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 올리버, 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 - 공부보다 요리가 더 재미있다고?, 요리사 내가 꿈꾸는 사람 7
최현주 지음 / 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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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제이미는 비영리재단 피프틴재단 활동과 함께 학교 급식 개선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사실 제이미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가장 큰 이며 다른 요리사와의 차별점을 확실히 드래낸 건 바로 이 저돌적인 학교급식 캠페인 덕분이었어요. 또한, 이 캠페인은 영국 사람들이 제이미를 요리사이기보다 사회운동가로 인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도 했어요. 

사실, 제이미는 WKC요리학교에 다닐 때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좋은 음식은 신선하고 윤리적인 재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제이미의 요리 철학인데, 학교급식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제이미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어요. 


‘지금 영국 학교급식 싱황은 너무나 처참해. 학교나 관계 기관, 업체들은 급식의 단가를 낮춰서 이득을 얻으려고만 하지. 아이들의 건강은 뒷전이야. 그러니 음식의 질은 떨어지고 영양가도 낮아질 수밖에 없어. 신선한 채소와 손으로 직접 만든 빵을 주지는 못할망정 설탕과 소금을 잔뜩 넣은 인스턴트 식품을 성장기 아이들에게 주다니, 건강에 절대 좋을 리가 없어. 더구나 아이들은 점점 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지방과 설탕 덩어리인 음식을 먹고 있어. 아이들 세대에서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미래엔 심장병이나 암, 당뇨병이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거야. 게다가 사탕이나 케이크, 탄산음료등은 아이들의 정신발달과 행동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부모들은 왜 아이들이 난폭한 행동을 허거나 주의력 결핍자애를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지만, 사실 그게 음식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모르고 있어. 정말이지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한 현실이군.’ (중략)


이제 제이미에게 남은 과제는 정부의 지원을 얻어내는 것이었어요. 아무리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의식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금전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었어요. 

제이미는 학교급식 개선 캠페인의 구호를 ‘나에게 좀 더 좋은 음식을 먹여줘Feed Me Better!'라고 정하고 인터넷을 통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았어요. 그리고 2005년 3월 30일, 런던의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에서 시민들로부터 학교급식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서에 사인을 받았어요.


왜 하필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냐고요? 이곳에 총리관저와 정부기관들이 모여있기 때문이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청와대가 자리한 곳쯤 되죠. 학교급식의 문제점을 정부에 알리는 것은 물론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선 총리관저 앞만큼 좋은 장소는 없었어요. 


더구나 캠페인의 내용이 고스란히 TV로 방송될 테니 제이미와 시민들이 모여서 “나에게 좀 더 좋은 음식을 먹여줘!”라고 외치는 걸 토니 블레어 총리가 본다면 한 번쯤 귀를 쫑긋 세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이미의 게획으로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무려 27만 1677명의 시민이 청원서에 사인을 해주었어요. 용기를 얻은 제이미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죠.


        
ⓒ탐


날이 갈수록 학교급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었고, 기존 급식제도에 대한 불만도 커졌어요. 별 생각없이 감자칩과 콜라를 찾아 먹던 아이들조차 제이미를 지지하며 “나에게 좀 더 좋은 음식을 먹여줘!”를 외칠 정도였어요.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과연 제이미와 27만 1677명의 소망이 영국 정부의 마음을 움직였을까요? 네, 맞아요!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일명 ‘음식혁명Food Revolution'이라고 불리는 제이미의 학교급식 개선 캠페인을 모른 척할 수 없었어요.


마침내 토니 블레어 정부는 학교급식에 3년 동안 2억 8천만 파운드(약 4870억 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어요! 이렇게 확보된 돈은 곧장 학교들과 지방차지단체들에 보내졌고, 아이들은 기존의 정크푸드 대신 치킨 카레나 연어 샐러드, 명태구이, 동양식 국수 볶음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갓 구운 빵이나 샐러드는 기본이고, 후식으로 요구르트나 케이크가 나오기도 했어요. 

또 한 가지, 획기적인 변화는 전엔 꿈도 꾸지 못했던 과일이 제공되었다는 점이에요. 맹리 아침마다 바나나와 사과, 귤 등 신선한 과일이 학교로 배달되었고 토마토와 당근조차 구별하지 못했던 아이들은 차츰 과일과 채소를 거부감 없이 먹게 되었어요.“ 


<제이미 올리버, 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 141~142, 159~161 쪽, 탐>



오늘 ‘감동이 있는 비즈니스북 스토리’의 주인공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입니다. 제이미 올리버라고 하면 여성들은 물론 요리를 해 본 적이 없는 남자들도 익히 아는 영국의 젊은 요리사죠. 이 책은 음식에 관심이 많고 끼와 호기심이 넘치던 꼬마 제이미가 스타 셰프이자 음식 운동가로 변신해 꿈을 이루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꿈을 이룬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입니다.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쇼는 우리나라의 TV에서도 꽤 오랫동안 방송된 바 있습니다. 그의 쇼를 보면 일급 요리사처럼 공을 들이지도 않고, 채소를 자를 때도 칼질도 안 하면서 손으로 대충 찢어서 집에 있는 양념들로 뚝딱뚝딱 만들어냅니다. 주방에서 수다를 떨며 장난하는 것 같은데 나중엔 정말 먹음직한 요리들이 탄생합니다.  


그런데요, 그거 아세요? 제이미 올리버는 실제로 유럽 최고의 맛집을 선정하는 미슐랭에서 별 세 개를 받은 레스토랑의 부주방장으로 있을 만큼 실력이 대단한 요리사라고 합니다. 그가 TV에서 쇼를 할 때 마치 일반인이 앞치마를 두른 듯 요리를 하고 대충대충 편하게 요리를 하는 모습은 모두가 의도한 연출이라고 합니다.

