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1cm - 너를 안으며 나를 안는 방법에 관하여
김은주 지음, 양현정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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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시리즈'의 김은주 작가님의

4년 만의 새 이야기 <너와 나의 1cm>

양현정 작가님의

사랑스러운 백곰양과 귀여운 곰군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점점 따뜻해져가는 봄 분위기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표지에

따뜻한 봄날의 곰 같은 이야기들을 만날 것만 같아

두근대는 마음으로

책을 두드려 보았습니다.


<너와 나의 1cm>

사랑없이는 살 수 없는 우리가

어쩌면 사랑에 대해 너무 잘 안다고 공공연히 떠들어 온 우리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한 사랑의 다른 모습들을, 그 속내를

때로는 재치있게, 때로는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랑에 울고 웃는 우리의 인생에 대한 조언과 위로까지

정말 모든 게 '사랑 그대로의 사랑'으로 사랑스럽게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사랑스러움이 아닌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스러움)

사랑을, 인생을 담은 책이네요.

어느 하나 빼놓고 싶지 않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지만

한 사람과 오랜 시간 사랑을 해 왔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와 시작한 사랑을 하는 제게

더 와 닿았던 문장들을 올려봅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사람'이다.(35쪽)"

이 문장을 읽으면서

지난 날의 내 사랑과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들이

머릿속을 지나갔습니다.

내 사랑은 특별하다는 생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사람'이라는 사실은 지워버리고

사랑에만 초점을 맞추다

사랑도 사람도 잃었던 시간들.

뒤늦게 계속해서 사랑을 키워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지만

이 문장을 읽기 전까지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람'임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이렇게 큰 깨우침으로 시작되는

<너와 나의 1cm>


"겨울이 지나고 매번 찾아오는 봄이 지루하지 않고 설레듯,

여행지에서 돌아와 집같이 익숙해진 사람과의 사랑은

언제나 찾아오는 봄같이 따뜻한 설렘을 준다.

지겨워질 법한 봄에 대한 노래마저도

봄이 가까이 오면

여전히 차트에 오르는 것처럼 말이다.(83쪽)"

봄 같은 사랑, 우리가 오해하고 있었던 익숙해진 사람과의 사랑에

다시 봄(春)을, 다시 봄(seeing)을 가져오네요.

익숙한 내 사랑을 지루한 것이라 오해하고 있지는 않았나요?

오해했던 사랑을 이해하게 만들어 주는

<너와 나의 1cm>


"사랑은 서로 다른 색의 물감이 섞여버리듯 두 개의 자아가 만나

본래의 색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

각자의 색을 간직한 채 어우러져

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다.(187쪽)"

이제 사랑에 대한 오해를 풀었으니 제대로 사랑해야겠죠?

사랑하는 법, 너를 안으며 나를 안는 방법을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섞여서 각자의 색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색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사랑.

서로의 색을 존중하고 강요하지 않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사랑의 그림들이 가득해진다면

정말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 될 것 같네요.

"나와 얼굴뿐 아니라 생각조차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그와 나 사이 '틈'을 통해 몰랐던 세상을 틀여다보고,

다른 관점과 정의를 배우고,

그렇게 시선을, 나를 넓혀가는 것.

서로의 틈을 메우며,

나의 단점을 인정하고 타인의 단점을 감싸 안을 너른 사람이 되는 것.

사랑을 통해 성숙해진다는 것이 바로 그런 의미일 것이다.(258쪽)"

서로의 색을 유지하면서, 그러니까 자신으로 있으면서

어떻게 사랑을 키워나가고 성장시켜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장이 모든 사랑과 모든 관계에

해당하는 이야기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사랑과 인생을 통찰하게 해 주는

<너와 나의 1cm>


그리고 이렇게 성장하고 성숙된 사랑을 하는 낭만의 완성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우리도 저렇게 늙자(298쪽)"

정말 운 좋게 한 사람과 사랑을 하게 되고 평생을 약속하고

여전히 느리지만 우리만의 속도로 사랑을 키워가는 저에게는

이런 사랑의 완성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너와 나의 1cm>는 이처럼 인생을 관통하며 사랑을 하는

인생의 멋진 마지막 모습까지 보여주며 마무리됩니다.

