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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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스티브 잡스가 없는 건 교육정책 때문? 

오늘, 잘못된 교육정책 때문에 수많은 아웃라이어Outlier들이 사라지고 있다!

  매일 밤마다 하늘에 수많은 별이 뜨듯이, 지상에는 이른바 ‘스타’들이 탄생한다. 한편 하늘의 별들 중 일부는 수억 광년 멀리 떨어진 별이 비춘 모습이라서 원래는 사라진 별, 다시 말해 이미 없어진 별인데 아직도 우리 눈에는 보이는 것처럼 지상의 ‘스타들’ 또한 잠깐 반짝이는 허수虛數의 스타들 또한 적지 않다. 그들은 왜 일찍 사라졌을까?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할까? 

라운 연기를 펼친 연예인, 기록을 경신한 스포츠맨, 천문학적인 숫자를 벌어들인 기업가등 보통 사람이면 할 수 없는 것을 이룬 사람들, 스타는 그 분야의 천재라고도 불린다. 평범한 사람들은 스타들을 자신이 닮고 싶은 롤 모델role-model로 삼고 그들이 세운 기록과 업적에 버금가려 오늘도 애쓰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한낱 꿈일 뿐이겠지만 다가가고 싶다’고 덧붙인다. 이룰 수 없는 꿈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말도 안된다!

  우리의 꿈을 이제는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굳이 겸손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더 이상 스타가 되고, 천재가 되는 것이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다. 누구나 꿈은 이룰 수 있다. 그리고 반짝 뜨는 스타가 아닌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별로 남을 수도 있다. 약간의 뒷받침이 되는 환경에 열심히, 굉장히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그 꿈은 우리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얼마나 열심히 하면 되겠냐고? 딱 10,000 시간. 이정도만 열심히 하면 된다. 정말? 누가 그런 말을 했을까?

  <티핑포인트The Tipping Point>와 <블링크Blink>로 써서 베스트셀러작가로 명성을 얻고 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는 '세계의 경영 대가(大家·guru) 10인'에, 타임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바 있는 말콜 글래드웰Malconm Gladwell은 그의 새 책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천재적 재능은 10,000 시간의 노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똑똑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 스스로 만들어낸 결정과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유아독존격 자수성가로는 결코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공은 예측 가능한 경로를 통해 달성된다. 성공은 하늘에서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나 찾아오는 기회를 움켜잡을 힘과 마음자세을 갖춘 사람이 열심히 노력해서 얻어내는 산물인 것이다. 

 



 

  아웃라이어Outliers들의 성공 비결은 '1만시간 법칙''마태복음 효과'로 요약된다. 1만 시간은 어떤 분야에서 숙달되기 위해서 필요한 절대 시간이다. 하루 3시간씩, 일주일 꼬박, 10년을 보내야 확보되는 시간을 말한다. 음악적 천재, 최고의 프로스포츠 선수들, 그밖에 어떤 분야의 최고의 천재들이 바로 이런 아웃라이어Outliers들이다. 이보다 적은 시간을 연습해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탄생한 경우를 발견하기는 어렵고, 설령 그렇듯 보여도 스타가 아닌 ‘금방 지고 마는 샛별’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 마태복음 효과는 무엇일까? 그것은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는 성경 말씀을 빌렸다. 아웃라이어Outliers가 되는 데는 그대로 마태복음의 법칙이 적용된다. 다시 말해 미래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기회를 얻어낸 사람이 성공을 거두게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스타나 천재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사람들, 하늘이 내려준 특별한 탈렌트를 지닌 사람들’이라며 부러워했다. ‘왜 나는 될 수 없을까?’ 탓하기도 했고, 죄없는 그들을 폄하하거나 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약간의 재능과 어느 정도의 환경적 지원만 있다면 누구나 이룰 수 있다니 말콤 글래드웰의 ‘한마디’가 마음을 편하게 했다. 지금 내가 꿈꾸는 무엇이 앞으로도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능력은 참으로 탁월하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이야기와 사건들의 핵심 즉, 평범한 사실을 잘 짚어내어 새로운 진실을 찾아내는 그의 능력은 <티핑 포인트>, <블링크>에 이어 이번에도 유감없이 실력발휘 되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에는 어김없이 ‘보통 남들 하는 수준으로 꾸준히 했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는 듣기에 심드렁한 말들 뿐이다. 우리는 이 말을 들으면서 ‘자기만의 비책’을 숨기고 있으면서 말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는데, 그들의 인터뷰 내용중 핵심격인 ‘꾸준히’를 놓치고 있었다. 그들의 성공에는 ‘꾸준한 1만 시간 이상의 연습’이란 말의 의미가 숨어 있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다. 10여 년전 우리나라에 ‘부자바람’을 일으킨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있었다. 한국에 ‘부자바람’을 일으키며 출판시장에서 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던 그 때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 심한 태클을 걸던 책이 한 권 있다. <부자아빠의 진실게임>이라는 책인데, 세이노Sayno라는 필명의 한국인으로, 무역등의 사업으로 수백 억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그가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에서 말하는 부자되기의 오류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그에 대한 소개가 필요했을 뿐 그의 책이 어떤 책인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부자아빠의 진실게임>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세이노Sayno 선생의 글 중에 젊은 시절에 소위 ‘영어의 달인’이 된 것을 소개한 부분이 있다. 젊은 시절의 그는 영어과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는데, 원래 그는 남을 가르칠 만큼 영어를 잘 하지 못했다. 어느 날 성공을 위해 우선 영어를 해야 겠다는 생각에 ‘영어고수’를 찾아가 비결을 물었더니 ‘하루 네 시간씩 5 년동안 죽어라 문법책과 사전을 들고 파는 수 밖에 없다’고 하더란다.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한 일만 시간의 법칙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이노Sayno 선생은 5년의 시간은 너무 길다고 느꼈다. ‘5년동안 걸릴 게 뭔가? 하루 16시간씩, 1년 반동안 하면 된다는 말 아닌가?’ 싶어 자신의 생각대로 1년 반 동안 ‘영어’만을 들고 팠다고 한다. 외출도 삼가고, 밥먹는 시간이 아까워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며 했다고 하니 말 그대로 ‘영어만를 위해 산 셈’이다. 이렇게 해서 쌓인 실력은 ‘영어과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었고, 그 덕분에 미군부대에서 군복무를 마치게 된다. 게다가 뛰어난 영어실력을 무기로 무역업과 사업에 뛰어들어 오늘날 수백 억의 부자가 되었으니, 1년 반동안 16시간씩 영어공부를 한 것이 지금의 그를 만든 셈이다. 

