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옥상 바닷가 - 1992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
페이스 링골드 지음, 조은 옮김 / 딸기책방 / 2022년 6월
평점 :

옥상에 올라가 밤하늘을 올려다 본 적이 있나요?
하늘은 여전히 멀리 있지만 검푸른 밤하늘 위로 흐르는 별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 같은데요.
아직 그 바다를 못 보셨다면 여기 <옥상 바닷가>로 올라오세요.
옥상 바닷가에서 바라보게 될 풍경은 분명 우리가 알던 바닷가와는 전혀 다를 테니 기대해도 좋습니다. ^^

가난과 차별 그리고 불평등한 어른들의 세계를 여덟 살의 캐시는 어리지만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힘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나이도 어린 캐시에게는 대신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요.
바로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 상상의 힘이 바로 그것이지요.

할아버지가 조합원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아무리 성실히 일해도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아빠에겐 조합원 건물을, 매일 고생하는 엄마에게는 웃음과 휴식을, 그리고 자신과 동생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선물로 줄 수 있는 상상의 비행이 펼쳐지는 옥상 바닷가.
캐시는 상상을 통해 그 모든 제한과 불평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에서, 어른이 되어서는 작품의 세계에서 작가님은 계속 자신으로 존재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그리고 그런 자신의 선조와 여전히 보이지 않는 한계와 억압으로 가득한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방식으로 계속 기록해 나가는 삶을 살아가는 거겠지요.

책의 말미에는 이 그림책의 출발점이 된 실제 작품이 사진으로 담겨 있는데요.
이야기가 이어지고 이어지듯, 한 세대에서 한 세대로 넘어가듯 천 조각과 천 조각이 연결된 모습이 서로 다른 문양과 무늬를 갖고 있지만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이것들을 고개를 숙이고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작업하는 작가님의 모습이 어쩌면 기도하는 자의 모습처럼 보였을 것 같기도 하네요.

이 그림책은 작가 체이스 링골드의 미술작품에서 출발해 한 권의 그림책의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왔는데요.
두 작품의 연결고리를 찾아 보고 서로 비교해 보는 즐거움도 있네요.
위쪽과 아랫쪽에 프레임처럼 자리한 하나하나의 패치워크의 다양한 무늬를 일일이 들여다 보고 있으면 그만큼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 보고 또 보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지요.
어쩌면 그만큼 수많은 꿈과 희망을 잇고 또 이으면서 현실의 한계를 넘고 또 넘어 보려는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잊지 않기 위해, 잊히지 않도록 어떤 이야기는 계속 되어야 하는데 퀼트라는 전통방식으로 조각에서 조각으로 이어지는 연결과 연대의 힘이 보는 우리를 이어주는 것 같네요.
상상의 힘만 있으면 누구나 날 수 있는 옥상 바닷가에서 별빛 가득한 밤하늘에 풍덩 빠져 원하는 곳 어디로든 마음껏 헤엄쳐 보세요.
어쩌면 우리는 그 빛나는 자유의 공간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우리 서로 손을 흔들어 주기로 해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