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엘리베이터 살림 펀픽션 1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잘 만들어진 연극을 방불케 하는 황당 코믹스릴러 소설

 

  “난 지금도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면 옷장에서 뭔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아요.”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진지함이 뭍어났지만, 난 못들은 척 큰소리로 웃으며서 말했다.“뭐야~ 만화영화 ‘몬스터’ 이야기도 아니고...나이가 몇 갠데...하하하” 그리고 그날 밤 난 베개속에 잠겨 한참동안 옷장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캄캄했던 방안이 흐릿하게 형체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동공이 커질 때까지...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나도 벽장이 무서워서, 천정이 무서워서 불을 켜고 잤던 사실을...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공포감은 어린이의 몫 만은 아니다.

 

  한 남자가 멈춰버린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낯선 세 사람과 함께. 잠에 깬 듯 일어나 보니 엘리베이터 안이고, 엘리베이터가 급하강하는 바람에 머리를 부딪혀 기절을 했단다. 휴대폰은 사라지고, 시계도 잃어버렸다. 낯선 세 사람도 이런저런 이유로 없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고, 연락할 방법도 없다. 다 큰 어른이 아이처럼 무서워서 울 것이야 없겠지만(아파트의 엘리베이터라 언젠가는 구조될 테니까), 기절했던 사내 오가와에게는 당장 나가야 할 이유가 있다. 임신 9개월의 아내가 진통을 느낀다는 전화를 막 받은 순간 정신을 잃었고, 깨어보니 엘리베이터에 갇혀버린 때문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빨리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라도...또 나를 위해서라도...소설 <악몽의 엘리베이터>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원제목은 悪夢のエレベーター―Nightmare after a Secret.

 

 



 

 

  엘리베이터를 장소로 추리소설의 가장 기본적인 베이스인 ‘밀실살인’을 소재한 이 소설은 전혀 추리소설 같지 않다. 연극무대에서 몇 명의 배우가 두 시간 여를 활약할 수 있는 희곡적인 요소가 오히려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긴장감과 코믹함을 겸비하고 있다. 수상한 작품, 빙고! 작가는 코믹 스릴러 극단 '니콜슨즈'를 이끄는 배우, 각본가, 연출가로 알려진 기노시타 한타이고, 이미 연극과 드라마로 제작된 바 있는 작품이란다. 2009년 가을엔 영화로도 개봉할 예정이라는데, 과연 읽고 보니 그러고도 남을 만한 비주얼 강한 스토리였다.

 

  난 10층 이하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서 가는 편이다. 하루에 ‘만보’는 걸어야 건강에 좋다는 말로 이유를 대충 얼버무리지만, 엘리베이터를 탄다는 것을 그리 좋아하질 않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날 일이 좀처럼 없고, 실내등도 그리 밝지 않은 비상계단을 오르는 기분도 썩 좋진 않지만, 엘리베이터보다는 낫다. 그렇다고 ‘폐쇄공포’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대학 때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실외에 부착된 공사용 엘리베이터에서 인부가 떨어져 사망한 사건을 목격한 바 있고, 실제로 엘리베이터가 서는 바람에 혼자서 30분 여를 공중에 떠 있었던 적이 있어 꺼릴 뿐(한참을 적고 보니 보통 경험은 아닌 듯 느껴지긴 하지만)이다. 일종의 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다시 말해 트라우마인 셈이다.

 

  그래서 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도 공중에 떠 있는 듯 내내 발이 저렸다. 상황 자체가 꺼름직하니 읽기도 꺼름직 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주인공은 내가 아닌 그들이 아니던가. 철저하게 제 삼자로 그들을 지켜보려 노력했다. 그래도 심해도 너무 심했다. 아내의 진통을 알면서도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는 오가와는 너무 안타까웠다. 하지만 동승하고 있는 낯선 인물들은 모두 기분나쁘지만(오가와의 말대로 밖에서라면 스쳐지나가기도 싫을 만큼) 묘한 매력의 사람들이어서 오가와에 대한 안타까움은 급반감되었다.