 



 

  이처럼 1만 시간동안 실력(공부, 연구,실험,연습)을 쌓다 보면 우연히 기회가 생기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았을 때 아웃라이어Outliers가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1만 시간이란 ‘단순하게 1만 시간이란 양(量)보다, '오타쿠'처럼 자신이 좋아하고 목적하는 한 가지 일에 빠져드는 1만 시간의 몰입‘을 말한다. 이는 ‘직장생활 10년의 짬밥’, ‘이 바닥 10년 기술’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 계통의 달인達人은 될 수 있어도, 우리가 말하는 성공한 스타, 아웃라이어Outliers는 될 수 없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 책에서 “음악 엘리트는 1만 시간을 연습하고, 그냥 잘하는 학생은 8,000시간, 미래의 음악교사는 4,000시간을 연습한다”고 쉽게 설명했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법칙은 ‘마태복음 효과’이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는 말은 쉽게 말해 서재에 둘러 쌓인 아이가 술병 가득한 방안에 있는 아이보다 책에 취미를 갖기가 쉽다는 말이다. 적절한 환경의 중요성을 뜻한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비슷한 때에 태어났는데, 그들이 십대가 되는 당시에는 연구소나 실험실에만 있는 집채 만한 컴퓨터를 일반인은 만져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운좋게도 어려서부터 우연히 접할 기회를 갖게 되었고, 그것에 미쳐 빠져들며 연구했던 그들의 오타쿠(마니아)적 노력이 오늘의 그들을 만들었다. 

앞선 예와 같이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시대적, 환경적 환경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경우 80, 90년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미쳐 살던 ‘컴퓨터광’들이 2000년을 전후로 한 ‘IT 혁명’의 호기를 맞아 수많은 투자가들의 엔젤지원과 정부의 보조로 쉽게 창업할 수 있게 되어, 지금의 네이버, 다음, 안철수연구소등 굴지의 IT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와 비슷하다. 

이 뿐 아니라 역사상 가장 부자였던 사람들은 1930년대의 공황기를 거친 미국인들이 대다수인 것도, 캐나다의 아이스하키중 올스타급 플레이어들이 1, 2, 3 월생에 몰려 있는 것도 모두 시기적 환경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수학을 아시아인이 더 잘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이 숫자를 부르는 단어의 음절수가 서양에 비해 지극히 짧다'는 것을 들어(24를 우리는 이십사 라고 읽지만, 영어권 사람들은 트웬티 포twenty-four라고 읽는다. 1,435,697이라면 얼마나 차이가 날까?) 동서양의 문화권적 차이도 아웃라이어Outliers가 되는 환경적 차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얼마 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2009,2,14)에서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말한 바 있다. 그는 “주입식 한국 교육이 문제라고 제기했는데, 나는 이것을 기본적인 것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했던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의 다음 과제는 바로 그 기반 위에서 새로운 것을 쌓는 것이다. 이미 획득한 것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나가는 도전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한국이 쌓아온 것(주입식 교육)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필수적인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많은 어린이들이 기본적인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기꺼이 한국이 갖는 문제점을 받아들이고 싶다." 고 말하며, 기본이 취약한 학습시기에 주입식 교육이 어느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 말콤 글래드웰과의 인터뷰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고,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지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학생들은 충실한 지식 기초 교육을 받은 상태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환경에 노출된다. 우리가 한국에서 배워야 할 것은 어린이들의 일반적인 수준의 교육을 향상시키는 방법이고, 한국은 미국에서 최고 수준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미국 최고 교육기관처럼 보다 개방적이고, 도전적인 교육기관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는 주입식 교육이 전부는 아니라, 그 후에는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교육환경 속에서 지성을 마무리 해야 함을 강조한 부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나 정부가 나서서 환경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우리는 승자독식사회,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했다며 집집마다 자신의 아이들이 ‘최고’가 되는데 그 어느 때보다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이나 가족 단위의 노력만으로는 최고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환경적으로 이들이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공교육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노래방을 나가는 엄마들이 넘쳐나고, 대학등록금이 없어 비관자살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는 요즘을 보면 아웃라이어Outlier가 탄생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실인 것 같다. 

  학생들의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검증해 볼 수 있는 여건조차 마련되지 않은 현실에서 어떻게 아웃라이어Outlier가 생겨날 수 있을까?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경제적 사정이 열악한 학생의 경우 ‘학자금 융자’를 받아 대학을 마치고, 취업후 갚아나갈 수 있었다지만, 1,000만원에 육박하는 대학등록금을 대출 받는다 하더라도, 졸업을 하더라도 취업이 안되는 현실은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가 탄생하는 격이다. 당장 써먹을 수 없는 학원영어에 돈을 들이고, 매년 어학연수로 수조원의 외화를 외국에 낭비하고, 대학에 입학해서는 새내기 때부터 취업을 위한 스펙만들기에 연연해 해야 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서 아웃라이어Outlier란 ‘그림의 떡’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아웃라이어의 탄생을 알게 된 후로는 현실에 대한 절망감은 더욱 커지는 듯 했다. 

  정부정책수립의 중요성에 대해 말콤 글래드웰은 “만약 캐나다에서 7-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또 다른 리그가 있다면 우리는 두 배로 많은 성인 하키스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캐나다는 매년 ‘같은 해 1월생’을 기준으로 선수들을 뽑기 때문에 하반기에 태어난 학생들은 상반기의 학생들보다 체력, 훈련기간 모두 열등할 수 밖에 없다). 정책기관이 깊은 생각없이 만든 ‘제도’ 때문에 수많은 학생들이 아웃라이어Outlier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는 말이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웃라이어Outlier는 혼자의 노력만으로 저절로 얻어지는 게 결코 아니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여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 책을 공공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했다. 지역공동체와 국가, 정부 등의 차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수혜자들이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살피며 항상 염두해야 한다는 뜻에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놀랍고 흥미로운 이 책의 주인은 위정자들이었다. 현 정부의 정책결정권자들 특히 이 나라를 이끌어갈 학생들을 총괄하고 있는 교육정책 결정권자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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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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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소설. 잘가요, 언덕! 

