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책읽기"때문에 바쁜 내가 몸이 아프고 나서는 책읽기도 스터디도 모든 걸 놔버렸다.
시간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습관처럼..또는 많이 남는 시간때문에 다시 책을 잡지만 책은 읽히지 않는다.
내 상태를 고려해 내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쉽게 읽히는 음식에 관한 책들.
우리가 흔히 먹는 길거리 음식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 요리사가 쓴 음식에 관한 글들,
스님이 쓰신 사찰음식, 팔도를 돌아다닌 한 남자가 쓴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에 관한 글.
그 어느책도 읽히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누워서 멍때리기를 하기 일쑤...
이 와중에 이사를 하게 되어 우리집 책장의 책들을 과감히 정리하게 되었다.
대학때 봤던 철학책,소설책,사회과학책,여성에 관한 책들은 과감히 버리고,
다시는 읽지 않을 것 같은 추리소설이나 기타등등의 책들을 지인에게 주고..
이 과정에서 내 책꽂이에 있었으나 한동안 들춰보지 않았던 책들을 들춰보면서
내 마음에 들어오게 된 책들이 있다.
윤구병 선생님의 <잡초는 없다>
허병섭,이정진 선생님의 <넘치는 생명세상 이야기>
박이문 선생님의 산문집 <길>
어쩜, 마흔을 넘는 고개가 이리 가파른 것은 나로 하여금
되돌아 보고, 추스려보고, 생각해보라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무언가 내 마음이,내 사고가, 내 행동이 삐딱선을 타고 있었는지도..
그래서...
이번 가을에는 나를 찬찬히 돌아보려 한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에서 신간만을 주구장창 읽어오던 내가
책냄새가 물씬나고, 낱장의 색깔이 누렇게 변해가는
그리고 자신의 삶을 그냥 성실하게 살아갔던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책은 이런 것인가보다.
때론 친구처럼, 때론 어르신처럼... 그렇게 책은 내 삶을 이끌어준다.
그래서 난 책이 참 좋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