즉 맛있는 요리는 6성급 호텔의 주방장같은 요리사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티셔츠 차림에 앞치마만 두르고, 칼질도 대충 손으로 끊고 일반 가정에서도 볼 수 있는 양념만으로 요리를 한다고 하네요. 실제로 방송 이후 그가 의도한대로 많은 사람들이 주방으로 달려가 방송에서 본 요리들을 직접 만들면서 영국을 요리천국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Garry Knight/flickr


제이미 올리버는 1975년 5월 27일에 영국의 작은 마을 클레이버링에서 태어났습니다. 8살 때부터 부모님이 경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어깨너머로 요리를 배운 그는 16살 때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커다란 난관이 하나 있었데요, 바로 그가 난독증이어서 책을 읽을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난독증은 단어를 정확하게 읽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학습장애의 일종으로, 단어를 기억해 내는 게 어렵거나 문장을 읽는다 해도 뜻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철자를 자주 틀리는 증상입니다. 스파게티를 파스게티로 읽거나, 헬리콥터를 헤콜립터 등으로 발음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글을 쓰는 것도 어려웠죠. 그렇다고 선천적으로 지능이 떨어지거나 신체에 이상이 있어서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인물 중에는 난독증을 겪는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노트에 기록할 때 거울에 비친 것처럼 글씨를 거꾸로 썼고, 파블로 피카소는 글자와 숫자 외우기를 어려워해 청소년기까지 글씨를 쓰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 토머스 에디슨은 “선생님은 나의 머리가 썩었다고 했다. 나는 내가 정말 저능아 인줄 알았다.”고 고백할 만큼 언어 표현 능력이 엉망이었다고 말합니다. 영화배우 톰 크루즈도 대본을 읽어주는 개인 코치가 있을 정도로 난독증이 심각하다고 하네요. 그가 영화에서 보여준 멋진 대사들은 모두 귀로 들어서 외운 것이라네요. 이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제이미도 아무리 어렸을 때부터 익숙해진 요리 분야라 해도 ‘공부’를 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재료의 특성을 분석하고 조리과정에서 일어나는 성분 변화 등을 습득하는 식품학을 가장 어려워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내가 글을 잘 읽지 못하는 건 바보여서가 아니다. 빨리 달리지 못하고, 노래를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바보는 아니니까’라고 생각하고 친한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즉 자신이 글을 잘 읽지 못한다고 고백하고 요리 실습 시간에 솜씨로 도와줄테니, 식품학 교재 요약본을 목소리로 녹음해달라고 부탁해서 상부상조 했습니다. 종이에 쓰인 글을 읽는 대신, 소리로 기억하는 방법을 택한 제이미 올리버는 덕분에 요리학교의 전 과정을 무난히 소화해 냈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할 정도로 난독증이 심했던 그이지만 매일 밤 요리책을 통째로 외우는 열정으로 요리 실력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TV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유분방한 요리법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방송 섭외 1순위가 된 제이미는 자신의 이름을 건 요리 프로그램과 책으로 스타 셰프가 되었고, 광고 모델도 하면서 영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요리사로 거듭납니다. 물론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진 부자가 되었지요.


이정도까지의 이야기라면 제이미 올리버는 ‘난독증을 극복하고 최고의 요리사가 된 사나이’라는 성공스토리에 그쳤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발휘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OFFICIAL LEWEB PHOTOS/flickr


그리고 2002년 피프틴 재단이라는 사회적 기업, 즉 영리기업과 비영리조직의 중간형태의 기업을 만들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젊은이들에게 요리사가 되는 과정을 이수하게 해 교육의 기회를 주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2002년 처음 교육을 시작한 훈련생의 수가 15명인데서 이름을 딴 ‘피프틴 재단’은 현재까지 졸업생이 200명이 넘고 이들 모두가 레스토랑을 운영하거나 TV등에 출연하는 등 졸업생의 90% 이상이 요리업계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아가 네덜란드, 호주 등 프랜차이즈를 낼 만큼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이미의 이러한 행보는 영국사회에서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인식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불과 스물 여덟살의 나이에 그의 생애 최대의 명예로 기록될 MBE훈장을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받게 됩니다. 


제이미 올리버는 이어서 학교급식 개선 캠페인에 뛰어들었습니다. 본격적인 사회운동가가 된 겁니다. 좋은 음식은 신선하고 윤리적인 재료에서 비롯된다는 요리철학을 갖고 있는 제이미에게 학교 급식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금 영국 학교급식 상황은 너무나 처참해. 학교나 관계 기관, 업체들은 급식의 단가를 낮춰서 이득을 얻으려고만 하지. 아이들의 건강은 뒷전이야. 그러니 음식의 질이 떨어지고 영양가도 낮아질 수밖에 없어. 신선한 채소와 손으로 직접 만든 빵을 주지는 못할망정 설탕과 소금을 잔뜩 넣은 인스턴트식품을 성장기 아이들에게 주다니, 건강에 절대 좋을 리가 없어. 더구나 아이들은 점점 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지방과 설탕 덩어리인 음식을 먹고 있어. 아이들 세대에서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미래엔 심장병이나 암, 당뇨병이 더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거야. 게다가 사탕이나 케이크, 탄산음료 등은 아이들의 정신발달과 행동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부모들은 왜 아이들이 난폭한 행동을 하거나 주의력 결핍장애Attention Deficit Disorder를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지만, 사실 그게 음식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모르고 있어.’


그는 <제이미의 스쿨 디너>라는 TV프로그램 등을 제작 방영하여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자, 정부의 지원을 얻기 위해 총리관저와 정부기관들이 모여있는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에서 ‘나에게 좀 더 좋은 음식을 먹여 줘Feed Me Better'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시님들로부터 학교급식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서에 사인을 받았습니다. 

