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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편집장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책의 방대한 내용(편집장으로 보낸 저자의 역사)과 조금은 낯선 미디어의 세계, 두께로 인해 조금 부담스러운 책이었지만, 재미있게 글을 쓰는 능력과 독자를 흡입하는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나 또한 짧은 시간에 책을 1독 하였고 많은 깨달음과 가르침을 받았다.
편집자에 동그라미 하나 그리면 편집장이다. “편집하는 사람들의 우두머리로서 편집업무 전체를 관할하는 사람.” 동그라미 하나의 차이는 무섭다. 추재에서 사진까지 최종결정권을 쥔 두목이라는 뜻이다. 끝없이 결정하고 승인한다.(p17)
가장 멋진 편집장은 자기 멋대로 하는 편집장이다. 멋대로 하는데, 결과가 멋지게 나오는 편집장이다. 멋대로 하는데, 그게 독선으로 보이지 않는 편집장이다.(p22)
동그라미 하나 차이로 책임과 권한을 가진 편집장으로 저자는 멋진 편집장이 되려고 노력했고 편진 편집장의 모습으로 굿바이…
다음에 정리된 목차 순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독자의 얘기에 빠진다.
PART 1 토요판의 탄생
“이건 신문이 아니다” _ 우려를 우려먹기그놈의 스트레이트 _ 파일명 ; 우려의 결정판백지냐 괴물이냐 _ 잡종 탄생 전야미스터리, 히스토리, 휴먼스토리 _ 1면, 사람이 뉴스다두려움의 끝, 새 DNA _ 거대한 반전과 환대그깟 돌고래 이야기 _ 어색한가? 제돌이의 운명제돌이를 탈출시키다 _ 돌고래의 자유가 의미하는 것?에디터란 무엇인가_편집자? 부장? 편집장?
PART 2 기획은 별이다
그것은 귀찮은 일거리다 _ 기획 본능에 관하여영감자, 영감기 _ 자극을 주는 사람과 시간아이디어에 관한 아이디어 _ 가뭄 속 단비를 부르는 실마리언제 차나 한잔? 제기랄 _ 기획자의 기초촉이란 무엇인가 _ 나의 역사, 나의 관계접근하는 법 _ 기획하는 자의 각도그럼에도 불구하고 _ 후회가 아닌 자부심을 위하여
PART 3 재미와 충격
세기말, 괴상한 장르의 탄생 _ 쾌도난담 1. 김규항과 김어준의 만남“니 입장은 뭐야?” _ 쾌도난담 2. 웃기는 질문의 역사적 가치김훈이 말했다. “김훈, 너 집에 가라” _ 쾌도난담 3. 〈시사저널〉 편집국장 사표 사건희극… 동시에 비극 _ 쌍욕의 추억, 직설 사태어느 역사학자의 역사 칼럼의 역사 _ 한홍구, 파워라이터의 탄생
PART 4 메뉴판의 비밀
“뭐 그냥 어쩌다 보니” 너머 _ 나는 어떻게 메뉴판을 짰나민망합니다, 일간신문 역사상 최… _ 나의 토요판 연재물 10재미냐, 정의냐 _ 토요판 커버스토리 10방울토마토를 꺼내오는 느낌 _ 나의 잽, 뉴스룸 토크470만 원은 언감생심 _ 망한 기획, 자서전 스쿨?어떤 필자 1, 2 이야기_“당신은 안 착해서 매력적이야”?모두의 안목을 위하여_좋은 필자 알아보는 법 10
PART 5 내가 만난 편집장
“포착하지 못하면 독수리는 사냥을 못하는 거야” _ 오귀환“기사 잘 쓰는 에디터보다 예의 바른 청년을 더 좋아한다” _ 이충걸“난 너무 보편적이라서 안 돼, 스스로에게 주술을 걸었지” _ 김종구프라다를 입은 악마는 지나간 시대의 리더십 _ 김도훈?편집장 위의 사주, 장기영과 한창기_“멋대가리가 없다, 우리가 선수를 치자”
PART 6 무서워, 찌질해
질투와 복수, 편집된 죽음 _ 편집자와 필자의 관계를 생각하며독자를 찾아간 연쇄살인마 _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원고료, 짠 내가 납니다 _ 600원에서 10만 원까지기수 정리라굽쇼? _ 멋진 기억, 후진 기억폭력의 역사 _ 남성 시대, 여성 시대“개새끼들” _ 인사철의 비명편집장 스트레스 3, 2, 1 _ 마감에서 편집권까지
PART 1 토요판의 탄생
토요판의 PPT 자료는 현실성이 없고 막연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지금 나오는 우려는 나중의 우려를 불식시켜줄 약이다. 복잡한 사전검토 절차는 사후 실수를 줄여줄 수 있다.(p32)
