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갑자기 비교당했던 네 동물 친구들이 뱀을 보며
일제히 반응합니다.
"와아아아아아! 정말 똑같네 똑같아!
과연 무엇을 보고 뱀과 똑같다고 한 걸까요?
힌트를 드리자면 아까 자고 있던 강아지가 남기고 간 흔적.
앗! 너무 힌트를 많이 드린 거 같네요. ^^
여러분도 보면 아마 똑같은 말을 하게 될 거예요.
이 그림책을 보며 흥미롭게 다가온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어요.
뱀이 발견한 사물의 똑같은 점과 동물 친구들이 바라본 사물의 특징은 달랐다는 게 첫 번째이고
친구들이 뱀의 말을 듣고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하게 만든 게 두 번째였어요.
첫 번째는 모두가 각자의 눈으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뱀과 친구들의 시선을 통해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로가 생각하는 사물의 두드러진 특징에 따라 정말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
그러면서 사물의 일부를 닮을 수는 있어도 그것이 내 전부가 아니고 진짜 내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지요.
두 번째 질문의 대답으로 무엇보다도 전하는 이의 말의 온도와 태도의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
뱀이 놀리는 투로 웃고 이야기하는 바람에 친구들 마음이 좋지 않았다는 추측을 해봅니다.
결국 말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전달하는 말의 온도와 태도 역시 중요하지요.
아이들은 그림책의 뱀처럼 직접적으로 전달하다가
어른이 되면서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어쩌면 더 계산된 비유를 할 수 있게 되겠지요.
그럼에도 어른들에게도 이 그림책이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역시나 말하는 태도의 문제를 이야기해 주고 있다는 점이라 생각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이 그림책의 통쾌한 반전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이 책의 마지막은 "똑같네 똑같아"라는 말이 뱀에게로 되돌아오는 장면.
책 표지의 동물 친구들이 웃는 모습은 비교당했던 기분 나쁜 경험에서 벗어나
바로 웃음으로 전복되는 그 순간을 포착해 놓은 것이고요.
똑같네 똑같아라는 말은 사물의 닮은 점을 향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사물의 다른 면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같은 위치에 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또 전달된 감정과 말이 되돌아오는 방식은 똑같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똑같네 똑같아>는 GRAFOLIO와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주최한 제4회 상상만발 책그림전 수상작입니다.
상상만발이란 말에 어울리게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림을 보면서 상상해야 합니다.
그 부분이 이 그림책이 갖는 그림책으로서의 장점이고 미덕이란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제게는 <똑같네 똑같아>가 김숭현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그림책이자
다음 그림책이 담을 작가님의 상상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 작품입니다.
비교당했던 안 좋은 기억과 갈등이 마지막 부분을 보며 해소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면서
모두 무언가 닮은 구석이 있다는 사실과 사물을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이 다 제각각으로 다르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해주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똑같네 똑같아>
아마 이 그림책을 보고 나면 사물을 보며 무엇끼리 어떤 점이 같은지 상상하고 찾아보고 싶어질 거예요.
어쩌면 뱀이 당한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동물 친구들처럼 통쾌하게 웃으며 마음이 가벼워질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저런 즐거움이 가득한 <똑같네 똑같아>
똑같지만 다른 상상의 세계가 주는 즐거움을 만나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