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고 빛을 비추면 - 빛을 비추며 보는 별자리 그림책 똑똑한 책꽂이 31
아이네 베스타드 지음, 김정하 옮김 / 키다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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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계절보다도 밤이 좋은 계절은 여름이 아닌가 싶은데요. (물론 모기는 논외로 하고요. ^^;)

낮의 더위에 시달리다 지친 모두에게 휴식 같은 밤이기에 그렇지요.

그 어느 때보다 시원하고 맑고 밝고 환한 밤이 좋아지고 기다려지는 이 여름을 더 설레고 신비롭게 만들어 줄 그림책 <창문을 열고 빛을 비추면>

'창문을 열고 빛을 비추면' 세계 여러 곳의 밤 하늘을 반짝이게 하는 별자리를 볼 수 있는 그림책이랍니다.

자, 손전등 모두 챙기셨죠? 그럼 별 보러 가볼까요! (BGM '별 보러 가자') ^^



그 옛날 사람들은 닿을 수 없는 하늘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별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올려다 보며 수많은 상상을 하고, 이야기를 하고 마침내 이름을 붙여주었답니다.

그 중 사람들처럼 무리지어 나타나는 별들의 모임을 '별자리'라고 하는데요.

움직이는 우주, 움직이는 지구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별과 별자리들을 볼 수 있지요.

그리고 우리는 이 책을 보며 그 수많은 별과 별자리 중에서 8개 나라의 밤하늘에 뜨는 8개의 빛나는 별자리를 만나게 될 거예요.

저는 마치 다른 나라 친구 집에 놀러가거나 초대 받아 한밤중에 창문을 열고 친구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함께 보는 기분이라 무척 설레고 두근거렸답니다. ^^



우리를 맞이해주는 첫 밤하늘은 이웃 나라 일본.

방을 채우고 있는 다양한 일본풍의 장식물과 가구들이 낯설고 신기해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바빠지네요.

친구와 이불 위에서 뒹굴다 친구가 수수께끼 같은 문제를 냅니다.

'숲에서 사는 동물인데 겨울잠을 자고, 몸집이 크고 무겁지만 귀엽게 생겼어.'

어떤 동물인지 대충 감이 오시죠? ^^



자, 답은 창문을 열고 불빛을 비춰야 밤하늘에 나타나는데요.

눈송이의 결정 같은 별 하나 하나가 불빛을 비추는 순간 커다랗고 귀여운 곰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같이 보던 아이들 입에서 '와!'하는 탄성이 흘러나오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밤하늘이 감추고 있던 수수께끼 같은 비밀이 반짝하고 불을 켜 선물을 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렇다면 정말 아름답게 반짝이는 신비로운 마법 같은 선물이겠군요. ^^


짙은 군청색의 밤이라는 공간에 오로지 하얀 눈같이 반짝이는 별만이 존재합니다.

그렇게 빛과 어둠이라는 둘만의 세상에 초대되어 함께하는 몰입감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는데요.

재잘재잘 떠들다가도 별의 등장에 한순간 한 마음으로 그 반짝이는 존재를 받아들이는 기분 좋은 일체감도 느낄 수 있었어요.

땅 위의 작은 별 무리가 우주 공간에 뜬 별들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더군요.



일본의 밤하늘에 뜬 큰곰자리를 시작으로 모로코, 멕시코, 몽골, 폴란드, 케냐, 인도, 뉴질랜드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뜨는 다양한 별자리를 만날 수 있는데요.

여러 문화권에 속한 각각의 공간이 갖는 독특한 분위기에 둘러 싸여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별을 찾는 시간을 한 번 상상해 보세요.

설레는 마음으로 창문을 열면 반짝하고 나타나는 별이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시간이 될 거예요.

처음 창문을 열었을 때는 보이지 않지만 빛을 비추는 순간 바로 '나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별들의 속삭임에 귀기울여 우주의 이야기를 듣는 멋진 시간이기도 할 테고요.

