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 나의 친구, 나의 투정꾼, 한 번도 스스로를 위해 면류관을 쓰지 않은 나의 엄마에게
이충걸 지음 / 예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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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의 개정증보판이 나왔구나. 지금 모니터 앞엔 前 책이 있다. 개정증보판이란,말에 3초동안 망설이기는 했지만 아마도 저녁엔 이 책을 읽을 것이다. 이충걸적인 글쓰기,를 사적인 취향으로 좋아하며, 역시 교훈적이지 않을 그러나 여전히 즐겁게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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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8 12: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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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8 22: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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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섶섬이 보이는 방 
            ㅡ이중섭의 방에 와서


                                                 나희덕


 

 

   
           서귀포 언덕 위 초가 한 채 
           구퉁이 고방을 얻어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다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방보다는 차라리 관에 가까운 그 방에서 
           게와 조개를 잡아먹으며 살았다 
           아이들이 해변에서 묻혀온 모래알이 버석거려도 
           밤이면 식구들의 살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조개처럼 입을 다물던 방, 
           게를 삶아 먹은 게 미안해 게를 그리는 아고리와 
           소라껍질을 그릇 삼아 상을 차리는 발가락군이 
           서로의 몸을 끌어안던 석회질의 방, 
           방이 너무 좁아서 그들은 
           하늘로 가는 사다리를 높이 가질 수 있었다 
           꿈 속에서나 그림 속에서 
           아이들은 새를 타고 날아다니고 
           복숭아는 마치 하늘의 것처럼 탐스러웠다 
           총소리도 거기까지는 따라오지 못했다 
           섶섬이 보이는 이 마당에 서서 
           서러운 햇빛에 눈부셔 한 날 많았더라도 
           은박지 속의 바다와 하늘, 
           게와 물고기는 아이들과 해질 때까지 놀았다 
           게가 아이의 잠지를 물고 
           아이는 물고기의 꼬리를 잡고 
           물고기는 아고리의 손에서 파닥거리던 바닷가, 
           그 행복조차 길지 못하리란 걸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알지 못한 채 살았다 
           빈 조개껍질에 세 든 소라게처럼

 

 

                                            -나희덕, <섶섬이 보이는 방 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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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3-04-17 09:34   좋아요 0 | URL
나희덕님의 시 , 정말 간만이군요 ^^
오늘도 나무늘보님 덕에 행복한 하루 ~ ^^
즐거운 수요일 ~되세요 ㅎ

appletreeje 2013-04-17 09:38   좋아요 0 | URL
앗, 드림님! 우리 실시간~^^
드림님 덕분에 저도 오늘 행복한 하루, 시작합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수이 2013-04-17 09:56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화가 중에 이중섭이 제일 좋더라구요. 김창렬도 김환기도 좋지만 역시 이중섭!
나희덕 시인의 저 시는 처음인데도 마치 읽은 적이 있는 것만 같아요. ^^

appletreeje 2013-04-17 10:11   좋아요 0 | URL
저도요~^^
중학교때 돈을 열심히 모아 인사동 책방에서 처음으로 산 책이, 이중섭 화집이었어요. 노란 이중섭 화집.
그 다음으로 좋아한 화가는 박수근이었구요.^^ 물방울 화가 ,김창렬의 그림들도 많이 좋아 했지요.~ 오늘 아침에 이 시를 읽다가, 이중섭의 그림이 그리웠어요.
앤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2013-04-17 1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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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7 1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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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4-17 13:51   좋아요 0 | URL
올리시는 글들이 너무 좋습니다!^^
좋은 시들도 올려 주시고 좋은 책들도 올려 주시고...
덕분에 보고싶은 책들이 더 많아졌습니다.ㅎㅎㅎ

appletreeje 2013-04-18 09:14   좋아요 0 | URL
후애님께서 좋다하시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후애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숲노래 2013-04-17 13:56   좋아요 0 | URL
좋은 그림이 있어
좋은 시를 쓰고,
좋은 시가 있어
좋은 그림을 그려요.

appletreeje 2013-04-18 09:15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이세요. ^^
좋은 것들이 서로 좋은 아름다움을 불러 일으키지요. ^^
 

 

 

 

 

 

"네. 그 사람들은 기계를 가지고 땅과 숲을 찢고 공기에서 나쁜 냄새가 나게 해요. 숲은 우리가 살고 음식을 얻는 곳이에요. 나쁜 사람들이 오면 우리는 숲에 남지 않아요. 나쁜 사람들은 우리를 보지 못해요.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가까이 가는 동물들을 어떻게 죽이는지 봐요. 우리는 가서 숨어요."(P.358 )

 

 술탄이 아빠를 보고 물었다.

 "왜 잭 할로웨이와 같이 살고 싶었나요?"

