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 프랑스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39
샤를 페로 지음, 이다희 옮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 비룡소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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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7년, 구전으로 전해 오던 민담들을 샤롤 페로가 <옛날 그리고 짤막한 이야기>로 출간한 동화속의 <신데렐라> 이야기. 300년이 훨씬 지난 원작에,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재해석된 독특하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더욱,피부로 다가오는 신데렐라. 1812년, 그림형제의 <신데렐라>와 비교해봐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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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4 14: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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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4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06-04 22:16   좋아요 0 | URL
나무늘보님의 평을 읽고 책 속의 그림이 너무 궁금해져서 도서관 검색을 해보니 이 책이 있네요. 책밷신청하고 기다리고 있어요. 신데렐라 책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 가물... 너무 유며해서 정말 읽었었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ㅎㅎ

appletreeje 2013-06-05 00:24   좋아요 0 | URL
신데렐라,하면 어릴 때 누구나 읽었지만
저도 언제 읽었을까 가물가물했어요~^^
다 아는 이야기지만,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그림으로
1920년대 런던의 신데렐라를 만나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

후애(厚愛) 2013-06-05 15:39   좋아요 0 | URL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담아가야겠어요,ㅎㅎ

appletreeje 2013-06-05 23:06   좋아요 0 | URL
예~~나중에 꼭, 읽어 보셔요.~*^^*
 

 

 

 

 주말을 보내고, 식구들이 또 저마다 각자 속한 장소로 단정히 총총히 떠나고

 오늘도 어지간히 햇빛이 쨍쨍할 하루를 여는 월요일 아침,

 여러가지 산재된 일들이 착한 학생들처럼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나의 다정한 호칭,을 기다리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나는 여전히 빈둥거리며 <나 한 사람의 전쟁>이라는,

 돈만 생기면 교보문고에 들러 신간을 사고 록 뮤직의 시디를 사고 자신을 '폐업 시인'이라

 부르며 계속 시를 써나가지 못하는 자신을 괴로워했으며, 꿈꾸는 청년의 모습을 끝까지 지니고

 있었던 문학주의자 윤성근의 다섯 번째 시집을,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이지만,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바라지 않았던 투병의 시간에 썼던 시집을 싱싱하게 읽고 있다.

 거 참 이상도 하지? 누구라도 새로운 한 주를 여는 새 월요일, 화창한 화이팅!을 외칠 시간에.

 가만 생각해보니 결국 사는 일이나 죽는 일이나 다 한가지가 아닌가 싶다. 또 다른 꿈을 향해

 언제라도 떠나는 일. <나 한 사람의 전쟁>은 기실 사랑과 질병과 죽음을 앞에 둔 우리 모두의

'전쟁과 구원'이니 그대는 그대의 시를 쓰고 갔을 뿐이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을 미리 쓰고

 갔을 것이다.  떠나기 하루 전 , 아직 의식이 있을 때 대세(代洗)를 받았다. 세례명은 라파엘. 

 시인과의 약속대로 그의 아내는 그의 타계 1주기에 이 詩集을 출간했다.

 투병을 쓴 유고시집이라니, 미리 읽기도 전에 겁 먹을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시집은 처절하지도

 눈물타령도, 고통을 호소하는 詩集도 아니다. 그저 삶의 일부였고 과정이었던 시간들을 철저히

 싱싱한 각성과 명료한 언어로 명랑(?)하고 정직하고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노래'이다.

 그리고 그 '노래'를 어떤 사람이 6월의 첫 번째 월요일 아침,에 또 감사하고 기쁘게 듣는다,

 

 

 

 

 

                      기형도 생각

 

 

 

 

                      훤칠한 키에 노래까지 잘했던

                      청탁받은 원고를 들고 언제나 회사 근처로 수줍은 듯 나타났던

                   사내

                      일간지 기자 같지 않은 자신 없는 표정과 꺼내놓은 원고를 주기

                      싫은 듯 몇 번이고 교정을 보여달라고 조르던

                      그를 마지막 보고도 수 십년을 더 살고 있으니

                      애초에 좋은 시인이 되기는 싹수가 노란 터.

