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생일 케이크 - 핀두스의 첫번째 특별한 이야기 핀두스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1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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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장을, 페테르손 할아버지와 약간은 까칠한 고양이 핀두스네 집에가 했다. 눈이 시리게 싱그럽고 어여쁜 초록 마을과 빨간 집 안팎에서 일어난 일들.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는 것에 대해서만 말하지. 핀두스와 할아버지는, 정원에 앉아 행복하고 맛있게 생일 케이크를 먹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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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5-03 12:44   좋아요 0 | URL
벌써 읽어보셨군요.^^
재미있었나요?

appletreeje 2013-05-03 18:34   좋아요 0 | URL
재밌어서 일 년에 세 번이나 하는 핀두스의 생일날, 케이크를 만들기까지 우여곡절의 짧막한 이야기예요. ^^ 시원하고 예쁜 컬러의 구체적인 그림들과 더불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던 그런 그림책이었어요.~
그리고 이 책의 작가인, 스벤 누르드크비스트가 안경 너머로
이 책의 그림과 글을 쓰면서 왠지 무척 즐거웠으리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ㅋ,
 
오늘은 슬픈 날이 아니야 아이 어른 함께 읽는 가족동화 3
김규림 지음, 성원 그림 / 꿈꾸는날개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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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마지막 순간이라도, 간절한 마음으로 정신을 차리면 조금은 시간을 붙들고 기다릴 수 있다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느날 헤어져야 할 시간이 왔을 때의 `사랑의 인사`같은 이야기. 나도 이런 작별의 시간을 지났지.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준 그 마지막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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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5-03 12:46   좋아요 0 | URL
100자평 글이 참 좋습니다~!
근데, 슬퍼요...
나중에 읽어봐야겠어요.^^

appletreeje 2013-05-03 14:11   좋아요 0 | URL
예..조금 슬펐어요..
그렇지만 성원님의 진솔하고 조용한 펜화 그림과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떠나 보내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마음에 번져 들어온, 동화였어요. ^^
 

 

 

 

                  벨기에의 흰 달

 

 

 

 

                      정거장마다

                      지붕 선이 바이올린처럼 예쁘고

                      어딜 가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은

                      달에 가 있다

                      달이 물방울처럼 아름다운

                      브뤼셀은 가까워 오는가

                      정말 生에 가까운 것이 오려나

 

                      당신은 참 좋은 사람예요

                      갑자기 열차 창 쪽에서

                      선이 흔들리는 달이

                      말한다

                      죄를 사용했던 사랑만을 가지고 있으니

                      내가 다시 태어나면

                      여자에게 그렇게 잘 해주는

                      남자가 되고 싶어요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자기가 자기를 향해 뜨는

                      달의 뒷면 같은 데를 갖고 싶은

 

                      브뤼셀을 한 정거장

                      지나쳐버린 늦은 밤

                      뜻밖에 되돌아갈 곳이 생겼다  (P.14 )

 

 

 

 

 

                   자작나무 날개

 

 

 

 

                       너무 그리울 때는 자작나무가 있기도 없기도 했다

                       하루는 암꽃이 하루는 수꽃이 수줍음을 타는 그 자리

                       낮달이 슬쩍슬쩍 자작나무 편제로 들어왔다

                       이렇게 하얀 무릎을 모으고 서서 원하는 것은 생의 고저이겠는지

                     속도이겠는지

                       너무 예쁘게 보일 때는 말도 못하지만

                       내, 낮달 스미고 일요일 오고 신작로 깔리는 자작나무 4월이 오면

                       사랑을 해야지 대신할 수도 대표할 수도 없이

                       자작나무가 서 있는 일곱 번째 봄

                       우리는 할 얘기가 많아 껍질박이 흠에 들어가

                       삼십년은 더 살아야지

                       날개였던 하얗게 튼 살을 꼬집으며 사라져가야지

                       그렇게 까불거리며 울어지기도 했다

                       4 월 산문(山門)에 둘이서 얇게 벗겨지는 것이 깊었다

                       다른 나무들도 아뜩하게 날개가 없었다고 사랑을 추억하긴 했다  (P.28 )

 

 

 

 

                    달방

 

 

 

 

                        달이 대중목욕탕 은행나무 위로 뜨자

                        예쁘고 길쭉한 과일처럼 생긴 젊은 여자와

                        땅에 끌려 너덜너덜해진 잎사귀 같은

                        늙은 여자가 함께 보고 있다

 

