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일이다.

 욕실수납장이 낡아서 새 것으로 교체하며, 기존의 수납장을 버리기 위해 주민센터 대형폐기물코너로 갔다.

 내가 갔을 때는 먼저 온 민원인이 있었기 때문에 의자에 앉아 그 과정을 지켜보며 나의 차례를 기다렸는데, 그 과정이 이상한 불쾌감을 주었다.

 먼저 온 그 아주머니는, 60대로 보이는데 왠지 그 담당자에게 기가 죽어 보였다.

 폐기물에 붙일 용지를 한 장 떼려온 용무임에도, "주민등록증 가지고 왔어요?" 묻는 담당자에게

예..여기요..허둥지둥, 지갑에서 황급히 주민등록증을 꺼내 내미는 모습을 보고, "아, 폐기물처리용지 떼는데도 주민등록증을 내야 되나요?" 궁금해서 물어 보니, "아, 이 사람은 글을 몰라 대신 써주는거예요." 대답했다. 그 순간 그 아주머니의 얼굴은 붉어지며 더욱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쩔쩔맸다.

 "이천원이요." 퉁명스럽게 말하는 그 담당자에게 또 쩔쩔매며, "만원짜리밖에 없는데 미안해서 어떡하지요.."하는 아주머니에게 "그냥 주세욧!" 대꾸하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뭔가 울컥하고 뭔지 모를 화가 치밀었다. 그분이 가시고 내 차례가 되어 폐기물품명을 말하며 내가 물었다. "뭐, 혹시 화나는 일 있어요?" '아닌데요." "그럼, 다행이구요. 혹시 용무를 보러 오시는 민원인들이 오해할 수도 있으실까 그냥 있으려다 말씀드리는거예요. 그럼 수고하세요~!" 방긋 미소까지 지으며 나오는데 그 담당자는 여전히 뻣뻣하게 묵묵부답. 갑자기  성질이 팍 더 났다. 뭐 저런 눔이 있나, 하며. 그러면서 나오는데 등본이니 그런 민원서류를 떼주는 담당직원이 내 얼굴을 보더니 "뭐 필요하신 일이 있으신지요?" 급친절하게 물어 봤다. "인터넷으로 민원 넣을 수 있지요?" "그러긴 한데 무슨 일이신지?" "아니에요. 제가 알아서 할께요." 대답하며 종이떼기를 펄럭이며 나와 집으로 걸어오는데, 아 이 무슨 크게 문제될 사인은 아니지만, 뭔가 심히 불쾌했고 석연치 않은 감정을 진정시키기가 조금 힘들었던 오전의 일.

 다시 나의 일로 바쁜 하루를 지내고 저녁에 식구들이 돌아와 밥을 먹는데 갑자기 그 생각이 떠올라

얘기를 하니, 저마다 흥분을 하며 여러가지 처리방법을 제기하는데 그대로 하면  일이 크게 시끄러워질 것도 같고,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 뭔가 문제를 확대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잠히 마무리를 졌는데..아, 왠지 모르게 아직도 그 불쾌하고 화가 났던 기분은 사라지지가 않는다. 어떻게 해야할까?  바쁘지도 않던 그 업무는 내가 보기엔  편안하고 손쉬운 업무같기만 보였는데 뭐가 그리 큰 권력을 지닌 것처럼 굴었을까? 아니면 그 담당자의 개인적 소양이 덜 되었던 탓일까. 

 그리고 또 뒤늦게 생각이 들었던 것은 소소한 생활용품을 폐기하러 주민센터로 가서 그 용무를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야말로 서민들이라는 현장성. 이곳 주택으로 이사오기 전까지는

오랫동안 아파트에서 살았기 때문에 직접 그런 용무를 보러 간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리수거날 아침에 경비실 앞의 수거함에 분리용품들을 갖다 놓았을 뿐이었고, 혹간 이번처럼 용지가 필요한 경우에는 그 용지값을 경비 아저씨에게 대신 드렸었다는 기억이 들었다. 아 이게 뭐야?, 주택의 상대평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곰곰 생각해 보니, 이런 이 삼천원의 딱지를 붙이려고 직접 갔던 일은 없었었다는 사실이 들었고, 그러면 어쩌면 더욱 서민(?)들의 입장에서 당연히 구에서 정한 규정을 처리하기 위해  방문했던 공공기관에서 느꼈던 이 난감했던 기분은 무엇이었을까.  돌이켜 보니 지난 2년동안  폐기물 때문에 몇 번쯤 이 담당구역을 찾았던 일이 있었는데 묘하게도 그때마다 뭔가 불쾌했던 기억이 났다.