 

  정장 차림의 몽키스패너를 든 빈집털이범,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니트족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가진 사내, 그리고 인근에서 가장 높은 곳을 찾아 자살을 하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다는 은둔형 외톨이 아가씨등 낯선 이들의 정체는 재미를 더했다. 설정은 알프레드 히치콕인데, 최근에 만나는 최근에 만나는 오쿠다 히데오 소설 속의 주인공들 같았으니 주인공의 시선이 옮겨질 때마다 안쓰럽다가 재미있고, 불쌍했다가도 웃겼다. 책을 읽는 나의 모습을 누가 본다면 딱 미친 사람이 아니었을까.

 

  내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심리도 변덕스럽게 움직였다. 소설의 초반부에는 출산진통을 겪을 아내를 두고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는 상황의 청년 오가와 준에게 무한한 연민에 동일시되는가 싶더니 낯선 이들의 면면에 빠져서는 그들과 어울린다. 함께 갇혀 있으면서도 그 상황을 마치 운명처럼 여기는 듯 자신들의 처지는 잊고 오가와를 조롱하는 그들에게 동조하는 나를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랐다. 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주인공들의 심리와 희극적 대사들은 불안함 속에서 느끼는 헛웃음까지 짓게 했다. 거듭되는 반전에 기함을 하고, 막판에 펼쳐지는 역전극의 반전이란... 직접 읽으란 소리 밖에는 차마 설명을 다할 수가 없겠다.

 

  책의 말미에 <해설>을 쓴 나가에 아키라는 주인공 오가와의 상황, 그리고 나머지 주인공들이 겪는 마지막 상황을 장이 좋지 않은 자신의 배탈에 비유했다. 배탈난 사람에게 주위에 화장실이 없는 것은 식은땀나게 하는 ‘악몽’이듯, 등장인물 모두가 겪는 엘리베이터는 제목처럼 <악몽의 엘리베이터>였다. 잘된 작품이었다고 해야 할까? 재미있고, 웃기는 작품이었다고 말해야 할까? 총평하기도 곤란한 묘한 작품, 등장인물의 소개 자체가 어쩌면 스포일러로 욕먹을 수 있는 묘한 작품이다. 이런 소설에 대한 리뷰를 쓸 때가 가장 난감하다. 더 난감한 건 여전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서다. 연극같은 소설, 영화같은 소설이다. 읽는다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이 소설을 읽은 후 앞으로 엘리베이터를 편하게 탈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 탈 때마다 이 소설이 생각날 테니까. 난 이제 10층 이상도 걸어가려고 마음 먹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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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의 달인
나카다니 아키히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워~워~ 스트레스는 남이 아닌 내가 만든 속병이라니까?

 

  원하는 바 대로 되지 않을 때  나는 ‘열’을 받는다. 세상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겠냐마는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생각한 대로, 순서대로 착착 진행되어야 할 것이 서서히 꼬여가기 시작하면 ‘화이바에 스팀’이 들어오고, 어디에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꼬여버리면 ‘뚜껑’이 열린다. 급기야 화가 나서 이성을 잃을 지경이 된다. 좋은 말로 하면 다혈질이고, 거친 말로 하면 ‘개같은 성격’이다. 여간해서는 ‘뚜껑이 열리는 경우’를 볼 수 없지만, 요즘같은 불황에 좋은 뉴스는 하나도 없는 신문같은 하루를 지내다 보면면 오히려 뚜껑이 열리지 않으면 이상하다. 이처럼 ‘열받고, 뚜껑열리는 상황’은 이른바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다. 그렇다. 난 요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플리커flickr 

 

 

  그제인가? 스트레스를 잠시 잊는다고 들어간 곳은 ‘서점’이었다(대낮에 술을 마시거나 홀로 영화를 볼 수는 없잖은가?). 목적없이 서가를 어슬렁대다가 눈에 든 책을 만났다. 제목 한번 당당하다, <문제해결의 달인>. ‘대체 누가 이런 제목으로 쓴거야?’ 저자를 살피다 깜짝 놀랐다. 나카타니 아키히로.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 몇 번을 읽었던 <20대, 3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의 저자가 아니던가? 회가 동했다. 반가운 마음에 몇 장을 넘기고는 바로 구입했다. 그리고 단숨에 읽었다. 역시 나카타니 아키히로 다운 책이었다.