 

  한숨에 읽어내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다. 오히려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가 제작된다면 그걸 쫓는 편이다. 두 시간 남짓의 영화로는 소설 속 전부를 보여줄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주인공, 배경 모두 감독이 의도한 설정일 뿐 소설을 읽는 독자의 상상 속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하다는 것도 물론 안다. 큰 맘먹고 소설 몇 권을 집었다가도 구입을 하는 것은 경제경영서다. 많지 않은 구입비로 최대효과를 느껴야 한다는 경제원칙이 늘 적용되고 한다. 그렇다고 아예 읽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뭄에 콩 나듯 읽는 소설은 재미있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촌구석에 왔다가 사라지는 써커스 유랑단에 빠진 아헤들처럼 잠을 설칠 지경이다. 그래서 내가 읽은 소설은 다 재미있다고 한다. 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정말 재미가 있어서 재미있었다고 한다. 내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도 내가 말하는 소설이야기는 잘 듣질 않는다. 소설을 읽은 숫자가 저희들보다 적으면 적었지 절대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사람 말은 한 귀로 흘린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재미있다. 이번엔 진짜다. 진짠데....  

워낙 소설을 읽지 않는 터라 혹 읽을라치면 명성이 자자한 소설을 찾아 읽는다. 유명한 소설가의 작품, 근래에 말이 많은 작품들을 읽는다. 이말은 곧 그렇지 않은 작품은 잘 읽지 않는다는 말인 셈인데, 이 소설은 유명한 작가도, 잘 알려진 소설도 아니다. 대신 유명한 연예인이 썼다. 책을 잡았을 땐 말 그대로 시큰퉁했다. 하지만 몇 장 넘기지 않아 ‘오호, 이것 봐라?’ 놀랐다. 그리고 단숨에 읽었다. 차인표의 <잘가요, 언덕>를 그렇게 읽어내려갔다.

  



 
 

백두산 자락의 호랑이 마을에 평화로움을 깨고 나타난 황포수와 용이‘ 마을 주민과 순이 그리고 훌쩍이, 나라의 부름으로 위안부를 모집하러 온 가즈오 마쯔에다 대위, 이들이 엮어내는 이 이야기는 아이 엄마이자 아내의 원수 육발이를 찾아나선 복수극이기도 하고, 순이와 용이의 애틋한 러브스토리기도 하며,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명령을 받은 가즈오 대위의 번민을 그린 소설이기도 하다. 스토리는 절묘하게 서로에게 엮여 있고, 주인공 한 명 한 명 의 마음이 애절하고 간절해 읽는 내내 손을 뗄 수 없는 흡인력으로 다가왔다. 

열 여섯의 나이에 위안부로 강제 징용되어 캄보디아에 끌려갔다 지난 1997년 돌아온 훈할머니의 스토리를 듣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 차인표의 말처럼 제 인생을 송두리째 망치게 한 사건에 대해 쌓인 원한이 얼마나 깊을까 고민을 하게 한다. ‘내가 저렇게 당했다면, 그들 같을까’ 오히려 더 하진 않을까? 이 소설은 절대 잊지 말하야 하는 역사의 순간이지만, 마음은 용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서하지 않으면 마치 용이가 엄마별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지금의 생도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 작가 차인표는 철저하게 제 3자가 되어 있다. 대신 자신의 코멘트는 새끼 제비가 되어 자신을 나타냈다. 카메라에 익숙한 그는 소설에서도 마치 카메라를 들이대듯 페이지마다 장면을 그려냈고,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없을 만큼 플롯 구성도 치밀했다. 도저히 신인작가라고 할 수 없을 만큼의 유려함이 그를 의심하게 한다. 많이 읽은 탓일까? 많이 고민한 탓일까? 이토록 유려한 글을 어떻게 지금까지 참고 있었을까?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한다. 두 번째 이야기가 그의 진실을 말해주리라. 그만큼 훌륭한 소설이었음을 말하는 것이니 의심에 탓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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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마음가짐 마쓰시타 고노스케 경영의 지혜
마쓰시타 고노스케 지음, 양원곤 옮김 / 청림출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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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장사꾼이 말하는 장사 잘하는 비결!

 

 

  “에이, 다니는 직장 때려치우고 장사나 해야겠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하루에 한 번 쯤은 듣는 말이다. 잘못된 말은 아니다. 장사를 하든, 집에서 놀든, 여행을 떠나든 직장을 그만둔 사람의 자유이니까. 하지만 이 말은 상당히 위험한 말이다. 직장을 그만두면 더 이상 고정수입이 없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장사를 해서 더 큰 돈을 벌면 된다니까? 에이, 모르시는 말씀. 세상이 ‘장사나 해야겠다’는 가벼운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호락호락 돈을 벌게 해줄까? 매일 ‘수백, 수천 개의 자영업 점포’들이 문을 닫는 요즘의 현실에는 이렇게 ‘장사’를 쉽게 생각하고 뛰어든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다. 충분한 준비와 마음가짐없이 남의 귀에 솔깃해져 ‘돈버는 아이템’과 ‘창업자금’만 들고 뛰어든 사람들, 장사나 해야겠다고 덤벼든 사람들, 이들은 100개의 점포중 2 개 만 성공하는 장사의 세계에서 손을 든 사람들인 셈이다.

 

  ‘장사’는 손님들에게 잘 팔릴 물건을, 팔릴 만한 자리에서 팔아야 한다. 어디 그 뿐인가? 손님들이 ‘돈내고 사도 충분히 이익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적당한 가격이어야 하고, 저 사람에게 사도 속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다시 말해 좋은 상품, 적당한 가격, 친절한 서비스가 모두 갖춰어 질 때, 그 때 ‘장사’할 조건을 갖춘 것이다. 이렇게 모든 자격을 갖춰도 팔 수 있는 확률은 50%다. 최종적으로 손님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살 때 그때 장사는 이뤄지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그저 ‘팔겠다고 자리를 폈을 뿐’이다.