 아, 뭐 대단히 큰 일도 아닌데, 민원을 넣어 사안을 확대시키고 싶지도 않지만 그렇지만 지금까지 다시 생각해도 여전히 찝찝하고 불쾌한 나의 이 기분은.. 그것도 권력이라고 생각했나? 그 젊고 훤칠하게 생긴, 근무중 야구모자까지 쓰고 있던 그 담당자가 문제인가, 아니면 별 것도 아닌 일로 소심하게 반응하는 나의 피해의식인가..아직도 모르겠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다면 그때는 정말로 크게 민원을 제기시키리라 다짐하는 나의 졸렬함이 문제일까..아 답답하다. 그래서 이렇게 페이퍼라도 쓰며 정리를 해 보는 중이다..

  김수영 시인의 詩,  '어느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가 떠오르는 밤,

 

 

 

 

       어느날 고궁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 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째 네번째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의 포로수용소의 제 14 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비켜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말 얼마큼 적으냐....

 

 

 

 

 

 

 

 

 

     

 

 

 

 

 

 

 

 

 

 

 

 

 

 

 

 

              방금 전, 어느 男이 내 서브 모니터 바탕화면을 바꾸어 놓았다...

              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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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5-14 09:16   좋아요 0 | URL
민원 넣어 달라질 공무원이라면
일찌감치 스스로 달라졌겠지만,
저렇게 하는 데에도
누구 하나 민원이 없으면
더 뻗장을 부리면서
똑같이 고달플 사람
자꾸 나오리라 느껴요.

......

민원을 넣는 까닭은
이래저래 번거롭고 시간과 품 들여야 하지만,
내 뒤에 그곳 찾아갈 사람을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공무원은 '서민 심부름'을 하라고
서민들 세금으로 돈 받으며 일하는 줄
언제쯤 깨달을까요...

appletreeje 2013-05-14 21:25   좋아요 0 | URL
오전까지도 어제의 느낌이 가시지 않아 힘들었어요.
그리고 오늘 모임에서 다시 그 일에 대해 여러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나니
지금은 마음이 평화로워졌습니다.
함께살기님의 말씀처럼, 내 뒤에 그곳 찾아갈 사람을 위해 구청 홈페이지에 민원을 작성했다가, 어느 분의말씀을 듣고 또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해보고 결국은 접수를 하지 않았지요. 참, 여러모로 어려운 세상인 듯 싶어요..

비로그인 2013-05-14 10:26   좋아요 0 | URL
옆에 있던 다른 담당직원이 급친절을 보였다고 하니, 나중에라도 그들 사이에 뭔가 말이 오갔겠죠. 민원발생하지 않는 차원의 '친절의 필요성'에 대해서요. 당장 민원을 넣기 전에 여러 고민을 하시고 민원을 넣은 후의 일에 대해 앞뒤를 살피는 마음, 게다가 시인의 시도 잠깐 떠올리는 센스, 트리제님의 이런 종합예술이 모여서 뭔가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지 않나, 싶어요.

appletreeje 2013-05-14 21:30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게 민원발생하지 않는 차원의 '친절의 필요성'에 대해서라도 조금이라도
그 담당분이 인식하길 정말 바랍니다.
이 작은 일로도 제가 얼마나 비겁한 사람인지를 절감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그냥 마음을 가라앉히고, 서로간의 마음의 넉넉함과 평화를 조금이나마 기도하게 되었어요.
컨디션님! 감사해요.^^ 좋은 밤 되세요. *^^*

비로그인 2013-05-14 10:28   좋아요 0 | URL
어떤 남자에게 프로포즈 하셨어요?

appletreeje 2013-05-14 21:31   좋아요 0 | URL
바탕화면을 저렇게 바꿔놓은 그 남자요. ^^ㅋㅋ,

2013-05-14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4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05-14 19:55   좋아요 0 | URL
나무늘보님의 글을 읽고 저도 화가 났었는데, 올려주신 시를 읽으니 많이 공감이 되네요.