제이미의 계획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무려 27만 1677명의 시민이 청원서에 사인을 해주었고, 학교급식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꾸준히 노력한 제이미의 노력에 결국 영국 정부의 마음도 바꾸게 되어, 토니 블레어 정부는 학교급식에 3년 동안 2억 8천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4870억 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하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확보된 돈은 곧장 학교들과 지방자치단체에 보내졌고, 아이들은 기존의 정크푸드 대신 치킨 카레나 연어 샐러드, 명태구이, 동양식 국수 볶음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갓 구운 빵이나 샐러드는 기본이고 후식으로 요구르트나 케이크, 바나나, 사과, 귤 등 신선한 과일을 먹게 되었다고 하네요. 영국은 이를 두고 ‘제이미가 음식혁명Food Revolution을 일으켰다'라고 평가한다고 합니다.  


http://tvcast.naver.com/v/128035

 

 
잘 먹어야 성적도 좋다! - 영국의 학교급식 혁명 ⓒ네이버 tvcast



이 동영상의 설명 - 영국의 인기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이슈를 불러일으킨 캠페인이 계기가 돼, 2006년 영국 정부는 학교급식 개선을 위해 3년간 약 4천894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했다. 이를 통해 콜라와 과자 등 정크 푸드를 학교에서 추방하는 등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영국의 학교급식 혁명은 본격화됐다. 그 선두에 학교 급식 개선과 식문화 개선을 목표로 여러 비영리단체들이 결합해 ‘푸드 포 라이프 파트너십’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급식 개선운동을 펼치며 식생활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한 제이미는 이것이 비단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선을 전 세계로 돌리고 우선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지 못한 나라, 미국’으로 달려갔습니다. 당시 미국은 햄버거와 피자, 감자칩 등을 매일 입에 달고 사는 냉동식품의 나라였습니다. 

미국은 18분에 한 명이 먹는 음식 때문에 비만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비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국 의료보험 비용은 전체 질병의 10%로, 연간 1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66조 8750억 원에 달합니다. 비만 문제가 이 상태로 간다면 10년 후엔 의료보험비가 두 배로 뛸 거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제이미는 매년 미국 내에서 가장 비만율이 높은 주나 시티 등을 찾아다니며 ‘미국의 식단 개조’를 위한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첨단 의료장비가 아닌, 정보와 교육으로 음식의 힘을 알리고자 노력했습니다. 새파랗게 젊은 영국 요리사 하나가 미국 식단을 바꾼다는 소리에 처음 미국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영국에서 그러한 냉담을 경험한 바 있는 제이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려 7년 동안 ‘식단 개조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 제이미가 미국에서 펼친 식단 개선 운동은 또 다시 성공합니다. 오바마 정부가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특히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어린이들의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렛츠 무브Let's Move라는 캠페인에 참여하며 미국 어린이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http://tvcast.naver.com/v/35532

제이미 올리버의 TED Prize wish : 모든 아이들에게 음식에 대해 가르칩시다 ⓒ네이버 tvcast
 



제이미 올리버라는 한 명의 요리사가 이뤄낸 일들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전문가의 길이 무엇인지를 배웁니다. 

부자가 된 유명한 요리사는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위생적이며 영양상으로 균형 잡힌 음식을 먹기를 바란 요리사는 없습니다. 제이미가 바란 것은 단 한 가지, 많은 사람들이 ‘요리가 주는 기쁨’을 알았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이미는 사람들이 인스턴트 음식에 빠져 사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스턴트 음식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요리를 잘 할 줄 몰라서’ ‘요리가 주는 기쁨을 몰라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와 핵가족화가 낳은 세계적인 사회문제라고 간파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일은 위생적이고 안전한 재료로 만든 요리가 얼마나 맛이 있는지, 그리고 만들기는 얼마나 쉬운 지를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재능기부’가 아닐까요?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전문가‘에 그치지 않고 나의 전문 분야를 보다 나은 사회,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는데 기꺼이 참여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전문가의 길입니다. 당신이 가진 재능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리뷰는 온라인신문 인사이트에 기고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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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투혼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양준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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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영의 신이 말하는 불황탈출법

 

   주가 1엔. 파산 후 일본항공(이후 JAL) 주가다. 2010년 1월 도쿄지방법원에 회사갱생법(기업회생절차) 적용을 신청했을 때 당시 JAL은 부채가 2조3221억 엔(약 24조3820억 원). 일본의 일반기업으로는 최대의 파산이었다. 회사갱생법 적용을 신청한 기업이 주식시장에 재상장한 경우는 138개사 중 9개 회사에 불과했다. 생환율 7%의 확률, JAL의 재건을 위해 뛰어든 사람은 80세를 눈앞에 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그룹 명예회장이었다.

 

‘재건 실패시 노년에 불명예가 될 수 있다’며 주위에서 만류했지만, 그가 JAL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삼킨 세 가지 명분은 20,000 명 가까운 인원감축을 시행한 후 남은 32,000명의 직원을 지켜내는 것, 일본 항공업계가 ANA의 독점시장이 되는 것을 막는 것, JAL의 파산이 미칠 일본경제의 악영향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나모리 가즈오가 무보수로 JAL 재건을 받아들인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JAL이 부패한 기업이라는 것은 일본 국민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재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겠지요. 그 ‘부패한 JAL'을 다시 바꿀 수만 있다면, 곤경에 빠진 모든 일본 기업이 ’JAL도 해냈는데, 우리는 당연히 할 수 있다‘라고 분발해줄 것입니다. 그런 영향력이 일본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155일간의 투쟁, 한빛비즈, 15~16)

 

이나모리 가즈오는 2010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JAL의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영업손실 규모(2009년 기준)도 1337억 엔(약 1조4000억 원)의 JAL을, 2010년에는 1884억 엔, 2011년엔 2049억 엔의 영업이익을 내며 2012년 9월엔 2년 8개월 만에 도쿄증시에 재상장시켰다. 공교롭게도 JAL의 ‘V’자 회생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맞물렸다. 같은 달 일본 정부는 경기 침체가 사실상 끝났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일본 경영의 신(神)다운 통찰이 아닐 수 없다.

