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시작하는 마음공부 - ‘내 안의 나’를 사랑하게 해주는 독서치유 교실
심선민 지음 / 프리뷰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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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고 나서 아이 덕분에

그림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이를 위해 시작한 그림책 보기가

지금은 나를 위한 그림책 보기로 변질(?)되어 버렸지만

그것이 그림책의 힘이자 매력이란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마음공부>를 읽게 된 이유는

바로 나와 같이 그림책으로 위로받고 성장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인 심선민 작가는 그림책 육아를 해보겠다며

<0~7세 그림책 육아의 모든 것>을 보게 된 것이 그 첫 만남이었고,

이번에는 그림책을 통해 자신의 아픈 마음을 들여다보고 위로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러니까 일명 그림책 테라피가 담긴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마음공부>가 두 번째 만남이 되겠다.

작가는 15년 넘게 전 연령에 걸친 사람들을 위한 독서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도해 오며

그간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마음공부>에는

저자가 그림책을 소개하고 그 그림책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주며

그림책을 통해 내면의 자신과 마주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받은 혹은 스스로가 입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한 사람들의 고백과 감동이 들어있다.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들 역시 함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적용해 볼 수 있는 마음공부 노트와 각 챕터마다 함께 보면 좋을 책과 그림책 그리고 영화 목록까지 저자가 세심하게 골라 담았다.

책에 소개된 그림책 하나 하나에 담긴 이야기와 사연이

어느 하나 내 이야기가 아닌 것이 없었다.

이 책을 읽는 혹은 읽게 될 모두가 동의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의 마음이란 얼마나 다양하면서도 얼마나 비슷한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그 중에 특별히 엄마라 더 의미있게 다가왔던

그림책[내 꼬리][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의 이야기들을 좀 나눠볼까 한다.

엄마가 되면서 내 존재와 가치에 의심과 번뇌가 일상이 되었던 내가 생각난 [내 꼬리]

"나의 존재와 가치는 누군가에 의해 검증될 수 없다. 내가 소중한 이유는 내가 그렇다고 믿기 때문이지 누군가의 판단과 평가로 나의 가치가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의 꼬리표가 그 무엇이든 당신의 소중한 인생이 꼬리표 때문에 고통을 당해서는 안 된다. 그 누구도 누군가가 정한 기준에 무릎 꿇어서는 안 된다. - 161쪽"

엄마라는 꼬리표가 나에게는 너무 버겁기만 했는데 이제는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졌다.

이제는 엄마를 소중한 나의 일부로 대하기로 했기 때문에 말이다.

좋은 그러니까 그냥 엄마가 아닌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 못난이라 생각한 나에게 필요한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

"과연 나는 내 자녀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자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부모가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부모의 마음이 평온해야 비로소 아이의 미소와 눈물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따. 부모가 평화로울 때 아이도 온전한 평화를 경험한다. 그래서 우리가 가장 먼저 수용해야 할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다. 부모라면 더 이상 자신을 못난이라고 부르지 말자. 못난이라고 불릴 만한 행동을 하지 말자. 못난이라고 불릴 만한 행동을 했다면 아이한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천사 같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빙자한 폭력의 방식을 대물림해서는 안 된다.

이미 우주를 품을 수 있는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위대하다. 아이에게는 당신이 우주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부모라면 당신은 위대한 우주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 245~246쪽"

나를 보고 자라는 아이들. 나 스스로가 못난이라 생각한다면 아이들이 보는 우주는 못난 우주일 것이다.

내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내 행동을 결정할 텐데 이건 정말이지 피해야 할 생각이다.

나는 내 아이라는 우주를 키우는 위대한 일을 하는 위대한 우주라는 사실을 늘 잊지 말아야지.

처음에는 그림책을 보지 않고 이 책만 보고서

감동과 위로가 전해질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저자의 설명이 자연스럽게 그림책의 내용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줘 큰 무리는 없었지만

그림책을 직접 보면서 이 책을 함께 본다면

더 큰 울림과 더 깊은 감동과 더 따뜻한 위로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 장담해 본다.