저도 최근에 작은일에 분노하면서... 왜, 작은일에 더 민감하고 화가 나는걸까? 생각했는데 저만 그런것이 아니라는것을 알고 위로 받았어요. ㅠ.ㅠ


appletreeje 2013-05-14 21:45   좋아요 0 | URL
오늘까지 정말 화가 가시지 않았는데, 그래서 어젯밤엔 김수영 시인의 시를 빌어서라도 조금이나마 그 마음을 위로받고 싶었어요.
작은 일에 분노하는 그 일이 더 힘든 것 같아요..그리고 저의 그 시간대의 저의 마음상태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보았고, 헤아려 보았는데..오늘 어느 분의 말씀에도
지금 이 사회의 여러가지 어렵고 병든 마음들에 대하여 또 다른 각도로도 분석을 해보니 이젠 정리가 됐습니다. ^^ 어제밤엔 너무 답답해서 페이퍼라도 쓰며 생각을 정리하고자 했는데..여러분의 공감과 말씀들, 정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보슬비님! 좋은 밤 되세요. *^^*

수이 2013-05-14 21:26   좋아요 0 | URL
마땅히 화를 내실만한데요.
왜 이렇게 세상에는 예의라는 걸 전혀 모르는 인간들 투성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요즘 인간들 땜시 너무 화가 나서 나는 왜 이렇게 졸렬한가 나는 왜 이렇게 속이 밴댕이 같은가- 했는데 나무늘보님 에피소드 읽고 으휴- 한숨 크게 내쉬었어요.

민원 제기!!!! 꼬옥!

2013-05-14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5 0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3-05-15 09:19   좋아요 0 | URL
저도 민원 제기!!!! 꼬옥!2
저도 글을 읽는데 어찌나 화가 나던지요.
우리동네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사람들 얼굴을 보면 표정이 없어요.
딱딱하고 친절도 그렇고 웃는 얼굴을 못 봅니다.
언니 심부름으로 피부과에 갔더니 간호사들이 어찌나 불친절하던지요.
그 자리에서 언니한테 전화해서 당장 피부과 다른 곳으로 바꿔라고 했습니다.
기운 내세요~*^^*

좋은 시 올려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바탕화면이 좋은데요.ㅎㅎ

appletreeje 2013-05-15 10:16   좋아요 0 | URL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민원을 넣으려고 했는데
여러 분들의 생각들을 들어보고, 혹시..하필 그 순간, 그 담당자도 잘못한 것은 아닐까..이모저모의 생각끝에 그냥 접었습니다.^^
스스로가 친절하지 못한 건 어떻게 생각하면, 스스로의 삶이 행복하지 않아서이기도 하겠지요. 음 모두가 서로 웃음지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참 좋겠어요.
바탕화면, ㅋㅋ
후애님! 오늘도 감사드리며 좋은 하루 되세요. *^^*
 

 

 

 

 

                    경복궁역 일층카페

 

 

 

 

                       젖히고 누르면 입구가 열린다 내겐 그건 사각형이

                      다 너는 그걸 정육면체라 부른다 종이 상자다 종이

                       상자 안으로 해가 뜨고 해가 진다 인왕산 바위에 노

                       을이 머문다 방패 위에도 노을이 머문다 김이 나는

                       에스프레소를 들고 사각형 밖에서 사각형 안을 들여

                       다본다 모서리 한쪽이 모자란다 내가 거기에 있다 너

                       의 모서리도 한쪽이 모자란다 너도 거기에 있다 그

                       사각형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다 서다 구르다 군

                       홧발 아래 멈춰선다 식어가는 에스프레소를 세 번

                       젓고는 방패에 찍혀 갈라진, 노을의 고통을 생각한

                       다 조금씩 찌그러지는 정육면체의 문을 연다 정육면

                       체 안에 모서리 해진 사각형들이 빼곡하고 수북하다

                       상자 안은 언제나 통, 통 비어 있다   (P.57

 

 

 

 

 

                      지워지는 화원 3

                               -사티에게

 

 

 

                           1

 

                         꽃의 꽃이 피었다

                         골목이 골목 끝에서 뛰어내렸다 사과 한 알이

                         사과나무에서 떨어진 날

                         꽃의 꽃이 피었다

                         어둠이 청력을 잃은 날

                         왼쪽이 오른쪽으로 건너간 날

                         널어놓은 이불 아래

                         잠든 고양이가 잠들어 있던 날

 

 

                            2

 

                          선 하나를 긋고

                          선 하나를 지웠다

                          손톱과 매니큐어 사이에

                          꽃과 꽃잎 사이에

                          피에로와 회전 목마 사이에 긋고 지웠다

                          이번 휴게소와 다음 휴게소 사이에

                          말러와 사티 사이에

 

                          뛰어내린 골목이 돌고 돌아온

 

                          닿은 눈송이와

                          닿지 않은 눈송이 사이에

                          긋고 지웠다

 

                          꽃의 꽃이 피던 날  (P.48 )

 

 

 

 

                       팅커벨 꽃집

 

 

 

 