<불타는 투혼>은 JAL의 재건 이후 ‘일본 경제를 되살릴 방법은 없는가?’ 하는 일본 재건의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이나모리 회장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뤄 순식간에 일본을 추월하고 G2의 자리를 꿰찬 경제 대국 중국,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민관협력으로 필사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삼성, 현대 등으로 대표되는 기업들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에 비해 지난날 융성했던 일본 경제와 산업이 점점 뒤처지는 이유는 바로 ‘마음’에 있다고 진단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함으로써 산업기반은 물론 사회기반시설 대부분이 초토화된 일본은 폐허에서 몸을 일으킨 지 불과 20여 년 만에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던 적도 있었다. 현재 일본 경제와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불요불굴(不要不急)의 의지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어떠한 장해가 있어도 그것을 극복해나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용기다. 이것이 부족했기에 현재 우리 사회에 절망감이 만연하게 된 것이 아닐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대로 질 수 없다’는 강한 마음, 즉 ‘불타는 투혼’이다. 전후 경영자들 모두 ‘절대 지지 않겠다’는 투혼으로 스스로를 단련하고 서로 경쟁하면서 경제를 성장시켜왔다. 긴 침체를 지나 이제 점차 경기 회복의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기업이 다시 성장, 발전을 이룰 절호의 기회다. 옛날과 달리 지금 우리에게는 충분한 자금과 뛰어난 기술이 있으면 성실한 인재도 있다. 부족한 것은 불타는 투혼, 다시 말해 ‘이까짓 것에 질 수 없다’는 강한 마음뿐이다. 본문 20~21쪽

 

이나모리 회장이 JAL의 재건을 맡았을 때 처음 시작한 일은 ‘정신개조’였다. 파산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도 JAL 직원들은 정부의 처분만을 기다렸다. 대마불사(大馬不死) 즉,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사를 설마 어찌할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이나모리 회장은 JAL의 직원이 스스로를 ‘준공무원’ 정도로 여기는 한 재건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전 직원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실에 불러 ‘거짓말을 하지 마라’, ‘남을 속이지 마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소중히 여겨라’ 노승의 선문답 같은 연설을 계속했다. JAL의 직원들은 아연질색했지만, 이나모리 회장은 마음가짐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도입해도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50여년의 경영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아울러 ‘아메바 경영(부문별 채산제도)’을 도입해 3만여 직원을 노선별 세부조직으로 쪼갠 뒤 조종사, 승무원, 탑승권 판매원, 정비사 등이 현장에서 매일 자신이 속한 조직의 채산성과 본인의 기여도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파산을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새로운 방침에 처음 JAL 직원들은 동요했고, 불만도 많았지만 회사 경영의 가장 큰 목적을 이익을 남기고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전 직원의 물심양면에 걸친 행복추구에 있다는 이나모리 회장의 주장에 노조가 먼저 움직였다. 그러자 JAL이 변하기 시작했다. 조종사들은 종이컵 대신 자기 컵을 갖고 비행기에 올랐고, 권위적이었던 스튜어디스들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허리를 굽히기 시작했다. JAL은 결국 파산한 지 1,155일만에 ‘V’자로 회생하며 도쿄증시에 재상장 했다. 7%의 생환율을 이겨낸 것이다.

 

한편 이나모리 회장은 현대 자본주의를 강력히 비난하며 CEO들에게 올바른 윤리관 회복을 강하게 요구했다. 즉 불타는 투혼을 가지고 비즈니스에 임하되, 그 전제로 ‘세상을 위해, 사람을 위해’라는 초기 자본주의의 고귀한 윤리규범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익이란, 모든 사원의 협력과 헌신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경영진의 힘만으로 이익을 달성했다는 착각에 빠져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중략) 경영자의 탐욕이 계속되는 한, 법적 규제와 제도만으로는 성과주의에 근거한 격차 사회의 불공평과 모순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욕망을 제한하지 못하고 더욱 높은 이익을 요구하는 투자자와 투자기관이 있는 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금융상품은 분명히 개발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다시금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일도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본문 115~117)

 

그렇다면 욕망으로 물든 현대 자본주의의 궤도를 수정해갈 때 필요한 사고방식은 뭘까? 이나모리 회장은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 노자의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부자고 실행에 힘쓰는 사람은 뜻이 있는 이다.“는 사상을 빌려 만족을 아는 것이라 설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 격인 월가를 향해 "Be Enough!"라고 일갈한 월가의 현인(賢人) 존 보글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올해부터 상장 기업들은 5억원 이상 연봉의 구체적 규모와 수령자를 공시했다. 공개된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기업인들은 재벌가로 산하 계열사 중 적게는 하나, 많게는 4~5개 기업의 등기 이사로 등록해 30억 원대에서 300억 원대까지 연봉을 수령했다. 같은 나이 또래 직장인들이 수백 년을 일해도 받을 수 없는 거액이다.

 

구멍가게 담배 파는 아저씨처럼 제 혼자 벌어 이익을 가진다면 누가 뭐라겠는가? 하지만 수천 수만 명의 직원이 일하는 회사를 구멍가게 운영하듯 하니,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선택의 순간마다 ‘동기가 선한가? 사심은 없는가?’를 스스로 물은 뒤 경영을 한 이나모리 회장이 세운 경영학교 ‘세이와주쿠’에라도 다녀오라 권하고 싶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72호) 전문가 리뷰에 기고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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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피터스 경영파괴
톰 피터스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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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친 시대는 미친 조직을 요구한다 - 경영파괴

 

 

 

 

경영파괴는 톰 피터스가 한 세미나에서 이틀에 걸쳐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1994년 현재 그가 주장하고 있는 기업경영의 혁신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마디로 ‘미친 시대는 미친 조직을 요구한다(Crazy times call for crazy organizations)‘고 말했다. 다시 말해 톰 피터스의 안테나에 감지된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전과는 달리 정신없이 변화하는 큰 흐름을 ‘미친 시대(Crazy Times)’로 본 것이다.