참, 이 책이 시종일관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네요.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인

따뜻한 색감의 일러스트와

우리를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미션들.

따라하면서 어느새 미소짓고 감동하는 자신을 발견하실 거예요.


제가 보여드린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답니다.

사랑은 역시 그 의외성에 반하고 행동할 때 더 생명력을 얻는다는 사실을

책 자체에 고스란히 담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너와 나의 1cm>

하나 하나 사랑에 대한 글과 사랑스러운 그림들을 넘겨 보면

'맞아' 하며 공감의 고개를 끄덕이게도 되고,

'그렇구나' 하며 미소 짓게도 되고,

'.....' 조용히 위로 받게 되고,

때때로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하며

그 창의성에 재미와 그 결과물에 감동을 느끼게 되고,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그 사람을 사랑하는 나

그리고 우리의 사랑과 인생에

1cm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주는 책이라는 것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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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주연경 지음 / 한솔수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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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어떻게 음악을 느낄 수 있을까요?

볼 수 없다면 어떻게 세상을 느낄 수 있을까요?

다행히도 제게는 오감 아니 여자의 육감까지 더해

모든 감각이 느끼는 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한때 너무나 당연하게 하나의 감각을 통해 느끼는 것이

제한을 받는다면 어떨까? 어떻게 그것을 느낄 수 있을까?

다른 감각으로 그러니까 시각으로 보던 것을 청각으로,

청각으로 듣던 것을 시각으로, 시각으로 보던 것을 촉각으로,

촉각으로 느끼던 것을 미각으로 ...

이렇게 다른 감각을 통해 느끼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제 물음에 하나의 좋은 예를 보여주는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오케스트라>

다양한 악기가 만나서 제각각의 소리를 내지만

결국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오케스트라

소리라는 시공간의 감각예술을 시각이라는 2차원 평면의 그림책에

담아낸 그림책 <오케스트라>

우리의 귀로 들어와 달팽이관을 진동시키는 그 음악이, 악기의 소리들이

그림으로 어떻게,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우리의 눈을 통과해 망막에 어떤 상으로 맺히는지

한 번 볼까요?

콘서트 홀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따라 우리도 어서 들어가 봐요 ^^

구불구불 길게 늘어지는 트롬본, 반짝뾰족한 트럼펫, 각진 덩어리감이 느껴지는 튜바,

둥글둥글 점점 흩어지는 프렌치 호른까지 금관악기가 건네는 인사에 눈이 동그래지고,

춤추는 것 같은 바이올린, 무겁게 내리는 비같은 첼로, 점점 퍼지며 깊이 가라앉는 것 같은 더블베이스,

맑고 번지는 것 같은 하프까지 여러 현악기의 소리에 점점 빠져듭니다.


힘차게 튕기는 팀파니가 보여주는 타악기의 두드림에

심장이 함께 뛰는 것 같네요.

부드럽다가도 팔짝 뛰어오르는 금관 악기 플루트와 점잖고 은근한 바순,

살짝살짝 끊어졌다 이어지는 클라리넷, 클라리넷보다 더 힘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단단한 오보에까지

목관 악기들이 노래하려고 목을 풉니다.

이제 건반악기인 피아노의 영롱하고 청아한 음의 방울들이 그림책을 가득 채우고

책 밖의 우리 귀에까지 날아와 톡. 톡. 톡. 두드립니다.

이렇게 목을 가다듬은 악기들이 이제 한 목소리를 내려고 하네요.


들리나요? 눈으로 듣고 계신가요? ^^

여러분이 눈으로 듣고 느낀 음악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분명히 아주 아름다웠을 거란 사실!