                           흔히 녹색이나 갈색이다

                           악, 화상, 화악, 화탁

                           접꽃받침

                           한 개 꽃에 두 개 이상의 꽃받침

                           통꽃받침

                           통 모양의 기름진 꽃받침

                           꽃받침조각은 악편,

                           꽃잎 져도 남아 있는

                           늦은 꽃받침

                           감꽃, 나팔꽃, 완두꽃

                           숙존 꽃받침,

                           꼬다리 감이 그렇다

                           제때꽃받침

                           꽃잎과 함께 떨어진, 꽃받침

 

                           제때 사라져야지

                           통인시장 입구에서

                           꽃을 샀다

                           봄이다   (P.91 )

 

 

 

                                                             -최하연 詩集, <팅커벨 꽃집>-에서

 

 

 

 

 

 

 

   비 오시는 날,

   활짝 핀 꽃들과 더 빨리 활짝 피었던 꽃들의 잔치에 갔다.

   처음엔 빨리 업무만 끝내면 곧 바로 돌아오리라 결심하고 갔는데

   의외로 기쁘게, 즐겁게 있다 잘 돌아왔다.

   그렇구나. 꽃들은 다 꽃들인 것이다.

   개화와 낙화의 간격만 있을 뿐, 여전히 향기로웠다.

   날이 흐리고 이른 가로등이 켜진 저녁,

   에릭 사티의 '짐노페티'를 들으며

   시인의 '팅커벨 꽃집'을 방문한다.

   오래전에 자주 갔던 '경복궁역 일층카페'는

   다음에나 가야겠다.

   심플하고 투명한 플라스틱 컵으로, 증류수를 한 잔 마시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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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0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1 0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05-10 23:15   좋아요 0 | URL
경복궁역에 일층카페가 정말 있나요? 왠지 커피가 아닌 십전대보탕을 마셔야할것 같은데..ㅎㅎ

즐거운 꽃들의 잔치를 보내시고 오셨다니 저도 덩달아 기뻐집니다. 항상 좋은 시와 좋은 감성을 전달아주셔서 감사해요.

나무늘보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appletreeje 2013-05-11 02:20   좋아요 0 | URL
예~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조금 올라가면 있어요.^^
이름은 '일층카페'지만, 3층(금연석)까지 있는데 작고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카페예요. 이곳 토스트가 맛있던 생각이 나네요.~^^
저야말로 항상 보슬비님께 감사드리는데요.~*^^*
보슬비님께서도 즐거운 주말 되세요.~~

후애(厚愛) 2013-05-11 19:02   좋아요 0 | URL
경복궁역에 일층카페가 있군요.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appletreeje 2013-05-12 07:36   좋아요 0 | URL
언제 기회가 되면, 후애님과 함께
일층카페에 가고 싶군요.^^
후애님께서도 즐거운 주말 되세요.~*^^*

후애(厚愛) 2013-05-12 15:37   좋아요 0 | URL
<주인양반> 제가 읽고 보내 드릴께요~*^^*
즐거운 주말 오후 보내세요^^

appletreeje 2013-05-12 22:23   좋아요 0 | URL
히히..벌써부터 신나요~^^
감사드려요.~~랄랄라~주인양반,은 어떤 양반일까 사뭇 더 궁금해집니다. ^^
후애님!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
 
설국열차 - 1.2.3권 합본호
장마르크 로셰트 외 지음, 김예숙 옮김 / 현실문화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설국열차>,를 읽고 싶다고 세 번이나 얘기한 男,을 위해 찾아 보았더니 품절이구나.. 도서관에도 없던데. 오늘은 조석의 <마음의 소리>나 조주희님의 <키친>도 읽고 싶은 날. 비 오시는데 아마도 바쁜 날이 될 듯 하다. 에잇..그냥 콕 박혀서, 혼자서 신나고 재미있게 놀고 싶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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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0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0 1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화투(花鬪)

 

 

 

 

                           하루종일 비온다

                           삼월 사꾸라 삼광으로 홍단 때리다

                           밖을 보면 비오고

                           비띠로 비광 때리며

                           밖을 보면 비가 오고

                           열끗짜리 팔월공산을 피로 때리며

                           밖을 보면 공산에 비가 온다.

                           비 온다.

                           처마 밑에 낙숫물 소리

                           영산가락 느린 삼채 중중모리

                           궁굴체 열채 휘모리로

                           당 다다다 따르르르 따,

                           눈 떴다 감았다.

                           하루종일 비 온다.

                           푸르딩딩 물오른 장독 뒤에

                           파랑새 앉은 이월 매조 꽃가지에

                           꽃 피겠다.