                        젖가슴처럼 아름답게 올라가는

                        달이 들어간 구석

                        슬픔을 냄비처럼 손바닥으로 감싸 안고

                        누이와 밴드마스터들은 야간업소에서 시장으로 흘러나오고

                        건더기 채로 돌아다니는 추운 건달들도

                        안으로 하나씩 달을 매달고 그만 자러 들어가는

 

                        재래시장 뒷길에 곧 성탄절이 찾아오는

                        골방이 있었다 방안 가득

                        고봉밥으로 담긴 달빛이 전축을 틀면

                        우리가 돌다가 노랗게 여물고 둥글게 안아져

                        서로 눈을 뜨지 못하던 밤이곤 했다

 

                        모든 것을 다 줘버린 사람들이

                        서로에게 추억되듯이

                        달은 있던 자리에 단풍든 잎을 붙여놓고

                        나무 밑둥으로 내려가리라

                        슬픔을 아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P.58 )

 

 

 

 

 

                    대낮, 망사커튼을 친 거실에서

 

 

 

 

                        나란히 누워 있자니

                        구름은 가끔 약하게 코를 곤다

 

                        곱슬머리 한 가닥을

                        푸른 이불깃에서 떼어내 망사커튼에 비쳐본다

                        우리의 거리를 잴 수 있는 지밀의 머리칼은 젖어 있고

 

                        한 사람이 평생 한 사람으로 흔들렸던 것을

                        다 기록해 뒀다는 듯

                        곱슬머리 구불거리며 흘러가는 구름

 

                        듣자니

                        혼자의 외로움으로는 외로움이나 사랑을 다 채울 수 없어

                        내 모서리는 당신의 모서리로 휘는 법이랬다

                        모서리끼리 이어진 첫 이음새에서

                        전기가 울고

 

                        망사커튼이 여러 번 접히며 흔들린다

                        지금 당신의 머리칼은 너울거린다

                        잇는다는 것이 이런 거라는 듯

                        꿈을 꾸는 외로움 둘이서 한 줄로 늘어진다

 

                        거실에 낸 우리의 샛길, 국수나무 꽃 근처에서

                        늘었다 줄었다 하는 머리칼을 쥐고 우리는 국수를 만다  (P.124 )

 

 

 

 

                     

                     깊은 맑음

 

 

 

 

                          댓잎처럼 수북하게 날리어 가난뱅이가 되렵니다

                          우수수 져서라도 당신을 좇습니다

                          층계 때문에 배달도 안 오는 산 동네

                          이렇게 원했습니다

                          밑창이 벌어진 나의 구두를 들고 달이 왔습니다

                          오늘 밤은 참 인생의 귀여운 부위,

                          댓잎으로 날리어 당신의 드높은 우물에

                          나 무수히 뜨겠습니다

                          캄캄한보다 더 깊은 맑음을 풀어서  (P.139

 

 

 

 

                                        -황학주 詩集, <내 잠은 당신 잠의 다음이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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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5-02 11:52   좋아요 0 | URL
<내 잠은 당신 잠의 다음이다>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시도 좋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appletreeje 2013-05-02 12:10   좋아요 0 | URL
예~시집 제목처럼, 마음이 잠,같아지는 그런 詩를 읽었어요.
후애님께서도 좋은 하루 되세요. *^^*

2013-05-02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2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05-02 16:53   좋아요 0 | URL
짧은 벨기에 여행이었지만, 좋은 추억 가지고 있어서인지 눈에 들어오네요.
역시 시나 소설들은 삶과 함께 더 마음에 와 닿는것 같아요.
오늘도 좋은시를 나무늘보님 덕분에 읽었어요.

나무늘보님이 읽어주시는 시 항상감사합니다. *^^*

appletreeje 2013-05-02 21:39   좋아요 0 | URL
저도 '벨기에의 흰 달'을 읽으며 보슬비님 생각을 했어요.^^

저야말로 개인적인 기쁨으로 올리는 시들를, 뭐라 하시지않고 즐겁게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는데요.~^^

2013-05-02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2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2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2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05-03 08:41   좋아요 0 | URL
사랑하는 사람들은
달도 별도 무지개도 구름도 하늘도 해도
모두모두 바라볼 수 있는

있겠지요

appletreeje 2013-05-03 10:32   좋아요 0 | URL
그렇겠지요.. 사랑의 본질, ^^

2013-05-03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4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13-05-04 00:43   좋아요 0 | URL
깊은 맑음- 계속 읊다보면 외우게 될 거 같아요.

appletreeje 2013-05-04 10:0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
 

 

 

 

 

가수였다. 명문가에서 태어났으나 끝없이 버림 받았던 그의 이력도 좋았다. 저명한 핵물리학자였던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미스터리한 아버지의 실종으로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뉴욕과 한국을 넘나들면서 성장한 가수였다. 그래서 그에겐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망명자의 냄새가 늘 풍겼다. <물 좀 주소>는 그의 첫 앨범 <멀고 먼 길>에 실려 있는 곡이었다.