 

 

 

 

“이 시대가 미쳐 있고 더 심하게 미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만약 시대가 미쳤다면 미친 조직으로 그에 대응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만약 그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오늘날 조직문제의 핵심이 바로 우리의 조직이 더 미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비정상적인 기업세계에서 정상적인 조직으로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친 시대에 있는 기업들에게는 경영혁신에 관한 기존의 방편들 즉, 분권화, 권한의 하부이양, 리엔지니어링, TQM 등 80년대를 풍미했던 개념들 결코 충분치 않는다고 보았다. 대신 지식화, 정보화에 대비한 기업경영의 새로운 접근방법을 요구했다. 1994년 이후 다가오는 경영환경 변화 중 가장 분명하고 영향력이 큰 변화를 ‘지식화와 정보화‘로 규정하고 앞으로 부가가치의 원천은 창조성과 열정과 개성과 괴팍한 행동에 있다며 이에 대비한 여러 가지 경영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 얼마나 놀라운 통찰력인가. 미친 시대에 걸맞는 단계별 새로운 경영혁신 방법 9가지 중 인상적인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최근 어느 기업가가 연설한 내용이라 해도 어색함이 없을 만큼 현실성이 있음을 확인해 보시라.

 

 

 

 

 

붕괴를 넘어서 - 명함첩으로서의 기업 이제 자신의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며, 대신에 자신의 명함첩, 즉 네트워크에 대한 충성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혼자로는 부족하다. 개인은 더 네트워크화 해야 한다.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최고의 자원들을 즉각적으로 찾아내어 연결하는 것이 사업성공의 관건이 된다.

 

학습을 넘어서 - 호기심 많은 기업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호기심 많은 기업을 만들어야만 한다. 이제는 품질을 향상시킨다는 뜻은 불량품(things gone wrong)을 줄이는 것 대신에 새롭고 놀라운 상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현대의 마케팅은 품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경이로움(Wow!)을 파는 것이다.

 

 

TQM(전사적 품질관리)을 넘어서 - 경이로움을 향해 변덕 심한 소비자들이 주도하는 시장, 지식과 정보가 지배하는 경제에서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철저한 자기파괴가 필요하다. 그래서 ‘경이로움을 파는 호기심 많은 네트워크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최대한 변화하라. 그리고 고객을 경탄케 하려고 노력하라. 최대로 사랑하고 그들을 감동케 하라.

 

 

 

 

 

 

 

 

톰 피터스가 간과한 한 가지

 

 

 

 

톰 피터스가 손꼽은 ‘초우량기업(excellence)‘은 묘하게도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쓴 경영구루 짐 콜린스(Jim Collins)의 위대한 기업과 닮았는데, 바로 프리드먼의 주주이익 극대화에 근거한 선정기준에 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는 80년치 상장기업의 자료를 분석해서 15년간 시장대비 최소 3배 이상의 누적수익률을 달성한 11개 기업을 소개했다. 주주이익 극대화가 낳은 위대한 기업의 말로가 초라하기 짝이 없는데, 현재 11개 기업 중 서킷시티는 파산 전 경력직을 해고하고 인건비 낮은 신입을 채용했고, 패니메이는 최근 금융위기 사태의 주인공이다. 웰스파고는 2008년 250억 달러에 해당하는 구제금융을 미국정부로부터 받았고, 알트리아는 세계 최대의 담배 회사 '필립모리스'의 전신이었다.

 

톰 피터스의 초우량기업 선정기준 역시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 못지 않았다. 그는 초우량기업 선정기준으로 우선 세 가지는 1961년부터 1980년까지 과거 20년에 걸친 성장, 장기적 자산 형성 실적 그리고 가치 또는 부의 창출에서 찾았고, 나머지 세 가지는 평균 수익률과 관련해서 선정했다. 그가 놓친 한 가지는 자신이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한 가치,사람,스타일,스킬 등 소프트한 측면을 살피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위대한 기업, 초우량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그 답은‘포춘 100대 기업에서 배우는 행복한 일터문화’를 이야기한 <최고의 직장>(위즈덤하우스)에서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최고의 직장으로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이 새로운 버전의 위대한 기업이자 초우량기업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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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우량 기업의 조건 - 기업 경영을 지배하는 불변의 원칙 8가지
톰 피터스.로버트 워터맨 지음, 이동현 옮김 / 더난출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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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우량기업을 재정의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무엇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동물적 감각으로 알아차려야 한다. 그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일생을 바쳐 노력하는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1994년 영국의 잡지 <롤링스톤>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아울러 그는 2008년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는 변화를 감지하는 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변화들은 생각보다 천천히 발생한다. 현재의 기술의 물결들이 일어나기 훨씬 전에 그 흐름을 감지해야 하며, 당신은 어떤 물결에 몸을 실을지를 지혜롭게 선택해야만 한다. 지혜롭지 못하게 선택하면 많은 에너지를 허비하겠지만, 현명하게 선택하면 그 물결은 상당히 천천히 흘러갈 것이다.”

 

 

 

 

   ‘동물적 감각‘, 그리고 ’변화를 감지하는 힘‘를 일러 우리는 ’촉(觸)‘이라고 말한다. 동물이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촉이 있어서다. 장마가 오기 하루 전 개미들은 벌써 알고 이사를 하고 무너질 위험이 있는 건물에서는 쥐들이 먼저 짐을 싼다. 2008년 중국 스촨(四川 성에 강도 7.8의 지진이 일어나기 사흘 전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들이 떼를 지어 이동했을 때 사람들은 두꺼비의 이동을 피난으로 보지 못했다. 대재앙에 피해를 본 건 사람뿐이었다.