 

  가게(창업)는 아무나 차릴 수 있다. 하지만 장사(비즈니스)는 아무나 할 수 없다. 가게를 열기만 하면 손님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찾아올 것이라는 막연하고 허황된 꿈이 요즘 자영업자들을 몰락시키고 있다. ‘대박집’을 소개하는 대중매체의 기사가 창업자들을 현혹시키고, 프랜차이즈의 거짓 광고가 이들을 눈멀게 한다. 장사는 ‘아이템’이 돈이 벌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돈을 버는 것이다. 이전에 무슨 일을 했든 장사를 하려 했다면 장사꾼이 먼저 되어야 한다.

 

  사람이 변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제대로운 장사꾼이 될까? 국어, 영어, 수학처럼 교과서라도 있으면 좋겠다. 스승, 사부로 모실 수 있는 선생님이 있으면 더 좋겠다. 하지만 장사에는 교과서도 없고, 훌륭한 선생님도 만나기 힘들다. 이 책 <사업의 마음가짐>이 있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이 책은 마츠시타 고노스케 경영의 지혜 시리즈 마지막 세 번 째 책으로 사업가이기 이전에 장사꾼으로 시작한 ‘경영의 신’ 마츠시타 고노스케의 목소리가 들어있는 책이다. 훌륭한 사원이 되기 위한 자세를 이야기한 책이 <사원의 마음가짐>이고, 바람직한 경영자의 자세를 이야기 한 책이 <경영의 마음가짐>이라면, 이 책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사업을 하기 위한 장사꾼의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시대를 뛰어넘는 ‘사업의 통념’이다. 모두 다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이야기, 듣기 쉬운 말들이다. 하지만 자신의 사업경험을 담아 그 핵심만을 골라 다시금 재차 강조했다. 사업을 하기 위한 지혜와 인사人事를 펼치는 지혜, 경영자가 갖춰야 할 지혜가 담겨 있고, 장사의 비결, 경영의 그만의 비결을 들려주고 있다.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손님은 왕이다. 수천 수만의 점포를 마다하고 내 점포를 찾아주는 손님은 부모 다음으로 귀중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만족하고 돌아가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내 집에 가족을 만나러 온 손님을 대하듯 하라”는 말이 있다. 어머니가 자식의 친구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방이 따뜻하도록 불을 지피고, 장롱에 숨겨둔 새이불을 꺼내는 것처럼 손님을 대한다면 그 손님은 필히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갈 것이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여기에 더해 ‘거지가 내 물건을 팔아준다면 손님보다 더 귀한 손님이다’고 말한다. 넉넉한 손님이야 자신의 기호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지만, 거지는 우리 가게의 물건을 먹거나 가지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모두 털어 사셨기 때문이다. “그런 고마운 일이 또 어디 있겠니? 그러니 그런 손님을 더 귀하게 여기는 게 사업하는 사람의 도리란다.”

 

  업계에서는 물장사를 하는 가게는 ‘300 명의 단골이 있다면 성공한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 있다. 매일같이 300명의 단골이 찾아올 수는 없지만, 이들이 단골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은 들릴 것이고, 올 때마다 새로운 손님을 데리고 오면 이들을 단골로 만들면 된다는 말이다. 이 말은 마케팅에 있어 ‘새로운 고객을 만들기보다 현재의 고객을 지키기에 먼저 힘쓰라’는 말과 같다. 소비자는 좋은 말은 세 명에게 하고, 나쁜 말은 일곱 명에게 한다. 즉 칭찬보다는 험담을 더 많이 한다는 말이다.

 

반대로 보자면 사람은 험담을 더 즐겨 듣는다는 말과도 같은데, 요즘같은 프로슈머가 제품의 마케팅을 좌우하는 Web 2.0시대에는 더욱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훌륭한 제품을 (좋은 서비스로) 잘 팔면’ 소비자는 충성고객이 되어 온라인사에서 ‘방문리뷰나 사용후기’로 칭찬전도사가 된다. ‘300명의 단골’을 만들 수 있으냐 없느냐에 따라 점포는 흥하고 망한다. 마츠시타 고노스케 또한 “극단적으로 말해 단골 한 명을 지키면 단골 100명이 늘고, 단골 한 명을 잃으면 미래의 단골 100명을 잃게 된다”며 단기적인 기발한 방책보다는 꾸준한 성심성의가 사업에 통한다고 말했다.

 

  잠시 저녁을 먹으려는 손님이 되어 보자. 낯선 먹자골목의 수많은 가게 중에서 어디를 갈까 고민한다면 필히 ‘손님이 북적거리는 곳’을 가려고 할 것이다. 손님이 많다는 소리는 맛이 있거나, 가격이 합리적이거나, 서비스가 좋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훌륭한 인테리어에 최고급요리를 안심할 수 있는 가격에 판다고 해도 손님은 하나도 없이 텅 비어 있거나, 직원들만 서성인다면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어느 가게 ‘첫손님’은 있기 마련인데, 왜 저 가게 ‘첫손님’이 없을까? 그 가게는 필히 ‘생기生氣’ 즉, 생생한 기운이 뿜어내질 못하기 때문이다. 언제든 손님을 맞을 마음과 몸의 준비가 갖춰진 가게의 직원들에게는 생기가 있다. 그래서 손님들은 그 기운에 이끌려 기꺼이 ‘첫손님’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세 번째 손님이 들어오면 이내 자리를 모두 채운다. 직원들의 생기는 가장 훌륭한 ‘서비스’다. 활기찬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큰 목소리로 “어서오세요” 외쳐주는 것, 그것이 서비스의 처음이다. 손님이 더 필요한 것이 없나 먼저 살펴 챙겨주고,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손님의 등에 대고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를 외치며 큰 인사를 하는 것은 서비스의 마지막이다. 장사는 서비스에서 시작하고, 서비스로 마무리한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서비스란 사람이 지켜야 할 올바른 예의”라고 했다. 손님은 직원들의 예의에 돈을 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점포들은 거의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다. 어제는 손님이었던 사람이 아르바이트생이 될 수 있고, 혹은 내일 또 다시 손님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고용포지션이 ‘아르바이트’다. 점주들이 이들이 편하다고 채용과 해고를 밥먹듯 하지만 한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아르바이트생은 잠재적인 고객’이라는 점이다. “내가 그곳에서 일해 봤는데, 거기 음식 절대로 먹지 말라”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많다. 하나에서 열까지 점포의 모든 점을 알고 있는 알바생들은 그 누구보다 강력한 ‘입소문 마케터’다. 이제부터 아르바이트생의 입에서 “내가 지금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음식맛도 좋고 적당한 가격이다”는 말을 듣도록 해야 한다.