                      같이 무슨 동인 활동을 해보자는 제안에

                      난색을 표하던 섬세한 사내, 대학 동기들 가운덴 말도 잘하고

                   시도 잘 낭송하곤 했다는데

                      나랑은 유전자가 달라 노는 물이 달라 속을 알 수 없던 시인

                      당신 생각이 나요 당신도 야구를 좋아했던가요?

                      우리나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림픽에서 야구가 우승했던 베

                   이징

                      우커송 경기장을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나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몰라

                      베이스만 한국에 오고 건물은 헐려

                      재방송마다 찾아보면 내가 눈물짓는 사연을.

                      당신과의 짧았던 만남을 되새김질하고

                      나는 길 떠나고자 합니다, 미지의 세계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P.80 )

 

 

 

 

 

                        축복받은 저녁

 

 

 

 

                         아내가 고등어조림을 맛있게 해줬다.

                         비가 와서 파리공원 산책로의 우레탄이

                         비단처럼 부드러워졌다.

                         산책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아이와

                         담배를 꼬나문 아저씨를 만났지만

                         짜증은 내지 않았다.

                         나의 돈 쓰는 단위도 병원비를 제외하면

                         동그라미가 두 개쯤 빠졌다.

                         아내의 음식 솜씨가 나날이 좋아진다.

                         나의 식욕과는 무관하게. (P.95 )

 

 

 

 

 

                             너무 큰 바람

 

 

 

 

                           하고픈 말 다하고 먹고픈 거 다 먹고

                           원 없이 책도 보고 조금은 글도 짓고

                           그런 것을 원했을까요? 전차에 받히지 않았더라면

 

                           갔었던 좋은 관광지를 다시 방문해서

                           좋은 사람과 좋은 술 좋은 음악에 핑크 플로이드까지

                           악기도 배우고 정원도 가꾸고 개도 고양이도 기르면서

                           만년에 그러고 싶었을까요? 나란 사람은

 

                           그러나 나는 노력했어요, 내 욕망도 바람도 꿈도

                           모두 휘발되어 사라 없어지기를.

                           아픔이 오기 전에 병들기 전에 왜 그것을 몰랐을까요

                           바라지 않는다고 바라는 것, 그것은 너무 큰 바람이라는 것을.  (P. 27 )

 

 

 

                                                        -윤성근 시집, <나 한 사람의 전쟁>-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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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03 11:54   좋아요 0 | URL
몸이 아파서 떠나야 한다고 느꼈을 때부터
옆지기한테도 밥을 차려 주는 삶을 누리면
시에서도 새삼스러운 이야기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옆지기(아내)한테 밥을 차려 주는 이야기도
나올까요?

남자가 여자한테 밥 차려 주는 이야기 쓰는
시인 아주 없지는 않을 테지만
아직 거의 못 본 듯해요..

appletreeje 2013-06-03 14:46   좋아요 0 | URL
대장암 말기,임을 발견했을 때부터, 항암치료에 들어가 임종시까지 극심한 투병생활을 하셨다하니..아마 보석같은 아내에게 밥을 차려 줄 수 있는 여력이 없으셨을 듯 해요.. 임종시, 부고를 알리지 말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오히려' 마음껏 슬픔에 잠길 수 있었다.'는 시인이자, 마음산책의 대표이신 정은숙 詩人의 글을 본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아내는 고인이 되신 남편의 유고시집,을 약속대로 타계 1주기에 내셨다 하지요.

2013-06-03 12: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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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3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3 2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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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4 0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침 10시에 집을 나와, 강남역 모처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하다

  돌아오는 저녁, 환승 정류장 앞의 서점에 들어가 책들을 넘겨보다가, 또  몇 권을 샀다.