 

  저자는 하루에 100 권을 읽는 다독가多讀家이자, 일주일에 한 권, 일년에 70 권의 책을 쓰는 다작가多作家다. 지금껏 집필한 책만 800권에 육박한다고 하니 그의 일생 동안 몇 권이나 쓸 지가 궁금할 정도다. 하지만 그리 놀랄 건 없다. 나카타니 아키히로의 책은 정말 편하게 읽히기 때문이다. 행간도 넓은 것이 한 페이지에 스무 줄 남짓. 어려운 말도 없고, 고민할 내용도 없다. 그래서 300 페이지에 가까운 책이 두 시간이면 읽힌다. 무엇보다 편하게 읽히는 반면 건질 것이 많은알찬 내용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의 책을 읽는 독자는 정해진 듯하다. ‘2말3초(20-30대)의 남녀 직장인들’이다. 그의 책을 읽노라면 3-4 년정도 나이많은 선배가 후배들에게 커피 한 잔 하면서 편하게 조언을 해주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 책 또한 그랬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스트레스 에서 탈출하는 법과 일상에서 만나는 문제해결 방법, 이렇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지만 읽다가 보니 앞뒤 내용이 서로 많은 차이가 난다 싶어서 원제목을 살펴보니 전후반부가 <왜 저 사람은 스트레스에 강할까?>라는 책과 <왜 저 람은 문제해결에 능숙할까?> 두 권이 합해진 책이었다. 일본에서는 두 권을 사야 할 것이 한 권에 볼 수 있는 셈이다.

 

  우선 전반부는 ‘스트레스’를 파헤쳤다. 스트레스는 왜 생겨나고, 어떤 경우에 생기는지, 어떻게 해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지 말해준다. 스트레스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해결책을 말하면서도 ‘의학용어’는 한 단어도 없으니 신기하다. 말하는 족족 내가 경험하고 있는 ‘스트레스’들이었고, 쉽게 해결 가능할 것 같은 방법들이 소개되었다. 저자는 “스트레스란 OO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 발생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생각 자체를 “OO하고 싶다”고 바꾸라고 말했다. 실제로 내 경우를 들어 그렇게 생각해 보니 마음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피식, 헛웃음이 났다. 말 되더라.

 

 



이미지 출처: 플리커Flickr 

 

 

  후반부에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일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들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성공한 사람들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더 많은 문제의 벽에 부딪혀 싸웠기 때문이라며,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뛰어난 ‘문제해결맨’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로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직원과 고객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례로 삼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어서 읽기에 쉽고, 활용도도 높다. ‘오호~ 그렇게 하면 될 수도 있겠다’하는 느낌을 종종 받게 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가볍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재미있고, 유익하다는데 조금 가벼우면 어떠랴. 한 권의 책 속에서 ‘내 마음에 쏙 드는 해결책’을 몇 가지 찾을 수 있다면 충분한 것 아닌가?

 

 



이미지출처: 플리커Flickr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내 스스로 스트레스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별 것도 아닐 수 있는 일이 심각한 문제로 나를 덮친 것은 아닐까?’하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내 뜻 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진리가 있음에도 내 뜻 대로 안된다고 열받았고, 나중에 현실에 부딪혔을 때 해결해도 되는 문제를 지레 겁을 먹거나, 두려워하면서 미리 괴로워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러려니 생각하고, 천천히 시간을 두고 풀어도 되는 것들을 굳이 지금 당장 들먹이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뭐, 어쨌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라면 스트레스가 아니던가? 애써 부정해도 상황의 기분에 따라 과도하게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은 버릴 수가 없었다.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기라”고 했던가? 책을 읽으면서 닥치는 문제에 대해 제삼자가 되어 한 발 물러나 훈수두는 기분으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봐야겠다는 결심이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 줬다. 지금 스트레스가 많다면 서점에 들러 한 10분 정도 서서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혹시 아나? 내가 풀어야 할 문제의 해답이 이 책 속에 들어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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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글에 투자하라 - 리더를 완성하는 표현과 소통의 비밀!
송숙희 지음 / 웅진웰북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글쓰기를 위한 생각의 도구, WHAT 플랫폼에 주목하라!