이 책이 계기가 되어서 그림책을 직접 찾아보고

그 감동과 위로, 회복과 치유 그리고 성장의 기쁨을

고스란히 느끼고 누리는 사람들이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저자 역시 그런 마음에 이 책을 썼을 테지.

작가와 마음이 통하는 기쁨도 느낄 수 있었던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마음공부>

그림책 곁에 두고 함께 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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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와 제멋대로 그림자 국민서관 그림동화 218
다비드 칼리 지음, 세르주 블로크 그림, 엄혜숙 옮김 / 국민서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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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내가 모르는 나, 마음 속에 숨어 있는

검은 그림자 같은 나를 만나는 일은 어렵기만 합니다.

하물며 처음으로 자기 안의 또 다른 자아와 첫 대면을 하는 아이들은 어떨까요?

여기 <조지와 제멋대로 그림자>에 조지 씨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다고 하니

함께 들어볼까요?


다른 날과 똑같은 평범한 어느 날 아침.

조지 씨는 부엌에서 시커먼 누군가를 만납니다.

당연히 놀란 조지 씨는 바로 누구냐고 묻지요.

그 녀석이 대답하기를 자기는 조지 씨의 그림자라고 합니다.

그림자라면 바닥에 있어야 하거늘 대체 부엌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요?

당황해하는 조지 씨의 질문에 그림자 녀석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배가 고팠어."

이해가 되지 않지만 곧 사라지겠지 싶어 그냥 둡니다.


그런데 이 그림자 녀석은 하루종일 어디를 가나 조지를 따라 다녔습니다.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한 조지는 그림자를 사라지게 하려고

잔인해(?) 보이지만 조각조각 자르려고 해 보고,

물을 뿌려도 보고 이런 저런 방법들을 써봅니다.

(조지 씨의 기발한 그림자 퇴치법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기를^^)

그 어떤 방법도 먹히지 않고

어느새 조지 씨는 그림자와 짝이 되어

그동안 혼자 할 수 없는 많은 걸 하게 됩니다.

(이것도 역시 책을 보시면 둘이서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어요 ㅋ)

그러더니 올 때마냥 갑자기 사라져 버리지요.

문득 조지는 허전하고 외로워집니다.

그토록 바라던 그림자 사라졌는데 기쁘기는커녕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날이 되었습니다.

다른 날과 똑같은 그냥 평범한 날 같았어요.

조지는 일어나서 욕실에 갑니다.

그런데 조지에게 또 사건이 일어나지요.

무슨 일인지는 말 안 해도 다 아시리라 믿어요. ^^

내 안의 시커먼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일이 불편한 우리 모두에게

<조지와 제멋대로 그림자>가 건네는 메세지는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네요.

조지의 그림자는 그야말로 갑.툭.튀!

우리의 또 다른 자아도 예고없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등장 이유를 들어보니 허기 때문이랍니다.

현실의 나, 현재의 내가 그 녀석을 배고프게 만든 거죠.

그렇게 등장한 또 다른 나는 이제 마음껏 자신을 드러내고

이것은 나를 불편하고 불쾌하게 만듭니다.

당연히 나는 또 다른 나를 없애고 싶어하겠죠?

그런데 그 어떤 방법으로도 또 다른 나는 사라지지 않아요.

<조지와 제멋대로 그림자>에서는 웃음이 나는 방법들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자, 이제 방법은 하나 뿐입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거죠.

받아들이고 나니 지금의 내가 이전에 할 수 없던 것들이 가능해졌습니다.

또 다른 내 자아가 가진 속성이 그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거죠.

다른 내 모습을 인정하면서 나는 더 많은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허기를 채운 또 다른 검은 그림자는 돌연 사라집니다.

갑자기 정신을 차린 나는 또 다른 나를 잃은 상실감에 외롭기도 하고,

어쩌면 자신감도 살짝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원래의 나는 금세 본연의 나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되겠죠.