  결국 오늘도 책으로 시작해 책으로 하루를 마치는구나.

  아, 역시 나는  조직생활은 예전처럼 다시 못하겠다...하는 그러그러한 생각과

  역시, 나는 지금 이 프리,로서의 일이 좋아,하는 안도감과 함께 왠지 눈꼽만큼 묘한

  허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비타민,처럼 산 오늘의 나의 책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본업인 시와 건축 외에도 만화 비평, 영화 비평, 공연 기획, 전시 기획

등등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함성호 작가가, 틈틈이 쓰고 그린 

카툰 에세이.

 

함민복 시인의 말을 빌자면, '동년배들 가운데 가장 박학다식한 그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읽고나니 이야깃거리, 생각할 거리가

 꿈틀꿈틀 싹튼다. 그의 들쑤심,이 고맙다.' 했는데

 과연 어떨런지는 읽어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제목은 참 오늘의 내 심정이다.

함성호님의 책은, <당신을 위해 지은 집>과 <철학으로 읽는 옛집>만 읽었는데 이 책은 또 어떠한 기쁨을 줄런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 한 제목,이다 생각해보니

작년에 정희재님의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도  즐겁게 읽었구나,

 

 

 

 

  <수신확인>

 

 

억울하고 불쌍한 사람들, 대중매체에 흔히 등장하는 전형적인 피해자의 사례나 사건이 아니라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들이 느꼈던 설렘과 먹먹함으로 생생하게 재현해보고자 했다. 이렇게 재현된 각각의 이야기마다 반차별운동을 함께 모색하고 실천해온 활동가들의 글을 한 편씩 덧붙였다. 장애, 퀴어, 이주, 성별정체성, 반성매매, 노동 등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이들의 글은 차별이 한국사회의 어떠한 맥락 속에서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며, 한 개인이 가진 여러 정체성 중에서 하나의 정체성에 갇힌 차별이 아니라 중첩되고 교차하는 정체성 가운데 차별이 놓인 자리를 짚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마지막에 실린 남은 이야기 ‘일터에서, 우리는 어떻게 만날까’와 ‘반차별운동은 정체성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는 한국사회 반차별운동이 어떤 고민을 중심으로 차별 문제를 대해 왔는가와 함께 앞으로 반차별운동이 풀어가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다시금 불거진 차별금지법. 반차별운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차별에 대한 법적인 구제 장치를 만드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진정으로 한국사회에서 차별이 없어지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색 중이다. 그 첫 출발인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를 수신하고 전송하는 것이다.

 

-<알라딘 책 소개>에서.

 

 

 

 

그리고, 책표지의 그림도 귀엽고

'천재 변호사 모모세, 고양이를 위해 살기로 결심하다'  책표지 문구에,

오호~ 그 참 재미있겠군, 하고 살짝 집어든 책.

여튼 이 책은 소소하고 소박한 내 기대를 채워 줄 것 같은 그런 예감,이 드는 오야마 준코의 소설.

 

 <고양이 변호사>

 

 

 

TBS 화제의 드라마 [고양이 변호사, 시체의 몸값] 원작 소설. 10년간 전업 주부를 하다 마흔 셋의 나이에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 오야마 준코는 어릴 적부터 영웅을 동경했고 어떤 사람이 진정 멋있는 영웅일까를 고심하다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도쿄대 법대 출신의 초초엘리트 변호사로 예리한 관찰력과 판단력으로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지만, 개인적인 면에서는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대반전의 인물. 하지만 결코 상처를 피하지 않으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모모세를 중심으로 엉뚱하지만 가슴 따뜻한 인물들이 엮어나가는 감동 스토리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 두 권의 詩集, 임선기 시인의 <꽃과 꽃이 흔들린다>

 故 윤성근 시집, <나 한 사람의 전쟁>,

 

 

 

 

  

 

 

서점을 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아주 작고 귀여운 강아지 시츄가 눈에 띄였다. 그 옆에 같이 서 있는, 노란 옷을 입은 꼬마숙녀 아가씨.