 

  이는 비단 아르바이트생에 국한된 말이 아니다. 기업의 직장인들 또한 ‘잠재적인 소비자’다. 기업의 제품의 면모를 속속들이 아는 직원들이 과연 자신의 회사제품을 적극 추천하는지 그렇지 않은 지에 ‘기업의 목숨’이 달려 있다. 퇴근 후 자신의 생활중에 벌이는 이들의 행동을 기업은 막을 수 없다. 회사원으로서가 아니라 소비자로서 자연스레 나오는 이들의 마케팅을 무시해서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르바이트생이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제품과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먼저 감동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럴 수 있다면 걱정할 게 없다. 좋은 제품을 알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자신이 먼저 감동한 상품을 권하는 것이 올바른 상술이라고 말했다. “시대가 변하고 온갖 이름의 판매 기법이 판을 친다고 하더라도 변함없는 진리는 ‘스스로 감동한 상품을, 고객을 위하는 마음으로 권유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가깝게는 자신의 고객을 기쁘게 하며, 나아가 세상과 사람을 위하는 사업이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는 장사(사업)에 필요한 당장 읽기에는 쉬운 말들, 들어본 말들. 하지만 새기면 새길수록 가슴 깊이 남는 교훈이고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화두들이 들어 있었다. “돈을 보고 장사를 열면 손님이 돈으로 보이고, 사람을 보고 장사를 열면 손님이 가족으로 보인다”는 말처럼 사업의 시작은 ‘이 좋은 제품을 알려서 세상의 이로움에 보탬이 되자’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내가 손님이 되었을 때 당하기 싫은 일은 장사를 하면서 벌이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장사꾼은 ‘정情’을 주며 손님을 대해야 한다. 그래야 손님은 ‘정감情感이 느껴지는 가게’라고 생각하고, 나중에 ‘정情겨운 그 집’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 이게 자연스러운 이치인 셈이다. 자칫 고리타분한 도덕책같은 이 책이 진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자연스러움을 제대로 실천하는 기업과 가게를 좀처럼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대로만 한다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서게 한다. ‘장사꾼을 위한 훌륭한 교과서’가 아닐 수 없다.

 

  故 정주영 회장도, 故 이병철 회장도 장사꾼으로 사업을 시작했듯이 마츠시타 고노스케 회장도 장사를 시작했다. 세 인물의 공통점은 모두 ‘장사꾼’으로 시작했다는 점이고, ‘사업을 일으켜 정상의 자리에 높였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태어날 때 부터 회장님이라는 금수저를 쥐고 태어난 것이 아닌, 범부凡夫 였던 사람들이 장사로 ‘존경받는 사업가’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어려서부터 유약했다. 학력도 초등학교 4학년 중퇴였다. 하지만 그는 ‘불편한 건강과 짧은 학력’ 때문에 사업에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전거 가게에서 점원부터 시작한 그는 항상 배우고, 자신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과 함께 일했다. 마치 앤드류 카네기가 “자기보다 우수한 사람을 자기 주위에 모이게 하는 재주를 터득한 자, 여기에 잠들다."는 묘비명을 남겼듯이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집이 가난했기 때문에 꼬마 점원이 되었지만, 그 덕에 어렸을 때부터 상인의 몸가짐을 익혔고, 세상의 쓴 맛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기 때문에 남에게 일을 부탁하는 법을 배웠다. 학력이 모자랐기 때문에 항상 다른 사람에게 가르침을 구했다. 이렇듯 내게 주어진 운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무의식 중에도 긍정적으로 살아 왔기 때문에 길이 열렸을 것이다“고 말했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장사(사업)지만 아무나 성공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성공을 타고난 사람’ 또한 없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이었던 사람이 장사로 성공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고 들어야 할 게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책을 팔아서 부자가 되려고 이 책을 쓴 사람이 아니다. 그는 사업으로 일본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게다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다. 그런 불세출의 부자가 책을 쓴 이유는 사업을 앞두고, 사업을 하면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장사꾼의 길을 알려주고자 함이었다. 장사꾼(사업가)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경영학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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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신의 교섭력
다케우치 가즈마사 지음, 이수경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21세기 대표 CEO 스티브 잡스, 그는 난폭한 폭군이다?

 

 

이 책을 읽지 않고, 스티브 잡스를 제대로 안다고 말하지 말라!

 

  2004년, 어느날 췌장암 판정을 받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를 살게 될 것이라고 판정을 받은 스티브 잡스. 하마터면 리마커블한 희대의 경영자이자 디지털의 신화인 그를 만날 수 없었을 뻔 했다. 물론 아이팟도 아이폰도 만나지 못했을 뻔 했다. 다행히 내시경 검사에서 치료할 수 있는 희귀한 암으로 재판정되어 그는 수술을 받고 살아난다. 2005년 어느 날, 졸업을 맞이한 스탠포드 대학의 젊은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연설로 그들을 축하했다.

 

“여러분, 인생의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남의 인생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세상의 상식이라는 덫에 걸려들지 마십시오. 남의 의견이라는 잡음에 여러분 내부의 목소리가 지워 없어지게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마음과 직감을 따를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마음과 직감은 여러분이 정말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나중 문제입니다.”

 

  졸업식장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로부터 기립박수를 얻은 그의 연설은 지금까지 최고로 감동적인 연설중 하나로 사랑받고 있다. 나도 이 연설문을 들었을 때 그가 단지 ‘열정적이고 순수한 CEO인가 보다’고 생각했다. 천만에 말씀! 그는 다만 연설을 잘했을 뿐이다(그의 프리젠테이션 동영상을 본다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프리젠테이션의 마법사’로 유명하고, 그의 프리젠테이션만을 주제로 책이 수없이 쏟아질 정도이다). 그의 연설은 재능의 일부분일뿐, 그는 가슴이 따뜻하지도, 자상한 사람이 결코 아니다. 그야말로 로마의 황제 네로를 찜쪄먹는 무자비한 폭군이다.