                           정 이월 지나

                           일월이 코앞이다.

                           따뜻하면 꽃도 기어나온다.

                           에라, 모르겠다. 뛰는 놈 때리라더라.

                           죽을 놈이 먼 짓을 못하겄냐.

                           쌀라면 싸라, 먼저 먹는 놈이 장땡이다.

                           포르릉 새 날겠다.  (P.24 )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내 입술은 식었다.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내가 사라진 너의 텅빈 눈동자를

                             내 손등을 떠난 너의 손길을

                             다시 데려올 수 없다.

                             달 아래 누우면

                             너를 찾아 먼 길을 가는

                             발소리를 나는 들었다.

                             초저녁을 걷는 발소리를 따라

                             새벽까지

                             푸른 달빛 아래 개구리가 울고,

                             이슬 젖은 풀잎 위에서 작은 여치가 젖은 날개를 비비며

                          울어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이 있다.

                             미련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마음은 떠났다.

                             봄이다.

                             봄이 온다.

                             새 풀잎이 돋아나기 전

                             따뜻한 양지쪽

                             마른 풀잎들이

                             일어날 수 없는 몸을 햇살 위에 누이고

                             노란 햇살로 얼굴을 덮을 때

                             아직도 어머니의 식은 젖꼭지를 물고 징징거리는 구차한

                          문학적 가난이,

                             자라다 만 시대적 응석이 나는 싫다.

                             이별을 모르니 사랑을 알리 없다.

                             보수(補修)와 수선(修繕)은 보수(保守)를 낳고

                             철없는 아집과 미숙은 타락한 수구가 된다.

                             시인의 꿈은 욕이다.

                             사랑이 떠난 불쌍한 어머니의 젖꼭지를 놓아라.

                             키스를 원하지 않는 너의 입술을,

                             내가 떠난 너의 눈동자를.

                             나는

                             이제 싫다. 네가, 뜻없는 네 슬픈 구도가 싫다.

                             새 풀잎이 돋아나기 전

                             나는 경남 거창 가조를 지나고 있다.

                             빈 논과 밭을 끌고 날아오르는 독수리 같은 가조읍 뒷산

                          아래

                             하늘을 보고

                             반듯하게 눕는 풀잎처럼

                             햇살을 품고 바스락 소리도 없이 말라 죽고 싶다.

                             바람이 나를 가져가리라

                             햇살이 나를 나누어 가리라

                             봄비가 나를 데리고 가리라

                             아니면 또 어떤가.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돌아앉아버린 식은 사랑의 얼굴을 보았기에

                             나는 더 나아가지 않으련다.

                             오오, 사랑이여! 이제 나를 끌어안아다오.  (P.35 )

 

 

 

 

                                                  -김용택 詩集,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에서

 

 

 

 

 

 

 

 

 

   화투(花鬪)를 못 친다.

   할매들도 신나게 치는 그 정다운 유희,를 못 노는 빙충이다.

   한때는 배워보려고 나름 학습을 한 적도 있었지만, 머리가 나빠서

   인지 처음에 각인이 안된 것은 끝까지 인식을 못하는 자폐적인

   성향때문인지 어쨌든, 화투는 내가 함께 놀지 못하는 애석한 동무.

   김용택 시인의 '화투(花鬪)'를 읽으며, 오늘 비도 오신다 하니

   그 어여쁜 꽃들의 전쟁을...중중모리 휘모리,로 신나게 즐길 작정이

   다.  화투를, 詩로 배웠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이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은, 여전히 변모의

   지속이다.  처음처럼 수줍다-는 시인의 말처럼.

   詩集의 題目이기도 한 '키스를 부르지 않는 입술'의 '너'는,

   내게 오늘 많은 意味로 다가온다.

                                           든든하고 아름다운 詩集 덕분에, 오늘도 또 좋은 날이로구나,

 

 

 

 

 

 

 

               어느날

 

 

 

 

               나는

               어느날이라는 말이 좋다.

 

 

               어느날 나는 태어났고

               어느날 당신도 만났으니까.

 

 

               그리고

               오늘도 어느날이니까.

 

 

               나의 시는

               어느날의 일이고

               어느날에 썼다.  (P.10 )

 

 

 

 

 

 

 

                유일한 계획

 

 

 

 

 

               이사를 가면

               개를 키우겠다.

 

 

               큰물이 나가면

               물가에 나란히 앉아

               물구경하다가

 

 

               아내가 마당에 서서

               밥 먹자고 부르면

 

 

               귀를 쫑긋 세우고

               나보다 먼저 일어서는

               개를 한마리 키우겠다.  (P.14 )

 

 

 

 

 

 

 

 

               낭만주의 시대

 

 

 

 

 

               외상으로 책을 샀다.