그런데 다시 보니 꼬마가 아니라 '작은 어른'이셨네. 사람들이 지나가며 자꾸 쳐다보네,  뭘 그리 신기하다고.

강아지와 주인은 노란 옷을 예쁘게 입고 예쁘게 버스를 타고 갔네.  안녕,

 

신데렐라의 호박 마차,같은 커다란 호박을 지붕에 얹고 연달아 붕붕, 지나가는 작은 꼬마 자동차들.. 뭐지?  했더니,  '호박 나이트'.

 참 상호 한 번, 기막히다. 신데렐라처럼 하던 일 마치고 모두 무도회장으로 오라는거야~?

 

바쁘던 하루를 새 책들과 만두와 씨원한 맥주로 달래고 나니 이제서야 살 것 같다.

그래,  뭐니뭐니 해도 책과 맥주가... 만병통치약이다. 굿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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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02 07:31   좋아요 0 | URL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기보다
스스로 삶을 가장 아름답게 밝히는
즐겁고 재미난 일을 하는 셈이리라
생각해요.

그러니, 즐겁게 책을 장만해서
읽을 수 있겠지요.

appletreeje 2013-06-02 09:38   좋아요 0 | URL
예, 저도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샀어요. ^^
언제나 좋은 말씀, 감사 드리고 있습니다. ^^

2013-06-02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3 06: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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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소가 웃는다

 

 

 

 

                         내가 잘 쓰는 말이

                         착하다는 말이란다

                         군대 제대할 때 써주는 추억록에

                         분대장님 사회 나가선 그렇게 살면 안 돼요

                         말한 이는 착한 눈을 가진 소 같은 일꾼이었다

 

                         착한 사람이 더 많다

                         우직하게 일만 하면서

                         그다지 빛나지 않는 곳에서들 사는데

                         그런 이들의 눈빛이 있어

                         세상이 환하다

  

                         잘나고 똑똑한 이들과 달리

                         평생 고생하면서

                         받을 대접 제대로 못 받으면서도

                         끗꿋이 견디는 힘이

                         무엇인가 묻는 것은 부질없다

 

                         왜 소라고 슬프지 않겠는가

                         오랜 슬픔을 되새김질 하다 보니

                         억센 땅을 뒤집어엎어

                         부드러운 흙으로 살려내는 기쁨을 안 것이리라

 

                         요즘엔 기계가 소의 일을 대신하여

                         소들이 더 착해졌다

                         살과 뼈로 드리는 일밖에 없어

                         착한 소가 먼저 죽는다

 

                         오늘도 착한 소들이

                         열심히 먼저 죽어

                         점점 세상이 환해지고 있다

 

                         생명을 드려

                         가장 우직하게 일하는 소들

                         세상의 착한 소들이 웃는다

                         참 이상한 일이다  (P.138 )

 

 

 

 

 

 

                        어린 새들에게

 

 

 

 

                           비포장의 산길을 덜컹거리며 차를 몰아가다

                           길 건너는 꿩 가족을 만났었다

                           어미 꿩이 앞장서고

                           네 형제의 새끼 꿩들은 줄 지어 뒤를 따르는데

                           어미는 차가 멈춰서도

                           아이들을 지켜보느라 달아나지 못하고

                           새끼들은 전혀 서두르지 않고

                           종종종 저희들의 걸음을 걷는 것이었다

 

                           황토길을 걷는 그들의 나들이를 기다리며

                           아이들을 떠올렸다

                           속도와 기계와 자본이 생명을 넘보는 세상을

                           어린 새들아 침착하게 건너야 한다

                           함께 떠나지만 혼자 맞이해야 할 위험은 사냥꾼 같다

                           어미는 생명을 주고 앞서 길을 나설 뿐

                           걷던 다리에 힘이 실리면

                           새들아 스스로 푸르러 날갯짓하리라

 

