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을 읽으면서 내심 다음 주자는 신이현님의 책을 맘에
두고 있었다.
근데 웬걸 파리의 고서점을 다 읽는 순간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도 읽고 싶은 거다.^^
두 책을 다 책꽂이에서 뽑아와서 방바닥에 나란히 놓았다.
목차도 보고,책 안의 사진도 휘리릭 보고, 활자체랑 여러가지 기타등등을 보면서
어느것을 먼저 읽을까 고민을 하는데 마음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건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차원의 문제이니까.^^
결국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알아~ 맞춰 봅~시다. 띠!~따!~뽕!"
옆에서 TV보고 있던 초2 큰 딸,
"엄마~뭐해??"
"응..이 책 둘다 보고 싶은데 두개를 동시에 보진 못하쟎아.그래서 어느 책을 먼저
볼건지 정하고 있는거야."
"엄마.그렇게 유치한 방법으로 책을 고르는거야?"
"아니..둘다 너무너무 보고 싶은데 하나만 봐야 하니까...."
...............................................
계속 고민하고 책을 들었다 놨다 하는 나를 곁눈으로 슬슬 감시하고 있던 딸.
일단 둘다 조금 읽어보기로 마음을 정하고 "책마을"을 먼저 읽기 시작했다.
한창 읽고 있는데 슬그머니 내 옆으로 다가온 딸..
"(진지하게) 엄마....엄마는 항상 그렇게 유치한 방법으로 읽을 책을 고르는거야?"
힉~~!!
"아니...그냥 둘다 읽고 싶은데 어쩔수 없으니까 장난으로 그런거지...ㅎㅎㅎ"
결국 딸에게 유치한 방법으로 책을 고르는 엄마라는 핀잔까지 들어가며
책 선정에 고민하던 나..
결국 이 밤에 내가 읽고 있는 책은 "에펠탑이 없는 파리"이다.
(책마을은 읽으면서 깜빡 잠이 들었다는..^^*)
'에펠탑이 없는 파리'는 출간되자마자 찜을 해놓은 책이다.
신이현님이 쓰신 '알자스'를 너무 너무 아껴가며 읽었던 독자로서
파리에서 사는 작가가 쓴 파리이야기는 여느 여행 서적과 다르리라 확신했었다.
책은 참 묘하다.
독자를 잡아 끄는 여러가지 매력들이 있다.
그게 어떤때는 분위기이기도 하고,
작가의 관점이기도 하고,
또 글을 풀어나가는 전개방식이나 문체에 있기도 하다.
이 중 어느것이 그때의 나와 맞아 떨어지면 책은 '읽혀진다.'
달리는 열차에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 있다.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주는 책을 나는 '읽혀진다'고 표현한다.
지금 읽고 있는 신이현님의 책중 이런 글이 있었다.
"현대인은 아침에 부랴부랴 일어나서 직장으로 가고 밤늦게 퇴근해와서 자고,
주말이면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냉장고를 채워놓고,
그리고 그 냉장고를 비우면서 또 일주일을 보낸다."
지겹고 지루한 일상의 반복.
사는게 참으로 지겹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이런 일상의 반복을 버텨낼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내게는 책이다.
그래서 난 책이 참 좋다.
하루 일을 대충 끝내고 스탠드 켜고 조용히 책보는 그 시간이 참 행복하다.
심심할 틈이 없다.
세상엔 읽을 책들이 참 많으니까...
근데 내 딸들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 하다.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들이 많은가보다.
내게 조그만 꿈이 있다면 주말 뒹굴뒹굴하면서 딸들과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읽는게 너무 재미있어서 밥도 시켜먹고 또 읽은 책에 대해 서로 얘기도 해주고,
서로 커피 타오라고 심부름도 시키고..
좋은 구절이 나오면 "들어봐봐~~"하면서 소리내어 읽어주고 감탄해주고..
그런 책요일 말이다.
"마미야 형제"와 같은 그런 삶을 우리 딸들과 함께 하기를 꿈꾼다.
나의 소중한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