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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거인 ㅣ project B
라울 니에토 구리디 지음, 이숙진 옮김 / 반달(킨더랜드) / 2022년 11월
평점 :

“엄마! 거인이 집을 두 개나 들고 있어요!”
그림책 <어마어마한 거인>의 표지를 보자마자 눈과 입이 놀라움으로 활짝 열린 아이의 첫 마디.
이 어마어마한 거인은 어떤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첫인상부터 이리 강렬한 걸까요?
우리를 놀라게 한 이 어마어마한 거인이 우리를 끝까지 놀라게 할지 그럼 지금부터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

커다란 판형의 그림책을 뚫고 나올 것만 같은 거인의 어마어마한 몸.
거인은 그 외형부터 엄청난데 거인을 소개하는 글자들도 거인의 어마어마함을 표현하는데 한 몫하는군요.
자, 거인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니 저희도 눈 크게 뜨고 잘 만나봐야겠습니다.

거인이 하루에 뭘 얼마나 먹고, 좋아하는 취미가 무엇이고, 무슨 일을 하고, 어떤 능력이 있는지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들이 이야기를 해주는데요.
아이와 보면서 숫자를 잘못 읽어 혀가 꼬이는 바람에 엄마는 땀 한 줄기 또르르, 아이들은 그런 엄마가 웃겨서 까르르.
굳이 변명을 하자면 이렇게 큰 숫자를 읽을 일이 별로 없어 그런 거라며 둘러대봅니다.
(이과 엄마지만 숫자만 보면 작아지는 숫자울렁증이 있다고는 차마 말을 못하고요.
거인 앞이라 그런 거라 말할 걸 그랬나 뒤늦은 후회를 해보네요. ^^;;)

자, 이제 거인과 인사를 나눠볼까요?
목소리도 정말 어마무시해서 엄청나게 멀리 그러니까 그림책 한 장을 꼬박 넘어가고 그 다음 장까지 들리는데요.
이러니 누구라도 거인의 인사를 안 받아줄 수는 없을 거예요. ^^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까지 이 모든 거대함을 일순간에 뒤집어버리는 듯한 신기하고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세상에 이렇게나 어마어마한 사랑스러움이라니요.
아이들은 그림책을 코 앞으로 바짝 당겨 재미있어 하고 어른인 저는 순간 마음이 뭉클해지더군요.

뒷면지까지 그림책 <어마어마한 거인>은 그 아이덴티티를 정확하게 표명하는 어마어마한 철저함과 집요함을 자랑하는데요.
아직 글자를 모르는 저희 아이들도 거인이라고 자동으로 외칩니다.
이제 거인 그림책이라고 하면 적어도 저희 집에서는 <어마어마한 거인>이 당첨!

네, 맞습니다.
그림책의 마지막 뒷면까지 거인이 거인하는 그림책 <어마어마한 거인>
시각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그림책의 판형이나 그림 그리고 글자의 크기까지 거인의 어마어마함을 잘 보여주고, 숫자의 정확한 수치가 거인의 존재에 대해 신뢰감을 쌓아주면서 놀라움을 더해주는데요.
무엇보다 점점 증폭되는 이 모든 어마어마함이 무너지지 않고 한 순간에 집약되면서 다시 확장되는 거인의 사랑스러움이 그 무엇보다도 이 그림책의 어마어마한 힘이고 거인의 어마어마함이라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처음 놀라운 외침으로 책을 만났던 아이가 마지막에는 질문을 합니다.
이 세상에서 뭐가 제일 크냐고요.
그래서 네 마음이라고 대답해 주었어요.
어마어마한 거인이 너무 커서 보이지 않는 것처럼 네 마음도 그렇다고 말이에요.
아이의 질문 덕분에 어쩌면 이 그림책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어마어마한 거인들에게 보내는 작가님의 관찰보고서 형식의 러브레터이자 굳나잇 키스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답니다.
저도 저의 어마어마하게 사랑스러운 거인들에게 뽀뽀를 쪽! 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