 "인간도 자기들이 사는 땅과 숲을 뜯어내지는 않을 테니까요." (P.359 )

 

 

  "지금 당장 떠나라는 건가?"

 오브리가 말했다.

 "네, 지금 떠납니다."

 작고 높은 목소리가 말했다. 아빠 보송이였다.

 세 사람은 아빠 보송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기라도 한 듯한 얼굴로 그 쪽을 보았다.

 "당신들이 떠나겠다고 했으니, 떠나요. 내 자식을 죽인 사람들이 내 자식이 움직였던 공기 속에서 움직이는 것도, 내 자식이 보았던 태양을 보는 것도 싫어요. 당신들은 좋은 사람들이 아니에요. 이런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없어요." (P.390~ 391 )

 

 

 

 

SF 작가 존 스칼지의 2011년 작. H. 빔 파이퍼가 쓴 1962년 휴고상 후보작 <작은 보송이Little Fuzzy>의 줄거리와 사건들을 존 스칼지가 다시 상상해 쓴 소설로, 최근 J. J. 에이브럼스의 영화 [스타트렉] 리부트나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시리즈처럼 <작은 보송이>의 리부트판이라고 할 수 있다.

 

 

 

 

 

 며칠동안 시간  짬짬이,  존 스칼지의 <작은 친구들의 행성>을 아주  즐겁게 읽었다.

 우주개척시대, 대기업이 행성의 자연자원을 탐욕스럽게 채집하여 생태계가 파괴되고 생명체가 멸종되는 일이 생기자 개척행성의 자연자원과 생명체를 보호하는 법이 발족되었다. 자라투스트라 기업이 독점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자라23 행성에서 계약직 측량업자로 일하는 잭 할로웨이는 실수로 절벽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리고 계약을 파기당할 처지가 되지만, 무너진 절벽에서 태양석을 발견하여 위기를 모면한다.

 어느날, 잭이 사는 집에 고양이처럼 생겼지만 두 발로 걷는 새로운 생물이 나타나고 잭과 친해진다. 그러나 전 여자친구인 외계생물학자인 이자벨이 그들이 동물이 아니라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말하자, 잭은 고민에 빠진다.

 '사람'이 사는 행성에서는 기업이 개발 및 채굴을 할 수 없고 모든 인력이 철수해야 하므로 잭은 큰 갈등에 빠지게 된다.

 억만장자의 꿈이냐, 원주민의 삶이냐를 둘러싼 자라23 행성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기업의 방해와 살해행위, 지성체냐 아니냐를 둘러싼 법정싸움이라는 굵직한 사건과 , 각자의 자리에서 원하고 꿈꾸는 여러 사람들과 독점기업이라는 여러 각도에서의 팽팽하고 긴박한 스토리들이 짜릿한 즐거움과 더불어 우주에서의 제각기의 존재가 함께 공존해야 하는 문제나 인간의 '공감하는 자'로서의 메세지가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킨, 아주 재미있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어떤 집단개체 안에서도 모든 것을 혼자 독점하려고 하는 사람들과 ,그와는 다르게 함께 존중하며 살아가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제는 우주 최초로 개의 이름을 따서 지은 '칼스버그'라는 수도를 가진 어느 작은 친구들의 행성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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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4-16 18:18   좋아요 0 | URL
지구별 잘 아끼며 사랑하면
굳이 다른 별나라로 가지 않아도
모두 아름답게 살겠지요..

appletreeje 2013-04-17 08:55   좋아요 0 | URL
모두 모두 잘 아끼며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겠지요. ^^

2013-04-16 2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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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7 08: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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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3-04-17 09:32   좋아요 0 | URL
결국은 자연으로부터 회귀(다른 생물체들과 상생하는 법)만이
현 인류의 대안이라는 것이겠지요 ㅋㅋㅋ^^
존 스칼지의 <작은 친구들의 행성> 재미있어 보입니다 ㅋ

appletreeje 2013-04-17 09:49   좋아요 0 | URL
결국은, 나 아닌 다른 대상에로의 마음과
그 마음이 불러 일으키는 사랑,인 것 같아요. ^^

보슬비 2013-04-17 23:34   좋아요 0 | URL
영화 아바타가 생각나네요 사실 읽고 싶어서 영어책 먼저 구입했었는데^^ 읽지 않으니 번역되어 나와서 반갑기도 하고 미안하기도하고...

나무늘보님이 먼저 읽어주셨네요.^^

appletreeje 2013-04-18 09:16   좋아요 0 | URL
보슬비님 덕분에 즐거운 독서 하게 되어
정말 감사드려요~^^
 

 

 

 

 새벽꿈에, 예쁘고 말쑥한 검정 양복을 입은 H가 나타나 늘 의욕이 충천하고 그 의욕만큼 자신의 일과 뜻을 성공시키곤 하는 J와 함께 있는 내게 노랑 주름종이로 감싸고 찰랑거리는 반짝이는 방울들로 묶은 음료수병에다 꽂은 진달래를 한 가지 주었다. "미리 축하해!" 하며. 