 

  저자 송숙희의 글은 우선 ‘글맛이 뛰어나다’는 점이 좋다. 그래서 그녀가 소개하는 것은 무엇이든 ‘읽고 싶고, 맛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 <고객을 유혹하는 마케팅 글쓰기>라는 제목의 책을 낸 적도 있는 바 저자의 ‘독자를 유혹하는 기술’은 둘째가라면 서럽다 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오래 전부터 각종 언론매체에 컬럼을 기고하고, 책을 소개하는 컬럼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의 글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나 역시 3-4년 전, 온라인 포털에서 읽은 책소개 칼럼에서 저자의 글맛에 빠져 그녀가 소개한 책은 가급적 찾아보려고 노력했고, 저자의 책도 빠짐없이 읽고 있으니 ‘올드팬’인 셈이다.

 

  처음 잡지사의 에디터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었고, 지금은 CEO의 브랜드 구축을 돕는 회사의 대표로 있는 만큼 저자는 ‘펜의 힘’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 오로지 펜의 힘으로 브랜드를 설명하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니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다. 그래서 한편으로 저자의 목소리, 말빨을 궁금하게 하기도 한다. 이 책 <당신의 글에 투자하라>은 그런 취지에서 나온 책이다. 리더 즉 CEO와 사장으로 대표되는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글쓰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설명하고, 직접 글쓰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 책이다. 이 말은 곧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도 읽어둘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결국 이 책을 읽어야 할 독자는 ‘모든 비즈니스맨’이라고 봐야겠다.

 

 



 

 

  저자의 롤모델role-model은 워런 버핏이다. 워런 버핏의 연례보고서는 살아있는 경제 교과서로 평가될 만큼 잘 쓴 보고서로 정평이 나 있는데, 그의 특별한 보고서의 비결은 다음과 같다. “나는 누이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며 쓴다.” 그의 이해하기 쉽고, 간결한 문제의 특징은 뉴욕발 금융위기로 투자자들이 투자처를 잃고 방황하고 있을 때, “지금은 투자할 때, 나는 미국 주식을 계속 사들이겠다.”는 말로 시장을 진정시킨 사례로 알 수 있다. 저자는 글쓰기란 워런 버핏처럼 ‘첫눈에 무슨 내용인지 알게, 한눈에 읽히게’ 쓰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어떤 글도 만만하게 쓸 수 있다, WHAT 활용술]이었다. 한 권의 책에서 ‘이 부분’만 소화해도 충분히 배울 만큼 배웠다고 말할 만큼 내게는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저자는 미국 수학능력시험(SAT) 과목의 하나인 에세이 쓰기는 ‘주제와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된 사례를 들어 논리적인 표현을 하는가’를 살피기 위한 시험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글쓰기는 고도의 사고력을 필요로 하므로, 글을 잘 쓰는 것은 생각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증거여서 글 실력을 보고 사람을 가려 뽑으면 거의 틀림이 없다. 글쓰기란 현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인 생각을 필요로 하는 일이며 그 주된 목적은 소통에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175 쪽)

 

저자가 어떻게 생각해야 글로 쓸 수 밖에 없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다다를 수 있을까? 하는 글쓰기를 위한 생각의 도구로 창안한 것이 WHAT 플랫폼이었다. 생각을 위한 일종의 체크리스트, 글쓰기를 하는 사람 특히 블로거blogger라면 꼭 알아 두어야 할 귀중한 생각의 도구가 아닐 수 없다.

 

 

W      Why 왜 쓰는가? (왜 이 글을 쓰는가)

H       Hook 독자를 유혹하는 포인트는? (읽지 않고 못 배기게 하는 흥행의 기술)

A       Audience 누가 읽는가? (읽는 이가 누구인가)

T       Trigger 무엇을 요청해야 하는가? (당신이 요구하는 기대 반응은 무엇인가)

 

