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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의 마법
무라야마 사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직선과곡선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 엄마 손을 잡고 백화점에 갔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모든 게 반짝이고, 좋은 향기가 나고, 일하는 모두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어렴풋한 기억 속의 첫 백화점은 그랬다.
그 뒤로도 백화점은 특별한 날에 가는 특별한 곳이었다.
소중한 사람들의 선물을 사러 갈 때면 나는 여전히 백화점에 간다.
특별한 내 마음을 선물하고 싶다는 기분 때문인 걸까?
그런데 여기 정말 특별하고 아니 기적과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는 백화점이 있다.
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오후도 서점>의 작가 무라야마 사키가
이번에 바로 그 백화점 이야기인 <백화의 마법>을 들고 왔다.

가자하야의 호시노 백화점.
전후의 불타 황폐한 가자하야의 황무지 위에
호시노 세이이치는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호시노 백화점을 개업한다.
단순한 백화점이 아니라 사라진 마을을 힘을 모아 부활시키자는 상징의 백화점.
백화점의 꽃은 그 불굴의 생명력이 사람들의 염원과 그 실현의 상징에 적합해 들판의 나팔꽃이며
호시노 백화점의 로고는 푸른 나팔꽃에 둘러싸여 디자인 된 H.
Heart, Hope, Healing, 그리고 Home
'진심으로 고객을 상대하고 이 장소에서 내일로 가는 희망과 소소하게 치유되는 시간을 따스한 가정처럼 제공하는 백화점이 되겠다는 마음을 담은 상징'이다.
아닌게 아니라 호시노 백화점은 손님을 마음으로 대하는 직원들과,
희망을 품고 내일을 향해 계속 걷는 사람들이 있고 서로에게 전하는 따뜻한 마음이 머무는 곳.
게다가 무엇보다 이 곳에는 마법의 고양이가 있다. 만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고양이가 말이다.
이 책은 그 고양이를 만난 사람들의 증언록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핀란드에서 온 금발의 사쿠라가 엄마의 선물인 불에 탄 곰인형을 치료하도록 도와주며 그녀의 엄마가 꿈을 쫓던 사람이었다는 이야기에 역시 꿈을 따라 가족을 떠난 자신의 아빠를 떠올리는 엘리베이터 걸 이사나, 한 때 친구와 함께 가수를 꿈꾸던 젊은 날의 미련이 남아 있는 지하 1층 모모타 제화점의 사키코, 어린시절 백화점 옥상 유원지 회전목마 옆 벤치에 혼자 남겨진 채 그 뒤로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 6층 귀금속 매장 플로어의 겐고 씨, 자신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피해 다니던 그렇지만 아름다움을 동경하며 결국 사랑까지 얻게 되는 별관 2층 자료실의 이치카, 백화점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에게는 갑툭튀인 말 그대로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과 백화점을 살리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하는 컨시어지 유코와 창업가 일가족.
이들 모두 마법의 아기 고양이를 만난 사람들.
<백화의 마법>은 어떤 장소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오후도 서점>이 그랬던 것처럼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챘다.
많은 부분이 전작을 닮아 있다. 하지만 감동은 새롭다.
두 소설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장소, 하얀 고양이, 하늘을 헤엄치는 고래,
가족 중 누군가를 잃은 또는 잃어가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등장하고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가진 두 여자아이의 우정, 사람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를 만들고
하나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 함께 하는 하는 사람들이 겹쳐 보인다.
물론 <백화의 마법>이 마법의 고양이 덕분에 훨씬 신비롭고
백화점이라는 장소 덕분에 더 다양한 물건들과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과
이야기의 구심점이 되어 주는 주인공이 사랑스러운 컨시어지라는 점에서 다르고
그래서 다른 감동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호시노 백화점이 추구하는 4H는 다름아닌 이 작품 자체가 품고 있는 가치라고 해도
무방할 거란 생각을 해 본다.
이 작품이 진심으로 독자를 상대하고 내일로 가는 희망과 소소하게 치유되는 시간을,
가정의 따스함을 담아 전달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기적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또 다른 감동을 선물해 줄 거라 믿기에
나는 무라야마 사키의 다음 작품도 분명 읽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어디로 데려가 주시려나 기대하고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