2,800억 원을 썼습니다. 같은 기간에 전체 개인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주식의 보유 금액이 128조 원이니까, 전체 주식 투자 비용의 4.9%를 사고파는 비용에 날린 셈입니다.

2. 헐값 주식만 산다. 개인 투자자들은 늘 주가가 낮은 종목만 골라서 삽니다. 지난 2006년 5,000원 미만 주식의 거래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4%입니다. 기관 투자자나 외국인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저가주를 개인 투자자들은 부지런히 사고팝니다. 2006년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수익률은 마이너스 11.47%. 특히 개인은 특정 종목 한두 곳에만 투자합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은 늘 전문가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입니다. - 본문 중에서

3. 기관과 외국인이 다 빠져나간 뒤 들어간다. 개별 주식이 오르고 종합주가지수가 오르고 언론에 온통 화제가 된 뒤에 마침내 개인은 증시에 뛰어듭니다. 그래서 현대증권 신반포 지점에 아줌마들이 가득 차면 투자를 멈추라는 증시 격언이 생겨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미 큰손들이 손을 털기 시작한 증시에서 개인들을 기다리는 것은 급락 장세뿐입니다. 반대로 현명한 투자자는 좋은 투자 기업을 오랫동안 지켜본 뒤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고 주가가 떨어졌을 때 주식을 매입합니다. - 4장 <20 개미들만의 엘리베이터 투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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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구할 것이다
A.M. 홈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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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민의 고통, 외로움와 행복에 대한 이야기

  술 몇 순배에 거나해진 취기를 빌어 ‘마이 라이프’를 이야기할 때면 이십대의 여대생이나, 사십대의 아저씨나 같은 말로 시작한다. “내 이야기를 하라고? 오늘 하루로 끝나겠어? 소설로 쓰면 한 질이다, 한질.” 명동거리 cafe가무佳舞 3층에서 옛날 크림 가득한 비엔나 커피에 따끈한 팬케익을 먹으면서 사람구경을 해보라. 가득한 웃음과 미소를 지으며 걸어가는 저들의 모습을 보면 걱정 근심이라곤 눈씻고 볼래야 볼 수가 없다. ‘모두 행복한가 보다. 나만 인생이 우울한 게냐?’ 불쑥 빈정이 상해질 법 하다. 하지만 내려가 길을 막고 그들의 인생을 물어보라. 표정은 이내 바뀌고 모두가 ‘한 질 가득 소설 속 비련의 주인공’은 저들이라고 손들테다. 난 어떻냐고? 나야 물론 한 질 갖고는 어림없다 할테고...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위안을 받기 위해서다. 슬프면 슬픈대로 위안받고(난 그렇도록 슬픈 인생은 아니거든), 재미있으면 재미있는 대로 위안을 받는다. 소설 속 주인공이 죽거나 다치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으면 가슴 쓸어안아 난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성공하고 잘나서 결국은 행복해지면 ‘그래, 너라도 그렇다니 다행이다’ 위로한다. 허가받은 거짓말쟁이(소설가)가 꾸민 이야기이거늘 울거나, 웃거나, 심각해지는 날 보면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종국엔 아직은 내 심장이 따뜻한가보다 스스로 대견해지기도 한다. 이렇듯 소설을 읽으면 ‘내 삶만 팍팍한 건 아니다’싶은 결론을 얻는다. 그리고 ‘아직 인생은 더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더냐’ 자문하게 된다. 소설 <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구할 것이다>도  그 기대에 부응했다. 파란만장한 리처드도 사는데, 나라고 인상구기며 살 이유는 절대 없다. 



