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젠더 수업 창비청소년문고 27
김고연주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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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하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나는 누구인가?"가 아닐까?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민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각각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나"를 궁금해하고,
생각해 보는 시기는 아마도 십대, 청소년기가 아닐까 한다.
나 역시도 나란 사람 때문에 혼란이 시작된 시기가
바로 그 때부터였으니.

그런데 그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
바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점이 참 신기하고도 재미있다.

그래서 이 책이 갖는 미덕이랄까?
이제 막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누군가부터,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누군가까지
"나"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모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길잡이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책.

무엇보다 작가인 김고연주 씨가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며 3년이란 시간 끝에 낳은
또 하나의 생명 같은 책이란 생각에
아이처럼 보듬고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으로 내내 읽었다.

나 역시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 새로운 관계 속에서
또 다른 정체성을 생각해 보고, 고민하고 있었고,
'아들'과 '딸'이라는 서로 다른 '성 姓'을 가진 두 아이와
어떻게 '가족'으로 살아갈지 스스로에게 막 질문을 던진 상황이라,
이 책이 반가웠는지 모른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나'에서 시작되지만,
그 대답이 쉽지 않은 것은,
'나'는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재정의 되고,
'나'란 사람이 끊임없이 변화를 겪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나의 첫 젠더 수업'은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열려 있는 수업이면서,
모두가 받았으면 하는 수업이란 생각을 해 보았다.

역사, 문화, 사회, 정치, 미디어를 통해
왜곡되기도 하고, 편견으로 자리잡은 여러가지 '젠더'에 대한 내용들.
쉬운 이야기로 잘 풀어주는 작가 덕분에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따라갈 수 있는 수업이지만
우리가 해야 할 '나의 정체성 찾기'와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라는
숙제는 결코 쉽지 않다.

'나'로 '우리'와 '함께' 잘 살아가려면
먼저 흔들리지 않는 '나'라는 정체성을 스스로가
잘 만들어 놓아야 '너'라는 정체성의 당위성과 다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제목에는 '젠더 수업'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젠더'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다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첫 수업이라 보면 될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즐길 줄 아는
'내'가 되고 싶어지는 수업.

'나의 첫 젠더 수업'

당신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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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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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족, 혼밥, 혼술 그리고 고독사.
요즘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는 단어들.

저출산의 심각성과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
이것 역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

이렇게 보니 '가족의 해체'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문득 '당신의 가족은 안녕하십니까?라고 묻고 싶어진다.

그래서일까?
여기 츠지무라 미즈키가 들려주는 '가족의 탄생'이 갖는 의미가
더욱 특별한 것은.

'아침이 온다'는 단순히 불임이나 난임 부부, 입양, 미혼모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갖고 있는 혹은 가족을 원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여기 두 사람, 아니 두 여자가 있다.
연령대도, 사는 곳도, 관심사도 그 어느 것 하나
공통점 아니 연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두 여자, '히카리'와 '사토코'
이 둘을 이어주는 유일한 것은 '히카리'가 낳은 아이, '아사토'

츠지무라 미즈키는 10대에 '아사토'를 낳은 '히카리'와
난임으로 인해 40대에 '아사토'를 입양한 '사토코'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려준다.

'사토코'의 가정은
밖에서 보면 아이를 낳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부부와 입양아로 이루어진
정상적이지 않은 가정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어느 정상적인 가정보다 더 바람직한 가정.
'히카리'의 가정은 교사인 엄마와 아빠, 그리고 모범생인 언니가 함께 사는
평범하고도 정상적인 가정처럼 보이지만,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가장 가까이에서 상처를 주고 있는
어쩌면 우리 시대의 가장 보편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가정.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상처를 주고 있는 사람들
특히 누구보다 가까이에 있는 가족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다.
핏줄로 이어진 친부모와 말다툼 같은 대화를 하면서 가족이란 노력해서 쌓아 올리는 것임을 깨달았다.
가족은 아무리 핏줄로 이어졌다 한들 오만하게 굴어서는 쌓아 올릴 수 없는 관계다.
- '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

핏줄이란 무엇일까?
그것이 갖는 연대성이란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
세상에 노력없이, 정말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완벽한 관계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핏줄이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족이란 관계를 너무 가볍게 생각해 온 것은 아닌가 싶다.
'진정한 가족'이 되려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진정한 관계'를 쌓아 올리려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한동안 소설이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아침이 온다' 읽으며 '맞아, 이래서 소설을 읽는 거야'라며
책을 쓰다듬어 보게 되었다.
'히카리'의 입장에서 '사토코'의 입장에서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처음 만나는 일본 작가이지만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섬세하게 타인의 감정을 들려주고 공감하게 만드는 것을 보니
좋은 작가구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정말 오랜만에 다른 누군가의 입장에서
함께 울고, 웃는 시간이었다.
'히카리'와 '사토코'에게 밝아오는 아침이 오듯이
책을 덮으며 함께 아침을 맞이할 수 있어서,
고마웠던 만남의 시간.

지금 길고 긴, 정말 끝날 것 같지 않은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모두에게
새로 떠오르는 빛을 머금은 아침 같은 선물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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