 "한대수를 좋아하시나 봐요?"

 좋아하는 가수라서 나는 무심코 물었다.

 "오, 한대수를 아는군요!" 그의 표정에 단번에 서기가 반짝했다. 막막한 모랫길에서 동행이라도 만난 표정이었다. "그럼요. 포크록의 대부인데 왜 모르겠어요?" 내 말에 그가 한 발 앞으로 나갔다. "맞아요. 한대수는 70년대 유행했던 정통적인 포크와는 좀 다르지요. 풍파가 유달리 많았던 그의 삶이 깃들어 그런지도 몰라요. 아니면 뉴욕에서 일찍부터 히피 문화를 배웠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세시봉 출신인데 세시봉 가수들과는 좀 다르잖아요. <멀고 먼 길>재킷 사진 혹시 봤어요?"

 "손바닥으로 턱을 잡고 있는?"

 "보셨네. 하, 여기서 그걸 아는 분을 만나다니. 그 사진도 참 강렬했지요. 발칙하다고 할까."

 "본인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알고 있어요."

 "옳거니! 그럼요. 한대수, 사진작가이기도 하니까요. 그 사진 한 장 땜에.....젊은 한때 한대수에게 빠져 산 적이 있었어요. 볼은 홀쭉하고 눈은 흰 창이 하얗게 나오고, 정말이지 그 사진, 목마른 표정 아니었나요? 유신 시대였으니까, 뭐 목마르지 않은 젊음이 없었겠지만. 특히 <물좀 주소>는 물고문이 연상된다든가, 암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끝내 금지곡이 됐었지요. 밥 딜런이 엘비스 프레슬리하고 비틀즈 사이에 끼여 화려한 평가를 못 얻은 것처럼 한대수도 세상 틈새에 끼여 속절없이 늙어버린 거지. 세월 참, 아득해요. 한대수 같은 사람은 볼 수조차 없고, 국적 불명의 아이돌인가 뭔가 하는 젊은 애들만 판치고... ."

 청동조각이 가장 길게 이야기한 게 그 대목이었다.

 그러나 나를 정작 감동시킨 것은 그다음에 들려준 그가 직접 작사, 작곡했다는 노래들이었다.  (P.68~69 )

 

 

 

 

 

 "햇빛이 죽인 거지. 소금이 죽인 거지! 그래도 모르겠어요? 소금 만드는 양반들이, 참 뭘 모르네. 안먹고 땀만 많이 흘리면 몸속의 소금기가 속속 빠져 달아나요. 이 양반, 몸속 염분이 부족해 실신해 쓰러졌던 거예요. 만들기만 하면 뭐해요, 자기 몸속의 소금은 챙기지도 못하면서!" (P.15 )

 

                                                             -박범신 장편소설, <소금>-에서

 

 

 

 

 

 

 어젯밤, 음주회동이 있어 뛰쳐 나간 술집의 바로 옆에 서점이 있었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지라, 옆에 있던 선배를 꼬득여 내 손에 들려진 세 권의 책을 오늘 펼쳐 보다, 퍼뜩..한대수,라는 이름이 나오는 페이지를 가벼운 흥분과 설렘을 안고 읽었다. 그래...한대수.

 박범신 작가의 신작인 <소금>을, 나는 채 읽기도 전에 좋아해 버린다.

 소금을 만들기만 하면서, 자기 몸속의 소금은 챙기지도 못했던 아버지들의 노래, 같은 이야기.

 책장을 살풋 넘기며 읽으니, 배롱나무와 나비와 노래들과 늙은 개와 어느 시인들의 시들과 젓갈과 재봉틀과 소설속의 사람들이 환하게 웃기도 하고,  몸속으로 스며드는 눈물처럼 울고도 있다.

 

 박범신 작가가 데뷔하고 만 40년이 되는 해에 펴내는 40번째 장편소설이다.