이미지 출처: Flickr 

   이 소설의 주인공은 로스앤젤레스의 고급 주택가에 사는 중년의 사내 리처드 노박이다. 열 살 때부터 동생이 구슬치기를 할 때 장사를 하며 은행에 개인구좌를 트고 집집마다 돌며 장사를 했던 이 사내는 남부럽지 않은 부자다. 하지만 지금은 철저히 외롭게 사는 혼자다. 사업에 몰두하느라 이혼을 한 후 아내와 아들 벤은 따로 살고 있다. LA의 높은 언덕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저택에 사는 그였지만,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스스로 갇혀 살거나, 사육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낫다. 하루 종일 자신을 서빙해주는 가정부 실비아, 삼시 세끼의 영양을 책임지는 영양사에 정기적으로 운동을 관리하는 트레이너를 두고 있는 이 사나이는 매일 아침 컴퓨터 모니터에서 주식시황과 계좌내역만 체크하면 그다음은 할 일이 전혀 없는 사나이다(일 안해도 충분히 먹고 살만한 부자라는 말도 되겠지만). 어느 날, 아무도 없는 저택에서 갑작스런 통증을 느끼며 그것 즉 죽음을 예감한다. 급한 마음에 옛 아내에게 전화를 했지만 냉랭하기 그지없고, 아들조차 여행을 떠난다고 관심두지 않는다. 곧 죽는다 해도 울어줄 이가 없다. 쓸쓸함, 리처드는 외로움이 닥친 죽음보다 더 무서웠다.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지만, 병명을 알 수 없다. 이내 통증도 사라졌다. 퇴원하는 길에 영양식 외엔 먹지 않던 그는 도너츠를 먹게 되고, 도너츠 가게 사장과 친구가 된다. 마트 과일코너에서 ‘불만스런 인생’에 울고 있던 여인과도 친구를 먹고, 뒷집에 사는 영화배우와도 안면을 튼다. 죽었다 살아난 그는 세상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단순하기 그지없던 그의 삶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들 벤의 정체는 청천벽력같은 충격이었고, 말리부에서 사귄 친구 닉은 세계적인 문학가란다. 요가선생과의 사랑에서도 숨겨진 자신을 발견하고, 혼자서만 가슴앓이를 했던 아들 벤의 진정한 속마음도 알아가게 된다. 리처드는 인간속의 인간, 다시 말해 속시끄러운 인간세계人間世界속 인간人間이 된 것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리처드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버킷 리스트> 속의 ‘잭 니콜슨’을 생각나게 한다(잭 보다는 열 살 정도는 어려야 하겠지만). 공황장애와 인간세상의 참맛을 노년에 되찾는 코드도 비슷하지만, 어눌한 행동하며 사람들과 부딪히며 어리둥절하는 모습 면면은 잭을 닮았다. 비록 늦었지만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물량공세다. 그가 가진 거라곤 돈 밖에 없으니까. 돈을 위해 살다가 가정을 잃고, 아내를 잃고, 자식 벤을 잃었던 그가 그 돈으로 다시 사람을 얻는 아이러니는 지극히 물질만능주의의 대명사인 아메리칸 드림답다.

  하지만 소설 속 스토리를 부자의 돈지랄이라고 치부하며 빈정대기엔 리처드는 너무 나약하고 위태롭다. 미래의 내 모습 같고, 비슷한 또래 같아서 그가 가진 생각과 슬픔 그리고 회한이 남 이야기같지 않았다. 모두 잃었던 그가 느끼고 깨달으면서 하나씩 찾아가는 모습은 단순하기 그지없는 내 삶에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는 듯 했다. 인간이 시계를 만들어서는 12칸짜리 시침 두 바퀴에 하루를 정해 놓고, 그 속에 갇혀 살고 있듯이, 내가 만든 내 삶 속에 지쳐가는 내 모습도 자의든 타의든 고개만 돌려 인간을 향하면 조금씩 변화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내가 꿈꾸던 성공은 성공이 아니었고, 내가 그리던 행복도 행복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 뿐만 아니다. 내 옆집 사람도, 내 뒷집 영화배우도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평범한 듯 보이는 하지만 실은 모두가 불행한 사람들이 둘이 모이니 답이 보였고, 그들이 이야기하며 세상을 바라보니 작지만 행복을 다시 고민하게 된다. 인간의 막연한 불안은 외로움이고, 그 외로움은 손에 쥐고 있었음에도 모르고 버려버린 내게 있던 보물이었다. 아프고 괴롭고 조용했던 사나이 리처드는 책장을 넘길수록 ‘잃어버린 성궤’를 추적하는 해리슨 포드의 액티브 못지 않았다. 한 시도 마음이 조용할 수 없이 혼란한 상태, 하지만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던가? 행복과 사람사는 맛은 그 속에 있지 않던가? 

