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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는 날 ㅣ 물구나무 세상보기
사라 룬드베리 지음, 이유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9월
평점 :

복잡한 인파 속 아이에게 몸을 숙여 눈을 맞추며 손을 잡아주고 있는 어른의 모습.
아마도 엄마와 아이 같은 이 두 사람은 무엇을 잊어버리는 걸까요?
그림책 <잊어버리는 날>은 두 사람의 오고 가는 눈빛과 맞잡은 손만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표지로 마음을 사로잡는데요.
잊어버리는 날은 무슨 날인지,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 날인지 지금부터 두 사람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토요일 늦은 아침 노아의 다디단 늦잠을 방해하는 엄마의 한 마디 "일어나."
노아는 그렇게 집에서 조용히 보내고 싶은 주말 아침을 잃어버리게 되는데요.
엄마는 오늘이 반 친구 알마의 생일이라며 어서 선물을 마련해 늦지 않게 파티에 가자고 해요.
친하지도 않은 친구의 생일 파티 참석이 별로 내키지 않은 노아는 서두르는 엄마를 따라 느릿느릿 겨우 집을 나서지요.

시내에서 알마의 선물을 사느라 가게 이곳저곳을 다니다 노아의 재킷을, 노아가 아끼는 모자를 그리고 마지막에는 알마를 위해 산 작은 왕관마저 잃어버립니다.
게다가 막상 알마의 집에 가 보니 알마의 생일은 오늘이 아니라 다음 주인 것을 알게 되는데요.
엄마의 착각으로 시작된 주말 아침의 소동은 과연 어떻게 끝이 날까요? ^^;

엄마와 아이는 날짜를 헤매고, 시간을 헤매고, 장소를 헤맵니다.
어딘가에 두고 온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찾으려고 말이지요.
다행히 때로는 되찾고, 때로는 돌아오지 않은 채 누군가에게로 흘러가는데요.
그럼에도 두 사람이 끝까지 잃어버리지 않고, 잊어버리지 않은 것이 있더군요.
그것은 바로 헤매는 그 모든 순간에 함께 있던 서로.
하루종일 아이를 데리고 동분서주하며 애썼던 엄마가 집에 돌아와 소파에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긴장이 풀려 어느새 그대로 잠이 든 모습과 그 옆에서 조용히 블럭을 쌓으며 자신만의 고요하고 편안한 시간을 비로소 즐기는 아이의 모습에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아 편안하고 안심이 되었지요.
노아와 엄마처럼 우리도 살아가며 잃어버리고, 잊어버려서 헤매고 힘든 날이 있을 거예요.
그래도 그 하루의 끝엔 잃어버린 선물 대신 선물 같은 휴식이, 힘든 시간 함께 한 서로가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그림책 <잊어버리는 날>
참, 노아가 잃어버린 작은 왕관은 홀로 험난한 여행을 계속 하는데요.
이 작은 왕관 역시 마지막에 꼭 있어야 할 곳에 도착해 함께 할 이들과 편히 잠드는 모습에 한번 더 따스한 여정의 끝을 경험하게 해줘요.
그래서인지 문득 내가 잃어버린 어떤 것이 어딘가에 잘 있을 거라는 어떤 믿음이 생겨 이제 그런 걱정은 잊어도 되겠다 싶어지네요.
우리도 노아와 엄마처럼 잊어버려도 되는 날은 잊어버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소중히 붙잡고 살아가기로 해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