  독백글이 아니라면 글쓰기는 누군가 독자를 대상으로 그에게 읽히기를 위해 쓰는 글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뱉어낸 글을 끝까지 독자가 읽을 수 있어야, 그리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논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글에 동조할 수 있도록 한다면, 훌륭한 글이 된다. 다시 말해 훌륭한 글이란 곧 독자를 유혹해 사로잡는 글인 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글 쓰에 앞서 가장 먼저 생각이 정리되어야 한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흔히 겪게 되는 ‘난관’이 바로 이 점이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온전히 독자에게 전달해야 할텐데, 체계가 잡히지 않아 시작도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또는 글쓰기는 시작했더라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논지가 명확하지 않아서 내가 뜻했던 바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말 그대로 ‘삼천포로 빠지는 꼴’을 겪기도 했다. 그런 내게 저자의 WHAT 활용술은 훌륭한 처방전이 됐다. 그리고 글을 쓰기에 앞서 충분히 생각하며 뜸을 들이는 시간이 절대로 낭비가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저자 송숙희의 책은 쉬이 읽히고, 이해하기 쉬우며, 읽고 난 후 ‘배웠다’는 느낌을 주게 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실용서인 만큼 ‘당장 실천에 옮기고 싶다’는 충동을 억제할 수 없게 끔 하는 글의 힘 또한 저자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앞서 말한 대로 나는 ‘팬’인 만큼 저자의 책을 꽤나 많이 읽었는데, 점점 ‘남의 목소리(인용문)’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저자가 인용한 ‘남의 목소리’는 독자에게는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고, 또 다시 읽어야 할 책들의 소개도 될 수 있다. 나 역시 저자가 소개한 책들을 제목을 따로 메모해 두어 읽기도 했었다.

 

  하지만 저자의 글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사들의 말들이 많이 인용된다는 점이 글을 매끄럽게 읽는데 장애가 된다. 또한 ‘자신의 논지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해 그를 보강하려고 하는가? 하는 의문도 들게 했다. 자칫 잘못하면 이 책에서도 말했던 ‘당신이 긁어 모은 그것(짜깁기 글)은 각각은 아무리 근사해도 모아 쓰면 눈뜨고 못 봐 주는 누더기’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온전히 자신의 글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을 지니고 있음을 기억하고 있는  ‘팬’으로서 인용문들이 적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쓰기라는 지극히 어려운 주제에 대해 ‘쉬이 읽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강점은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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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스펜서 존슨
스펜서 존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당신은 무엇을 얼마나 가져야 행복해질까요?

 

  ‘영원히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쩌면 영원히 ‘행복하기 싫은 사람’의 생각인지 모른다. 아무리 즐거워도 너무 오래 웃으면 배가 아프고 숨이 막히듯이, 그 정도가 심하면 병病이 되듯이 매 순간 거듭된 행복을 느낀다면 행복을 따분한 일상이 되는 것처럼 행복을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슬픔을 알아야 기쁜 줄 아는 것처럼 괴롭고 힘든 경험 뒤에 행복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웃는 순간과 행복한 순간은 그리 자주 찾아오질 않는다. 그래서 선인들은 웃을 일이 있으면 더 크게 웃고, 행복할 일이 있거든 더 행복해하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도 오래도록 행복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다.

 

  여기 진정한 행복을 바라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원하는 한 사업가 존(성공적인 인생이란 대목에 주의하자)은 자신의 사업과 단란한 가정을 가지고 있다. 막 성공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한 마음과 성공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고민한다. 혼자 있을 때면 늘 자신이 싫어지는 기분, 그것을 경험한 것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프랭크 아저씨’를 찾아 고민을 털어놓았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와 <선물>로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 스펜서 존슨의 책 <행복>은 이렇게 시작된다.

 

  스펜서 존슨의 책은 일종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자기계발 우화’와 ‘경영우화’를 즐겨 쓰기에 평소에 책을 잘 읽지 않던 독자들도 그의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처럼 ‘행복’처럼, 선물, 성공, 사랑등 하나의 주제를 설정해서 200여 쪽의 내용에 집중하고 있다. 쉬운 문체로 써 졌고,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하고 생각해 본 적도 있던 스토리여서 자못 ‘시시하다’는 느낌도 들게 한다. 하지만 그가 펼치는 이야기의 주제들은 모든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던 질문들이어서 감히 내려놓지 못하게 한다. 이 책 <행복> 역시 뻔할 걸 알지만 자꾸만 눈이 가는 매혹적인 제목의 책이 아닐 수 없다. 원제목은 One Minute for Yourself 다.

 

 



 

 

  행복한 인생을 누리고 있는 프랭크 아저씨는 행복하기 위한 비결을 조카 존에게 성공해서 행복하고 싶거든, 외면의 성공보다는 내면의 성공을 이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면의 성공은 바로 인생의 모든 면에서 성공하고 그것을 누릴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훌륭한 방법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더 없이 소중한 것들, 즉 아내, 가족, 친구 동료들과 오래도록 함께 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나’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 스스로 인생을 가꾸는 법을 터득하면서 조금씩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망하거나 불행하다고 느끼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과 현실을 비교해 이상과 현실의 차이 때문에 불행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성공은 했지만 행복하지 않는 사람은 추구하는 것은 손에 넣었지만, 그것들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즉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은 성취감을 느끼지만, 가진 것을 원하는 사람은 행복을 느낀다는 말이다.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은 다르다. 공기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필요한 것을 가졌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 프랭크 아저씨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라’고 말했다.