  리처드의 가족은 영화 <아메리칸 뷰티>를 생각나게 했다. 정신없는 LA사람들, 더 정신없는 그들의 대화는 제정신을 반쯤 놓아야 차라리 이해가 빠를 정도다. 무지건조하게 툭툭 짧게 던지는 A.M. 홈스의 글은 마침표의 뒤에서 글맛을 깨우치게 한다. 평범하지만 불안한 사람들의 아슬아슬하고 위태하면서도 재미있고, 작은 감동도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구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이 소설은 당장 내 인생을 구하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모르지...20년쯤 후에 다시 읽는다면, 그때는내 인생을 살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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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첫 책쓰기 - 인생 반전을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
오병곤.홍승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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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큐멘터리처럼 상세하고 친절한 두 남자의 내 책쓰기 대작전!

  매일 서점에는 수백 권의 새로운 책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출판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다지만, 출간되는 책의 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기는 산업혁명기의 1년 동안 벌어지는 변화보다 21세기의 오늘 하루의 변화가 훨씬 더 크니 그만큼 세상의 이야기는 많아질 터, 쏟아지는 책 종류가 점점 많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 일어나는 출판계의 한 가지 특징은 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뉴 페이스new-face'의 저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판기술의 발달로 책 한 권을 내는데 필요한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줄어든 이유도 있을테지만, 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들 뉴 페이스들의 공통점은 이른 바 ’전문가들‘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라 해서 특별하게 학위를 땄거나,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능력면에서는 오히려 그들을 능가할 수 있는 진짜 전문가들,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기술이나, 직업에 능한 이런 사람들의 책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지식정보화 시대의 도래는 출판시장의 판도도 바꾸고 있다. 

  오병곤과 홍승완의 <내 인생의 첫 책쓰기>는 이런 ‘전문화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뉴 페이스’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최근 일본에서 한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한 직장인들이 책을 출간하는 ‘직장인의 책쓰기 열풍’과 글을 쓰는 이른바 샐러라이터salawriter(전문직에 종사하면서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대중적인 자기계발서를 쓰는 사람들)들이 국내에도 나타나는 경향을 목격하고,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대중적인 책쓰기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만들어진 책이다. 저자들 역시 샐러라이터들이고, 그들이 말하는 책쓰기 방법론에 의해 쓰여진 책이 바로 이 책이라는 점이 영화로 본다면 ‘메이킹 필름’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줘서 신선하다. 저자들은 전문가 1.0 시대가 학위나 자격증에 의해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면, 전문가 2.0 시대에는 책쓰기에 의해 판별된다며, 오늘날 전문가가 되려면 자신의 책을 써야 한다고 이 책에서 강조했다.



 

   책을 펼치면서 저자들의 이력이 주목되었다. 저자들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들이다. 이곳 연구원들의 주목적은 구본형씨의 변화경영을 배우기 위해 참여한 사람들인데, 이들은 1년 동안 특별한 엄격한 글쓰기 과정을 이수한다. 나는 구본형씨를 경영의 멘토로 삼고 있는 있어서 꾸준히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있고, 연구원제도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데, 연구원들의 글쓰기 과정은 지정된 도서를 일정기간 동안 읽고 일종의 서평을써야 하고 서로 피드백을 통해 ‘변화경영 작가’로서 수련을 하는 제도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책의 저자들은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으로서 꾸준한 수련을 통해 전문가 수준의 습작내공을 쌓은 베테랑들인 셈이다. 그래서 일까? 빈틈없이 짜여진 구성과 알찬 내용, 그리고 글맛나는 필력은 일반인들이 썼다고 볼 수 없었다(저자들은 이미 공저한 몇 권의 책도 있다). 