이번에는 이 녀석과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요?

가만 보니 처음엔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나와의 만남에 당황하고,

익숙하지 않은 내 모습에 불편하고 짜증이 나니,

이를 해결해 보려고 나를 괴롭히다

어느새 새로운 내 모습을 인정하고 수용하게 되지만

익숙해질 어느 즈음에 사라진 나에 대한 상실감과 아쉬움, 그리움을 느끼는

일련의 감정의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이자 여정이 그려집니다.

마지막 두 장면에서는

이 감정의 단계들이 하나의 싸이클이 되어 반복된다는 사실과

한결 편안해 보이는 조지 씨와 그림자 조지 그리고 멍멍이와 그림자 멍멍이의 모습을 통해

낯선 나를 만나는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구나 하는 안도감을 전해주며 끝을 맺습니다.

<조지와 제멋대로 그림자>는 다비드 칼리의 이처럼 멋진 이야기에

세르주 블로크의 익살스러움이 살아있는 그림이 함께 하면서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내용에 살짝 따스한 공기를 불어 넣어

풍선처럼 가볍게 띄워줘 입체감있는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다비드 칼리와 세르주 블로크라는 두 작가가

마치 조지와 그림자처럼 함께 아주 멋진 그림책을 만들어내었네요.

두 사람의 공동작업이란 점도 참 의미있게 다가오는 그림책입니다.

여러분도 혹시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갑자기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조지 씨처럼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함께 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봅니다.

나타났다 사라지고, 또 새로운 내가 나타났다 사라질 테니

언제 만나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마치 어둠 속에서는 그 모습을 감추었다

밝은 곳에서는 불쑥 나타나는 그림자 같은 제.멋.대.로.인

바로 또 다른 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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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만 자라고 해요?
티에리 르냉 지음, 바루 그림, 이희정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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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루 중 가장 위기의 순간을 꼽으라 한다면

엄마, 아빠에게도 그리고 아이에게도

잠자기 직전이 아닐까?

매일 밤 재우려는 엄마, 아빠와 자지 않으려는 아이의 실랑이!

매일 밤 어김없이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한 때는 나도 아이였고,

이 질문이 나의 질문이기도 했기에

<왜 나만 자라고 해요?>를 펼쳐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은 깜깜해지고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이 왔다.

반갑지 않은 시간.

오늘 소피아는 엄마, 아빠에게 작정하고 묻는다.

"왜 나만 자라고 해요? 엄마 아빠는 밤에 뭐 해요?"

엄마와 아빠는 되묻는다.

"글쎄, 너는 우리가 뭘 할 것 같은데?"



자, 이제 소피아는 그동안 품었던 생각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밤새 만화 영화를 보는 건 아닌지,

달콤하고 맛있는 걸 먹는 건 아닌지,

아니면 파티를 열어 친구들이랑 신나게 노는 건 아닌지

자기만 빼고 엄마, 아빠 두 사람만 소피아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는 건 아닌지 묻는다.


소피아의 질문은 점점 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소피아의 엉뚱하고 신기하고 깜찍한 질문들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런데.... 어라....

소피아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런... 엄마와 아빠는 소피아의 질문에 더이상 답을 해 줄 수가 없게 된다.

(왜 그런지 궁금한 어른들은 책을 꼭 보시기를 ^^)



"왜 나만 자라고 해요?"

양팔을 가슴 앞에 포개고 당돌하게 질문하는 소피아!

보통내기가 아니다.

차마 이런 질문을 못 했던 아이들에게는 소피아는 대변인이자 사이다!

소피아의 엉뚱발랄 질문을 잘 넘기는 부모님의 대답도 재미있고 아이들이 납득할 만하다.