 고향 논산에서 최초로 쓴 소설이며, 자본에 대한 저자의 '발언'을 모아 빚어낸 세 번째 소설이라는

<소금>.  '생명을 살리는 소금' 같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

 

 한대수의 <멀고 먼 길>,을 옆구리에 끼고 명륜동에서 수유리까지 걸어오던 그 아득한 시간을 생각하며,  오늘은 <소금>을 읽겠구나. 오월의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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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1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1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1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1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05-01 20:47   좋아요 0 | URL
아.. 박범신의 신간이 나왔네요. 언능 희망도서 신청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appletreeje 2013-05-01 21:16   좋아요 0 | URL
예~이 책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참 좋아요.^^
보슬비님께서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2013-05-01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2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05-01 21:53   좋아요 0 | URL
한대수 님 책은 언제쯤 절판이 안 되며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ㅠ.ㅜ

appletreeje 2013-05-02 12:11   좋아요 0 | URL
정말 안타깝고 서운한 일이예요..
저도 한대수님의 다른 책들을 찾다가 절판임을 만나면 너무 슬퍼요..

수이 2013-05-02 00:53   좋아요 0 | URL
박범신은 은교-를 읽은 이래로 역시 잘 모르겠습니다.
남편은 참 많이 좋아하는데 저는 초기작만큼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소금-은 음음 하지만 저도 한대수님은 역시 사랑해요. ^^

appletreeje 2013-05-02 11:56   좋아요 0 | URL
저도 일부러 작가의 책을 사 보는 편은 아닌데
이번 소설집은 기존의 책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아직 처음 부분만 일부 읽은 지라 뭐라 말씀드릴순 없지만 여튼,
이 <소금>,을 저는 무척 좋아할 것 같은 그런 예감이 드네요. ^^

드림모노로그 2013-05-02 11:35   좋아요 0 | URL
박범신님을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한데 ㅋㅋ
은교와 고산자, 그외 여러 책들을 사놓고는 하나도 못 읽고 있답니다 ㅎㅎ
이런 대책없는 ㅋㅋ 독자라니 ㅋㅋ
소금도 나왔군요 ^^ 그나저나 있는 책부터 읽어야하는데 말이죠 ㅋㅋ
한대수는 저도 좋아하는데 ... 함 찾아봐야겠습니다 ^^

appletreeje 2013-05-02 12:01   좋아요 0 | URL
드림님께서는 워낙 책들이 방대하시잖아요.~^^
먼저 읽으실 책들 다 읽으시고, 나중에 좀 여유 있으실때 읽으시면 되지요.ㅎㅎ
뭐 책들이 어딜 가나요? 다 드림님 손바닥 위에 있는데..ㅋㅋ
<뚜껑 열린 한대수>, 저 책은 정말 후회 없으실 책이지요.~!

후애(厚愛) 2013-05-02 11:54   좋아요 0 | URL
박범신님 책을 읽으셨군요.^^
나중에 저도 읽어봐야겠어요.ㅎㅎ
책 세권 다 재밌어 보이네요.

appletreeje 2013-05-02 12:03   좋아요 0 | URL
히히...음주회동의 전리품처럼 얻은 책이었어요.^^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아주 마음에 들고 좋아요.^^
무엇보다 <뚜껑 열린 한대수>, 그 책은 꼭 권해드리고 싶어요. *^^*
 

 

 

 

 

 

 

                 말의 꽃

 

 

 

 

                     꽃만 따먹으며 왔다

 

                     또옥, 또옥, 손으로 훑은 꽃들로

                     광주리를 채우고, 사흘도

                     가지못할 향기에 취해 여기까지 왔다

 

                     치명적으로 다치지 않고

                     허기도 없이 말의 꽃을 꺾었다

 

                     시든 나무들은 말한다

                     어떤 황홀함도, 어떤 비참함도

                     다시 불러올 수 없다고

 

                     뿌리를 드러낸 나무 앞에

                     며칠째 앉아 있다

                     헛뿌리처럼 남아 있는 몇마디가 웅성거리고

                     그 앞을 지나는 발바닥이 아프다

 

                     어떤 새도 저 나무에 앉지 않는다.  (P.18 )

 

 

 

 

 

 

 

                  꽃바구니

 

 

 

 

 

                      자, 받으세요, 꽃바구니를.

                      이월의 프리지아와 삼월의 수선화와 사월의 라일락과

                      오월의 장미와 유월의 백합과 칠월의 칼라와 팔월의 해

                    바라기가

                      한 오아시스에 모여 있는 꽃바구니를.

                      이 꽃들의 화음을.

                      너무도 작은 오아시스에

                      너무도 많은 꽃들이 허리를 꽂은

                      한 바구니의 신음을.

                      대지를 잃어버린 꽃들은 이제 같은 시간을 살지요.

                      서로 뿌리가 다른 시간을.

                      향기롭게, 때로는 악취를 풍기며

                      바구니에서 떨어져내리는 꽃들이 있네요.

                      물에 젖은 오아시스를 거절하고

                      고요히 시들어가는 꽃들,

                      그들은 망각의 달콤함을 알고 있지요.