'창문을 열고 빛을 비추면' 별빛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반짝이는 그 별빛이 당신 눈동자에 담기면 좋겠네요.

그리고 그 빛을 담은 눈동자로 세상을 비추며 당신만의 별자리를 만들어 가시기를 바라봅니다. ^^

( + 작은 손전등이나 휴대폰 불빛으로 비추면 별 하나 하나를 따라가며 감상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좀 큰 손전등은 드라마틱하게 별자리가 한 번에 나타나 아이들 반응이 한 번에 터진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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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피그 차모와 뭉치들 웅진 세계그림책 223
나카야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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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는 언제 고양이 동생이 생겨요?"

저희 집 아이들이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 가족을 맞이하고 싶어서 그림책을 보다가도, 지나가는 동물 친구들을 보다가도 종종 저에게 던지는 질문인데요.

그림책 <기니피그 차모와 뭉치들>을 보고 나면 기니피그 동생도 가족으로 맞이하고 싶다고 할 것만 같네요.

아이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까만 크레파스>와 <채소 학교> 시리즈 그리고 <도토리 마을>과 <누에콩> 시리즈의 나카야 미와 작가님의 새로운 그림책이기도 해서 더 기대가 큰 <기니피그 차모와 뭉치들>

귀엽고 사랑스러움은 언제나 기본으로 장착한 친구들을 소개해 주는 작가님이다 보니 새로 만날 기니피그 친구들을 그저 빨리 만나 보고 싶네요. ^^



앞면지를 펼치면 등장하는 기니피그 친구들.

세상에나 기니피그 종류가 이렇게나 많은지 처음 알았다지요. ^^

우선 주인공 차모는 겁이 아주 많은 사내아이로 홍당무를 좋아하는 텍셀 종이랍니다.

긴 털이 자랑거리인 페루, 밝고 명랑한 솜털이, 활발한 까망이, 얌전한 하양이, 고집이 센 로제, 천방지축 꼬불이까지 모두 7마리의 기니피그 친구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무지개 공원' 안에 있는 작은 동물원에 사는 기니피그 친구들은 어린 친구들의 관심을 듬뿍 받는 인기쟁이들이에요.

사육사가 집에서 '기니 동산'까지 다리를 연결하면 기니피그들은 다리를 건너 '기니 동산'에서 재미있게 논답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차모'는 겁이 나 도저히 다리를 건너지 못하는데요.

걱정하는 차모를 보며 어이 없어 깔깔 웃는 친구들 때문에 차모는 기분이 나쁘고 겁이 많은 자신이 싫어지기까지 하지요.

용감해지고 싶은 마음에 낮잠도 오지 않는 차모를 누군가 부릅니다.

바로 차모한테서 빠진 털들이 뭉쳐 생겨난 '뭉치들'

'뭉치들'은 차모에게 용감해지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겁이 싹 달아나게 해줄 테니 따라오라고 해요.

집 밖은 위험하다는 차모의 말에 아랑곳 않고 통통 튀어 점점 멀어져 가는 뭉치들을 차모는 엉겁결에 따라갑니다.



그러다 뭉치들을 놓치고 차모는 미로 같이 복잡한 길을 만나기도 하고, 꿀을 훔치러 온 줄 아는 꿀벌들에게 쫓기기도 하는 위기를 맞지요.

자, 과연 차모는 뭉치들을 무사히 만나서 용감해질 수 있을까요?

겁쟁이 차모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보다가 미로가 나오자 아이들 눈이 반짝!

역시 아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잘 아는 작가님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그리고 돕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고 계신 점도요.

차모를 도와 미로를 탈출하고선 뿌듯하고 스스로 대견한 마음이 아이들 눈에 반호를 그립니다.

매일이 도전인 아이들에게는 이런 긍정의 순간들이 마음을 튼튼하게 해줄 것 같네요.

