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인 큰 딸에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나이에 비해 성장이 빠른 아이라 생각은 했었는데 당황스러웠다.
먼저, 엄마에게 일기보여주길 거부한다.
몰래 살짝 봤는데 별 내용은 없다.
근데 한사코 숨긴다.
두번째로는 감정이 급격히 변화할때가 있다.
예를 들면, 잘 놀다가 갑자기 이불을 뒤집어쓰고 눕는다.
나중에 물어보니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르겠단다.
딸들과 함께 토욜은 도서관 데이트를 하고 있다.
시간을 정해서 각자의 열람실에서 책을 본 뒤에 만나고, 산책삼아 걸어서 집으로 오는길에
맛있는, 멋진 집에 가서 식사를 하는 일정이다.
지난 토욜에는 대학때 이후 첨으로 서가에서 수첩을 꺼내 메모를 하며 책을 보았다.
한동안 손에서 놓았던 자녀교육서를 뒤적인다.
키워드는 <사춘기>
*이제 아이의 손을 놓을 용기가 필요하다.
*흔쾌히 "yes"라고 말하지 않으며 "no"인 것이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결론적으로 사춘기 부모의 자세는
"아이의 눈치를 잘 살피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며,
부모의 권위를 잃지 않는 것"
윽..이런 빌어먹을 바른 소리들...
다 때려 치우고 하나만 마음속에 깊게 깊게 새겨놓았다.
<사춘기는 '육아기'가 아니라 '아이와의 교제기'이다>
맞다..
딸아이를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어른들과 동일하게 대하려 한다면
여러가지 해방구가 보이는 듯 하다.
그리고...
힘들지만 잘~~ 실천하고 있다.
문자중독인지 책중독인지..
쉬지 않고 보아대던 책들을 슬며시 손에서 놓았다.
나들이 갈때도 챙겨넣던 책도 고민끝에 놔두고 나들이를 갔다.
그랬더니....
딸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엄마와 함께 뛰어놀며 환하게 웃는 딸아이가...
책을 좀 멀리 하니 마음도 덜 조급하다.
덜 바쁘다.
빨리 하고 책봐야지..늘 바쁘던 마음이 느긋하게 흘러간다.
큰딸도 보이고, 작은 딸도 보이고...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지난번 놀이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는 내게 딸들이 한 말.
"엄마..책 너무 많이 보면 바보 된대이~~"
"맞다..책만 보는 바보.라는 책도 있잖아."
"진짜. 언니야..조기 조기 책만 보는 바보 있다~"
윽...이덕무와 벗들의 이야기-책만 보는 바보가 울집에서 수난을 당한다.
책만 보는 엄마땜에..
책을 손에서 놓으니 작은 딸에게 동화책도 읽어주게 된다.
빨리 자라 윽박지르고 내 책 볼려던 욕심많은 엄마였던 내가
이제 느긋한 맘으로 딸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딸들이 좀 더 커서 나의 시간이 많아질때,
그 때까지 책을 조금은 놓아야 겠다.
책 대신 딸들의 마음을 읽도록 말이다.
큰 딸의 사춘기를 맞아 내가 또 큰다.
더 어른이 되는 것 같다.
엄마가 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