무엇을 미리 축하한다는지도 모르겠고 아이들 공작놀이,같은 병에 꽂은 진달래 선물로 그렇고 황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H의 모습이 말쑥하고 기쁜 모습으로 나타나 그것만으로 좋다.

 주말에 갑자기 1박2일로 짧은 나들이를 다녀왔는데, 가는 곳마다 북적이는 상춘객들 물결사이로 왠지..자꾸, 윤대녕의 아득한 봄밤의'상춘곡'이 생각났던 그런 시간이었다.

 그래도 얼결에 가지고 간 존 스칼지의 <작은 친구들의 행성>을 틈틈히 15장까지 재미있게 읽었는데, 과연 귀여운 보송이들의 결말은 어찌될지 궁금하다만 잠시 책갈피를 끼워두고 외출준비를 하는 시간, 여전히 바람은 차갑지만 고요해서 충만한 어느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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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5 14: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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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5 1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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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4-15 15:14   좋아요 0 | URL
모두들 봄맞이 누리느라 바쁜 사월이로군요~

appletreeje 2013-04-15 19:56   좋아요 0 | URL
예~그런 듯 싶은 봄날입니다.^^

수이 2013-04-15 15:29   좋아요 0 | URL
확실히 놀러가면 과식, 과음하게 되는 거 같아요;;;;; 살 엄청 쪄갖고 왔어요 후훗.
나무늘보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셨네요. ^^

appletreeje 2013-04-15 19:57   좋아요 0 | URL
에이~앤님, 날씬하실텐데 그런 엄살을~~ㅎㅎ

드림모노로그 2013-04-15 16:47   좋아요 0 | URL
나무늘보님께 축복의 시간이 함께 하시기를 ~
오늘 날씨는 이상할 정도로 우중충한데 마음은 가벼운 봄날 같습니다..

appletreeje 2013-04-15 20:01   좋아요 0 | URL
드림님~감사합니다.^^
드림님 마음은 언제나 봄날 아니신가요~? 만물을 소생시키시는~^^
드림님! 좋은 밤 되세요. *^^*

보슬비 2013-04-15 18:24   좋아요 0 | URL
아.. 존 스칼지 '뽀송이'... 읽으려했는데, 이번에 못 읽고 반납했어요. ㅠ.ㅠ
예전 노인3부작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도 읽고 싶었는데 자꾸 미루어지네요.

주말에 날씨 참 좋았는데... 전 집에 뒹구르를... ㅠ.ㅠ

appletreeje 2013-04-15 20:06   좋아요 0 | URL
전 존 스칼지 책을 처음 읽었는데, 재미있어요~
이 책도 보슬비님 서재에서 보슬비님 페이퍼 덕분에 읽게 되었어요.^^
언제나 좋은 책들 소개해주셔서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
보슬비님! 감사드리며 좋은 밤 되세요. *^^*

후애(厚愛) 2013-04-15 18:41   좋아요 0 | URL
전 언니랑 동화사에 가려고 했었는데 대구 날씨가 안 좋아서 아직도 못 갔어요.
날씨가 좀 더 따뜻해지면 가려고 하는데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요...
요즘 독한 감기에 걸려서 고생하고 있는데 정말 감기조심하세요!*^^*

appletreeje 2013-04-15 20:10   좋아요 0 | URL
에궁, 요즘 감기 독하다던데...힘드시겠어요.
어서 하루빨리 나으셔서 동화사도 다녀오시고, 멋진 페이퍼도 기다립니다.^^
후애님! 맛난 것도 드시고 약 드시고 띠뜻하고 편안한 밤 되세요.*^^*
 

 

 

 

                     풋국

 

 

 

 

                           호박 속보다 환한 호박꽃이다. 어젯밤 호박꽃 초롱

                        만들러 왔던 반딧불이가 다슬기 눈물 한 바람을 흘리

                        고 간 것인데 가마꾼 호박벌이 그걸 꽃가루에 비벼대

                        가마띠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자고 나면 한 뼘 두 뼘씩 뻗는 호박 넝쿨 애호박이

                        열린다 호박벌 닮았다 넝쿨손은 담벼락 한 귀 또 그

                        러쥔다

 

                           호박벌 가마띠 만지듯 조신조신 넝쿨손을 꼬고 애

                        호박은 호박벌 쏘이지 않게 숨겨다가 풋국 한 솥 끓

                        인다  (P.11 )

 

 

 

 

                       꽃밥

 

 

 

 