토요판 기본 개념 – 스트레이트 뉴스를 포함하면서도 기존의 토요 신문을 대체하는 신개념 주말 페이페. 스토리가 있는 주말(p39)
토요판은 시사가 아닌가? 고개가 끄떡여지지 않았다.(p42)
토요판의 PPT 자료는 추상적인 부분이 많으니 불길하 예단이 나올 만했다.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여 했다.(p43) SMART
백지거나 괴물이거나(p45)
내가 만들려는 토요판 1면은 긴 호흡의 기사와 당일의 스트레이트 뉴스가 기묘하게 동거하는 하이브리드였다. 다르게 말하면 잡종이었다.(p48)
토요판은 묵직한 시사 콘텐츠로 중심을 잡고 승부해야 한다는 데 나의 굳은 신념이었다.(p51)
1면, 사람이 뉴스다.
그 곳엔 늘 사람이 있다.
사람이 뉴스다. 뉴스가 사람이다.p(53)
왜 사람인가. 맨 앞에서 썻듯이, 사람이야말로 뉴스이기 때문이다. 그냥 뉴스가 아니라 가장 생동감 있는 뉴스이기 때문이다. (p57)
역사가 히스토리라면 미래는 미스터리라고 정의한 적이 있다. 미래는 모른다. 비밀을 품은 내일이다. 그래서 과거라는 거울을 본다.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가 히스토리라는 얘기다. 그 히스토리의 심장부에서 불꽃을 일으키는 존재는 당연히 사람이다.(p58)
독일의 전통 있는 고급 주간신문의 1면에서 영감을 얻었다.(p61)
집을 하나 지으면 10년은 폭삭 늙었다.
매체를 건축하는 일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식간에 늙어버린 느낌이 든다.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며 이를 갈게된다. 그럼에도 당사자는 뭔가 배운다. 성장하다. 더구나 멋진 집이 지어지면 훌륭한 보상이 된다.(p65)
토요판은 한겨레만의 고유한 DNA 지도를 가진 신문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p74)
토요판 DNA의 핵심은 스토리페이퍼였다.(p75)
성공적인 작품을 출시했다는 평판이 지배적이었다. 달콤한 평가에 취해선 안 되었다. 더 긴장해야 했다.(p76)
돌고래가 1면 머리를 꿰차는데 모자람이 없다. 첫째, 참신하고 재밌었기 때문, 둘째, 차별성이 있었기 때문, 셋째, 깊이를 갖췄기 때문이다.(p82)
익숙함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변화는 어색함에서 출발하는 법이다. 어색함을 견디고 포용하는 열린 자세가 혁신을 부른다.(p88)
동물의 비극적 처지를 비판하고 폭로한 이 기사는, 자유를 쟁취하는 해피엔드로 승화되었다.(p98)
PART 2 기획은 별이다
기획에 대한 관점과 방법론이다. 예전의 기획들을 되돌아보며 나를 움직이게 한 근거를 찾고 의미를 부여했다. 개똥철학이라 해도 좋다.(p6)
기획이란 본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가 있어야 살아남는다.(p116)
기획이란 귀찮은 일거리다.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완성하는 여정이다.(p117)
영감자란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p119)
영감기는 집중적으로 영감을 얻는 시기다.(p121)
새로운 아이디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것을 느끼는 새로운 방식이 있을 뿐이다.(p127)
잊고 있던 걸 환기하고, 조합하고 추론하고 깨닫고, 그 것들을 새롭게 시도해보는 게 아이디어다.(p128)
아이디어를 잘 떠올리는 법이라며 감히 몇가지 적어놓았다. 그 중 세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옛날 신문으로 보라. 둘째, 전문지를 보라. 셋째,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라.(p129)
꽂히면 즉각 한다. 자기 직관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p134)
연재를 성사시킨 최고의 힘은 머뭇거림 없는 시도였다.