차모 같은 친구들의 입장을 헤야려 볼 수 있는 생각과 마음의 넓이와 깊이가 자라는 기회가 되기도 할 거예요.

도전 앞에 망설이는 마음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우리에게는 그 마음을 품고서도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는 그림책 <기니피그 차모와 뭉치들>

마지막 뒷면지에는 기니피그가 생소한 친구들에게 기니피그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기니피그 강좌'로 마무리했는데요.

정말 아이들과 기니피그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이 꽉꽉 들어 있는 게 느껴집니다.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차모와 뭉치들처럼 몽글몽글하고 다정한 작가님의 응원을 떠올리게 될 거예요.

그나저나 저희 집에 기니피그 동생을 꼭 데려와 달라는 애원의 눈빛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머지 않아 식구가 늘어날 것 같은 것은 그저 기분 탓이겠죠?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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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락부락 삼 형제의 수영장 나들이
비에른 뢰르비크 지음, 그뤼 모우르순 그림, 김세실 옮김 / 오늘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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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숨이 막힐 것 같은 이 여름, 시원한 물이 있는 계곡, 바다 그리고 수영장이 떠오르는 매일인데요.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 휴가 떠날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 어른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줄 그림책 <우락부락 삼 형제의 수영장 나들이>를 발견!

동물 친구들 모두 수영장에서 즐거운 물놀이를 하며 어서 우리에게 오라고 손짓하는 표지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그럼 지금부터 우락부락 삼 형제와 함께 수영장으로 입장하실래요? ^^



오늘의 주인공 우락부락 염소 삼 형제.

셋 다 이름이 우락부락이라는데 누군가 '우락부락아!'라고 부르면 셋이 동시에 '매애애~'하고 대답할 것 같아 웃음이 나네요. ^^

여느 때처럼 산책을 나온 삼 형제는 막내, 둘째, 첫째 순서로 줄을 서 산비탈을 오르다가 '물놀이 공원'이라고 쓰여 있는 새 표지판을 발견하지요.

트롤이 사는 다리를 건널 필요도 없는데다가 한 번 발동한 호기심에 이끌린 삼 형제는 물놀이 공원으로 향해요.



비싼 푯값 때문에 망설이는 삼 형제에게 매표소 토끼가 할인이 되는 가족 표를 사라고 권하지요.

토끼 덕분에(?) 생애 처음으로 수영장에 입성하는 우락부락 삼 형제.

토끼는 수영장에서 지켜야 할 규칙 같은 것들을 삼 형제에게 가르쳐 줍니다.

수영하기 전에는 샤워하기, 수영장에서는 수영복 입기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말이에요.

드디어 삼 형제가 고대하던 수영장에 들어갈 준비를 마친 순간, 반갑지 않은 손님이 수영장에 난입하는데요.


바로 다리 밑에 사는 트롤이 원래대로라면 다리에서 삼 형제를 만나야 하는데 삼 형제가 안 나타나자 수영장에 직접 등장한 모양입니다.

정말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행동들과 막무가내로 부리는 트롤의 행패로 위기에 닥친 우리의 우락부락 삼 형제.

옛 이야기처럼 무사히 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까요? ^^

새로운 곳에 가서 처음 만나게 되는 우당탕탕 좌충우돌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가는지를 귀엽고 친근한 우락부락 삼 형제를 통해 배우고 대리만족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고 보니 우락부락 삼 형제의 이름이 같고 크기만 다른 것이 어쩌면 하나의 자아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려 놓은 것도 같군요.

트롤이라는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을 때까지 더 크고 튼튼해진 자신을 기다리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삼 형제가 늘 막내, 둘째, 첫째의 순서로 다니는 걸 보면 합리적인 의심이 아닌가 싶은데요. ^^)

<우락부락 삼 형제의 수영장 나들이>는 아이가 그린 것 같은 자유로운 선과 허술한(?) 그림이 주는 느슨한 매력에 거침 없는 색감, 그리고 차곡차곡 재미가 쌓이는 것 같은 콜라주 기법 더해져 눈이 즐거운 그림책이랍니다.