   미물에게도 있는 촉이, 사람에게는 없다. 대신 인간의 촉은 통찰력(通察력力)이 대신한다. 새로운 사태에 직면하여 장면의 의미를 재조직화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인 통찰력은 아무에게나 있는 것은 아니다. 잡스 같이 진검승부를 위해 매일 칼을 벼려온 고수(高手)의 몫이다.

 

 

 

 

‘촉‘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이 톰 피터스(Tom Peters)다. 현대 기업 경영의 창시자이며 세계 3대 경영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포춘>지가 “우리는 톰 피터스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말할 정도인 세계적인 경영구루. 오늘 소개할 두 권의 책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과 <경영파괴>(The TOM PETERS SEMINAR)만 보더라도 현실 기업과 환경 변화에 대한 그의 뛰어난 통찰력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각각 1984년과 1994년에 출간된 이 책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업환경의 변화속도와 내용을 본다면 벌써 용도폐기 되었어야 할 책들이다. 하지만 강산이 바뀌어도 두세 번은 바뀌었을 시간이 흘렀다 해도 당시의 경영학에서는 잘 다루지 않았던 부분들을 핵심주제로 삼은 것들이 오늘날까지 유효하다는 점은 소름끼칠 만큼 놀랍다.

 

 

 

 

 

 

 

 

 

 

 

 

 

 

 

 

 

 

초우량기업의 조건 - 기업경영의 8가지 원칙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먼이 공저한 이 책은 1961~1980년 최고 성과를 낸 초우량기업의 경쟁력 DNA를 분석한 책으로, 경영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20년 동안 출판된 경영서적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꼽는 현대 경영학의 고전이다.

 

 

 

 

“초우량 기업은 평범한 기업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기업도 하고 있는 일을 탁월하게 하고 있을 뿐이다!”

 

 

 

 

톰 피터스는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고, 기업의 생명력은 창조성과 상상력, 도전정신’ 이라고 말한다. 이때까지 미국의 경영 이론은 합리주의 분석에 입각해 기업 활동을 계량화하는 데 몰두해서 당시의 경영자는 정보를 엄밀히 분석해 객관화시키는 데 치중함으로써 수치화된 정보가 없으면 어떠한 의사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톰 피터스는 이러한 합리주의적인 분석에만 빠져 수치경영에 열을 올리던 미국의 기업들에 일침을 가했다.

 

초우량 기업의 8가지 조건은 ▲실행을 중요시한다 ▲고객에게 밀착한다 ▲자율과 기업가정신이 있다 ▲사람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 ▲가치에 근거해서 실천한다 ▲핵심 사업에 집중한다 ▲단순한 조직과 작은 본사를 지향한다 ▲엄격함과 온건함을 동시에 지닌다 이다. 핵심을 요약하면 분권화와 도전, 그리고 상상력(창의력)을 키우는 교육과 섬김의 리더십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첫째, 사람과 조직은 우리의 생각처럼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그러니 합리주의에만 의존하거나 숫자가 경영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생각은 하지도 마라.

둘째, 사람을 기계 부품이나 생산 요소로만 취급해서는 절대로 그들을 동기부여시킬 수 없다. 사람은 놀라울 정도로 개성적이며 복잡한 존재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자율권을 주면서 스스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셋째,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는 혼란스럽고 애매모호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이를테면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 같은 것 말이다. 경영하기 어려운 것은 이처럼 소프트한 것들이다. 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영자나 리더는 반드시 실패하게 될 것이다.“

 

 

 

 

저자들은 미국의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전략,구조,시스템 등 하드(hard)한 측면에 더해,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가치,사람,스타일,스킬 등 소프트(soft)한 측면을 강조했다. 더불어 자유, 열정, 실행력, 창조성, 동기부여, 사람과 같은 가치를 강조해, 기업경영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초우량기업의 조건>이 이렇게 탁월한 통찰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종종 비판의 도마 위에서 서고 있는데, 바로 이 책의 중심인 43개의 초우량기업의 현주소 때문이다. 내용인 즉, 이 기업들 중 3분의 1은 책이 출간된 시점부터 추락하기 시작했고, 절반 정도의 기업이 5년 만에 어려움에 빠졌다는 점이다. 오늘날까지 초우량기업으로 남아 있는 회사는 고작 5개사에 불과하다는 것이 크나큰 오점이다. 하지만 그가 책에서 밝힌 바대로 ‘영원한 초우량 기업forever excellence’에 대해 글을 쓴 것이 아니지 않은가.

 

 

 

 

 

 

 

 

미친 시대는 미친 조직을 요구한다 - 경영파괴

 

 

 

 

경영파괴는 톰 피터스가 한 세미나에서 이틀에 걸쳐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1994년 현재 그가 주장하고 있는 기업경영의 혁신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마디로 ‘미친 시대는 미친 조직을 요구한다(Crazy times call for crazy organizations)‘고 말했다. 다시 말해 톰 피터스의 안테나에 감지된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전과는 달리 정신없이 변화하는 큰 흐름을 ‘미친 시대(Crazy Times)’로 본 것이다.