소리를 도형과 색으로 그리고 음악을 단어로 활자로

그려 놓고 써 놓은 그야말로 보는 음악책

음악을 보고 소리를 읽는 그림책 <오케스트라>를 펼치면

지금껏 느꼈던 음악과는 또 다른 음악을 느낄 수 있답니다.

아이와 함께 음악이나 소리를 함께 들으며 어떻게 그려보면 좋을지,

무슨 모양인 것 같은지, 혹은 맛으로 표현해 본다면, 느낌으로 표현해 본다면 어떨지

이야기 나누고 만들어 보면서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기를 바랍니다.

QR 코드로 악기 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친절함에 점수를 주고 싶지만

어떤 음악인지, 제목과 작곡가 그리고 연주자에 대한 안내도 함께 있었으면

그리고 좀 다양한 성격의 음악을 들려줬으면(차분하고 가라앉는 음악이 주여서)

더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을 남기네요. ^^ 제가 욕심이 좀 많은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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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세계 작가 그림책 19
잔디어 지음, 정세경 옮김 / 다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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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잡은 두 손.

처음 신랑과 손을 잡았던 날의 떨림은 어느새 잔잔해졌지만

결혼식장에서 신랑 손을 잡고 걸어들어갔던 버진로드에서

잡은 이 손을 놓고 싶지 않다는 그때의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게 꼬옥~ 손을 잡고 보고 싶은 그림책 <당신과 함께>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 마리와 조지를 만나보러 갈까요?


창가에 앉은 로빈이 아침 식사 중에

조지를 찾는 마리를 발견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현관문이 살짝 열린 채로 조지가 어딘가 나갔구나 싶네요.

얼른 밖으로 나가봅니다.

저만큼 파란 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짚은 조지가 보여 불러 보지만,

조지는 마리의 소리를 못 들었는지 아무런 대답도 없이 갈 길을 가네요.

조지는 대체 어디에 가는 걸까요?

마리는 조지를 쫒아갑니다.

홀랜드 파크에서 공작새에게 조지의 행방을 묻고,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공룡의 도움을 받는 마리.

사람이 많은 해러즈 백화점에서는 친절한 직원 덕분에 조지가 간 방향을 알게 되고,

버킹엄 궁전에서 근위병 교대식을 따라갑니다.


지하철을 타고 조지가 가장 좋아하는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에 도착한 마리.

조지가 가장 좋아하는 헨리 무어의 작품 주변에도 조지가 안 보여 마리는 실망합니다.

2층 버스를 타고 트래펄가 광장을 지날 때에 넬슨 제독 동상이 조지가 간 방향을 알려 줘

마리는 조지가 마리가 가장 좋아하는 비비칸 센터의 식물원으로 들어간 걸 알게 됩니다.

어느새 식물원을 떠나 콜롬비아 로드 플라워 마켓에서 꽃을 한아름 사는 조지를 발견한 마리.


자신에게는 한 번도 사 준 적 없는 꽃을 들고 혼자 걷는 조지를 보고 있자니

무얼 하든 언제나 조지와 함께 했던 마리는 문득 서글픈 마음이 듭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밀레니엄 브릿지 위를 지나가는데

거센 바람이 마리의 모자를 벗기고 갈매기가 홱 낚아채 갑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템스 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가는 조지를 발견합니다.

아! 마리는 조지가 어디에 가는지 알 것 같네요.

마리와 조지가 처음 만난 곳이자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곳 그리니치!

과연 마리는 그리니치에서 조지를 만나게 될까요?

늘 함께인 두 사람인데 어째서 조지는 혼자 어딘가를 가는 걸까요?

도대체 조지는 누구를 만나 꽃을 주게 될까요?

마리 몰래 다른 할머니라도 만나는 걸까요?

마지막 장에 이르러야 조지가 혼자인 이유가 밝혀지는데

식스센스 급의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

혼자 어딘가에 가는 조지를 쫓아가는 마리를 따라

런던의 이곳 저곳을 구경하다 보면 마치 런던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 작품은 잔디어 작가님이 런던 유학 생활 중에 다닌 곳들로

근사한 경치를 혼자서만 봐야 하는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탄생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작가님이 그리고 조지와 마리의 추억의 장소들로

아름답고 서정적인 색연필화가 다정하게 안내해 줍니다.