옛이야기를 패러디해 익숙함과 변형된 낯섦이 함께 공존하는 이야기가 보는 사람들의 상상을 더 확장시켜 주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마지막에 코끼리 물대포 미끄럼틀을 시원하게 타는 재미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꼭 알려 드리고 싶네요. ^^

더운 이 여름 코로나 때문에 수영장에 못 가더라도 우락부락 삼 형제가 준비한 수영장 나들이에 함께 하시는 건 어떨까요?

몸도 마음도 시원하고 통쾌한 즐거운 시간이 될 거예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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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일러스트 매거진 아노락(Anorak) : 친절 - ISSUE 2
아노락 코리아 편집부 지음, 김미선 옮김 / 아노락코리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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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우리집 2호가 들고 있는 사랑스러운 분홍빛 책의 정체는 일러스트 매거진 <아노락 No. 2 : 친절>인데요.

그림책만 접해 온 아이가 일러스트 매거진을 어떻게 볼지, 어떤 재미를 찾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보여주었어요.

<아노락>은 2006년 영국에서 첫 출간을 시작한 어린이를 위한 일러스트 매거진으로 아름답고 창의적인 다양한 일러스트와 내용으로 유럽에서 사랑을 받아 왔다고 하네요.

국내에는 올해 3월 공원이라는 주제로 1호를 선보이고 6월 친절이라는 주제로 2호가 나온, 이제 막 우리 반에 새로 온 친구 같은 잡지랍니다.

드디어 한국에 있는 어린 친구들과 만난 <아노락>

저도 무척 궁금했던 터라 설레는 마음으로 2호와 함께 열어 보았지요.



일단 엄마인 제가 보기에도 다양한 색과 풍부한 일러스트, 스스로 참여해 상상하고 몰입할 수 있는 여러 활동이 주는 즐거움이 가득한 잡지였는데요.

여러 작가들이 참여해 매력 넘치는 다양한 스타일과 색감의 일러스트를 만날 수 있어서 질리지 않고 보고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잡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식, 퀴즈, 자연, 요리, 음악, 미술, 글쓰기, 낱말놀이 등 정말 아이들이 관심있을 모든 분야를 아우르며 알찬 내용들이 가득가득 들어 있었고요.

무엇보다 이번 호 주제가 '친절'이라 그런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와 내용들이 마음에 와닿더군요.

잡지 한 권에 담은 친절이 막 차고 넘쳐 흘러 아이들 마음에 스며들 것 같았어요.

문득 영화 '원더'의 한 구절이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옳음과 친절 중 하나를 고른다면 친절을 고르라는 그 말이요. ^^



워낙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2호인지라 그래도 서너 장 보고 그리다가 흥미를 잃을 줄 알았는데, 엄마인 제가 지칠 때까지 보자고 해서 속으로 좀 놀라기도 했지요.

게다가 좀 늦게 접한 1호도 한 장 한 장 관심있게 보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나중엔 혼자 조용히 보고 있는 모습도 발견했다는. ^^

아이들에게 상상의 기회를 주는 질문 덕분에 두 아이의 마음 속에 있는 재미난 대답을 들으며 웃기도 했어요.

아이들의 마음을 이렇게 끌어당기고 상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매력만점 잡지라니 벌써부터 다음 호가 기대되더라구요.



아이들을 위한 행복한 매거진 <아노락>

단 한 권을 본 것에 불과하지만 <아노락>이 추구하는 목표가 어떤 것인지 확실하구나 싶어 이런 잡지를 만든 모든 이들과 만나게 해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저희 2호는 '아노락 친절상'을 반 친구에게 주고 싶다며 꾸몄는데요.

저는 '아노락 친절상'을 그 모든 분들께 드리고 싶네요.