 

 

 

 

“이 시대가 미쳐 있고 더 심하게 미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만약 시대가 미쳤다면 미친 조직으로 그에 대응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만약 그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오늘날 조직문제의 핵심이 바로 우리의 조직이 더 미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비정상적인 기업세계에서 정상적인 조직으로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친 시대에 있는 기업들에게는 경영혁신에 관한 기존의 방편들 즉, 분권화, 권한의 하부이양, 리엔지니어링, TQM 등 80년대를 풍미했던 개념들 결코 충분치 않는다고 보았다. 대신 지식화, 정보화에 대비한 기업경영의 새로운 접근방법을 요구했다. 1994년 이후 다가오는 경영환경 변화 중 가장 분명하고 영향력이 큰 변화를 ‘지식화와 정보화‘로 규정하고 앞으로 부가가치의 원천은 창조성과 열정과 개성과 괴팍한 행동에 있다며 이에 대비한 여러 가지 경영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 얼마나 놀라운 통찰력인가. 미친 시대에 걸맞는 단계별 새로운 경영혁신 방법 9가지 중 인상적인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최근 어느 기업가가 연설한 내용이라 해도 어색함이 없을 만큼 현실성이 있음을 확인해 보시라.

 

 

 

 

 

붕괴를 넘어서 - 명함첩으로서의 기업 이제 자신의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며, 대신에 자신의 명함첩, 즉 네트워크에 대한 충성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혼자로는 부족하다. 개인은 더 네트워크화 해야 한다.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최고의 자원들을 즉각적으로 찾아내어 연결하는 것이 사업성공의 관건이 된다.

 

학습을 넘어서 - 호기심 많은 기업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호기심 많은 기업을 만들어야만 한다. 이제는 품질을 향상시킨다는 뜻은 불량품(things gone wrong)을 줄이는 것 대신에 새롭고 놀라운 상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현대의 마케팅은 품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경이로움(Wow!)을 파는 것이다.

 

 

TQM(전사적 품질관리)을 넘어서 - 경이로움을 향해 변덕 심한 소비자들이 주도하는 시장, 지식과 정보가 지배하는 경제에서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철저한 자기파괴가 필요하다. 그래서 ‘경이로움을 파는 호기심 많은 네트워크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최대한 변화하라. 그리고 고객을 경탄케 하려고 노력하라. 최대로 사랑하고 그들을 감동케 하라.

 

 

 

 

 

 

 

 

톰 피터스가 간과한 한 가지

 

 

 

 

톰 피터스가 손꼽은 ‘초우량기업(excellence)‘은 묘하게도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쓴 경영구루 짐 콜린스(Jim Collins)의 위대한 기업과 닮았는데, 바로 프리드먼의 주주이익 극대화에 근거한 선정기준에 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는 80년치 상장기업의 자료를 분석해서 15년간 시장대비 최소 3배 이상의 누적수익률을 달성한 11개 기업을 소개했다. 주주이익 극대화가 낳은 위대한 기업의 말로가 초라하기 짝이 없는데, 현재 11개 기업 중 서킷시티는 파산 전 경력직을 해고하고 인건비 낮은 신입을 채용했고, 패니메이는 최근 금융위기 사태의 주인공이다. 웰스파고는 2008년 250억 달러에 해당하는 구제금융을 미국정부로부터 받았고, 알트리아는 세계 최대의 담배 회사 '필립모리스'의 전신이었다.

 

톰 피터스의 초우량기업 선정기준 역시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 못지 않았다. 그는 초우량기업 선정기준으로 우선 세 가지는 1961년부터 1980년까지 과거 20년에 걸친 성장, 장기적 자산 형성 실적 그리고 가치 또는 부의 창출에서 찾았고, 나머지 세 가지는 평균 수익률과 관련해서 선정했다. 그가 놓친 한 가지는 자신이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한 가치,사람,스타일,스킬 등 소프트한 측면을 살피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위대한 기업, 초우량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그 답은‘포춘 100대 기업에서 배우는 행복한 일터문화’를 이야기한 <최고의 직장>(위즈덤하우스)에서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최고의 직장으로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이 새로운 버전의 위대한 기업이자 초우량기업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삼성SDS 웹진(6월호) 북카페에 기고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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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칠때는 서핑을 - 세계적인 록클라이머이자 환경운동가이며 세계적인 아웃도어 메이커 patagonia의 설립자 이본 취나드의 경영 철학서
이본 취나드 지음, 서지원 옮김 / 화산문화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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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을 사랑하는 기업 파타고니아

 

 

 

   “나는 도무지 사업가란 직업을 대수롭게 여겨본 적이 없다. 사업이란 것은 자연을 거스르고, 토착문화를 파괴하고, 없는 이들에게서 빼앗아 있는 이들을 배불리고, 공장폐기물로 지구를 오염시키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그렇긴 하지만 먹거리를 생산하고 질병을 다스리며, 인구조절에다 고용 기회 창출 등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또한 사업이다. 그런 좋은 일들을 하면서도 이익을 남길 수 있다.“ (4쪽)

 

 

 

   세계적인 아웃도어 의류메이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이자 사주인 이본 취나드의 말이다. 나는 요즘 이 사내에 빠져 살고 있다. 지난 해 가을 공저자로 쓴 책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를 읽은 후 나는 그에게 반해 한동안 요즘 말로 ‘멘붕에 빠졌었다’. 이본 취나드처럼 ‘선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가 백 명만 있다면 전 세계 비즈니스의 판도는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또 다른 자서전을 낸 바 있다고 해서 뒤져봤더니 2005년 국내에도 출간되었지만 소리 없이 절판되고 말았다. 포기할 수 없어 헌책방 여러 곳을 훑어 결국 그의 자서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을 손에 넣었다. 고생한 보람은 컸다. 페이지를 넘기는 내 마음이 입에 가져갈수록 자꾸만 줄어드는 아이스크림을 보며 우는 네 살짜리 아이 심정이랄까. 읽기가 차마 아까운 소중한 말들이 가득했다. 성이 찰 때까지 거듭해서 세 번을 읽었다. 오랜만에 느낀 각성의 순간들이었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윤추구라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 하지만 이 상식은 오히려 세상을 망쳤다. 이윤추구를 신뢰하다 보니 급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익만 창출하면 된다고 스스로 정당화하는 숫자놀음에 미친 경제적 동물들의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만 명의 먹을거리를 만들 수 있는 우수한 인재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한 때는 기업가였던 안철수의 말처럼 그 만 개의 먹을거리를 전부 독식하며 차지하고 심지어는 남의 것까지도 다 자기가 가져가버리면 그런 인재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오히려 독버섯이 된다.