 

  오늘날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세계적인 CEO는 ‘스티브 잡스’다. 그의 회사인 애플이 만들어 낸 ‘아이팟i-Pod’과 ‘아이폰i-Phone’은 21세기 디자인 제품모델의 기준으로 여겨지고 있다. 단순한 듯 세련된 모델, 편한 인터페이스, 하나도 나무랄 것이 없는 최후의 A/S까지 완벽한 제품에 세상은 지금 열광하고 있고, 애플을 지휘하는 스티브 잡스에 빠져 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 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신의 교섭력>은 이런 세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신인가 악마인가, 위기에서 빛나는 잡스의 마력!’이라는 부제도 흥미를 자극하지만, 1995년에 애플컴퓨터사에서 직접 일했던 경험을 가진 일본인 저자가 이 책을 썼다는 점이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우선 애플에서 봉급을 받으며 일했다는 것은 내부 속사정과 루머의 진실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을테고, 내부인임에도 불구 외국인, 게다가 일본인인 저자는 절저히 제 3자적 입장이 되어 스티브 잡스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주저없이 책장을 펼쳤다. 필력 또한 소설가의 그것만큼 훌륭했다. 재미? 겁나게 재미있었다. 원제목은 スティーブ・ジョブズ神の交渉力―この「やり口」には逆らえない!

 

 



 

 

  저자는 우선 스티브 잡스의 성격에 주목했다. 신만이 알 것 같은 그의 ‘특별한 성격’은 애플사의 놀라운 업적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잡스의 프리젠테이션 능력과 협상력에 주목했다. 이 두 가지 요소 또한 지금의 애플을 있게 한 주요한 무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성격, 프리젠테이션 능력, 리마커블한 협상력을 합해서 그를 평가한다면? 그는 여전히 ‘무자비한 폭군’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폭군 스티브 잡스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저자는 그의 인생에서 ‘용기’를 배우라고 말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비춰진 스티브 잡스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위기의 밑바닥에서 영광의 정점으로 뛰어올랐다가 또다시 전락하고, 다시 부활하는 파란만장한 인생이 숨어 있다. 세계금융위기를 겪는 오늘날처럼 아득히 추락만 하는 것만 같은 혼돈의 시대에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라 허둥대고 있지 말고, 잡스의 ‘뜨거운 열정과 용기’를 배워 생각한 바 대로 한 걸음 내딛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스티브 잡스는 천재다. 타고난 천재일까? 말콤 글래드웰의 책 <아웃라이어>에 의하면 그는 빌 게이츠와 함께  ‘10,000 시간 이상의 노력과 연습을 통해 보통사람의 범위를 뛰어넘는 사람이 된 이른바 ’아웃라이어outlier'다(운 좋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함께 읽었다. 아웃라이어의 전형적인 모델로 빌 게이츠와 함께 스티브 잡스가 소개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것이 한결 재미있었다.).

 

  어린 잡스는 운 좋게도 휴렛팩커드의 엔지니어들이 운집해 있는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자랐고, 고등학생 시절, 실습을 위해 ‘전화부에 그 회사 이름이 있어서’란 이유로 얼굴도 본 적이 없는 휴렛팩커드의 창업자인 빌 휴렛Bill Hewlett에게 직접 전화해(수신자부담으로) 부품을 공짜로 사용해 보고 싶다고 거드름을 피웠다. 다음날 ‘항공편’으로 부품이 도착해 실험 교사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고등학생인 잡스의 용기도 놀랍지만, 항공편으로 부품을 보내주고 게다가 휴렛팩커드 제조라인에서 조립 아르바이트를 할 것을 권유한 빌 휴렛의 안목도 놀랍다. 이 일화에도 스티브 잡스의 '엉뚱한 용기'가 엿보인다. 소설같은 이야기는 때로 오히려 현실에 더 많이 존재하는 법이 아니던가? 이것이 바로 유유상종이 아니던가? 이를 계기로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에 빠져 아웃라이어가 된다.

 

 



 

 

  하지만 단순히 ‘컴퓨터에 빠진 천재(아웃라이어)’로 그를 판단하기엔 부족하다. 여기에 한 단어를 더 붙이자. 그는 전형적인 ‘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마니아보다 더욱 심취해 있는 사람)다. 컴퓨터에 빠진 오타쿠이고, 타이포크래픽(문자디자인)에 빠진 오타쿠이고, 디자인에 빠진 오타쿠다. 그리고 ’나‘에 집착하는 오타쿠다.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했던 인텔의 앤드류 그로브는 혹시 ’스티브 잡스‘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잡스가 제품의 디자인을 정하면 컴퓨터의 부품들은 그 디자인에 맞춰져서 구겨 넣어져야만 하고, 제품 출시일을 결정하면 직원들은 그 데드라인에 맞춰서 일정을 짜야 한다. 못하면 아웃OUT! 쫓겨나거나 눈물이 빠질 만큼 혼이 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직원마다 인터뷰를 해 혼을 낼 정도라니 두 말 하면 입아프다. 디자인을 망친다며 A/S조차 해주지 않고, 새제품으로 교환해 줄 정도니까. 제 멋대로 판단해서 기사를 쓰는 언론사와는 인터뷰도 하지 않아 ‘폭군 매스컴’이라는 욕을 먹는가 하면, 오늘의 애플을 있게 한 일등공신들을 자신과 뜻이 안맞다는 이유로 무 자르듯 잘라낸다. 그는 후회도 하지 않는다. 욕을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 거칠어진다. 그런 그 옆에 왜 그토록 훌륭한 기술자들이 붙어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선 탁월한 설득력에 있다. 그는 ‘세상에 없는 것을 마치 눈에 보이는 듯’ 보이게 하는 설득력을 지녔다. 엔지니어들에게 그와 함께라면 정말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 매력에 빠지게 했다. 기술자 아니 오타쿠들에게 ‘창조’란 잠이나 밥보다도 더 소중한 무엇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와 함께 제품을 만들어 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최고’로 인정받는 셈이니 거절하기 힘들다. 두 번 째 이유 또한 그의 설득력 때문이다. 그가 찍으면 누구나 찍힌다. 잡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때까지’ 끈질기게 달라 붙는다. 세계적인 기업의 CEO의 행동이라 볼 수 없는 유치한 행동을 해서라도 내 곁에 둘 사람은 옆에 둬야 하는 성격에 모두 항복하고 만다. 나중에 마음에 안들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 가차없이 버린다. 토사구팽. 그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천하없는 괴짜다. 수고한 직원들에게 자신의 스톡옵션을 나눠줬다는 이유로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결별하는가 하면, 함께 공동제작한 <토이 스토리>가 성공을 이루자 계약기간도 되지 않아 ‘불공평하다’는 이유로 재계약을 요구했다. 한편 공공연하게 ‘악마’라고 칭하며 욕하던 ‘빌 게이츠’와 계약을 하자고 먼저 요청했고, 제가 원하는 기술자를 얻기 위해 그의 사무실에 누워 OK할 때까지 버텼다. 편한 말로 보통 양아치도 이런 양아치가 없다. 이게 뭐가 CEO야?