만약에 내가 저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대답을 했을지 생각해 보는 것도,

아이들에게 그 대답을 생각해 보라고 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관찰자의 시선으로 부모를 바라보는 소피아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부모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첫 질문과 마지막 질문을 하는 장면에서

어두운 방에 살짝 벌어진 문 틈으로 길게 들어오는 빛이

어두움과 대비되면서 밝은 빛을 향해 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그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게 만드는 장치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한다.

마지막 두 장면은 아이에게 궁금함을 해소시켜 주면서

어른과 아이의 상황을 역전시킴으로 통쾌함을 주는 덕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매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그림책이다.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서 상상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줄

잠자리 그림책으로 안성맞춤!

아직 좀 더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

그리고 나만 먼저 자야 하는 게 왠지 억울하고

내가 자는 사이에 엄마와 아빠는 뭘 하는지 궁금한 아이의 마음을

담은 <왜 나만 자라고 해요?>

오늘도 잠자리에서의 야단법석이 두려운 엄마와 아빠

그리고 억울하고 궁금한 아이 모두 개운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게 해 줄

<왜 나만 자라고 해요?>는 모두에게 환영받는 그림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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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바깥바람 11
최윤정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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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의 책육아를 핑계로 그림책을 들여다 보다가

내 안의 아이가 슬그머니 그림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아이를 위한 책을 사다가

점점 더 내 안의 아이가 보고 싶어하는 책들을

열심히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사실 어떤 책이 아이를 위한 책인지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내 안의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책이 기준이다.)

그러다 그림책을 좀 더 자세히 밀도 있게 들여다 보고 싶고,

그림책을 보는 좋은 눈을 갖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기웃대다 만나게 된 책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이 책은 25년 간, 변역자, 평론가에서 편집자로 종횡무진하며

어린이 책 분야에서 많은 일을 해 오신 최윤정 선생님의 글을 모은 책이다.

그림책, 그림책번역, 그림책출판계, 교육을 아우르는 그간의 모든 비평서라 할 수 있겠다.

곳곳에 어린이 책과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걱정 그리고 앞으로의 당부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처음엔 아이를 위해 그림책을 보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내 안의 아이를 위해 그림책을 보는 일로 확장이 되면서

그림책이 갖는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요즘의 나에게

더 의미있게 다가왔던 내용을 몇 가지 이야기해 볼까 한다.


그림책이 갖는 의의를 되짚어 보게 해 준 <푸른 개>의 서평.

푸른 개가 프로이트의 말을 빌려 '우리가 유년기 내내 빠져있던 환상의 총량'으로,

어린 시절에서 조금 덜 어린 시절로, 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인생의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힘겨움 속에서 필요로 하는 좋은 감정의 총량(20쪽)이라 이야기하는데

이는 마치 그림책 자체가 우리에게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살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힘겨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그림책이라는 예방접종을 미리 맞아야 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감정의 방어막이자 보호막이 되어줄 감정 백신인 그림책을 봐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른들의 과거는 아이들의 현재와 같지 않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된 아이들 책 읽기.

이를 통해 본인 스스로 아이들의 현실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어쩌다 마음에 드는 동화라도 만나게 되면 삶을 다시금 긍정적으로 바라볼 힘이 생겼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저자는 어린이 책 출판 시장의 문제점과 책의 공해 속에서 나쁜 책에 대한 비판은 높이고,

어른들의 감시 없이도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어도 괜찮은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한다.

또한 어린이 책을 쓰는 이들에게도 당부하기를 작가가 되고 싶은 욕심에 쓰지 말고,

아이들에게 괜찮은 '선물'이 될 만한 이야기를 써달라고 말이다.

이런 저자의 바람들이 정말로 현실이 되는 날이 오기를 나도 바라본다.


이 밖에 <책 밖이 어른 책 속의 아이>에는 다양한 어린이 책에 대한 평론들이 들어 있다.

평론을 통해 어린이 책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데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 다소 이전의 것들이 많아 근래 나온 책들에 대한 작가님의 평론들이 궁금해졌다.