유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새 로빈부터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의 전시화 한 점, 한 점

그리고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어 준 길 가 벤치에 박힌 작은 기념패까지

작가님이 얼마나 주변의 작은 것들까지 관심을 갖고 대하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주디스 커의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가 떠올랐습니다.

두 작품 모두 물리적인 이별을 배경으로 하지만,

절대 슬프지 않고 어찌보면 유쾌하기까지 하지요.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가 색감과 진행 방식에 있어 좀 더 밝고 화사하다면

잔디어의 작품은 좀 더 차분하면서 긴장감을 띠고 있으면서 곳곳에 유머러스함이 숨어 있습니다.

런던의 서쪽에서 동쪽까지 마리의 조지 추격기이자

두 사람이 함께 한 추억의 장소 안내기인 <당신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시간과 장소를 둘러보는 조지를 보며

그 사람과 그 시간이 지금의 나에게 선물이 되어 돌아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훗날 내가 혹은 그 사람이 없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이

이런 것이겠구나 싶어 앞으로의 우리가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해준 그림책 <당신과 함께>

영원히 함께 하고픈 그 사람과 함께 보고 싶을, 보아야 할 책입니다.

아! 런던이 궁금한 누군가에게도 좋은 책이기도 하네요. ^^

자, 마리를 따라 런던 시내를 구경하며 조지의 비밀을 캐러 가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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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을 품은 숲으로
에릭 바튀 지음, 이희정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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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이 식목일이었는데,

나무 한 그루 심으셨나요?

아직 못 심으셨다고요?

그럼 우선 마음에다 나무 한 그루 심어봅시다.

에릭 바튀의 <보물을 품은 숲으로>를 보면서 말이죠. ^^

세 사람이 배를 타고 가는 푸른 색 표지를 가만 보니

모두 앞을 바라보며 뭔가를 열심히 찾는 것 같네요.

무엇을 열심히 찾고 있는지 어서 빨리 <보물을 품은 숲으로> 출발해 볼까요?

오늘의 주인공인 생물학자이자 탐험가인 두 사람이

숨겨진 보물을 찾아 도시를 떠나 숲으로 갑니다.

버스를 타고 숲으로 가는 멀고 먼 길을 지나

마구 잘린 나무들로 전쟁터 같은 숲의 입구에 내립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강을 아주아주 기다란 나룻배를 타고 가다

마침내 초록 숲을 만납니다.

하지만 아직 보물은 찾지 못했어요.

다시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굽이굽이 흐르는 강을 따라 한참을 간 후에도

보물은 만나지 못하고 대신 숲에 찾아온 어둠을 만납니다.

그리고 숲처럼 깊은 어둠 속에서 온갖 생물이 내는 갖가지 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지요.

다음 날 우리는 또 한참을 걸어 조상 대대로 오랜 시간을 밀림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게 돼요.

그들의 얼굴은 가득한 자부심으로 반짝거립니다.

이들의 반짝거림이 보물일까요? ^^

우리는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갑니다.

앗! 갑자기 비가 쏟아지지만 이곳은 늘 그렇다는 걸 알기에 놀라지 않아요.

비가 그치고 머리 위로 마법 같이 무지개가 펼쳐집니다.

아름다운 무지개가 보물일까요?

무지개 덕분에 왠지 곧 보물을 만날 것 같아요.

마침내 우리는 그토록 찾던 소중한 보물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 보물은 정말 굉장히 아름다웠거든요.

푸른 숲의 한가운데에서 만난 살아있는 보물은

피처럼, 심장처럼 붉고 반짝입니다.

두 사람은 그 보물을 가져왔느냐고요?

아니요, 그 보물은 숲의 것입니다.

그리고 숲 역시 보물의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는 보물을 지켜야 하고, 그 보물을 품은 숲도 역시 지켜야 하지요.