  기존에 나와 있는 ‘책쓰기’ 책들이 소위 ‘책쓰기 도사’, 즉 이미 전문가의 위치에 선 사람들이 후학(?)들을 위해 책을 위한 글쓰기의 요령을 안내한 책이라면, 이 책은 부제를 ‘나의 책쓰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라고 붙여도 좋을 만큼 ‘자신을 완전하게 노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을 읽으며 실제로 체험하는 느낌을 들게 했다. 부록에 실린 [출간일기]는 두 공저자들이 이 책을 쓰면서 느꼈던 소감들을 일기형식으로 꾸미기도 했다. 샐러리맨인 저자들이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이제껏 배우고 공부한 내용들을 실습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낸 셈인데, 그 주제가 [책쓰기]라니 한편 아이러니 하면서도 독특한 기획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책을 왜 써야 하는가?’하는 화두에 이제껏 전문가로 거듭난 사람들의 케이스와 스스로 경험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답을 제시했다. [제 2장 원칙 세우기], ‘책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서는 책을 쓰기 위해 공부해야 할 내용들과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갖게 되는 부담감을 떨어내는 방법들을 소개했다. 이 부분은 블로그나 홈피에 서평을 쓰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두고 읽어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공저자들이 ‘구본형변화경영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체험하고 공부한 내용들이 상세히 기록되고 있는데(현재도 기수별로 연구원들이 수련을 하고 있는데,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홈페이지( http://www.bhgoo.com/zbxe/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종의 글쓰기 아카데미 수업을 받는 느낌을 준다. 

  그들이 만드는 독서노트는 블로거들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대락 살펴보면, 독서노트가 단순히 책을 읽고 느낌을 적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읽는 책은 나의 책을 위한 재료’라는 생각으로 독서하고 있다. 그래서 우선 꼼꼼히 정독한 후 독서노트를 쓸 때에는 저자에 대해 연구하고, 감명을 주는 글귀들을 모두 적는다. 그런 후 전체적인 책의 내용과 느낌이 서술되는데, 마지막 [내가 만약 이 책의 저자였다면]하는 란을 두어 책 속에서 발견되는 아쉬운 점이나 논지등 자신의 의견을 적극 적어두는 형식이다(연구원들의 독서노트를 읽으면 말 그대로 ‘한 권’을 모두 읽는 느낌을 얻는다). 

  후반부에는 책쓰기를 위해 수립해야 할 기획등 전략과, 집필하는 동안 참고해야 할 사항들, 그리고 출판을 위해 필요한 내용들을 저자들이 직접 해당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거나 취재한 내용들이 수록되었다. 생생한 다큐멘터리를 본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언젠가는 한 권쯤...하고 ‘작은 소원’쯤으로 늘 생각하고 있던 터라 이 책을 만났을 때는 반가웠고, 책을 모두 읽은 후에는 ‘책 한 권 내고 싶다’는 조금은 과감해진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의 원고를 출판사에 출간의뢰를 하면서 제작한 ‘출간계획서’의 내용중 이 책의 콘셉트(다른 책쓰기 책과의 차별화 포인트)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첫 책’과 ‘직장인’에 초점을 맞춘다

-책을 ‘어떻게’쓰는지, 그리고 ‘왜’써야 하는지를 강조한다.

-정보 외에도 감동과 통찰을 준다.

-책을 만드는 현장의 목소리(첫 책의 저자들과 편집자 인터뷰)를 담는다.

-독자들이 ‘나도 이이런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디자인과 편집이 좋은 책을 만든다.

  공저자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콘셉트대로 만들어졌다고 보면 되겠다. 이 책을 통해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 지도 알게 되었고, 내가 그동안 읽은 책들에서 발견했던 딱히 아쉬운 점을 꼽을 수 없을 만큼 내용과 편집이 잘 어우러져 있다. 그들의 기획과 노력 그리고 알찬 내용에 ‘잘 만든 첫 책’이라고 박수를 주고 싶다.

 언젠가 읽는 어느 멋진 책의 추천사에 이런 말이 있었다. “내가 가진 이 책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불태우고 싶다. 불가능하기에 이 책에 커버를 씌울 것이다. 남에게 알리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추천사를 쓴 이를 두고 욕심이 하늘에 닿는 사람이라고, 능력은 없이 책만 탐하는 탐서貪書주의자라고 말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멋진 책을 만날 때면 어김없이 나도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잠깐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쓴 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웬만한 블로거들이나 이른바 서평쟁이들은 모두 갖고 있을게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간접체험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서 ’내 책 한 권‘을 꼭 가지라고 응원하고 싶다. 물론 내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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