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 밤에는 어떤 꿈을 꿀까? ㅣ 바람그림책 116
구도 노리코 지음, 엄혜숙 옮김 / 천개의바람 / 2021년 12월
평점 :

하루의 끝 그리고 밤이 시작되는 곳.
잠자리.
아마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잠자리 그림책이 잠자리의 백미일 거예요.
그날 밤이 시작되는 모든 분위기를 결정해줄 테니까 말입니다.
저는 유난히 눈물 많도 겁도 많은 첫째를 위해 잠자리 그림책은 밝은 분위기로 골라요.
아이들이 꿈나라에서 노는 동안 노랗고 밝은 달빛 같은 그림책이 은은하게 밝혀주길 바라면서요.
그래도 유난히 두려운 감정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에는 꿈나라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면서 어떤 꿈나라에서 만날지 소곤소곤 이야기하면서 잠을 청하곤 하지요.
특히 기차를 좋아하는 1호는 칙칙폭폭 줄줄이 기차 꿈나라에서, 솜사탕처럼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2호는 달콤폭신 솜사탕 꿈나라에서 만나자고
새끼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답니다.
그런 우리들을 보는 것 같은 사랑스럽고 살짝 설레기까지 하는 그림책 <오늘 밤에는 어떤 꿈을 꿀까?>
함께 슬쩍 들여다 볼까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미소지으며 꿀잠을 자는 분홍 돼지 친구가 있는 표지를 넘기면
이렇게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 수놓은 밤하늘을 만나게 됩니다.
겉싸개 왼쪽 하단에는 올망졸망 모여 별자리 그림책과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어요.
책을 시작하면서 지금이 바로 잠을 자는 밤이라는 상황을 보여주는 거죠.
참, 그림에 등장하는 물건은 하나도 놓치지 말고 눈여겨 봐 두세요.
숨은 그림 찾기처럼 책 곳곳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거든요.

거실에서 제각각 혹은 함께 놀고 있는 오늘의 주인공들 꿀꿀 돼지 친구 다섯 마리 다 찾으셨나요?
한 장의 그림 속에 엇비슷해 보이지만 한 친구 한 친구의 특징이나 개성 같은 어떤 고유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엎드려 기차를 갖고 혼자 노는 아이를 보니 저희 1호를 닮은 것 같아 눈길이 더 갑니다.
그나저나 이 아이들 등장과 동시에 엄마 돼지, 아빠 돼지가 잘 시간이라고 하네요.

잠옷으로 갈아 입고, 양치하고, 마지막으로 화장실까지!
아니, 이렇게 완벽하게 착착 진행돼도 되는 건가요?
이대로 자러 간다니 이 집 엄마, 아빠가 부러워집니다. ^^
(저희 집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전개인지라.... 이 닦는 데만 최소 삼십 분... ;;;)

애착 인형이랑 좋아하는 그림책 들고 줄지어 방으로 들어가는 꼬꼬마 돼지들.
기대를 저버리 않고 예의바르게 인사도 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아이가 많은 집답게(?) 아이들 물건이 여기저기 가득가득하지요.
저희 아이들은 밤하늘 별처럼 눈을 반짝이며 쫑알쫑알 뭐가 있네 이야기하느라 바쁩니다.
(잠은 하나도 안 오는 얼굴인데... 이거 이래도 되나 싶어 살짝 의문이... ^^;;)

모두 자기 잠자리에 누워 잠잘 준비 완료!
이대로 눈감고 바로 꿈나라로 가는 걸까요? 그럴리가요. ^^
아이들은 차례대로 돌아가며 자신이 꿈꾸고 싶은 꿈나라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창 밖에 휘영청 밝은 달님도 열린 창 틈 사이로 들려오는 이야기 소리에 귀를 쫑긋!