                           사랑의 먹이밖에 없구나

                           범부의 가난을 끼니로

                           오랜 굴종의 생활에 묶여

                           지혜롭지도

                           자유롭지도 못하였으나

                           아비의 겨울은

                           그리운 봄 한 송이는 항시 곁에 두어

                           초라한 시 몇 편으로 남았구나

 

                           더딘 걸음과

                           콩콩거리는 어린 가슴을 믿는다

                           어진 마음과 씩씩한 정신의 새들아

                           이상의 하늘은 높고

                           예지의 우물은 깊구나

                           어둠이 짙어도

                           바람의 무게와 들풀의 키와 슬픔의 날개로

                           끝내 사랑이어라  (P. 188 )

 

 

 

 

                          가을 산 출근 길

 

 

 

 

                           길위의 길에서

                           북한산을 맞으며 아침을 시작합니다

                           출근길에 산을 만날 수 있으니

                           축복입니다

 

                           숲들이 자색으로 깊어가는데

                           아침 산의 바람은

                           시리도록 푸르러 아플 지경입니다

                           부드러운 산 어깨 아래로

                           노랑 빨강의 단풍 옷 아래

                           산의 가슴이 봉긋하여

                           큰 일입니다

 

                           가끔은 하얀 새들이

                           무리 지어 산을 날아

                           하도 어여쁜 세상

                           달아나고도 싶습니다

 

                           사람마저 곱게 익는다면

                           참 좋겠습니다  ( P.37 )

 

 

 

 

            

                       사랑이야

 

 

 

 

                           사는 일이 고단하다고

                           술 취해 들어온 새벽

 

                           6학년인 둘째가 5시 40분인데

                           스스로 일어나 태권도 가는 것이 기특하여

                           안아주었는데

                           자고 있던 중3이 자기도 안아달란다

 

                           그래서 사람은 사나보다

                           사랑아 네가 있어서

                           사나 보다    ( P.230 )

 

 

 

 

 

                                                      -이관희 詩集, <착한 소가 웃는다>에서-

 

 

 

 

 

 

 

 

 

 

충암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일했던 故 이관희 유고시집.
시인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詩作)을 했고, 교사가 되고 나서도 블로그를 개설해 ‘맑은날’이라는 필명으로 꾸준히 시를 썼다. 그의 첫 시집 <착한 소가 웃는다>은 고인의 친구와 동료들이 모여 1974년 쓴 ‘신록’에서부터 2012년 4월 마지막 시 ‘어느 봄날’까지 시인이 쓴 시 147편을 골라 엮었다. 어렵지 않은 생활 언어로 쓰인 그의 시에는 봄꽃에서부터 산고양이까지 작은 것들을 애틋하게 바라보던 시선과 자연, 가족과 학생, 친구 등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소개 :
1958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이후 서울에서 성장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교지에 글을 투고하고 백일장에 입상하는 등 문학적 재질을 엿보였고 고교 시절 획일적이고 비민주적 교육 풍토에 반발하여 학교를 그만두고 독학의 길을 걸었다. 80년대 초 전방에서 군 복무를 마친 후 늦은 나이로 1985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하여 영문학을 공부하였으며 1990년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 충암고등학교 교사로 부임하였다. 이후 열정적이고 자상한 교육 방식과 아이들과 소통하는 교사로서 신망을 쌓았으며 교원노조 활동을 통해 참교육을 실천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2008년에는 블로그(http://blog.naver.com/withandalone)를 개설하여 생활의 잔잔한 아픔과 교육 현장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이 담긴 글을 열심히 올려 이에 공감하는 수많은 이웃을 만들었다. 2012년 5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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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05-30 23:20   좋아요 0 | URL
첫시집이 유고시집이네요. 생전에 냈으면 좋았겠지만, 한편으로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으신 분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appletreeje 2013-05-31 01:02   좋아요 0 | URL
예..유고시집이라,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보슬비님 말씀대로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였고, 또한 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으셨기에 그 또한 행복하셨으리란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숲노래 2013-05-30 23:30   좋아요 0 | URL
착하게 살아가자고 마음을 기울인 하루하루가
차근차근 시가 되어
아름답게 영글었겠지요.
다른 누리에서도 즐겁게 시집을
꼬옥 끌어안으리라 느껴요..