참 친절한 어린이 일러스트 매거진 <아노락>과의 만남, 정말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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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스러운 할머니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89
모지애 지음 / 북극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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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가 텃밭 곁을 지나가는데 어딘가 모르게 눈길을 끄는 구석이 있네요.

가만 보니 자기 몸보다 큰 옷을 걸치고, 자기 발보다 더 큰 신을 신고, 목에는 진주목걸이를 하고, 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있습니다.

아이가 귀엽고 궁금해져 제목을 보니 <나의 사랑스러운 할머니>라는데요.

아이가 흉내내는 것은 할머니인 걸까요?

실한 텃밭 채소들을 보고 있자니 분명 이 텃밭 주인일 할머니의 애정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네요.

이제 아이를 따라 사랑스러운 할머니를 만나러 가볼까요.



면지를 펼치니 어디론가 차를 타고 가는 가족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오늘의 주인공 수지가 엄마, 아빠와 함께 할머니 댁으로 가는 중이랍니다.

어릴 때 할머니 집에 가는 길은 언제나 즐거웠던 생각이 떠올라 수지 입가에 걸린 미소에 함께 미소를 보며 따라 미소짓게 되네요.

기차 타고 광주 할머니 집 가자는 저희 아이들과 함께 저도 친정에 가고 싶어지는군요.



언덕 위 빨간 지붕!

할머니 집이 눈에 보이자마자 마음은 벌써 도착했을 수지.

수지를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바로 할머니 강아지 바둑이인데요.

수지에게는 어서 오라고 왈왈, 할머니에게는 수지 왔으니 어서 나오라고 멍멍!



한데 어우러져 만남의 기쁨을 만끽하는 이들의 몸짓이 닮아 있네요.

서로 사랑하는 이들은 어쩌면 이렇게 서로 닮은 꼴인지 그저 신기하고 그래서 사랑스럽습니다.

바둑이를 따라 집으로 들어간 수지는 이제 본격적으로 할머니 집을 소개해 주는데요.



착한 일 했을 때만 주는 사탕을 숨겨 놓은 부엌을 지나 오래된 화장대가 있는 안방에 가서는 장에 가려고 멋지게 옷을 차려 입지요.

할머니 사랑으로 무럭무럭 크는 채소들이 있는 텃밭과 장에서 사 온 생선으로 저녁을 먹고, 할머니가 사 준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며 놀던 수지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

"수지야!"



현실의 엄마가 수지를 부르는 순간 찾아오는 반전.

할머니와의 시간이 너무나도 생생해 할머니의 부재를 알게 되는 순간 저도 마음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는데요.

마당에 산처럼 쌓여 있는 할머니의 물건들을 보는 세 가족을 보며 할머니의 존재가 산 같았겠구나 싶었어요.

그렇게 큰 존재를 보내드려야 하는 아이의 마음은 얼마나 혼란스럽고 복잡할까요?

더구나 이토록 함께 한 시간들이 소중한 '나의 사랑스러운 할머니'를 말입니다.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하늘로 높이 높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분명 할머니에게 닿았을 거라 느낄 수 있었어요.

가족들의 눈에서 빛나는 눈물이, 밤하늘을 향해 날아 올라가는 반짝이는 불티가, 가족들을 향해 환한 웃음 짓는 별들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했고요.

그림책 <나의 사랑스러운 할머니>는 사랑스러운 할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을 마음 속 서랍에 담아주고, 마지막 안녕을 말할 수 있는 용기와 감동을 줍니다.

언제나 떠날 것 같지 않고 찾아가면 당연히 만날 수 있다고 믿는 존재와의 이별은 이렇게 갑자기 찾아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같더군요.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기억과 함께한 아름다운 추억을 품 안에 남겨 두었다는 사실도요.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면 언제든 펼쳐보라고 해주는 <나의 사랑스러운 할머니>의 다정함이 모두에게 닿기를 바라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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