원숭이 인형을 안고 있는 아이는 정글로 모두를 초대하지요.
자, 그런데 돼지 아가가 네 마리 뿐인 것 같지요? 이야기를 꺼낸 친구가 잘 안 보이실 거예요.
정글 안쪽 폭포 근처 나무에 매달린 줄을 타잔처럼 타고 있답니다.
애착인형인 원숭이를 등에 매달고 말이지요. ^^
금방 찾으셨나요? 눈 밝은 분이라면 또 바로 알아차리셨을 것 같은데요.
돼지가 두드리는 북과 오랑우탄이 흔드는 딸랑이, 원숭이가 연주하는 캐스터네츠.
맞습니다. 아이들 방 앞에 있던 장난감 정리대에 있던 악기들이에요.
옷걸이에 걸려 있던 유치원 모자랑 가방을 맨 두 꼬마 돼지가 타고 있는 배는
창틀 위에 있던 장난감 모형배이고요.
이게 다가 아니에요.
처음에 말씀 드린 대로 여기 저기에 숨은 그림처럼 찾을 수 있는 것들이 가득이지요.
글은 하나도 없는데 아이들과 이 한 장을 넘기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답니다.
이제 겨우 꿈나라 한 군데를 다녀왔는데 말이에요.
그렇게 꼬마 돼지들은 돌아가며 차례차례 자기만의 꿈나라 이야기를 나누지요.
다함께 동화 속 성, 남극, 괴물이 사는 바다 그리고 수영장까지 다녀와요.
그러고 났더니 어느새 환한 아침이 되어 버렸어요.
라고 하면 그냥 평범한 다른 잠자리 그림책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 한 번의 전복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전 더 즐거웠어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림책을 통해 직접 만나보시라고 입 꾹 다물겠습니다. ^^

이 그림은 뒷면지인데요.
제가 처음 겉싸개에서 꼬마 돼지들이 보던 별자리 그림책을 굳이 언급했던 이유입니다.
그 별자리 그림책의 별자리들이 이렇게나 달콤한 마무리를 선물하네요.
이 별자리들도 그냥 만든 게 아니라는 것쯤은 이제 여러분도 눈치채셨겠죠? ^^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깨알같이 연결되는 이 서사.
꼬마 돼지들은 모두 진짜 꿈나라로 떠나고 엄마와 아빠는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군요.
육아 동지로 이 꿀맛 같은 시간이 부디 오래가기를 바라게 됩니다.
정말 몇 문장 안 되는 그림책의 반의 반도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참 말을 많이 했네요.
<오늘 밤에는 어떤 꿈을 꿀까?>는 그런 책인 거죠.
글은 정말 최소한의 이야기만 하고 그림이 모든 걸 소곤소곤 들려주는 그림책이면서
그림에 집중하게 만들고 아이들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도록 정말 잘 그린 그림책이에요.
꼬마 돼지들처럼 동글동글하고 포근포근한 그림들은 친근감을 불러 일으키고 사랑스럽습니다.
무엇보다 꿈과 현실이 맞닿아 있는 아이들의 세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그 깊은 속내에 감탄했고요.
크든지 작든지 주변의 현실을 꿈이라는 세상에서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주는 그 다정함이 따듯했어요.
저는 집중력이 공부할 때만 필요한 줄 알았는데 이 그림책을 보면서 깨달았어요.
집중력은 바로 그 다정한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 열쇠라는 것을요.
아이들이 얼마나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는지 놀라게 되실 거예요.
잠자리라는 현실과 꿈이 포개어져서 만들어낸 주름 사이에 누워
다정한 순간들을 수도 없이 마음껏 열어 보시기 바랍니다.
보면 볼수록 매력 넘치고 밝은 에너지로 마음을 풀어주는 잠자리 그림책 <오늘 밤에는 어떤 꿈을 꿀까?>
꿀꿀 꼬마 돼지 친구들이 들려주는 꿈같은 꿈나라 이야기를 아이들과 보다 보면
어느새 꿀잠에 빠져 들게 되실 거예요. 꿀꿀꿀~*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