appletreeje 2013-05-31 01:07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러신 듯 합니다.
시들을 읽으며 우리보다 조금 먼저 가셨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과 눈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셨는지를
깨달으며..새삼..저도 지금의 이 시간들을 정성스런 마음으로 잘 살다 가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2013-05-31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31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좀 부실하지만 그런 데로 헤아려주세요. 나는 부모님과 함께 영혼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이런 행사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건 지난 사십여 년 내 몸을 자주 찔러대던 기억, 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시지요? 이제 저도 천천히 마음이 편해지리라 믿습니다. 돌아가시고 난 후, 뼈와 뼈의 만남이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아무리 함께 있다 해도 뼛가루의 말과 오래 참아온 눈물이, 사무친 그리움이 어떻게 서로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그것은 하늘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 굽어보시는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을 종신토록 사랑한다는 내 떨리는 목소리만은 꼭 한번 귀기울여 들어주세요.  (P.34 )  / - 어떤 날의 이사-,

 

 

 

 

 

 

하느님

나를 이유 없이 울게 하소서.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게 하시고

눈물 속에서

사람을 만나게 하시고

 

 

죽어서는

그들의 눈물로 지내게 하소서.

 

 

-마종기, <기도>-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동생이 억울한 사고로 하루아침에 죽었다. 청천벽력이었다. 동생이 불쌍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 나는 많이 울었다. 정신 차릴 겨를도 없이 동생의 장례식을 치르고, 산소를 만들었고, 다시 십 년이라는 세월이 하염없이 흘렀다.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나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그의 산소에 찾아가 죽은 자와 산 자의 기막힌 만남을 가졌다. 때로는 산소 주위에 피어난 꽃을 동생으로 착각하고 이야기를 풀어놓았고, 어느 때는 하늘 위의 뭉게구름, 저쪽 나무에 앉아 나를 보며 울어대는 새, 가끔은 내 주위를 자꾸 맴도는 잠자리와도 간절한 만남을 나누었다.

 그러다가 십여 년 전 나는 오랜 타국의 의사생활에서 그가 묻혀 있는 도시에서 멀리 떠났다. 그래서 이제는 산소에 자주 가보지 못하고 꿈속에서만 가끔 만나고 있다. 어느 때는 책방에서 만나기도 하고, 어느 때는 공항 로비에서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꿈속에서의 만남은 잠이 깨고 나면 너무 허무하다. 너무 허전해서 가슴이 아프기까지 하다. 그래서 요즘에는 새삼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을 읽으며 마음을 달랜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는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그렇다. 나는 언젠가 그를 다시 만나 같이 웃고 즐길 날이 올 것이라는 철석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만남은 헤어짐을 필연으로 할 수밖에 없듯이, 헤어짐은 만남을 전제하리라고 믿는다. 동생을 다시 만나게 되는 날, 그에게 무슨 말을 처음으로 꺼내야 좋을 지 가끔 생각해본다. 그런 생각을 할때는 나는 기쁘고 신이 나서 아무데서고 혼자 피식피식 웃기도 한다.  (P. 28~29 )/ -만남과 헤어짐의 사이에서-.