 

  하지만 스티브 잡스에게는 그 누구에게도 찾을 수 없는 ‘비전’이 있고, ‘안목’이 있다.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인 매켄토시를 내 놓고 “들어올릴 수 없는 컴퓨터는 더 이상 컴퓨터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사무실크기 만한 IBM 컴퓨터의 종말을 예고했고, 아이팟을 꺼내놓고 “아이튠즈는 음원을 불법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파일을 전송할 뿐”이라며 소송에서 승리해 레코드사를 누르고 MP3시장을 잠식시켰다.

 

  또한 스티브 잡스에게는 ‘열정’이 있고, ‘흡인력’이 있다. 그가 만드는 제품은 모두를 위한 포드의 중저가 T-model 자동차가 아니다. ‘내가 만든 제품’을 사랑하는 소수를 위해 제품을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만들면 제품의 표준이 되고, 미래의 시작이 된다. 소비자로 하여금 ‘사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제품’을 만들어 낸다. 그게 그의 성격이다. 못됐지만, 소비자에게는 고마운 성격이 아닐 수 없다. 그의 프리젠테이션은 3분에 1,000억 원짜리의 가치를 가진다. 2,200만 대의 아이팟이 팔리는 동안 그는 세 차례의 프리젠테이션을 했기 때문이다. 암흑 속에서 한줄기 빛이 있고 검은 폴라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의 스티브 잡스가 걸어나오면 이미 청중들의 눈과 귀는 그에게 사로잡힌다. 그는 세계가 인정하는 ‘프리젠테이션의 마법사’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다른 책에서 만나지 못했거나, 대충 얼버무리는 스티브 잡스의 놀랍고 때론 엉뚱한 사례들이 집중적으로 소개되고 있다(남에게 입방정 대상이 되기 싫어하는 스티브 잡스가 알게 된다면 아마 고소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의 특별한 성격이 어떻게 작용된 것인지 설명해주고 있다(잡스의 성격이 너무나 특별해서 자신도 모르겠다고 고백하는 부분도 있지만). 하지만 어수선해 보이는 이런 사례 속에서 스티브 잡스의 매력을 집어내고, 그 부분을 집중 설명해 이해를 높여주었다.

 

  저자는 어느 철학자의 말을 빌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백인이든 흑인이든 인생은 딱 ‘세가지’다. 첫 번째는 ‘응애’하고 태어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죽는 것이다. 이 두가지는 자기(내) 뜻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세 번째는 자기(내) 뜻대로 할 수 있다. 그것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내 뜻대로 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함부로 주장하다가 쫓겨날지도 몰라서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도전할 줄도 아는 샐러리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처럼.

 

  스티브 잡스는 그 무엇에 미친 듯 보이지만 결코 미치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고 싶을 뿐이었다. 최근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모습은 경악을 할 만큼 수척해 있다. 아직도 병마와 싸우고 있는 듯 보였다. 죽음의 문턱에서 줄타기를 하는 그에게 하루는 하늘이 허락해 준 마지막 휴가일지도 모른다. “Stay Hungry, Stay Foolish(끊임없이 갈망하라. 늘 바보가 되어서 끊임없이 배워라).”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의 끝에 두 번이나 말하며 강조한 이유를 이 책을 덮으면서 알 것 같았다. 모든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바로 ‘자신을 위해 살기 때문’이다. 당장 죽어도 후회없는 자신에게 가장 충실한 삶을 위해 하루 하루 악착같이 살아가는 것 뿐이다. 난 오늘 스티브 잡스에게서 '나답게 내 뜻대로 하루를 사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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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마음가짐 마쓰시타 고노스케 경영의 지혜
마쓰시타 고노스케 지음, 양원곤 옮김 / 청림출판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목숨을 걸 정도의 기개가 없다면 함부로 경영하지 말아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인류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껏 살아오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바를 배울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책을 통해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1998년 9월, 월간지 <라이프Life> 가 선정한 <천년 동안 세상을 바꾼 100가지 사건> 중에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의 성경인쇄'가 당당히 1위를 차지했는데, 이처럼 활자에 의해 생산된 '책'은 인류가 생긴 이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자로서 이런 놀라운 경험을 하게 만드는 책을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를 다시 만났다. 지난 주 읽은 <사원의 마음가짐>에 이어 이번에는 <경영의 마음가짐>이다. 세 권의 시리즈 중 두번 째인 셈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분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경영인으로서 살아온 길도 훌륭하지만, 자신이 걸어왔던 순간 순간을 기록해 후세에게 들려주고, 함께 대화하려 했다는그의 자세는 더욱 훌륭하다. 나아가 경영인으로서 자서전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장사꾼으로서 부끄러움이 없이 살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는 회사를 만들고 제품을 만들어 인류에게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고, 좋은 책들을 많이 남겨 많은 경영자에게 잔소리꾼이 되기를 자청했다. 이 책은 자신의 평생에서 인생 후반부를 살아오면서 가졌던 직업, 경영인으로서의 길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인으로서 살다 간 사람이 ‘경영의 길’을 이야기하려면 한 질의 전접이 라도 부족하겠다. 그래서 일까? 200 페이지 남짓의 책 한 권에 담긴 그의 말들은 임팩트하고, 하나도 놓칠 것이 없었다. 모두가 소중한 충고, 머리에 담고 가슴 속 깊숙이 새겨둬야 할 교훈들 뿐이었다. 그는 경영을 일러 ‘살아 움직이는 종합 예술’이라고 말했다. 정치, 경제, 사회적 정세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고, 기업 환경, 제품 생산, 판매 방법, 인재 육성, 재무 내용 등 경영의 요소 하나하나에 올바름 경영 이념이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경영자는 ‘종합 예술의 연출자’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목표란 '주주들에게 최대의 이익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짧은 기간에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서슴없이 M&A를 하고, 인적감원을 밥먹듯이 벌인다. 이런 근시안적 목표설정은 경영인들에게 도덕적 헤이(모럴 헤저드)를 불렀다. 도덕적 헤이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뉴욕발 세계금융위기가 아닐까? 금융기업의 가장 윤리적인 기업정신은 ’투자자의 자금을 최대한 보호‘하는 것일진대 근시안적 성장에의 집착과 탐욕이 세계를 불황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기업의 목표란 다름 아닌 사업을 더욱 탄탄하게 성장시키고, 훌륭한 사원을 육성하여 많은 사람들이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회사가 성장해야 하는 이유, 훌륭한 사원들이 육성되어야 하는 이유는 사람들 즉, 소비자들이 좀 더 기쁨을 누리게 하기 위해서다. 인류에의 공헌을 말하는 셈이다. 그렇기에 그는 “사업은 ‘한번 해 볼까’ 정도로는 결코 안 되는 절체절명의 승부다”고 단언한다. 극단적으로 표현해 ‘목숨을 걸 정도의 기개’가 없이는 사업을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는 그의 기업목표가 지금의 파나소닉을 있게 했구나’ 싶어 섬득하기까지 했다. 전설이 된 노老 회장의 충고는 경영이념에만 그치질 않았다. 