 

  프랭크 아저씨의 이 말은 우리가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원하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더 좋은 차, 더 좋은 음식, 더 큰 집을 갖은 사람을 부러워해서 그들을 닮으려고 하고,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스트레스’는 늘어만 간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법을 알아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생을 단순하게 사는 것이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찾을 때까지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잘라 내서 생활을 단순화한 다음 이것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 마음은 평온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지극히 현명한 생각이고, 가장 기본적인 진실이었다. 무엇을 생각하고 살았던가?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저자는 프랭크 아저씨의 노트를 빌어 나를 위해, 너를 위해, 우리를 위해 행복해 지는 법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 또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 잠시 잊었던 소중한 금언들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느끼게 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마침내 서로를 더 배려할 수 있을 것이다.” (208 쪽)

 

  이 책은 행복은 어딘가에서 구하고 얻어야 할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느끼는 불행과 괴로움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서인가,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해서 인가?’ 생각하게 했다. 나의 행복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을 더듬게 했다. 또한 행복은 스스로 느끼는 것이지, 남을 충족시켜주고 그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했다. ‘지금 내가 행복하다’면 그게 행복한 것이지 남이 평가하는 말들은 결코 행복의 잣대가 될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불행’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끊기지 않고, 또한 조금 더 갖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다가 범법자가 되어 평생에 걸쳐 이룬 명예와 권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사건들을 많이 발견하는 요즘, 행복의 의미를 되찾아야 하는 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자신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음으로써 주위 사람들과 조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면 그 순간이 바로 ‘행복’해지는 순간이 된다. 상대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그들이 없는 세상에서 애쓰다가 불행해 질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행복한 길을 찾아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의 모습을 보고 함께 행복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진정 내가 필요로 하는 행복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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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법칙 - 명품 인생을 만드는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내 일에서 성공하려거든, 10 년은 버텨라!

 

  우리나라에는 달인達人이 1,300명이나 있다! 게다가 이 숫자는는 아직 진행형이라 그리 놀랄 것도 아니다. 지난 주까지의 집계가 1,300명이라는 것일 뿐, 앞으로 찾는 만큼 지금의 두 배정도는 더 나타날 거니까. 매주 우리나라에 자신을 숨긴 채 존재하는 달인達人을 찾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 <생활生活의 달인達人>에서는 놀라운 달인을 매주 7명씩 내고 있으니까. 만두피의 달인에서 병따개 달인까지, 타이어의 달인에서 떡볶이의 달인까지... 달인達人이 없는 업종이 없고, 그들의 실력은 말 그대로 일당백一當百이다.

 

  한 사람몫으로 수십 명의 몫의 양을, 그것도 한치의 빈틈이 없이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그들을 지켜보자면 혀가 자연스레 내둘러진다. 류승완 감독이 제작한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서도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엔 수많은 도사道師들이 존재하는 셈’이다. 또 그들은 수많은 제자들에게 자신의 비법秘法을 가르쳐주고 있으니,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는 중심세력은 바로 이들 달인達人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지출처: <생활의 달인> 홈페이지

 

 

  그렇다면 달인達人들은 타고난 사람들일까? 물론 절대로 그렇지 않다. 꽤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일에만 열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실력이 늘었고, 어느 경지에 이르러서는 이른바 도道가 트인 것이다. 그들의 시작은 늘 그렇듯 ‘우연히’ 혹은 ‘마지 못해’ 하게 되었고, ‘당장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때문 이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시작한 일, 내 천직은 아닌 것 같았던 일이 한 해 두 해 세월을 보내면서 ‘이젠 몸에 익은 일’이 된 셈이다.