보물은 그런 건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많은 도시가 아닌 나무가 빽빽한 깊고 깊은 숲에 숨어 있는 보물.

보물이니까 보물이라서 사람들 손에 망가지지 않게, 자연이 그렇게 꼭꼭 품어서 숨겨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그 보물들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아니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다양한 질감과 무늬의 종이를 사용해 콜라주 기법으로 작업한 에릭 바튀 작가님의

<보물을 품은 숲으로>는 재료들이 주는 자연스러움과 더불어 자유로운 드로잉 선에서

이 책의 주제를 짐작해 보게 해줍니다.

거대하고 거침없고 자유로운 숲과 강의 자연스러움은

사람들의 마구잡이 벌목으로 전쟁터 같은 숲의 입구의 황폐함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탐험가 두 사람의 일그러졌던 표정과

숲 속에서 탐험하는 내내 경외감으로 반짝이는 표정의 변화에도

작가님이 전달하고픈 이야기는 들어있지요.

보물을 찾기까지의 길고 험난한 여정이 마치

보물을 찾고 지키는 일의 어려움을 알려주는 동시에

그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주는 것 같습니다.

참, 재미있는 것은 그림책을 보는 동안 두 사람의 탐험을

나무들 틈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원근법을 사용한 점인데요.

나무와 동물들이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크게 그려져 있고

사람들은 저 멀리 작게 그려져 있습니다.

마치 책을 보는 내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

두 사람의 보물찾기를 바라보는 것 같으면서

또 작은 두 사람을 보며 인간인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자연의 일부가 되어 그리고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네요.

저에게는 참 새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

참 보물 같은 <보물을 품은 숲으로>라는 생각을 해보게 하네요.

아름다운 보물, 소중한 보물이 계속 존재할 수 있도록,

그렇게 우리의 꿈이 보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이 푸르른 4월에 <보물을 품은 숲으로>를 안고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이 푸르름을 계속해서 바라볼 수 있게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얼마 전에 일어난 강원도 산불로 인해 마음이 참 무겁고 안 좋습니다.

스러진 나무들도,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모두 빨리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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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위엄 - 상 민들레 왕조 연대기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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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으로 내마음을 사로잡은 켄 리우의 첫 장편 SF!

이미 <종이 동물원>에서 그의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신화와 과학을

가볍지 않은 세련된 문체로 풀어내는 솜씨에 매료되었던지라

조금의 망설임 없이 그리고 겁도 없이 그의 장편 <민들레 왕조 연대기 I - 제왕의 위엄>을 펼쳤다.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켄 리우의 이야기에 다시 한번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종이 동물원>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긴 호흡으로 이어지고 펼쳐지는 켄 리우의 세계를 마음껏 탐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고,

켄 리우를 처음 만나는 독자라면

새롭고 신선한 켄 리우의 이야기에 무한대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책에 밑줄 하나 안 긋는 책 애지중지파인 내가 과감히 부록인 다라 제도의 지도를 잘랐다.

그리고 옆에 펼쳐 놓고 책의 내용을 따라 가며 지도에서 장소를 확인해 가며

다라 제도의 일곱 나라 자나, 하안, 파사, 리마, 아무, 간, 코크루 간의,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그 나라들의 일곱 수호신들 간의

동맹과 배신 그리고 전쟁과 평화를 오고 가는 이야기를 따라갔다.

중국 진나라 말기의 초나라와 한나라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제왕의 위엄>

아닌게 아니라 처음에는 천하통일을 이루려고 했고 실제 통일을 이뤘던 진시황제의 모습이

다라를 통일한 자나 제국의 마피데레 왕의 그림자에서 보여진다.

분서갱유를 연상케 하는 지식인과 사상탄압 사건과 불로불사하려는 노력까지 닮은 꼴이다.

그러나 이것은 진시황제만의 모습이 아닌 권력과 탐욕에 물들어가는 인간의 모습일 뿐이기도 하다.