 

 

 

 

                                                                 -마종기 산문집, <우리 얼마나 함께>에서-

 

 

 

 

 

 

                                                과수원에서

 

 

 

                                  시끄럽고 뜨거운 한철을 보내고

                                  뒤돌아본 결실의 과수원에서

                                  사과나무 한 그루가 내게 말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가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깊이 남아 자주 생각난다.

 

                                  -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땅은 내게 많은 것을 그냥 주었다.

                                    봄에는 젊고 싱싱하게 힘을 주었고

                                    여름에는 엄청난 꽃과 향기의 춤,

                                    밤낮없는 환상의 축제를 즐겼다.

                                    이제 가지에 달린 열매를 너에게 준다.

                                    남에게 줄 수 있는 이 기쁨도 그냥 받은 것,

                                    땅에서, 하늘에서, 주위의 모두에게서

                                    나는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 내 몸의 열매를 다 너에게 주어

                                    내가 다시 가난하고 가벼워지면

                                    미미하고 귀한 사연도 밝게 보이겠지.

                                    그 감격이 내 몸을 맑게 씻어 주겠지.

                                    열매는 즐거움 되고 남은 씨 땅에 지면

                                    수많은 내 생명이 다시 살아나는구나.

                                    주는 것이 바로 사는 길이 되는구나.

 

                                  오랜 세월이 지나가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깊이 남아 자주 생각나기를.  (P.64 )

 

 

 

                                                             - 마종기 詩集, <이슬의 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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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5-28 19:12   좋아요 0 | URL
아무리 멀리 떨어진 데에 있어도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듯,
하늘에 있고 땅에 있어도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겠지요.

appletreeje 2013-05-28 22:43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정말 그렇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저의 부모님과 먼저 하늘로 이사를 간 사랑하는 사람들과도요.
오늘 장지에서 돌아오셨을 후애님과 아름다운 나라로 가신 아버님께서도
하늘에 있고 땅에 있어도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여전히 사랑 나누시리라
믿고 기도합니다.

2013-05-28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8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종 2013-05-28 21:4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종종 지나다 들러 좋은 시 읽고 갑니다.
좋은 시,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appletreeje 2013-05-28 22:47   좋아요 0 | URL
종종님, 종종...이라는 말이 참 좋습니다.
좋은 시 읽고 가신다는 말씀에
제가 더 감사합니다.
종종님!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

2013-05-28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9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림모노로그 2013-05-29 12:09   좋아요 0 | URL
가슴을 울리는 시들을 주로 쓰시는 군요 .
마종기님의 시집도 담아놓아야 겠습니다 ㅎㅎㅎ
요즘 좀처럼 들리지 못했는데 ㅎㅎ 여전히 좋은 시 한 가득입니다 ^^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는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오늘 아침 뉴스에 홀로 사시는 할머니 집에 불이 나 돌아가셨다는 사건이 보도되더군요.
바로 저희 동네 였답니다..
새삼스럽게 인생무상을 느끼네요 ...
마종기 님의 기도에 위로받고 갑니다 ^^
나무늘보님 좋은 하루 !!! ^^


appletreeje 2013-05-29 14:28   좋아요 0 | URL
예~드림님! 마종기님의 시들을 저도 참 좋아합니다.
1939년생이시니 연륜도 깊으시고 삶의 순간 순간들을
아름답고 사유 깊은 시들로, 잔잔하고 맑은 감동을 주시는 것 같아요.
아이구, 바로 드림님 동네의 할머님이 그렇게 돌아가셨다니
이래저래 드림님 마음이 더 안좋으셨겠어요...
기도,의 눈물은 슬픔도 내포되지만 기쁨이나 감동, 감사의 의미도 있지요.
드림님과 함께 눈물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싶은 그런 날,
드림님! 평안하고 좋은 날 되세요.~!!! *^^*

후애(厚愛) 2013-06-02 11:32   좋아요 0 | URL
읽고싶은 책들이 더 불어났습니다.^^
모두 담아두고 나중에 기회가 오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