                              밥사발이다. 흰 이밥 고봉으로 잘 다독인 밥사발,

                           풀 쥐어뜯으며 배앓이하던 언덕

                           꽃 이파리 땅에서 뽑아 올린 빛깔이더냐, 밥 냄새

                           어디 하늘에서 내린다더냐 허공중에 차려내는 이밥

 

                              도화지에 그대로 퍼다 붙여두고 싶은 꽃밥

 

                              한 논배미 비워내면 밥이 나오는 근본은 안다 짚신

                            짝 툭툭툭 털어낸 흙이 산이 되었다는 신털미산, 꼴

                            보기 싫어도 꼭 한 번은 먹고 싶은 고봉밥 그 허기진

                            흙밥 숟가락 다둑이던, 두 번 세 번 다둑여 뜨는 삽질

                            숟가락

 

                               제 밥그릇은 안다. 제 밥그릇 꼭 있는 줄은 아는 농

                            투성이, 을미적을미적 제 밥그릇 속으로 모여들던 갑

                            오년 구시내, 구시발, 구시포*가 이 땅의 큰 밥그릇

                            아니던가

                            수북수북 이어지던 이팝꽃, 쇠죽 끓는 가마솥  (P.20 )

 

                             *구시:구유의 방언(마소나 돼지 들에게 먹이를 담아주던 그릇). 

 

 

 

 

                        서울 아까시꽃

 

 

 

 

                               아까시꽃이 말이 많아졌다  서울 온 지 얼마나 되었

                            다고, 억억억 무엇이 불편하긴 불편한가 보다 견마잡

                            이로 함께 온 이팝꽃 악악악 딱히 무논의 개구리가

                            그리운 것은 아닌 성싶은데

                               어제는 늙은 소나무 하나 거푸집에 이리저리로 묶

                            여 오는데 뉘집 선산에서 오는 건지 대꾸도 안 했다 엄

                            지손가락 혈자리 따고 침 잘 놓기로 소문난 그 소나

                            무! 맞다 허리 굽은 것이나 황새 둥지 튼 그 자리까지

                               그 소나무 맞는데 그냥 지나쳐 버렸다 아파트 딱지

                            붙이러 가는가 본데 그 생각을 못 했다 속 좀 울렁대

                            도 이쯤 나앉는 것이 바람길은 좋은데 안심찮다 안심

                            찮다  (P.22 )

 

 

 

 

                          주름비단

 

 

 

 

                                 딴짓하고 오는 비가 모과나무 등걸에 무단히 투정

                              이다

 

                                 '툭 하고 떨어지는 한 소리가 있지'

 

                                  돌아가신 작촌 시인께서 창가에 심어보라며 모갯덩

                               어리* 어렵게 싹을 내어주신 나무다. 끈적한 투정쯤

                               받아낼 만큼 자랐다 모갯덩어리 향이 깊다 젖은 모과

                               나무 등걸이 비단 주름보다 곱다

 

                                   봄비 휘감고 모개나무 오늘은 낭자한 낭자한 길 나

                                서고 싶은가 보다  (P.57 )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긴 토종 모과.

 

 

 

                                                          -진동규 詩集, <곰아 곰아>-에서

 

 

 

 

 

                                                               시인의 말

 

                                                          오목눈이의 눈짓

 

            멧돼지가 고개를 넘고 있다. 고라니는 먼저 와 있었다.

           건너 산마루에 점점이 보이는 작은 새 둘은 원앙이지 싶

           다. 그놈들은 항상 붙어 다닌다. 지휘를 맡은 것은 덤불

           속의 흰머리 오목눈이다. 앞개울의 물고기떼들은 이미 은

           하의 물굽이를 넘나들고 있지 않는가. 백제금동대향로에

           부조로 조성해놓은 미륵 법왕의 초례청 풍경이다.

              이 옹골찬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고 한국문인협회

           가 나섰다. 오목눈이가 퍽이나 좋은 일이라고 눈짓을 보

           내왔다.     

                                                                    2013년 봄

                                                                        진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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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3 14: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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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5 1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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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4-13 18:07   좋아요 0 | URL
숲에서 이야기 길어낸 시일까요.
예쁘장한 말과 넋이 춤을 추네요.

appletreeje 2013-04-15 10:36   좋아요 0 | URL
예~요즘 함께살기님덕분에 자연과 꽃, 나무들을 노래한 시들이
자꾸 좋습니다.~^^

후애(厚愛) 2013-04-15 18:39   좋아요 0 | URL
'꽃밥' 시가 너무 좋습니다!
근데, 왜 슬픈지 모르겠어요.^^;;
좋은 오후 되세요.*^^*

appletreeje 2013-04-17 11:55   좋아요 0 | URL
그렇치요~? 이상하게 '밥'이란 말이 들어가면 왠지 마음이 뭉클해지고
뭔가, 사는일에 대한 단상들이 자꾸 떠올라요.
후애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