               책을 외상으로 사들고

               서점 문을 나서는

               나는 가난하였다.

               가난이 달았다.

 

 

               책을 외상으로 사들고

               서점 문을 나서서

               한시간 오십분 동안 완행버스를 타고

               책을 보다가

               차에서 내려 삼십분 동안

               밤길을 걸어 집으로 왔다.

 

 

               어떤날은 헌책을 샀다.

               지게로 한짐이었다.

 

 

               책을 짊어진 나는

               밤나락을 짊어진 농부처럼

               성큼성큼 들길을 걸어

               집으로 왔다.  (P. 26 )

 

 

 

 

 

 

 

                    울고 들어온 너에게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엉덩이

                   를 들었다 놨다 되작거리다보면 손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매다 들어온 네 얼굴을 두 손

                   으로 감싼다.  (P.42 )

 

 

 

 

 

 

 

                     쉬는 날

 

 

 

 

 

                      사느라고 애들 쓴다.

 

 

                      오늘은 시도 읽지 말고 모두 그냥 쉬어라.

 

 

                      맑은 하늘가에 서서

 

 

                      시드는 햇볕이나 발로 톡톡 차며 놀아라.  (P.60 )

 

 

 

 

 

 

 

                       처음

 

 

 

 

                        새 길 없다.

                        생각해보면

                        어제도 갔던 길이다.

                        다만,

                        이 생각이 처음이다.

                        말하자면,

                        피해가던 진실을

                        만났을 뿐이다.  (P.72 )

 

 

 

 

 

 

 

                        포의(布衣)

 

 

 

 

 

                         바람 같은 것들이 사립문 근처에다가 마른 감잎이나 끌

                      어다 놓고

                         인사도 없이 간다.

                        마당에 떨어져 얽힌 감나무 실가지 그림자들을

                        풀어주고

                        내 방에

                        반듯하게 앉아

                        시를 쓰다.  (P.74 )

 

 

 

 

 

 

                         산문(散文)

 

 

 

 

 

                            닭들이 장태로 들어가면 나는 닭을 세고 장태 문울 닫

                         았다.

                            우리들은 마당을 쓸어놓고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까지

                         놀았다.

                            아버지는 지게 위에서 칡잎에 싼 산딸기를 뜰방에 내려

                         놓으며

                            땀에 젖은 소매로 얼굴을 닦았다.

                            아버지를 본 소가 여물을 먹다가 고개를 크게 흔들었다.

                            강에서는 물고기들이 개밥바라기별을 향해 별빛 속으로

                            뛰어들고

                            우리들은 마루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어떤 날은 거지가 우리 밥상에 앉아 같이 밥을 먹었다.  (P.75 )

 

 

 

 

 

 

 

 

                              나무

 

 

 

 

 

                             나는 창을

                             등지고 앉아

                             책을 보고

                             글을 쓴다.

                             책을 보다가,

                             글을 쓰다가.

                             문득 뒤돌아보면

                             날이 밝아 있다.

                             나무들이 서 있다.  (P.77 )

 

 

 

 

 

 

                              -김용택 詩集, <울고 들어온 너에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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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5-09 14:17   좋아요 0 | URL
화투(花鬪)시가 너무 재밌습니다~!!ㅎㅎ
읽으면서 웃었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appletreeje 2013-05-09 19:25   좋아요 0 | URL
저도 읽으며 웃었어요.~^^
화투의 오묘함을 詩로 확실히, 만났습니다. ㅎㅎ
후애님께서는 화투를 치실 줄 아시나요~?
옆지기님이랑 한 판 치시면..ㅋㅋ
후애님! 좋은 밤 되세요.~^^

후애(厚愛) 2013-05-11 19:05   좋아요 0 | URL
저 화투 고수에요. 낄낄낄 ㅋㅋㅋㅋ
어릴 적에 할머니랑 치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는 고모랑 쳤는데 고모돈을 다 따 버렸어요.
집에 갈 차비가 없어서 저한테 빌려 가셨지요.ㅎㅎ
고모가 할머니한테 엄마는 손녀한테 화투를 어떻게 가르쳤어? 그랬답니다.^^

appletreeje 2013-05-12 07:39   좋아요 0 | URL
엄마는 손녀한테 화투를 어떻게 가르쳤어? ㅎㅎㅎ
오우~후애님께서는 화투고수였군요.! 부러워요~^^

