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은 참 아름답고 멋져! ㅣ 마음 바라보기 2
장 프랑수아 샤바 지음, 클로틸드 페랭 그림, 김헤니 옮김 / 고래이야기 / 2022년 2월
평점 :

닮은 듯한 두 아이가 흩날리는 눈바람을 맞으면서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하늘에 뜬 태양을 올려다 보고 있습니다.
어른도 올라오기 쉽지 않아 보이는 험준한 이 산악지대에서 이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림책 <세상은 참 아름답고 멋져!>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눈의 나라, 티베트에 쌍둥이 형제가 태어납니다.
'늑대처럼 사납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험악한 날씨와 환경에도 생명은 눈을 뜨는군요.
'활짝 펼친 비둘기 날개처럼 크고 아름다운 눈'을 가진 두 아이는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세상에 나왔지요.

'나왕'과 '라히', 쌍둥이 형제는 닮은꼴인 겉모습을 제외하고는 모든 게 달랐어요.
형 라히는 소심하고 겁이 많고 쉬지 않고 울어대며 겁먹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고, 동생 나왕은 대담하고 쾌활하며 어떤 경우에도 평온하고 명랑했지요.
두 아이는 아름답게 자랐지만 사람들은 악마들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거나 질투하게 될까 봐 못생겼다고 이야기했어요.

눈의 나라는 얼음과 돌 그리고 많은 눈으로 덮인 거대한 산들로 종종 눈사태도 일어나는 위험한 곳이라 쌍둥이 가족은 유목을 하며 살았습니다.
냉혹한 추위가 물러간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봄에 풀이 넉넉한 곳에 새로 자리잡은 쌍둥이 가족.
반대편 언덕에 천막을 친 다른 가족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 이웃집 야크를 지키는 양치기 개를 본 쌍둥이의 반응은 전혀 달랐어요.
라히는 더럽고 무섭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아버렸지만 나왕은 늠름해 보인다며 손을 내밀어 쓰다듬지요.
그 모습을 본 이웃 아이들이 라히를 가리키며 웃자 자신을 '겁쟁이'라 놀린다고 생각하고 천막으로 돌아가 엄마에게 위로받으려 합니다.
하지만 라히의 기대와 다른 엄마의 반응에 라히는 세상이 참 차갑고 잔인하다 생각하며 화와 두려움이 뒤섞인 기분을 느끼지요.
라히는 이제 할 수 있는 일이 혼자 떠나는 것뿐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아무도 몰래 가족을 떠납니다.
자신을 부정당한 기분에 휩싸힌 라히의 마음이 어떤지 짐작해 보면 라히의 결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요.
어린 아이 혼자 이 혹독한 세계에서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 되는군요.

라히는 거대한 얼음 괴물 초모룽마와 맞닥뜨리고 분노와 공포에 휩싸입니다.
어리고 약한 라히는 점점 거대해지는 초모룽마를 이길 수 없기에 뒤돌아 도망치며 나왕의 이름을 부르지요.
절망에 빠져 두 눈을 가린 라히에게 들려온 목소리.
사라진 라히를 찾아 나선 동생 나왕이었습니다.
나왕은 라히에게 마음에서 두려움을 걷어내고 세상을 바라보라고 하지요.
거짓말처럼 평온한 산과 위험할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풍경만이 라히의 눈에 들어왔어요.
집으로 돌아온 쌍둥이 형제 라히와 나왕.
세상을 아름답고 멋지다 말하는 나왕에게 라히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투덜대기만 하고 점점 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라히는 이대로 자신 안에 갇혀버리고 마는 걸까요?
라히 곁에는 쌍둥이 동생 나왕이 있다는 사실 덕분에 적잖이 안심이 됩니다.
서로 다른 라히와 나왕이 쌍둥이라는 사실이 제게는 한 존재 안에 있는 서로 다른 인격처럼 보였는데요.
페이퍼 컷팅된 서로를 바라보는 빛나는 두 아이의 눈이 저를 향하자 거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변함이 없음에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 마음과 태도의 차이.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려 있다 말하는 것 같았지요.

전쟁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몇 년 째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을 멀리해야 하는 오늘을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감히 세상은 참 아름답고 멋지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그 지옥 같은 세상을 유일하게 아름답고 멋지게 바라볼 수 있는 존재들임을 깨닫게 되네요. 그리고 지옥 같은 전쟁 중에도, 코로나의 멈출 줄 모르는 전파력에도 사랑과 희망을 보는 눈을 가진 이들이, 아름답고 멋진 세상을 만들어 보여주는 이들이 있음을 떠올려 봅니다. 그림책 <세상은 참 아름답고 멋져!>를 만난 덕분이네요.
어른인 저는 그저 아이들이 고맙고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바깥 세상은 냉혹하고 차가운 현실인 눈의 나라이고 그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그럼에도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음을 라히와 나왕 쌍둥이 형제의 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닮은 듯 다른 아름다운 눈을 가진 쌍둥이 형제가 나오는 티베트의 신비로운 설화를 들은 것 같아 이색적이면서도 마음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거울 같은 그림책 <세상은 참 아름답고 멋져!>가 당신의 마음 속 눈은 지금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묻고 있네요. 당신의 대답이 궁금하네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