프랜차이즈 업체여, ‘노렌’의 의미를 아는가?

  옛날 일본의 점포엔 꼭 있었던 노렌. 즉 포렴布簾이라는 것인데 상점 출입구에 가게 이름을 써넣어 드리웠던 천을 말한다. 이 노렌은 ‘가게의 신용을 나타내 주는 상징’이며, 손님의 믿음이기도 한다. 그래서 가게의 생명처럼 여겨 손상되지 않도록 소중하게 생각한다. 가게 문을 열 때 제일 먼저 노렌을 펴고, 가게 문을 닫을 때는 가장 늦게 걷어낸다. 그들은 ‘노렌 나누기(분점차리기, 프랜차이즈)’ 또한 함부로 하지 않았다. 노렌의 신용을 손상시키지 않을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에게 노렌을 나누어줬다. 그리고 남발하지 않았다.

어디 그 뿐인가? 노렌의 전통만큼이나 손님을 소중히 여겨 그들을 위해 꾸준히 변화한다. 그래야 손님으로부터 계속 신용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가맹점을 남발하는 프랜차이즈 업체, 브랜드 네임밸류만 믿고 찾아온 손님에게 옳지 않은 식재료로 장사를 하는 업체들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었다. “짓는 데 몇 년이 걸린 건물도 부수는 데는 3일이면 충분하다.” 촌철살인의 한마디가 아닐 수 없다.

납품 회사와의 공존공영이 구매의 대원칙이다!

  세계 최대 물류할인 매장이었던 ‘까르푸’와 ‘월마트’를 국내기업인 ‘E-mart'가 물리쳤을까? 아니면 애국심이 발동한 소비자들의 행동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세계적인 외국계 기업들이 처음에 우리나라에서 호응을 얻은 이유는 ’현금결제‘였다. 최소 3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 어음을 끊었던 국내의 유통관행에 ’현금결제‘를 납품회사에게는 엄청난 헤게모니였다. 하지만 곧 그것이 ’치명적인 무기’가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외국계 할인업체들은 납품업체들에게 현금결제를 하는 대신 엄청난 가격할인을 요구했다. ‘그렇게 할인된 금액으로는 본전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항변을 하면, 두말 없이 업체를 바꿨다. 이러다 보니 우수 납품업체들은 하나 둘 씩 매장을 철수하게 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후발업체들만 남게 되었다. 그후 소비자가 등을 돌리게 된 건 당연한 후순이었다. 처음 외국업체의 도약으로 당황했던 국내 할인유통업체들은 이 때를 틈타 꾸준한 유통과 물류 전반에 걸쳐 혁신을 이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외국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더 이상의 경쟁자가 없는 지금, 국내 할인유통업체들이 또 다시 납품업체들에게 ‘엄청난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는 뉴스를 만난다. 자신들이 무엇때문에 성공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납품업체에게 가격할인을 요구하기 전에 더 나은 물류혁신을 추구하라고 한다. 그리고 납품회사의 현실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게 할인정책을 추진하라고 말한다. 물론 정황과 사정을 설명하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추진해야 한다. 납품업체는 본사의 자매사다. 즉 가족이다. 자매사를 죽이면 머지 않아 본사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가격 경쟁력 확보’만을 마케팅으로 생각하는 일부 할인업체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였다. 

   경영의 신답게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기업마다 명확한 경영 이념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업을 하는가?’ 하는 고민인데, 경영이념은 ‘무엇이 정당한가’라는 인생관, 사회관, 세계관을 바탕으로 확립되어야 하고, 이런 도덕적 토대가 올바른 경영 이념이 세워진다고 보았다.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자 하는 생각’으로 경영 이념을 수립하면 국내외, 나아가 미래에도 통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경영자의 길은 어렵고 외롭다. 우선 기업을 잘 이끌어야 하고, 직원들을 기쁘게 해야 하고, 나아가 질좋은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를 기쁘게 해야 한다. 모두를 기쁘게 한 후 생기는 이익이 바로 경영자의 몫이란다. 모두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내려야 할 수많은 결정의 책임은 모두 경영자의 몫이란다. 어찌 어렵고 외롭지 않겠는가? 한편 경영자는 아무나 해서도 안되고, 하무나 할 수도 없는 일이란 것을 느꼈다. 또한 최소한 소비자에게 기쁨을 제공하는 경영인에게는 아낌없는 찬사를 줘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경영자들에게는 지침이 되는 필독서이고, 독자들에게는 경영의 세계를 이해하게 하는 훌륭한 안내서일 것이다. 이런 책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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