무시를 받던 자나의 레온, 훗날 육국을 모두 통일하는 제왕 마피데레가 되지만 그의 장기집권 아래

고통받던 속국들은 하나 둘 봉기를 일으킬 준비를 한다.

평범한 집안에서 공부보다 놀기와 사람을 좋아하는 천성 탓에 늦게 꽃을 피우기 시작한 쿠니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선조와 부친의 복수만을 마음에 품고 자란 진두 가문의 마지막 후예 마타.

이들에게서 각각 유방과 항우의 모습이 슬쩍 슬쩍 비치는데 이들은 코크루의 수피 왕을 도와

제국으로부터 독립해 백성들의 소박한 꿈을 되찾고, 복수와 명예를 되찾고자 노력한다.

처음 후노 크리마와 조파 시긴에 의해 시작된 반란은 성공하는 듯 하지만 권력과 탐욕의 노예가 된

크리마로 인해 변질되고 뒤늦게 자나의 늙은 수장 나멘과 세무관이었던 마라나의 활약으로

자나 제국이 다시 승기를 잡는가 싶은 순간, 쿠니와 마타는 다시 일어선다.

과연 이들은 그들의 꿈을, 백성들의 꿈을, 민들레 왕조를 이룩할 수 있을까...

중국 역사소설인 '초한지'가 작은 씨앗이 되어 <제왕의 위엄>이라는 엄청난 또 하나의 작품이 탄생했다.

절대 이 작품이 '초한지'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는다.

이것은 엄연히 독자적인 켄 리우의 이야기라는 사실은 읽어보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래서 <제왕의 위엄>을 보고 있자니 내친 김에 가물가물한 '초한지'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동한다.

어쨌든 '초한지'와 <제왕의 위엄> 사이의 연결고리는 이 정도로 언급하고

다시 <제왕의 위엄>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민들레 왕조라는 그 이름부터 마음을 붙잡는다.

어떤 환경에서도 자라나는 민들레, 그 홀씨가 자유롭게 날아가 여기저기 앉는 모습은 또 어떤가,

그리고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과 행복이라고 한다.

그런 민들레를 보며 켄 리우는 평범한 사람들의 자유와 꿈을 떠올렸고, 그것을 이 책에서 풀어내고 있다.

평범한 그러나 진정한 역사의 주인공인 민들레 홀씨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그 꽃말처럼 행복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나라를 꿈꾸지만 소설 속에서도 현실에도 그리 쉽지 많은 않다.

쿠니의 비유를 빌리자면 "흙에 뿌리를 박고 살면서도 하늘을 꿈꾸는 꽃이라는 거야. 꽃씨가 바람에 올라타면 민들레는 사람이 공들여 가꾼 장미나 울금향이나 만수국보다 훨씬 더 멀리 날아가서 훨씬 더 넓은 세계를 볼 수 있어.(354쪽)"

신화와 역사를 통해 거듭 전해주는 그 교훈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켄 리우의 소설은 그만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복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재미와 감동을 더해서 말이다.

'세상에는 진짜라고 믿는 사람의 수가 충분히 많아지면 진짜가 되는 것들이 적지 않다.(234쪽)',

'진실은 남에게서 들은 세상이 아니라 실제로 뛰어든 세상에 존재했다.(313쪽)'

작품 속 세상에서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진짜 세상에서 유효한 이 문장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고 또 해석될 수 있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유럽의 신화와 동양의 철학과 역사가 만난 SF의 모범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이런 SF는 없었다.

오죽했으면 그가 만들어낸 '실크펑크'라는 단어가

정말로 그의 작품을 설명해 줄 수 있는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겠구나 싶다.

세상을 신들이 쓴 책이라는 표현이 이 책에 나오는데

그렇다면 이 책은 사람이 쓴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옛 이야기와 신화 그리고 역사를 가지고 가장 최첨단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켄 리우.

정말이지 이번에는 기억하라 내가 당부하지 않아도

모두가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작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작품 <제왕의 위엄>

나는 그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켄 리우의 이야기라면 무조건 들을 준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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