 

  여기에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하는 법’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달인達人의 경지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프로그램을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이들 모두 쌩초보에 제일 낮은 급여로 시작했지만, 달인達人이 된 지금은 큰 업체의 사장 자리에 오르거나, 최소한 업체의 책임자를 맡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달인達人들은 자신의 일에서 ‘성공’한 것이다. 그럼 얼마나 일을 해야 달인達人이 될까? 10년이다. 딱 10년이다. “성공하고 싶거든, 당신이 있는 일에 10년을 투자하라”. 이말은 달인達人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10년의 법칙’은 절대로 괜한 소리가 아니다. 세계의 경제학자들을 놀라게 한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의 세 번째 책 <아웃라이어Outlier>에서는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나, 최고의 부자, 업계의 최고들은 공히 ‘1만 시간의 법칙’을 경험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매일 3시간씩 일주일을 10년 동안 꾸준히 연습(연구, 공부,계발)한 사람을 말한다. 이 책에서 Outlier에 해당하는 인물의 예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타이거 우즈, 에디슨 등으로 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은반 위의 요정이 된 김연아 선수를 들 수 있겠다. 즉 세계 최정상의 사람들을 말한다.

 

물론 아웃라이어Outlier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인이 갖지 못한 특별한 재능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마태복음 효과라 해서 “그것은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는 성경 말씀을 빌린 개념으로 특별한 재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적절한 사회적, 제도적 뒷받침이 부가되어야 한다는 전제도 필요하다. 즉 위에서 말한 생활의 달인達人과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Outlier를 비교하기는 약간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최고가 되기 위해 ‘1만 시간 혹은 10년’이라는 양적으로 몰입해야 하는 시간개념은 공통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대단한 성공을 위해서는 10년 내공은 쌓아야 한다’는 말이겠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책이 또 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다독가이가 강연의 대가로 알려져 있고, <10년 후 한국>이라는 책으로 확실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한 1인 기업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공병호씨가 쓴 <(명품 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이라는 책이다. 공병호 소장은 이 책에서 어느 분야에서 일하든지 직업인으로서의 성공을 가능하게 하는 공통된 법칙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10년 법칙(the 10-year rule)이라고 말했다.

 

 



 

 

내가 이 책에 깊은 관심을 두고 다시 읽은 이유가 있다. 지난 주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Outlier를 읽으면서 전체적인 흐름이 ‘어디에서 많이 듣던 소리다’는 계속된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는데, 그 원인을 찾다 보니 오래 전에 읽은 공병호 소장의 <10년 법칙>에서 읽은 적이 있더란 거다. 내친 김에 직접 책을 꺼내어 출간일도 따져 보았다. <10년 법칙>은 2006년 2월 20일에 초판 1쇄가 나왔고, <아웃라이어Outlier>는 2008년, 11월 18일(아마존 닷컴 참조)에 미국에서 초판이 발행되었다. 서로 차이가 있는 개념에 다른 내용이지만, 공병호 소장은 국내 기업가들을 상대로 인터뷰한 결과에 바탕을 두었고, 말콤 글래드웰은 미국의 내노라 하는 성공인들을 살핀 결과를 따른 것일 뿐,  ‘성공을 위한 시간투자량’에 대한 생각은 공병호 소장이 말콤 글래드웰보다 앞선 셈이다. 이유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이 책은 내용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었다. 우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며 ‘직업세계에서 전문가로서 이름을 떨칠 지름길은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을 밝혔고, 10년 법칙(the 10-yesr rule)의 개념과 이를 수행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행동지침을 말했다. 세 번 째는 이 법칙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어떻게 10년 법칙을 자신의 생활에 적용해야 하는지를 언급했고, 마지막으로 10년 법칙을 완성한 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실현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궁극적으로 “직업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하는 모든 사람들의 화두에 대해 실천방법과 장기적인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었다.

 

  10년 법칙(the 10-yesr rule)은 공병호 박사가 처음으로 만들어낸 개념은 아니다. 스톡홀름 대학교의 앤더스 에릭슨 박사는 “어떤 분야에서 최고의 수준과 성과와 성취에 도달하려면 최소 10년 정도는 집중적인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고, 그 견해에 바탕을 두고 연구한 앤드류 카슨 박사도 “어떤 특별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 분야에서 지속적이고 정교한 훈련을 최소한 10년 정도 해야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중지능의 창시자인 하워드 가드너 박사 역시 그의 책<열정과 기질>에서 ‘창조성의 10년 법칙’이라 해서 비슷한 개념을 말했다. 독자들이 확인할 것은 ‘10년 법칙’은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되고 검증되었기에 ‘믿고 실천할 만한 행동법칙’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10년 법칙’은 어떻게 수행해야 할까? 공병호 소장은 내용은 약간 다르지만 앤더 에릭슨 교수의 주장을 빌어 집중적으로 ‘정교한 연습deliberate practice'을 해야 전문가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준비와 정교하고 지속적인 연습이 있을 때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특정 기능을 더욱 잘 수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직업인으로서 자신이 성취하려고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연습하며 노력하는 것은 두뇌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어 창의적으로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은 뇌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음을이 책은 보여주고 있었다.