“차 한잔해요. 언제가 좋으세요”라고 기다리지 말고 물어야 한다.(p135)
“내 기획 기법은 단 한 가지다. ‘일단 해본다. 전화한다. 되도록 만나서 이야기한다.’”(p137)
“촉이 발달했다”는 말은 직관이나 감각이 뛰어나다는 의미라고 한다.
유능한 편집장은 곧 촉이 좋은 편집장이다. 다른 말로 하면 기획의 감, 곧 기획력이다.
추상력은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압축하는 것이고 상상력은 작은 것으로부터 큰 것을 읽어내는 것이다.(p139)
상상력은 ‘지적 눈치’ 또는 ‘확장력’이다.(p140)
촉은 개인의 정체성과 관계가 깊다.(p141)
글은 쉽게 써야하고, 어떤 글이건 알단은 재밌어야 한다.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p142)
각도를 틀어서 다가가기, 그것은 기획이다.(p149)
하고 나서 후회하면, 그 후회는 짧고 상쾌하다. 안 하고 후회하면, 그 후회는 가늘고 길게 찜찜하다.(p151)
직진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p152)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기대중심을 잡아왔다. ‘하던 대로’보다, 모험을 하더라도 ‘하지 않던 대로’ 하려고 했고, 그렇게 하여 새 길을 트는 일에 보람과 재미와 자부심을 느껴왔다. (p157)
PART 3 재미와 충격
몇 가지 특별하 기획물의 역사다. ’쾌도난담’, ‘직설’ 그리고 ‘한홍구의 역사 이야기’.(p6)
쾌도난담. 쾌도는 잘 드는 칼이다. 난담은 어지럽되 자유로운 말이다.(p168)
엄근지(엄숙, 근엄, 진지)의 문화가 가장 강력한 주류(p171)
가볍게 읽으면서 핵심을 건드리는 재미가 있었다.(p177)
매체를 만드는 이들에게 문법파괴에 관한 어떤 영감의 실마리를 제공했다.(p178)
쾌도난담은 처음부터 탁 트인 대화를 지향했다.(p186)
직설이 받은 돌팔매도 희극이었다. 동시에 비극이었다. 우격다짐과 조리돌림이라는 두 단어가 떠오른다.(p205)
어떤 화제를 올려놓아도 탄탄한 지식과 논리를 드러냈다.(p211)
팩트부자. 그 팩트들은 유기농산물처럼 신선했다.(p212)
관점과 기주도 뚜렷했다.(p214)
PART 4 메뉴판의 비밀
편집장으로 가장 최신의 기획거리다.
토요판 커버스토리와 외부 필자의 연재물을 펼쳤다.(p6)
정말 어쩌다 보니 때로는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은 연재물을 기회하고 유치하게 되었다.(p225)
외부 필자의 매력적인 고정 연재물은 매체의 브랜드 가치를 괴사하고 독자들의 이탈을 막아줄 무기였다.(p226)
끈질김이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었다.(p267)
흡인력은 분량의 한계를 뛰어넘기도 한다,(p269)
고생 많으셨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한 해의 세상살이를 우직하게 견뎌낸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심심한 인사였다.(p281)
망하는 경험도 소중한 자산이라고 한다. 나는 망해서 무엇을 배웠는가. 망하지 말아야겠다는 걸 배웠다. 망하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배웠다.(p310)
안 착해도 좋다 멋진 글만 써다오.(p317)
좋은 필자 알아 보는 법 10.(p322~325) = 좋은 필자가 되는 법이다.