                      하지만 꽃바구니에는 생기로운 꽃들이 더 많아요.

                      하루가 한 생애인 듯 이 꽃들 속에 숨어

                      나도 잠시 피어나고 싶군요.

                      수줍게 꽃잎을 열듯 다시 웃어보고도 싶군요.

                      자, 받으세요, 꽃바구니를.

                      이월의 프리지아와 삼월의 수선화와 사월의 라일락과

                      오월의 장미와 유월의 백합과 칠월의 칼라와 팔월의 해

                    바라기가

                      한 오아시스에 모여 있는 꽃바구니를.  (P.20 )

 

 

 

 

 

 

 

                    어떤 그물

 

 

 

 

 

                       나무들이 공중 가득 펼쳐놓은 그물에

                       물고기 한 마리

                       잠시 팔딱거리다 날아간다

 

                       나무 그물은 상하는 법이 없이

                       물고기 날아오른다

                       비늘 하나 떨어뜨리지 않고

 

                       열렸다 닫히는 나무그늘 아래로

                       거꾸로 걸어가는 사람들

 

                       누가 물을 건너가는지

                       흰 징검돌 몇개 보였다 안 보였다 하고

                       그물 위로 흘러가는 물결 속에는

 

                       저렇게도 많구나

                       나무들이 잡았다 놓아준 물고기들이  (P.105 )

 

 

 

 

 

                                                          -나희덕 詩集, <야생사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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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4-30 11:07   좋아요 0 | URL
시들이 너무 너무 좋습니다~!
'야생사과' 시집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appletreeje 2013-04-30 11:42   좋아요 0 | URL
시들이 너무 좋다하시니 저도 기쁘고 감사합니다. ^^
오늘 아침에 저 시들을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였어요.
후애님께서도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시구요.~*^^*

숲노래 2013-04-30 12:44   좋아요 0 | URL
꽃은 다 다른 철에 피지만
거의 같은 철에 한꺼번에 피어나기도 해요.

들을 잃거나 잊으면서
한철에 한꺼번에 돋는 꽃잔치가
사람들 마음에서 천천히
사라지지 싶습니다.

appletreeje 2013-04-30 15:13   좋아요 0 | URL
한철에 한꺼번에 돋는 꽃잔치,는 얼마나
아득하니..아름다울까요..

2013-04-30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30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림모노로그 2013-04-30 16:44   좋아요 0 | URL
나희덕님의 시집은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시언어 같습니다
말의 꽃, 어떤 그물, 꽃바구니 모두 다른 듯 하면서
같은 느낌이 ... 참 이쁩니다 ~ ^^

appletreeje 2013-04-30 19:40   좋아요 0 | URL
드림님의 시선과 느낌은 언제나 참 예쁘십니다.~^^
드림님!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

후애(厚愛) 2013-04-30 19:03   좋아요 0 | URL
나무늘보님 축하드립니다~!!*^^*
궁금하시면 제 서재에 들러 주세요~ㅎㅎ

appletreeje 2013-04-30 19:41   좋아요 0 | URL
우왕~!!
달려가겠습니다.~^^

보슬비 2013-04-30 22:40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어제 라일락을 보면서 이제 라일락이 필 시기이구나..했어요.
시를 읽어보니 올해 꽃피는 시기가 조금씩 늦는것 같네요.

오랜만에 신랑에게 꽃선물 좀 하라고 졸라볼까봐요.^^

appletreeje 2013-05-01 08:57   좋아요 0 | URL
예 올해는 날씨도 그렇고 꽃들도 늦게 피는 것 같아요.
히히~꽃선물! 좋치요~^^
보슬비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3-04-30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1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3-05-01 01:23   좋아요 0 | URL
나희덕 시인 참 좋아라 하는데요

appletreeje 2013-05-01 09:08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께서도 나희덕 시인님 좋아하시는군요. ^^
왠지 하늘바람님과 잘 어울리는 시인이신 것 같아요.~
하늘바람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

프레이야 2013-05-02 14:04   좋아요 0 | URL
야생사과, 시들 참좋으네요. 뿌리가 다른 시간들. 사랑은 비바람의 흔들림의 겪고 그 뿌리가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 행복감이 드는 요즘이에요. 뿌리가 다른 시간들까지 애틋한 그 감정이요. 뜬금없는 감상이었습니다ㅎㅎ 늘 좋은 시 소개해주셔서 고마워요^^

appletreeje 2013-05-03 10:3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께서 행복감이 드는 요즘을 지내신다니
더 반갑고 저까지 그런 마음이 물드네요. ^^
늘 감사드리며, 오늘도 행복한 날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