 

  이 밖에도 1-2 년의 노력만으로 전문가가 될 수 없을까? 명품 인재가 되려면 두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프로와 아마추어는 어떻게 다른가? 탁월한 인재가 되기 위한 네 가지 조건등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성공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고 지속적으로 연습하며 ‘10년의 내공’을 공들일 것을 권하고 있다.

 

  이 책 <10년의 법칙>이나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Outlier>가 각각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독자들의 깊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성공하는 사람이 되는 법’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승자만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사회로 대변되는 21세기를 승리자로 살아가는 법을 알고 싶어서 그리고 남보다 빨리 승리자가 되는 법을 알고 싶은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권의 책 모두 ‘꽤 긴 훈련시간과 몰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독자로서는 조금은 시큰퉁한 반응이 나올 법한 결론이다.

 

  하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는 법이다. 지리산에서 도를 닦았다는 도사道師들도 최소 10년은 걸린다고 하지 않던가? 게다가 중요한 것은 10년의 세월이든, 1만 시간의 노력이든 ‘양적 시간’도 시간이지만 내게 주어진 ‘일’에 미칠 듯 덤벼들어서 연습과 훈련을 통해 ‘무아지경의 몰입’을 경험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억지로 시키는 일을 해서는 그들처럼 될 수 없다.

 

  모든 직장인은 처음에는 누구나 나를 뽑아준 회사, 내게 주어진 일을 해야만 한다. 모든 것이 새롭고 어렵다. 적성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세 번의 부서이동을 경험하다 보면 ‘어, 이거 재밌네?’하는 느낌을 들게 하는 전보다는 흥미로운 일을 만나게 된다. 전에는 잘 알지 못했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다 만나는 ‘재미있는 일’이 있다면 한 번 ‘10년 법칙’에 걸어볼 만 하지 않을까?

 

  이 책 <10년 법칙>이 나온 근저에는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얼마의 경험도 없이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은 아닐까? ‘내 적성’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조금 높은 연봉과 후한 대우’를 해주는 회사를 쫓아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는 직장인들에게 ‘내게 맞는 일이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라’고 저자는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내 적성을 알기도 쉽지 않고, 그런 적성에 딱 맞는 회사를 찾기 어려운 현실이란 건 엄연한 사실이고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일단 주어진 일에 대해 ‘섯부른 판단’을 하지는 말기를 공병호 소장은 경고한 것 같았다.

 

‘10년의 법칙’을 적용할 내가 하고 싶은 내일을 찾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다양한 직업군의 존재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는 자녀들에게 많은 직업이 있음을 보여줘야 하고, 국가는 이들이 꾸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 그래야 판, 검사가 넘쳐나고, 의사들이 설 자리가 없어 자살을 하는 현실인데도 ‘스페셜한 자격증이 최고’라며 법대와 의대에 수재들이 몰리는 웃지 못할 오늘날의 상황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머리좋고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이 다양한 직업군에서 ‘최고’의 자리에 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껏 말하지 않았나? 여기저기 돈 더 준다는 회사 쫓아다니지 말고,(어짜피 거의가 헛소문이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기업은 높은 급여만큼 훨씬 더 많은 일을 시킬테지만) 지금 하는 일에 미치도록 매달리면서 10년은 버티라고. 정말 ‘이 산은 아니다’ 싶으면 곰곰이 생각해서 마지막으로 직장을 바꿔봐야겠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도 결국 내가 선택한 최선의 길이 아니던가? 회사가 아닌 진짜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았거든 뛰쳐나와 ‘내 사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잠깐,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쳤다! 어떤 선택을 하던 우선 이 책은 읽어보고 해답을 찾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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