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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ㅣ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평점 :

'탕, 탕, 탕, 탕, 탕'
무엇인가를 향해 두드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누군가를 향해 총을 쏘는 소리 같기도 하다.
잠시 잊고 있던 이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다시 베어타운의 한복판으로 순간이동.
프레드릭 배크만이 하키 빼면 그 무엇도 없는 황량한 겨울의 <베어타운>에 찾아온
여름에 들려주는 그 다음 이야기 <우리와 당신들>
점점 쇠락해 가는 베어타운에 유일한 그리고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꿈은 하키.
우승을 눈 앞에 두고 하키 천재인 주장 케빈이 단장인 페테르의 딸 마야를 성폭행하고,
페테르가 이를 고발함으로써 그들은 그들의 것이어야 하는 우승을 빼앗겼다 생각한다.
그 누구도 마야를 위해 케빈을 벌하지 않자 마야는 스스로 케빈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결국 케빈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베어타운을 떠나지만
마야는 여전히 '나쁜 년'이라는 꼬리표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베어타운 하키단은 이제 존폐의 위기를 맞고
딸과 가족을 지키지 못한 페테르는 하키단마저 잃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한다.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돈과 권력을 이용해 분쟁을 일으키고 그 틈에서 자리를 차지하려는 리샤르드 테오.
테오는 필요한 순간에 이쪽과 저쪽의 약한 부분을 파고 들어 자신의 제의를 거절하지 못하게 만들어
페테르와 하키단의 아니 베어타운의 숨은 배후인 '그 일당'을 조정하기 시작한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정치판은 썩어 문드러지고, 병원은 문을 닫을 예정이고, 공장은 주인이 바뀌고
이런 난리통에
살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베어타운의 곰들에게 하키라는 스포츠는 전부일 수밖에 없다.
베어타운과 헤드의 갈등이 잉태한 불안과 불만 그리고 분노는 결국 폭력 사태와 교통 사고를 낳는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살아간다.
성폭행을 당하고 그보다 더한 그 이후의 사람들의 정신적 린치에도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 살아가겠다며 노래하는 마야,
누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주변의 변화에 스스로를 괴롭히며 폭력에 눈을 떠가는 레오,
하키 천재에서 어느날 성폭행범이 되어버린 아들을 보며
한 여자로서는 용서하지 못하지만 엄마로서는 끝까지 아들을 버리지 않겠다는 케빈의 엄마,
케빈을 잃고 가장 남자다움을 요구하는 하키팀의 주장이 되어야 했고
자신의 성정체성이 드러남으로 결국 마을을 떠나는 벤이,
아내와 엄마라는 이름으로 변호사로서의 재능을 봉인하고 살아가는 미라.
특히나 이 다섯 사람은 읽는 내내 마음이 쓰였던 인물들.
베어 타운의 모든 이들이 그러하지만 모두들 상처 입고, 그것을 극복해 가려 노력한다.
<우리와 당신들>은 단순히 베어타운에 일어난 어떤 일들을 이야기하는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와 당신들의 이야기이고,
베어타운과 이곳의 이야기이며,
소설 속의 시간과 지금이라는 현재의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결국 모두의 이야기이고, 모든 것의 이야기이다.
따라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결국 우리에게 책임을 묻고 있기도 하며,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잘못임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다들 이건 한 사람에게 벌어진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일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럴 리 없다.
속으로는 우리도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잘못이라는 것을.
우리의 잘못이라는 것을."(414쪽)
그러면서 동시에 사람과 사회를 둘러싼 그 모든 것들이
단순명쾌하게 이렇다라고 정리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우리와 당신들>은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는 좋은 사람들도 살고 나쁜 사람들도 살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지는데,
그 둘을 구분하기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515쪽)
경찰들은 관심도 없고 해결해 줄 수 없는 마을의 문제들을
외부에서 폭력단이라 부르는 '그 일당'들이 해결해 주는가 하면,
대책없는 망나니 비다르도 사랑 앞에서는 순둥이가 되고,
하키팀을 위해서는 최고의 단장이지만 가족들에게는 형편없는 아빠인 페테르나
팀원들에게는 무지막지한 코치인 샤켈은 조카에게 잠자리 동화책을 읽어주고 동물원에 데려간다.
사람들에게 '미친 하키맘'이란 소리를 듣는 빌리암의 엄마지만
비다르를 잃은 리니우스 가족에게 샐러드를 들고 위로하러 가는 이웃이기도 하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사건도 명확하게 어느 쪽이라고 구분지을 수도 정의내릴 수도 없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우리와 당신들>은
<베어타운>이란 그 안에 직접 들어가서 봐야 한다.
이 소설은 절대적으로 그래야만 한다.
모든 것이 들어 있는 그런 소설이기에...
그 사실 하나만은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