보슬비 2013-05-09 17:22   좋아요 0 | URL
전 시어머니께 화투 배웠어요.
그리고 엄마랑 화투치다가 어느지역 룰이냐고 엄청 욕 먹어서, 울 시어머니께서 가르쳐주셨는데..하고 엄마랑 투닥투닥했었지요. ㅋㅋ

원래 부모님들과 화투하면 약간 용돈드리는 심정으로 하는데, 제가 눈치 없이 열심히 제 용돈을 만드니라...ㅋㅋ 동생에게도 욕 엄청 먹었어요. 뭐, 막판에는 제돈이 다 나갔지만... ㅎㅎ

appletreeje 2013-05-09 19:26   좋아요 0 | URL
ㅎㅎ 넘 부럽습니당.!! 시어머니께 화투를 배우시다니~^^
글구, 어머니께서 어느지역 룰이냐고..? ㅋㅋㅋ
정말 시어머님과도 친정 어머님과도 정겹고 예쁜 며느리, 따님이세요.~^^
흐흐..어른들과의 화투는, 져드리는 게 룰이라고 알고 있습니다.~ㅎㅎ
시인의 詩, 덕분에 비오는 날 한바탕 즐거운 이야기가 꽃피네요.^^
보슬비님! 좋은 밤 되시구요.~*^^*

이진 2013-05-10 14:43   좋아요 0 | URL
할머니를 따라다니다보니 어느새 화투 인생 14년 차 접어들고 있습니다. 어제도 쳤고, 그제도 쳤고, 그끄제도 쳤어요. 사실 평소에 화투 칠 일이 없는데 친구네 부모님이 어디 가셔서 사흘밤을 제 집에서 묵고 갔거든요. 총 예닐곱 시간 신나게 논 거 같네요.

꽃들의 전쟁. 오늘 화투의 의미를 새롭게 새기고 가요. 꽃들의 전쟁. 아 예쁘다. 꽃들의 전쟁이었다니. 그런데 그것보다는 김용택 시인의 시집 제목이 더 끌리는 걸요. 저는 김용택 시인의 손가락에서 '키스' 라는 단어가 나올 줄이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제가 많이 읽지 않은 까닭일까요. 희희

appletreeje 2013-05-10 19:50   좋아요 0 | URL
화투 인생 14년 차, 어제도 쳤고, 그제도 쳤고, 그끄제도 쳤어...ㅋㅋ,
정말로 깊이 인사를 드립니다..못 치는 사람의 입장에서요..ㅎㅎㅎ
시인의 손가락에서 나온 키스,는 너무 깊은 키스라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소이진님! 굿밤,

프레이야 2013-05-11 15:58   좋아요 0 | URL
ㅎㅎ화투, 재미난 시네요. 전 시집 식구들과 고스톱 처음 배웠어요. 친정엄마는못하셔요. 옛날 육백인가 하는 그거만 알기만 하시구요. 명절이면 음식 해놓고 시동생과 시엄니랑 치는데 용돈벌이쬐끔ㅎㅎ 김용택의 지속적인 변모, 좋아보여요. 행복한주말 보내세요^^

appletreeje 2013-05-12 07:44   좋아요 0 | URL
보슬비님께서도 시어머니께 화투를 배우셨다 하셨는데,
명절날 음식 해놓고 시어머니랑 시동생과 화투 치는 며느리, 정겨워 보여요. ^^
이상하게 저희는 친정도 시댁도 화투를 치는 걸 못 봤어요..^^;;;
프레이야님! 좋은 주말 되세요. *^^*
 

 

 

 

 

 

                      개화산에서

 

 

 

 

                       히말라야를 다녀왔다는 한 사내가

                       껌을 밟고 섰듯 우렁차게 먼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낮은 산이 더 오래된 산이다

 

                       조용한 산이 높은 산이다

                       눈보라에 이것저것 다 내주고

                       작은 구릉으로 어깨를 굽히고 앉았으나

                       부러울 것도 없네 손자 손녀도 우습게 매달리고

                       때론 사이클 탄 이가 우주로 떠오를 듯 달려나가기도

                    하니

 

                       언덕에 섰는 갈참나무나 자귀나무도 마음이 연해

                       별다른 벌레들 기어들지 않고

                       청설모며 족제비가 종갓집을 이루는 터

                       내가 오늘 먹을 걱정에 터벅거리며 산을 내려오자

                       산은 슬며시 나의 옷깃을 잡으며

                       곧 볍씨 뿌리는 들판이 될 거라고 귀뜸을 한다

                       따뜻한 바람을 모아 군불 지피는

                       끝내 고향이 되어버린 아우 같은 산

                       머리 긁적이며 돌아보니 오솔길은 발장난을 치고

                       묵은 꽃향기 수북이 손등처럼 쌓여 있다  (P.10 )