어린이 문학에 대한 생각과 어린이 책을 보는 일에 대한 태도,

좋은 그림책을 만들고 볼 줄 아는 일의 중요성

그리고 독서 교육과 어른들의 책임에 이르기까지

어른인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는 중요한 문제들을 짚어주는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동화책만큼이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책이 또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그 지점에서 어린이 책을 가볍게 볼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과 가치를 찾아야 한다.

책 밖의 어른과 책 속의 아이가 손을 잡는 그 순간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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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들 Studioplus
남윤잎 지음 / 시공주니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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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평상시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게 해주는 것들 중에서

유독 더 마음이 가는 것은 버스.

시간 약속에 늦지 않아야 할 때는 지하철을 타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버스를 타는 것이 더 좋다.

왜 나는 버스를 고집하는 걸까?

버스의 어떤 점이 나는 좋은 걸까?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챈 듯이

나처럼 버스를 좋아하는 작가가 그린 그림책 <버스>를 만났다.

햇살 좋은 날, <버스> 한 대가 왔다.


버스가 오면 정류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버스가 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버스에 탄 승객의 일부는 내리고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의 일부는 버스에 오른다.

각자의 길을 가던 사람들이 같은 길에 오른다.


버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변함없지만

계속해서 이동하는 내 시선에는 매 순간이 새롭다.

버스의 직사각형 창문은 영화관의 스크린이 되어

버스가 흘러가는 방향을 따라 흐르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앞을 향해 흘러간다.

가끔 멈춰 숨을 돌리고 다시 출발하기도 한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창 밖 하늘의 시간도 흘러 흘러

어느새 노을로 물들었다가 검은 잠옷을 입은 밤하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두움이 내려 앉으면 하나 둘 불을 켜기 시작하다.

어느새 반짝반짝 빛나는 불빛들로 하늘도, 건물도, 도로 위도

가득 채워진다.

끝나가는 하루를 안고 제자리로 찾아가는 사람들은

다시 버스 안에서 겹쳐진다.

버스 안에서, 버스 밖에서 반짝 반짝 거리는 빛에 물들어

버스에서 내려 돌아가는 우리도 어느덧 반짝 반짝 빛이 난다.


그림책 <버스>는 이동하는 버스의 여러 가지 흥미로운 점들을

그림책으로 재현해 놓은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단, 책 판형 자체도 버스를 닮은 직사각형에 창문 구멍을 뚫은 버스 커버를 벗기면

버스 내부가 그림책의 첫 표지가 된다.

버스를 타고 있는 이 한 사람, 한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 제각각 다르고, 다른 길을 가고 있었지만

이 버스를 탄 순간부터 함께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버스>는 버스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어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정말 버스를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과 관찰력이 빛이 난다.

버스의 외부에서, 옆에서, 위에서, 앞에서 그리고 버스의 내부에서

버스 안에 함께 있는 사람들을 향하게 하기도 하고,

창문을 통해 밖으로 시선을 돌려주기도 하고,

멀리서 또는 가까이에서,

빠르게 그리고 천천히,

<버스>를 보는 동안 버스와 함께 흘러가게 된다.

버스가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버스에 탄 사람들도 주인공인 <버스>

버스에 탄 사람 하나 하나가 다른 하루를 보내지만

그 다른 하루들이 만나는 마법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버스>

잠깐이지만 동행인이 되는 순간을 선물해 주는 <버스>

버스를 타고 떠나는 짧은 여행 같은 하루의 잠깐이

버스의 창문을 통해 전달되는 햇살의 따사로움으로,

어두운 밤에도 반짝 반짝 빛나는 빛들의 반짝임으로,

충분히 행복한 기분이 되게 해준다.

<버스>를 보고 난 후의 당신은 이제 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전과는 다른 눈으로 버스와 사람들 그리고 풍경들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참, 버스에서 내린 작가를 보면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작가의 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버스 여행을 다시 시작하게 되버리니 버스에 탄 한 사람, 한 사람을 눈여겨 볼 것을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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