이에 대해 이본 취나드는 ‘이익은 서로를 이용함으로써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제를 이해하고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얻어지는 효율의 대가다‘라고 말한다. 이익에 대한 그의 통찰력 있는 정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본 취나드는 원래 미국 현대 록 클라이밍와 아이스 클라이밍계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산을 타면서 영국에서 개발된 피톤(암벽등반을 할 때 틈새에 끼우는 확보물)이 너무 물러 스스로 대장장이 기술을 익혀 단단한 피톤을 개발했는데, 그의 제품이 클라이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회사도 창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피톤이 너무 단단해서 바위를 다치게 하고 회수가 어려워 자연을 훼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상당한 이익을 보장해 주던 피톤 생산을 바로 중단했다. 그 후 환경보호를 위한 그의 노력은 파타고니아의 기업이념이 되었다.

 

아웃도어 의류와 장비를 만드는 회사에서 ‘환경보호’를 외친다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 아닐까. 환경을 위한다면 산과 바다를 아예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면서 이윤 추구와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좇고 있다.

 

파나고니아에서 만드는 모든 면제품은 유기농으로 재배된 원료만을 사용한다. 면섬유를 만드는 목화 재배를 위해 땅속과 그 위에 사는 모든 생물을 죽여야 하고, 여기에 목화를 심기 위해 엄청난 양의 인공비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취나드는 엄청난 비용과 수고를 감수하고 100센트 유기농 목화를 이용하여 모든 아웃도어 제품을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연히 원가가 더 든다. 하지만 그는 가격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지 않고 대신 이윤의 폭을 줄였다.

 

그는 땅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면제품보다 석유화학제품이 오히려 친환경적이라며 PET병을 재활용하여 재킷용 원단을 만들기도 했다. 파타고니아는 다른 대기업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한다. 대중 매체에 톱스타를 동원한 광고도 싣지 않고, 전 세계 대부분 파타고니아 매장은 변두리의 허름한 가게를 개조했다.

 

 

 

취나드는 진정한 명품은 고가의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사치스런 제품이 아니라 단순하고, 실용적이고, 튼튼하고, 쉽게 싫증나지 않은 무엇보다 세탁기에 마음 편히 스위치를 누를 수 있는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파타고니아 제품들을 두고 한 말이 아니던가)이란다.

 

“사람의 생사가 걸린 세계 최고의 등반장비들을 생산해온 역사가 있는 만큼 우리는 의류 부문에서도 2등에 만족할 수 없었다. 반바지든 플란넬 셔츠든, 내의에서 겉옷까지 이 분야에서 최고의 의류 제품을 생산하여야 한다. 최고의 제품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은 최고의 생산부서, 최고의 일터, 최고의 탁아 시설에까지 이어졌다.”(97쪽)

 

 

 

   파타고니아의 최고에 대한 자부심은 이른바 “철갑” 품질 보증서를 낳았다. 파타고니아가 파는 모든 제품에 대한 품질을 보증하는 이 보증서는 사용 도중 불만족스럽거나 기능성에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수선, 대체, 환불을 해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오래 사용하여 마모된 것은 실비로 직접 고쳐주기까지 한다. 그래서 파타고니아 제품의 가치는 오래 지난 것일수록 높아진다. 일본 동경에서는 예전에 나온 파타고니아의 옛제품만 전문으로 파는 가게가 여럿이 있을 정도다.

 

 

 

   취나드에게 제일가는 고객은 직원들이다.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사내에 어린이집을 두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또한 자유근무시간제를 채택해서 본사가 해변과 접한 캘리포니아 주의 벤추라에 있어 물때만 좋으면 직원들은 업무와 상관없이 서핑보드를 들고 바다로 내달릴 수 있다. 그는 지나친 성장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고 나아가 지구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성장률을 연 5% 이내로 절제하고 있다.

   이토록 별난 회사가 얼마나 벌겠냐 싶겠지만 지난 8월 미국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서 노스페이스에 이어 12.7 퍼센트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포춘’지에서는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으로 수차례 선정되었다.

 

 

 

   대기업이 되기를 바라지도 않고, 자연스러운 성장률 이상을 바라지 않는 회사, 고객처럼 생각하는 정도를 뛰어넘어 자신이 진짜로 고객이 되어 제품을 평가하는 회사. 일자리가 하나 생기면 평균 900대 1의 경쟁률이 될 만큼 모든 구직자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파타고니아는 자유주의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깨어있는 자본주의(Concious Capytalism)의 대표주자이자 모델이다. 읽는 내내 기업이 ‘좋은 생각을 갖고 잘 만들면‘ 소비자는 틀림없이 사랑해줄 거라는 저자의 굳건한 믿음을 엿볼 수 있었다.

   완독 후 파타고니아 홈페이지에 들어가 100% 유기농 면 티셔츠를 한 장 주문했다. 책을 잘 읽은 독자로서, 훌륭한 기업을 칭찬하고 싶은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구입이 아니던가.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담긴 소비자의 정의는 ‘쓰고 낭비하고 소진하고 파괴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는 소비자에게 얇은 지갑의 슬픔과 현명한 소비라는 영민함을 동시에 선물했다. 이제 깨어있는 소비자는 게걸스러운 탐욕이 아니라 좋은 뜻에서 만들어진 제대로운 제품을 만끽하는 것이 진정한 소비임을 안다. 기업이 나아갈 바를 정확하게 제시한 책, 오랜만에 경제경영서를 읽는 보람을 느끼게 한 책이다.

 

 

 -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로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70호)

경제경영 전문가 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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