 

 

 

 

 

 

                       버리긴 아깝고

 

 

 

 

 

                          일면식이 없는

                          한 유명 평론가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서명을 한 뒤 잠시 바라보다

                          이렇게까지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싶어

                          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

 

                          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

                          여차여차하여 버리긴 아깝고 해서

                          주는 책이니 읽어나 보라고

 

                          며칠 뒤 비 오는 날 전화가 왔다

                          아귀찜을 했는데 양이 많아

                          버리긴 아깝고

 

                          둘은 이상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뭔가 맛있는 것을

                          품에 안은

                          그런 눈빛을 주고 받으며  (P.12 )

 

 

 

                                                              -박철 詩集, <작은 산>-에서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로 처음 만났던,

    박철 시인의 <작은 산>의  '개화산에서'를 읽다 문득

    부모야말로, '작은 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보라에 이것저것 다 내주고/ 작은 구릉으로 어깨를 굽히고

    앉았으나/ ... 머리 긁적이며 돌아보니 오솔길은 발장난을 치고/

    묵은 꽃향기 수북이 손등처럼 쌓여있/는...' 그런 작은 산.

    오늘은 어버이날이라고 세상이 정한 날.

    늘 철없는 자식, 철없는 부모의 위치에서 언제나 미안하고

    고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맘껏 사랑과 진상을 떨고 살았지만,

    오늘은 편하게 누는 똥,처럼 그런 자식이 되고 싶구나.

    아해들아, 너희도 그래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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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3-05-08 11:12   좋아요 0 | URL
까악, 버리긴 아깝고- 넘 예뻐요.

appletreeje 2013-05-08 14:32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그렇듯이, 좋았어요. :)

2013-05-08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8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3-05-08 13:43   좋아요 0 | URL
개화산이란 이름이 반가워서 달려왔어요 예전 개화산은 제가 나온 고등학교 근처였던 것같아서
그런데 좋은 시네요.
버리긴 아깝고
참 그런 마음 많았는데 ~

appletreeje 2013-05-08 14:30   좋아요 0 | URL
강서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셨군요.~^^
저는 성동구에서 다녔는데..^^
버리긴 아깝고, 그렇쵸~그런 마음들..*^^*

bari_che 2013-05-08 15:59   좋아요 0 | URL

<개화산에서>는
남난희의 「낮은 山이 낫다」의
페로몬이 풍기네요.

안녕하세요?^^
나무늘보도 보통 서재가 아니로군요.
프레야 님 서재에서 뵌 적 있었는데, 과연
고수들은 고수들끼리 통하나 봅니다.
종종 들려 한 소식 듣고 가겠습니다.
_()_

appletreeje 2013-05-09 00:20   좋아요 0 | URL
<개화산에서>를 읽으며, 저도 남난희님의 ,<낮은 山이 낫다>가 생각이 났습니다.^^
늘 훌륭하신 글들과 사진단상을 읽으며, 감탄을 했었는데 방문해 주시니 정말 기쁘고, 감사드립니다. 저서이신 <안녕, 우울증>도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프레야님께서는 진정, 고수이시지만 저는 하수라 실로 면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
bari_che님! 좋은 밤 되십시요. *^^*

보슬비 2013-05-08 17:25   좋아요 0 | URL
'개화산에서' 참 좋다.... 생각하고 읽었는데, '버리긴 아깝고'를 읽으니 더 좋네요. ㅎㅎ

appletreeje 2013-05-09 00:21   좋아요 0 | URL
히히...보슬비님께서 좋다하시니, 저는 정말 더 좋고 감사합니다.~*^^*

후애(厚愛) 2013-05-09 14:18   좋아요 0 | URL
'버리긴 아깝고' 좋은데요.^^

appletreeje 2013-05-09 20:15   좋아요 0 | URL
그렇쵸~? 후애님!
간결하면서도 그 마음들이 진솔하게 보이는 듯 해 정말 좋았어요.~~*^^*

숲노래 2013-05-09 22:11   좋아요 0 | URL
멧자락이면 다 멧자락이에요.
한국말에는 '높은 산'과 '낮은 산'을 따로 일컫는 낱말이 없어요.
그냥, 멧자락이고 멧줄기이며 멧봉우리예요.

그리고, 모든 산은 숲이지요.

appletreeje 2013-05-10 09:4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모든 산은 숲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