PART 5 내가 만난 편집장
오귀환 – 능력과 인품을 겸비한 선배.
천상천하 유야독존으로 비칠 여지도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멋진 기획들을 해내면서 오만함의 정당성을 증명했던 것 같다.(p332)
기획력을 위해선 통찰력고 상상력이 있어야 해. 통찰력은 뭐하나 나오면 그것이 가진 의미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뻗어나가게 하는 힘이야. 상상력은 그와 함께 움직일 것들을 보는 힘이야.(p339)
모든 기자들이 자기 기사뿐 아니라 남의 기사를 다 읽어. 다 읽지 않으면 대회가 안 돼.(p341)
기자와 편집장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은 뭐죠? 전체를 보는 눈이지. 흐름을 읽는 눈이고 좀 더 멀리 본질을 꿰뚫어야 해. 어떤 사건과 현상 뒤에 있는 더 큰걸 포착해야 하는 거야. 그게 젤 중요하지. 포착하지 못하면 독수리는 사냥을 못하는 거야.(p341)
신문이건 잡지건, 전혀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이건 결국 사람이 하고 사람의 통찰력이 판가름하는 일이다.(p344)
이충걸
자존심을 잃으면 용역이 된다.(p347)
리더는 나쁜 결정도 빠르게 내려야 한다.(p348)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람이 더 훌륭하다. 박애(p352)
글과 사진이 아무리 훌륭해도 디자인이 못 미치면 모든 게 후지다.(p353)
글 잘 못쓰더라도 태도가 좋으면 향상시킬 수 있다.(p356)
김종구
본인의 보편성이 편집장으로 약점임을 간파했다.(p366)
편집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뭐죠? 콘텐츠에 대한 끈임 없는 호기심과 열정(p373)
김도훈
사람과 사물에 대한 취향과 호오, 자기 주장이 분명했다.(p377)
편집장의 중요한 자질 중의 하나는 ‘사람’을 잘 쓰는 일이다. (p378)
글을 잘 쓰는 기준은 무엇인가. 흡인력인 거 같다. 첫 문장을 읽자마자 순식간에 마지막 문장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p381)
일은 잘하는 데 싸가지가 없는 후배가 좋은 것 같다. 아무래도, 일 잘하는 것은 중요한 기본이니까.(p382)
장기영, 한창기(사주, 발행인)
경영이 어려워도 사람을 쓰는데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p391)
장기영의 형태적 특징 – 듣는다(경청행위). 묻는다(지식욕). 발로 뛴다(현장주의). 되묻는다(확인). 읽는다(다독가). 말과 글을 활용한다(언어 조탁). 마주본다(면대면 커뮤니케이션.(p394)
신문과 잡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시대를 앞서가는 콘텐츠의 참맛과 참멋을 알게 해준 독보적인 발행인.(p396)
PART 6 무서워, 찌질해
거칠다. 피튀긴다. 살인과 욕, 돈거래와 뒷담화가 활개친다. 편집장의 뒤안길이다.(p6)
훌륭한 필자에게 질투심보다는 뿌듯함과 경외심을 느꼈다.(p404)
인사가 만사다.(p435)
인사요구는 이기적이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양보해야 할 때가 많다.(p437)
마감은 단 한번도 스트레스가 아닌 적이 없다.
마감불패.
마감은 마감이 한다.(p443)
에필로그
종이가 죽음을 맞이할지 정말 궁금하다.
천지가 제아무리 개벽해도 정보와 뉴스와 이야기는 중요할 것이다.(p453)
맞닥뜨린 문제마다 주인의식으로 결정하고 판단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인생의 편집을 책임지는 편집장이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찍는 점 하나로 지구 별은 멋지게 돌아간다. 오늘도 새로운 태양은 뜬다. 나도 늘 새로운 일과 마주치고 싶지만… 몰려드는 두려움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